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4)

블러디 아이 Bloody eye - 4 -

" 푸...푸..."

순금을 녹인듯한 금빛 머릿결이 맑은 물결을 따라 퍼지듯 흩날리고 있었다.

대낮처럼 밝은 동굴 안...동굴벽에 박힌 마정석과 수정에서 반사되는 화려한 빛들로

가득찬곳...휘리나와 라미아의 형상이었던 카나엘이 맨처음 만난 동굴호수 였다.

휘리나는 양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채 물 속에 깊이 잠겨 부글부글 숨을 내뿜고

있었다.

민망하면서도 야릇한 기분이었다.

아직 허리 언저리가 새큰거린다.

몇번이나 카나엘과 뒤엉켜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듯한 지독한 쾌락을 맛보았는지 모른다.

거기에 처음에는 피동적으로 카나엘에게 끌려다니는 입장이었지만 점차 능동적으로 매달려

카나엘의 가슴을 주무르고 입술을 격렬하게 탐했다.

카나엘은 만족해하며 더욱 휘리나를 교묘히 다루어 갔고...아득히 나락으로 떨어지는듯한

쾌락과 함께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일순 휘리나의 얼굴이 화락 뜨거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 푸르르..."

물속에 잠긴 입 주위로 부글거리며 기포가 끓어 오른다.

" 야호! 찻았어 찻았어! 호호호..."

밝은 웃음소리와 차박거리는 발 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긴 녹색 머릿결을 살랑거리며 카나엘이 무언가 옷 뭉치를 가득 들고

나타났다.

카나엘은 아까와는 달리 갈색계통의 수수한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속옷을 안 입었는지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슴 부위와 늘씬한 몸매가 옷 위로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왠지 휘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에서 무언가 울컥 하고 치솟는것이 있었다.

짜증섞인 시선이 집중된 곳은...크고 늘씬한 키...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가슴...

이상하게 커다란 그녀의 가슴만 보면 왜 아련히 엄마의 기억이 떠오를까...거기에, 반항

하다가도 결국 카나엘의 능숙한 리드에 휩쓸려 몇 차례나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처녀다.

하지만 이미 정상적인(?)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금단의 세계에 빠져든 상태...

" 다행히 보존마법이 걸려있지 뭐야? 호호홋...봐 봐! 어때? 내가 견습 시절에 입던거야..."

카나엘은 조금 호들갑스럽게 촤락 자신이 가져온 옷들을 펼쳐 보였다.

"......"

쏙 눈만 내놓은 채 바라보던 휘리나의 눈초리가 매서워 졌다.

하나같이 색감이나 질적으로 훌륭한 것들 이었다.

야하거나 튀지 않으면서도 디자인이나 색이 다양하고 탐나는 것들 뿐이다.

" 자자 얼른 나와! 호호호...어디 잘 맞나 입어 봐야지?"

"......"

왜인지 모를 감정을 삭이면서 휘리나는 말없이 쏙 얼굴을 물 속에 들이 밀었다 촤르르

물보라를 일으키며 일어섰다.

" 와우! 훌륭해...호호...언제봐도 예쁜 몸매야..."

그런 휘리나의 물기 촉촉한 나신을 바라보며 카나엘이 탄성을 질렀다.

"*H&%FC$Z##@FGS!"

조금 딱딱한 낯빛으로 휘리나가 물가로 걸어나오자 얼른 카나엘이 무어라 무어라 주문을

외웠다.

순간 따뜻하면서 시원한 비람이 일며 휘리나의 몸을 순식간에 깨끗이 말렸다.

" 자...일단 이걸 걸치라고...호호...이리와 이리!..."

"......"

휘리나는 카나엘이 걸쳐주는 가운을 얌전히 받아 입으며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같이 걸었다.

두 여인은 사이좋게 긴 머릿결을 휘날리며 동굴호수를 나서 지하신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휘리나의 힐끗 거리는 시선은 여전히 카나엘의 출렁이는 가슴 부위를 집요하게 쫏고 있었다.

" 으응..."

에볼린은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입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굵고 꿈틀거리는 촉수는 정연히 나 있는 돌기들의 감촉을 느끼게

하며 그녀의 인후를 꿰뚫고 들락 거리고 있었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눈을 꾹 감았다.

어쨋든 혐오스러운 감각이다.

' 아아...싫어...'

치근치근거리는 촉수에 휘감긴 허벅지가 허공에서벌려진다.

