다음날 아침 일찍 지수와 연서를 보내고 진명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진명은 지수와 다시 만나지 않았고 대학 들어간 뒤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끝까지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수가 돌아간 뒤 진명의 생활은 다시 단조로워졌다.
보라는 신혼생활이 즐거운 건지 도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고 진명은 오직 태권도에만 모든 시간을 쏟으며 일상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장마도 없이 7월이 지나가고 8월 초가 되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연중 최고의 더위가 찾아 온 날 진명은 조금 일찍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영이 소파에 앉아 있다 그를 보고 웃는다.
“일찍 왔네?”
“우리 이모 보고 싶어서.”
“그래. 빈 말이라도 고맙다.”
진명의 능글맞은 말에 이젠 면역이 됐는지 선영도 가볍게 응수하며 그를 불렀다.
“여기 앉아봐.”
진명이 그녀 옆에 바짝 앉자 선영이 고개를 돌려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흠. 샤워 안 하고 왔어?”
“응. 우리집이 샤워하기 편하고 또 오늘같이 무더운 날은 거기서 샤워하고 나오면 금방 땀이 차버리거든. 집에서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아서. 냄새 많이 나?”
“아니. 괜찮아. 이모는 진명이 땀냄새도 좋으니까.”
“나도 이모 몸에서 나는 냄새가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
진명이 선영의 매끄러운 목에 고개를 박고 코를 킁킁, 거리자 잠시 멈칫, 하던 선영이 이내 웃으며 그의 얼굴을 밀어낸다.
“그만 해. 할 말이 있으니까.”
“할 말? 뭔데?”
“이번에 속초에 있는 콘도이용권이 들어왔거든. 그래서 우리 가족 이번 여름에 휴가 한 번 가 보려고.”
“정말? 진짜야?”
진명이 뛸 듯이 기뻐하자 선영도 덩달아 웃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 이제까지 살면서 가족여행은 한 번도 간 적이 없거든.”
“진짜 가족여행을 한 번도 안 갔어? 언니도 너무했네...”
“응.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가 어느 날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도망가 버렸거든. 그 뒤로 엄만 돈 버느라 여행 갈 틈이 없었지. 참. 엄마 죽기 전에 둘이서 이틀 동안 여행한 적은 있었네.”
“그런 것은 가족여행이 아니지.”
“그런가? 히히. 아무튼 진짜 여행 가는 거지?”
“응.”
“소미랑 이모부도 가는 거지?”
“소미는 당연히 가고 이모부는 못 가.”
“왜? 요즘도 그렇게 바빠?”
“응. 사실 이번 콘도이용권도 이모부가 우리한테 미안해서 급하게 구한 거야.”
“이모부가 왜 미안해? 우리만 놀러가니까 우리가 이모부한테 미안하지.”
“그게 아니야. 이모부는 우리 놀러가는 기간에 하와이로 출장을 간단다.”
“하와이? 거긴 놀러가는 데 아닌가?”
“그러게. 아무리 출장을 하와이로 가는 사람이 어딨니? 기가 막혀서 정말.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이모부가 미안하다며 우리끼리라도 여행 가라고 콘도를 잡아준 거야. 다시 말해서 이모부 하와이 출장이 원래 잡혀 있던 거고 우리 콘도여행은 이모부가 미안해서 나중에 잡아준 거야.”
“으응. 이모부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진명이 남편의 편을 들자 선영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 하려다 그만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 두자. 어린 너한테 내가 무슨... 아무튼 우리라도 이번에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오는 거야.”
“그래. 이모하고 여행을 간다니. 진짜 신난다.”
진명이 만세라도 부를 듯 두 팔을 번쩍 들다 그 팔로 선영의 얼굴을 잡고 그녀의 뺨에 입술을 댔다.
쪽쪽쪽-
뺨에 낙인을 찍듯 강하게 키스를 하고 진명이 입술을 뗐다.
선영도 기분이 좋은지 조카의 그런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
동이 틀 무렵 진명과 선영, 그리고 소미 세 사람은 속초를 향해 출발했다.
선영이 승용차를 몰고 그 옆 조수석엔 진명이, 그리고 뒷좌석엔 소미가 타고 있었는데 세 사람 모두 여행에 대한 기대로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엄마. 콘도까지 가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
소미가 뒤에서 묻자 선영이 대답한다.
“오늘은 막히는 날이 아니어서 3시간 정도? 하지만 지금 한창 휴가철이라 밀리는 것도 예상해야 할 거야.”
“바다 본지도 무척 오래됐는데 수영이나 실컷 하고 와야지.”
진명이 물었다.
“소미 너 수영 잘해?”
“응. 초등학교 때 좀 배웠지. 오빠는?”
“난. 전혀 못해.”
“호호. 내가 가르쳐줄게.”
평소에 진명을 대할 때면 조금 쌀쌀맞게 대하던 소미가 여행 때문인지 사뭇 나긋하고 부드럽다.
진명은 웃으며 그녀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처음 진명이 집에 왔을 때 소미는 진명을 무시해 그와 말도 제대로 섞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진명이 그녀를 괴롭히던 놈을 혼내주고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변하지가 않았다. 소미의 성격이 원래 차갑고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는 타입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는데 진명은 그녀의 성격을 파악한 뒤 그녀를 대할 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차갑던 소미의 성격도 진명에게는 어느 정도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진명이 태권도대회에서 멋진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자 그 과정을 선영과 같이 지켜봤던 소미는 그 뒤로부터 진명을 대할 때, 엄마나 아빠를 대할 때처럼 진짜 가족으로 여겨주었던 것이다.
선영이 소미에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 1년 정도 실내수영장에서 배운 걸로 선생 노릇하시겠다고? 바다는 소미 네가 생각하는 거하고 많이 틀리다는 것만 알아둬라.”
“걱정 마셔. 난 잘 할 수 있으니까.”
진명이 웃으며 소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소미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바닷가 가면 잘 좀 부탁한다.”
“나만 믿으라니까. 아음. 졸린다.”
“오늘 놀러간다고 잠 설쳤구나. 아직 가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좀 자둬라.”
선영의 말에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누워버린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다 선영이 진명에게 물었다.
“졸리지 않니?”
“아니. 난 괜찮은데.”
진명이 고개를 돌려 소미를 보니 입을 헤 벌리며 자고 있다.
“졸리면 자. 이모가 알아서 잘 데려다 줄 테니까.”
“아니. 졸려도 자면 안 되지. 이모 혼자 운전하게 놔두는 건 의리가 없는 거니까.”
“호호. 우리 조카가 이렇게 이모를 생각한다니까.”
“당연하지. 이모는 내 엄마나 똑같은데.”
“후우. 언니도 이렇게 잘 큰 널 보면 뿌듯해 할 텐데...”
