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6)

8장. 자라나는 딸아이의 몸.

'무슨 일일까?'

지현이는 아침에 집을 나가시면서 저녁때 회사 앞으로 나오라고 한 아빠의 말을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일찍 집에 돌아와, 따듯한 봄기운을 느끼며 거실에서 습작을 하려던 지현이는 시계를 보고는 외출 준비를 했다.

집인 양재동에서 아빠 회사가 있는 신사동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차가 많이 막힐 시간이어서 일찍 집을 나섰다.

회사 앞까지 가니 이미 진우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응.. 어서 와.."

"무슨 일이에요?"

"글쎄 오늘이 무슨 날 인줄 모르겠어?  에휴.. 전에는 먼저 들볶더니만.. 이젠 아이가 되었다고 신경도 안 쓰는구나.. 섭섭한데.."

진우는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

"정말 몰라..?  좋아.. 그럼 일단 저녁 먹으러 가서 이야기하자.."

진우는 지현이를 데리고 청담동에 있는 고급 차이니스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지현이가 놀라면서 아빠의 팔에 매달렸다.

"와.. 여기 무척 비쌀 것 같은데..."

"괜찮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특별한 날..?  뭐지..?  아빠 생일..? 아니고.. 내 생일..? 당연히 아니고.. 엄마 생일도 아니고.. 그러면 ....!  아.. 그렇구나..!'

자리에 앉자 아빠가 웃으며 물어보았다.

"이제 생각이 났어..?"

"예.. 4월 26일.. 우리 결혼기념일이요..."

"에유.. 일찍도 참 알아 맞춘다..  작년에는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당신이나 나나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겼었는데.. 올해는 꼭 챙기고 싶었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죄송해요... 여... 아.. 아빠 뭐 드실래요..?"

'여보'라고 말을 하려던 지현이는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오자 당황하여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따님이신가 보죠.. 부녀지간에 참 보기가 좋네요.."

좀 지위가 있어 보이는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면서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예쁘죠... 우리 딸아이.."

아빠도 웃으며 그에게 답해주었다.

'죄송해요.. 아빠..'

죽은 엄마 대신 이 자리에 앉은 지현이는 아빠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 며칠 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밖에서 돌아온 지현이는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와 옷을 벗고 있었다.

"벌써 조금씩 날이 더워지는 것 같아.."

지현이의 옷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소녀의 속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웃옷을 벗자 작은 어깨에 걸려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만 남기고 소녀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흐음.. 이제 조금은 위 사이즈로 바꾸어야 할까?"

지현이는 자신의 젖가슴에 살짝 손을 얹고는 낮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젖가슴은 아직 여자아이의 것인지라 가장 작은 브래지어가 감싸고 있었지만, 조금씩 부풀어오르는 소녀의 젖가슴에 지현이는 가끔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브래지어의 호크가 풀어지자 아빠가 봤던 이전보다 더욱 물이 오른 새하얀 젖가슴이 그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직 낮지만 도톰한 젖가슴 위에 자리잡은 젖꼭지가 너무나 앙징맞았다.

그리고 지현이는 이제 소녀의 몸에 달랑 하나 남은 작은 천 조각을 벗기 위한 다음 동작을 취했다.

지현이의 작은 손가락들이 그녀의 분홍색 팬티를 탐스러운 엉덩이 밑으로 끌어내릴 때였다.

"어맛..!"

팬티를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밑을 쳐다보던 지현이가 깜짝 놀라며 동작을 멈추었다.

자신의 아랫배에 뭔가 다른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현이는 욕조 귀퉁이에 걸터앉고 자신의 아랫배 밑으로 조심스레 손을 미끄러뜨렸다.

여자아이의 다리 사이에는 어느덧 조금씩 잔털들이 돋아나 있었다.

아직은 크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만져보면 손가락 끝에 잔털들의 보드라운 감촉들이 느껴졌다.

"어머.. 여기에 털이 나잖아..! 아이 참.."

언제부터 나기 시작한 것인지 미처 몰랐지만, 지현이는 그런 곳에 털이 난다는 것이 왠지 부끄러워졌다.

