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시대
비밀의 방
장현우가 그림자처럼 내 주변을 돌던 장본인인가를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 부정을 할 것이 분명하다. 섣불리 물어보았다가 경찰에 추적을 받고 있는 그가 다시 잠적을 하여 괴롭힐 것이 두렵다. 어찌하든 간에 그의 실체를 밝히려면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다. 내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물었다.
“내가 장현우가 아닌 것 같아? 경찰에 쫓기면서 전화를 한 것이 두려운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도 걱정했어.”
애써 태연하고 반가운 것처럼 말하지만, 수화기 속에 메아리치는 내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수화기를 잡은 손도 떨린다. 당황하면 장현우가 통화를 끝내버릴 것만 같은 조바심이 일어난다. 무슨 말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데 그가 다그쳐 물어 본다.
“그럼......! 지금 만날 수 있어? 보고 싶어 미치겠어.”
“지금 당장 말이야!?”
“응, 난 통화를 오래 할 수 없어. 그린 호텔 509호실로 나와.”
“........그린! 509호! 지금 거기 있는 거야?”
“응, 전화 끊고 기다릴게!”
“내일 만나면 안 돼........!?”
“..........”
급하게 물었으나 이미 통화가 끊기고 뚜우~! 하는 전파 음만이 들린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 했었다. 짧게 통화를 끝내는 장현우의 쫓기는 심정이 들여다보인다. 이제 나에게 선택의 자유가 없다. 단지 두려움에 시달리기 보다는 그에게 다가가야 한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마무리해야한다는 심정이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서둘러 세면을 하고 화장을 한다. 장현우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화장을 하고 옷장 문을 연다. 그는 평소에 귀염성이 있어 보이면서도 둘만의 시간에는 성적매력이 넘치는 여자를 좋아한다. 체크무늬 주름 스커트에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를 걸쳤다.
졸졸 쫓아다니는 민호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집을 나선다. 외출을 자주하지 않았던 탓에 집밖으로 나오는 민호가 휘둥그런 눈동자로 바라본다. 승용차를 몰고 친정집으로 향한다. 친정집에 도착해서 거실 안으로 발도 들여 놓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를 만나고 온다면서 어머니에게 민호를 부탁했다. 허둥대는 내 모습을 의아스럽게 여기는 친정어머니의 시선을 뒤로하고 친정집을 나왔다.
승용차를 몰고 장현우의 약속장소로 향한다.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성급해진다. 복잡한 도로를 운전하면서 수시로 브레이커를 밟게 되니 더욱 마음이 조급해진다. 삼십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린호텔이 있는 빌딩들이 즐비한 번화가에 도착했다. 호텔 근처에 멈추어 서서 잠시 생각을 한다. 혹시나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는지 두려워서였다. 특히 호텔 주차장에 주자시키면 누군가 내 승용차를 알아볼 것만 같았다.
호텔 근처 골목 안으로 일반 주차장 간판이 눈에 띠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골목을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형수님 아니세요?”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으로 흠칫 놀라서 돌아보니 시동생 태호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에 있어야할 시동생을 만난다는 것은 예기치 않은 뜻밖의 일이었다. 세상은 정말 넓고도 좁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시동생 태호를 향해 돌아섰다.
“어머........! 도련님, 서울에 어떻게.......?”
“출장 왔어요. 저기.......”
시동생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며 길 건너의 고층 건물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사무실들이 많은 빌딩들이었다. 태호를 만나고 나니 호텔로 발걸음을 할 수가 없어 망설였다. 그리고 평범한 외출을 한 것처럼 자연스런 태도를 보이려고 애썼다. 겸연쩍은 표정을 지은 시동생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다. 아마도 나와의 정사를 떠올리는 것일 것이다. 문득 시동생이 욕정을 못 이겨 내 몸속에 페니스를 채우고 용틀임을 하는 순간이 떠올랐다. 잠시지만 황홀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더듬었다.
“어.......언제 왔어요?”
“어제요.”
“어제라면? 어디서 잤어요?”
“모텔에서요.”
“그럼....... 집에 오지 않고........!?”
“.........!?”
