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Continuity ~ 끝나지 않는 과거
~~ 현실
요즘들어 부쩍 입맛이 없어하는 상진을 미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평일은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들어오는 상진이라 아침마다 그가 피곤을 느끼는 것은 미애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밖에 없었다. 예전같았으면 피곤한것을 참고 그녀에게 웃음을 보여주는 상진이였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것에 미애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요즘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걸까...
"여보... 맛이 없어?"
"... 아니..."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요즘 힘들어?"
"힘들긴..."
겉으로 괜찮은 척을 하는 상진, 하지만 미애의 눈에는 상진의 얼굴에 마치 고.민. 이라는 두 글자가 써져있는것 같았다. 미애는 상진의 그런 태도가 섭섭했다. 바깥일을 혼자서 거의 맡아서 하는 상진이였기에 미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힘들때 그의 마음을 무겁게하는 짐을 나눠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혼자서 상진이 짊어진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의미했다. 물론 상진 딴에는 괜시리 미애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기 싫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였고, 그와중에도 자신을 배려해주는 상진의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진이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애는 그 무력감이 너무나도 싫었다.
"여... 여보... 왜...?"
"아니... 그냥..."
괴로움이란 괴로워하는 사람도 괴롭지만, 괴로워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 또한 괴로운 법이였다. 그동안 상진의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억지로 억누르던 그녀의 감정이 드디어 터져버린듯,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눈물을 보인것에 당황한듯, 재빨리 얼굴을 돌려서 눈물을 닦았지만 이미 눈물을 봐버린 상진은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다.
'잘못하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 당신 보지에 자지를 박아대도 내가 모른척해야할수도 있다.'
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나 조차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조차 불쾌하고 역겨울 지경인데, 내가 그걸 나의 아내에게 말한다면, 그것을 듣는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상진은 그 문제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지난번의 그 생생한 꿈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모습... 너무나도 선명히 상진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꿈속의 기억... 실제로 뉴스에서 접한 사망사고들과 꿈속에서의 모습이 관계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저, 최근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뉴스가 그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의식이 꿈으로 구현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함부로 미애에게 말을 한 순간... 그의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 없어지는건 둘째치고, 미애는 그 끔찍한 쾌락의 늪이란 곳에 빠지게 되버린다.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상진은 꾸역꾸역 거의 다 먹은 밥공기에 숟가락을 올려놓고는 미애와 마주보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자 미애는 그녀의 고개를 상진의 반대쪽으로 돌렸다. 사르르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보며 상진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응...?"
"흑흑... 몰라... 늦겠어.. 빨리 가..."
"아이 참... 그러지 말구...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안보고 출근을 할 수 있겠어?"
"됐어... 밥먹을때부터 제대로 얼굴 봐주지도 않았으면서..."
"... 그럼... 나 앞으로 계속 안볼...꺼야...?"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미애는 화들짝 놀라서 상진에게 그녀의 얼굴을 보였다. 그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진 않았지만, 듣는것만으로도 괴로웠던지 그녀의 눈물이 흩날렸다. 상진은 그런 미애의 얼굴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고, 미애는 그의 품속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왜... 왜 당신만 힘들어야하는데... 왜... 나는 당신의 아내인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봐야하는건데... 흑흑... 속상해... 너무 속상해..."
"미안... 그런줄도 모르고... 내가 내 생각만 너무 한거같아..."
"흑흑... 미워... 미워 정말..."
"안그럴게... 응...? 앞으로는 안그럴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당신한테 다 말해줄게. 알았지?"
거짓말이였다. 모든 것을 말할 순 없었다. 아무리 모든 것을 나누기로 다짐한 부부관계라고 할지라도 모든 것을 공유하는것보다는 어느정도는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필요했다. 명백한 모순. 하지만 그 모순은 너무나도 지독했다. 지금 상진이 미애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란 것도...
"미안하다는 의미에서, 내일은 주말이니까 우리 밤에 나가서 영화라도 한편 볼까?"
"... 영화...?"
"응. 오랫만에 당신한테 제대로 된 데이트 신청할게. 어때? 받아줄거지?"
"... 돈만 쓸텐데..."
"괜찮아. 어차피 이번에 월급에다가 성과금까지 두둑히 챙겨받았잖아. 게다가... 내가 돈쓸데는 당신 말고는 없는걸."
