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시대
분류 로맨스 훔쳐보기 근친상간 (3부 ) 작성일 2008.09.10 (13:38:05) 추천 78 조회 13616
애인 만들기 060-700-5995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하면서 내 얼굴을 훔쳐보는 그의 시선을 감지한다. 곁눈질 하던 그가 슬그머니 찻잔을 내려놓은 내 손을 잡는다.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자신의 손바닥에 내 손을 얹어 놓았다.
“손가락이 굉장히 가냘프게 보여요.”
“지금은 일을 해서 별로.......”
내 얼굴에 꽂힌 그의 강한 시선을 느꼈다.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시간과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이 조금씩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내 입술을 응시한다. 내 입술을 탐하려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는지 마음이 혼란스럽다. 솜사탕 같은 그의 목소리가 나를 마비시킨다.
“누님은 정말 아름다워요.”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부하는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과 마음이 돌처럼 얼어붙었다. 스스로 거부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을 정당화 시킨다. 아니야! 고결한 나는 지금 그에 의해 당하고 있는 것이니 잘못이 없는 것이라고 읊조린다. 그래!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고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변명한다.
하지만 이내 감각의 돌기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입술을 훔친 그에게서 성감을 불러일으키는 체취가 뭉클거리고 스며온다. 그의 혀가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그에게 이끌려간다. 입속에 들어온 그의 혀가 숨겨져 있던 신경세포를 찾아낸다.
한동안 불같이 사랑하던 남편과의 키스를 떠올린다. 저돌적이고 단순하던 남편에 비해 현우의 키스는 섬세하고 달콤하다. 탄성을 내 뱉을 뻔했다. 그가 내 혀를 강하게 흡입하였다.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몸속의 신경이 올올이 일어선다. 그의 불씨에 의해 숨겨졌던 욕정의 본능이 살아난다.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성감에 대해 민감한 표현을 한다면 천박스러워 보일 것이다.
입술을 유린하는 그의 손길이 블라우스를 들추고 들어왔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젖가슴을 더듬는다. 그의 손가락사이에 젖꼭지가 갇히는 순간 몸속의 신경들이 소스라치며 놀란다. 정숙한 여자라면 이쯤에서 거부의 표현을 해야 한다는 여자의 또 다른 본능이 아우성친다.
“아, 안 돼........!”
“전 정말 미치겠어요. 사랑하고 싶어요.”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거부의 본능은 소리 없이 자멸한다. 그의 입술은 심장을 불사르고 젖꼭지를 애무하는 손길은 잠재된 본능의 돌기를 일으켜 세운다. 또 다른 내가 아무리 살아나는 성감의 불씨를 없애려고 해도 그는 화산처럼 다가오며 성욕이라는 휘발성 화학물질로 내 몸을 적신다. 저항을 해야 한다는 것은 윤리가 만들어낸 마음뿐이고 내 몸은 힘없이 소파위에 눕혀진다.
현우의 손길이 저항할 의지도 잃은 나의 블라우스를 풀어헤쳤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그의 입술이 젖가슴을 타액으로 적시기 시작한다. 돌기를 일으킨 젖꼭지가 그의 입술 사이에서 요동을 쳤다. 근육질로 다져진 그의 가슴 속에 갇힌 내 마음은 의미 없는 줄다리기를 한다. 이쯤에서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본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아래 허기진 마음을 위로 받을 것인가. 혼란스럽다. 젖꼭지를 유린하여 내 심장에 불을 지르며 성감의 돌기들을 일으키던 그의 손이 스커트 자락 속으로 디밀어진다.
허벅지를 쓰다듬고 들어오는 손길에 세포들이 경련을 일으킨다. 순간 아랫입술을 질끈 물면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신음 소리를 막았다. 허벅지 사이로 들어온 그의 손이 음부를 문질러 자극을 일으키는 것이다. 음부를 마찰하던 그의 손이 팬티를 거머쥐었다. 더 이상은 그의 손길을 막아야한다고 속으로 외치지만 성감의 회오리 속에 빠져든 내 몸과 마음은 배반자처럼 포효한다.
