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The Careless ~ 경솔함의 대가
~~ 현실
"같이 씻을까?"
"... 싫어... 내가 먼저 씻을거다. 흥!"
부득이하게 금요일 밤에 접대를 나가느라 자신의 아내인 미애와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내지 못한 상진은 아쉬운대로 불타는 토요일을 보내기 위해 미애와 함께 침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결혼을 한 사이임에도 미애는 상진과 관계를 가지기 전에 반드시 샤워를 했다. 사실 씻으나 씻지 않으나 그녀에게 나쁜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샤워는 경건한 의식을 하기 전에 가지는 일종의 예의치레 같은 것이였다. 상진 또한 그러한 미애의 태도가 자신에게 안좋은 모습을 보기 싫은 마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이해했다. 결혼생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어지만, 그들은 아직도 풋풋한 신혼같았다.
언제나 이 시간은 설레였다. 남자에 비해서 머리를 말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언제나 먼저 욕실로 향하는 그녀... 그 기다림... 얼마나 기다렸을까, 욕실 문이 열리고 마치 여신과도 같은 그녀가 수건 한장으로 그녀의 탐스러운 몸을 가린채 나왔다. 언제봐도 너무나 아름답다... 상진은 그녀의 눈부신 몸에 시선을 빼았겼고, 미애는 그런 상진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상진에게 빨리 샤워를 하고 오라고 말을 했다.
'하여간... 저럴때 보면 꼭 짐승같단말이야... 흥...'
미애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상진의 눈빛이 마음에 안든다는 내색을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향하는 상진의 뜨거운 시선이 너무나도 좋았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결혼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서로에게 질린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왔는데, 상진은 자신에게 질리기는 커녕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을 향하는 눈빛이 뜨거워지는것 아닌가. 아무리 미애에게 있어서 상진이 첫 남자이자 경험해본 유일한 남자라 남자에 무지한 미애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모를 미애가 아니였다.
상진이 향한 욕실에서는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애는 그 소리를 들으며 설레이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고, 마치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듯 헤어드라이를 켜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물기에 젖은 그녀의 머릿결이 헤어드라이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에 팔랑팔랑거렸고, 어느새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바닥에 떨어져버려 미애의 눈에는 거울속에 비친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한 여인이 비쳐지고 있을 뿐이였다.
'상진씨는 날... 아직도 매력있다고 생각하는거겠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그리고 결혼하기 전까지 주변 여자들은 그녀에게 항상 얼굴이며, 몸매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칭찬을 했었지만 정작 미애는 상진을 만나기 전까지 그것에 전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은 그녀보다 예쁜 여자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뭐... 비교대상이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위주였다는게 문제지만, 몸매는 가슴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큰 가슴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이유는 단순히 불편하다, 옷을 고르는데 가슴을 고려해야만 한다, 라는... 속된말로 있는것들이 더한다는 말이 딱 드러맞는 것들이였지만...
아무리 상진이 남편이라고는 해도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알몸을 모조리 상진에게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부끄러웠다. 물론 보인적이 없는것은 아니였지만... 부끄럽다... 문득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진 미애는 머리가 대충 다 말랐다고 생각되자 불을 끈채 침대에 누워 이불을 그녀의 목부분까지 끌어올리고 상진을 기다렸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 드디어 그가 나온다는 생각에 미애는 침을 삼켰다. 짧은 머리였던 상진은 머리를 말릴 필요도 없었기에 몸의 물기를 닦은 수건을 빨래통에 사뿐히 던지고는 어두운 방을 보며 미애에게 말을 했다.
"뭐야... 샤워하고 나왔더니 혹시 당신 지금 자는거야?"
"아... 아니..."
"근데 왜 불을 껐어?"
"... 부끄럽잖아..."
"당신두... 이렇게 귀여운 부인을 얻다니 내가 아무래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네. 큭큭..."
미애가 잠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상진은 그녀의 옆자리에 누웠다. 자연스럽게 그녀와 살이 부딪치고나서야 그녀가 잠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상진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녀의 샴푸냄새가 그의 코끝을 간지럽혔지만, 그 샴푸냄새보다 좋은 냄새는 샴푸나 향수, 그리고 화장품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그녀 특유의 살내음이였다. 상진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넣은 것만으로도 그녀는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나 오늘은 안전한 날이야..."
