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7)

회색시대

비밀의 방

분류 로맨스 훔쳐보기 근친상간 (8부 ) 작성일 2008.09.14 (15:44:37) 추천 27 조회 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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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지탱하려는 미영의 표정이 흔들린다. 눈을 감고 있지만 미간을 찡그리며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녀의 숨겨진 성감들을 일으켜 세우던 현우의 머리가 밑으로 내려간다. 미영의 허벅지 사이로 현우의 머리가 묻힌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미영의 음부를 입술로 애무하는 모양이다. 어디를 농락당했는지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던 미영이 팔을 뻗쳐 머리 밑의 베개를 움켜쥔다.

“아, 안 돼........”

머리를 흔든 미영이 허벅지를 조이면서 얼굴을 찡그린다. 그녀도 결국 민감한 돌기들이 느끼는 감각을 견딜 수 없는 것 같다. 미영의 반응을 감지한 현우가 상체를 일으키고 미영의 다리를 벌린다. 그가 가리고 있던 미영의 하복부가 커튼 사이에서 훔쳐보고 있는 나의 시야로 들어온다. 그녀의 음부는 현우의 타액으로 번들거린다. 음 순 사이의 갈라진 보지에서 미영이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흘린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미영의 알몸 위에 올라간 현우의 둔부가 보인다. 그가 자신의 흉물스럽게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미영의 음순에 마찰을 한다. 동시에 현우의 페니스가 타액과 진액이로 범벅이 된 미영의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간다. 미영의 허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는 전율을 느낀다. 순간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던 미영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아마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뿌리까지 사라진 현우의 페니스를 감싸고 벌어진 미영의 음순이 보인다.

“허 억~!”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린 것은 현우였다.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던 미영이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현우를 올려다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미영의 보지 속에 틀어박힌 페니스가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미영의 몸속으로 깊이 박혔던 페니스가 밀려 나올 때마다 미영의 보지 속에서 뿌연 진액이 흘러나온다. 바라보고 있는 내 몸속에서도 샘물이 흘러나와 허벅지 사이를 적신다.

성감을 참지 못하면서도 미영은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지 고개를 좌우로 젖히며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영의 허리가 위로 치받고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은 손을 뻗쳐 현우의 허리를 잡아 당기며 안간 힘을 쓴다. 그녀도 욕정으로 달아오르는 육체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 하아.......아! 하아.......”

성감에 휩싸이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영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녀의 변화를 느낀 현우가 행위를 멈추었다. 미영의 보지 속에 페니스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내려다본다. 현우의 행위가 멈추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미영이 눈을 뜨고 올려다본다. 현우와 시선이 마주친 미영이 다시 눈을 감고 얼굴을 돌린다.

표정을 나타내지 않으려던 미영의 얼굴이 발그스레하게 변하고 있다. 현우가 미영의 허벅지 밑으로 다리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미영을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앉힌다. 돌연한 현우의 행위에 미영의 동그랗게 뜬 눈동자에 의혹이 스친다. 그녀의 허리를 두 손으로 껴안은 현우가 뒤로 누웠다. 나의 시야에 여성 상위의 성교 자세가 된 모습이 되었다. 보지 속에 페니스로 가득 채운 미영이 현우를 타고 앉은 상태이다.

현우가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잡아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미영의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뽑혔다가 다시 깊이 들어 갈 것이다. 현우의 가슴에 손을 짚고 추락하는 미영이 입술을 벌리면서 고개를 흔든다.

“시, 싫어........!”

말로는 그렇지만 미영은 보지 속으로 깊게 틀어박히는 현우의 페니스에서 느끼는 쾌감을 즐기려고 엉덩이를 흔든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다. 그들의 정사 장면을 훔쳐보고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미영의 시선과 마주쳤다. 시선이 마주친 미영은 엑스터시를 느끼는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부끄러운 눈빛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현우를 깔고 앉은 미영의 몸은 치솟았다가 추락하기를 거듭한다. 이지러진 표정으로 허리를 뒤트는 미영의 알몸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동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젖가슴을 현우가 움켜쥐었다. 현우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영의 젖꼭지가 유린당한다.

“아! 아 하.......! 하, 하아! 아 읍.......!”

그녀의 신음소리가 빨라진다. 극한 오르가즘에 달아올라 나를 바라보는 미영의 눈빛에는 원망스러움이 스친다. 더 이상 그들의 정사 장면을 훔쳐 볼 수가 없었다. 한 걸음씩 뒷걸음질 을 한다. 거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왔다. 나도 모르 사이에 음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소파에 앉아 그들의 정사장면을 떠 올린다. 조용한 거실 안으로 그들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갑자기 후덕 지근하고 몸에서 얼이 난다. 내가 훔쳐본 것을 모르는 현우나 시선이 마주쳤던 미영이 정사를 끝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또 한 나도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자신이 없다.