밀려 내려간 팬티 속으로 침범한 그의 손이 음모를 쓰다듬었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어루만지고 스치는 손가락 사이에 민감한 클리토리스가 거치적거렸다. 지지러질 것 같은 흥분과 함께 한동안 자신의 것이라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손길이 더 이상 깊은 곳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허벅지에 힘을 주어 조였다. 하지만 집요하게 파고든 그의 손가락이 음순을 농락하였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하던 내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 읍~!”
음순을 농락하던 그의 손가락이 보지 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남편에게서도 받아보지 못한 애무였다. 동시에 몸 속 깊은 곳에서 감격의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보지 속을 들어온 손가락이 감춰진 감각의 세포들을 마찰한다. 그의 손가락이 보지 속을 들락날락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올렸다. 한편으로는 창피스러움을 느낀다. 그의 손가락에는 샘물이 묻었을 것이다. 쾌감의 눈물을 흘리는 나를 천박하고 경박하게 여기지는 않을 런지, 혹시 내가 품위를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거친 숨을 흘린 그의 한마디가 내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누님처럼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 봤어. 사랑해도 괜찮지요?”
“........몰라. 미워 죽겠어.”
이 상태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내려다 봤다. 그의 눈빛이 눈부셔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를 바라볼 수 없어 팔을 들어 두 눈을 가렸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그가 나를 번쩍 안고 들어서 침대로 향했다.
침대위에 나를 눕힌 현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자존심과 부끄러움 속에 나는 감은 두 눈을 팔로 가리고 인형처럼 누워있었다. 그가 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스커트와 블라우스, 브래지어를 매미 허물 벗기듯이 벗겨내서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팬티마저 벗겨나갈 때도 나는 눈을 감은 채 알몸이 되어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이 상황에서 거부하는 몸짓을 하거나 지나친 흥분의 표현은 아름답지 못할 것 같았다. 발가벗겨진 비너스 누드 조각처럼 누워서 실눈을 뜨고 바라봤다. 현우가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을 벗는 모습이 보였다. 헐렁한 티셔츠를 벗은 상체의 근육이 들어나고 하반신을 가린 추리닝을 벗었다. 트렁크 팬티를 벗은 그의 하복부에 우람하게 솟아난 페니스가 들어났다. 그의 남성의 심벌인 페니스를 보고 두려웠다.
남자라고는 남편만 알고 살아왔다. 남편의 페니스를 받아 드리면서도 크다고 느꼈는데, 현우의 페니스는 정말 우람하고 힘줄까지 돋아난 흉물스러웠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이미 그의 페니스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존심을 밀어내고 도착한 본능이라는 열차의 종착역이다.
이제 방안에는 벌거벗은 원초적인 남녀만 존재할 뿐이다. 알몸이 된 그의 몸은 알맞은 근육으로 다져져 보기 좋았다. 완연하게 들어난 몸을 그에게 안긴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침대로 다가온 그가 내 몸을 샅샅이 들여다보았다. 젖가슴을 어루만진 그의 손이 배꼽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스친 손길이 음순을 쓰다듬을 때 나도 모르게 허벅지를 조이며 허리를 틀었다.
“사랑스러워요! 해도 되지요?”
“.........!?”
대답을 요구하는 것은 나에게 고문이었다. 그도 대답을 원치 않았는지 입술로 젖꼭지를 물었다. 그의 입속으로 젖꼭지가 빨려 들어갈 때 몸도 딸아 빨려 들어가는 쾌감이 들었다. 젖꼭지를 못살게 굴던 그의 입술이 배꼽을 지나 허벅지 사이로 내려갔다. 그의 입술이 음순을 잘근거렸다. 온몸의 피가 음부로 몰리는 쾌감이었다. 갑자기 보지 속으로 뜨거운 물질이 들어오는 바람에 숨을 크게 내쉬며 신음을 흘렸다.
