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가 승용차를 몰고 정동에 도착한 시각은 열시 십 분전이었다. 그는 승용차 안에서 장 인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요정 앞의 주차장에는 기업오너들의 고급승용차와 운전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벌써 요정에서 나온 오너들을 태운 승용차가 빠져 나가고 있었다.
요정 입구를 주시하던 그는 장 인호가 나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승용차에서 내렸다. 다른 오너들과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며 나오는 장인호의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준우가 다가가 그를 부축하였다. 그는 취했는지 휘청거리지만 몹시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아! 우리 민 비서! 들어와서 식사를 하지 그랬어!”
“아닙니다. 미리 식사를 했습니다.”
준우는 장 인호를 태우고 집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이따금 백미러로 뒷좌석을 주시했다. 술에 취한 그는 고개를 젖힌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잠이 들어 있었다. 준우가 그를 깨워 승용차에서 내리게 했다. 차에서 내린 그가 집안으로 들어가며 휘청거렸다. 준우가 그를 부축했다.
“조심하세요.”
“괜찮아. 아직 이정도 취해서 넘어지지 않아,”
준우의 손을 뿌리친 장 인호는 보라는 듯이 뚜벅뚜벅 걸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으로 들어간 장 인호는 팬티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나와서 욕실로 들어갔다. 다음 계획을 떠올리는 준우는 긴장이 되어 주방으로 들어가 냉수를 마셨다. 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지만 그의 신경은 장 인호가 있는 욕실과 수진의 방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장 인호가 타월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
“이 여편네가 정말 아직 안 왔네.”
“..........”
“피곤하군........! 민 비서도 일찍 자도록 하지!”
“네!”
준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장 인호와 긴 대화를 피하고 싶었다. 되도록 그가 일찍 잠들기를 바라는 준우는 욕실로 들어가 얼굴을 찬물로 적셨다. 잠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린 그는 안방 문이 여닫히는 소리를 듣고 욕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는 안 방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미약하지만 분명히 진열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걸터앉았던 장 인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일어나 약병이 든 진열장 문을 열었다. 아내가 있었더라면 의례히 잠들기 전에 약 복용하는 것을 도와줬을 것이다. 아내가 일찍 와주기를 바랐던 그는 공연히 짜증이 났다. 그는 습관처럼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꺼내 입 속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컵에 물 따르는 것도 귀찮은 그는 주전자 꼭지를 입에 대고 물을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텔레비전을 주시하고 있는 준우는 술에 취한 장 인호가 수면유도제 효력으로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드라마 한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먼저 수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수면마취제가 든 드링크를 마셨던 그녀는 전등 스위치를 올려도 모른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녀가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반듯이 눕히고 걸친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준우는 서둘지 않고 수진의 슬립 그리고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그녀의 알몸이 들어났다. 그녀는 이미 그를 받아 드린 몸이었다. 매끄러운 피부와 각선미 넘치는 몸매, 그리고 탄력 있는 허벅지 사이에는 뽀송한 음모로 덮인 둔덕은 몹시 선정적이었다. 그는 그녀를 침대 한쪽으로 밀어놓고 나와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장 인호 또한 준우가 예상한대로 술과 약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우선 그는 진열장 문을 열고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그는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원상태로 복귀시켜놓았다.
진열장을 닫은 그는 장 인호를 등에 들쳐 업었다. 생각보다 장 인호의 몸무게는 무거웠다. 그는 장 인호를 등에 업고 수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진 옆에 장 인호를 눕히고 길게 호흡을 내뿜었다. 그리고 장 인호가 걸치고 있는 옷들도 벗겨내기 시작했다.
잠옷 그리고 팬티와 러닝셔츠를 벗겨낸 장 인호의 몸뚱이는 기름지고 살이 쪄서 흉측스러웠다. 장 인호의 불룩 튀어나온 배와 주름진 피부는 수진의 매끄러운 피부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장 인호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난 페니스는 불끈 솟아 있었다. 수면제와 취기로 정신이 없어도 흥분제가 성능을 발휘한 탓일 것이다.