선영이 언니 생각을 하는지 얼굴이 잠깐 어두워진다.
진명이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모. 엄마랑 같이 살던 때 좀 얘기 해 봐. 궁금해.”
“음.”
선영이 생각을 잠시 정리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언니와 나는 어렸을 때 사이가 굉장히 좋았어. 언니는 나보다 세 살 밖에 많지 않았지만 꼭 엄마처럼 나를 보살펴줬지.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겁이 많아 어두워지면 화장실도 잘 가지 못했어. 그럴 때면 언니가 날 화장실까지 같이 가주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지. 내가 소심한 반면 언니는 대담하고 솔직하고 공부도 잘했어. 학교에서도 항상 선생님한테 칭찬 받고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이었지. 그런 언니가 좋아서 난 항상 언니 뒤만 쫓아다녔어. 딱지치기 같은 걸 하면 언니가 다 따내고 나는 언니 뒤에서 그걸 챙기며 좋아라 따라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네. 내 모든 생활엔 언니가 있었어.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는 언니를 의지하는 것이 더욱 심해졌지. 그렇게 찰떡처럼 붙어 다녔던 언니가 어느 날 편지 한 장만 남겨놓고 갑자기 사라진 거야. 진명이 넌 그런 기분 알겠니?”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알 것 같아. 엄마가 진짜 나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어. 언니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남자를 사귀더라. 키가 크고 얼굴도 제법 괜찮게 생겨 외모는 반듯했는데 난 그 남자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한테서 언니를 빼앗아 갔거든.”
진명은 아빠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언니는 그 남자하고 사귈 때도 나한테 소홀하진 않았어. 나를 전과 똑같이 예뻐해 줬지. 하지만 사랑은 나눌 수가 없는 건가? 내가 중3이 됐을 때 동네에서 큰 사건이 터졌고 알고 보니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은 네 아빠, 이종성이란 사람이었어. 그 사람은 더 이상 우리 마을에서 살 수가 없었고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혼자 떠나지 않고 언니까지 데리고 가 버린 거야.”
“으음.”
“언니가 떠나버린 그때 난 내 평생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실감 때문에 며칠을 잠도 못자고 울었어. 언니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지만 그보다 더 언니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지.”
진명이 손을 뻗어 선영의 운전하지 않고 옆으로 둔 그녀의 오른 손을 잡았다.
위로하는 조카의 손을 느끼자 선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괜찮아. 뭐. 언니가 그렇게 도망을 가서 좋은 점도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어?”
“응. 언니가 그렇게 갔으니까 진명이 널 낳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진명이 널 어떻게 지금 보겠니?”
“그런가?”
“응. 진명이 넌 언니를 많이 닮았어. 그 솔직하고 대담한 기질하며, 어떨 때 널 보면 내가 언니를 보고 있나, 착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선영이 무심결에 내놓은 말에서 그녀의 본심을 느끼고 진명은 감격했다. 이모가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엄마가 도망가고 이모는 어떻게 살았어?”
진명이 묻자 선영이 대답한다.
“너무 힘들었지. 아빠는 돈도 별로 벌지 못하고 무능력한 데다 집안 일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나는 혼자서 집안일 하고 학교까지 다녔지. 언니가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어.”
“그랬겠네.”
진명이 선영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나는 간신히 고등학교는 마쳤어. 그리고 바로 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회사가 바로 지금 네 이모부가 오너로 있는 그 회사야.”
“아!”
“그때는 그 사람 꽤 멋있어서 내가 먼저 유혹을 했는데...”
“그랬어?”
진명이 호기심을 보이자 선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보다 나이는 한참 많지만 회사 사장님인데다 얼굴도 잘 생겼어. 비록 중소기업이었지만 꽤 탄탄한 회사였고 사장 비서로 들어간 나로서는 그가 하늘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근무를 하다 이모부와 사귀게 됐고 소미를 갖게 되니까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지.”
“그럼 이모는 이모부가 첫사랑이네?”
“응. 고등학교 때 미팅은 해 본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남자를 사귄 것은 이모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식을 했지만 그때 난 결혼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어. 이모부가 너무 듬직하게 보였고 아빠가 줄 수 없는 능력과 자상함을 모두 갖춘 그가 너무 멋지게 보였으니까. 그렇게 결혼해서 소미를 낳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 어때? 이모 과거, 별 재미 없지?”
“아니. 무지 재미있다. 이모.”
“응?”
“내가 나중에 능력 있는 사람 돼서 엄마가 이모 서운하게 했던 거 다 갚아줄게.”
“호호. 그럴 거야? 우리 진명이 두말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지금 이 말 책임지는 거다?”
“응. 걱정 말라구. 난 한 번 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지는 성격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모하고 한 약속을 내가 어기겠어?”
“호호호. 좋아.”
선영이 크게 웃었는지 소미가 잠에서 깨어나 그들을 보고 물었다.
“어이. 거기 두 사람. 왜 손은 잡고 그래? 꽤나 다정해 보이네?”
“응. 진명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이 엄말 먹여 살린단다. 엄마가 기분 좋아서 웃었다.”
“그래? 잘 됐네. 그럼 나는 나중에 엄마하고 안 살아도 되는 거지?”
“저게. 말하는 것 좀 봐라. 빈 말이라도 엄마한테 효도하겠다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렵나.”
“난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라서...”
소미가 새침한 표정으로 말하자 진명이 웃으며 선영에게서 손을 뗐다.
“하하. 소미가 말은 저렇게 해도 속마음은 엄청 곱지.”
“하여간 저 까칠이 편들어주는 사람은 진명이밖에 없다니까.”
선영이 말을 하다 웃는다.
그렇게 세 사람은 즐겁게 웃고 떠들며 속초에 도착했다.
콘도에 도착하자 진명은 선영이 체크인 하는 동안 주차장에서 무거운 짐들을 모두 옮겼다.
룸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방 두 개에 거실도 크지 않고 모든 것이 아담했다.
“급하게 구하느라 작은 평수밖에 구하질 못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선영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넓고 좋은데. 와 저기 저 바위 좀 봐. 엄청 멋있다.”
진명이 베란다 쪽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 감탄하자 선영이 설명해준다.
“저거. 울산바위야. 설악산 절경 중 하나지.”
“아.”
진명이 베란다로 나가 처음 보는 설악산을 구경하는 동안 소미는 방문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다행히 방 두 개 모두 침대가 있네.”
선영이 소미에게 말했다.
“넌 침대 없으면 못자지?”
“응. 안방은 크고 넓으니까 엄마가 써라. 난 저 작은 방을 쓸게.”
“오빠는 어떡하고?”
“오빠는 거실에서 자든지, 아니면 안방에서 알아서 자면 되지.”