“어 맛! 하 으........”
그의 돌돌말린 혀가 보지 속으로 침범한 것이다. 허리를 들어 올리며 허벅지 사이에 틀어박힌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지긋하게 밀려들어오는 쾌감을 참으려고 이를 악 물었다. 자상하고 섬세하다고 느낀 그였는데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보지 속에 디밀어 넣은 혀를 밀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였다. 내 몸속에서는 다시 놀라는 감탄의 눈물을 흘렸다. 남편에게서는 받아 보지 못한 애무였다.
“하 읍! 더, 더러운데........”
“정말 해도 되죠?”
현우가 무릎을 꿇고 옆에 앉아 이지러진 내 표정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대답대신 고개를 돌렸다. 어디까지나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당한다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결코 나에게서 승낙의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묻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대답을 듣기를 포기한 그가 나의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엎드려서 잔득 발기된 페니스를 손에 쥐고 음순에 마찰을 일으켰다. 온몸의 세포가 흥분하여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나를 흥분시켜 스스로 몸을 허락하는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음순에 페니스를 마찰 시키는 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맺혔다. 그리고 음순을 짓이기던 페니스가 촉촉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쑤욱 들어왔다.
“하 읍~!”
“허 억~!”
동시에 그와 나는 헛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렸다. 보지 속이 터져나가는 충격이었다. 허겁지겁 그의 허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헐떡거리며 그가 입술을 찾았다. 갈증을 느끼는 들짐승처럼 서로의 혀를 빨아 당겼다. 보지 속을 가득 채운 그의 페니스가 자궁까지 밀고 들어 올 것처럼 돌진해 들어왔다.
“하아! 너, 너무해.”
“누님 보지가 대단해요. 미치겠어요.”
성기를 표현하는 말이지만 평소에는 저질스럽게 느끼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페니스를 집어넣은 음부를 보지라는 하는 단어가 저질스럽지 않았다. 그가 둔부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몸속 깊이 넣었다가 급히 빼낼 때는 온몸이 따라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그의 허리를 붙들고 바들바들 떨었다.
“혀, 현우.......하........으.......”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가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깊고 빠르게, 때로는 좌우로 둥글게 회전을 한다. 둔부를 들었다가 내리 꽂으면서 그가 젖꼭지를 혀로 돌돌 말아 빨아 당긴다. 남편이 만들어주지 못한 쾌감의 오르막을 안간힘을 쓰며 올라간다. 결코 느껴보지 못한 엑스터시였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충격적인 쾌감에 몸서리치는 신음을 흘린다.
“하 으. 아.......하.......”
“하 아.......으.........”
욕정의 도가니에 휩싸인 현우도 종마처럼 거친 숨을 내뿜으며 헐떡거린다. 그의 페니스를 몸속에 담고 있는 순간만은 고독함도 괴로움도 사라진 무아지경일 뿐이다. 혼미한 쾌감 속에서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헤집은 횟수가 백번일가, 천 번이 넘었는지도 모른다........아니 그이상일수도 있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치밀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규칙적으로 환희의 신음을 흘린다.
“하 아! 으 읍! 하 으! 하........! 으.........”
현우의 페니스가 진퇴를 거듭할수록 나는 연거푸 오르가즘의 등선을 오르내린다. 남편과는 생각도 못하던 오르가즘이었다. 그와 나는 언약한 바는 아니지만 서로의 몸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흘린 땀방울이 가슴에서 질척거린다. 갑자기 그가 보지 속을 휘젓던 페니스를 쑤욱 잡아 뺐다.
“하 압.......!”
“누님 보지가 옥죄이는 것 같아. 나하고 속궁합이 맞나봐. 누님도 좋았어?”
“못 됐어.”