흠칫 힘을주어 버텼지만 이내 체념하듯 힘을 뺏다.

서늘한 감각과 함께 가르듯이 나뉘어진 허벅지 사이로 뱀떼가 몰려들듯 기묘하게 꿈틀

거리는 촉수들이 무리지어 모여든다.

"......!"

에볼린이 허공에서 퍼득 몸을 경직시켰다.

조금 가는 촉수의 첨단부가 나뉘어진 에볼린의 갈라진 계곡 사이를 우아하게 스쳐 올렸기

때문이다.

엉덩이 아랫쪽부터 위쪽으로...이어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운 부위까지 깃털이 스치듯이

움직인다.

흡사 아이를 다루는 손길마냥 조심스럽고 부드럽다.

" 아아..."

움츠려들었던 소녀의 감각이 점차 확장되기 시작한다.

에볼린은 촉수들에 의해 사지가 휘감긴채 허공에 번쩍 치켜 올려진 상태였다.

불쾌한 중에서도 촉수에 휘감긴 부위에서 기묘한 열락감이 느껴진다.

" 으응...웅..."

흠칫흠칫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풍만하게 부푼 가슴이 촉수에 휘감겨 빙글빙글 휘돌려진다.

바짝 고개를 쳐든 유두가 가는 촉수에 휘감겨 조여졌다.

파들파들 떨리는 전신으로 어느새 물결처럼 쾌감이 번져 흐른다.

' 느...느껴져...안돼...'

이미 그녀의 사타구니 부위에서 애액이 흐르기 시작한다.

집요하게 에볼린의 꽃잎 주위를 공략하는 가는 촉수 끝에도 배어나온 에볼린의 체액이

반짝이며 묻어나기 시작한다.

체념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혐오감이 가득한 소녀를 배려하기라도 하듯 촉수의 움직임은

교묘하기 이를데 없었다.

" 히읏!"

에볼린의 몸이 허공에서 크게 경련하며 떨었다.

어린 꽃봉오리같은 은밀한 비부 가장자리에 흡반처럼 되어있는 촉수 한쌍이 붙어 좌우로

벌려진 때문이다.

그리고, 가는 지렁이같은 촉수들이 꿈틀대며 몰려든다.

"...!"

민감하기 이를데 없는 돌기가 슬쩍슬적 자극되다가 단단히 휘감겨 조여지며 당겨진다.

벌려진 꽃잎 주위에 가느다란 촉수의 끝부분이 몰려들어 흡사 거머리처럼 늘어붙어 꾸물

거린다.

" 흐...흐으응..."

' 싫어...'

에볼린은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실 남자를 아는 여자다.

전쟁의 비참함은 어린 여자애라고 해서 너그러이 봐주는 법은 없었다.

악몽같은 기억이지만 원래 그녀가 살았던 마을이 불탓을때 마을의 다른 여자들과 같이

그녀또한 능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십명의 남성에게 거의 일주일여를 범해졌었다.

그때의 경험때문일까...

점차 허리 아래로 교묘한 감각이 전해져온다.

저릿저릿하면서도 근지러운 느낌이 물결처럼 퍼져간다.

입안을 넘나드는 굵은 촉수역시 느긋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녀의 쾌락을 부채질해

온다.

"......"

점차 에볼린의 눈망을에 희열섞인 야릇한 빛이 흐르기 시작한다.

주르르 턱선을 타고 내리는 눈물과 아울러 도착적인 쾌락의 빛이 흐른다.

에볼린은 혐오감을 떨치려는듯 쾌락에 몰두한다.

적극적으로 입술과 혀를 움직여 목구멍을 드나드는 굵게 덩어리진 촉수를 열렬히 환영하며

핥고 빨아들인다.

" 으으응..."

에볼린이 퍼득퍼득 몸을 연신경련하며 바르르 몸을 떨었다.

몇십 가닥의 가는 촉수가 스르르 뭉쳐 굵은 두가닥의 덩어리진 것이 순식간에 에볼린의

촉촉하게 적셔진 살의 동굴로 파고든 때문이다.

" 아으응...흐음..."

촉수에 달라붙은 살점이 꿈틀거리며 음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항문 주위의 주름들도 말미잘처럼 하늘거리며 깊이 파고든 촉수를 조여댄다.

에볼린의 희뿌연 시야 너머로 스승 휘리나의 얼굴이 보였다.

