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아이 Bloody eye - 5 -
포근하며 따스한 느낌이었다.
희미한 의식 너머 낯익은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에 둘러싸여진 느낌...
에볼린은 거기에 휩싸여 행복한 느낌을 맛보았다.
" 엄마..."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누군가 흠칫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수 없는 그 존재의 품속에 자꾸 파고 들었다.
살짝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따뜻이 품에 안아 주었다.
" 어머나? 엄마래? 후후후...이 아이 역시 너를...후후후..."
" 후우우...그만해요..."
" 그러나 저러나 상당히 귀여운 애네...키도 크고...몸매도 너보다 훨씬 좋은걸?"
" 진짜 그러기예요?"
" 호호...발끈하는게 귀여워...휘리나...으응~ 못참겠는걸? 꽉 끌어안고 싶어..."
" 아앗! 그만두지 못해요? 뭐하는 짓인가요? 환자가 있는데..."
작게 토닥이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익숙한 스승 휘리나의 목소리와...또 한사람은...?
에볼린의 정신이 어느 순간 번쩍 들었다.
"......"
" 어머나? 얘 정신이 드는 모양이네? 꽤 빠른걸?"
" 에볼린? 에볼린! 전신이 드니?"
흡사 뿌연 안개속에서 주변을 보는것 같았다.
몇번 눈을 깜빡인 후에야 간신히 눈의 촛점이 제대로 잡히기 시작했다.
" 스승님..."
" 에볼린..."
화려한 금빛 머릿결 조금 도도하고 쌀쌀맞은듯한 얼굴의 자신의 스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전혀 뜻밖에도 또 한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
시원스런 이목구비에 스승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었다.
흡사 이야기 책에서나 나오는 짙은 녹색의 머릿결을 길게 기른 아름다운 여인...
" 호오...붉은색 눈동자...보기 드믄걸? 더구나 티없이 맑은 루비같아...붉은 머릿결에...
굉장히 아름다운 아이인걸?"
스승인 휘리나를 뒤쪽에서 팔로 휘감고 있다가 흡사 그림자같이 스르르 움직여 다가선
여인...
" 안녕? 반가워...내 이름은 카나엘...카나엘이야..."
"......!"
키니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에볼린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초록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오묘한 빛을 뿌리며 눈 앞에 일렁인다.
에볼린은 그 초록 눈동자에 빠져들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몸을 움찔거려야 했다.
어쨋거나 두사람 모두에게 인상적인 첫만남 이었다.
에볼린은 며칠동안 몸을 잘 가누지를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은밀한 부위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져 어쩔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스승과 그 카나엘이라고 하는 여자는 번갈아가며 에볼린을 세심히 살펴 주었다.
식사는 항시 부드러우면서도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차려졌고 일상 생활의 모든것...
먹고 자는것에서 배설, 몸을 씻는것 까지 세심하게 배려 되었다.
에볼린은 왠지모를 행복감 마저 느낄수 있었다.
며칠 시간이 지나자 에볼린은 그런대로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몸을 가누게 된 그날 저녁 에볼린은 그야말로 눈물이 쏙 빠질정도로
야단을 맞아야 했다.
휘리나는 에볼린에게 드믈게 회초리 까지 휘둘러 댔다.
저녁무렵부터 시작된 스승의 꾸중과 야단은 새벽 먼동이 터 올 무렵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종아리와 팔에 수십차례 회초리를 맞아 벌겋게 부어오른 자국을 남기고 이 일은
어쨋든 마무리가 되는듯 했다.
그 다음날부터 별로 다르지 않은...아니 그 전보다는 조금 소란스러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상당히 친밀(?)해진 카네엘과 휘리나는 자주 토닥이는 모습을 보이며 조용하던 마법사의
저택을 소란스럽게 했다.
" 꺄악! 어딜 만지는거죠? 그만두지 못해요?"
" 흐응...닳는것도 아닌데...너무하네..."
" 아악! 아파! 그...그만..."
" 호호호...부드러워...크기도 적당하고...으음...이리와 봐 예쁜이..."
" 아흐흑...거..거긴!...그 그만..."
