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55)

두 번째 섹스를 한 뒤로 진명을 대하는 보라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진명이 도장에 나와 있을 때면 항상 그의 곁에 붙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있을 때는 태권도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사람들이 없을 때면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스스로 그의 여친이 되려고 했다. 나이가 아홉 살 연상이나,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 같은 개념은 이미 보라의 머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는데 진명은 보라와 같이 지내면서 자지 맛을 확실하게 본 여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둘은 틈만 나면 섹스를 했다. 진명의 입장에서는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보라를 통해 욕구를 해결하게 되니 일석이조였고 보라는 진명의 몸을 통해 섹스의 참맛을 알게 돼 버렸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보라가 임신을 하게 됐다.

정상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라는 진명과 섹스를 할 때 콘돔이나 질외사정을 원하지 않았다. 진명의 자지가 보지 속으로 한 번 들어와 움직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흥분해 그 상태로 끝까지 가려했다. 도중에 자지가 빠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특히 마지막 사정을 할 때면 꼭 안에다 해주길 요구했는데 진명이 귀두를 불끈거리며 사정을 하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했고 보지로 진명의 정액을 받는 그 순간에는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극치의 황홀감을 느낀다고 했다.

진명 역시 사정을 할 때는 보라처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진명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그럴 것이다. 마지막 절정의 순간 여자의 보지 속 깊숙한 곳에 자지를 박고 마음껏 사정하는 것이야말로 남자들의 멋진 로망이니까.

진명은 그런 쪽으로 아직 문외한이라 잘 모르고 보라 역시 24살이면 그다지 나이가 많은 처녀라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조심한다고 했지만 섹스 하는 횟수가 길어지자 그녀도 그쪽으로 점점 무감각해져 어느 날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보라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자 진명은 당황했다.

만약 보라가 아기를 낳는다면 자기는 중학교 2학년, 아니 아기가 나올 때쯤이면 중3이 돼 있을 것이지만 아빠가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보라 역시 아기를 낳을 형편이 되지 못해 둘은 낙태를 하기로 결정했다.

낙태를 하던 날을 진명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원장이 여의사인 산부인과를 인터넷으로 찾은 두 사람은 일요일 아침 목적지로 갔다.

산부인과 앞에서 두 사람은 잠시 망설였다. 진명의 얼굴이 문제였던 것이다. 체격은 어른 이었지만 진명의 얼굴은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해 그를 성인으로 봐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터였다.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아니. 같이 들어가자. 누가 뭐라 하면 동생이라고 하면 되잖아?”

진명의 말에 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너무 떨리는데 같이 들어가자.”

그렇게 두 사람은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일은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 되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진명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수술이 끝난 보라를 만날 수 있었다.

“아. 어지러워.”

산부인과를 나서면서 보라가 어지럽다고 하자 진명이 그녀의 몸을 부축하며 물었다.

“어디서 좀 쉬었다 갈까?”

“그러자. 저기 모텔 있네. 저기서 잠시만 누웠다 가자.”

보라를 부축해 모텔에 들어가자 주인이 두 사람의 행색을 잠시 보다 그냥 말없이 돈을 받고 키를 건네주었다.

모텔방으로 들어서며 진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난 주인이 안 받아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그러게. 지금 손님도 없을 시간이고 주인한테는 이런 것도 다 장사니까 받아준 거겠지.”

“자. 어서 누워.”

진명이 보라를 침대에 눕히자 그녀가 진명에게 말했다.

“이리 와. 내 옆에 있어.”

“응.”

진명이 그녀 곁에 바짝 붙자 보라가 그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지금은 어때? 지금도 어지러워?”

진명이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괜찮아.”

“아프진 않아?”

“응. 아프진 않아. 그런데 거기가 이상해.”

“어떻게 이상해?”

“그냥 찌릿찌릿 해.”

“수술해서 그러겠지.”

“응.”

보라의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오더니 진명의 자지를 만진다.

자극을 받은 진명의 자지가 점점 부풀어 오르자 보라가 훗, 하고 웃으며 자지를 손가락 하나로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손가락 힘에 눌렸던 자지가 다시 올라오는데 이번엔 사이즈가 전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이 놈은 왜 또 이렇게 커지는 거야?”

“누나가 만지니까 그렇지.”