방금의 말은 진심이였다. 아내를 만난 후, 그리고 결혼한 이후로도 상진은 허툰데에 돈을 쓴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물론 접대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유흥업소에서 여자들에게 돈을 쓴 적은 있었지만 절대 상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쓴 적은 없었다. 이것만은 거짓이 아니였다.
상진은 미애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양치질을 하며 출근준비를 했다. 어느새 눈물을 흘린 흔적을 지운 미애는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그의 뒤를 따라와서는 그에게 셔츠와 정장바지를 건네주었고, 그가 셔츠를 입자 그에게 넥타이를 손수 매어주었다. 상진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잡아주는 미애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보였다. 하긴... 그에게 있어 미애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 언제나 하늘에서 자신에게 보내준 선물, 천사. 그 자체였다. 앞으로는 자신의 한심함으로 인해 그녀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상진은 그렇게 문을 나섰다.
'음... 오늘 뭐하지... 대충 밥먹고 영화본다음에... 술이나 한잔 가볍게 할까. 오랫만에 모텔에서 자는것도 나쁘진 않겠네.'
상진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의 시뮬레이션을 진행시킨 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뮬레이션의 진행결과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무의미한 숫자들... 하지만 상진의 머리속에는 온통 오늘 저녁에 있을 미애와의 데이트로 가득차있었다.
"최대리. 무슨 생각하나?"
김부장... 상진은 그를 향한 적의를 감추고는 웃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하하... 잠깐 결과보려고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사람 하고는... 요즘 최대리 표정이 안좋던데, 무슨 걱정있는거 아니야?"
'시발놈아, 너만 좀 사라지면 내가 걱정할 일도 좀 줄어들거같다.'
그의 속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감추며 상진은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김부장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왔던것도 애시당초에 그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혹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월급도둑질 하는것은 아닌가 확인해보기 위해서 왔을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음. 내가 맞춰보지. 혹시 아내랑 싸웠나?"
"그... 그건..."
"하하... 맞구만. 한창일때지. 그래도 그나이때 미리미리 잘해놔야되. 내 나이 되봐라. 아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어휴..."
'그건 니가 그나이 쳐먹고도 계집질이나 하고 다녀서 그런거겠지...'
하지만 웬일로 그의 날카로운 지적에 상진은 다시 한번 자신의 아내를 생각했다. 하긴, 그 이상한 꿈을 꾸기 전부터도 회사일때문에 시달리느라 아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것 같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였다. 그의 아내가 자신이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닌다고 오해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래, 어쨋든 저거 시뮬레이션만 다 끝나면 이번주에 할 일은 대충 끝난거지?"
"예 부장님. 확인해야되는 동작조건들이 많아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려면 적어도 다음주 월요일은 되야..."
"음. 좋군. 최대리 생각에는 지난번 결과에 비해서 어떻게 될거같나?"
"버퍼부분 조금 손봐서 파워소모 줄어든것은 확인했고, 리시버(Reciever)쪽에 옵티마이제이션(Optimization)을 조금 더 시켰으니까 아마 노이즈에 대한 결과만 잘나오면 될것 같습니다."
"역시 최대리는 유능하군. 웬만한 박사출신들보다 난 자네를 믿고 있네. 아무튼 수고했으니까 오늘은 퇴근시간보다 한시간정도 일찍 퇴근하도록 해."
"... 그래도 됩니까?"
"괜찮아. 사실은 말이야... 나도 오늘 조금 일찍 가봐야할데가 있거든. 하하..."
개새끼... 김부장이 갈곳은 뻔하다고 생각했다. 또 어디에서 영계 여자랑 만나기로 되어있겠지. 결국은 상진을 배려해서 한시간 일찍 퇴근시켜주는것이 아니라 김부장,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찍 퇴근을 시키는 것이였다. 물론... 상진만을 배려한것도 아닌것이, 부서 사람들 모두 한시간 일찍 퇴근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상진은 이럴때일수록 더욱 격하게 김부장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어쨌든, 밉보여서 좋을건 없기 때문에...
상진의 감사의 인사에 기분이 좋았는지 김부장은 한껏 웃으며 상진에게서 멀어져갔다. 아내와 잘해보라는 말과 함께... 모로가든 서울로만 가면 장땡이라는 말이 있듯, 김부장이 짜증나긴 했지만 조기퇴근이라는 선물을 준 김부장에게 상진은 오늘만큼은 김부장에게 속으로 욕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다음주에 보고할 내용들을 빠르게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자기, 매일매일 일찍 퇴근했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나도 매일매일 일찍 퇴근해서 우리 미애 얼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네."
