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7)

준우는 꼬치꼬치 캐묻는 진숙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장 인호를 힐끔 쳐다봤다. 장 사장은 아내의 말에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고 식사만 하고 있었다. 준우는 장 사장이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에 오히려 분노를 느꼈다. 그는 머지않아 장 사장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 사장과 준우가 출근해서도 수진은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했다. 정오가 되어서야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난 그녀는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지난밤 준우와의 하룻밤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하복부가 뻐근함을 느끼면서 새삼스럽게 그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결혼하자는 그의 음성이 그녀의 귓속에 메아리쳤다.

수진은 결혼에 대해서 무관심했었다. 다만 음악공부를 해서 성공한 후에 가정을 가질 것이라는 아련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해졌다. 몸에 남아있는 남자의 흔적, 그것은 그녀의 감정과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혼자는 외롭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준우의 가슴에 안겨 있던 순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랑!? 그것은 그녀의 육체를 여자로 만들어주는 변화의 물결이었다. 아직 성욕에 대해서 민감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다시 준우의 가슴에 안기고 싶었다. 생각할수록 신경을 마비시키는 전율을 느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떳떳하게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은 결혼이었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결혼을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수진은 결혼에 대해서 말을 하려니 이제는 도리어 준우의 눈치를 살피게 됐다. 그녀는 그가 먼저 결혼을 추진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결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서 몸만 빼앗긴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났다.

수진은 그날 이후 준우의 담담해진 표정이 야속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간절했다.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변화였다. 그가 다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진해주기를 기다리는 그녀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캠퍼스와 교향악단에서 연주 연습을 하면서도 준우에 대한 생각으로 수진은 연습에 몰입할 수 없었다. 남산의 연습실에서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그녀는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았다. 어둠이 내려앉긴 시작한 공원에는 팔짱을 낀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외로움을 느낀 그녀는 그가 그리웠다.

왠지 으스스한 한기를 느낀 수진은 양 팔을 껴안았다. 사랑의 열기가 간절한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오직 음악에만 몰두하던 백치 같은 그녀였다.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단순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로서는 감지하지 못했던 욕망의 불씨를 살아나게 한 것이 사랑이었다. 한 숨을 내쉰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수진은 천천히 준우의 전화번호 다이얼을 눌렀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낮에는 업무 중인 그를 집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았다. 물론 각자의 생활이 다르고 식구들 눈치 때문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던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반가웠다.

“아! 수진이!”

“뭐예요?”

“왜.......!?”

“왜라니요! 그럴 수 있어요?

준우는 토라진 수진의 목소리에 희소를 흘렸다. 그는 그녀가 전화를 걸어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가 먼저 서두를 필요가 없고 서두르면 오히려 그의 계획에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그는 뒤늦게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했다.

“아! 미안해. 일이 바빠서 그랬어!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 할까?”

“지금? 어디서.......?”

“지금은 안 되고, 사장님을 집에 퇴근해 드리고.”

“나, 지금 을지로 입구인데. 그럼, 전화 줘요!”

“알았어. 바로 전화하고 갈게.”

통화를 끝낸 수진은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준우는 도도했던 그녀가 사근사근해진 말투에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그는 지하 주차장의 승용차 안에 앉아 있었다. 평소보다 늦은 퇴근시간이었고 그는 장 사장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바심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빙긋이 웃었다. 그가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바라던 상황이었다.

장 인호를 태우고 퇴근한 준우는 잠시 거실을 서성거렸다. 수진과 만나러 집을 나가기 위해 그는 장 사장과 진숙의 눈치를 살폈다. 웬일로 수정이 집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분주하게 방과 욕실을 뛰어 다녔다. 욕실에서 부리나케 나온 그녀가 갑자기 그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를 걸치고 나온 그녀가 현관문을 나서면서 그에게 윙크를 했다. 

“이따 봐! 오빠.”

“..........”

수정이 사라지고 준우는 소파에 앉아 장 인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안방 문이 열리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가 나왔다. 그는 한가한 모습으로 걸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시계를 들여다 본 준우는 수진에게 연락할 시간이 여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현관을 나섰다. 준우는 뒤따라오는 진숙을 의식했다.

장 인호는 집 모퉁이를 돌아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 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판넬로 지은 건물이 있었다. 그곳에는 장 인호가 골프 연습하는 시설을 마련한 곳이 있었고. 한쪽으로는 집사 박 씨 부부가 살림하고 방이 있었다. 준우는 장 인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골프채를 집어든 장 인호가 퍼팅연습을 시작했다. 뒤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온 진숙이 준우를 힐끔 보고는 남편 옆에 가서 섰다. 준우는 장 인호에게 회사 내에서 들리는 소문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를 따라 온 것이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비서실장 한 교식이 회사를 퇴직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사장님! 소문 들으셨습니까?”