"나도 알지..."
"사랑해 여보..."
잠자리에서 미애는 평소에는 수동적인 편이였지만 간혹가다가, 정말 간혹가다가 적극적으로 상진의 몸을 애무하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날에 해당했다. 그녀는 상진과 입을 맞추었고, 그녀의 혀는 애타는 동작으로 상진의 혀를 찾았다. 도망갈리없는 상진의 혀였지만 미애의 혀는 상진의 혀를 찾자 마치 상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듯 그의 혀를 빨아들였고, 상진은 그녀의 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속옷 하나도 걸치지 않았던 미애의 가슴이 상진의 가슴과 맞닿으며 미애의 젖꼭지의 까끌까끌한 느낌에 상진은 자지가 터질듯이 커져서 미애의 아랫배를 찌르고 있었지만, 미애는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계속해서 상진의 몸에 자신의 가슴을 부비부비거리고 있었다.
"여보... 안그래도 되는데..."
"아니야... 오늘은 내가 해줄게..."
미애의 입술은 상진의 입술과 그의 뺨, 그리고 그의 귓볼을 차례로 애무해나갔다. 그리고 그의 목을 타고 내려가서 상진의 가슴부분에 내려가고는 그의 젖꼭지를 혀로 핥았다. 냉정히 말해서 그녀의 애무는 너무나도 미숙했지만, 상진은 그녀의 애무가 기술적으로는 미흡할지라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교넘치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은 애무따위에 비하면 어설퍼도 자신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그녀의 애무를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였다.
한참을 상진의 가슴을 애무하던 미애의 입술은 다시 상진의 입술로 향했다. 항상 거기까지였다. 미애애게 허락된 애무는 상진의 가슴까지... 상진의 물건을 직접 만진다거나 혹은 그 흔한 오랄조차 해주지도 않았다. 그것에 상진은 불만을 표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저 결혼한 후 첫날밤에 미애가 상진의 핏줄선 자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이후로 상진은 미애가 남성의 자지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고, 억지로 미애에게 자신의 자지를 애무해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다.
미애도 미애 나름대로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상진의 자지가 징그럽고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아랫입술을 몇번이나 그의 물건을 받아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결혼을 한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때도 남자들이 입으로 해주는걸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상진이 만족할수만 있다면 그의 물건을 빨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행위를 했을때 상진이 자신을 더럽고 천한 여자로 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때문에 차마 그러질 못했다. 물론 반대로 그녀가 입을 사용하지 않는것에 상진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다행히 상진은 그녀에게 그런 불만을 내색하지 않았다. 미애는 상진의 그러한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제는 내 차례지?"
"... 응..."
상진은 미애의 몸 위에 올라타서 그녀의 몸을 어루만져나가기 시작했다. 탄탄한 그의 몸과 달리 그녀의 살결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가능하다면 그녀의 몸에 파묻혀버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면서 상진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그의 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목부터 시작해서 쇄골라인... 그리고 그녀의 가슴이 만들고 있는 언덕... 그 음흉한 손가락이 그 언덕을 지날때는 미애는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으며 더욱 강하게 상진의 혀를 빨아들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이 그 언덕을 허무하게 지나치자 아쉬운듯 그녀의 몸에 긴장이 풀린다. 하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배꼽을 지나 그의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향하자 그녀의 몸은 잠시 후 소중한 곳이 그의 손가락에 의해 범해질 것을 두려워하는듯 잔뜩 긴장을 했다. 아쉽게도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수풀에 도달하려는 찰나, 아래로 향하는 움직임을 그만두고 다시 위로 향했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그녀의 사타구니는 그녀도 느낄 정도로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들키기가 싫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전희를 즐기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것을 상진에게 들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관계를 가지다보면 상진이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상진은 그녀에게 굳이 그녀가 젖어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늘은... 괜찮아..."
"정말 그래도 되? 평소에는 싫다고 했잖아."
"괜찮으니까... 제발... 응...?"