"치... 닭살돋아..."
스스로 생각해도 오그라드는 말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인걸... 그녀도 말과는 달리 얼굴을 붉히며 좋아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식당에서 나온 상진은 미애와 팔짱을 낀 채 영화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식사는 완전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비싸다고 구박을 하던 미애였다. 실제로 결혼한 이후로 외식은 거의 하질 않던 그들 부부였다. 밖에서 밥을 먹는 돈이 아깝기도 했고, 미애는 그녀가 더 맛있게 음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물론, 상진도 미애가 해주는 음식이 더욱 맛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란 것이 있었다. 집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있지만, 반대로 집에서는 연출할 수 없는 분위기란 것도 있었다.
실제로 자리에 앉은 미애도 아까까지 투덜거리던 것과는 달리 자리에 앉자 그 분위기란 것에 취해있었다. 물론 그만큼의 음식 가격이 나가기 때문이지만, 고급진 테이블, 의자, 조명, 식기, 그리고 정중히 그들을 대하는 종업원... 보기에도 먹고싶게끔 만드는 알리오 올리오와 까르보나라, 그리고 미애가 좋아하는 깔조네 피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진...
집 안에서는 늘 순종적이고, 수동적이였던 그녀는 그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은은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상진은 지금까지 이상한 꿈때문에 홀로 마음을 썩히던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생각하고는 오랫만에 그녀에게 함박웃음을 보였다. 그녀를 알기 전까지는 이렇게 진심으로 웃은 적이 있었을까, 그녀의 존재 하나로 인해 상진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렇게 그녀와 영원히 마주보며 서로 웃을수만 있다면...
"그나저나 영화 뭐볼거야?"
"글쎄... 딱히 생각한건 아닌데."
"치... 데이트 신청하신분이 이렇게 준비도 없이 영화관을 와도 되는건가요?"
"아... 이런. 죄송합니다. 하하... 미애씨랑 만난다는 생각에 그만 뭐를 볼지까지는 생각을..."
사실이였다. 상진 또한 그의 실책을 인정했다. 단순히 영화를 보러 간다는 행위에 너무 신경쓴 나머지 정작 중요한 뭘 볼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하질 않았던 것이였다. 그냥 가서 대충 자리남는거 아무거나 보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던걸까. 하지만 상진은 영화관에서 뭘 볼지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영화를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애와 함께 본다는 행위가 더 중요한 것이니...
"음... 그럼 우리 이거보자. 이거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니까 좀비영화던데."
"... 그래도 오랫만에 왔는데 로맨스영화같은거 보고싶지 않아?"
"로맨스 영화는 너무 뻔해. 재미없어."
"... 그러면서 드라마는 매일 보더라?"
"뭐? 흥! 그래서 볼거야 안볼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럼 저걸로 표 2장 사줘. 자리는 당신이 좋아하는 자리로. 나는 팝콘이나 사올게. 음료는 콜라 괜찮지?"
그렇게 상진과 미애는 각각의 역할분담을 하며 스낵코너와 매표소로 각각 흩어졌다. 상진은 커플세트를 주문해놓고는 그녀의 영화선택에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결혼을 하기 전 연애시절부터 그녀는 유독 공포영화라든가, 좀비영화를 좋아했었다. 그녀를 잘 모르던 시절, 그러니까 내가 그녀에게 한창 작업을 하려던 시절에는 그녀의 그런 취향이 무서운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며 남자에게 안겨들어 마음을 흔들려는 고도의 심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야~ 쩐다. 그치그치?"
"... 응..."
그녀는 정말로 순수하게 좀비물을 좋아했다. 웬만큼 비위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나도 좀비가 썰려나가는 장면에서는 눈쌀을 찌푸리기 마련인데, 나의 아내는 오히려 좀비가 산산조각날때마다 마치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처음으로 그녀와 함께 영화관을 갔을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상진은 자신이 계획했던 영화관에서의 로맨틱한 상황은 이미 물건너갔다고 생각하며 그냥 영화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의미없이 죽어나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에게 썰려나가는 좀비들의 이야기를...
"재미있었어?"
"응! ... 당신은 재미 없었나보네..."