짤막하게 말하고 눈을 흘겼다. 그의 눈빛은 정말 내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내 허벅지를 허리에 걸치고 다시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정액으로 흥건해진 보지이지만 빡빡하게 페니스가 밀려 들어왔다. 그가 두 손으로 허리를 당기면서 페니스를 몸속 깊이 돌진시켰다. 뼈끝까지 닿은 충격에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하........응! 난 몰라.”
“이렇게 영원히 있고 싶어.”
그가 내 마음을 대변해서 말하는 것 같다. 나이 삼십이 되었으면서도 이렇게 황홀한 쾌감을 느낄 줄은 몰랐다. 고독으로 허기진 몸속에 그의 페니스를 채우고 있어 아득한 포만감에 젖는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앞뒤 좌우로 피스톤 운동을 시키면서 그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문질렀다. 온몸의 신경이 오그라드는 쾌감에 기절할 것 같았다.
“아~! 하지 마. 미치겠어. 어 머 얏! 하 앙........”
그의 페니스가 보지 깊숙이 치밀어 들어올 때마다 내 알몸은 위로 치켜 올라가기를 반복하였다. 그때마다 구름위로 떠올랐다가 한없이 추락하는 아찔한 쾌감을 느꼈다. 보지 속을 헤집던 그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페니스를 갑자기 빠르게 움직였다. 내 몸이 그의 손길에 의해 요동을 쳤다. 오르가즘의 등성을 오르내리던 나는 뼈마디가 아스러지는 극한 쾌감을 느낀다.
“하~으! 혀, 현우. 자, 자기야.......어떡해........으........하!”
“허 걱~!”
이를 악물은 현우가 내 몸을 부둥켜안으며 경직되었다.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해 내려가는 아찔함에 젖은 나는 현우의 등줄기를 붙들고 바르르 떨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뭉클거리며 황홀한 눈물을 흘린다. 보지 속에서 용트림을 하는 그의 페니스에서도 뜨거운 용액이 쏟아져 나온다. 눈물과 용액이 부딪쳐 욕정의 소용돌이를 이룬다.
뜨거운 용액을 내 자궁 속을 향해 뿜어낸 그는 한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습관처럼 생리일이 언제였던가를 기억해 내려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은 백지 상태이다. 욕정의 열기를 식히면서 장현우가 내 몸에서 벗어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지도 걱정스럽다. 혹시나 그가 나를 음란한 여자라고 여길 것이 두렵다. 하지만 세상에는 특별히 음란한 여자라든가 또한 특별히 정조가 굳은 여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주위의 환경, 처해있는 입장, 그리고 남자에게 불만이 없느냐에 따라서 곧 탈선해 가는 것이라고 자위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은 내 표정을 보이기도 그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욕정의 도가니에 빠졌을 때는 몰랐는데 치부를 보이는 나 자신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를 밀치고 일어니 돌아섰다. 어지러움을 느껴 휘청거렸다. 누워서 내 알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낀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브래지어와 팬티를 걸치고 스커트를 입었다. 우선 현우의 방을 나서고 싶다. 바닥에 떨어진 블라우스를 주워들었다. 주어든 블라우스로 앞가슴을 가리고 그의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집 모퉁이를 돌아 부리나케 뛰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허벅지 사이가 뻐근함을 느낀다.
잠에서 깨어난 민호가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장현우와 같이 흘린 욕정의 정액이 보지 속에서 흘러나와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것 같다. 남자에게는 분비물이지만 여자에게는 감정의 산물이다. 자신 스스로 행복하냐고 자문해본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몸속에 기쁨의 엔도르핀이 피어오른다.
“엄마! 배, 배고파.”
“응, 우리 민호. 미안해.”
그러고 보니 민호에게 점심도 챙겨주지 않은 것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기쁨 뒤이어 서글퍼지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견딜 수 없는 고독함 대신 육체적 쾌감에 휘말리고 있는 동안 어린 민호를 혼자 있게 한 자신이 미워진다. 왜 그런지 보지 속을 적시고 있는 욕정의 분비물을 씻어내고 싶다. 하지만 민호를 위해 식사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민호가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너무 깊고 오랜 정사를 해서 그런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 사이가 뻐근하다.