수면등만이 켜져있어 어두운 와중에 그녀의 젖은 눈망울은 더욱 빛나는것 같았다. 그녀는 안전한 날, 즉 질내사정을 하는 날만큼은 상진이 그녀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쑤시는 것을 허용했다. 다른 날은 죽어도 싫어하는 미애가, 왜 그날만큼은 그것을 바라는지 상진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이끌림에 의해 상진의 손은 그녀의 수풀로 향했다. 그리고 상진의 손이 그녀의 두툼한 보짓살을 뒤덮자 미애도, 상진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흘린 애액은 마치 윤활유같아서 그의 손은 미끄러지듯이 그녀의 보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하으윽...."
"당신 표정... 너무 사랑스러워..."
"하윽... 그런말 하지마앙..."
그녀의 교태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상진의 손가락이 드디어 그녀의 속살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상진이 그녀의 젖가슴을 베어물자 미애의 허리가 젖혀지며 더욱 깊은 신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괴로움마저 묻어있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젖꼭지를 살짝 깨물고 혀로 핥고를 반복하는 상진의 얼굴을 젖무덤쪽으로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하앙... 장난치지마앙... 하윽..."
상진이 고개를 들고 그녀의 젖꼭지에 반복적으로 키스를 하는것에 미애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말투로 그에게 말했고, 상진은 미애가 흘린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그녀의 보지에서 꺼내고는 그녀의 애액을 그녀의 젖가슴에 바르고는 다시 그녀의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미애는 내심 상진이 더욱 거칠게 그녀의 보지를 쑤셔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상진은 상진 나름대로 미애에게 너무 지나친 쾌감을 주지 안기 위해 손가락의 움직임을 조절하느라 죽을맛이였다. 그토록 부끄러움이 많았던 미애였기에 손가락만으로 분출을 해버린다면 그녀는 그것을 분명 오줌이라고 생각할것이 뻔했다. 그녀의 부끄러움이 얼마나 심했냐하면, 첫날밤에 그녀의 보지를 핥으려고 하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그 이후로는 그녀의 애액이 묻은 손가락을 직접적으로 빨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슴에 바른것을 다시 핥는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그녀의 애액을 맛보는것이 전부였다.
"하아... 하아... 그만하고... 해줘..."
"알았어..."
"흐윽... 역시 콘돔으로 하는거보다 이게 더 좋아... 이런 내가 싫지...?"
"싫을리가 있겠어? 오히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데?"
"치... 말은... 하윽... 너무 커..."
상진의 자지가 침범하자 미애는 상진의 모든 것을 안은것같은 황홀감에 젖어들었다. 그의 허리가 움직일때마다 그녀는 어설픈 허리놀림으로 그의 물건이 더욱 깊숙히 박히게끔 움직였다. 상진 또한 미애의 보지가 자신의 자지를 뽑아버릴기세로 쪼여대는것에 미칠지경이였다. 그는 항상 그의 과거를 저주했지만, 그녀와 섹스를 할 때 만큼은 그의 화려한 과거가 없었다면 2분도 안되서 사정을 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아흑... 아흑.. 여보... 여보...!"
"헉... 헉헉... 미애야... 사랑해..."
"나도... 나도 여보..."
상진은 미애와 여러가지 체위로 섹스를 하진 않았다. 예전에 그토록 후배위를 선호하던 상진도 미애와 섹스를 할때만큼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체위를 고집했다. 물론, 그쪽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미애 또한 친구들에게서 후배위로 하면 더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호기심이 드는것도 사실이였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섹스라는 행위는 쾌락의 추구가 아닌 상진과의 사랑,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에 불과했다.
"여보... 여보...!!"
"상진씨... 하윽... 하윽... 나... 하윽... 사랑해...!"
미애가 절정을 맞이함과 동시에 상진은 그녀의 질 안에 그의 자지를 깊숙히 밀어넣으며 정액을 뿌렸다. 안전한 날이기에 임신할리가 없었지만, 미애는 따스한 느낌이 살아있는 그녀의 아랫배를 쓸어내리며 절정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고, 상진은 사랑스러운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며 그의 사랑하는 마음을 미애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주말이 끝나고 남들처럼 월요병을 겪으며 한주는 시작되었다. 월요일부터 야근에 화요일은 회식, 수요일은 접대였다. 그나마 상진의 직속상관인 김부장이 오늘은 웬일로 일찍 퇴근한 덕택에 상진의 부서 사람들은 일찌감치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이게 얼마만의 정시퇴근이냐, 라고 생각하며 상진은 미애를 불러내서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히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형편은 못되었지만, 미애는 오늘처럼 상진이 일찍 퇴근해서 함께 자신과의 시간을 보낸다는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비록 남들의 눈에는 데이트 장소라고 하기에는 보잘것 없는 마트였지만,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진과 함께 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에...