보라가 그에게 말했다.

“진명아. 너 욕실 가서 좀 씻고 올래?”

“왜?”

“나 그거 빨고 싶어.”

“응. 알았어.”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옷을 벗었다. 그 동안 보라와 섹스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 중에서 유난히 자지를 좋아했다. 항상 그것을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고 빨며 중얼거렸다.

“이걸 갖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 집에서도 생각나면 갖고 놀게.”

진명이 욕실에서 자지를 깨끗하게 씻고 나오자 보라가 손짓했다.

“얼른 이리 와.”

진명이 그녀의 곁에 앉자 보라가 그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가 허벅지 하나를 베개 삼아 누웠다.

“난 왜 이렇게 이게 좋을까? 이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겠어.”

보라가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이미 절반 쯤 서 있는 자지를 보라가 부드럽게 만지고 쓰다듬었다.

‘......!’

자지가 빳빳하게 서자 보라가 머리를 들어 귀두를 입속에 넣었다.

축축한 곳으로 들어가자 진명이 낮게 신음소릴 냈다.

“으음.”

익숙한 솜씨로 보라가 진명의 자지를 빨자 점점 진명의 신음소리가 높아진다.

“아아. 누나. 그만 해라.”

“왜?”

“그러면 하고 싶어지잖아.”

“그래? 알았어. 조금만 더 하고.”

보라가 진명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입을 놀렸다. 아니, 조금 전보다 더 자극적인 곳만 골라서 펠라치오를 한다.

“으음.”

진명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자지에 가해지는 자극을 즐겼다.

“하아. 힘들다.”

마침내 보라가 자지를 뱉어냈다.

침이 잔뜩 묻어 번들거리는 자지를 보자 진명도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을 아래로 구부려 진명이 벨트를 풀자 보라도 반항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어 그가 바지 벗기는 것을 도왔다.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아래로 내린 다음 진명은 보지 둔덕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

둔덕을 만졌을 뿐인데 손바닥에 물기가 묻어나왔다. 진명은 호기심에 손가락 하나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질입구에 뭔가 걸리자 진명이 그것을 빼냈다.

“아!”

보라가 짧게 신음소릴 내자 진명이 물었다.

“아파?”

“아니. 아프지 않아. 이상해서 그래.”

입구를 막아 놓은 것을 빼고 손가락을 그곳에 대자 엄청난 양의 물기가 만져졌다. 이제껏 보라와 섹스를 하면서 그녀가 이렇게 많은 물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피가 나오는 걸까?’

진명은 순간 겁이 나 손가락을 빼고 그것을 눈으로 살폈다.

‘......!’

약간의 핏자국이 보이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그녀가 흘린 애액이었다.

진명이 다시 손가락을 질입구에 대고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

“누나. 흥분되는 거야? 여기가 엄청 젖었다. 오줌 싸놓은 거 같아.”

“응. 나 미치겠어. 하고 싶어서. 진명아. 한 번만 넣어볼래?”

“뭐?”

진명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붉어진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누나. 지금 막 수술했잖아? 어쩌려고 그래?”

“아아. 도저히 안 되겠어. 조금만. 조금만 넣어봐. 응?”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애원하는 보라를 보고 진명은 잠시 갈등했다.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섹스를 원하는 그녀의 지금 심리상태를 잘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또 자신 역시 안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피가 귀두로 다 몰리는지 그곳이 팽창할 대로 팽창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그럼... 조금만 넣어 볼까? 정말 괜찮겠어?”

진명의 말에 보라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수술은 자궁쪽을 한 거니까 거기는 괜찮을 거야. 그 대신 살살 해 봐.”

“응.”

진명이 자지를 보지에 대고 가볍게 밀자 그곳에 고여 있던 애액이 밀리며 질꺽 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아아. 미치겠어. 오늘 나 왜 이러지? 거기가 민감해서 죽을 거 같아. 빨리 넣어봐.”

보라가 보채자 진명은 귀두를 질속으로 서서히 밀어 넣었다.

‘......!’

오늘따라 유난히 더 입구가 좁은 느낌이 들자 진명은 조금 더 힘을 주고 밀었다. 마침내 귀두가 근육의 저항을 뚫고, 하지만 엄청나게 쏟아낸 애액의 도움을 받아 질속으로 무난하게 입성했다.

