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55)

다음날 수업이 다 끝나자 은성이 진명에게 말했다.

“진명아. 우리 얘기 좀 하자.”

“난 할 말 없다.”

진명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자신의 뒤틀어진 얼굴을 보며 궁금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쪽이 팔려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그럼 지금 여기서 말해. 나 오늘 태권도 학원 가기로 이모하고 약속 했으니까 다른 데 못 들려.”

“아! 태권도 배울려고?”

은성이 진명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은성이 진명에게 말했다.

“나 도현이하고 끝냈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진명이 차디 찬 표정으로 대꾸하자 은성이 풀 죽은 음성으로 말한다.

“미안해. 모든 것이 내 잘못이야.”

은성이 시종 저자세로 나오자 진명의 화도 어느 정도 풀렸다.

“너.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나하고 사귄 거잖아? 난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현재까지도 사귀면서 네가 그렇게 양다리를 걸친 줄은 몰랐다. 그리고 양다리를 걸쳤다면 확실하게 관리를 하든가. 이렇게 민폐를 끼칠 수가 있냐?”

“미안해. 사실은 나도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이 벌어졌거든.”

“그 놈하고는 언제부터 사귄 거야?”

“작년 가을에 도현이가 전국태권도대회 초등부에서 1등을 했을 때였어.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고 걔가 날 쫓아다니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미루기만 했었는데, 그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데 정말 잘 하더라구. 다른 선수들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보이니까 그때 내가 잠깐 반했었나봐. 경기가 끝난 날, 걔가 사귀자고 했고 난 그걸 받아들였어. 그때 처음으로... 그것도 해버렸어.”

진명이 들어주자 은성이 계속 뒤이어 얘기를 끌어갔다.

“몸까지 허락하고 나자 나도 어쩔 수 없어 도현이가 하자는 대로 했지만 중학교에 가게 되고 우린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졌어. 걔는 태권도에 전념하려고 특기자들만 뽑는 체육중학교에 갔고 나는 여기 오게 된 거야. 그런데 학기 시작하는 첫 날 걔가 우리반에 나타나서 친구들에게 난 임자 있는 몸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그랬어.”

‘그래서 남자애들이 이 계집애한테 말도 안 걸었던 거구나.’

진명은 전학 왔을 때 상황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그렇게 말만 던져놓고 걔는 봄철 전국 태권도대회가 있다고 합숙훈련에 들어갔고 난 진명이 널 보게 됐지. 널 보고 금방 마음에 들었어. 키도 크고 얼굴도 내가 바라던 스타일에... 그래서 욕심이 났어. 도현이가 대회 마칠 때까지 만이라도 너하고 사귀다가 여차하면 다시 도현이한테 돌아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나한테 그랬구나.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쿨하게 헤어지자고.”

진명의 말에 은성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미안. 전부 내 욕심 때문이야. 그런데 진명이 너하고 만나면서 내 마음이 변했어. 너한테 급속도로 끌려서 도현이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더라구. 그래서 도현이가 대회 끝났다며 만나자는데 내가 거절했지. 그러니까 걔도 금방 눈치를 채고 나를 찾아와 추궁하는데, 도저히 나 혼자서는 걔를 떼어낼 방법이 없어서 그만 모두 털어놓고 말았어.”

그 다음 말은 안 들어도 다 이해가 되었다.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도 되겠지?”

진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은성이 그의 손을 잡았다.

“나 용서해 줄래?”

진명의 성격은 한 번 생각이 들면 그대로 실행하는 타입이라 뒤끝도 없었다. 은성이 계속 용서를 구하자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이미 끝난 일에 나도 더 이상 따지기 싫다. 그 동안 너하고 즐겁게 잘 보낸 것도 있으니까 그걸로 다 때운 셈 치지.”

“그럼 우리 다시 만나는 거야?”

은성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진명이 물었다.

“내가 좋냐?”

“응.”

은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이 다시 물었다.

“내가 씹을 잘해서 그런 거 아냐?”

진명의 노골적인 말에 은성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게 제일로 커.”

“허 참.”

태연하게 응수하는 은성을 보며 진명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따질 기분도 들지 않았다.