에볼린은 멍하니 자신의 스승을 되뇌어 본다.

' 스승님...'

츄룩츄룩 기묘한 소리와 함께 에볼린의 체내를 비집고 들어온 촉수가 격렬히 움직이며

그녀의 성감을 자극한다.

뱃속을 휘젖는듯한 그 움직임에 에볼린은 점차 아득한 쾌감을 느끼며 경련한다.

촉수는 능란하게 피스톤운동을 하며 ?? 기묘한 소리를 낸다.

어느 순간 기묘한 확장감이 느껴진다.

세 구멍을 파고든 촉수의 앞 머리가 크게 부풀어 오르며 전체가 막대기처럼 뻣뻣해지기

시작한다.

" 아으으응..."

에볼린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파르르 떨었다.

" 하아아응..."

격정적인 절정감이 전신을 꿰뚫는다.

에볼린은 두 눈을 희게 물들이며 몸을 뒤쪽으로 젖혔다.

구오오...기묘한 괴성을지르며 촉수들이 꿈틀거린다.

강렬한 느낌을 주는 체액이 넘치듯 흩뿌려진다.

괴물의 체액에 범벅이된채 꿈틀거리는 서글픈 여체...그러나, 에볼린을 범하고 있는 마물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전신을 더욱 세차게 휘감기 시작한다.

' 스승님...'

흐려져 가는 의식 너머 에볼린은 자신의 스승 휘리나의 모습을 뚜렷이 각인 시키고 있었다.

휘리나의 얼굴은 퉁퉁 부풀어 있었다.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나신은 윤기를 더하고 있었지만 어울리지 않게 심통이 난 아이처럼

발 아래에 널려있는 옷가지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나엘은 난처한듯 쩔쩔매면서 한쪽의 나무상자를 뒤적이고 있었다.

" 응...이것도 아니고...이것도...아! 찻았다!"

카나엘이 기쁜듯 미소지으며 손에 든 옷가지를 쳐들어 보였다.

" 됏어! 이번에야 말로 맞을거야...호호호..."

지금 카나엘은 휘리나가 입을 옷가지들을 찻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카나엘이 보관해 둔 물건들이 보존마법 처리가 되어있는 상자에 나뉘어 담겨

있었지만 문제는 휘리나가 입을만한 옷이 없었던 것이다.

휘리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데다가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와 가슴이 큰 카나엘의 체형에

카나엘의 옷이 거의 맞춤옷이 많았던 탓에 휘리나가 입을만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문제는 속옷이었다.

카나엘이 조금 작은사이즈라며 준 속옷조차 휘리나에겐 어림도 없는 크기였던것...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휘리나의 자존심은 무참히 상처를 입어야 했다.

물론 속옷이 맞더라도 휘리나가 입었을지 의문이지만...

결국 카나엘은 질좋은 천을 찻아내어 휘리나의 가슴과 하체에 솜씨있게 감아 문제를 해결

해야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 아니었다.

한참동안 맞는 옷을 찻기위한 몸부림은 계속 되었다.

결국 하나 둘 맞지않는 옷이 쌓여갈때마다 휘리나의 얼굴은 무참히 구겨지고 카나엘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어쨋거나 한참만에 찻아낸 옷은 푸른빛 로브와 깔끔한 디자인의 아래 위 한벌로 된 마법사

복장 이었다.

휘리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도 할수 없다는듯 카나엘이 내민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그래도 카나엘이 입던 것이라 그런지 가슴 부위가 조금 헐렁했고 허리 부위가 끼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맞기는 했다.

더구나 스타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 호호...다...다행이야...자 여기 신발하고...악세사리...그리고..."

카나엘은 왠지 땀을 삐질거리면서도 야릇하게 웃어보이며 이것저것 주섬주섬 휘리나에게

건넸다.

잠시후 휘리나는 단정히 머리를 뒤로 묶어 늘어뜨리고 단정히 맵시있게 마도사 복장을

차려 입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신발이 편하고 옷의 촉감도 좋았다.

어느정도 마음이 풀렸는지 휘리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 휘우...옷을 망가뜨려 미안했는데 이제야 한시를 놓았네...거기에 제법 어울리기까지..."

카나엘은 힐끗 휘리나가 입은 옷의 소매 부위를 살피며 왠지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휘리나는 커다란 거울에 전신을 비쳐보면서 그런대로 만족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카나엘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하하 웃는 얼굴로 주섬주섬 널려진

옷가지 들을 챙기며 기운차게 말했다.