고개를 숙여 시선을 외면한 시동생 태호는 대답을 하지 않고 구두 끝으로 땅바닥을 긁적거렸다. 비록 시동생이라고 하지만, 한 순간 나는 그의 가슴에 안겼던 여자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남편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는 남자였기에 객지에 와서 하룻밤을 모텔에서 보낸 그가 안타까웠다.
“........언제 내려가는데?”
“내일.......내려갈 거예요.”
“오늘이라도 집에 와........”
“친구 집에 가기로 약속해서.......형수님은 어디 가는 길예요?”
“......아니, 그냥 친구 만나고.........”
말끝을 흐렸지만 마음은 바로 옆에 있는 그린 호텔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태연스런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남녀의 관계는 때로는 묘한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으로 한 몸이 된 것도 아니고, 순간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욕망에 서로를 원망 할 사이도 아니면서 서먹서먹하기만 하였다. 별다른 말을 할 것도 없어 망설이는데 시선을 외면하던 시동생이 어눌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시간 있으면........ 차 한 잔 같이 해도 될까요?”
“차......!? 그러지.”
사실 마음은 장현우를 만나 의문점들을 풀고 싶었으나 마지못해 시동생의 권유를 받아들인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시동생을 따라 걸어간다.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같이 시동생의 뒷모습은 핸섬하게 보인다. 분홍빛 꿈으로 가득한 남편과의 연애시절이 떠오른다.
어쩌면 결혼 전에 남편과는 에로스적인 사랑보다는 플라토닉 사랑으로 가득한 시절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정신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정신적인 사랑에 대한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체적인 사랑에 매료되는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시동생이 걸어 들어가는 곳은 장현우와 약속한 그린 호텔 커피숍이다. 호텔 로비에서 멈칫 거리다가 시동생을 따라 커피 숍 안으로 들어갔다. 코피 숍 홀 안에는 피아노의 음률이 흐르고 있었다. 홀 한쪽 구석에서 그랜드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는 여자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우아하게 보인다.
우아하다는 것은 때로는 성적 매력이 넘친다는 것이기도 하다. 레이스가 달린 핑크빛 드레스를 걸친 피아니스트의 얼굴이 고혹적이다. 가끔씩 남자 손님들의 시선이 여자 피아니스트를 향한다. 구석진 자리로 가서 시동생 태호와 마주앉은 내 마음은 다른 곳에 있어서 불편하기만 한다. 커피를 시켜 놓고 마주 앉아 있으나 마땅히 할 말은 없었다. 이따금 눈이 마주친 시동생과 나는 어색하기만 하다. 커피 잔을 들고 마시던 시동생 태호가 침묵을 깬다.
“무슨 말로도 형수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지만 죄송해요........! 가뜩이나 형 때문에 힘든 형수님을........괴롭혀 드려서.......”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시동생에게 당한 형수의 입장이지만 한 순간이나마 고독한 마음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동생을 용서 한다든지, 아니면 고독한 마음을 위로 해줘서 고맙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말없이 커피 잔을 들고 마시고 있지만 나의 모든 신경은 장현우에게 있었다. 다시 시동생이 위로의 말을 한다.
“형수님이 무척 힘들어 보여요.........언젠가는 돌아올 형이, 기다려준 형수님을 고마워하리라 믿어요,....... 천사 같은 형수님이 행복하기를 빌어요.”
“........!?”
시동생의 어떤 말에도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위로의 말과 욕정으로 내 몸을 소유했던 순간의 잘못을 후회하는 시동생의 목소리가 어눌하게 귓가에 맴돈다. 일방적으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하던 시동생 태호 마저 입을 굳게 닫고 침묵이 흘렀다.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잇지만 나는 더 이상 인내하고 있을 수 없었다. 장현우에 대한 의문으로 긴장된 내 마음은 안절부절 못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다가 휴대폰 벨소리에 소스라쳐 놀란다. 시동생의 눈치를 살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보았다. 장현우의 휴대폰 전화번호였다.
“잠간만....... 화장실에.”
시동생에게 말하고 휴대폰을 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숍을 나오는 동안 휴대폰 벨소리가 끊어졌다가 다시 들린다. 웬일인지 몰라도 커피숍 입구에 경관들의 모습이 보인다. 황급하게 커피 숍 화장실로 가서 휴대폰 통화버튼을 눌렀다. 격앙된 장현우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지금 뭐하는 거야?”