소파에 앉아서 온갖 생각에 잠겼는데 삼십 여분 지나고 미영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관으로 들어온 그녀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냉장고 문을 열고 냉수를 들이 킨 그녀가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몸속을 적신 현우의 분비물을 씻어내는 모양이다.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리고 세면장 문이 열렸다. 오늘 있었던 정사를 씻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비누냄새가 풍기는 말끔한 그녀의 모습이다. 잠시 주춤거리더니 나에게 말한다.

“언니, 갈게.”

“응.........!”

미영은 주저하지 않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러나 작은 손가방을 들고 대문을 나서는 그녀의 걸음이 휘청거린다. 현우에게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역한 구역질을 느낀다. 막상 내가 저지른 일로 괴로워하는 현우를 위해 주선한 것이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추악하게 느끼는 감정에 휩싸인다.

내 안에는 성욕에 대한 본능을 밀어내고, 자아의 본능이 불같이 솟구친다. 현우를 내 곁에 머물기 위한 일이라고 아무리 자위를 해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 결국 나는 현우의 방을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다.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드잡이를 한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나서도 또렷해지는 나의 의식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목표를 모색한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하지만, 머릿속이 텅 비어 갈뿐이다. 다시 현우의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정신과 육체는 식물인간처럼 무감각해진다. 현우도 나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멈추지 않고 이틀을 쏟아졌다. 창밖을 바라보며 정원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빗줄기를 뚫고 누군가 나를 찾아 올 것만 같다. 소망이 이루어 진 것인가, 누군가 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비를 맞은 현우의 모습이다. 그를 발견하고도 나는 여전히 거실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라본다. 뛰어 들어온 그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고 섰다. 반가워야 할 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숨을 헐떡이는 현우가 왠지 싸움이라도 하고 온 사람 같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얼굴에는 상처가 나서 피가 맺혀 있다. 걸치고 있는 티셔츠 팔소매가 찢겨져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염려스러운 것으로 그에 대한 나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놀라는 표정을 하는 나를 그가 지그시 바라본다. 내 몸을 안고 사랑한다면서 말하던 정열적인 눈빛이었다. 그가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를 흘린다.

“누나! 잠간만 봐.”

착각을 한 것인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보인다. 나는 그의 말을 기다린 것처럼 일어선다. 현관을 나와 그를 쫓아간다. 뒷방으로 들어서며 새삼스럽게 현우에게서 울어나는 강한 남성의 체취를 느낀다. 흐트러진 모습의 그가 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보이는지 걱정스럽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 조금 다투었을 뿐이야.”

내 염려와는 다르게 별일이 없다는 그의 말투이다. 찢긴 티셔츠를 훌렁 벗어던진 그가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세면을 하고 나온 그의 얼굴에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에게 다가서서 상처 난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가 근육이 들어난 가슴 안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하고 싶어.”

“.........!?”

그의 가슴에 파묻힌 나의 입술에 그의 입술이 덮친다.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감미롭지도 않고 감정이 변하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그를 받아 드릴뿐이다. 점점 숨결을 높이는 그가 내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그의 손에 의해 나는 다시 벌거벗겨진다. 알몸으로 들어난 나는 침대위에 눕혀진다. 현우의 손길을 느끼던 미영의 처음 심정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지와 팬티를 벗은 그가 내 몸을 점령한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나를 흥분시키려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위를 말없이 바라본다. 그의 입술과 손길이 성감대를 자극시켜도 욕정이 끓어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손길에 길들여진 내 육체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감정과는 다르게 몸속에서 잉태를 준비하는 샘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간혹 돌기를 일으키는 감각을 견디지 못해 신음을 흘린다.

“으, 으 읍.........”

현우의 페니스가 제집처럼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그는 유난히 흥분한 상태이다. 미친 듯이 보지를 가득채운 페니스로 몸속 깊은 곳을 파고들며 헐떡거린다. 나의 육체가 황홀한 늪으로 빠져들수록 정신이 또렷해진다. 그가 갑자기 페니스를 보지 속 깊이 박아 넣어다가 쑤욱 뽑아낸다. 몸속의 살갗들이 딸려 나올 것만 같다. 빠져 나온 페니스를 사정없이 보지 깊숙이 돌진시킨다. 치골에 잇닿는 충격적인 쾌감을 못 이겨 그에게 매달린다.

“아 항! 난 몰라.”

