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17)

회색시대

내 입술을 헤집고 들어온 장현우의 혀가 예민한 감각의 돌기들을 불러일으킨다. 성감의 회오리에 묻혀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내 혀를 강하게 빨아 당기는 그가 나의 코트를 벗겨낸다. 그리고 블라우스와 스커트, 브래지어와 팬티가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그에게 혀를 흡입당한 나는 쾌감에 몸서리치며 알몸이 된다.

가운을 벗어던진 장현우도 알몸이 되어 나를 침대로 밀어붙인다. 분홍색 조명등만이 밝혀진 호텔 룸 안은 밤인지 낮인지도 분간 할 수 없다. 넓은 룸 안에는 벌거벗은 그와 나, 성욕에 달아올라 습한 숨소리를 흘리는 한 쌍의 남녀만이 존재할 뿐이다.

장현우는 침대 끝에 나를 눕히고 젖가슴을 파고든다. 나는 그의 머리를 부둥켜안고 쓰다듬으며 긴 호흡을 내뱉는다.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킨 내 몸은 뭍에 오른 은어처럼 퍼덕인다. 한쪽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자극하는 그의 혀가 또 한쪽의 젖꼭지를 혀로 돌돌 말아 마찰한다. 그에게 사육 당하던 내 몸의 살갗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으 읍~! 혀, 현우.........”

“누구도 갖지 못하게 죽여 버릴 거야.”

두렵기만 하던 그의 끔찍한 말이 도리어 나를 더욱 흥분시킨다. 젖가슴과 젖꼭지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그의 혀가 배꼽을 걸쳐 밑으로 내려가며 습한 열기를 뿜어낸다. 그의 혓바닥이 음순을 핥으며 쓸어내릴 때 나는 결국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흘린다.

“하 으~! 자, 자기야! 아 으~!”

“허 으.......!”

흥분을 이기지 못한 장현우도 깊은 신음을 흘린다. 내 몸 속에서는 평상시보다도 많은 진액이 흘러 넘쳐 보지 속을 흥건하게 한다. 그는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을 갈증을 느끼는 들짐승처럼 혀로 핥아 마신다. 그의 혀가 음부를 핥는 감각은 나의 모든 신경들을 올올이 곤두서게ㅐ 한다.

“아 흐~! 모, 못 견디겠어. 하 아!”

“죽여 버릴 거야! 출국해도 도희 때문에 수시로 입국할 거야.”

장현우는 마치 성난 사자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먹잇감을 물어다 놓고 바라다보는 굶주린 사자 같았다. 그는 나의 알몸을 마네킹을 다루듯이 가볍게 뒤집어 놓았다. 나는 침대 끝에 하복부를 걸치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그가 나의 들어 올려 진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쓰다듬었다.

장현우의 허벅지 사이에는 핏줄까지 들어나도록 흉물스럽게 발기된 페니스가 허공으로 치솟아 있다. 나의 엉덩이를 벌리고 들여다보던 그가 방망이처럼 우뚝 솟구친 페니스를 습기로 가득한 보지 속으로 사정없이 쳐 박아 넣었다.

“어마 얏! 혀, 현우.........”

“헉~!”

동시에 그와 나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터트렸다. 보지 속이 터지는 충격과 극렬한 쾌감에 나는 침대위로 오르려 한다. 두 손으로 침대 모포를 움켜쥐는 내 허리를 끌어당긴 그가 보지 끝의 치골까지 잇닿도록 페니스를 돌진시킨다. 그리고 보지 입구까지 페니스를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기를 반복한다.

“하 윽! 으 읍........”

“흐 으.........”

보지 속을 가득 채운 그의 페니스가 밀려나갔다가 다시 보지 속을 파고들면서 좌우로 회전을 한다. 나는 그때마다 극한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한동안 보지 속을 헤집던 그의 페니스가 깊고 빠르게 진퇴 운동을 시작한다. 그의 페니스가 밀려들어올 때마다 나는 규칙적인 신음을 토한다.

“으 하! 아 읍! 하 아! 으 으........!”

“하 ! 아!”