“어디인데?”
“어디냐고! 지금 도희도 호텔에 와 있잖아?”
“응, 지금 금방 갈게.”
“필요 없어. 나를 잡으려고 경찰을 데리고 왔지?”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올라간다니까.”
“같이 있는 남자는 누구인데?”
그 순간 어딘가에서 장현우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아마도 같이 있는 시동생을 수사기관의 형사로 오인했던 모양이다. 그가 지금 나를 떠난다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니 주위를 맴돌면서 나를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야! 시동생을 만나서 어쩔 수 없었어. 나를 못 믿어?”
“믿었지! 그러나 지금은 생각해 봐야겠어. 오늘은 만날 생각하지 마.”
“현우! 지금 바로 올라갈게. 제발 기다려줘.”
“필요 없어. 난 이미 호텔에 없어. 나중에 전화 할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마!”
“현우씨! 제발! 잠간만 기다려줘. 어디서 만날까?”
“...........”
간절하게 외쳤지만 통화가 끊어진 휴대폰에서 ‘뚜우~!’하는 전파 음만 흘러 나왔다. 의문을 풀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지고 알지 못할 긴장과 공포로 소름이 돋았다. 하얗게 질린 화장실 안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한동안 넋을 놓고 서 있었다. 화장실을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을 수 없을 지경이다. 커피숍으로 돌아와 앉는데 시동생 태호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디가 아프세요?”
“.......아니.”
“그런데 몹시 안 좋아 보여요.”
“그런 건 아니고.......나 술 사줄 수 있어?”
온 몸의 피가 모두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다. 회한과 두려움으로 맨 정신으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미로 같은 안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빙하처럼 얼어붙으려는 마음을 알코올에라도 녹이고 싶었다. 태호는 갑작스런 내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내 흔쾌히 대답한다.
“그러지요 뭐! 친구 집에 가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고마워. 도련님.”
나는 이미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혼백이 없는 사람처럼 시동생의 뒤를 따라 호텔커피숍을 나왔다. 퇴근길이 가까워진 도로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황혼의 붉은 빛이 왜 그런지 차갑게만 느낀다. 시동생이 앞장서서 들어간 술집은 지하에 있는 퓨전 양주 집이었다.
붉은 카펫이 깔린 홀 안은 형광물질로 치장한 인테리어로 가득했다. 실내에는 은은한 샹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동생 태호가 무슨 술로 주문하겠느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양주를 달라고 했다. 배부른 것 보다는 빨리 취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시동생이 시킨 킹크 랩과 양주가 도착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시동생 태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갈증을 느끼는 사람처럼 시동생이 따라준 양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시동생이 의아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형수님! 기분 안 좋은 전화라도 받았어요?”
“응. 그러나 그냥 취해서 잊어버리고 싶어.”
“무슨 일인데요?”
“도련님은 말해도 몰라. 그냥 친구 일 때문에......”
“친구가 왜요?”
시동생의 물음에 나는 대화를 할 소재를 생각해 낸다. 그리고 절친했던 친구가 이혼 당한 사연을 떠 올렸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지금 전화로 연락 받은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한다. 어쩌면 내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내 친구 영아는 정말 남편을 사랑했는데, 결국 이혼할 수밖에 없었어. 당한거야.”
“당했다고요?”
“응, 그놈이 영아가 이혼을 요구하도록 만든 거지.”
“이혼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고요?”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빛을 하고 시동생이 따라놓는 술잔을 연거푸 기울였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시동생은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내가 이혼을 한 것처럼 나는 울분을 터트렸다.
“영아 남편에게는 첫사랑인 여자가 있었어, 그런데 결혼 후에 다시 만나기 시작한 걸 영아가 알게 되었고, 그놈이 이혼해 달라고 한 거야. 그러나 영아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어.”
“차라리 이혼을 해주는 게......”
“아니........”
나는 다시 술잔을 들이키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친구 영아의 심정이 나와 같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시동생도 어쩌면 나와 같은 친구의 입장에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술이 취해가는 나는 시동생의 빈 잔을 채워주며 열변을 터트렸다.