“하악! 너무 좋아. 아아.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야. 아아.”

귀두만 들어갔을 뿐인데 보라가 몸을 틀며 거칠게 신음소릴 냈다.

진명 역시 이번엔 다른 날과 뭔가 달랐다. 귀두를 감싸며 조여오는 근육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진 것이다. 애액이 너무 많이 고여 질척거렸지만 귀두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마치 문어흡반처럼 조이며 달라붙는 느낌에 평소보다 훨씬 빨리 달아올랐다. 더구나 수술 받아 상처 입은 여잘 자지로 꿰뚫는다는 도착적인 생각까지 겹쳐지자 진명의 귀두는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 만큼 안에서 부풀어 올랐다.

“아아아. 자지가 너무 커서 터져버릴 거 같아. 으윽.”

진명이 귀두에 힘을 주고 불끈거리자 보라가 숨을 헐떡거리며 엉덩이를 스스로 움직였다.

“움직여 봐. 빨리. 나 도저히 못 참겠어. 허억.”

보라가 한 번 엉덩이를 움직이자 자지가 안으로 쑥 들어갔다. 순간 진명은 엉덩이를 뒤로 빼 자지를 물렸다.

“누난 가만 있어. 내가 천천히 할게.”

“아아. 알았어. 나 애태우지 말고 빨리 해 줘. 응?”

“알았어.”

보라가 가만 있자 진명은 그녀의 몸을 안고 자지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으. 좋아. 좋아죽겠어. 아아. 진명아. 사랑해. 네가 좋아 죽겠어.”

귀두가 움직이자 보라가 진명에게 말하며 보지를 바짝 조여왔다.

“누나. 오늘따라 보지가 너무 힘이 세다. 내 걸 꽉 조이는 거 같아.”

“아아. 흥분해서 그래. 진명이 네 것이 너무 커. 네 자지가 너무 좋아.”

“누나. 나도 오늘 이상하게 빨리 오른다. 이상해. 누나. 안에다 싸면 안 되지?”

“아니. 오늘은 싸도 돼. 의사가 그랬어. 소파수술하면 그날이 월경하는 날이라고 계산하랬으니까 오늘은 가장 안전한 날이야. 그러니까 다음부턴 조심하더라도 오늘은 마음껏 싸도 돼.”

“그래? 그럼 이렇게 하다가 나오면 싼다?”

“응. 조금만 더 하고. 조금만 더 하면 누나 완전히 가버릴 거 같아.”

“나도. 누나. 나도 이상하게 오늘 흥분이 된다.”

“그래. 같이 가자. 아아. 조금만 더 강하게 해 봐.”

보라의 요구에 진명이 자지를 더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혹시 자지끝이 자궁에 닿을까봐 뿌리 끝까지 집어넣지는 않고 중간쯤에서 점점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퍽퍽퍽- 퍽퍽퍽퍽퍽-

“아아. 나... 죽을 거 같아.”

보라의 보지가 진명의 자지를 끊어버릴 것처럼 강하게 압박하며 그녀의 신음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왕복을 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진명도 사정할 기미를 보이자 자지를 더욱 거칠게 움직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나. 나올 거 같아. 오늘은 이상하게 안 참아진다. 아아. 쌀게 누나.”

“싸. 싸 봐. 어서. 아아아. 진명아!”

보라가 이성을 잃고 방안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진명 역시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며 사정을 시작했다.

“으윽.”

진명이 굵은 신음소릴 냄과 동시에 귀두가 약동을 하듯 불끈거리며 정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아! 자기야.”

보라가 떨리는 음성으로 진명을 부르자 그가 그녀의 몸을 꼭 안아주었다.

“누나.”

진명이 보라와 사귄 이래 가장 치열했던 섹스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보라는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행동했던 그 날을 반성했다. 그리고 진명과 섹스를 할 때 임신에 대해 극도로 조심을 했다.

그렇게 한 해가 넘어갔고 진명은 3학년이 됐다.

3학년이 되자 진명의 몸은 한층 강하게 자랐고 열심히 연습한 태권도 역시 무서울 정도로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진명은 크나 큰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해는 올림픽이 있던 해였고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이 금메달을 한 개도 얻지 못하는 큰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가을에 태권도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대회가 열렸는데 공정한 심판의 판정을 약속하고 어떤 이권도 개입이 되지 않은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되었다.

