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7)

브래지어도 하지 않았기에 진숙의 탐스러운 젖가슴이 선정적으로 들어났다. 이미 몇 번인가 준우의 페니스를 받아드려 격렬한 쾌감을 느꼈던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럽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몸을 깔고 앉은 자세로 발가벗겨진 그녀는 능동적으로 그의 러닝셔츠와 팬티를 벗겨냈다.

진숙이 옷을 벗기는 동안 준우는 느긋한 자세로 누워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완전히 발가벗은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하복부를 마찰하였다. 그의 페니스가 그녀의 보지 입구에 잇닿아 마찰을 했다. 그는 힘줄까지 돋은 페니스를 쥐고 보지 입구를 문질렀다. 그녀의 둔부가 페니스를 집어 삼킬 듯이 꿈틀거렸다.

“어떡해! 빠, 빨리......”

신음을 흘린 진숙은 보지 입구를 마찰하는 페니스의 뜨거움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입술을 벌리는 그녀의 표정을 올려다보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보지 입구를 문지르던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보지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그녀가 입을 벌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 하~! 나, 난 몰라.........”

진숙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보지 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불기둥을 느끼며 둔부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아니, 그의 페니스를 깊이 받아드리려고 허리를 비틀고 있었다. 미끄러지듯이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빠듯하게 보지 속을 채웠다. 페니스 뿌리까지 보지 속 깊숙이 받아드린 그녀는 포만감에 젖어 그의 가슴에 매달려 흐느적거렸다.

“으 읍! 사, 사랑해. 너무 좋아.......”

준우는 문득 진숙이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인간이 육체적인 쾌감만으로도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이성을 망각하는 언어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성욕의 불길 속에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씁쓸함을 금치 못하는 그도 참을 수 없는 쾌감에 휘말려 있었다.

“음.........!”

“아 으. 하 으, 하 읍.........”

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매달리는 진숙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앉았다. 몽롱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그녀가 그의 허벅지를 깔고 앉았다. 그는 그녀의 둔부를 들어 올리고 다시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다시 보지 속을 가득 채웠다. 허리를 비튼 그녀가 들어 올렸던 둔부를 천천히 내리 눌렀다가 다시 둔부를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며 신음을 흘렸다.

“핫, 아 항, 하 응, 하 읏, 하 읍.........”

“허 읍~!”

양 손으로 진숙의 허리를 끌어안은 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페니스가 보지 속 깊이 박힐 때마다 뼈끝에 잇닿는 것처럼 그는 격한 쾌감을 느꼈다. 그 쾌감은 귀두가 으깨지듯이 옅은 통증을 수반하는 엑스터시였다. 그는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자제할 수도 없는 자세였다. 그의 심정과 달리 그녀는 둔부를 치솟았다가 추락시키며 규칙적인 신음을 흘렸다.

“아 흡, 핫, 으 읍, 하 읍, 아 항.........”

“헉, 으읍, 헛, 으..........”

“턱, 찌걱, 터 억, 찌거덕, 찌걱, 찌걱. 턱.......”

방안에는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신음, 그리고 땀방울이 마찰하는 소리, 둔부와 허벅지가 잇닿는 소리와 습한 열기로 가득했다. 스스로 보지속의 페니스를 진퇴시키는 진숙은 한 없이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깊은 늪 속으로 곤두박질하는 엑스터시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보지속의 페니스를 빠르게 진퇴하며 마찰시켰다.

“하 읍, 하, 으 으, 하 앙, 난 몰라, 하 으.......”

“헉, 헉, 허 윽, 헉.........”

그녀의 신음소리와 함께 준우도 헐떡거렸다. 진숙은 마치 경주마의 등에 앉은 기수처럼 발가벗은 알몸을 치솟았다가 추락하였다. 그녀의 둔부가 아래위로, 또는 앞뒤로 요동칠 때마다 길게 늘어트린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양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헐떡거리는 준우는 사정할 것 같은 쾌감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헉, 헉, 허 읍. 헛.......”

“하 응, 하 으, 아 하. 하읏.......”

진숙은 엑스터시의 정상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준우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피가 역류하는 엑스터시에 휘말리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지칠 줄 모르고 광란하는 몸짓을 하던 던 그녀가 상체를 뒤로 젖히며 허우적거렸다. 그는 보지 깊숙이 박힌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에 휘감기는 촉감을 느꼈다. 숨을 급히 들이마신 그녀가 그의 가슴에 무너지며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어떡해. 하 앙.”