" 호호...어쨋거나 어질러진건 치워야지? 아? 휘리나는 좀 쉬고있어...그냥 집어 넣기만

하면...쿡쿡...푸훗...쿨럭 쿨럭..."

휘리나는 사래들린듯 캑캑거리는 그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괜찮은 건가요?...정말?”

“쿠쿡...쿠쿠쿡...괜찮아...무언가 먼지 같은게 목구멍에...쿨럭...후후훗...”

카나엘은 손을 내저으면서도 묘한 표정으로 에볼린이 입고 있는 옷의 소매 부분을 바라보며

연신 캑캑 거렸다.

에볼린이 입고 있는 옷의 소매...흡사 비상하는 새처럼 보이는 문장...그러나, 실은 고대

신성문자를 솜씨있게 문장으로 만든 것으로 그 뜻은 다음과 같았다.

[왕립 마법 아카데미 중등부.]

휘리나는 자신의 뒤쪽을 바라보며 간혹 한숨을 쉬었다.

휘리나의 뒤쪽...룰루랄라 흥얼거리며 걷고있는 녹색머릿결의 여인...

카나엘은 몇가지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부득불 휘리나를 따라 나서겠다고 했다.

휘리나가 질겁한것은 당연한 일...그러나 상대는 휘리나가 어찌해 볼수 없는 인물이었다.

더구나 카나엘은 휘리나에게 '강제력' 까지 생겨있어 휘리나가 그녀의 말을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휘리나의 발걸음이 드워프들이 세워놓은 돌문 앞에서 멈춰섰다.

휘리나가 좀 난감해할 그때였다.

" 후훗...우리 예쁜이...비키도록 해...넌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데다...망할 드워프 놈들이

꽤 단단한 결계를 설치해 놓은 것이니까..."

카나엘이 무언가 감정이 쌓인 목소리로 으스스하게 문을 노려보며 말했고, 휘리나는 얼른

뒤쪽으로 물러섰다.

"*MN^&T$%SDcxf$#jh^%$lkjhg^&%&*"

카나엘은 가만히 손을 모으고 있다가 음산한 목소리로 무어라 무어라 주문을 외웠다.

" 윽..."

휘리나는 눈살을 가볍게 찌푸리며 얼른 뒤족으로 물러섰다.

엄청난 마력이 카나엘 주위로 모여들며 무서운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Hgfin K&^%$#DFEYngfjl"

소리도 없었다.

드워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설치한 금마(禁魔)의 봉인문은 단 일격에 모래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카나엘은 나직히 증오스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조금 후련하군...휘리나 가자..."

멍청한 모습으로 바라보고있언 휘리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 아앗! 아 알았어요!"

휘리나는 얼른 카나엘의 뒤를 따랐다.

" 나는 아주 오래전 정신을 봉인당했지...내가 아끼는 아이들에 의해서..."

말 없이 걷던 카나엘이 갑자기 독백처럼 꺼낸 말이었다.

" 간신히 정신결계를 뚫고 내 자아를 찻았지만 문제는 육체를 잃어버린거야...결국 선택해야

했어...간신히 내 정신을 담을 그릇인 육체를 찻았지만 어렵게 찻은 그릇은 마물 라미아...

후훗...별수 없었다구...그것이라도 감지덕지해야지 뭐..."

카나엘은 살짝 눈을 내리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휘리나는 군데군데 쓰러진 채로 화석처럼 변해있는 드워프들의 잔해를 피해가며 걸었다.

" 그후 어느날인가...나는 오랜만에보는 지성체...드워프들과 마주쳤지...난 반가웠어...어쨋든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지...헌데 날 보더니 불문곡직 달려들더군...배틀엑스와 드워프

소드를 휘두르며...어쩌겠어? 한참 싸웠더니 훗훗...드워프 중 장로급에 해당되는 작자들이

몰려들어 강력한 봉인주문을 펼치더군...그래서 갇혔지...그게 약 100여년 전인가?

드워프들과 싸운때가...그리고, 네가 온거야...휘리나...때문에 난 너를 절대 놓칠수

없었지..."

휘리나는 조금 침울한 기분이 되었다.

자신조차 카나엘이 라미아라는 것을 안 순간 다짜고짜 마법을 날리지 않았는가...