물론, 몸이 커가면서 겨드랑이나 다리 사이에 털이 난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어른들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자기의 몸에도 생기기 시작하자, 왠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그럼.. 나도 이제 조금씩 어른이 되가는 걸까..?'

그런 생각을 들자 지현이는 새삼스레 자기의 알몸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지현이 스스로 보기에도 최근에 자기의 몸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춘기 여자아이는 자신의 몸이 조금씩 성숙해져 간다는 것이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문득 인터넷에서 몇 장 보았던 포르노 사진들에 나온 여자들의 몸이 생각이 났다.

'내 몸도.. 점점 그 여자들처럼.. 되어 가는 걸까?  어른이 되어서..  그럼.. 나도 정말 섹스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아직 어린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아빠가 퇴근을 하신 모양이었다.

"아..."

지현이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방금 자신이 한 부끄러운 생각들을 지워버리려는 듯 샤워기의 물줄기를 세게 틀었다.

'아.. 요즘에 왜 이러지..? 자꾸 이런 생각들만 나는 것 같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지워지기는커녕 오히려 아빠 생각까지 났다.

'만약에 내가 섹스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아빠하고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아빠에게 나는 아내이니까..  어마..!  아.. 안 돼..  그런 것은..'

지현이는 밀려드는 이런 저런 생각에 욕실 바닥에 웅크리고 주저앉아 고개를 저었다.

"안돼.. 안돼.. 자꾸 이런 생각들을 하면.. 그럼 나쁜 아이야..."

그 후 한참 뒤에야 지현이는 욕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거실에서는 아빠가 신문을 보고 계셨다.

"어.. 이제 욕실 다 썼어..?  그럼 나도 슬슬 샤워나 해야겠는데.."

"아.. 예..  저 다 썼으니까 욕실 쓰세요.."

지현이는 아빠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아빠가 자신을 보면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챌 것 만 같았기 때문에 부끄러워서였다.

6월 들어 진우의 회사 사정이 나빠졌다.

회사를 차린 뒤 1년, 그동안 전 직장에서 쌓아놓은 인맥과 거래처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했다.

무엇보다 작년 말 IMF가 시작된 이후 근래 경기가 안 좋아서 회사에서 작업한 프로젝트의 수금이 여의치 않았다.

시중에서 돈이 마르기도 했고, 기업들이 홍보에 드는 비용을 줄였기에 일감도 부족했다.

원래 영상업계 쪽이 잔금 회수가 늦는 편이었지만, 요 근래에는 더욱 심해서 회사의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었다.

그래서 급한 것을 막느라고 진우는 한동안 동분서주해야 했다.

그리고 계획중인 신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준비작업도 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일단 회사를 돌리느라 아는 거래처를 통해 작은 일들 위주로 해왔지만, 회사가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으려면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의 큰 프로젝트 홍보영상이나 전시영상을 수주해야 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내 모 L전자회사의 해외 전시회용 전시영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와중에서도 사운을 걸고 수주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진우는 7월말까지는 집에 못 들어오고 회사에서 밤샘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다.

진우가 못 들어오는 일이 많아지자 지현이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진우의 직업상 그런 적이 많았지만, 요즘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지현이도 알고 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오늘도 집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다는 전화가 아빠한테서 왔다.

오늘은 들어오실 줄 알고 저녁을 맛있게 차려서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 했던 지현이는,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아빠가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과로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건강이 크게 나빠지시면 어떻게 해요..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 거예요?"

"걱정 마.. 밖에서도 잘 먹고 지내니까.. 내 걱정말고 집에 문단속이나 잘 하라구.."

"하지만..."

하지만 오늘로 안 들어오면 벌써 사흘째였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던 지현이는 문득 고생하시는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기뻐하실까..?'

한참을 생각하던 지현이는 지금 저녁을 위해 준비한 재료들을 가지고 아빠 회사에 밤참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아빠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회사에는 한 5~6명 정도가 밤샘 작업을 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그 정도 먹을 분량은 저녁 내에 만들 수 있을 거야..  흐음.. 무엇으로 만들까?"

이전부터도 했었고, 또한 지난 1년여 동안 집안에서 살림을 도맡아해서인지 이제 지현이의 요리솜씨도 상당히 늘어있었다.