“뭘.......!?

골프채를 휘두르려다가 멈춘 장 인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진숙의 시선도 준우에게 향했다. 준우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잠시 주춤거렸다. 회사 경리부에 근무하던 진숙도 한 실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회사의 기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한 실장의 퇴직은 그만큼 민감한 사항이었다.

“제가 잘못 안 것인지 모르지만, 한 실장이..........”

“아! 내가 직접 보고 받은 사항이야! 건강이 안 좋다더군. 꼭 필요한 사람인데.......”

준우가 말을 맺기도 전에 장 사장은 말했다. 그리고 혀를 차며 다시 골프채를 쥐고 퍼딩을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진숙은 준우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준우는 인사이동이 곧 있으리라는 예감에서 했던 말이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던 장 인호가 허리를 펴더니 준우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망설였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준우에게 말했다.

“민 비서! 자네가 실장 해 볼 텐가?”

“저, 저는.......영업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만........”

장 인호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회사 내에는 준우보다 경륜이 많은 중견간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준우로서는 과히 싫지 않은 제안이지만 그는 좀 더 활동이 편한 직책으로 옮기는 것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진숙은 준우에게 실장 직책을 제안하는 남편의 말에 놀랐다.----

한편, 진숙은 준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입장이어서 남편의 말이 반가웠다. 그녀는 남편에게 적극 그를 추천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잘못하면 남편의 의심을 할 것 같아서였다. 어쨌든 그 결과는 장 인호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침묵이 이어지고 준우가 진숙의 눈치를 살피며 장 인호에게 넌지시 말했다.

“저,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오겠습니다.”

“음. 내일 일찍 인천에 다녀와야 되니, 일찍 들어와.”

골프채를 쥐고 퍼팅에 집중한 장 인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 뒤돌아 선 준우는 건물을 나와 집 모퉁이를 돌아섰다. 진숙은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가 부리나케 걸음을 옮겼다. 집 모퉁이를 돌아선 그녀는 앞서서 가고 있는 준우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녀는 뒤돌아 선 그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디가려고!?”

“아! 친구 만나러 간다고 했잖아.”

남편을 의식하는 진숙의 목소리는 소곤거리고 있지만 준우를 감시하는 말투였다. 준우는 그녀가 묻는 말의 의도를 알기에 존칭을 생략하는 말과 함께 싱긋이 웃었다. 그는 문득 그녀가 이성을 잃고 그의 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 염려스러웠다. 그는 그녀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는 대뜸 그녀를 벽에 밀어 붙이고 얼굴을 보듬어 안았다.

준우에 의해 벽에 등을 의지한 진숙은 준우의 예기치 않은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뒤의 건물에서 볼 수없는 곳이지만 그녀는 남편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의 시선은 다가온 그의 입술과 집 뒤의 건물을 번갈아가며 향하였다. 그가 그윽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아무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아.”

“음........!”

준우는 진숙의 턱을 들고 입술을 덮었다. 그의 입술을 받아드린 그녀는 소리 없는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입술을 유린한 그는 서슴지 않고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 단련되어 가는 그녀는 모든 신경이 마비되는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목덜미에 매달렸다.

벽에 등을 의지하고 있는 진숙은 두려움과 긴장이 흥분을 더욱 부채질하여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의 혀를 강하게 입속으로 빨아들이면서 한손으로 그녀의 블라우스 속을 더듬었다. 동시에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졌다. 브래지어를 밀고 내려간 그의 손에 의해 그녀의 농익은 젖가슴이 들어났다.

갑작스럽게 흥분한 진숙은 누군가 보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잊은 상태였다. 진한 키스를 멈춘 그는 지그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밤에 그녀의 블라우스 사이에는 뽀얀 젖가슴이 들어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시선에 희열을 느꼈다. 그녀의 몽롱한 눈빛을 의식한 그는 손아귀에 잡힌 젖가슴을 주물렀다. 그리고 진한 흙빛으로 돋아난 그녀의 젖꼭지를 입술로 깨물었다.

“아! 난 몰라........”

다리에 힘이 풀린 진숙은 준우의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혀끝에서 농락당했다. 그도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손을 밑으로 뻗어 그녀의 스커트를 들추었다. 그의 손은 익숙하게 그녀의 팬티 속으로 스며들었다. 음모를 더듬고 내려간 그의 손끝에 음순이 휩쓸렸다.

“아 하.........”

진숙은 숨을 몰아쉬며 한쪽다리를 들어 올렸다. 젖꼭지는 그의 입속에서 녹아내리고, 허벅지 사이를 쓰다듬고 있는 그의 손끝이 보지 살을 마찰하고 있었다. 더 강한 자극을 갈구하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파르르 떨었다. 준우는 그녀의 보지를 쓰다듬는 손끝에 묻어나는 샘물을 의식했다.