" 호호호...촉촉해...흐으응...손가락을 쭉 쭉 빨아들이네..."
아침 저녁으로 이런 낯뜨거운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참다못한 에볼린이 와락 문을 열고 스승의 방이나 연구실에 들어가보면 반쯤 옷이 벗겨진
휘리나를 카나엘이 끌어안고 능숙하게 주물러(?) 대고 있었던 것이다.
" 카나엘님! 또! 스승님께 무슨 짓을 하시는거죠!"
에볼린이 양 허리에 손을 얹고 도끼눈을 뜨며 카나엘을 노려볼라치면 쳇 하고 혀를 차며
주춤주춤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 흐흐흑 고맙구나 에볼린..."
에볼린은 얼른 휘리나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카나엘을 쏘아보았고 카나엘은
이것저것 자료를 뒤적이며 딴청을 부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나엘이 그런 난리법석만 벌인것은 아니었다.
카나엘이 오고서부터는 저택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짝이나 낡은 가구들은 말끔히 수리되든가 새것으로 바뀌었고 저택 역시
좀더 지내기에 편리하게 개조되었다.
귀한 마정석과 자수정 그리고, 마법 광물등을 처분한 것과 포션과 마법 스크롤 등을 제작해
판 액수가 상당했기 때문에 인부들을 부르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마법물품은 카나엘이 주로 만들었다.
이는 휘리나의 조부 카이닝의 저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인데, 카나엘은 휘리나의
할아버지인 대마도사 카이닝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카이닝이 남긴 전적을 연구하며 연신 감탄사를 발했는데, 그녀의 평가는 한 시대에
나올까말까 한 불세출의 천재 라는것이었다.
" 대단헤...정말...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들 이야..."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이 한창 날릴때...즉 약 300여년 전만해도 고대의 마도학의 지식
다시말해 신에게서 드래곤, 드래곤에서 정령, 정령에서 인간에 이르는 전승 경로를 따라
이어진 마도학의 원류가 살아 있었고, 거기에 인간들의 연구가 더해져 마도학의 황금
세기를 구가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폐쇠적인 마법계의 전승과 신비주의 등으로 마도학이 침체되기 시작해서
결국 마도학이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카이닝은 쇠퇴한 마도학의 부족한점이나 잃어버린
체계를 독자적 연구를 통해 보충하여 거의 전승 시대의 원류에 못지 않은 강력한 마도력을
구사 했다는 것이다.
이는 카나엘이 저택에 남아있는 모든 마도서와 카이닝의 전적을 엄청난 속도로 독파해가며
내린 결론 이었다.
" 휘리나 너의 할아버지라는 카이닝...이 분은 한마디로 ‘마에스트로’...전체 마법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야...비록 서클수는 긍극에 이르지 못했지만 만약 이분이 남긴 체계를 재대로
연마하기만 하면 한세대나 두세대 안에 나인서클의 대마도사급들이 많이 나타날수 있을껄?"
카나엘이 추정한 카이닝의 마법경지는 8서클의 마스터...나인서클을 눈 앞에둔 상태라는
것이다.
" 이분은 한창 마도학을 연구할 시기에 몸과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아 그 이후 주로 마법물품
이나 마나의 유동, 혹은 마법진이나 키메라 등 잡다한 것을 조금 손을 댓을 뿐 거의 정체
상태에 있었어...아까운 일이야..."
카나엘은 이렇게 말하며 혀를 끌끌 찻다.
" 만약 이분이 조금만 더 정진했더라면 나인서클을 돌파 했을것이고...그러면 아직 살아
계실 가능성이 높아...나인서클부터는 이모탈(Immortal:초인)의 반열에 들어가니까...
아까워...정말..."
카나엘은 그러면서도 카이닝이 남긴 다른 연구...즉 흑마술이나 소환, 마법진, 마법물품의
제조에 관한 것을 살피며 연신 감탄사를 발했다.
" 이 사람은 천재야 천재...와우! 직접 보지 못한것이 아쉬워..."
그러면서 카나엘은 휘리나에게 카이닝의 저술에 따른 마도학의 체계를 수련 시켰다.