그래서 가끔 이웃의 아주머니들도 칭찬을 해주시고는 했었다.

지현이는 밤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로 음식들을 준비해서 밤 10시쯤 집을 나섰다.

밤늦게 회사에 놀러간다고 하자 아빠는 당연히 만류를 했다.

"밤늦게 어린 여자애가 어디를 온다고 그래.. 그리고 와도 재미도 없을 거야.. 모두 바빠서.."

"에이.. 일하는데 방해를 안 할게요.  그냥 일하는 것 보고싶어요.."

"내 참.. 정말 어린애같이 떼를 쓰기는.. 그래 알았어.."

마지못해 승낙을 했던 진우는 막상 지현이가 밤참을 잔뜩 싸들고 오자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다 뭐야..?"

"응.. 아빠 일하시는데 드시라고.. 밤참.."

"뭐어...!"

"들고 오는데 무거워서 혼났으니까.. 아.주. 맛.있.게. 드.셔.야.돼.요.."

지현이가 아빠를 보며 살짝 웃었다.

"우와.. 이게 뭐야..!"

"어머 맛있겠다.."

어느새 같이 밤샘하는 직원들이 음식냄새를 맡고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지현이는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한 채 따뜻한 시선으로 지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정말 이걸 네가 만들었니..? 아직 어린데.. 대단하다.."

"들고 오는데도 힘들었겠다.. 어쩜 기특해라.. 이런 생각을 다 했니..?"

"지현이 효녀구나.. 사장님 좋으시겠어요.. 하 하.."

주변에서 한마디씩 지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그럼 누구 딸인데..."

진우도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음식을 하나 집어들었다.

"정말 맛있다.. 야.. 잘 먹을게.. 지현아.."

지현이는 기뻐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뿌듯했다.

아빠 자리에 가보니 일이 정말 많으신 듯 책상이 어지러웠다.

아빠 얼굴도 많이 상하신 것 같았다.

지현이의 어린 마음은 순간 뭉클하는 감정이 가슴속에 일었다.

그렇게 고생하기는 아빠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사장님은 새장가 안 가셔도 되겠어요.. 지현이가 있어서.."

"하 하..  그 그럼..."

진우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현이에게 살짝 찡긋했다.

지현이는 그런 아빠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아... 나는 정말 엄마 대신으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지현이는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진우는 집까지 지현이를 태워다 주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아빠가 만족하시는 것은 그냥 내가 엄마라고 믿고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역할을 잘해주어서일까?'

그때 옆에서 운전을 하던 진우가 나직이 속삭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지혀.. 아니 여보.."

아빠의 입에서 '여보'라는 말이 들려오자 지현이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이전에 아빠에게 '여보'란 말들을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아빠에게 아내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나는 할 수 있는 거야..  고생하시는 아빠한테 정말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거야.. 지금은 아직 많이 어리고.. 잘 모르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거야..'

지현이는 아빠의 말에 용기를 얻고 기뻐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자기 몸의 변화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도 이제 커 가는 걸..  아직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걸... 그러니 지금보다 엄마 역할을..  아빠한테 아내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다가 문득 아빠와의 섹스에 대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 그것은.. 으음..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잘될 거야... 설마 아빠가 나쁘게 하실 리는 없을 거야..  이젠 지난번처럼 무조건 겁을 먹지는 않을 거야..  난 아빠를 믿어..'

그리고는 그 믿음에 동의를 구하려는 듯 운전하는 아빠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아빠가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지현이가 아빠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에는 사춘기 소녀로서의 이성에 대한 동경의 눈빛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현이 스스로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따뜻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신을 위해 고생하시는 아빠의 모습은 조금씩 사춘기 여자아이에게 어느덧 이상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었다.

"자.. 다 도착했다..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바라봐..?"

"아.. 아니에요.. 그럼 저 들어갈게요.."

쪽..

지현이는 오는 내내 아빠를 바라본 것이 들켰을까봐 부끄러워, 그것을 무마하느라 그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총총 걸음으로 뛰어들어갔다.

진우는 차안에서 가만히 지현이가 입을 맞추어 준 볼을 쓰다듬었다.