“야. 오빠는 남잔데, 작은 방을 오빠한테 쓰라 하고 우리 둘이서 넓은 안방을 쓰면 되잖아?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한 침대에서 자 보자.”
선영의 말에 소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딱 잘랐다.
“안 돼. 난 남하고 같이 자 본 적이 없어서 혼자 방 써야 돼.”
“야. 엄마가 남이냐?”
“엄마도 참.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난 옆에 누가 있으면 잠을 못 잔다고. 그러니까 작은 방은 내가 쓸 거야. 나, 방에 들어가 짐 푼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미가 자기 짐을 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선영은 어이가 없는지 한숨만 내 쉬었다.
“후우. 저 까칠한 녀석. 언제나 철이 들까?”
진명이 베란다에서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선영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 놔 둬. 난 거실에서 자도 되고.”
“야. 여기 거실은 너무 어수선해서 잠을 자기엔 곤란할 것 같다.”
“그럼. 안방 침대 밑에서 잘게. 안방이 넓어서 충분할 것 같은데. 이모는 싫어?”
“아니. 내가 싫을 게 뭐 있니? 진명이 네가 불편할 까봐 그러는 거지.”
“난 괜찮아. 여행 왔는데 이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그래. 이틀 지낼 거니까 불편해도 좀 참아라.”
“오케이. 이모도 짐 좀 풀어. 왔으니까 바다 보러 가야지.”
“알았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준비해서 점심은 바다에서 먹으면 되겠다.”
놀러갈 준비를 모두 마친 뒤 세 사람은 차를 타고 바닷가를 향해 갔다.
“난 사람들 많은 데는 별론데. 너희들은 어때? 사람들 많이 모이는 해수욕장으로 갈까? 아니면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갈까?”
선영이 의견을 묻자 소미가 말했다.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 옛날 동해안에 왔을 때 조개 잡고 놀았는데 사람들 많으면 조개를 많이 잡을 수가 없어.”
“그래요. 소미 말대로 하자.”
진명도 동의를 하자 선영이 활짝 웃었다.
“호호. 모처럼 의견 통일이네. 좋아. 가서 재미있게 놀아보자.”
콘도에서 시가지로 나와 북 쪽을 향해 한참 달리다보니 한적한 해수욕장이 보였다.
“저기가 좋겠다. 사람도 별로 없고.”
선영이 우회전을 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한 천막에서 사람이 나와 그들에게 다가왔다.
“텐트 하나 사용하시죠. 샤워도 무료에 튜브도 원하시는 대로 빌려드립니다.”
선영이 가격을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사람에게 돈을 건넸다.
“잘 됐다. 그러지 않아도 그늘 진 곳이 필요했는데. 자. 짐 들고 가자. 야. 소미 너도 짐 들어야지.”
몸만 가려는 소미를 선영이 붙들자 진명이 만류했다.
“괜찮아 이모. 짐이 많지도 않은데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이모도 먼저 가 있어.”
“야. 어떻게 그러냐. 이모랑 같이 들고 가자.”
“괜찮은데...”
진명은 선영과 함께 짐을 들고 대여해 놓은 텐트로 갔다.
“와아. 바다 좀 봐. 얼른 들어가야지.”
소미가 자기 짐 속에서 수영복을 꺼내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도 수영복 갈아입어야지.”
진명의 말에 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 우리 먼저 갈아입고 나올게.”
“응. 나쁜 사람들이 우리 이모 못 보도록 내가 잘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진명이 눈을 찡긋, 하며 장난스럽게 웃자 선영도 그를 향해 혀를 낼름, 거리며 짓궂은 표정으로 응수하다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이모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향해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져 진명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이런 행동도 여행이라서 가능한 것이다.
문이 들춰지고 소미가 먼저 나왔다.
‘야! 예쁘다.’
분홍 비키니를 걸치고 나온 소미의 몸매는 날씬하다 못해 약간 야윈 편이었다. 하지만 가슴은 엄마를 닮아 마른 몸에 비해 제법 볼록 솟아올라 있어 모델 뺨치게 몸매가 예뻤다. 더구나 원래부터 예쁜 얼굴과 또 그에 못지않게 드러난 몸도 하얗고 매끄러워 남자들의 시선을 대번에 사로잡을 만했다.
진명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몸매를 감상하자 소미가 쑥스러운 듯 두 손으로 가슴부위를 가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응큼하게... 뭘 그렇게 보는데?”
“야. 아무리 사촌이라지만 나도 남자야. 이렇게 여신처럼 아름다운 몸이 눈앞에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냐?”
“내가 그렇게 예뻐?”
“그럼. 넌 남자친구도 없냐? 남친 있으면 날마다 얘기해 줄 것 같은데.”
“난 그런 거 안 키워.”
“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어야 남친을 만들지.”
“눈이 너무 높은 건가?”
“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난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남자는 쳐다보기도 싫어.”
“키스도 안 해 봤겠구나.”
“당연하지. 마음에도 안 드는 놈하고 징그럽게 키스는 왜 하는데?”
“뭐. 하면 기분 좋으니까 하겠지.”
“그러는 오빠는 키스해 봤어?”
소미의 말에 진명은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모와 소미는 자신을 여자라곤 전혀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자신이 여자들과 섹스했던 전부를 알게 되면 두 여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진명은 그들에게 사실대로 얘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야 키스는 해 봤지.”
소미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언제? 오빤 태권도에 빠져 살았잖아?”
“응. 태권도 배우기 전에 잠깐 반 친구랑 사귄 적이 있어. 그때 키스도 해 봤지.”
“그랬구나.”
“소미 너 나중에 남친 사귀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라. 오빠가 진짜로 멋진 놈인지 살펴봐줄게. 또 남자하고 사귈 때 주의사항 같은 것도 일러주고 말이야.”
“알았어.”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텐트가 열리고 선영이 나왔다.
‘......!’
노랑 비키니를 입은 선영의 몸을 보자 진명은 갑자기 자지가 불끈 서며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몸매는 날씬하고 가슴은 빵빵하다.
마른 소미보다 약간의 살집이 있어 적당한 몸매였는데 가슴이 크다보니 오히려 몸이 마르게 보이는 것이다.
진명은 선영의 가슴을 집중해서 보았다.
‘......!’
C컵과 D컵 중간 정도 크기의 가슴이 얇은 천조각 하나에 가로 막혀 있는데 마치 답답하다는 듯, 금방이라도 비집고 밖으로 나올 것처럼 그것은 팽팽하고 탄력이 넘쳐흘렀다.
진명은 선영과 소미를 잠깐 비교해 보았다.