그녀는 휘리나를 매섭게 몰아 붙이며 독려했는데 한마디로 휘리나가 그동안 해온 연구가
삽질 수준이었다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 흐응...네가 할아버지의 연구를 잇겠다? 이 바보야! 마에스트로께서 하신 연구는 마법진과
마나의 원천 그리고 마도학의 원류에 관한 고찰 등인데...이걸 너같은 애송이가 할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물론 네 연구 방향도 참신하기는 해...하지만 간신히 6서클 입문 주제에 나인서클을
바라보는 분의 이론을 이해 할수 있겠니?"
그녀는 휘리나가 쓴 논문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휘리나를 몰아 붙였다.
거의 하루 밤낮 동안 벌어진 격론끝에 휘리나는 결국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후 휘리나는 지하 연구실에 내려갔다.
자히실은 전의 어두침침한 분위기에서 일신해 카나엘의 취향에 맞게 잘 개조가 된 상태라
넓고 아늑했으며 커다란 침실과 욕실까지 갖춘 상태였다.
원래 소환술과 마법진 연구에 쓰여졌던 곳이지만 에볼린의 사건도 있고 해서 용도를
바꾼것이다.
한쪽엔 태양광선을 지하에 끌어들여 온실까지 만들었고 작은 연못에는 색색의 물고기 까지
헤엄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 일단 목표는 7서클의 벽을 깨 부수는 거야...최소한 그 정도가 안되면 대마도사라는 네
할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는 거나 다름 없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휘리나 데 아시타오스!"
휘리나는 그녀의 말에 격정적으로 눈을 빛내며 뚜벅뚜벅 지하실로 걸어 내려갔다.
쿠웅 하는 소리가 길게 들이며 커다란 돌문이 닫혔다.
전에 카나엘이 라미아 였을때 갖혔던 드워프의 봉인문을 기억을 되살려 재현한 것이다.
문은 어느 이상의 마법력이 아니면 열수 없게 조절해둔 상태였다.
목표는 7서클입문...만약 저 문이 다시 열린다면 세상은 또 한사람의 대 마도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가자 에볼린...너도 해야할 일이 있지?"
카나엘은 문에 조각된 두마리 드래곤을 잠시 들여다 보다 빙글 몸을 돌렸다.
" 네..."
에볼린은 아쉬운 얼굴로 또 한사람의 스승 카나엘을 따라 지하실을 나섰다.
에볼린은 카나엘이 그린 마법진 한가운데서 자연체로 선채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에볼린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몸 주위에 붉은빛과 검으틱틱하게 흐린 빛의 광채가 생겨나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 흐음...역시나...됐다 에볼린...이제 눈을 뜨렴..."
카나엘의 말에 에볼린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눈을 떳다.
카나엘은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했다.
" 역시 넌 정통의 마도학이나 정령마법 보단 혼돈의 마도학...혹은 소환술에 일가견이
있어...거기에 염천(炎川)...땅 속깊이 숨은 열기를 이용하는 파열의 마도학...고대에 전승이
끊겼다는 적색 마법사의 소질까지...대단해..."
" 적색...마법사?..."
에볼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나엘의 말을 음미했다.
카나엘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쭈욱 켰다.
늘씬한 카나엘의 몸이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드러난다.
더구나 은은하게 풍기는 미묘한 향기까지...
에볼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 으응...지금은 어쩐지 모르지만 내가 한창 마법을 익히던 때만해도 마법체계는 모두 색깔로
구분지어졌지...여러가지로 세분되었지만 보통 다섯가지로..."
카나엘은 나른한 봄볓을 쬐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 적색 마도사들은 땅 속에 흐르는 불과 열기 거기에서 힘을 얻지...성품도 대단히 격정적
이고 분명한 자들이 많아.
고집 불통에다 대단히 강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싫어하고 좋아하는것이 분명하고, 뜨거운
마음을 가진 자들이 많지...오해도 많지만, 그만큼 남과 사귀기도 잘하는 좋은사람들이지..."
카나엘은 무엇이 즐거운지 아련한 회상에 잠긴듯한 모습으로 싱긋 웃었다.