그는 요즘 들어 지현이가 더욱 사랑스러워 진다고 생각을 했다.

7월말이 되자 일단 자금 사정이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 자금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고, 해외 전시영상 수주작업은 9월초에야 결정이 되는 것이지만, 직원들은 진우가 더 이상 과로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었다.

그런 직원들의 의견 때문에 당분간 진우는 웬만하면 집에서 쉬기로 하였다.

그래서 진우는 정말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편히 쉴 수 있었다.

지현이도 모처럼 그가 일찍 들어오자 기뻐하는 것이었고, 진우는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근 뒤 저녁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우가 갈증 때문에 잠을 깬 것은 새벽 1시의 일이었다.

꽤 오래 잔 것 같은데 겨우 3~4시간 밖에 안 잔 것이었다.

"오랜만에 편히 자니.. 정말.. 숙면을 했었나 보네..  음.. 그나저나 목이 마르네.."

진우는 주방으로 가려고 나왔다가 지현이의 방 쪽을 바라보았다.

열려진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응..?  아직 안 자나..  공부를 하는 걸까? 아니면 통신..?"

궁금해진 진우는 지현이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지현이는 없었다.

궁금해서 두리번거리던 진우의 귀에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아.. 밤에 더워서 샤워를 하는 모양이네.."

그러면서 주방에 들어가 불도 안 켜고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마셨다.

그때였다.

갑자기 욕실 문이 열리더니 지현이가 뛰어나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 깜박했어..."

그리고는 무언가를 찾아서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피 식..."

진우는 그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짖고는 안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욕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가늘고 긴 불빛들과 물소리는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마 지현이는 급한 김에 욕실 문을 꽉 닫지 않았나 보다.

어쩌면 진우가 지금 깊이 잠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부주의했는지도 몰랐다.

순간 진우는 갈등이 생겼다.

마음 한편에서는 열려진 문틈으로 욕실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강렬했다.

지금쯤 지현이의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얼마나 아름다워지고 성숙해졌을까?

그러나 작년 이맘때의 쓰라린 기억이 있는 그로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해서 엿보는 것이 들키기나 하면 그나마 다시 쌓아올린 두 사람의 신뢰를 깨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내가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는, 그녀의 몸이 완전히 어른이 될 때까지는 그는 참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엿보는 것인데.. 이쯤은 이제 이해해 줄지도 몰라..'

진우는 어느새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욕실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열린 문틈으로 욕실의 내부가 보여졌다.

지현이의 탐스러운 알몸은 비누거품으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

'오 오...'

진우는 속으로 탄성을 내었다.

1년만에 보는 지현이의 알몸은 이제 하나의 아름다운 여체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완전히 피어오른 몸은 아니었지만 소녀의 몸은 1년 전에 비해서는 놀랄 만큼 물이 올라 있었다.

이제 도톰히 그 융기의 윤곽이 드러나는 젖가슴에서 나긋나긋해 보이는 가는 허리, 그리고 탐스러운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에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러나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나중을 위해 숨겨져 있었다.

지현이가 샤워기로 몸의 비누거품을 모두 씻어내자, 그 거품 밑에 가려져 있던 소녀의 다리사이가 그 젖은 자태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다리 사이에는 이제는 멀리서도 그 거무스름한 느낌을 알 수 있게 자라나는 지현이의 음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아직은 얕게 돋아나는 그리 많지 않은 잔털들이었지만, 새하얀 우유빛 피부 위에 자리잡았기 때문인지 그 검은색들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진우는 아름다운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 아름답다... 정말...'

진우는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제 저 어린 몸에도 털이 나기 시작하는구나..!  이젠 확실히 성숙해져 가는구나..  저 몸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잠시 멍해지는 느낌을 받은 진우는 곧 자기의 몸 속에서 욕망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욕실로 들어가 저 탐스러운 어린 몸을 범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 진우는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그 자리에 있다가는 스스로 참지 못하고 당장 무슨 일을 저지를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참아야 해.. 지금은...'

진우는 방으로 돌아와 다시 일고있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을 잠재우려 노력을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침대 위에서 뒤척이던 진우는 겨우 겨우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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