"아니야. 재미있었어."
미애의 미심쩍은 표정을 보며 상진은 자신의 얼굴에 노.잼. 이라고 써져있진 않은가 해서 괜시리 자신의 얼굴을 긁었다. 뭐... 분명 꽤나 잘만들어진 좀비영화였고, 킬링타임으로는 적절하기도 했지만 저런 장르가 항상 그렇듯 뭔가 부족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감동이라든가, 여운같은 것들... 그래도 미애는 정말로 재미있게 본 표정이였기에 상진은 그녀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럼, 집에 가야지 이제?"
"어차피 내일 주말인데 뭐. 오랫만에 당신이랑 밖에서 술좀 마셔볼까?"
"이시간에? ... 나... 술 못마시는거 알면서..."
"싫어? 그냥 들어갈까?"
"... 아니... 그건 아닌데... 당신 피곤할까봐..."
"오랫만이잖아. 이렇게 데이트하는거... 옛날 생각도 좀 나고..."
"알았어... 그럼 나 술 조금만 마실거다?"
이미 시간은 11시 30분정도... 3월의 봄날씨는 일교차가 커서인지 바람이 꽤나 쌀쌀하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이런 날씨를 대비해서 미애가 조끼까지 챙겨줘서 나름 따뜻했던 상진과 달리, 미애는 오랫만에 상진과의 데이트라는 생각에 꽤 얇은 옷차림이였고, 그 옷차림의 대가로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진은 그녀에게 마이를 벗어서는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당신... 춥잖아..."
"난 하나도 안추운데~? 게다가 당신 손이 워낙 난로같아서."
"치... 거짓말은..."
"진짜야. 우리 마누라가 추울까봐 아침에 이것저것 챙겨주더니만, 난 정말 마누라 잘둔거같아."
"... 하여튼... 말은 잘해요..."
"하하... 예전부터 내가 말은 조금 잘했잖아."
"그러네... 이렇게 벗어주니까 옛날생각난다..."
"그러게..."
상진과 미애는 처음 데이트할때도 지금과 비슷한 날씨에, 지금과 비슷한 시각에 술집을 향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의 웃지못할 해프닝...
"서... 설마... 그거 떠올린거 아니지?"
"응? 뭐어~? 혹시 그때 나한테 실수한거라도 있었나요. 정.미.애.씨.?"
"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당신은 취했었고, 나는 하나도 안취했었거든~?"
"저... 정말...!!"
"음. 그때 뭐라고 그랬더라~? 술 잘마신다고 했으면서 소주 한잔만 마시니까 벌개져서는..."
"아이... 진짜..."
상진에게 있어서는 그녀에게 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고,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말 지우고만 싶은 끔찍했던 기억이였다. 미애는 상진을 얄밉다는듯 바라보며 그의 가슴을 때렸고, 상진은 몇대 맞아주다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금요일 밤이라 꽤나 많던 인적도, 그 순간만큼은 그들을 위해서일까,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그들을 비추는 것은 도시의 가로등 불빛뿐이였다. 순간 미애의 눈망울은 호수와도 같았고, 그 깊은 호수에 빠져들것같은 느낌을 받으며 상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가까워지는 순간...
"어... 형님!!"
갑작스러운 남자의 목소리에 상진과 미애는 화들짝 놀라 서로에게서 떨여져나갔다. 부부관계에 그러는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였지만 그들은 당황을 금치 못한채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까워진 후에야 상진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수철아! 너가 여기 웬일이야?"
"아, 형님. 저희 오랫만에 이사했어요. 이야, 형수님이랑 같이 계셨었구나. 혹시 저희가 방해한건 아니죠?"
"방해는 무슨... 어... 제수씨도 계셨네... 안녕하세요..."
"오랫만이네요. 오빠..."
수철. 상진의 중고등학교 후배였다. 상진보다 2살 어린 수철은 같은 동네에서 자란 상진을 친형처럼 따랐다. 어릴때만해도 그런 수철을 귀찮다고 생각했었지만, 군대를 전역한 후 기존에 알던 인맥들이 하나 둘 잘려나가는 와중에서도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고, 이제는 상진도 수철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있는 수철의 부인... 인 성희진...
"여보, 누구야?"
"아... 여기는 내 친동생같은 수철이. 그리고 옆엔... 제수씨..."
"아아...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하하... 형수님은 저번에 뵜을때보다 더 예뻐지신거같네요."