에볼린은 그런 카나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휘리나 와는 달리 솔직한 성격에 일처리도 시원시원하고 장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만큼
진지한 성격이기도 한 카나엘은 에볼린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더구나 요염한 아름다움과 늘씬하고 풍만한 몸매에 간혹 헐렁한 겉옷만 입고 있을때
드러나는 미끈한 속살을 보며 에볼린은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기운이 은밀한 부위에서 부터
스멀거리며 피어오르는 데에 당혹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 뭐 어쨋든 좋아...에볼린!"
카나엘이 자세를 바로하고 멍 하니 자신을 주시하는 에볼린을 조금 큰 목소리로 불렀다.
" 핫! 네...네!"
카나엘은 갑자기 에볼린의 양 볼을 죽 양손으로 늘이며 분명히 말했다.
" 에볼린! 헤롱대지 말고 진지하게 듣도록! 어쨋든 이제부터 너에게 새로운 체계의 마법을
전수할거야...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신학과 명상법을 연마 할거니까...알겠지?"
말을 마친 카나엘은 에볼린의 양 볼을 탁 놓으며 빙글 몸을 돌렸다.
" 우선...신학부터 공부한다...전에 공부하던 책 있지? 가져 오도록 해..."
에볼린은 발갛게 된 양 볼을 쓰다듬다가 퍼뜩 놀라며 몸을 움직였다.
" 네...넷!"
다다다 빠른 몸놀림으로 자기 방으로 향하는 에볼린을 보며 카나엘은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 아무래도 저아이...나한테도 관심이 있나보군...호호호...그나 저나 휘리나...참 둔하단
말야...저렇게 노골적인 반응을 보이면 좀 알아 채기라도 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아..."
카나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볼린을 지도하는 카나엘의 가르침은 상당히 엄격하고 체계적이었다.
휘리나의 다소 느슨한 지도와는 달리 그날그날의 학습을 따라오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벌을 주거나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을 쳤다.
어느정도 익혔던 신학을 좀더 완벽하게 가다듬었고, 고대의 전승과 전설 더우기 아인종
( 亞人種) 엘프와 호비트, 드워프와 세이렌 들에게 내려오는 전설과 신화까지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고대의 룬 문자와 불꽃문자 역시 익혀야 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을 명상에 투자했다.
마도의 이해는 명상으로부터 라는 카나엘의 지론에 따라 하루 네다섯 시간 이상을 잠도
아껴가며 명상을 해야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러나, 점차 에볼린은 카나엘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흡사 마른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엄청난 속도로 그녀가 전수하는 지식을 익혀나갔다.
얼마 안가서 에볼린의 마법력은 엄청난 향상을 볼 수 있었다.
카나엘은 그런 에볼린에게 감탄하면서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더욱 소녀를 몰아 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에볼린은 카나엘이 직접 설치한 마력결계 안에서 자연체로 선채 양 손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법진은 희미한 빛을 발하며 요동치듯 아지랑이같은 기류를 발산하고 있었고, 에볼린의
옷에 달린 마력제어구(魔力制御球)에선 밝은 빛이 흘러 나왔다.
“...위대한 염천(炎天)의 힘과 계율에 의해...그 힘을 소환하노니...”
천천히 에볼린의 주위로 화끈 열기가 솟아 올랐다.
마력제어구가 미친 듯 달아 오르며 치익 기묘한 소리를 냈고, 마법진 부근에는 얼음가루 같은
차가운 기류가 흐르며 에볼린 에게서 뿜어 나오는 열기와 부딪치며 칙칙 충돌했다.
“태초로부터 내려오는 위대한 그 힘을 이땅에 증명 하소서...파이어!”
어느 순간...에볼린의 스펠 영창이 끝나는 순간...흡사 유리가 깨져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갔다.
" 채애앵!"
" 퍼엉!"
흙먼지가 솟구치며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현관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나른한 표정으로 졸고있언 카나엘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후다닥 달려온 그녀는 너무 엄청난 광경에 입을 다물수 없었다.
" 맙소사..."
잠시후, 에볼린은 카나엘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카나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바닥을 단단하게 다져 자갈과 모래를 깔고 다시 흙을 깔고 그 위에 돌을 깐 마당의 한쪽
넓은 구덩이가 파여졌고 에볼린 근처의 흙과 모래는 심지어 유리처럼 녹아내린 흔적마저
보였다.