준우는 수진을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장 인호를 옆으로 눕혀 그녀를 부둥켜안도록 자세를 고쳤다. 또한 장 인호의 팔을 당겨 수진의 젖가슴을 움켜쥐도록 했다. 그는 두 사람의 발가벗겨진 하복부만 모포로 덮어 주었다. 다시 한 번 방안을 둘러본 그는 전등 스위치를 껐다. 그는 수진의 방을 나오면서 방문을 비스듬히 열어 놓았다.
준우는 자신의 각본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에 만족하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발자국을 헤아리듯이 천천히 이층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는 걸치고 있는 옷을 벗어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으로 침대위에 누웠다. 벽시계의 시침이 열한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는 고 진숙이 도착하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한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창문을 덜컹거렸다. 준우는 고 진숙이 타고 있는 기차가 지금 어디쯤에 있을는지 추측한다. 용산, 아니면 아직 먼 곳에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숙이 급히 서둘러 왔다면 서울역에서 내려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연출되는 드라마를 상상한다.
침묵의 정적 속에서 창문을 두들기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장 인호는 아스라한 늪 속에 빠져들며 갈증을 느꼈다. 하지만 눈을 뜨려고 해도 꼼짝할 수가 없고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허벅지 사이의 페니스가 부드러운 살갗에 닿아 발기하여 용솟음쳤다. 허우적거리는 그의 손에 무엇인가 잡혔다. 그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당신.........언제........왔어........”
“음.......”
약에 취한 수진이 몸을 비틀며 벽을 향해 옆으로 누웠다. 장인호가 그녀의 등을 껴안으며 팔을 뻗었다. 안개 속 같이 몽롱함에 휘말린 장 인호는 손에 잡히는 것이 여자의 젖가슴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는 자신이 발가벗겨졌다는 것도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이 껴안고 있는 여자가 아내가 아니고 딸이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장 인호의 발기된 페니스가 수진의 둔부에 잇닿아 있었다. 그녀가 몸을 꿈틀거리며 웅크렸다. 무의식세계에서도 그는 여자의 체취와 매끄러운 살갗에 반사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하복부에 닿은 그녀의 둔부를 끌어 당겼다. 인간의 성적 욕구는 혈관 내에서 생기는 하나의 규율이다.
“가만.......있어.........봐.”
“음.........”
수진이 다시 앞으로 몸을 웅크렸다. 장 인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그의 발기된 페니스가 그녀의 벌어진 둔부 틈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둔부를 벌렸다. 그리고 발기된 페니스를 둔부 사이에 넣고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페니스 귀두가 그녀의 보지 구멍으로 들어가고 그는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헛........!”
“하 으........”
아늑한 혼돈 속에 빠진 수진은 허리를 비틀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꿈속에서 준우에게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들어와도 꼼짝할 수 없었다. 엑스터시의 능선을 오를 수도 없었고 그녀는 전혀 무방비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무의식 속에서 오직 감각에 의한 본능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헉........!”
“으 읍.......!”
장 인호는 온 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충격을 느꼈다. 페니스가 옥죄이며 보지 속에 녹아내리는 극한 엑스터시였다. 그는 원래 아내와 관계도 조루증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사정을 한 그는 보지 속에 페니스를 박아 넣고 더 이상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꼼짝도 하지 않고 혼절했다.
어둠에 쌓인 밖에는 눈발이 내리기 시작했다. 정적속의 정원에는 사그락 사그락 소리와 함께 내리는 하얀 눈이 쌓이고 있었다. 한 사간 가까이 정적이 이어지고 골목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렸다. 영업용 택시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골목 어귀로 들어섰다. 장 인호의 저택 앞에 머문 택시에서 검정색 외투로 감싼 고 진숙의 모습이 나타났다.
