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5)

"연희씨 이거 참. 곤란하긴 한데 부탁 하나만 들어 줄 수 있을까요?"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지만 상훈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밖에 없고 또 들어주고 싶은

마음인 연희는 최대한 공손하고 예뻐 보이도록 대답했다.

"말씀해 주세요. 상훈씨 하시는 일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해야죠"

"이거 제가 모임을 최대한 줄이고 줄였는데 도저히 어쩔 수 없는게 몇개 남아있거든요. 그 중에

하나가 이번주 주말인데, 같이 모임하시는 선배 말이 지금 멤버 중에 싱글인 건

저밖에 없다는 거에요. 전부 와이프 대동해서 올 텐데 저만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고 저도 불편하지 않겠냐는 거죠. 아무나 데려오라는데, 아무나 데려가긴 그렇고

그런 자리에 돈 때문에 제 옆에 있으려는 여자를 데리고 가고 싶지도 않구요.

그래서 정말 죄송하지만 하루만 연희씨가 제 파트너를 해주실 수 있을런지....."

"죄송하지만 그건 안되겠네요...."

연희는 단박에 거절하고 말았다. 다른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겠지만 모임이라니.....

그 곳에는 자신과는 달리 태어났을 때부터 상류층이었던 사람들이 득실 댈 것 아닌가

자신이 그런 자리에 있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게다가 상훈이 준 카드로 생활비는

풍족하게 사용했지만 날개가 달린 듯 쇼핑을 하러 다니는 수정과는 달리 연희는 자신의

옷이나 잡화를 한 번도 산적이 없었다. 그런 자리에 입고나갈 치장도 할 수 없었다.

"아...역시 그렇죠? 파트너라니....연희씨께 너무 부담되는 일이겠죠....."

"아....아니....다른 일이라면 상훈씨 곁에서 얼마든지 돕겠지만 저 같은 여자가 상훈씨

중요한 모임에서 혹시 폐라도 끼치면.....그리고 입고 갈 옷도 없고....."

"폐라니요. 거기 연희씨보다 우아한 여성 단 한명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연희씨 아름다움에

발 끝도 쫓아올 사람이 없어요... 사실 연희씨랑 가서 제가 좀 우쭐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그리고 옷은 무슨....연희씨가 고르기만 하면 명품 매장을 사드릴 수도 있어요

그건 걱정거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무슨 그런....."

"아, 아무래도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나 봅니다. 좀 피곤하네요. 가서 씻을께요. 하하"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서려는 상훈을 보며 연희는 뭐라도 해야한다는 급박함에 자기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상훈에게 말했다.

"상훈씨....정말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세요?"

상훈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연희의 팔을 풀어 자신이 연희의 두 팔을 붙잡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제가 살면서 본 모든 여성 중에 연희씨가 제일 아름다워요."

"말도 안돼....저같은 여자가 무슨....상훈씨 주변에 얼마나 예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걔네 다 합쳐봐야 연희씨 한 명 못이겨요. 연희씨가 제께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애들이에요. 하하하"

그렇게 농을 치듯 웃고 있었지만 상훈의 두 손은 연희의 팔을 위아래로 쓰다듬고 있었다.

여성의 팔뚝살은 그 자신의 유방과 질감이 가장 비슷하다고 한다. 젊을 때는 탄력있게 나이들어서는

부드럽게, 상훈은 부드러운 면소재의 홈드레스 위로 연희의 살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한편 연희는 상훈이 자신의 살을 즐기는 동안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주기만 하던 상훈이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들어주어야 했고 또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었다. 내용에 대한 부담감에 거절하고 싶었으나 상훈이 진심으로

자신을 창피하지 않아 하고 또 그 자리에 어울리는 옷이나 가방을 사서 차려 입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천천히 자신의 팔을 쓰다듬고 있는 상훈을 향해

연희는 입을 열었다.

"상훈씨가 저를 창피해 하지 않으신다면.....좋아요...혹시라도 누가 되지 않게 제가

잘 처신할께요."