“너 거기 가만 있어 봐.”

진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의자를 은성의 곁에 딱 붙였다.

“뭐하려고?”

은성이 물었지만 진명은 대꾸하지 않고 그녀의 곁에 앉아 손을 치마 속으로 쑥 집어넣었다.

치마속으로 들어온 진명의 손이 팬티를 끌어내리자 은성이 텅빈 교실 좌우를 살피며 속삭인다.

“여기서 하게?”

“못할 거 있냐?”

진명이 태연하게 대꾸하며 손에 힘을 주자 은성이 엉덩이를 들어 그를 도우며 말했다.

“누가 들어오면 어쩌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곳은 복도 쪽 벽에 붙어 있는 자리여서 밖에서는 보이지가 않았고 그들을 보려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아아. 떨리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대를 품고 있는 얼굴이다.

진명은 은성이 자신 못지않게 대담한 성격이란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벗긴 팬티를 책상 위에 던져놓고 진명은 손을 다시 치마속으로 넣어 은성의 보지둔덕을 만졌다. 은성이 호응하듯 다리를 벌려주자 진명은 손가락 하나를 보지속에 넣고 휘저었다.

“아아.”

진명의 거친 손길에 은성이 아픈 듯 인상을 썼지만 진명은 더욱 거칠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다 진명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자 은성이 몸을 풀석, 비틀었다.

“아아. 거긴...”

진명은 은성이 그곳을 가장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명은 그곳,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문지르며 은성을 괴롭혔다.

“흐응. 아아. 그만.”

은성이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리며 진명의 손길을 피하자 진명은 손가락을 밑으로 내려 질입구를 찾았다. 잠깐의 손가락놀림으로 입구를 찾았지만 아직 그곳은 충분하게 젖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진명은 조금의 자비심도 두지 않고 손가락을 그대로 찔러 질속으로 삽입시켰다.

“아앙. 아파 진명아.”

“씨팔. 너 아픈 거 좋아하잖아?”

진명이 욕설을 뱉으며 손가락을 더욱 깊숙하게 쑤셔 넣었다.

“아아. 살살 해 줘.”

“너 같은 걸레는 이렇게 해줘야 돼.”

“아잉.”

진명의 막말도 싫지 않은지 은성이 진명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아아. 점점 좋아져.”

처음 빡빡하게 들어갔던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이자 진명은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탁탁탁탁탁탁-

“아아아아.”

손가락이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은성이 몸을 떨며 신음소릴 내자 진명도 자지가 꼴려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진명은 몇 번 더 힘껏 왕복을 하다 갑자기 손가락을 쑥 빼버렸다.

“아응.”

은성의 묘한 신음소릴 들으며 진명은 그녀의 질속에서 방금 빠져나온 손가락을 보았다.

‘......!’

그것은 점액질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진명이 그 손가락을 은성의 입가에 가져가며 말했다.

“네 보지에서 나온 물이야. 빨아 먹어.”

은성이 두 말 하지 않고 그의 손가락을 빨았다.

쭉-쭉쭉-

진명이 손가락을 빼자 은성이 손을 뻗어 진명의 바지에서 자지를 꺼냈다.

이미 완벽하게 발기해 있는 자지를 보고 은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빨리 해 줘. 누가 오기 전에 빨리.”

진명도 이젠 급하다.

“너 뒤로 돌아 봐.”

“이렇게?”

은성이 책상에 상체를 기대고 엉덩이를 내밀자 진명은 그녀의 치마를 올리고 엉덩이 사이로 자지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곧바로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린 채 자지를 밀어 넣고 입구를 찾았다.

‘......!’

어렵지 않게 찾은 질속으로 진명이 자지를 힘차게 박았다.

“아앙. 너무 커.”

귀두가 저항을 뚫고 입성하자 은성이 크게 신음소릴 내며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듯 두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꽉 잡았다.

자지의 절반 정도를 삽입하고 나자 진명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주변을 둘러보았다.

‘......!’

사방은 조용했고 가끔 복도 쪽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소리가 들리는 정도였다.

‘앞문으로 사람이 들어오면 얼른 자지를 빼고 딴청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뒤로 오면 그대로 들키는데...’