"여보, 오늘 우리 오랫만에 술 한잔 할까?"
"참나... 술도 못마시면서..."
"치... 또 무시한다? 나 그래도 맥주는 어느정도 마실 수 있다구..."
"그래봤자 2캔 마시면 헤롱헤롱대면서..."
"흥! 자기는 맨날 밖에서 술마시고 들어오면서... 그래! 나 술 못마신다! 치... 자기는 얼마나 잘마신다구..."
"어이구~ 우리 애기 삐졌어? 알았어 알았어. 그럼 오늘 오랫만에 우리 애기 술버릇 좀 구경해볼까?"
"여... 여보...! 치..."
미애가 토라지자 상진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남들이 보든말든 그녀를 끌어안았다. 사람들이 보면 어쩔거냐면서 상진의 가슴을 때리는 미애였지만, 다행히 그들이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상진이 끌어안고있던 미애를 놔주자, 그녀는 언제 삐졌냐는듯 그에게 팔짱을 끼고는 바구니에 맥주 두 캔을 넣었다.
마트와 집까지의 거리는 가까웠기에 따로 택시를 타거나 할 필요 없이 그들의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원래 간단하게 장을 보려고 했었지만, 미애가 상진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준다며 하나 하나 고르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상진의 양손에 들려있는 쇼핑가방이였다.
"여보. 하나는 나 줘."
"에이, 괜찮아. 이럴때 남편 부려먹어야지, 힘쎈 남편 뒀다고 어디다가 쓰려고 그래?"
"그래도... 무겁잖아..."
"음~ 무겁긴 하지. 그래도 당신이 뽀뽀 한번 해주면 가벼워질거같은데?"
"치... 못말려 정말..."
미애는 상진을 얄밉다는듯이 한번 바라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딱히 그들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고, 미애는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재빠르게 상진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얼굴을 붉히며 상진의 옆에 바짝 붙어 집까지 걸어갔다.
미애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상진은 미애에게 설겆이는 자신이 하겠다고 말을 했지만 미애는 아까 마트에서 오면서 짐을 들어줬으니 집안일은 자신의 몫이라고 한사코 우겨댔다. 어찌나 미애가 우겨대는지, 말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것을 깨달은 상진은 냉장고를 열어 방금 마트에서 사온 맥주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같이 마시기로 했잖아. 조금만 기다려. 금방 정리하고 갈테니까."
상진은 이럴줄 알았으면 맥주 피쳐를 사올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며 맥주캔에서 손을 떼고는, 아쉬운대로 보리차가 담겨있는 물통을 꺼내 한 컵 마시고는 TV로 향했다. 미애가 좋아하는 8시 30분에 하는 일일드라마를 틀어놓았지만, 정작 미애는 설걷이를 하느라 그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진은 다른 채널로 돌릴 수 없었다. 비록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미애였지만, 상진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려고 하면 미애가 그냥 그거 냅두라는 잔소리가 날라왔기에 상진은 일치감치 다른걸 보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드라마가 끝날때에서야 미애는 아까 사온 맥주 두 캔을 가져왔고, 투덜투덜거리는 미애와 함께 상진은 맥주의 캔 뚜껑을 열었다.
-쏴아아~
맥주 거품이 뚜껑부분까지 올라와 넘칠랑말랑하는것을 살짝 들이삼키고는 미애와 함께 건배를 했다. 온갖 회식과 접대로 맥주 한캔정도는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상진과 달리 미애는 한모금을 마셨는데도 그녀의 얼굴은 금새 달아올라있었고, 취해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원해서인지 그녀는 상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 오늘 낮 4시경에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승객 263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화제를 일으킨 범인 김모씨는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 세상을 비관해서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한순간의 충동때문에 애꿎은 40대 부부가 함께 사망을 한 것으로 밝혀져...