진숙은 철문 앞에 다가서서 열쇠를 꺼내들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정원에 쌓인 눈을 밟고 걸어서 현관 앞으로 다가섰다. 외투의 눈송이를 털어낸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서 어둠에 쌓인 거실 안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잠든 집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약속을 지켰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숙은 외투를 벗어 걸고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침대등도 없이 어둠에 쌓여 있었다. 전등 스위치를 올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침대위에 잠들어 있어야할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모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승용차도 들어와 있었고 현관에 남편의 구두도 분명히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진숙은 안방을 나와 욕실 문 앞에 다가섰다. 욕실의 전등 스위치도 꺼진 상태였다. 남편이 술에 취해 욕실에서 쓰러진 것은 아닌가! 욕실 문손잡이를 돌리려던 그녀의 시선이 무심코 수진의 방으로 향했다. 수진의 방문이 빠끔히 열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무심코 수진의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
열려진 방문 틈은 어둠뿐이었다. 진숙은 벽을 더듬어 전등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고 피가 머리끝으로 솟구쳤다. 그녀의 시야 속에 들어온 방안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발가벗은 남편이 발가벗겨진 수진의 등을 껴안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진숙은 부들부들 떨면서 침대로 다가갔다. 그녀는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수진의 둔부에 걸쳐진 남편의 툭 불거진 페니스에는 분비물이 묻어 있었다. 숨을 몰아쉰 그녀는 대뜸 잠들어 있는 남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흔들었다.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머리카락을 잡혀 일어난 장 인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내를 쳐다봤다. 그는 머릿속이 어지럽고 눈앞이 흐릿했다. 순간 진숙이 남편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쥐고 벽에 부딪치며 악을 썼다.
“당신이 인간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뭐..........뭐야!?”
장 인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아내의 손을 붙잡으려고 허우적거렸다. 진숙이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그의 뺨을 후려쳤다. 뺨을 얻어맞은 그는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내려다보고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옆에 발가벗고 누워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여자는 아내가 아니고 딸이었다. ‘헉~! 어떻게........!?’ 그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아내와 딸을 번갈아 보았다.
“어떻게! 당신이 아니었어.........!?”
“뭐라고 하는 소리야! 짐승만도 못한 놈! 어떻게 부녀간에 이럴 수 있어?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야! 더러운 인간들.......”
“아냐! 난 아냐! 당신 잘못 본 거야.........”
“뭐라고! 그래도 할 말이 있어. 어떻게 세상에 이럴 수가 있어. 죽어, 죽어 이 개 같은 놈아!”
“아니라고!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내 말 좀 들어 봐.”
“뭘 들어보라는 거야! 이래도 당신이 인간이야!”
진숙은 발악을 하며 마구잡이로 남편을 후려치며 손톱으로 할퀴었다. 장 인호의 얼굴과 몸은 금방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들어났다. 그때 혼절해 있던 수진이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정신이 혼미한 그녀는 잠시 넋 나간 사람처럼 눈동자를 껌벅거렸다. 그러나 곧 그녀는 발가벗겨진 자신을 의식하였다. 그녀는 모포를 당겨 젖가슴을 가리며 자지러지게 놀랬다.
“하 악! 어마 얏!”
외마디를 지른 수진은 발가벗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경악하였다. 뿐만 아니라 새파랗게 질린 진숙이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악을 쓰는 광경에 수진은 아연 질색하였다. 장 인호와 진숙을 번갈아 보는 수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진숙이 발악하는 소리가 그녀의 귀청을 울렸다.
“개만도 못한 것들! 어떻게, 애비가 딸년하고.......!”
“.........!?”
진숙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수진은 침대 모퉁이에 웅크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거친 숨을 내뿜는 진숙은 악을 쓰며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수진은 순간적으로 모든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장 인호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진숙이 수진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흔들었다.
“이년아! 젊은 년이, 할 짓이 없어서 애비와 붙어먹어. 그러면서 누구하고 결혼을 한다고. 뻔뻔한 것들. 세상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차라리 죽어라. 죽어!”
“..........”
진숙에게 머리채를 잡힌 수진의 몸은 힘없이 흔들렸다. 수진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타구니가 끈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아버지와 한 침대에서 발가벗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렴풋이 꿈속에서 보지 속을 헤집던 장본인이 아버지란 말인가! 수진은 고개를 흔들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이럴 순 없어. 어떻게.........흐 으 흑! 흐 윽!”
“여보!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거야!”
장 인호가 수진의 머리채를 흔드는 진숙을 가로막았다. 몸을 웅크린 수진의 뺨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진숙의 벌겋게 충혈 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숙은 치를 떨며 손에 닿는 데로 베개와 모포 등을 장 인호에게 집어던지며 악을 썼다.