사람들에게 들킬 상황을 생각해보니 더욱 스릴이 넘친다.

‘씨팔. 들키면 들키는 거지 뭐.’

진명은 은성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단단하게 붙잡고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으. 미치겠어.”

진명이 강하고도 빠르게 자지를 왕복하자 은성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퍽퍽퍽퍽퍽-

진명은 기계적으로 자지를 계속 움직였다. 다른 체위로 바꾸기가 곤란했기 때문에 뒷치기로만 5분 정도를 쉬지 않고 움직였다.

“아아아! 진명아. 역시 너...”

은성이 곧 갈 것처럼 신호를 보내오자 진명은 왕복하던 자지를 멈추고 손가락 하나를 뻗어 클리토리스가 있는 곳에 가져갔다.

‘......!’

그곳 주변은 이미 물기가 넘칠 정도로 흐르고 있었다.

진명은 자지를 서서히 움직이며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문질렀다.

“흐응. 너무 이상해. 아아.”

은성이 몸을 부르르, 떨자 진명은 손가락으로 그곳 주변을 문질러 젖게 한 뒤 항문에 댔다.

“아아. 진명아 뭐해?”

손가락이 항문점막을 간질이자 은성이 뭔가를 느낀 듯 진명에게 물었다.

“똥구멍 한 번 쑤실려고.”

진명이 손가락을 항문 속으로 집어넣자 주변 근육들이 잔뜩 긴장하며 침입을 방해한다.

하지만 진명은 그럴수록 더욱 힘을 세게 줘서 그대로 손가락 하나를 항문 안으로 집어넣고 말았다.

“아윽. 아파.”

은성이 고개를 흔들며 아파하자 진명은 손가락이 끝까지 들어가도록 단숨에 밀어버렸다.

“하악.”

은성이 고통 받지 않으려고 항문에서 힘을 뺐다. 그러자 진명은 항문에 넣어 둔 손가락은 가만 두고 자지를 움직였다.

“아아. 이상해.”

은성이 반항하지 않자 진명은 그 상태로 자지를 빠르게 왕복했다.

퍽퍽퍽퍽퍽퍽-

“흑. 흐윽. 흑. 흐윽.”

진명이 규칙적으로 자지를 움직임에 따라 은성의 입에서도 신음소리가 자지의 움직임에 맞춰 흘러나왔다.

퍽퍽퍽퍽퍽퍽-

“흑흑흑흑흑”

자지를 격렬하게 움직이며 가끔씩 손가락을 구부리면 얇은 살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에 자지의 움직임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몇 분 동안 자지를 움직이자 진명도 드디어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으음. 은성이 너 아직 멀었냐? 난 곧 나올 것 같은데...”

“아아. 난 됐어. 그런데 진명아. 오늘은 조금 위험한데... 임신하면 어쩌지?”

“뭐?”

진명은 깜짝 놀라 그녀에게 말했다.

“쌀 때 보지에서 뺄 거니까 네가 입으로 삼켜. 알았지?”

“나 그것은 안 해 봤는데... 좋아. 해 볼게.”

은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은 항문에 집어넣었던 손가락을 뺐다.

“아우.”

은성이 엉덩이를 비틀자 진명은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단단하게 붙들고 마지막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

“으으으. 진명아.”

퍽퍽퍽퍽퍽퍽퍽-

“아아. 나온다.”

진명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은성도 엉덩이를 같이 흔들며 호응했다.

“아아. 진명아. 사랑해.”

퍽퍽퍽퍽퍽퍽-

“으으.”

진명이 짧고 굵은 신음소릴 내며 은성의 보지에서 자지를 뺐다. 그와 동시에 은성이 고개를 돌리자 진명은 엄청나게 부푼 자지를 은성의 입가에 대고 말했다.

“입 벌려.”

은성이 입을 벌리자 진명이 귀두를 대고 오줌 나오는 구멍이 입안으로 갈 수 있게 조준했다.

쿨럭-

귀두가 한 번 크게 떨자 은성이 입을 더욱 크게 벌려준다. 마침내 최초의 정액이 발사되어 은성의 입안으로 사라지자 그녀가 몸을 움찔 떨며 진명의 얼굴을 보았다.