정말 묘한 일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외간남자의 품에 안긴 날인데 며칠 동안을 귀가하지 않았던 남편이 늦은 저녁에 들어왔다. 피곤해 보일만도 한데 남편의 복장은 깔끔했고 건강이 넘쳐흘러 보인다.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는 한마디를 하고 침대로 들어가 코를 곤다. 다른 남자의 페니스를 몸속에 받아드렸다는 죄책감으로 혹시 남편이 몸을 요구할 것이 두려웠으나 적어도 그럴 염려는 없었다. 물론 어쩌다가 집에 들어와도 남편은 나와 육체관계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잠이 든 남편의 모습을 보니 증오스럽다. 내 몸속을 채우던 페니스로 다른 여자를 즐겁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커녕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와서 냉랭한 태도를 보이니 사랑했던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의 최초 애인이 되고 싶지만,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애인이 되고 싶어 한다.
남편 옆에서 잠들고 싶지 않아 건넌방 서재로 갔다. 전등도 켜지 않은 어둠속에 웅크리고 앉았다.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느냐고 자문해본다. 결혼 후 얼마나 깊게 남편에 대한 사랑이 뿌리 박혔기에 남편의 그늘에서 탈출하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정신적인 고독감에 벗어나려고 나의 육체는 몸부림친다. 한창 나에 대한 사랑의 열기에 빠진 남편이 자신의 것이라고 하며 발가벗기던 몸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남편의 사랑으로 채워질 몸속에 다른 남자의 욕정으로 달구어진 분비물로 받았다. 남편에 대한 모멸감을 대신 성욕의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했다.
잠을 청하려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장현우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쯤 그는 자고 있을 가. 아니라면 나를 생각하고 있으면 좋겠다.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내가 그의 방을 찾아들면 음란한 여자라고 판단 할 것이 두렵다. 갖가지 혼란스러운 잡념에 휘말리다가 어둠이 거칠 무렵에서야 잠이 들었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잠옷 차림의 남편이었다. 잠이 든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방안을 휘둘러본 남편의 모습이 사라진다. 세면장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이른 아침인데 아마도 출근을 서두르는 것 같다.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여자의 몸속에 채웠던 페니스를 닦아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얼마 후 세면장의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나고 조용해진다. 이제는 남편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정적이 감돌고 졸음이 쏟아진다. 다시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데 방문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나 갈게.”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마디를 던진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부리나케 일어났다. 남편이 거실에서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편을 향해 와락 소리를 질렀다. 막걸리 집 접대부 같은 발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어쩌려고 그래?”
“뭘!?”
뒤돌아선 남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한다. 나는 속으로 ‘뻔뻔한 놈’이라고 부르짖었다.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단란한 가정을 갖는 작은 소원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난 민호가 거실로 나와 나의 치마꼬리를 붙잡았다. 나는 저주스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이게 사는 거야?”
“그럼 사는 게 아니고? 밥을 굶겨, 아니면 집이 없어? 돈도 얼마든지 있잖아? 그러면 됐지 어쩌라고.”
“밥만 먹고 살아? 내가 집지키는 개야? 다른 년이나 끼고 돌아다니는 남자를 기다리고 살아야 돼? 난 이렇게 못살아. 우리 이혼 해!”
“이혼은 못해! 인생이 별건 줄 알아!? 늙어서 그때 서로 의지하고 살면 돼. 자식 있고 넓은 집도 있잖아. 통장도 네가 갖고 있잖아. 너는 너대로 쇼핑도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면 되지, 어쩌라고.......!?”
설득하듯이 조목조목 내뱉은 남편은 이맛살을 찡그렸다. 더 이상 내말에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은 남편이 휙 돌아서서 현관을 나갔다. 뚜벅 거리는 남편의 구두 발자국소리가 대문으로 향했다. 철문이 열고 닫히는 육중한 소리에 이어 적막이 흘렀다.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