“아니, 남편을 사랑했기에 기다리고 싶었던 것이지.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여자나 남자나 똑같은 거 아닌가? 어쩌면 영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더라도 남편이 기다려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몰라. 그만큼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의 사랑을 믿는 거지.”
“그러면 남편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 가요! 왜 이혼 하도록 만들어요?”
“남자 마음은 나도 몰라. 단지 영아가 이혼을 안 해주니까, 그놈은 일부러 내연의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내연의 여자와 같이 침대에서 뒹구는 사진을 집안에 놓고 영아가 보도록 한 거야. 그래서 영아가 간통으로 고소하게 만든 거야.”
“설마.........!?”
“세상의 남자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은 안 해. 남자만 잘못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여자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지. 하지만 남자는 항상 첫 여자이길 바라고 여자는 마지막 남자이기를 바란다지 않아.........”
“사람들은 남자,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첫 사람이고 마지막 사람이기를 바라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저는 정말 형수님 같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면 영원히 변치 않을 자신 있어요.”
“그럴까 하지만.........”
왜 그런지 시동생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시동생도 취하고 있었기에 진심을 알고 싶었다. 비록 순간의 충동으로 정사를 갖은 시동생으로 어차피 이루어질 수없는 인연이지만 남자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 점점 알코올에 취해가는 나와 시동생 태호는 남녀의 애정 관계에 대한 말을 두서없이 주고받았다.
시간이 흘러가고 빈 양주병이 늘어갔다. 얼마를 마셨는지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이다. 구역질을 하던 나는 기어코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말았다. 주점을 나올 때는 시동생도 취했는지 횡설수설하면서 뇌까린다.
“저는 정말 형수님을....... 사랑하걸랑요.........”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시동생의 얼굴에 장현우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시동생에게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시동생이 남자로 보여서가 아니고, 객지에서 친구 집으로 가는 모습이 측은해서였다. 그렇지만 시동생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나를 태워 주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점점 취기가 심해져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몸도 가누지 못 할 정도였다. 택시에 내려서 한동안 철문에 기대 서 있었다. 그때서야 어렴풋이 승용차를 두고 온 것과 친정에 두고 온 민호가 생각났다. 흐느적거리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친정 전화번호를 누른다. 밤이 깊어서인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잠에서 깨어 난 것 같다.
“엄마......! 저.......예요.”
“너 술 마셨니?”
“네. 조금.......요. 민호는 내일 데리고.......올게요.”
“술 많이 마신 모양이구나! 애구.......! 힘들어도 몸 걱정해라. 민호는 자고 있다.”
“네.......! 어머니 고마워요........ 주무세요........”
친정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민호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다. 긴장감이 풀어져서인지 쓸어 질 것 만 같다. 철문을 열고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정원의 소나무 둥치에 기대섰다. 취기로 인해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눈물방울처럼 반짝거린다.
그때 철문이 다시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결국은 시동생이 친구 집으로 가지 못하고 온 것이려니 생각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철문을 열고 들어 선 것은 뒷방의 진혁의 모습이었다. 취기가 어린 시선에 들어온 진혁은 어른티를 내느라고 청바지에 신사복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던 진혁이 나에게 다가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아, 아줌마. 여기서 뭐하세요?”
“응........, 너 진혁........이구나!”
“아줌마! 술 마셨어요?”
“응, 후후~! 마셨지.”
취기 때문인가. 선웃음을 짓는 나를 바라보는 진혁의 모습에 시동생 태호의 얼굴로 겹쳐진다. 아니 장현우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모습이든 나에게 지금 중요하지는 않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영원히 잠속에 빠져들고 싶다. 비틀거리면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발목이 휘청거리며 넘어 질 것 같다. 순간 뒤따라오던 진혁이 내 허리를 부축한다.
“아줌마 조심 하세요. 왠 술을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쪼그만 게 뭘 안다고........”