하지만 내 육체가 달아오를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또 다른 나는 쾌감에 젖어드는 내 육체와 욕구를 풀어내는 그의 육체를 감상한다.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가 아닐 때가 많다고 누군가 말했다. 엑스터시를 느껴 거친 숨을 토하는 그의 모습이 짐승처럼 느껴진다. 길지 않은 시간에 그가 내 젖가슴을 부둥켜안고 사정을 한다. 내가 오르가즘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의 페니스에서 뜨거운 용액이 뿜어져 나와 자궁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피곤해서 그래.......”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 변명을 한다. 거침 숨을 고르던 그가 내 몸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눕는다. 현우가 흘린 욕정의 분비물이 보지 속에 흥건하건만 나는 허기짐을 느낀다. 공복감을 느끼며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다. 천정에 매달린 전등에서 전류 음이 환청처럼 크게 들린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 성욕의 본능이 삶에서 얼마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것인지가 의문스럽다. 얼마동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누워 있었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옆에 누운 그가 숨소리를 높이며 잠이 들었다. 정말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낀다.

나만이 통하는 문을 통해 거실로 나왔다. 주방으로 가서 큰 그릇에 밥과 반찬 등을 넣고 비볐다. 한 수저가 넘치도록 떠서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배가 부르고 나니 무엇이던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시 현우의 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나만의 문을 다시 드나들고부터 현우에 대한 애착심이 더 강해진다.

장현우가 다른 여자에게 다시 관심을 가질까봐 두려워한다. 그에 대한 관심은 깊어 갈수록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자가 거울에 자기를 비춰 보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자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까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아름답고 성적인 매력을 가꾸어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현우뿐이다.

그러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현우의 얼굴에는 숨의 그림자가 깃들어 보인다. 아마도 멀어진 은정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든다. 그는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허겁지겁 내 옷을 벗겨 알몸을 만들어 놓고 혼자만 욕구를 채운다. 보지 속을 짓이겨 흥분을 시켜놓고 욕정의 분비물을 쏟아내고 쓰러진다. 그래도 내 몸을 사랑하는 그가 옆에만 있는 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며칠을 계속해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고 흐린 날씨가 계속됐다. 그리고 다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날씨가 무더워지더니 여름 장마가 시작된 모양이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횟수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언제 들어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문득 지붕에서 떨어진 빗방울로 움푹 파이는 땅바닥을 보며 구멍 뚫려가는 심장의 허전함을 느낀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픔을 현우의 가슴에 안겨 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허전 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속을 울리며 메아리친다. 어둠이 짙어져도 빗줄기는 계속됐다.

혼란스러움을 잊으려면 현우가 필요하다. 왠지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간 현우가 아무래도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려나 보다. 어두워지는 거실에 앉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때 우당탕하는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뛰어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하니 장현우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밖으로 뛰어 나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비에 흠뻑 젖은 그의 옷은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로 얼룩져 있었다.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부축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뭐야? 왜 그래?”

“후후~! 하아.......! 죽고 싶어.”

코웃음과 함께 숨을 길게 내쉬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를 부축하여 뒷방으로 갔다. 운동화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구두를 벗기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가 걸친 옷에서도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의 괴로운 표정을 보고 공연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물에 젖은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알몸이 된 그의 모습이지만, 마치 아들의 옷을 벗겨 놓은 심정이었다. 그의 얼굴에 흘러내린 피를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다행히도 그의 이마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흘러내리던 피는 멎어 있었다.

그는 술에 취했으면서도 정신이 드는지 알몸에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걸친다. 그리고 휘청 거리더니 주저앉아 내 손을 잡고 흐느껴 운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물어 보지도 않고 내가 저지른 일 때문이라는 자격지심이 든다. 흐느끼던 그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도 서러워지고 그가 애틋하게 보인다. 방바닥에 앉아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왜 그래? 말을 해!”

“누님, 나 못살겠어. 으흐흑~!”

“뭔데 그래?”

손을 잡고 있던 그가 가슴에 매달리며 흐느낀다. 그의 머리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를 알면 어떤 것이든지 해결해주고 싶다. 얼마인지 모르지만, 돈 때문이라면 남편과 같이 사용하는 통장에 꽤 많은 금액이 있다. 뿐만 아니라, 증권과 주식 통장도 있다. 소리 내어 흐느끼던 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 어떻게 해야 돼?”

“말해야 알지!”

현우가 눈물로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항상 강하게만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측은하고 애처로웠다. 그가 크게 숨을 들이켜고 울먹인다.

“은정이 오빠가 나를 죽인데, 기철이도 같은 배구부 선수인데, 아마 같이 죽일지도 몰라.”

“은정이 오빠가 누군데, 사람을 죽여?”