반경 수미터에 달하는 삼중의 보호 마법과 마나제어 마법진이 완전히 뭉개져 있었고
에볼린의 전신에 매달았던 마나 제어용 마정석 역시 산산이 깨져 나가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 이었다.
카나엘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 말도 안돼...이런 위력이라니...'
카나엘의 시선이 에볼린 에게 향했다.
' 대체 이 애 뭐야? 이정도면 완전히 괴물 수준이쟎아?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해도
이럴 수는...'
카나엘은 망연히 서있는 에볼린을 바라보다 무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
에볼린은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축 몸을 늘어뜨린채 앞으로 나섰다.
" 저...저...카나엘님..."
카나엘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 에볼린...네 잘못이 아니야...그보다...오늘은 이만 됐다...쉬도록 해..."
카나엘은 에볼린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 네..."
에볼린은 푹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속으로 더욱 열심히 연마하겠다는 각오를 다져 나갔다.
카나엘은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가는 에볼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쯧쯧...저 아이...이제 곧 시작되겠군...각성의 때가...호호호홋...재미있겠군..."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카나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살며시 혀로 입술을 싸악 핱았다.
우르릉 문이 진동하며 열렸다.
마주보며 포효하는 드래곤이 흡사 영접하듯 갈라지며 드러난 문 사이로 빛나는 금발을
발끝까지 드리운 채 그녀가 서 있었다.
수수한 로브를 걸치고 있었지만 흡사 그녀의 몸에서부터 광휘가 뻣어나오듯 엄숙하면서
빛나는 위엄에찬 모습이었다.
마치 여신처럼...그렇게 그녀는 다시 밖으로 한발자국씩 내디뎠다.
" 스승님..."
"......"
에볼린은 스승의 모습에 목이메어 말을 할수 없었다.
" 대단하군...정말 빠른 시간이야...축하해..."
카나엘이 미소를 지으며 맞아하였다.
"......"
휘리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걸어 나가 카나엘과 에볼린을 양 팔에 끌어 안았다.
" 스승님..."
" 후후후...기분 좋은데?"
"..."
세 여인은 한참동안 그렇게 있었다.
7 서클의 벽을 깬 휘리나는 더욱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게 되었다.
전보다 마도의 이해역시 심화되었고 긍극으로 이르는 하나의 발판을 얻게된 셈이었다.
이제 휘리나는 대마법사의 칭호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공식적인 인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카나엘의 인정을 받은만큼 그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휘리나는 새삼 카나엘을 다시 볼수 밖에 없었다.
전에는 몰랐지만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위압감과 마나의 힘을 보면 카나엘은 최소 8서클
마스터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 것도 라미아의 육체에서 다시 사람으로 육화(肉化)한지 얼마 안되는 카나엘이 그 정도
라는 것은 이전에는 이모탈 급에 해당하는 마도력을 지녔었다는 그녀의 말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날저녁 셋은 조촐한 파티를 열어 휘리나의 7서클 돌파를 축하했다.
오래묵은 달콤한 와인이 꺼내어지고 세 여자가 각자 솜씨를 부린 요리가 차려졌다.
챙 하고 잔이 부딛히고 에볼린이 류트를 뜯으며 고대로부터 내려온 노래를 불렀다.
춤추기 좋아하는 페어리들을 불러내어 그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장난꾸러기 요정들을 불러내어 그 익살을 즐기기도 했다.
이윽고 밤이 깊어졌다.
어느새 에볼린이 의자에 기댄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살짝 술기운이 오른 카나엘이 픽 웃음을 지었다.
" 잠들었나? 후후...그럼 방에 옮겨야겠지?"
카나엘이 부드럽게 에볼린을 감싸 안고 조심스럽게 방안 침대에 뉘였다.
" 어찌되었건 정말 대단한 애야...후후후..."
"......"
휘리나와 카나엘은 잠든 에볼린의 양 볼에 조용히 입맞춤한 뒤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살며시 방문을 닫고 나갔다.
" 으응...스승님..."
에볼린은 작게 도리질치며 몸을 움찔 거렸다.