“뭐라고! 오해라고!? 이 꼴을 하고서도 오해라고! 이러고도 네가 사람이야! 개잡놈아!”
“흐~윽! 흐 으윽~!”
수진은 침대에 엎드려 몸부림을 치며 통곡을 했다. 딸을 바라보는 장 인호는 변명할 여지도 없어 울상이 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아우성치던 진숙이 수진을 날카롭게 쳐다보며 씨근덕거렸다. 그리고 진숙은 책상위의 책들을 남편과 수진에게 던지며 악을 썼다.
“더러운 것들! 짐승만도 못한 것들! 어떻게 애비하고 딸년이 붙어먹어!”
“여 봐! 당신 정신 차려! 그게 아니라니까!”
“뭐가 아냐! 좆 대가리를 휘두를 때가 없어 딸년하고 짓거리를 해!”
“이게 정말 죽고 싶은가.......!?”
장 인호는 아무리 상황이 절박하다해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내의 손을 잡아 뿌리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그의 발에 걷어 채인 그녀는 방구석에 벌렁 자빠져 나뒹굴었다. 분통이 터진 진숙은 무릎을 감싸고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차라리 죽어!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으 흐 윽.......!”
방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한 밤중에 두 여자가 흐느끼며 악을 쓰는 소리와 끝까지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려는 장 인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진의 방은 베개와 모포 그리고 벗어 놓은 옷가지, 책들로 쑥대밭이 되었다. 떠들썩한 소란은 한 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좌절감에 젖은 장 인호는 안방으로 가버리고 거실로 나간 진숙은 소파에 엎드려 흐느꼈다. 홀로 남은 수진은 절망감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감기기운과 몸살이 나서 잠들었던 기억뿐이 없었다. 어떻게 아버지와 자신이 발가벗고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그녀는 죽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결혼에 대한 꿈에 부풀었던 그녀는 당장 준우를 마주할 용기도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머리를 묻고 엎드려 통곡을 했다.
“으흐흑! 흐 윽! 이건 아냐! 허 윽! 어떻게 이럴 수가......! 흐 으 윽!”
고요한 밤중에 두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이층까지 들렸다. 진숙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준우는 깜박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별안간 시끄러워지는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 앉은 그는 모든 사태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의 각본대로 모든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제 그의 복수는 결말을 내릴 시기가 다가온 것이었다. 장 인호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스스로 치루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한동안 소파에 엎드려 분노하던 진숙은 혼란 속에 빠져 들었다. 그녀는 경제적인 부유함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 인호의 후처가 되는 것도 감수한 것이었다. 하지만 돈만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절실히 느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여러 가지 욕망이 존재한다.
인간의 욕망은 진화한다고 한다. 첫 번째 욕망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직결되는 금권욕이다. 복잡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은 원 없이 돈 한번 써보다 죽는 게 소원이란 말을 한탄조로 내뱉는다. 일확천금에 부질없는 희망을 거는 것은 금권욕에 대한 절실함이다. 그러나 막상 원 없이 쓸 만큼 경제력이 풍부해지면 새로운 욕망이 생긴다.
주위 사람들 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서는 권리를 움켜쥐고 싶은 권력욕이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은 미래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명예욕 빠진다. 인간의 욕망이 금권과 권력, 명예욕으로 진화한다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성적인 욕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진숙은 아직도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생명력을 잃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남편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는 없었다. 이 딸과 근친상간을 하는 집안에서 머무를 수는 없었다. 물론 그녀도 성적인 욕망에 휩싸여 준우와 불륜관계를 맺었지만 타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정당화하고 싶었다.
스스로 욕정의 노예가 된 진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준우에 대해 집착을 했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준우와 결혼하겠다는 수진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더욱 그녀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남편이었다. 그녀는 딸과 근친상간을 한 남편과 도저히 한 집안에서 살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진숙은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아침 시간의 집안 분위기는 무겁게 갈아 앉아 있었다. 밤사이에 일어난 사태를 모르는 가정부 강릉댁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식사준비를 했다. 수진은 꼼짝도 하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고 진숙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수정의 방에 들어가 있었다.