“음........!”

준우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그는 페니스를 마찰하는 진숙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녀의 둔부를 붙잡았다. 그러나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다시 허리를 비틀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 눌렀다. 오르가즘을 느낀 그녀는 다시 파도처럼 밀려오는 쾌감을 견딜 수 없었다. 끝없는 엑스터시의 터널 속을 헤매는 그녀는 연이어 느껴지는 오르가즘에 흐느끼듯이 신음을 흘렸다.

“아 으! 하아! 미, 미치겠어. 아 하.........”

“........”

이를 악물고 사정하려는 것을 참았던 준우는 진숙의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페니스를 회전시키면서 보지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녀는 보지 속의 돌기들이 모두 빠져나갔다가 휩쓸려 들어오는 충격 속에 파르르 떨었다. 그도 더 이상 엑스터시의 쾌감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운 자세로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빼낸 준우는 진숙을 밀치고 일어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난 그녀는 의아스런 눈빛으로 그의 하복부를 바라보았다. 분비물을 뒤집어쓰고 보지 속에서 빠져나온 페니스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힘줄이 돋아나 불끈거렸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엎드리게 했다. 

준우는 몽롱한 눈빛으로 뒤돌아보는 진숙의 둔부를 양손으로 잡고 벌렸다. 엉덩이 밑으로 들어난 묽은 진액을 흘리고 있는 진홍빛의 보지 구멍이 살아 움직이듯이 꿈틀거렸다. 그는 페니스 귀두를 그녀의 보지구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돌진시켰다. 순간 그녀는 입을 벌리며 신음을 흘렸다.

“하 윽! 난 몰라. 너무해........”

“헉!”

진숙은 보지 깊숙이 밀고 들어온 페니스가 몸속의 어딘가 뼈끝에 잇닿는 충격을 받았다. 준우 또한 보지속의 근육이 페니스를 움켜쥐는 것처럼 극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그는 빠르게 페니스를 진퇴시키기 시작했다. 페니스가 빠져 나올 때마다 보지 속에서 뿌연 분비물이 삐져나왔다. 페니스가 격렬하게 보지 속을 헤집었다. 그러나 준우는 이내 그녀의 둔부를 움켜잡고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헉! 으 읍........”

“하 윽! 어떡해.”

동시에 진숙은 무너지듯이 침대에 머리를 묻고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보지 속으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용액이 내장까지 스며드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것은 또 다른 오르가즘의 황홀함이었다. 잠시 경직되었던 그는 그녀의 둔부 사이에 박힌 페니스를 뽑아냈다. 벌겋게 달구어진 그녀의 보지에서 분비물이 꾸역꾸역 흘러 넘쳤다.

준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벌렁 침대에 들어 눕고 진숙도 지쳐서 쓸어졌다. 그들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누워서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그와 관계를 할수록 감당할 수 없는 엑스터시를 느낄 수 있었다. 황홀한 희열에 휘말렸던 그녀는 더욱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준우는 진숙의 유혹에서 벗어날 계획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계획은 장 인호에게 큰 타격을 주는 보복이었다. 그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나른하도록 관계를 하고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슬그머니 그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게 했다. 하지만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젖가슴 감촉을 느끼면서도 그는 눈을 감고 꼼짝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진숙은 젖가슴에 잇닿은 그의 손을 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젖가슴으로 느끼는 그의 손길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에 젖었다. 그는 스스로 섹스의 노예가 되어 있는 그녀의 행동에 씁쓸하였다. 격렬한 정사에도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규칙적인 숨소리를 흘리며 잠이 들어 있었다.

준우가 잠이 깨어 눈을 뜨니 창문이 훤히 밝은 시각이었다. 진숙은 언제 갔는지 침대 한쪽이 텅 비어 있었다. 장 인호는 강릉에 가 있지만 회사의 새해업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가 거실로 내려가니 주방에는 가정부와 진숙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숙이 가정부와 같이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상황이었다.

진숙은 준우를 발견하고 가정부의 눈치를 살피더니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감동을 받은 남자에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던가. 그래서 남자는 자신을 위해 식사준비를 하는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준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욕실로 향했다.