휘장이 쳐진 창문 사이로 달빛이 배어들며 비치고 있었다.
" 하아..."
휘리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슬쩍 고개를 떨구었다.
어찌보면 이럴줄 알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 후후훗...정말 오랜만이야...흐응...정말 예뻐졌는걸? 휘리나..."
카나엘의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가슴 부분이 풀어 헤쳐져 속살이 드러났고 아랫도리의 계곡에는 카나엘의 치근치근한 손이
뻗쳐져 꿈틀거린다.
" 으응...그...그만..."
휘리나는 바르르 전신을 떨며 몸을 경직 시킨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줄 카나엘이 아니다.
" 후후후...정말 멋진 몸이야...계속 너만 생각했지...게다가 오늘은 방해꾼(?)도 없으니..."
싸악 카나엘의 혀가 입가를 스쳤다.
휘리나는 체념한듯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이미 길들여진 몸과 정신이었다.
더구나 7서클의 벽을 뚫게되자 오히려 카나엘의 능력과 힘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오히려
카나엘에게 종속된 강제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카나엘의 입술이 부딛쳐 왔다.
입술이 서로 벌어지며 혀가 얽혀든다.
차락차락 독특하고 향기로운 타액의 맛을 느꼈다.
서로의 입안 깊은곳까지 혀의 놀림이 계속되었다.
" 으응..."
차박차박 얽혀드는 혀를 깊이 빨아들이고 그 와중에서도 가슴이 주물리고 허벅지 안쪽이
쓰다듬어 지게 되자 짜릿짜릿한 쾌감이 피어 올랐다.
어느새 휘리나의 몸을 감싼 로브가 벗겨지고 알맞게 솟은 탐스러운 젖가슴이 드러났다.
카나엘은 살며시 떠받들듯이 젖가슴을 손 전체로 감싸쥐고 부드럽게 압박해 갔다.
어느새 허벅지 안쪽의 꽃잎 가장자리에 촉촉히 체액이 배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참동안 서로 얽혀들던 입술이 떨어졌다.
촉촉하고 따스한 기분...더구나 부드러운 쾌감이 전신을 괴롭히듯 피어 오른다.
" 하아아..."
카나엘의 몸을 감산 로브 자락이 벌어지며 스르르 발 밑으로 미끄러진다.
드러나는 커다란 가슴...아련한 젖내음이 풍기며 오똑 솟아오른 유실이 고개를 내밀었다.
" 으응..."
휘리나의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려지며 내밀어진 유실 하나를 머금었다.
" 하아아...휘리나..."
카나엘이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가슴 전체가 주물려지고 빨리며 젖가슴 안쪽으로부터 짜르르 쾌감이 퍼져 간다.
휘리나 역시 눈 가에 영롱한 이슬을 매달며 사르르 눈을 감고 입 안에 고이는 달콤한 액체를
음미한다.
" 으음...엄마...으으음..."
콧소리 섞인 묘한 목소리...카나엘은 부르르 몸을 떨며 휘리나를 깊이 끌어 안았다.
포만감 넘치는 야릇한 기분...휘리나의 입술 사이로 뚝뚝 새하얀 유액(乳液)이 배어나온다.
이번엔 휘리나가 적극적으로 카나엘의 입술을 탐한다.
" 으응..."
" 휘리나...흐읍...으음..."
카나엘은 입 안에 흘러드는 타액과 섞인 자신의 유액을 말 없이 받아들였다.
혀가 서로 얽히며 달콤한 타액이 교차된다.
주르르 두 여인의 입술 사이로 반짝이는 우윳빛 액체가 흘러내렸다.
" 아앗...하아아..."
긴 혀가 치근거리며 눈부신 살결 위를 뱀처럼 움직였다.
" 아아아..."
눈부시게 쭉 뻗은 다리가 정중하게 쳐들리고 발가락 사이로 혀가 날름거리며
핱아진다.
" 흐흐흑...아아...그...그만..."
그런 곳에 이토록 강렬한 쾌감의 포인트가 숨어 있을줄은 휘리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이런 일을 머리 속에 한번이라도 떠올려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 아아앙...싫어...으응..."