소미는 지금 중3이다. 한창 발육하고 있는 여자로 어찌 보면 36살이나 먹은 이모와 비교해서 남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진명은 소미에겐 별다른 욕망을 느끼지 못했다. 소미가 예쁘긴 하지만 그녀는 진명에게 그 동안 남자로서의 어떤 호감이나 행동을 표현하지 않았고 진명은 그녀의 눈치를 주로 살피며 그녀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그녀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으려고만 노력해왔기 때문에 여자로의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선영은 달랐다.
진명은 지금도 선영을 처음 만나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 엄마가 죽고 홀로 호텔 빈 방에 남아 극도의 상실감을 느꼈을 때, 세상에 자신밖에 안 남았다고 느낄 그 처절하도록 외로웠던 순간에 이모를 만났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 엄마의 죽음을 보고 애통하게 울어주던 일, 진명을 보듬고 위로해주던 그 따뜻함, 그리고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집에 데려와서 자신을 돌봐주던 그 순간순간...... 진명은 가장 비참하고 어려웠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이모를 잊는다면 자신이 인간이 아닐 거란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러나 선영이 베풀어준 일과 진명이 그녀에 대해 성욕을 느끼는 것과는 사실 약간 다른 문제였다. 진명이 그녀에게 성욕을 느끼는 이유는 그녀가 진명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었다. 진명이 선영과 생활해 온지도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다 돼 가는데 그 세월 동안 진명은 틈만 나면 선영과 스킨쉽을 나누었다. 자신의 자지를 보여주고 만져달라고 한 적도 있었고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심지어 옷밖이라고 해도 젖꼭지까지 더듬었던 적도 있었다. 만약 그럴 때 선영이 싫었다면 진명에게 확실한 선을 그었을 것이다. 사실 진명의 그런 행동은 조카가 이모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엄연한 성적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선영은 진명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았다. 물론 엄마를 잃은 진명이 불쌍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조카가 불쌍하다고 해도 싫다면 그런 행동을 묵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선영은 진명의 그런 행동을 다 받아주었다. 난감해하기도 했고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진명의 그런 행동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목석이라도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3년 이상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차릴 것인데 진명처럼 그쪽으로 눈치가 빠른 녀석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이모도 나를 성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향하는 선영의 마음이 단순한 조카 그 이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가능성이 있는 것에 기대를 하고 또 그 기대를 이루려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소미가 진명에게 성적 관심을 보였다면 진명도 소미에게 들이대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진명도 소미에게는 그쪽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그녀를 봐도 성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모는......
생각을 멈추고 진명이 선영을 향해 크게 외쳤다.
“와. 이모 진짜 끝내준다.”
“뭐가.”
선영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보며 진명은 순간 지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가만 보면 선영의 성격이 지수를 닮아 있었다. 수줍어하고 부끄러움을 타는 저런 모습. 만약 선영이 지수 나이였다면 지수처럼, 아니 지수보다 더 착하고 부드러운 여자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모를 보면 소미 언니 같아. 소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진명의 말에 소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 봐줄만 하네.”
두 사람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선영이 얼른 소미 곁으로 가 앉았다. 그러자 소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 나, 가서 놀래.”
“야. 기다려.”
선영이 소미의 팔을 잡아 다시 앉혔다.
“왜?”
“선크림 발라야지. 이런 바닷가에서 선크림 안 바르고 놀다간 몸이 다 익어버린다?”
“그래? 빨리 발라줘. 나 빨리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
“좀 보채지 마라. 애기도 아니고.”
선영이 소미의 팔을 철썩, 한 번 때리더니 선크림을 그녀의 몸 구석구석 바른다.
진명은 선영의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
천조각으로 가려진 가슴과 보지부근을 빼고 몸 전체를 바르는 그 동작이 무척 부드러워서 꼭 선영이 손으로 딸의 몸을 애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 됐다.”
선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미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자기 몸보다 큰 튜브를 손에 들고 바다로 뛰쳐나갔다.
“소미야.”
선영이 불러도 소미가 대답하지 않고 그냥 달리자 선영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엄마도 발라주고 가야지.”
진명이 그 말을 듣고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는 내가 발라줄게. 자 선크림 줘 봐.”
진명이 손을 내밀자 선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먼저 바르자. 너도 들어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응. 알았어.”
진명이 수영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선영이 그의 몸을 보았다.
선영의 시선을 느끼고 진명은 가슴을 폈다. 사실 몸 하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보디빌더처럼 일부러 근육을 키우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운동으로 단련된 몸은 인위적으로 근육을 키운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멋스러웠다.
처음에 감탄 섞인 표정으로 그의 상체를 보다 그녀의 눈이 아래로 내려가 진명의 하체를 보았다.
‘......!’
선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싶더니 그녀가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돌린다. 진명은 시선을 내려 수영복을 보았다.
‘......!’
자신이 봐도 약간 민망하긴 하다. 수영복은 팬티처럼 작은데 성기가 너무 커 왠지 부조화스럽다. 진명은 자지도 컸지만 불알도 다른 사람에 비해 큰 편이라 작은 수영복이 그 두 물건을 수용하기엔 너무 버거웠고 그 부분이 너무 심하게 돌출돼 보였다. 이모도 그것을 보고 민망해 고개를 돌린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걸로 창피해 할 진명이 아니었다.
태연한 표정으로 선영의 곁에 진명이 앉자 그제야 그녀가 그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이모가 크림 발라줄게.”
“응.”
이모가 자신의 몸을 문지른다고 생각하자 진명이 기쁜 맘을 숨기지 않고 활짝 웃었다. 그러자 선영이 그를 향해 가볍게 눈을 흘긴다. 간단한 그녀의 동작 하나에 진명의 가슴은 또 설렌다. 마치 애인을 향해 밉지 않은 투정을 부리는 처녀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진명의 가슴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진명의 얼굴에 선영이 선크림을 발라가자 그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모. 이러고 있으니까 3년 전 이모가 약 발라주던 일이 기억난다.”
“아. 불량배한테 맞고 온 그날?”
선영이 대번에 기억해내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모가 약 발라주니까 그때 얼마나 시원하던지. 그때는 얼굴을 맨 나중에 발랐는데 오늘은 얼굴이 먼저네.”
“그땐 얼마나 놀랐던지.,. 생각하기도 싫다.”
선영이 고개를 흔들자 진명이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난 그때가 가장 좋았는데...”
“왜?”
“그땐 이모가 가슴도 만지게 해 줬는데...”
“그래서 좋았어?”
“응. 어렸을 때는 엄마 가슴 만지는 게 좋았고 이모하고 살 때는 이모 가슴 만지는 게 제일 행복했어. 이모 가슴 만지면 꼭 엄마하고 같이 있는 거 같고 엄마가 살아 있는 거 같았거든.”
“그랬구나. 그런데 그 후로는 네가 만지고 싶다는 말도 안 했잖아?”
“그랬나? 그럼 지금 한 번 만져볼까?”