준우가 욕실 문을 열려는 순간 욕실 문이 덜컹 열렸다. 욕실에서 튀어 나온 사람은 수정이었다. 부딪칠 뻔했던 준우와 수정의 시선이 마주쳤다. 항상 그렇지만 그는 언제 그녀가 집에 들어왔는지 알 수는 없었다. 보조개를 드리운 변함없는 미소, 큰 눈망울과 긴 속눈썹을 깜박이는 그녀의 앙증맞은 모습에 그는 충동을 받았다.

아마도 그는 진숙과 가정부가 없었더라면 그녀를 껴안아주었을지도 모른다. 뽀얀 허벅지가 들어난 팬티위에 블라우스만 걸친 그녀는 부끄러움도 없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잠시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메롱!”

철없는 아이 같은 한마디를 내뱉고 수정은 폴짝폴짝 뛰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준우는 빙긋이 웃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으로 들어간 수정은 식사를 하러 나오지도 않았다. 준우는 아침에도 진숙하고 둘이서만 식탁에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아침인데도 그녀는 유난히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진숙은 남편의 출근을 도왔던 것처럼 그의 구두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마치 그의 아내라도 된 것처럼 대문까지 출근하는 그를 쫓아 나와 배웅하였다. 여자의 집착은 남자의 야심 못지않게 강하고 끈질긴 것이다. 승용차를 몰고 나가며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장 인호가 일본에서 돌아오고 준우는 비로소 진숙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해외진출에 신경을 쓰느라고 피곤했던지 장 인호는 한동안 집으로 곧장 퇴근했다. 준우는 장 인호가 있는 시간만큼은 진숙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있는데도 이따금 그에게 야릇한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신년 초에는 특별하게 바쁜 업무가 없었다. 장 인호는 일본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도 꼬박꼬박 정시에 집으로 퇴근했다. 준우가 업무처리를 하느라고 있어도 장 인호는 자가운전으로 퇴근하였다. 그는 기획부와 영업부를 비롯한 각과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정리하여 장 인호에게 결재를 올릴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평상시 비서실장으로 해야 할일이 장 인호가 한 달, 또는 주간으로 활동할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다.

업무를 끝내고 퇴근한 준우는 장 인호와 진숙이 거실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 장 인호가 한가한 시간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주방에서 가정부가 차려준 식사를 하는 준우의 고개를 돌려 거실을 내다봤다. 거실에서 대화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던 장 인호가 입맛을 다셨다. 

“창식이가 안 됐어!”

“왜요........!?”

“딸이 자살하고 충격을 받은 창식이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어.”

“네 에~!? 조 창식 씨 딸이 왜 자살을 해요?”

“창식이 딸 혜림이 이 국성 국회의원 아들과 약혼을 했었는데, 아마 강도에게 겁탈을 당하고 비관해서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는군. 뉴스에도 나왔었나봐.”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준우는 흠칫하였다. 그는 얼마 전에 수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느 여자가 고층 빌딩에서 추락하는 것을 수진이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준우는 식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놈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웬일인지 진숙이 장 인호의 팔에 매달려 애교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여보! 나 친정에 좀 다녀오면 안 될까?”

“친정에는 왜!?”

“구정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다녀오지 뭐! 내가 언제 못 가게 했나!”

장 인호는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리모컨으로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사실 아내가 외출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진숙은 남편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허락을 받은 것이었다. 그녀가 남편의 허락을 받는 이유는 또 있었다. 친정에 가려면 돈이 필요하기에 그녀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니 줄 돈이 없잖아요.”

“지금까지 준돈은 어디다 쓰고?”

“정기예금 했는데 해지 할 수도 없어서.”

“알았어! 얼마가 필요한데?”

“얼마 안 있으면 아버지 생일도 닥치고.......오백정도만 있으면 좋겠어요.”

눈살을 찌푸린 장 인호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사실 여러 가지 명목으로 남편에게 받는 돈이 꽤 많았다. 장 인호는 아내가 밖으로 나도는 것은 싫어했지만 돈에 대해서는 궁색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정에 주는 돈치고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장 인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요.”

“그런데 참!”

“네........!?”

진숙은 남편이 다른 소리를 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녀는 모처럼만에 친정에 가는 것이라 잔득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을 하여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장 인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내일 바로 올 거지? 난 내일 오너들 신년모임이 있어서 늦을 것 같은데.”