"어... 저는 처음뵙는거같은데..."
"아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저는 형님 결혼식때 형수 뵜었거든요."
"아하..."
거의 초면이나 다를바 없는 미애와 수철이였지만, 내가 친동생같은 존재라고 소개를 하자 미애는 수철에게 살갑게 대해주었고, 수철 또한 그 특유의 붙임성 있는 성격때문인지 미애와 친근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수철의 아내인 희진을 대하기가 너무나도 껄끄러웠던 것이였다.
"그나저나 수철씨 아내분,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호호... 결혼은 언제 하셨어요?"
"1년 전에 했습니다 형수님. 하하... 형님두 참, 그때 형수님도 같이 데려오시지 그랬어요."
"아... 그때 이 사람이 일이 있어서..."
실제로 미애에게 사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상진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1년전의 기억이니까, 대충 둘러대면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했을게 뻔했기에. 그리고 그것이 잘 먹히늣 미애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넘겼다.
"호호... 오빠, 조금 늙은거 아니에요?"
"오빠... 라니, 여보, 혹시 희진씨랑 아는 사이야?"
".... 응... 조금..."
"대학 후배였어요. 호호... 그때 오빠는 엄청 잘나갔었는데, 언니. 불안하시겠어요."
"누가 아니래요 희진씨. 호호호..."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만, 상진은 혼자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였다. 다행히 어둠이 그의 어색한 웃음을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덧칠해주었기에 망정이지... 괜히 쓸데없는 의심을 살 수도 있을뻔했다고 생각하며, 상진은 일단은 어색한 이 자리를 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 그럼 수철아. 나중에 연락할게. 술이나 한잔 하자."
"알겠어요 형님."
"오빠, 오랫만인데 그냥 오늘 부부동반으로 한잔 해요."
"그래 여보. 당신도 오늘 오랫만에 동생... 수철씨 만난거라며."
"에이, 당신, 그리고 형수님. 저 그렇게 눈치없는놈 아닙니다. 하하... 다음에 기회되면 같이 한잔 해요. 두분 갈길 가세요. 하하... 다음 뵙겠습니다."
상진은 수철이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멀어져가는 수철과 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애와 상진의 시야에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상진과 미애는 원래 가려고 했었던 주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
"무슨 생각해?"
심장이 벌컥 가라앉았다. 혹시라도 눈치챈것은 아닐까 상진은 조심스럽게 미애의 표정을 살피며 적당한 말을 꾸며내었다.
"아... 그냥, 우리 처음 데이트하던 날..."
"또!! 또 그 얘기...!! 치... 그때 얘기는 말 안하기로 했잖아!!"
"하하... 그랬나?"
"나빳어 정말..."
"그래도 나한테는 정말 소중한 기억인걸? 그날 덕분에 나는 완전히 당신한테 사랑에 빠졌고..."
"... 치... 그날 덕분에 나는 한동안 당신한테서 도망다녔는데?"
"어디로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당신을 꼭 잡아야한다고 생각했지."
상진이 적당히 둘러댄것은 미애에게 제대로 먹혀든듯했다. 그날의 기억... 푸훗... 진짜로 그 기억을 떠올리자 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의 웃음에 미애도 한참을 부끄러워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계속 부끄러워하던 그녀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그땐 정말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음... 나도 그래. 머리로는 몰랐어. 근데... 직감같은건 했었던거같아. 난 이 여자가 아니면 안되겠다, 이런거?"
"뭐야... 그게..."
"처음이였거든. 술마시면서 자기 처녀라면서, 너같은 놈한테 절대로 처녀를 안줄거라는 말을 한 여자는..."
"윽... 기억하고 있었네..."
"어라~? 기억 못하는거 아니였어?"
"... 몰라... 흥..."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안주가 반이나 남아있었고, 소주병에도 거의 소주가 반 가까이 남아있었지만, 상진도, 그리고 미애도 뭔가 알 수 없는 끓어오르는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정미애씨... 아직도 저한테 처녀를 바칠 생각이 없으신가요?"
"참나... 최상진씨! 정신 차리세요. 이미 제 남편이 제 처녀를 가져가버렸거든요~?"
"아~ 그거 참 아쉽네요. 하하..."
"... 그래도... 저같은 아줌마라도 괜찮다면..."
"후후.... 그럼 가실까요?"