보지 속을 헤집는 장현우도 거친 숨을 토해낸다. 이순간만은 내 머릿속에는 어떤 두려움과 혼란함도 사라지고 극렬한 희열만이 가득하다. 엑스터시를 넘나들면서 내 몸속 깊은 곳에서 흘린 진액이 보지 속을 흥건하게 만든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드나들 때마다 흘러넘치는 진액이 쩔꺽거리는 소리와 그와 나의 습한 신음이 룸 안에 가득하다.

“하 읍! 혀, 현우.”

“오늘 하루 종일 놔주지 않을 거야.”

그는 정말 욕정에 굶주린 짐승처럼 나를 놔 주질 않을 생각인 모양이다. 오랜 시간동안 나의 보지 속을 헤집으면서도 지칠 줄 모른다. 한동안 목청까지 꿰뚫을 것 같이 보지 속을 헤집던 페니스를 쑥 잡아 빼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나의 알몸을 침대위로 끌어안고 올라가더니 누웠다. 그리고 자신의 허벅지위에 나를 앉힌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하였다. 그의 하복부에는 진액으로 범벅이 된 페니스가 꿈틀거린다. 그는 내 엉덩이를 들어 올리더니 흥건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 허리를 아래로 끌어 당겼다. 정말 그의 페니스가 목구멍까지 뚫고 나오는 충격에 빠졌다.

“아 읍! 난 몰라. 아 하.”

“윽~!”

내 머릿속은 온통 극렬한 황홀감으로 가득하다, 내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잡아당기는 그의 손길에 맞추어 나는 치솟았다가 추락하기를 거듭한다. 나는 마치 장현우를 강간하는 기분이 든다. 그가 쾌감을 못 이겨 일그러진 표정을 지을 때마다 통쾌한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격렬한 황홀감에 몸부림친다.

“어 멋! 하 으........아 항!”

“허 걱~!”

나는 그의 가슴에 무너지듯이 엎어지며 엉덩이를 급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의 페니스를 더욱 깊숙이 느끼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궁 속 깊은 곳에서 생명을 받아 드리고 싶은 정액이 흘러나온다. 활처럼 허리를 휘며 자지러진다. 장현우가 헐떡거리더니 내 허리를 부둥켜안고 경직한다.

“허 윽!”

“하 압!”

장현우의 페니스에서 용암처럼 뜨거운 용액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보지 속을 달군다. 땀과 분비물로 얼룩진 그와 나는 한 몸이 되어 부르르 떤다. 우리는 서로 극렬한 절정감을 느끼고도 한동안 부둥켜안은 채 있었다. 몇 시인지는 몰라도 침대머리의 괘종시계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그가 나를 눕히더니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에 다녀온 그가 침대로 들어오더니 나의 알몸을 끌어안는다. 갑자기 그가 성교 도중에 하던 말이 떠오른다. 수시로 입국한다는 말과 습관처럼 죽인다는 말이 뒤늦게 무섭게 느껴진다. 내가 의문을 풀기 위해 보복하려 했냐고 물어본 말에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를 두렵게 하던 장본인이 장현우라는 말이다. 이제는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지만 장현우는 나에게 집요하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를 따돌린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여기서는 며칠 있었던 거야?”

“그건 왜 물어? 한동안 여기 있을거야.”

“지금이라도 경찰이 들이 닥치면 어쩔건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는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를 만난 목적은 그가 그립기도 하지만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심중을 파악해야 한다. 자신감에 찬 그가 모로 들어 눕더니 어린 소녀처럼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뺨을 토닥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은 옆의 호실도 빌려 놓은 거야.”

“옆의 호실!? 여기하고 통하는 문이 없잖아?”

“하하! 이리와 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발가벗은 알몸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의혹으로 가득한 나는 창피한 것도 모르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그를 따라 갔다. 그가 세면장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샤워기 수도꼭지에 매듭이 진 로프가 창문 밖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더욱 깊은 의혹을 느껴 창문 밖을 내다 보고나서 뒤돌아섰다. 로프는 옆 호실과 비상계단으로 사용하는 철 사다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가 이제야 이해를 했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로프야. 옆방을 빌린 것과는 상관없지만........”

“위험할 텐데........!? 차라리 지방으로 가지?”

“아니.......!”