진명이 음흉하게 웃으며 손을 뻗자 선영이 그 손을 가볍게 쳤다.
탁-
“크림 발라야지. 가만 있어.”
“크림 다 바르면 만지게 해 줄 거야?”
“오늘 또 왜 그러니? 그 동안 안 그러더니...”
“여행 왔잖아?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러지. 한 번만 만져보자.”
진명이 또 손을 뻗자 선영이 몸을 틀며 주위를 살핀다.
“싫어. 사람들이 보잖아.”
진명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
아무리 한적한 해수욕장이라고는 해도 동해안이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그들 중에는 두 사람을 보는 시선도 꽤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보챌 수가 없어 진명은 손을 내리고 선영에게 몸을 맡겼다.
“아유. 체격이 커서 소미보다 훨씬 크림이 많이 들어가네.”
크림을 다 바른 선영이 마침내 진명의 몸에서 손을 떼자 그가 그녀의 손에서 선크림을 받았다.
“이제 내가 이모 해줄게.”
선영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진명에게 몸을 맡겼다.
선영이 했던 것처럼 진명은 먼저 그녀의 얼굴에 선크림을 발랐다. 마치 애무하듯 얼굴 전체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고 그 다음 목으로 내려가 가슴 위쪽을 모두 발랐다.
가슴 밑으로 진명의 손이 내려가자 선영의 몸이 약간 뒤틀린다. 배꼽이 있는 근처에 진명의 손이 한참 동안 머무르며 쓰다듬자 선영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우!’
그렇게 상체를 끝내고 진명은 그녀의 다리로 내려갔다. 먼저 발목부근부터 위로 올라오기 시작해서 무릎, 그 다음에 허벅지로 올라가자 선영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두 다리가 가볍게 벌어졌다. 진명이 그 벌어진 다리 사이로 손을 넣고 허벅지 안쪽을 문지르자 그녀가 다리에 힘을 주는지 근육이 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진명은 근육이 긴장을 풀 때까지 계속 그 안쪽 부근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어느 순간 선영이 힘을 풀자 진명은 손을 허벅지 안쪽 깊숙이 넣어보았다.
선영의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흠칫, 들어 올려지며 수영복 팬티가 손에 걸리자 진명은 손을 빼고 허벅지 뒤쪽을 발랐다.
뒤쪽을 다 바르고 다시 허벅지 안쪽으로 진명의 손이 들어가는데 선영이 아무런 말도 없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발랐던 곳을 또 바르냐며 핀잔을 줬을 건데 아무 제지도 없이 그저 바닷가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처음 크림을 바르던 동작이 나중에는 거의 애무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가 선영이 다리를 오므리자 진명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손을 완전히 뗐다.
“다 발랐어.”
“으응. 수고했다.”
선영이 꿈에서 깬 듯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진명이 웃으며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저기 좀 봐 이모. 파도가 크게 치는데 튜브 타고 나가서 파도타기하면 재밌겠다.”
“응. 먼저 나가. 이모는 정리 좀 하고 나갈게.”
“알았어. 나중에 봐.”
선영을 남겨두고 진명은 바닷가로 향했다.
‘소미가 어디 있나?’
한참을 둘러봐도 잘 보이지가 않는다. 여자 혼자서 튜브를 타고 있는 모양을 그리며 이리저리 찾고 있는데 가까이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저리 가요. 싫다는데 왜 자꾸 쫓아와서 귀찮게 하는 거지?”
“어허. 같이 좀 놀자는데 얼굴도 예쁜 아가씨가 튕기기는. 이런데 놀러왔으면 남녀가 같이 어울리는 게 정상이야.”
소미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명은 황급히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진명의 눈이 분노로 인해 위로 홱 치켜 올라갔다.
“아니. 저 쌍놈의 새끼들이.”
그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소미가 튜브를 타고 있는데 그녀 주위로 세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둘러싸며 소미를 희롱하고 있었다. 특히 그 중에 한 놈은 소미와 거의 딱 붙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어 소미의 몸을 만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진명이 물속으로 들어가 소미 가장 근처에 있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뒤에서 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딱-
“아악!”
놈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진명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뺨부터 날리고 봤다.
철썩-
“악!”
두 번째 뺨을 맞은 것은 타격이 컸는지 놈이 두 손으로 맞은 쪽을 감싸며 비틀거렸다. 뒤로 주춤 물러나며 놈이 고개를 드는데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너. 뭐하는 놈인데 시비야?”
다른 쪽에 있던 녀석이 인상을 구기며 가까이 다가오자 진명은 얼른 소미의 팔을 붙잡고 육지를 향해 나갔다. 소미 역시 물속에서는 진명이 몸을 운신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그의 곁에 찰싹 몸을 붙이고 그를 따랐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소미의 맨살이 가슴에 닿고 그녀의 가슴이 팔에 느껴지자 진명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그것은 잠시, 진명은 모래사장으로 나가자 소미를 뒤로 세우고 놈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씨팔. 너 뭐야?”
뺨을 맞은 놈이 진명을 향해 욕을 하며 다가오자 나머지 두 녀석도 같이 합세하며 그를 위협했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진명에게 맞은 놈은 체격이 가냘프고 곱상하게 생겼지만 나머지 두 녀석은 덩치도 크고 얼굴이 험상궂어 얼굴로만 봐서는 한 주먹하게 생겼다.
하지만 진명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놈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소미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
진명이 곱상하게 생긴 놈에게 말했다.
“너 이 새끼. 내 동생 성희롱했지? 내가 경찰에 신고하려다 뺨 때리는 것으로 그친 줄 알아.”
진명이 자신을 오빠라고 밝히자 잠시 멈칫, 하던 놈이 그래도 억울한지 바로 뒤에서 따르던 놈에게 눈짓을 주며 말한다.
“내가 언제 성희롱을 했다고 그래? 저 아가씨 몸에 손도 안 댔는데.”
“야이 새끼야. 내가 다 봤는데 오리발이야? 그리고 사내새끼들이 쪽수만 믿고 설치는 꼴이라니. 완전 양아치가 따로 없구나. 쓰레기들 같으니라고.”
진명이 욕을 하며 침까지 퉤, 뱉자 뒤에 있던 덩치 중 하나가 진명을 향해 달려 나왔다.
“이 새끼. 도저히 못 참게 만드네. 어디 한 번 죽어봐라.”
놈이 진명의 가까이 다가와 주먹을 뻗기도 전에 진명의 발이 먼저 올라갔다.
휙-휙-
퍽! 퍼벅-
“아악!”
진명의 발이 올라가 놈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그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다시 올라가 연속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방을 연속 맞은 덩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아니!”
처음 진명에게 맞은 놈이 아마 세 놈들 중 리더인 것 같았다. 그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나자 나머지 한 놈도 따라서 물러섰다.
“아이고.”