“그는 우리 캠퍼스 선배인데, 역도 선수 출신이야. 지금은 화이트칼라 조직의 보스야.”

“경찰에 연락하지 그래?”

“아니, 경찰 같고도 안 돼.......으 흑~! 명목상 경비업체를 운영하지만, 형사 끄나풀로도 활동하기에 금방 풀려나고........, 조직을 갖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수는 없어. 으흐흑~!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알면 집에서도 나를 보지 않을 거야. 으........흐........! 죽고 싶어.”

그의 말에 나는 파랗게 질렸다. 일이 이렇게 최악의 사태로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태의 심각성에 온몸의 피가 쏟아져 내린다. 얼마나 엄청난 일을 내가 저질렀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느라고 허둥지둥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여기저기 알아 봐.”

“으.........으 흑~!”

그는 대답 없이 흐느끼기만 한다. 한동안 흐느끼던 그가 맥없이 방바닥을 쳐다본다. 침묵이 흐른다. 정말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데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간사한 인간의 본능인가,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현우는 영원히 내 곁에서 떠날 것이고 나는 또 다른 방황의 늪에 빠질 것이다. 나도 울음이 터진다. 그의 양 어깨를 붙들고 울먹인다.

“이 바보야! 방법 좀 찾아봐.”

“은석이가 당치도 않은 요구를 하지만, 그건 들어 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야.”

“은석이가 누군데?”

“은정이 오빠.”

“무슨 요구인데? 정말 불가능한 거야?”

“불가능해! 입 밖에 내기도 싫어. 그놈이 미친개처럼 지껄인 말이야.”

“뭔데? 말이라도 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오해하지 않을 거지? 차라리 누님이 안 듣는 것이 마음 편해.”

“오해는 무슨.......! 말해 봐.”

왠지 그의 말을 듣는 것이 불안했다. 불가능하고 안 듣는 것이 편하다는데 공연히 고집을 부린 것 같다. 그가 대답을 못하고 충혈 된 눈으로 쳐다만 보았다. 무슨 요구인지 몰라도 그의 신중한 표정을 보니 더욱 궁금해서 재차 물었다.

“무슨 요구야? 설마 사람을 죽이라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오해하지 않을 거지?”

“그렇다니까!”

“........그 놈이 누님과.......자고 싶데.”

“뭐라고!?”

말을 듣고 나서야 그가 말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알았다. 어이가 없다. 그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지른 일이고, 미영이 마저 재물로 삼은 것이다. 내가 현우의 품에 안긴다고 순결을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허기진 마음을 채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내 몸을 희생하라는 말이다. 그것은 오직 한 가닥 남은 내 자존심을 버리고 천박한 여자로 전락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결과가 닥칠지 뻔히 알면서도 그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낼 수 없는 나는 중얼거린다.

“그놈이.......나를 어떻게 알아?”

“누님도 봤을 걸! 먼저 모임에서.......”

“먼저 모임.......?”

“제일 위쪽에 앉았던 체격이 크고 눈이 왕방울만 한 사람.......”

“........!”

그의 말을 듣고서 기억을 떠올린다. 알 것 같다. 유심히 나를 바라보던 유난히 눈이 큰 사람, 거인 같은 몸집, 징그러운 시선을 받고 소름이 돋던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한기가 엄습해서 부르르 떨었다. 내게 치욕을 느끼게 하는 현우가 남편만큼이나 저주스럽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현우의 뺨을 후려쳤다.

“바보, 멍청이.......!”

“미안해.”

철석 소리와 함께 얻어맞은 뺨에 손을 댄 그가 올려다본다.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왜 그런지 원망스러워야할 그의 눈빛이 애잔하고 천진난만해 보인다. 내안의 나는 그를 결코 떠나보낼 수 없다는 위험한 게임을 할 결심을 한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언제래.......?”

“.......나더러 .......정하래.”

그의 주눅이 든 목소리를 들으며 뒤도 안돌아 보고 방을 나왔다. 왠지 나만의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밖으로 나왔다. 머리에, 가슴에, 어깨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를 맞으니 시원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숨을 쉴 수없이 막힌 가슴속은 답답하다. 빗줄기를 맞으며 한동안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은 마음이 비바람처럼 흔들린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던진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내 자신이 우스꽝스럽다. 그냥 하루 정도 삶을 포기 하고 싶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정리되리라고 생각한다. 처녀도 아니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욕구를 채워 준다고 순결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변화하는 것이 싫다. 남편을 기다리고 지치면 곁을 지켜줄 현우도 변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잊고 싶어서 집안으로 들어가 일찌감치 잠을 청한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깨어 보니 약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통증을 느낀다. 잘못된 약 복용은 또 다른 약을 부른다. 두통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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