준우는 그녀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서 보지 속에 페니스를 삽입해서 그녀의 욕구를 풀어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진이 떠올랐다. 그가 그녀의 팬티 속에서 손을 빼내고 스커트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블라우스를 여미어 주었다. 그녀는 그때서야 남편이 있는 집 뒤의 정원을 흘깃 시선을 옮겼다가 그를 향해 하얗게 눈을 흘겼다.

“못 됐어.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시간이 없어. 다녀올게.”

준우는 진숙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 싱긋이 웃었다.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던 진숙은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남편을 의식하는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대문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밑으로 뻗어 자신의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그녀는 옅은 심음을 흘렸다.

부리나케 집을 나온 준우는 승용차에 시동을 걸면서 수진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승용차의 속력을 냈다. 퇴근시간이 지난 도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진숙을 안심시키려 했던 것인데 그도 흥분했었다. 그의 하복부에는 아직도 발기하고 있는 페니스가 꿈틀거렸다. 도로변에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시킨 그는 빠른 걸음으로 수진이 기다리고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는 준우를 발견한 수진은 외면을 했다. 그녀는 반갑기도 하지만 그가 밉살스럽기도 했다. 그를 처음 만날 때만해도 그녀가 도도한 태도를 취했었다. 그것은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어느 남자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았었다. 그는 그녀를 새로운 여자로 태어나게 한 남자였다. 준우가 수진과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미안! 퇴근이 늦어져서.”

“매일 바빠요!? 언제 전화라도 했어요?”

“하하하! 토라진 모습을 보니 더 예쁘네. 차 들었어?”

“차 마시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나가요.”

뽀로통한 표정으로 수진이 손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준우가 물 컵을 가지러 온 여자 종업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그녀가 힐끔 돌아다보았다. 그는 커피숍을 나가는 그녀 뒤를 따라 나섰다. 그는 도로변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에 그녀를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며 물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화났구나!”

“몰라요. 말시키지 마요.”

“하하........”

준우는 그녀의 안전띠를 매주려고 손을 뻗었다. 그녀에게 상체를 숙인 그는 뽀로통하게 내민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가 그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그는 환한 미소로 승용차의 시동을 걸었다. 승용차가 도로를 질주해가고 그녀는 새치름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옆에 잇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승용차가 서울역을 벗어나고 그녀가 의아스런 표정을 했다.

“어디가요?”

“그냥 드라이브. 싫어?”

“.........”

수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그의 가슴에 안겨 결혼에 대한 그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한강변에 도착한 승용차는 천천히 북쪽으로 향한 강변도로를 달렸다. 출렁이는 물결위에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며 반사하였다. 다소 기분이 전환된 그녀는 박스를 열어 음반시디를 뒤적였다. 그리고 시디를 카오디오에 넣고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오디오에서는 칸소네를 노래하는 여가수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준우가 손을 뻗쳐 수진의 손을 잡았다. 보드라운 살결의 그녀 손이 그의 손바닥에서 꿈틀거렸다. 그는 장난감처럼 그녀의 손을 손안에 넣고 조몰락거렸다. 강변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남산으로 향하는 도로로 들어섰다. 그 길은 그녀가 합주 연습을 위해 다니던 길로 익숙한 길이었다. 그의 옆모습을 흘깃 쳐다본 그녀가 다시 물었다.

“어디 가려고요?”

“그냥 조용한 곳, 찾아서 왔어.”

승용차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도로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인적이 없는 길이어서 멀리 가로등불이 보였다. 양 옆에는 울창한 숲으로 덮혀 어두웠다. 그는 승용차를 세우고 핸드브레이커를 잡아 당겼다. 숲속에 있던 들새가 자동타 엔진소리에 놀라서 날rwlt을 하며 날아올랐다.

정면을 응시하던 준우가 슬그머니 수진의 목뒤로 팔을 감았다. 그녀는 그윽하게 쳐다보는 그의 눈빛을 의식했다. 그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의 다가오는 입술을 의식한 그녀는 사르르 눈을 감았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졌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여가수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수진은 준우의 입술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입술이 타액으로 적셔지고 그는 그녀의 입술을 헤집어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신경을 마비시킬 듯이 짜릿함에 그의 혀를 살짝 깨물었다. 스킨십에 수동적이었던 그녀는 점점 능동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며 조수석을 뒤로 젖혔다.

“음. 준우 씨.........”