쓰러졌던 덩치가 몸을 일으키는데 충격이 컸는지 진명의 눈치를 보며 리더에게 붙었다.
그들이 머뭇거리자 진명이 말했다.
“왜? 난 아직 양이 안 차는데. 너희들 쪽수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한꺼번에 다 덤벼라.”
진명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들을 조롱하는데 아무래도 붙어봐야 좋은 일 못 볼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리더가 두 녀석에게 뭐라 소곤거리더니 진명을 향해 말한다.
“씨팔. 너 나중에 보자.”
“야이 새끼야. 지금 볼 수 있을 때 봐야지 왜 나중에 봐. 어서 덤벼.”
진명이 한 걸음 다가서자 리더가 꼬리에 불 붙은 개처럼 반대편으로 줄행랑을 쳤다.
“새끼들. 진짜 별 것도 아닌 놈들이...”
진명이 중얼거리며 소미를 향해 돌아섰다.
“소미야. 괜찮아?”
그가 다가가 소미의 어깨를 만지며 물었다. 이렇게 한 건 했으니까 어깨 정도는 만져도 된다는 생각에 가벼운 스킨쉽을 한 거였다. 역시 소미도 많이 놀랐는지 진명이 자신의 맨살을 애무하듯 만져도 가만 있는다.
“응. 지금은 괜찮아. 그런데 아까는 많이 놀랐어. 그 역겨운 자식이 내 몸을 만지려고 하잖아?”
진명이 어깨에 닿은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많이 놀랐겠다. 그래. 그 놈이 네 몸을 만진 거야?”
“아니. 오빠가 그때 안 왔으면 그렇게 됐을 거야.”
“내가 안 늦어서 다행이다.”
“응.”
진명이 머리카락을 애무하 듯 만져도 그녀가 거부하지 않자 진명은 마음 속으로 흐뭇해하며 손을 뗐다.
“이제 오빠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마음껏 놀아.”
“응. 오빠. 그런데 지금 보니까 진짜 실력 좋다.”
“하하. 운동을 지금까지 열심히 했는데 그런 피라미들한테 지겠니?”
“그러게. 그 덩치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걸 보니 오빤 힘도 좋은 거 같아.”
“내가 힘 빼면 시체지. 한 번 느껴볼래?”
진명이 말과 함께 소미의 다리와 등에 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힘을 불끈 주어 그녀를 들어올렸다.
“어머!”
너무나 가볍게 자신의 몸이 진명에 의해 들어 올려지자 소미가 탄성을 발하며 그의 목을 두 손으로 끌어안았다.
“어때? 오빠 힘 세지?”
“응.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내려줘.”
“오케이.”
진명이 내릴 때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안아서 세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손이 그녀의 엉덩이에 닿자 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두 발이 완전히 땅에 닿자 소미가 튜브를 들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진명은 물에 들어가기 전, 텐트가 있는 쪽을 보았다.
마침 이모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이자 그가 손을 높이 들고 신호를 보냈다.
“이모! 여기야.”
튜브를 들고 오던 선영이 진명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호호. 아직 물에 안 들어갔어?”
“이모 기다렸지.”
“호호. 진짜?”
진명의 거짓말에 선영은 기쁜 얼굴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아. 시원하다.”
선영이 물에 들어가며 탄성을 발하자 진명도 그녀의 뒤를 따라 물로 뛰어들었다.
“야호!”
진명이 선영을 향해 손으로 물을 튕기자 그녀가 얼굴에 정통으로 물을 맞고 비명을 지른다.
“아야! 진명이 너.”
그때 뒤에서 소미가 그를 불렀다.
“오빠!”
“응?”
고개를 돌리자 소미의 얼굴 대신 물벼락이 진명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어푸!”
소미가 선영을 대신해서 진명에게 복수한 것이다.
눈과 코에 들어간 물로 인해 한 동안 캑캑 거리던 진명이 소미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
“너. 감히 오빠한테 물을 뿌려? 내가 배로 갚아주지.”
“어머. 무서워. 엄마. 오빠 좀 말려 줘.”
소미가 엄살을 피우며 뒤로 물러나자 그의 뒤에서 나긋나긋한 팔이 그의 몸을 꽉 틀어 안았다. 그와 동시에 등에 와 닿는 물컹한 감촉은 돌아보지 않아도 이모의 가슴이란 걸 진명은 느낄 수 있었다.
자극을 받자 대번에 자지가 단단하게 선다.
진명은 선영이 뒤에서 방해하자 몸을 굽히고 손을 뒤로 뻗어 선영을 업었다.
“읏샤!”
진명이 선영을 업고 일어서자 그녀가 뒤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탄성을 발한다.
“어머. 진명아. 이모 내려 줘.”
“안 돼. 소미 혼내주기 전까지는 못 내려주지.”
진명이 선영을 업은 채 소미에게 다가가자 소미가 진명의 얼굴을 향해 다시 물을 튕겼다.
철썩-
선영을 업느라 두 손이 묶인 진명은 또 소미에게 고스란히 물세례를 받고 말았다.
“어푸. 소미 너. 잡히면 죽었어.”
진명이 일부러 험상궂은 표정을 하며 소미의 뒤를 쫓자 소미가 깔깔 웃으며 뒤로 물러난다.
“호호. 그렇게 느려서 나를 잡겠어. 어디 한 번 더 물맛 좀 봐라.”
철썩-
선영을 업고 있어 진명은 소미에게 계속 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진명은 선영을 내려놓지 않았다. 소미에게 당할 구실을 주기 위해서였다. 진명의 몸이 자유로워서 소미를 쫓는다면 대번에 잡힐 것이고 또 진명에게 당하면 소미의 성격 상 삐칠 수도 있어 진명은 일부러 선영을 업고 소미에게 당하는 척 해주는 것이다.
“이제 내려 줘. 무겁잖아?”
뒤에서 선영이 소리치자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소미가 다가오며 외쳤다.
“휴전! 이제 내가 오빠 수영 가르쳐줄게.”
“너. 다음에 오빠가 이 바닷물로 배 채워줄 거야.”
“호호. 뭐. 실력이 되면 그러시든지.”
소미가 웃으며 말하는데 지금 그녀의 얼굴엔 평소 까칠한 기색을 티끌만큼도 찾을 수가 없이 맑고 즐거운 표정이다.
“너 진짜 수영 잘해?”
진명이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니까? 자. 내가 제일 잘 하는 게 배영이야. 배영부터 가르쳐줄게. 배영은 이렇게 몸을 뒤로 눕히고 몸이 뜨면 뒤로 팔을...”
소미가 몸을 뒤로 눕히며 팔을 위로 올리는 순간, 파도가 갑자기 들이닥쳐 그녀의 얼굴을 삼켰다.
꼬르륵-
“어푸푸!”