그 대회가 열렸을 때 보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태권도가 약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큰 이유 하나는 협회나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의 비리 때문이라고 생각해. 권력을 가진 놈들이 돈이나 다른 이유들로 인해 맘대로 선수를 기용하니까 진짜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있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거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못 땄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차라리 잘 된 거야. 이제라도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면 조금 나아지겠지. 특히 협회장이 정대상이잖아? 도현이 아버지. 그 사람, 자기 자식이 태권도를 잘 하니까 이번엔 진짜 실력자를 뽑을 거야. 우리한테도 아주 좋은 기회가 되는 거지...”

그렇게 대회가 열렸고 그 대회에서 진명은 중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정도현도 대회에 참가했고 진명은 그와 대결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체급이 워낙 차이가 나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때라 그 대회는 매스컴의 이목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진명은 도현과 함께, 아니 도현보다 훨씬 더 대회 스타로 부각이 되었다. 진명이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은 이유는 당연히 그 실력 때문이었는데 그는 대회에 출전을 한 이후 우승을 할 때까지 단 한 번도 판정으로 가지 않고 모든 상대를 전부 KO시켰다. 그 대회에서 그의 탄탄한 기본기와 가공할 발차기의 파괴력이 검증되었고 2년 뒤 아시안 게임이나 4년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유망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정도현도 진명처럼 모든 상대를 때려눕히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협회장 아들이란 배경에 또 걸어 다닐 때부터 태권도를 했다. 반면 진명은 중1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고 뒤를 봐주는 사람도 전혀 없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이뤄낸 점이 도현과 달랐다. 사람들은 도현보다 진명이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재목이라고 인정을 해 준 것이다.

진명이 우승을 한 그날 보라는 잘 지켜오던 선을 또 넘어버렸다.

우승을 하고 인터뷰를 할 때 진명이 보라의 지도가 없었다면 우승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띄워주었고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자 흥분한 보라가 그날 진명과 섹스를 하며 또 그의 정액을 자궁 안에 마음껏 품었다. 진명도 우승을 한 기쁨이 너무 커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미친 듯 보라와 섹스를 나눴는데 그 결과 보라가 또 임신을 하고 만 것이다.

두 번째 임신을 하자 보라는 진명에게 알릴 면목이 서질 않아 혼자서 낙태수술을 하고 왔다. 그녀의 안색이 너무 안 좋은 것을 보고 진명이 추궁하자 보라가 임신과 수술 사건을 모두 말했고 당분간은 진명과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명도 두 번째는 처음과 달리 보라의 몸이 너무 안 좋아보였기에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진명은 드디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때 도현이 다니던 학교에서 그에게 제안을 했었다. 한성 체육중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 오직 태권도에만 전념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학비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니, 소정의 장학금까지 지불할 테니 자기 학교로 오라는 제안을 했다.

진명은 그 문제로 이모와 상의를 했다. 하지만 이모가 진명과 떨어지기 싫다고 했고 장학금 을 받아야 할 정도로 돈이 궁한 형편도 아닌 데다 보라와 떨어진다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걸려서 진명은 그냥 집근처에 있는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태권도는 자신이 열심히 하면 되니까 장소가 크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진명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던 진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도장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장에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운동에 열중하는데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왔다.

“어? 누나!”

보라의 얼굴이 보이자 진명이 반갑게 그녀를 불렀다.

보라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데 머리 스타일이 변했다.

“누나. 파마했구나?”

긴 생머리를 항상 뒤로 묶고 다니던 그녀가 머리를 약간 자르고 퍼머를 했는데 훨씬 성숙하고 멋스러워 보였다.

“진명아. 여기 앉아라. 너하고 할 얘기가 있어.”

“응. 말해.”

진명이 자리에 앉자 보라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그러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나.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아니. 별 거 아니야. 참. 너 오늘 입학식 했지? 잘 하고 왔어?”

“내가 할 게 뭐 있나? 그냥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거지.”

“그래. 진명아. 누나가 얘기하는 거 잘 들어?”

“......?”

“누나 곧 결혼해.”

“뭐?”