준우는 전혀 집안에서 일어난 사태를 모르는 것처럼 장 인호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식욕이 나지 않는 장 인호는 이내 수저를 놓고 일어났다. 수정의 방에 들어가 있던 진숙이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있던 장 인호는 아내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시선을 외면했다. 진숙이 장 인호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녀는 남편을 빤히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난 더 이상 이 집에 있고 싶지 않아요. 우리 이혼해요.”
“이혼이하고.......!? 여보! 당신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뭘 생각하라는 거야! 우리 더 구차한 모습 보이지 말자고요.”
“난 정말 모르는 일이고. 살다보면 오해할 수도 있잖아.”
“더 이상 말하기 싫어요. 난 오늘 나갈 테고, 변호사 통해서 이혼 수속할게요.”
“여보.........!?”
진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인호가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뻗었다.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진숙에게서 냉랭한 찬바람이 불었다. 장 인호가 그녀를 쫓아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옷장 안을 열고 옷가지를 가방에 넣고 있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신 장 인호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우리 나이가 한두 살이 아니잖아. 살다보면 별일이 다 많지만 이해하고 사는 게 부부 아냐!”
“..........”
“화가 나겠지만 잘 생각해. 우리보다 충격 받은 수진이가 걱정이야. 같은 여자니까, 당신이 수진 이를 잘 위로해줘.”
“..............”
진숙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짐을 챙겼다. 사정을 하듯이 말하는 장 인호의 목소리는 강압적이기도 했다. 그가 평소에 아내를 대하는 성격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장 인호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출근준비를 하고 방을 나갔다. 남편이 방을 나간 후 진숙은 잠시 창문을 내다보았다. 준우가 승용차 문을 열고 장 인호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용차가 천천히 골목 안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징 인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장 인호는 어쨌든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말을 이해해주기를 바랄뿐이었다. 회사로 출근한 그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사장실 안에서 전전긍긍하였다. 그는 아내가 집을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와 조바심으로 일찍 퇴근하였다. 그러나 집안에는 아내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이 썰렁하였다.
며칠 후 장 인호는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보내온 서류봉투를 받았다. 아내가 청구하는 이혼서류였다. 그 봉투 안에는 적지 않은 금액의 이혼위자료 청구서도 있었다. 그는 이혼한다는 자체도 받아 들릴 수 없지만 십억이나 되는 위자료 청구에 놀랐다. 화가 치밀어 시근덕거리는데 책상위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전화기 저편으로부터 가정부 강릉댁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장님! 큰일 났어요!”
“뭔데 그래!”
“수진 아씨가 쓰러져 있어요.”
“뭐라고!? 수진이가........!”
“며칠 동안 식사도 하지 않고, 나오지 않기에 들어 가봤더니 쓰, 쓰러져 있어요.”
“그럼 빨리 XX병원에 연락해. 내가 금방 갈 테니.”
팽개치듯이 전화기를 내려놓은 장 인호는 한 숨을 내쉬었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불상사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장실을 나왔다. 준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대뜸 비서실 여직원을 향해 소리 질렀다.
“민 실장 어디 갔어?”
“총무과에 갔는데 호출할 가요?”
“빨리 차 대기시키라고 해.”
목청을 높인 장 인호는 먼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비서실을 나왔다. 호출을 받은 준우가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장 인호가 승용차에 올라앉자 준우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XX병원! 이거야 원 나 참! 수진이가 쓰러졌다더군. 자네는 결혼한다고 하더니 그 아이 쓰러진 것도 모르고 있었나!?”
장 인호는 모든 사태가 준우가 꾸민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를 준우가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는 두문불출하던 수진이 쓰러진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은 장 인호는 공연히 준우를 탓하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준우는 백미러 속으로 장 인호의 뻔뻔스러움에 씁쓸하기만 했다. 준우는 한편으로 수진이 쓰러졌다는 말에 동정심을 느꼈다. 비록 장 인호에 대한 보복에 희생양이 된 수진이지만 그가 애정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장 인호와 준우는 한동안 응급진료실에 들어간 수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도 수진이 깨어났다는 전달이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수진을 진료하던 담당의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나왔다. 조바심으로 다가서는 장 인호와 준우를 향해 담당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장 인호는 불길한 생각에 다그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