진명은 사정하는 쾌감에 몸을 떨며 은성의 입안으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쿨럭- 쿨럭-

처음에 망설이는 표정이다가 입안에 정액이 쌓여가자 은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들어온 정액을 꿀꺽 삼켰다.

“흐으.”

인상을 쓰며 은성이 진명을 바라보자 그가 격려하듯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우응.”

진명의 부드러운 손길을 받자 은성은 두 손으로 진명의 자지를 잡고 적극적으로 자지를 빨았다.

쭙- 쭈읍-

마지막까지 모두 마시자 진명이 만족한 표정으로 은성에게 말했다.

“잘 했어.”

진명이 자지를 바지 안에 넣자 은성이 팬티를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진명의 품속으로 안겨왔다.

“키스 해 줘.”

진명이 입을 맞추자 은성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 계속 만나는 거지?”

“음. 아직 모르겠다. 생각 좀 해 보고...”

진명이 확답을 하지 않자 은성이 그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애교를 부린다.

“아이. 그러지 마.”

“좋아. 나도 이런 거 좋아하니까 하고 싶으면 또 하자. 그래도 이젠 옛날처럼 자주는 못할 거야. 운동도 해야 하고...”

“그래. 태권도 배운다 그랬지?”

“그래. 그 원숭이 같은 놈한테 안 맞으려면 죽어라 해야지.”

“후우. 도현이하고 붙으려면 대충 해서는 어림도 없을 텐데...”

은성이 걱정스런 표정을 하자 진명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나도 각오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온 진명은 기다리고 있던 선영과 함께 태권도 학원으로 향했다.

한 10분 정도 걸었을까?

선영이 어느 5층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야. 이곳이 우리 아파트 근방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더라. 들어가자.”

“응.”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영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린 두 사람은 학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얏!”

“타앗!”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기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입구에 있는 접수대에 사람이 없자 선영은 진명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다.

‘......!’

터지고 넓은 공간에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발차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

“얏!”

진명은 구령을 내리며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자세를 교정해 주고 있는 여자 하나.

문득 여자가 이쪽을 보더니 곧바로 달려온다.

“처음 오시는 거 맞죠?”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여자를 보고 진명은 한 눈에 호감을 느꼈다.

‘......!’

이제 이십 대 초반 정도 될까?

길게 자란 머리를 심플한 고무줄 하나로 묶어 처리했는데 이목구비는 평범했지만 운동으로 단련한 몸인지 몸매가 날씬하게 잘 빠진 데다 얼굴피부도 화장기 없이 깨끗했고 갸름한 얼굴형은 머리카락의 원조를 받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우리 아이 태권도 좀 배우려고 하는 데요.”

선영의 말에 여자가 진명의 얼굴과 몸을 쭉 훑어본다.

“고등학생?”

“아니. 중학교 1학년이에요.”

선영이 대신 대답하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체형이 아주 좋은 데요. 태권도 하기 좋은 몸이네요.”

“그래요? 아이가 열심히 배우고 싶다는데 개인교습도 가능하나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당연히 가능합니다. 단체반보다 좀 비싸긴 한데 제대로 배우려면 개인교습이 훨씬 낫죠.”

그러자 진명이 여자에게 물었다.

“개인교습하면 여기서 계속 연습하게 해 주나요?”

“계속?”

“예. 내가 연습하고 싶으면 학원 끝날 때까지라도 계속 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호호. 학원 끝날 때까지 하려고? 당연히 가능하지. 그런데 처음에 의욕이 너무 넘쳐서 무리하다보면 대부분 나중에 지쳐서 금방 포기해 버리던데... 학생은 끝까지 할 자신 있어?”

진명이 여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자신 있어요.”

“호호호. 눈빛이 아주 좋은데? 어머니. 참. 학생 어머니세요?”

여자가 선영의 얼굴을 보고 묻자 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모예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모님이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자 이쪽으로 오셔서 접수 하실 까요?”

“호호. 젊은 분이 아주 싹싹하고 예뻐서 마음에 드네.”

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가 하라는 대로 수강증을 끊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나요?”