진혁의 부축을 받으면서 현관 문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 벽에 기대서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주 보이는 뒷방으로 향하는 문이 암굴처럼 컴컴하게 뻥 뚫려 보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습관처럼 잠이 들기 전에 씻고 싶었다.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가 걸친 옷을 벗어던진다. 브래지어와 팬티 바람으로 거울 앞에 서 있다가 취기로 가득한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흠칫 놀란다. 등 뒤에 서있는 진혁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것이다.
그때서야 아직도 진혁이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나를 바라보는 진혁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낀다. 뒤돌아서서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넌 왜 안가고 있는 거야? 가서 자!”
“아줌만 부축해 줬는데 괜히 신경질이야!”
핀잔을 들은 진혁이 투덜거리며 돌아선다. 그리고 뒷방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걸어가며 흘낏거리며 내 몸매를 훔쳐본다. 진혁이 사라진 후 세면장으로 들어가 알몸으로 샤워기 밑에 섰다. 따뜻한 물을 틀어 온몸을 적신다.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술기운은 여전하지만 샤워를 하고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침실로 들어가 잠옷만 걸치고 침대 위에 쓸어졌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어지러웠고 눈을 감고 있어도 현기증을 느낀다. 취기로 인해 무아지경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얼마 동안 정신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내 가슴을 더듬는 것 같다. 눈을 뜨려고 해도 손끝도 움직일 힘이 없었다.
하지만 더듬는 손길에 내 몸의 세포들은 짜릿한 감각의 세계를 헤맨다. 젖가슴을 더듬던 손길에 잠옷이 벗겨져 취기로 달아오른 몸의 열기가 식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내 또 다른 열기에 휩싸인다. 젖가슴을 더듬던 손길이 음부를 쓰다듬는다. 꿈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점점 황홀한 회오리 속에 휘말려 신음을 흘린다.
“음~! 으 읍......”
음부를 쓰다듬던 손가락이 음순을 쓸어내리며 자극한다. 눈을 감고 있는 환상 속에서 장현우와 시동생 태호의 얼굴이 번갈아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올린다. 취중에도 보지 속에서 진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음순을 자극하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돌돌 말아 쥐고 세워 일으킨다.
“하 잇! 아 읍.......”
충격적인 감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뜨거운 입김이 보지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장현우가 입술로 보지를 애무해주던 방법이었다. 눈을 뜨려고 해도 꼼짝할 수없는 나는 꿈이기를 바란다. 돌돌 말린 혀끝이 보지 속으로 치밀고 들어왔다.
“하 윽~! 하 아.”
혀끝으로 보지 속을 헤집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꿈이 아니라면 눈을 떠야한다고 생각한다. 눈꺼풀이 천근같이 무거웠으나 있는 힘을 다해서 눈을 떴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경악스러웠다. 벌거벗겨 있는 내 알몸 을 충혈된 눈빛으로 진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안 돼. 너 진혁이........”
“왜 안 돼? 아줌마도 좋잖아.”
진혁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장현우와 같았다. 나는 일어나려고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생각뿐이고 내 몸은 얼어붙은 동상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진혁도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진혁의 체격은 제법 어른처럼 건장하였다. 진혁의 허벅지 사이에는 우람한 페니스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묘한 미소를 지은 진혁이 나의 허벅지를 벌리고 허리를 당긴다. 전번에는 순간적으로 당했지만, 이번에는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거야? 나는 아줌마에게 동정을 준거고, 아줌마가 나에게 첫 여자야.”
생각뿐이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나를 바라보는 진혁은 자신만만한 태도까지 보인다. 흐뭇한 미소를 띤 진혁이 자신의 성난 페니스를 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리고 축축하게 젖은 나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들이 밀어 넣었다. 진혁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헤집고 들어오고 용광로같이 뜨거운 감각에 치를 떨었다.
“어 마 얏........! 안.......돼 는데.........”
“허 억~!”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은 진혁이 쾌감을 이지기 못해 숨을 들이켰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까지도 꼼짝하지 못하던 내 팔이 진혁의 목덜미를 끌어 당겼다. 진혁이 나의 알몸을 깔아 뭉기며 진퇴 운동을 시작한다. 나이 어린 진혁이지만 이 순간만은 성욕으로 달아오른 남성이 분명하였다. 비록 나이가 많은 나도 진혁의 페니스를 보지 속에 품고 황홀해지는 여자에 불구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