“몇 시쯤 들어오시는데요?”

“열시 쯤 끝나니까, 열한시 안에는 들어 올 거야.”

“하룻밤 친정에서 자고 오면 안돼요?”

“하룻밤 잔다고 큰 효도는 아니잖아! 출근하는 시간에는 당신이 집에 있어야지.”

“그럼 당신 출근하기 전에 아침 첫차타고 오면 안돼요?”

“늦더라도 와!”

“거기서 막차가 열시에 있으니 열두시 지나야 집에 오는데요?”

“그래도 와!”

진숙은 더 이상 남편에게 사정할 수가 없었다. 장 인호는 자신이 한 말을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돈을 받아 친정에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준우를 의식한 그녀의 시선이 주방으로 향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준우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식사를 마친 준우는 세면을 하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들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간 그는 책상 앞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장인호가 오너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열시쯤에 그가 승용차를 갖고 장 인호가 모임을 갖는 장소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메모지위에 볼펜으로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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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인호 - 오너 모임 후 10시 퇴근.

고 진숙 - 친정에서 12시 쯤 도착 예정.

장 수진 - 문화 회관에서 합주 연습. 9시 마침.

장 수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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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글자를 휘갈겨 쓴 준우는 메모지를 볼펜으로 톡톡 두드리며 신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엿들은 장 인호와 고진숙의 대화는 장 인호에게 마지막 타격을 가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는 몇 번인가 반복해서 메모지에 적힌 그들의 이름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다음날 준우는 회사에 출근해서 오전에 친구 곽 철민과 이 정수를 번갈아 만났다. 왠지 초조한 표정이 역력한 그는 하루 종일 회사직원과 대화도 하지 않고 장 인호의 행선지를 일일이 체크했다. 그는 오후에 곽 철민을 다시 만나 작은 상자를 건네 받고나서 다소 안심을 하는 표정이었다.

해가 질 무렵 준우는 회사를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식구들이 집을 비운 집안에는 집사 부부만 있었다. 집사 박 씨는 정원에서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다. 평소에도 말을 잘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박 씨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준우가 집안으로 들어가니 거실 바닥을 닦고 있던 가정부 강릉댁이 그를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웬일이유?”

“사장님 놔두고 간 서류 가져가려고요.”

대수롭지 않게 여긴 강릉댁은 걸레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가정부의 눈치를 살핀 준우는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작은 진열장이 있었다. 그 진열장 안에는 약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장 인호가 항상 잠들기 전에 복용하는 약들이었다.

서슴지 않고 진열장 문을 연 준우는 장 인호가 복용하는 약병들을 세심하게 살폈다. 그는 약병 안에 들어있는 약들을 들고 온 작은 가방에 쏟았다. 그리고 가방 안에서 두 개의 약병을 꺼내들었다. 그 약병 안에는 곽 철민을 통해 구입한 약들이 들어 있었다. 그 약병중 하나에는 수면유도제가 들어 있었고 또 하나의 약병에는 고농도의 흥분제가 들어 있었다.

준우는 장 인호가 복용하는 약이 담겨있던 빈병들 속에 각각 수면제와 흥분제를 넣었다. 장 인호는 약이 바뀐 지도 모르고 습관처럼 복용할 것이다. 그는 악병을 원상태로 진열장에 넣고 닫았다. 방안을 둘러본 그는 건조대 위에 걸린 손바닥만한 여자팬티를 보고 엑스터시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던 진숙의 발가벗은 몸을 떠 올렸다. 그가 안방을 나왔을 때 강릉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을 나와 승용차에 올라탄 준우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침이 여덟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승용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 그가 비서실로 들어가니 장 인호가 사장실 문을 나서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깊이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장 인호를 태워 정동으로 갔다. 그곳에는 장 인호가 기업오너들과 신년모임이 있는 요정이 있었다. 저명한 인사들이 이용하는 한식요정이었다. 장 인호는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준우를 주지시켰다.

“열시에 끝나니 잊지 말게.”

“네!”

오래전에 장 인호는 영업용 택시를 이용하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었다. 그 후로 그는 교통수단 이용에 민감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특히 술에 취하면 일반 교통이나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가 요정 안으로 들어가고 준우는 다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수진이 연습을 끝낼 시간은 되지 않았다.