선영이 묻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도복도 사이즈 별로 있으니까 골라서 입으면 되고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진명아. 너 오늘부터 할래?”

“예.”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영이 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럼 이모 먼저 갈게. 열심히 하고 와.”

“예.”

선영이 가고 나자 여자가 진명에게 도복을 주었다.

“자. 이거면 얼추 맞을 거 같다. 입어봐. 탈의실 저기야.”

진명이 도복을 입고 나오자 여자가 그의 몸을 살폈다.

“어때? 내 눈엔 잘 맞는 거 같은데 답답하지 않아?”

“괜찮아요. 그런데 나는 누나가 가르쳐 주는 거예요?”

“응. 초중급자들 개인교습은 내가 해. 그런데 진명아. 누나라고 부르면 안 되고 나를 부를 땐 사범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아! 사범님.”

“응.”

“배우는 거 끝나면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진명의 말에 여자가 그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

“호호.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는데, 너 되게 재밌다. 뭐. 사석이라면 너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되겠지.”

“누나 이름은 뭐예요?”

“이름까지 궁금해?”

“예. 누나가 예뻐서 알고 싶어요.”

그러자 여자의 입에서 기어이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호호. 너 진짜 웃긴다.”

“왜요. 앞으로 오랫동안 여기서 태권도 배울 건데 가르쳐주는 선생님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진명이 고개를 갸웃 거리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진명이 네 말이 맞네. 내 이름은 명보라야. 그리고 여기 체육관 관장님 딸이지.”

“관장님?”

“응. 여기 주인이 관장님이셔.”

“그럼 저 분은요?”

진명이 한창 학생들에게 구령을 붙이며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자 보라가 대답한다.

“저 분도 나랑 같은 사범님이야. 우리 올림픽 체육관은 관장님이 총 책임자시고 그 밑으로 나 명사범하고 저기 잘 생긴 남자사범님이 있지.”

“저 사범님은 이름이 뭐예요?”

“이름은 국선도. 부를 땐 그냥 사범님이라고 부르면 돼.”

“나이는 어떻게 되시나요?”

“누구?”

“전부 다요.”

“호호. 진명이가 정말 여기서 오래 배울 생각을 하고 있나보구나. 음. 나는 나이가 스물셋이고 지금 대학교 4학년이야. 그리고 저 국사범님은 서른한 살인데 작년에 결혼했고, 관장님인 우리 아빠는 마흔여덟 살이지. 어때? 이제 궁금증이 모두 풀렸니?”

“예.”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보라가 말했다.

“이제 내가 좀 물어보자.”

“좋아요.”

“진명이 넌 태권도를 배우려는 목적이 뭐야?”

“음.”

진명이 잠시 망설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누나. 혹시 정도현이라고 알아요?”

“정도현? 혹시 작년에 초등부 우승한 그 애 말하는 거니?”

“예. 그 놈 알아요?”

“아주 잘 알지. 아니, 그 애 아버지를 잘 안다고 해야겠지.”

보라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이 인상을 썼다.

“그 놈 아버지까지 안다고요?”

“응. 이쪽 계통에선 꽤 유명한 사람이거든. 지금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곧 있으면 회장으로 선임될 거야. 그런데 도현이란 애는 그 사람이 늦둥이로 본 아이인데다 태권도에 굉장한 재능을 타고 나서 그 사람이 애지중지하고 있지. 뭐.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아이 성격이 별로 좋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리던데. 왜? 그 아이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

“예. 이 얼굴 좀 보세요. 얼굴뿐만 아니라 지금 온 몸이 그 놈한테 맞아서 이 모양이 됐는데 태권도를 배워 그 놈한테 꼭 복수해 줄 거예요.”

보라가 진명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실례될 까봐 말은 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이 다쳤구나. 그런데 도현이가 널 이렇게 때렸다고? 왜? 무엇 때문에?”

“여자친구하고 문제가 생겨 어제 그 놈하고 싸움이 붙었는데 분하게도 이렇게 맞도록 난 한 대도 그 놈을 못 때렸어요. 싸움이 끝나고 내가 다시 도전한다니까 그 놈이 그러더라구요. 운동 한 가지라도 해 놓지 않으면 절대로 자기를 이길 수 없을 거라구요.”