남아있는 술과 안주를 뒤로하고 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애는 문득 그의 모습이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왕자님과도 같다는 착각에 빠지고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손을 잡은 두 남녀, 아니... 두 부부는 계산을 마치고는 재빠르게 근처의 모텔로 향했다...
~ 꿈
꿈. 요즘들어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현실속의 장면들인지, 아니면 꿈속의 장면들인지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 어쨋든 지금 나는 꿈속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들로 가득한 공간... 마치 윤락업소의 불빛과 비슷하지만, 또 그것과도 다른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그 빛... 나는 천천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또 그때의 기분나쁜... 악마가 나오는 꿈은 아니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꿈과는 다른 꿈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어느새 도착한 공간에서는 두 남녀가 격렬한 섹스를 하고 있었다. 남자의 알몸을 보는것은 꿈속에서라도 썩 유쾌한 장면은 아니였지만... 뭐... 섹스하다보면 옷을 벗을수도 있지. 꿈이니까 관대하게 넘어가주기로 하고...
"하앙... 하앙... 오빠... 사랑해요 오빠..."
"헉... 헉헉... 빨아..."
"하응... 오빠... 하암... 쪽... 쪽쪽..."
여자의 혀가 남성의 성기를 빨아들인다. 남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애절한 여성의 움직임... 그에 비해 여자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듯한 기세로 힘줄을 바짝 세우고 있는 남자의 징그러운 성기... 남자의 물건은 다들 그런 모양일까, 왠지모르게 나의 물건과 상당히 비슷해보인다.
"벌려."
"오빠... 박아줘..."
"이거, 완전 개보지년이네."
야, 상대 여자한테 너무 심한거 아니냐? 이거 완전 개새끼네... 뭐 저딴 개새끼가 다있어. 남의 일이 아닌데도 왠지 남일같지 않았다. 저 남자새끼는 여자를 저딴식으로밖에 대하지 못하는걸까? 꿈속이지만, 나랑 전혀 관계가 없는 여자이지만 나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고는 나의 오지랖이 발동하며 그 남자에게 한 소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려가서 그녀의 보지를 거칠게 쑤셔대는 그의 몸을 밀치자 그녀의 애액이 진득히 늘어지며 그가 그녀에게서 떨어져나간다.
어...? 그의 얼굴은... 다름아닌... 나였다... 그리고... 그 여자의 얼굴은... 희진이였다...
꿈이 아니였다. 그것은... 꿈이 아닌... 엄연히 실제로 있었던 일... 나의 과거였다...
~ 악마
"프쉬케. 너는 처녀야?"
"처녀라 하시면... 그 인간들이 말하는 처녀를 의미하시는겁니까?"
"응. 바로 그거."
"... 네... 처녀입니다..."
"호호... 그렇네... 나도 처녀야. 그건 알고 있지?"
"예... 대충 감으로는..."
아스모데우스가 프쉬케를 위에서 덮치는 모양새로 누워있었다. 그녀들의 가슴은 서로 포개져있었고, 아스모데우스가 천천히 그녀의 몸을 움직이자 프쉬케의 얼굴은 잔뜩 달아오르고 있었다. 순백색의 피부를 가진 프쉬케... 그녀의 붉어진 얼굴은 그녀의 피부와 대조되며 더욱 눈에 띠는듯 했다.
"프쉬케는 어떻게 생각해? 처녀에 대해서."
"... 무슨 말씀이신지..."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봐. 내가 만약 처녀가 아니였다면 어땟을거같아?"
"그야... 아스모데우스님은 아스모데우스님입니다. 처녀든 처녀가 아니든..."
"후후... 그래. 내가 만약 처녀가 아니였다고 해도... 내가 나인건 변함이 없겠지. 하지만, 왜 인간들은 그렇게 처녀를 따질까?"
"... 모르겠습니다..."
아스모데우스는 뜨거운 한숨을 내쉬고 있는 프쉬케에게 고혹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그녀의 유방을 힘껏 움켜쥐었다. 프쉬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고, 아스모데우스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한다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어나갓다.
"처녀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인간들의 섹스에 대한 개념을 먼저 말해야겠네. 프쉬케, 너도 알다시피 섹스라는 행위는 사실 번식을 위한 과정일 뿐이야. 하지만... 인간들은 유독 다르지. 이제는 섹스를 하면서도 번식을 하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 콘돔이라든가, 정관수술같은 시시한 수법들 말이야. 하아~ 인간들은 어쩜 그리 어리석을까, 원래의 목적을 잃은 행위라니."