- 또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30대 부부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단지 그 부부의 유서에는...
"요즘들어 저런 뉴스가 많네..."
"그러게..."
뉴스에서는 씁쓸한 소식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언제쯤 뉴스에서 상진과 미애가 웃을만한 보도가 나올까 생각하며 그들은 맥주 한모금을 다시 들이켰다.
"자살한 부부... 너무 불쌍한거같아..."
"그러게... 요즘 먹고살기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자살을 할거까진 없는데..."
"당신은 죽고싶다고 생각한적 없어?"
"적어도 당신을 만난 후로는 그런 생각한적 없지. 내가 어떻게 당신을 두고 죽을 수 있겠어."
사실이였다. 미애를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삶에 미련이 없었던 상진이였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후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정도로 상진에게 있어 미애의 존재는 각별했다. 술기운이 올라와서인지 지난날의 부끄러운 과거가 떠오를것 같았다. 그 괴로움에 상진이 다시 맥주를 들이키려고 한 순간, 미애가 상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향기는 상진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괴로움을 씻겨주는듯 했다.
"여보... 나 과부만들 생각 없지?"
"당연하지."
"다행이다..."
"진짜 말 그대로 다행이지. 요즘 취업도 힘들고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도 몰라서 자살하는 사람들 많대잖아. 그거에 비하면... 뭐 내 일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내 경력에 비해 월급도 많은 편이고, 나름 안정적인 편이고. 죽을만큼 힘들지 않아. 걱정하지 마."
"여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우리 부부잖아. 힘들때 혼자만 끙끙 앓으면 점점 더 부정적인 생각만 한대잖아."
"후후... 당신... 내가 혹시 자살같은거라고 생각할까봐 불안해?"
"..."
술기운때문인지 그녀의 눈망울은 더욱 빛나는것 같았다. 상진은 자신의 빈 맥주캔을 내려놓고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는 침실로 향했다.
~~ 쾌락의 궁전
익숙한 어둠이 주변에 깔려있다. 또 그 꿈인가. 풋... 굳이 다행이라고 할것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 아무리 꿈이라지만 남자놈이 옷벗고 다니는거는 조금 짜증난다. 더 짜증나는건 남의 알몸을 봐야한다는거지.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 어둠도, 두번째로 봐서 그런지, 아니면 이번 어둠은 저번 어둠과는 조금 달라서인지 내 주변의 사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뭐... 사물이라고 해봤자 딱히 보이는건 없었지만, 바닥정도는 보였다. 그리고 걸음을 조금 옮기자 저 멀리서 사람 하나가 걷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걱정했던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들도 옷을 입고 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이번 꿈에서도 그 아스모시기인지 하는 악마가 나올까? 꽤 예뻤는데...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예쁜 여자를 보는 것을 마다할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내 아내가 조금 더 예쁘다고 말하면 푼수같으려나? 그래도 사실이다. 뭐 그 악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도 예쁘긴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아내가 더욱 예쁘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다. 저번에 비해서 확실히 이번에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어있었다. 왜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이번에도 역시나 매혹적인 복장을 한 아스모데우스와 그녀의 뒤를 따르는 프쉬케가 우리 일행의 가운데에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이번이 두번째여서일까, 긴장감이 한결 풀려서일까, 몇몇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달려드려고 했지만, 남자들과 그녀들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듯, 그들은 우스꽝스럽게 그녀들의 앞에서 나자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호호... 역시 너희를 보는것은 너무나도 즐거워."
"아스모데우스님. 역시 인간은 너무나도 건방집니다. 당장이라도 제가..."
"프쉬케. 설마 나의 유희를 방해할 생각이야?"
"죄송합니다. 아스모데우스님..."
역시나 인간을 깔보는듯한 프쉬케의 말투, 표정, 눈빛...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도 말만 다를뿐 우리를 벌레취급하는것은 마찬가지같다. 뭐, 아무래도 좋았다. 꿈이니까.
"뭐, 원래는 한달 뒤에 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모을 수 밖에 없었어. 혹시 이유를 아는사람?"
"...."