준우는 승용차를 몰고 문화회관으로 향해 갔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도로가 혼잡하여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게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아홉 시가 지나고 있었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운 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수진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준우는 잠시 뜸을 드리고 다시 전화를 걸기로 했다. 아니면 그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연락을 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곧바로 그의 휴대폰 벨이 울렸고 발신자는 그녀였다.

“전화 했었어요?”

“음! 연습 끝났어?”

“네! 어디예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왜.......?!”

“데리러 올래요? 피곤해서 일찍 집에 가려고요.”

“하하~! 그럴 줄 알고 내가 왔지.”

“어딘데요?”

“회관 앞 주차장.”

“고마워요. 바로 나갈게요.”

수진의 목소리는 갈아 앉아 있었다. 준우는 정말 그녀가 피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각자의 악기를 든 사람들의 모습이 회관 입구에 나타났다. 사람들 틈에 끼어 나온 수진이 두리번거리더니 곧 바로 준우의 승용차로 뛰어왔다. 그가 조수석에 올라타는 그녀에게 물었다.

“식사해야지! 뭘 먹을까?”

“난 소화가 안돼서 별로 생각이 없는데, 준우 씨는 먹어야지요.”

“나도 점심을 늦게 먹어서........”

“그럼 오늘은 그냥 집에 가요.”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냥 피곤하고 몸살 기운이 있어 그래요. 쉬면 괜찮을 거 같아요.”

준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팔을 뻗어 수진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녀는 안심해도 좋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승용차가 문화회관을 빠져나와 차량들이 혼잡한 도로로 들어섰다. 그녀는 하품을 하고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서 주위를 살피더니 승용차를 세웠다.

잠시 졸고 있던 수진은 승용차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녀는 승용차에서 내려 약국으로 들어가는 준우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다시 승용차로 돌아 온 그의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그녀를 위해 드링크와 피로회복제를 구입 한 것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가정부 강릉댁이 주방에서 나오며 수진에게 물었다.

“식사준비 해야지?”

“아뇨! 밥 생각 없어요.”

“민 비서는.......!?”

“저도 생각이 없습니다.”

준우가 수진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고, 그녀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강릉댁은 일거리가 줄어들어서인지 잠시 서성거리다가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온 수진이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준우는 수진을 위해 구입한 약봉지를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약봉지에서 드링크 병을 꺼냈다. 그리고 옷장에서 작은 가방을 꺼냈다.

준우가 가방을 열고 꺼낸 것은 투명한 액체가 담긴 약병과 주사기였다. 그 투명한 액체도 그가 곽 철민을 통해 구입한 수면마취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수면마취제를 주사기 안에 넣었다. 그리고 약국에서 구입한 드링크에 주사기를 꼽고 주입하였다. 그는 수면마취제가 투입된 드링크를 다시 약봉지에 넣어서 들고 방을 나와 거실로 내려갔다.

소파에 앉은 준우는 수진이 욕실에서 나오기를 가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타월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나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녀에게서 상큼한 비누냄새가 풍겼다. 그는 그녀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약봉지에서 드링크와 피로회복제를 꺼냈다.

“이거 마시면 피로가 풀릴 거야!”

“고마워요.”

준우는 수진이 보는 앞에서 드링크 병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피로회복제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알약을 받아 입에 넣고, 그가 건네주는 드링크를 받아 들었다. 준우는 느긋하게 텔레비전에 시선을 향하고 있지만, 그녀가 드링크를 마시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비스듬히 앉은 그녀는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댔다. 잠시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가 하품을 했다.

“준우 씨! 나 졸려. 먼저 잘게.”

“음! 그래 푹 자고 일어나!”

수진은 미안한 눈빛으로 준우를 쳐다보며 일어섰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원피스 자락을 찰랑이며 흔들리는 그녀의 둔부는 오늘따라 성적매력이 돋보였다. 그는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장 인호를 태우러 갈 시간은 충분했다. 십 여분이 지나고 그는 슬그머니 일어섰다.

준우는 발자국 소리를 죽여 수진의 방 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는 소리 없이 방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잠옷차림으로 침대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약 성분 때문에 잠이 들어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그녀의 방문을 닫았다. 거실 안을 둘러 본 그는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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