"저도... 하윽... 그게... 이해가 안됩니다..."
"그건 말이지. 인간들에게 소유의 개념이 생겨서 그래. 과거의 인간들... 평범한 동물들처럼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먹던 시절만 하더라도 인간들에게는 결혼의 개념이 없었어. 그저 다른 동물들처럼 번식을 위해 이여자, 저여자 가리지 않고 남성은 임신이 가능해보이는 여자와 섹스를 했고, 반대로 여자도 번식을 위해 남자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지. 하지만 그들에게 보관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정착이라는 개념이 생겼어. 그러자 자연스럽게 소유의 개념이 생겼어."
아스모데우스의 날카로운 손가락이 그녀의 유두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 쾌감에 젖어가면서도 프쉬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그녀의 귀에서 웅웅거리는듯한 아스모데우스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다.
"소유, 참 웃긴거야. 어떤 인간은 운이 없어서 굶어죽기 일부였지. 보관할 수 있는 식량도 없었고, 정착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어. 하지만 어떤 인간은 운이 너무 좋아서, 평생 먹어도 남을만한 식량을 1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모을 수 있었고,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공간에 정착하기도 했어.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야. 정착생활에 길들여진 인간들의 신체적인 능력은 점점 약해졌고,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더 좋은 유전자를 받기 위해 좋은 남성들을 찾아나섰지. 그리고 그 때의 그녀들에게는, 그들이 누리는 식량이나 그들이 머무는 공간의 질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던 것에 불과했지만, 웃기게도 그게 더 좋은 유전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던거야. 그리고 그때부터 결혼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지."
"하윽... 하윽..."
"그 다음은... 후후... 전쟁이였지. 남성들은 번식을 위해 자신들이 더 좋은 유전자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고, 그때부터는 약한 자들을 굴복시켜나가기 시작했어. 굴복시킨자는 많은 여자를 누렸고, 반대로 굴복당한 남자는 여성들을 뺏겼지. 하지만, 강하다고 인정받은 남자들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결국엔 늙고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 그들이 짓밟고, 굴복시킨 대상들이 대부분 늙고 약해진 남자들이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들은 늙고 병들어도 그들의 강함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지. 그게 뭔지 알아?"
"하앙... 하앙... 모... 모르겠습니다앙... 하앙..."
"후후... 그게 그들이 말하는 인간성이란거야.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시키고, 자신들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했지.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뭐 이런 논리야. 그들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힘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해버림으로써 그들이 차지한 권력을 영구화시킨거지.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어. 그래서 그들은 신화라는걸 창조해. 그들 스스로 신이라고 자칭하거나, 아니면 신이라는 존재를 창조해내고, 그들만의 법칙을 만들었지. 그 과정속에서 그들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바로 여자에 대한 부분이였어. 여자와 남자는 사실 다른 부분은 생식기관, 그리고 임신의 가능 유무 뿐이야. 하지만 남자들은 단시간에 여러번의 번식을 시도할 수 있는 반면, 여자들은 한번에 한번밖에 번식을 못해. 즉, 남자보다 여자가 더욱 귀중했던거야. 그래서 결국 인간들은 여자를 남자들의 소유물화시켜버렸지."
"하아... 하아..."
어느새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몸 위에 프쉬케를 올리고는, 프쉬케의 탐스러운 유방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는 그녀의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강하게 비틀어대며 말을 마무리했다.
"다시 말해서 처녀라는 개념은 남자들이 여자를 자신들의 소유물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개념이란거야. 뭐, 자신만의 아이낳는 도구... 참 추악하지.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인간의 존엄성, 존엄성 떠들어대면서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존재 또한 인간이지. 호호... 웃기지 않아? 남자들은 자신도 처음이 아니면서 여자들은 처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남자들이 많은 여자들과 만나는 것은 대단하다고 자랑하면서, 여자들이 많은 남자들을 만나는 것은 더러운 일이라고 치부해버려. 이상하지?"
"후우.... 네...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뭐, 나도 이해가 안되. 호호호..."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프쉬케를 바닥에 내려두고 아스모데우스는 그녀의 아찔한 자태를 프쉬케에게 여과없이 보여주고는 그녀들이 머물고 있었던 곳에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