“여자때문이라고?”

보라가 잠깐 웃었다. 중학교 1학년 녀석들이 여자 때문에 이토록 싸웠다니까 어이가 없어 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로하고 진명에게 말했다.

“그 애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네.”

“......?”

“그 아일 이기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냥 해선 평생 가도 그 앨 이길 수가 없을 걸?”

“그러면요?”

“목숨을 내 놓고 해야지. 그 애는 재능이 있는 데다 아버지 영향으로 걸어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태권도를 배운 아이야. 그런데 이제 중학교 1학년에 처음 태권도 입문한 네가 그 앨 어떻게 이길 수 있겠니?”

진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풀 죽은 그의 모습을 보고 보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사람이 살면서 불가능이란 없지. 하지만 지금 진명이 네 경우라면 다른 것은 다 포기하고 태권도만 해야 할 거다. 또 대충 해서도 안 되고, 훌륭한 선생 밑에서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할 거야.”

“그 놈만 이길 수 있다면 난 죽어라고 할 각오가 돼 있는데 누나가 훌륭한 선생이 돼줄 수 있어요?”

“호호. 너, 나 무시하는 거니?”

“아니. 난 누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누나도 아빠가 태권도 선수여서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어. 아빠는 기초를 중요시 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잘 배워왔다고 생각해. 저번 올림픽에서는 선발대회에서 결승까지 갔었는데 뒷심이 부족해 국가대표로 뽑히지는 못했지. 하지만 기초부터 잘 가르쳐 줄 순 있으니까 열심히 따라오기만 하면 네가 하기에 따라 꿈을 못 이룰 것도 없지. 모든 운동이 다 그렇지만 태권도 역시 기초를 잘 다듬어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거거든.”

“누나는 그 도현이 놈하고 그 아버지랑 친한 거예요?”

진명의 물음에 보라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반대야. 도현이 아버지 정대상이란 사람은 젊어 선수생활 할 때부터 우리 아빠하고 라이벌이었는데 나중에 태권도협회에서도 또 서로 알력이 생겨 다투게 됐어.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우리 아빨 중상모략해서 아빠는 그쪽에서 밀려났고 지금 이렇게 도장이나 하면서 사는 신세로 변했는데... 아빤 그것 때문에 크게 상심했고 그 정대상이란 사람을 아직도 몹시 미워해.”

“그럼 나하고 동지네?”

진명이 웃으며 말하자 보라도 따라서 웃었다.

“그래. 동지다. 진명이 네가 열심히 해서 도현이를 이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너와 도현이는 체급이 달라서 정식으로 경기는 치를 수 없을 거야.”

“내가 그 놈하고 어제 싸울 때 정식으로 경기를 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다음에 싸울 때도 그 놈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진명이 강한 결의를 보이자 보라도 정색하며 그에게 말했다.

“진명아. 비록 사적으로 싸운다고 해도 네가 도현이를 이기려면 정말 죽을 각오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거야. 난 특히 기초를 강조하는 사람이라 처음 배울 때 지루하고 재미 없는 것만 가르칠 텐데, 끝까지 따라올 수 있겠어?”

“예. 걱정하지 말고 잘 가르쳐만 줘요.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진명의 두 눈이 결의로 활활 타올랐다.

그 날부터 진명은 보라에게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먹고 자고 학교 가는 시간만 빼고는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몸과 마음을 오직 태권도 수련에 다 바쳤다. 보라가 요구하면 발차기만 하루에 수 백 번씩 했고 일요일 같이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수 천 번씩 발차기를 했다.

가끔씩 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진명은 도현에게 무차별 난타 당하던 때, 특히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상대의 얼굴을 발차기로 가볍게 때리던 그 환상적인 도현의 몸놀림을 떠올리며 자신은 그 이상을 해내겠다고 이를 악물며 다짐했다.

원래부터 손과 발의 힘이 다른 사람보다 배는 강한 진명이었다. 몸도 유연하고 순발력도 좋아 따로 운동은 하지 않았어도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고 운동에 대한 재능도 뛰어났다. 그런 그가 죽도록 태권도에만 매달리자 그의 실력은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진명도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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