그딴 이유를 알리가 있나. 제멋대로의 변덕이겠지. 하지만 그녀는 갑작스럽게 낮게 깔린 음성을 우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경고를 무시했어. 내가 말했지. 이 시험에 대한 내용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하지만 너희 인간들이란 그런 존재들이야. 경고를 계속 해줘도 믿지를 않지. 자, 보거라. 이것이 내 경고를 무시한 벌이다!"
그녀의 머리 위에 갑작스럽게 화면이 띄워진다. 우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고, 그 화면속에는 어떤 남성이 컴퓨터를 하는 장면이 보였다.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을 쓰는 모습...
- 님들. 오늘 꾼 썰 풀어드림. ㅇㅋ? 꿈속에서...
그는 내가 얼마전에 꾼 꿈... 아니, 이 악마의 말을 빌리면 일주일 전의 꿈일 것이다. 어쨋든 그 꿈의 내용에 대해서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하긴, 이정도의 꿈 내용이라면 게시판에서 뜨거운 반응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몇몇 댓글은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관심을 받기에도 나름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나도 자극적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화면속의 남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겠습니까?' 라는 화면이 뜨고 '예'를 눌렀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게시판에는 당연히 올라가야 할 그의 글이 올라가질 않았다. 그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사이, 그에게 다가오던 그의 부인으로 보이던 그 여자... 그리고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불길... 그 속에 죽어가는 부부의 모습... 설마...
"후후... 어때? 어리석인 인간의 모습이. 다른 모습도 보여줄게."
그녀의 위에 떠있던 화면은 빠른 재생버튼을 누른것처럼 빠르게 화면전환이 이루어진다. 이번에는 술집에서 친구들끼리 수다를 떠는 모습, 그 또한 꿈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이야기를 하고 난 후 갑자기 뭔가에 홀린듯 했고, 그의 친구들로 보이는 남자들은 잠시 후 그가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듯 했다. 잠시 후 그가 비행기를 타던 모습... 그리고 비행기의 추락... 어? 이거 어디선가 본거같은데...
또다른 화면으로 바뀐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던 모습... 역시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의문의 죽음...
이번에도 또다른 남자다. 그들은 약사부부인지 약국의 조제실에 있었고, 남자는 농담조로 부인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는 뭔가에 홀린듯 딱보기에도 먹어서는 안될것 같은 약물을 마치 물처럼 들이삼킨다....
순식간에 몇명인지 모를 남자들의 모습이 지나갓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우연한 사고도 있었고, 의문스러운 사고도 있었다. 비교적 편하게 잠든것같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까전부터 계속 구역질을 했다. 꿈이라 토사물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유일한 위인이라고나 할까...
"어때, 이제 좀 믿겠어?"
우리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두려움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세상에... 설마 그때 꿨던 꿈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런 말도 안되는 꿈이...
"후후... 하나 더 보여주지. 내가 말했지? 너희들의 부인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그녀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우리의 바닥이 다시 그때처럼 투명해진다. 그곳에는 옷을 벗은채 뭔가에 묶여 어디론가 끌려가는 여성들이 보였다. 대략 50명정도 되려나? 그리고 그녀들의 걸음이 멈춰지자마자 어디선가 날라오는 채찍, 여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것들이 그녀들을 둘러싸고는 그녀들을 범하기 시작한다. 눈물을 흘리던 여자들도, 비명을 지르던 여자들도, 어느새 고통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쾌락에 젖어있는것인지 모를정도로 그 괴물들에게 범해졌다...
"후후... 다시 한번 경고하지. 너희 아내들을 저렇게 만들기 싫다면 시험에 통과하든가, 아니면 여기 있는 누군가의 부인과 섹스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부인이 여기 중 누군가에게 범해지는걸 보든가 하면 되. 호호호.... 호호호호호...."
"아... 악마...!!"
누군가의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 나도 동감이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는 그것에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고마워. 최고의 칭찬이야. 악마에게 악마라니."
"..."
"뭐, 참고로 저번에 72명의 참가자 중 지금 이곳에 있는 참가자는 20명. 호호... 경쟁율이 확 줄었네? 힘내봐. 뭐... 자신의 영혼이 찢겨지고 자신의 부인을 쾌락의 눞에 빠뜨리고 싶다면 저번의 그들처럼 또 남들에게 말을 하든가."