"아 정말인가요? 하하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연희씨"

상훈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연희를 끌어 안았다. 안 그래도 상훈이 팔을 쓰다듬고 있어

상훈의 품 안에 연희가 들어 있는 꼴이었는데 그 상태에서 꼭 끌어 안으니 서로의 몸이

완전히 밀착되고 말았다. 상훈은 자신의 가슴에 부딪혀 이지러지는 유부녀의 커다란 유방을,

연희는 자신의 팔을 즐기는 동안 커져버린 상훈의 발기한 자지를 하복부에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연희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유야 어쨌건 하루 저녁 동안

상훈의 여자가 되는 것이었고, 조금 전부터 자신의 팔을 쓰다듬는 상훈의 손길은

단순한 친밀함 이상의 것이었으며 결정적으로 지금 자신의 아랫배를 뚤어버릴 듯한 기세로

비벼지고 있는 상훈의 자지는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줘야지.....만약.....만약 상훈씨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이 따위 몸뚱아리가 뭐라고....'

순간 민국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쓰러웠다. 지금도 병실에 누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

내 남편....첫사랑....내 처음을 가진 남자.....그러나 놀랍게도 안쓰러울 뿐 미안하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의, 그것도 친구의 일일 파트너가 되기로 약속하면서 아랫배를 그 자지에 대주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미안하지가 않았다......

잠시동안 상훈도 움직이지 않았고, 연희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받은 게 많았다. 여자가 40이

넘어가면 감정의 자리를 계산이 대체한다. 상훈은 이미 충분히 지불했고 연희도 그의 과도한 지불의

대가가 궁금하던 참이었다.  이제 답을 알았으니 거래를 하면 된다. 당장 상훈의 지시만 떨어지면 그의

자지를 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훈은 연희를 놔주었다. 연희는 순간적으로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그의 앞섶을 보며 무언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으나 자신이 먼저 다리를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상훈의

지시를 기다릴 뿐이다.

"자, 그럼 오늘은 푹 주무시고 내일 쇼핑하러 가죠. 짜잔 하고 사다드리면 좋겠지만 제가 뭐 여자 옷을

아나요.

"네 알겠어요. 상훈씨"

"아, 그런데 연희씨."

"말씀하세요"

"주말이 코앞이라. 우리가 커플인 척 하려면 호칭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연습을 해야

당일에 실수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 그러네요. 후훗..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상훈씨가 원하시는데로 할께요."

"어.....부부가 아니라 사귀는 설정이니까 여보는 그렇고.....역시 오빠가 좋을 것 같은데..."

"오빠? 참 나. 우리 동갑이잖아요"

"아...아는데 이게 참...거기 차관까지 하셨던 분도 있고 대학 교수도 계시고....그래서 상훈아 하고 부르는 것도 좀..."

"흥. 그냥 상훈씨가 오빠소리 듣고 싶은거 아니에요?"

상훈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교태 가득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희에게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이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오래 되었지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아, 아니에요. 진짜 그게 아니라 뭐가 적당 할까 생각하다보니까...하하. 연희씨가 싫으시면

 다르게 부르셔도 되요"

"호호. 농담이에요. 상훈씨가  원하시면 어떻게든 부를 수 있어요. 이제 그렇게 부를께요 오.빠."

"하..하하.. 참 좋네요. 다시 한 번 불러 줄 수 있어요?"

"얼마든지요 오.빠. 제가 지금 여기 이렇게 편하게 있는 것도 남편 병원비며 여러가지 걱정 안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오빠 덕분인데요.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또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네요.

너무너무 고마워요 오빠....."

순간 상훈은 아랫도리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고 연희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깨닫고 놀랐다. 민국과의

연애는 지극히 담백한 것이었고 처음이었고 어렸다. 다른 여자들이 흔히 끼를 부린다는 행위를 연희는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연희는 마치 발정기의 암컷이 서열투쟁에서 승리한 수컷에게

엉덩이를 살랑이듯 상훈에게 끼를 부리고 있었다. 그 과정이 몸서리쳐질 만큼 즐거웠으며

이미 더 이상 발기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한 상훈을 더욱 더 흥분 시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조금 더 대화 한 후 상훈은 연희를 이름으로 부르기로 합의하고 축축한 공기만을 남긴 채

수컷과 암컷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향후 다가올 쾌락의 잔치를 각자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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