소미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는데 물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에 새하얗게 변하면서 연신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호호. 아주 수영을 잘 하는구나.”
선영이 소미를 놀리며 말했다.
“내가 바다는 다르다고 아까 얘기했지? 엄마가 말을 하면 들어야지. 네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니까 좋게 그냥 튜브나 타고 노셔.”
“씨이! 엄만 나를 너무 무시해.”
소미가 억울한 듯 선영을 노려보다 다시 몸을 뒤로 눕히고 배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역시 얼마 못가서 파도가 덮치자 물을 먹고 말았다.
“어푸. 쿨록콜록!”
눈물까지 흘리며 물을 게워내던 소미가 이젠 질렸는지 진명에게 말한다.
“오빠. 수영은 다음에 가르쳐줄게.”
“그래라. 이젠 뭐할 건데?”
진명이 웃으며 묻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얕은 데서 조개나 잡을 거야.”
선영이 말을 받았다.
“잘 생각했다. 깊은 곳은 위험하니까 꼭 얕은 곳에서 잡아.”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튜브를 들고 얕은 곳으로 가자 진명이 뒤에서 소리쳤다.
“누구 시비 거는 놈들 있으면 오빠한테 소리쳐.”
소미가 돌아보지 않고 손만 흔들며 앞으로 걸어갔다.
진명이 선영에게 말했다.
“이모는 수영 잘해?”
“아니. 옛날에 조금 배웠는데 실내에서 하는 거라 바다에서는 잘 안 돼. 그냥 튜브나 타고 놀아야지. 그래도 여긴 파도가 높아서 꽤 재미는 있겠다.”
“난 튜브가 없는데, 이모 것으로 같이 타자.”
“진명의 말에 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튜브가 커서 두 사람이 타도 충분하겠다.”
“이모가 올라 타. 내가 밀어줄게.”
“그래.”
진명의 도움을 받아 선영이 튜브 위로 몸을 올렸다.
“자. 간다.”
진명이 깊은 곳으로 튜브를 밀고 가자 선영이 그에게 말했다.
“키 넘는 곳으로 가면 안 돼.”
“그래도 조금 깊어야 재미있지.”
“위험하잖아?”
“뭐. 저기 보트도 다니고 구조대원도 있구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진명은 물이 목까지 차도록 선영의 튜브를 밀었다.
“꽤 깊다. 물이 차가워.”
“이모는 튜브 위에 있는데도 그래? 난 온 몸이 다 물속에 있는데.”
“더 이상 들어가지 마. 무서워. 저기 파도 온다.”
“와아.”
멀리서 집채만큼 큰 파도가 다가오자 진명은 환호성을 지르며 선영의 튜브 위로 온 몸을 기댔다.
순간 파도가 튜브를 때렸고 두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가랑잎처럼 뒤로 밀려났다.
“호호. 재미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튜브가 물위에서 흔들리자 선영은 신이 나서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진명도 꽤나 흥겨워 다시 깊은 곳으로 튜브를 밀고 가 파도를 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까, 그들은 멀리서 잔 파도를 여러 개 몰고 오는 커다란 파도를 보았다.
“어머. 저거 봐. 엄청나다.”
선영이 놀라 소리치자 진명도 선영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완전히 기울이며 외쳤다.
“이모. 저거 완전 재밌겠다.”
“호호.”
선영도 진명의 손을 꽉 붙들고 다가오는 파도를 맞았다.
마침내 큰 파도가 두 사람을 덮쳤다.
철썩-
그러나 이번 파도는 너무 높아서 그들이 타고 있는 튜브를 밀어내주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로 덮쳐버렸다.
“우악!!”
파도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얼굴까지 덮치자 그들은 물을 먹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며 몸을 비틀었다. 순간, 튜브가 두 사람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 쪽으로 기울다 기어이 엎어지고 말았다.
“어푸!”
진명은 몸이 뒤집어지자 순간적으로 당황해 두 손을 휘저었다.
‘......!’
뭔가 손에 잡히자 진명은 그것을 힘껏 잡아당겼고 그 뒤로 이모의 몸이 느껴지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뒤에서 두 팔로 안았다.
“이모! 괜찮아?”
두 발이 땅에 닿자 진명은 그제야 안심이 돼 상황을 살폈다.
‘......!’
발을 땅에 딛고 보니 물이 자신의 목까지 차 있어 이모는 튜브가 없으면 얼굴이 잠길 것 같은 깊이였다.
“이모.”
진명은 두 팔로 선영의 몸을 뒤에서 꼭 붙들고 튜브가 어디 있는지 살폈다.
‘......!’
튜브는 더 깊은 쪽으로 밀려나 있어 그걸 잡으려고 시도하면 약간 위험할 것 같다.
진명은 그녀의 허리춤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그녀를 위로 밀어 올렸다.
그녀가 올라오자 진명은 물었다.
“이모. 물 먹었어?”
“아니. 괜찮아. 그런데 튜브는?”
“저쪽..”
진명이 대답을 하다 그녀의 등에 시선을 두고 두 눈을 크게 떴다.
‘......!’
그녀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수영복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모.”
진명이 부를 때쯤엔 선영도 수영복이 사라진 사실을 눈치 채고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으, 응.”
“수영복이 사라졌네.”
“응. 오랜만에 입어본 거라 끈을 단단히 매지 못했나봐.”
진명은 조금 전 손에 걸려 잡아챈 것이 수영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지? 안 보이는데...”
선영도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주위를 살펴본다.
“후우. 이 넓은 바다에서......”
고개를 저으면서 튜브를 보다 선영이 진명에게 말했다.
“밀물이라 조금만 기다리면 튜브가 이쪽으로 오겠다. 우선 튜브라도 잡고 보자.”
선영의 말에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육지 쪽으로 약간 옮겼다.
“이모. 이제 발을 땅에 디뎌봐.”
선영이 그의 말을 따른다.
“괜찮은 거 같아.”
진명은 가슴까지, 선영은 목까지 물이 차 있어 이제 안전한 장소에서 튜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마음이 편해지자 진명은 당연히 이모의 몸에 관심이 쏠렸다.
‘......!’
지금 진명은 선영의 몸을 뒤에서 껴안고 있는 자세였다. 성기가 있는 부분은 그녀의 엉덩이 위쪽 부근에, 가슴은 그녀의 등에 딱 밀착이 되어있고 두 손은 그녀의 아랫배를 잡고 있었다.
진명은 그 상태에서 두 손만 풀어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쪽은 수심도 깊은 편인 데다 사람들도 많지 않아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랫배를 쓰다듬던 진명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
가슴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자 그녀의 두 손이 가로막고 있다.
진명은 이모에게 손을 치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로 하는 대신 자신의 손으로 서서히 그녀의 손을 밀어내 보았다.