헛소리같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배어 나온다.
카나엘은 그런 휘리나를 적절히 공략하며 달구어 갔다.
슬며시 카나엘의 체중이 휘리나에게 실렸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두 여인의 젖가슴이 서로 부딛치며 이지러진다.
고무공 같은 탄력과 오싹할 정도의 충만감이 느껴졌다.
" 아아..."
카나엘은 휘리나의 다리를 솜씨있게 벌려 넘겼다.
야릇하게 복부가 이지러지며 황금빛 체모의 숲에 가려져있던 신비지가 드러나 은밀한
속살을 드러낸다.
이미 찰랑찰랑 넘칠 정도의 샘물을 뿜어내는 그 곳이 짝 소리날 정도로 벌려지며 연한
핑크빛 조개살을 드러냈다.
" 예뻐...정말...후후후..."
양 다리가 짝 벌려져 머리쪽으로 접혀진 휘리나는 야릇한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카나엘의 혀가 그림이라도 그리듯 꽃잎 가장자리를 살랑살랑 움직여 갔다.
" 아하학...제...제발..."
멈추라는것인지 더 해달라는것인지 모를 애원이 터져나왔다.
휘리나는 진한 쾌락의 느낌에 머리가 핑 돌것 같았다.
더구나 카나엘의 혀와 입술은 아쉽게도 무언가 조금 모자라는 포인트 만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서 도저히 참을수 없게 만들고 만다.
" 하윽...안돼! 거...거기..."
카나엘의 혀가 핑크빛이 감도는 휘리나의 항문 주위를 간질였다.
괄약근이 움찔움찔 거리며 마구 요동친다.
어느 순간 휘리나가 고개를 뒤로 힘껏 젇히며 바르르 전신을 경련했다.
카나엘의 손가락 하나가 타액에 번들거리는 그녀의 항문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희게 탈색된 두 눈...짓어질듯 벌어진 입술이 파들거리며 이지러진다.
그리고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처럼 떨리는 함뿍 이슬을 머금은 앞쪽의 살점이
단번에 뱀에 삼켜지는 개구리처럼 카나엘의 입술에 빨려들어간다.
카나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휘리나의 항문 깊이 삽입한 손가락에 상당한 압력이 느껴지며 항문 직장의 벽이 움찔움찔
조여대는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팽팽히 긴장하며 리드미컬 하게 수축했다.
절대 꾸밀수 없는 반응...휘리나는 극도의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카나엘의 입술 주위로 끈적이는 체액이 배어나온다.
혀끝으로 휘리나의 은밀한 꽃잎 깊이 숨어있는 싹을 찻아내어 톡톡 건드리자 휘리나의
전신이 퍼득거리며 경련한다.
" 아흐흐흑...꺄아아..."
송글송글 배어나온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 내린다.
머리 뒤쪽으로 넘겨져 버팅겨지는 매끄러운 다리가 쭉 힘주어 뻗쳐지며 발끝까지 곧게
펴진다.
금빛 머리결이 마구 출렁거리며 엉켜졌다.
카나엘의 입 안에서 흠뻑 삼켜진 조개살이 잘근잘근 씹혀지며 흠뻑 빨려진다.
휘리나의 양 손은 침대보를 쥐어 뜯으며 부들부들 떨린다.
전신이 뜨거운 용광로에서 태워지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정신은 아득히 높은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것처럼 하얀 섬광에 둘러싸이는듯 했다.
쾌감에 겨운 여체의 눈가에 맺힌 이슬이 빛을 뿌리며 굴러 떨어진다.
" 하윽...싫어...싫어...":
헛소리 같은 신음과 외침은 점차 울음으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정적...순간 촛불이 바람에 꺼지듯 의식이 탁 멈추어 버린다.
카나엘은 휘리나의 의식이 아득히 멀어진 뒤에도 탐욕스럽게 사슴의 잔해를 뜯어먹는
맹수처럼 휘리나의 하체를 짓씹으며 깊이 흡입한다.
항문에 삽입된 손가락도 연신 꿈틀거리며 휘리나의 직장 벽을 슬쩍 긁으며 깊이 파고
들었다.
연신 야릇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