고개를 저어 부정한 그는 더 이상 말을 하려하지 않았다. 나를 번쩍 들어 안아 침대위에 눕히더니 곁에 나란히 누웠다. 그가 내 젖가슴을 다시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골똘하게 생각하느라고 다시는 조금도 흥분되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젖가슴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젖꼭지를 빨아 당기며 혀로 마찰을 일으킨다. 내 머릿속에는 영원히 그를 나에게서 멀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떠 올린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해도 그의 집요한 애무에 나의 몸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휴대폰 벨 소리가 들린다. 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아니어서 그를 쳐다본다. 젖꼭지를 파고들던 그가 벌떡 일어섰다. 의아스러운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

“휴대폰 안 돼든데?”

“대포 폰 사용 중이야.”

“대포 폰......!?”

고개를 끄덕인 그가 옷걸이에 걸린 자신의 점퍼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그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한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긴장된다. 통화를 끝낸 그가 침대머리에 서서 난처한 표정을 한다.

“어떡하지! 사실 오늘은 도희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는데........기다려 줄 수 없어?”

“.........왜?”

“출국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받아 와야 하는데.......한 시간 정도면 충분해.”

“.........!?”

“기다려줘! 마지막 부탁이야.

“.......오래 기다리는 건 싫어.”

“알았어, 빨리 다녀오면 삼십분이면 족할 거야.”

장현우가 황급하게 옷을 걸쳐 입더니 모자를 손에 들고 나에게 다가와 입술을 맞춘다. 그리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을 살핀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은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호텔 룸 안에는 무섭도록 무거운 정적이 감돈다. 나는 여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누워있었다. 내 몸속에는 장현우가 욕구를 풀어낸 배설물과 나의 욕정으로 흘린 분비물이 엉켜있다. 나는 또다시 남자의 정액을 보지 속에 가득 담은 알몸이 된 것이다. 나를 욕정에 사로잡힌 피해자로 만드는 상대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결코 이 생활은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었다.

냉혈한처럼 이성을 번뜩인다. 나의 머릿속에는 여자로서 최후의 방법이 떠오른다. 후다닥 일어나서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샤워기 밑에 서서 욕정으로 뿜어낸 배설물을 씻어낸다. 욕조 옆에 놓인 세정액을 보지 깊숙이 흘려 넣고 북북 문질러 닦아낸다. 지금부터 할 일과 성욕에 젖었던 순간을 돌이켜 보니 긴장감과 희열이 교차한다.

옷을 걸치는 것보다 우선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한다. 면도날을 들고 세면장 창문을 열어 젖혔다.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고 있다. 까마득하게 높은 호텔 창문 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에 쌓인 호텔 정문 앞에는 행인들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창문턱에 올라서서 호텔 외벽에 닿은 로프를 자르기 시작한다. 나를 두렵게 하던 장현우가 자신의 탈출 방법을 말한 것은 큰 실수였다. 굵은 동아줄이기에 쉽사리 잘라지지 않는다. 반쯤 잘랐을 때 면도날이 부러지며 튕겼다. 손가락에 부러진 면도날이 박혀 피가 솟구친다.

돌아서서 수건으로 피가 흐르는 손을 감싸고 다른 면도날을 집어 든다. 다시 창문턱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난다. 반쯤 잘려진 로프를 다시 자르기 시작한다. 찬바람이 불어오건만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그가 급하게 돌아오면 지금이라도 돌아 올 것만 같다. 기어코 실타래 몇 가닥을 남기고 로프를 잘라냈다. 의심하지 않게 매달릴 정도는 돼야 한다.

타월로 세면장에 내 손이 닿았던 흔적을 지웠다. 황급하게 세면장을 나와 옷을 주워 입었다. 침대 모포를 정리하며 내가 흘린 물건이 없는지도 확인하고, 타월로 나의 흔적들을 지웠다. 휴지통을 뒤져 장현우가 배설물을 닦아냈던 휴지를 손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가 탁자위에 놓고 나간 옆의 호실 열쇠도 집어 든다. 타월을 들고 돌아서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문 앞으로 다가섰다.