갑자기 조금 앞서가던 카나엘이 휘리나를 감싸 안았다.

"...!"

휘리나는 조금 몸을 움찔했지만 이내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다소곳이 안겨진채로 가만히

있었다.

" 휘리나...어쨋거나 난 절대 널 놓아주지 않을거야...후후후...너의 마력과 생명력...그리고,

너의 기억을 흡수한 이상...나와 너의 카르마는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후후후..."

카나엘은 천천히 휘리나의 입술을 덥쳤다.

"... 으읍!..."

약간의 저항...하지만 휘리나는 점차 힘을 빼고 가만히 카나엘의 입술을 맞아 들이며

능동적으로 혀를 얽어갔다.

카나엘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휘리나를 더욱 깊이 안았다.

다람쥐 쳇바퀴돌듯 외로운 삶을 살아온 두 여인은 서로를 깊이 탐닉하며 짜릿한 느낌을

만끽했다.

" 후아...대단하네...이게 은퇴한 대 마도사의 저택?"

감탄인지 무언지 모를 기묘한 탄성이었다.

휘리나는 그런 카나엘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빠른 걸음으로다가가 저택의 문을 열었다.

" 끼이익..."

낡아빠진 문틀이 마찰하며 기묘한 비명을 지른다.

무언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까부터 피부를 따끔따끔 자극하는 좋지않은 느낌이 들었다.

" 에볼린! 에볼린!"

휘리나는 와락 연구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젖히며 자신의 하나뿐인 제자를 불렀다.

그 뒤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느긋한 얼굴로 구경하고있는 카나엘이 따랐다.

" 흐음...꽤나 편리한 구조네...하지만 좀 심했는걸?"

카나엘은 감탄섞인 시선으로 높낮이가 다른 탁자를 벽돌 조각으로 괴어놓은 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택안은 쥐 죽은듯 조용했다.

휘리나는 불룩한 배낭 하나를 탁자위에 올려 놓고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 졌다.

저벅저벅 큰 걸음으로 다가가 한쪽에 달린 덧문을 열어 젖혔다.

" 에볼린!"

방 안은 검소함이 지나쳐 초라하기 까지하다.

탁자 하나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침대하나 그리고, 책꽂이에 몇권의 커다란 마도서와 신학,

역사책들이 꽂혀있었고, 영웅의 사랑과 전승을 노래 한 사가(SAGA) 한권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에볼린의 모습은 방 안에 없었다.

" 에볼린이라...꽤나 아끼는 앤가보네...여기가 그 애의 방? 흐음..."

카나엘은 방 안을 둘러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 그나저나 아까부터 짜릿짜릿 묘한 느낌인걸? 이 주변의 마나의 흐름이 묘하게 요동친단

말야..."

"......"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겼던 휘리나가 카나엘의 말에 퍼뜩 무언가 생각해 내고 화들짝

놀란다.

" 설마..."

휘리나는 황급히 빠른걸음으로 어디론가 바삐 걷기 시작했다.

" 이봐 예쁜이! 혼자가기야?"

카나엘 역시 얼른 휘리나의 뒤를 따랐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지나 지하로 내려온 휘리나와 카나엘은 기묘한 비린내와 음습한 기운이

와락 덥치는듯 해서 서로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 에볼린!"

지하실 안에는 희미한 마정석 몇개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안은 몹시 어질러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 축 늘어진 하얀 나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탐스러운 붉은 머릿결을 가진 아름다운 미소녀였다.

휘리나가 와락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 안았다.

" 에볼린? 에볼린!"

카나엘은 그러나, 신중한 눈으로 주위에 널려있는 잡동사니들과 특히 희미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마법진을 살펴 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듯 했다.

' 소환주문이로군...그것도 상당히 강력한...그리고...'

카나엘은 한쪽에 널부러져 있는 목이잘린 백조 한쌍과 핏자국이 맺혀있는 청동잔을 살폈다.

' 아무래도 소환은 성립된듯 하고...하지만...굳이 그걸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카나엘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에볼린을 안고있는 휘리나에게 향했다.

" 잠깐 비켜보겠어?"

휘리나는 카나엘의 말에 얼른 에볼린을 가만히 뉘였다.

카나엘은 에볼린의 몸에 난 자국와 특히 아직 음부에 흥건히 묻은 체액을 손가락으로 슬쩍

더듬어 보았다.

" 역시..."