진명이 힘을 점점 세게 주자 선영의 손이 주춤거린다.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을 풀어 진명으로 하여금 가슴을 만지게 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반응이었다.
때마침 그때 밀려났던 튜브가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모. 튜브 온다. 잡아.”
“응.”
진명의 말에 선영이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뻗어 튜브를 잡았다.
“잡았다.”
선영이 튜브를 잡고 얼굴에 웃음을 짓다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튜브를 잡기 위해서는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 수밖에 없었고 두 손이 풀리자 그 틈을 이용해 호시탐탐 노리던 진명의 두 손이 대신 선영의 가슴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아아!’
진명이 얼굴을 자신의 목에 기대고 가슴을 주무르자 선영은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여기서 뭔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옛날에 진명이 자신의 가슴을 만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중1 때였고 또 옷위로 만졌을 뿐이디. 그 뒤로 세월이 흘러 이런 장난은 한 적이 없는데 이제 거의 성인이 다 된 조카의 이런 행동을 그때처럼 장난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성적 행동이었으니까.
‘여기서 물리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하지만 조카의 가슴을 주무르는 손놀림이 어찌나 교묘하고 부드러운지 선영은 차마 멈추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선크림을 바를 때도 그랬었다. 조카의 손이 허벅지 안 쪽으로 들어오자 선영은 보지가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끼며 흥분에 몸을 떨었다. 그곳에서는 물이 흘러나왔고 그것이 수영복 밖으로 나와 조카에게 들킬 까봐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조카가 다른 쪽을 문지르고 다시 민감한 그쪽을 쓰다듬어도 왜 한 번 한 곳을 다시 하냐는 말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 어쩌면 좋아.’
선영은 튜브를 붙잡고 진명이 주무르는 가슴에, 그리고 엉덩이에 닿고 있는 뜨거운 물건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진명이 마침내 오똑 솟은 꼭지 두 개를 동시에 손가락으로 집어 돌리자 입속으로만 맴돌던 신음소릴 기어이 입밖으로 내고 말았다.
“아아.”
선영이 몸을 비틀며 신음소릴 내자 진명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곧 꼭지를 집은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흥분으로 평소보다 더 돌출된 젖꼭지를 동시에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아. 너무... 너무 좋아. 어쩌지?’
흥분으로 몸을 떨면서 선영은 조카도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을 더 이상 이모로 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오직 수컷의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진명의 손길이 두 개의 꼭지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선영이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불렀다.
“진명아!”
진명이 목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대답했다.
“응. 이모.”
“나...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 하면 안 돼?”
사정조로 얘기하고 있는 선영의 태도에 이모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선영의 말에 진명이 꼭지를 애무하던 손가락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모. 나도 너무 힘들어.”
“왜?”
“나. 아래가 터질 거 같아.”
“......!”
선영은 진명의 말에 의식을 엉덩이에 두었다. 지금 그곳은 차가운 바닷물이 따뜻해질 정도였는데 진명의 자지가 뜨겁게 달아올라있기 때문이었다.
“수영복은 작은데 내 그게 너무 커지니까 답답해 미치겠어.”
“어떡해?”
“이모가 좀 꺼내 줘. 정말 답답해 미칠 것 같아.”
“으응.”
선영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선영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자 진명이 그녀의 엉덩이에 붙이고 있던 하체를 뒤로 물렸다.
“이모. 빨리 팬티 좀 내려서 거기 숨 좀 쉬게 해 줘.”
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영복 팬티에 손을 댔다. 그녀는 조카가 아직 숫총각인줄 알고 있어 답답하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여자 경험이 없는 조카가 설마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선영이 진명의 수영복을 내리는데 엉덩이 쪽은 쉽게 내려가지만 자지가 있는 쪽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자지가 너무 단단하게 서서 그런 다는 것을 깨닫자 선영은 가슴이 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대체 얼마나 크고 단단하길래......’
수영복 천을 최대한 늘려 간신히 벗겨내리자 진명이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시원하다. 이모. 거기 한 번 만져봐.”
“내가?”
선영은 자신이 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진명이 먼저 말을 해주자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다.
“어디......”
선영은 자신이 지금 도를 한참이나 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본능과 호기심이 이성을 훨씬 앞지르자 자제하지 못하고 조카의 자지를 손으로 덥썩 쥐고 말았다.
“아아. 이모.”
진명이 크게 신음소릴 내자 선영도 속으로 탄성을 발했다.
‘아아. 그때보다 더 커졌어. 이렇게 뜨거울 수가...’
조카의 굵고 뜨거운 자지를 손으로 잡고 보니 그것을 그대로 보지에 대고 문지르고 싶어졌다.
‘아아. 이게 내 속으로 들어오면...... 아아. 나 어떡해.’
기둥 쪽을 쥐고 있던 선영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 귀두를 잡았다. 그리고 마치 뭣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귀두를 반쯤 덮고 있는 껍질을 까 내렸다.
선영이 겉으로 드러난 알맹이를 두 손가락으로 잡고 돌리자 진명이 그녀의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며 신음소릴 냈다.
“아아. 이모. 그렇게 하니까 이상해.”
“호호. 네가 조금 전 이모한테 한 복수야.”
진명이 조금 전에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잡고 돌린 것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 이런 말들을 만약 다른 사람이 옆에서 듣는다면 유치하고 웃기게 생각하겠지만 말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흥분에 온통 마음을 뺏겨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
진명에게 등을 완전히 기댄 채 선영은 그의 자지를 잡고 마치 딸딸이를 쳐주듯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진명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손장난은 누군가에 의해 금방 제지당하고 말았다.
“엄마! 오빠. 거기서 뭐해. 빨리 나와.”
육지를 등지고 있던 두 사람은 뒤에서 소미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소미가 그들을 향해 손짓하며 외치고 있었다.
“소미야. 왜?”
선영이 진명의 자지를 손에 쥔 채 소리치자 소미가 말했다.
“나 배고파. 그만 놀고 나와라.”
“응. 알았어.”
선영이 손을 놓자 진명도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뗐다.
“어쩌지?”
선영이 진명을 향해 돌아서며 묻자 그가 대답했다.
“이모는 튜브로 몸을 가리고 여기 있어. 내가 얼른 가서 이모 옷 가져올게. 옷은 가져왔지?”
“응. 내 가방에 보면 흰옷 있어. 그게 긴팔이고 두꺼우니까 그걸로 가져와.”
“응. 조금만 기다려.”
진명이 뭍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가자 선영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참았던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내가 미쳤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지만 만약 다시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결국 이번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 선영은 진명을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이 한심스러웠다.
“진짜 바보 같아. 그런데 내 마음을 이제 나도 모르겠다.”
고개를 흔들며 선영은 더 이상 머리 아픈 생각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