타월로 문손잡이의 흔적을 지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타월을 잡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살짝 열고 복도를 둘러본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나선다. 옆의 호실 문 앞으로 다가서서 문손잡이를 타월로 감싼다. 열쇠를 열고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제 기다려야한다. 금방이라도 되돌아 올 것만 같은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

숨을 죽이고 문 앞에 바짝 붙어 서서 복도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일분이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고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얼마가 지났는지, 드디어 옆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장현우가 돌아온 것이다. 문을 빠금히 열고 룸 안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확인한다. 돌아서서 객실 전화기를 들고 프런트를 호출했다. 상냥한 안내양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죄송하지만 704호실 좀 연결해 주실 수 있어요?”

“네,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뚜우’ 하는 전파 음에 이어서 통화 연결 음이 흘러나온다. 무엇을 하는지 쉽사리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내가 사라진 것을 보고 망설이는 것인가. 한참만에야 수화기를 드는 소리가 난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나야! 큰일 났어!”

“뭐야! 어디 간 건데, 큰일 났다는 거야?”

“그게 아니고 지금 프런트인데, 형사들이.......형사들이 다녀갔고, 지금 형사들이 위로 올라갔어. 누가 나를 자꾸 봐서 끊을게.”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후에 호실을 나왔다. 그리고 복도로 나와서 장현우가 들어가 있는 호실 문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그가 당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두 주먹으로 문을 두들기며 발로 걷어찼다. 호실 안에서 급하게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호실 안에서 나지막하게 비명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할 일은 내가 끝났다. 한기를 느끼는 온몸이 덜덜 떨린다. 재빠르게 위층으로 오르는 비상구 계단을 뛰어 오른다. 그리고 중년남자 한명이 기다리고 서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중년남자가 묘한 눈초리로 나의 몸매를 훑어본다. 나는 되도록 유혹어린 눈빛을 보내며 배시시 미소를 보내준다.

멈추어 선 엘리베이터 안으로 중년남자와 단 둘만이 들어선다.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지하2층 주차장이다. 하지만 나는 중년난자가 일층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보고만 있다. 나에게 호기심을 느낀 것인지, 중년남자가 스킨십이라도 할 것처럼 다가선다. 일층에 도착해서 중년남자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다. 그리고 내릴 생각도 하지 않는 나를 되돌아본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재빨리 지하2층 버튼을 누른다. 닫히는 문사이로 중년남자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본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올라 기어를 넣는 손이 후들거리고 떨린다. 지하 주차장을 벗어나 호텔 정문 옆 골목을 빠져 나온다.

힐끔 바라 본 호텔 정문 앞에 우르르 모여드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 사이로 피투성이가 되어 엎드려져 있는 사람 모습도 보인다. 장현우는 급하게 로프를 이용해 비상 철조 계단으로 향하다가 추락 했을 것이다. 이제 그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두려움에서 벗어 난 것이다.

비록 지금은 당황스럽고 내 자신의 행동에 후회할지 몰라도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눈물이 난다. 장현우의 가슴에 안겨 고독함을 잊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것이 순간적인 행복이었는지는 몰라도 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어쩌면 에로스적인 사랑일지리라도 그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 한순간이라도 그를 사랑했기에 눈물이 솟구친다.

복잡한 도심지를 벗어나 드라이브라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와 함께 드라이브를 했었던 북악 스카이웨이로 들어섰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자꾸만 슬퍼지려는 마음을 달래려고 카오디오 스위치를 눌렀다. 그런데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며 샹송이 흘러나온다. 남편과 같이 즐겨 듣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샹송의 멜로디와 함께 남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당신은 너무 멀리 가버렸어! 물론 내 잘못이기도 하지.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괴로워할 거야. 하지만 내가 남편의 마지막 의무로 행복하게 해 줄게.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부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미안하다!...........”

“안 돼.........!”

나는 남편이 무엇을 말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승용차 엔진에서 둔탁한 굉음이 들리고 앞 범퍼 사이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마구 흔들리는 핸들을 잡으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린 순간이다.

스카이웨이를 오르던 승용차가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핸들에 머리를 받치는 순간, 산산이 부서진 유리창 파편들이 내 몸 위로 쏟아진다. 나를 두렵게 한 사람이 남편이었던가? 아니면 호텔을 나섰던 현우의 보복일가? 오디오 테이프에 담긴 남편의 마지막 목소리를 기억하며 나는 의식을 잃어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너를 사랑하련다.” [끝]

[그동안 바빠서 늦게 게시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2부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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