카나엘은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얼른 휘리나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아이는 지금 몸이 엉망인 상태야...방에 눕히도록 하고 더운물로 일단 몸을 닦아줘야

하겠어...치료와 해독에 필요한 허브와 약재들은 있겠지?"

카나엘은 한쪽에 떨어져 있던 낡은 로브에 에볼린을 감싸 안고 몸을 일으켰다.

" 이쪽으로..."

휘리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카나엘에게 손짓을 했다.

물과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조심스럽게 에볼린의 몸을 닦게 했다.

카나엘 역시 주문을 걸어 정령들이 에볼린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에볼린의 몸이 허공에

떠 있게 했다.

한쪽에 놓인 작은 화로의 주전자에 신중히 배합된 약재들이 넣어져 끓기 시작하고 살짝

초록빛이 감도는 액체가 주전자에서 작은 그릇에 따라졌다.

" 일단 됐어 이것 조심스럽게 먹이도록해..."

휘리나는 검색주문을 펼쳐보고는 몸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약인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요..."

그녀는 그릇의 약을 사기숫갈로 조금씩 떠서 에볼린의 입술을 벌리고 아주 조금씩 혀를

적시듯 먹여 주었다.

약 반쯤 물약을 먹였을때 살며시 에볼린의 눈이 떠지며 창백했던 얼굴에 조금 핏기가 돌아

오는것이 보였다.

" 스승님..."

그 모습을 본 휘리나가 한숨 돌렸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 에볼린...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자...일단 좀 쉬도록 하렴..."

휘리나는 자애로운 눈으로 제자를 내려다 보며 가만히 소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 네에..."

에볼린은 희미하게 미소를 띄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내 규칙적인 숨결이 새근거리며 에볼린은 편안한 얼굴로 잠에 빠져들었다.

휘리나의 시선이 카나엘에게 향했다.

" 어떻게 된거죠?"

한쪽에 놓인 낡은 탁자에 앉아 발을 까딱거리고 있언 카나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좀 느슨한 스승인걸? 그애...에볼린 이라고 했나? 후후후...뭐 일반적인 내용이지..."

카나엘은 슬쩍 에볼린의 잠자는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 그 아이...아마 너를 몹시 따르고 있겠지? 꽤나 영리해 보이던데...스승에게 지나치게

매료된 모범생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좀더 빨리 좀더 강한 마법을 익혀서 스승을

기쁘게 하고 싶다는 어처구니 없는 욕망...그 것에 빠진 것이겠지...혼자 찾아낸 마도서

같은것을 몰래 익히다가...결국 실패한 것일테고..."

카나엘은 슬쩍 양 손을 펼쳐 보였다.

휘리나는 놀라는 얼굴로 에볼린을 바라 보았다.

" 그...그런?..."

" 내가 잘 알지...내가 직접 경험한 일인걸? 거기다...나중엔 스승이 되어 격어 보기도 했고..."

카나엘은 휘리나에게 슬쩍 에볼린이 적은 노트를 내 밀었다.

휘리나는 의아해 했지만 그 것을 받아 읽다가 점차 얼굴색을 새파랗게 변화 시킨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이...이럴수가..."

카나엘은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꽤 상당한 수준이야...혼돈의 존재의 소환...높은 수준의 의지와 까다로운 공식과 어려운

조건이 가미된 힘든 소환술이지...다행히 실패라고 적혀있었어...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의식의 실행으로 마나 왜곡이 일어났던것 같아...목숨은 건졌지만...대신 몸이 엉망진창..."

휘리나는 카나엘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 아이...일가붙이 없이 네게 키워지지 않았어? 그렇다면...아마 너를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여길거야...친부모 이상으로...후후후...그 힘든 의식을 그렇게 까지 열심히 한것을

보면..."

휘리나는 조금 안쓰러우면서도 노여운 표정이었다.

에볼린이 적은 비밀노트...그 곳에는 자신을 향한 에볼린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든 글이

간간히 보이기도 했다.

휘리나는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기쁜 야릇한 감정으로 잠든 에볼린을 내려다 보았다.

카나엘은 발을 까딱거리며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그 아이가 시도한것이 '혼돈의 존재'를 소환하는 술법이었다는

것이겠지...아니었으면 자칫 흑마법에 손댓을수도 있었을 테니까...후후훗..."

카나엘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에볼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며시 혀로 입술을 핱으며 야릇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것은 왜인지 모를 끈적거리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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