아스모데우스는 친절하게도, 빌어먹을... 너무나도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시험에 대한 내용을 말했다. 그녀의 악마같은 웃음소리는 정말로 잊지 못할것 같다...
~~ 악마
"아스모데우스님. 궁금한게 있습니다."
"뭔데, 프쉬케?"
아스모데우스를 시중들고 있는 두 악마는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그 뒤에서 프쉬케는 아스모데우스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다른 악마들중에서도 프쉬케는 굳이 그 특징을 말하자면 모범생 스타일이였다. 아스모데우스가 프쉬케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해서 그들이 일주일만에 그렇게 다 죽을 것이라는걸 아신겁니까?"
"으음~ 그래. 프쉬케는 이번이 처음이니까... 프쉬케. 이 시험에 주어진 시간이 처음에는 얼마나 됬는지 알아?"
"... 제가 배운걸로는 60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60년이지. 예전에는 인간 남자도, 인간 여자도 15살부터 75살까지 임신이 가능했어. 즉, 그 나이가 아니면 섹스란것은 무의미해. 왜냐하면 섹스는 결국 인간이 한정적인 수명에서 벗어나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자손을 남기는 행위거든."
"그건 책에서 봐서 알고 있습니다. 저로써는 자식이라는 존재와 부모라는 존재는 각각의 다른 개체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건지를 모르겠습니다만..."
"뭐. 그건 어쨌든. 아무튼 인간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문명, 이란걸 발전시켰지. 그들의 삶은 편해진 반면, 그들의 육체는 점점 약해져갔어. 자연스럽게 그들의 수명도 줄어들었고, 그들이 임신할 수 있는 기간, 임신을 시킬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었지. 그거에 맞춰서 나의 시험 또한 기간을 점점 줄여나갔어. 60년이였던 것이 58년이 되고, 55년이 되고, 50년이 되었지. 하지만..."
아스모데우스가 말끝을 흐리는것에 프쉬케는 집중했다. 이제부터 하는 얘기가 아스모데우스가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인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였다.
"그들의 문명 발전속도는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어버렸어. 바로 인터넷이란 것이지. 인터넷은 그 전에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시간, 공간적 제약이란 개념을 싸그리 없애버렸어. 예전같았으면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되있는것 만으로도 그런 제약이 사라져버려. 그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게 뭘거같아?"
"... 모르겠습니다."
"신중. 배려. 그리고 거기에서 인간이 얻은것은 경솔함."
"....."
"이전같았으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말을 하거나 글을 써야했지. 말은 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가해야만 했고, 글로 정보전달을 하는 행위는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 게다가 그들은 신중하게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 왜냐, 만약에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글을 그냥 삭제해버리면 되거든. 아니면 오타라고 하거나. 게다가 그들은 익명성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 내가 어디서 누구를 비난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누군지 그 누군가가 알지 못해."
"... 그냥 앞에서 말하면 되는것을, 인간은 왜 굳이 그런 복잡한 방법을 써가면서 남을 비난하는겁니까?"
"당연하지. 인간들은 겁쟁이거든. 인간들은 사랑받고싶어해. 즉, 사랑받지 못할 일들을 하는것을 두려워하지. 하지만, 그 일들을 두려워하는만큼 그들의 잠재의식속에는 남을 비난하고 싶은 충동들이 숨어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숨어서 남들을 공격하는거지. 들킬일이 없으니까. 자신이 아무리 겁쟁이여도 인터넷 속에서는 무한히 강자가 될 수 있으니까."
"...... 그렇다면 이번에 죽은 52명의 인간들이 그러한 점들때문에 빨리 죽었다는 뜻입니까?"
"뭐, 완전히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대충 그렇다는 얘기야."
프쉬케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아스모데우스의 설명이.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복잡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악마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프쉬케를 보며 아스모데우스는 그녀를 시중들던 악마들을 내보내고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을수록 그들의 본성을 드러내지. 프쉬케, 이번에 인간들을 잘 관찰해보도록 해. 좋은 공부가 될거야."
"예! 아스모데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