진명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자 보라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한 달 전에 선을 본 남자가 있는데 오늘 그 사람 집안과 상견례를 하고 왔어.”

“상견례가 뭐야?”“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기 위해 집안 어른들과 정식으로 만나는 그런 게 있어. 아무튼 오늘 그쪽 집안 어른들하고 아빠가 결혼을 정하고 날짜까지 잡아버렸어... 그래서 이젠 싫더라도 결혼을 해야 해.”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듯 진명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동안 날 피해 다니더니 다른 남잘 만나려고 그런 거구나.”

“미안해. 하지만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널 보면 내가 자꾸만 자제력을 잃게 되니까... 너하고 계속 그런 관계를 지속하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난 잘 모르겠다. 좋으면 만나는 거고 싫으면 헤어지면 되지. 무슨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해?”

“그런 게 아니야. 사실 저번에 수술을 했을 때 의사가 그러더라고. 또 그런 식으로 임신이 되고 중절수술을 하면 영원히 아기를 갖지 못 할 수도 있다고...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무서웠어. 난 결혼도 하고 싶고 아기도 낳아 잘 키우고 싶은데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다니.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네 얼굴을 볼 수도 없어. 진명이 너만 보면 너무 좋아서 또 그걸 하고 싶고 후회할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 그래서 너의 얼굴을 보기 두려워진 거야.”

“후우. 그래서 선을 본 거야?”

“응. 아무래도 이젠 내가 널 놔 줘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아무리 널 좋아한다고 해도 우리가 결혼할 수는 없잖아?”

결혼 얘기가 나오자 진명은 할 말이 없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무슨 결혼이란 말인가?

보라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한 달 전 아는 사람 소개로 선을 보게 됐어.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맘에 들었나 봐. 주선해 준 사람에게 계속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을 넣었고 주선해준 사람 성의를 봐서 몇 번 만나게 됐는데 그 사람, 외모와 달리 마음씨도 착하고 괜찮더라고. 그래서 그만 나도 결정을 해 버렸어.”

진명이 물었다.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의사야.”

“의사?”

진명이 약간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 사귀다 차였던 사람도 의사였던 것이다.

“너. 날 속물이라고 하겠지?”

보라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하자 진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뭐. 어쨌든 좋은 사람이라니 다행이다. 그 사람하고 결혼해서 잘 살아.”

진명이 차갑게 말하자 보라가 겁 먹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화 났어?”

“내가 화를 내든 이제 누나가 상관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진명아. 그러지 마. 나도 괴로워. 정말 너 싫어져서 그런 거 아닌데... 네가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지으면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그럼 어쩌라고? 누나 결혼하니까 웃으면서, 행복한 표정 지으면서 보내달라고?”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하고 사이 나빠지는 거 싫단 말야. 차라리 결혼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진명이 네가 날 미워하는 거는 안 돼.”

보라가 품속으로 안겨오자 진명은 한숨을 쉬며 그녀의 몸을 안았다.

‘......!’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자 기분과 상관 없이 자지가 발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섹스를 하자고 덤빌 수는 없기 때문에 감정을 꾹 눌러 참았다.

“나 진명이 너하고 헤어지기 싫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이런 거야. 그러니까 네가 조금만 이해를 해 주고 날 보내 주라. 나 결혼해서도 너하고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단 말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모를 거야.”

“후우. 알았어. 누나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지. 누나 결혼 축하해 줄게.”

“고마워. 진명아. 누난 당분간 여기 못 나올 거니까 이제부터는 아빠가 널 직접 가르쳐 줄 거야. 너도 다른 생각 품지 말고 계속 운동에 전념해. 올림픽에 나가서 꼭 금메달 따야지.”

“알았어. 누나도 잘 살고 그 사람하고 잘 안 되면 언제든 돌아와.”

“정말?”

보라가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진명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오랜 시간 동안 키스를 나누고 진명이 입술을 뗐다.

“물론 나도 여자친구가 생기겠지만 누나가 좋다면 나야 언제든 누날 받아줄 수 있지.”

“후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사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혼하고 자리가 잡히면 여기 나와 아빠 일을 더 도울 생각이었거든. 수강생들도 점점 늘어나니까 도장도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진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작년에 진명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로 도장이 언론을 타자 수강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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