반듯이 누운 자세가 된 수진은 준우의 목을 껴안았다. 그는 입속에 빨려 들어온 그녀의 혀를 혀로 마찰하며 애무를 했다. 그들은 서로의 타액을 삼키며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다.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달아오르며 예민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그의 손길에 사육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준우는 농도 깊은 키스를 하면서 수진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그녀는 그의 손길에 의해 블라우스가 풀어 헤쳐지고 브래지어가 밀려 내려가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순결을 받치며 그의 남성을 받아드렸던 그녀는 미지의 희열을 갈구하고 있었다. 정신적인 사랑을 넘어서 그녀는 육체적인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로 변모하고 있었다.

“사랑해요.”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목소리를 흘렸다. 처음부터 격렬한 성교를 경험했던 그녀는 젖가슴이 들어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승용차 지붕의 루프로부터 들어온 달빛에 그녀의 조각 같은 젖가슴이 뽀얗게 들어났다. 그는 그녀의 혀를 애무하며 젖가슴을 보듬어 쓰다듬었다. 그리고 가벼운 키스를 하고 그녀의 젖꼭지를 입술로 잘근잘근 씹었다. 그녀는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짜릿함에 몸서리쳤다.

뒤로 젖혀진 조수석에 누워있던 수진은 왈칵 준우의 머리를 부둥켜안고 위를 쳐다보았다. 승용차 루프 너머로 어두운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온 몸의 세포들이 올올이 곤두서는 쾌감에 몸서리쳤다. 열기 속에 젖은 그녀가 바라보는 루프 너머의 하늘의 별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현기증을 느꼈다.

진숙을 애무하면서 열기로 달아올랐던 준우는 파르르 떠는 수진의 모습을 보고 몹시 흥분이 되었다. 그는 허겁지겁 그녀의 귀와 목, 그리고 젖가슴을 타액으로 적시며 혀끝으로 애무했다. 그녀는 자꾸만 늪 속으로 추락하는 쾌감에 가쁜 숨을 흘렸다. 그녀의 숨결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그는 그녀의 스커트를 밀어 올렸다.

수진의 매끄러운 허벅지가 준우의 손바닥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손길이 허벅지와 정강이, 그리고 둔덕을 감싼 팬티 위를 더듬고 지나 다녔다. 그의 손길이 스쳐 지날 때마다 그녀는 견디기 어려운 쾌감에 어깨를 바르르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그녀의 팬티를 벗어서 밑으로 끌어 내리려는 순간 그녀가 그의 손을 붙잡고 올려다보았다.

“준우 씨! 여기서.......!? 싫어!”

“어디서든 수진일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만지고 싶어. 두려워하지 마. 우리에게는 젊은 낭만이 있어.”

결국 준우는 말과 동시에 수진의 팬티를 발밑으로 끌어내렸다. 그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는 동안에 그녀는 그가 말한 ‘낭만!’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읊조렸다. 그는 하복부가 들어난 그녀의 사타구니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음모를 쓰다듬는 그의 손 끝에 클리토리스가 거치적거렸다. 그는 손가락 사이에 클리토리스를 끼고 문질렀다. 그녀가 자지러질듯이 몸을 움츠리며 파르르 떨었다.

“주, 준우 씨..........!”

수진은 허둥지둥 준우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드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흥분이 되어 머리끝으로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진숙처럼 희열에 젖는 표정을 보고 싶은 욕구로 끓어올랐다. 그는 서둘지 않고 보지 주변을 마찰하면서 보지 구멍으로 슬쩍슬쩍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냈다.

“아 후! 난 몰라.........”

수진은 진절머리를 치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준우는 그녀의 보지구멍 속으로 들어갔던 손가락에 매끄러운 샘물이 묻어난 것을 느꼈다. 그는 슬그머니 그녀의 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그녀는 그가 몸 위로 올라와 하복부를 밀착하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우람하게 발기한 그의 페니스가 뜨거운 방망이처럼 그녀의 허벅지를 찌르는 것이었다.

“음.......! 으 음........”

수진의 옅은 신음소리를 들으며 준우는 통증을 느끼도록 발기한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달빛에 들어난 그녀의 보지는 한 떨기 장미송이 같았다. 거친 숨을 흘리는 그는 페니스의 귀두를 보지 입구의 여린 살갗에 마찰하였다. 그녀는 뜨거운 방망이가 마찰당하는 보지로 온몸의 신경이 몰리는 것 같아서 치를 떨었다. 그리고 그가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삽입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는 상체를 일으키며 눈동자를 크게 떴다.

“주, 준우 씨! 여기선 싫어. 아........”

하지만 애원하던 수진은 헛바람 새는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바들바들 떨었다. 이미 준우의 페니스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와 있었다. 준우는 보지 속에 들어간 페니스를 지그시 눌러 깊이 밀어 넣었다. 그의 페니스는 조금의 틈도 없이 보지 속에 박혀 들어갔다. 그녀는 골반이 터질 것 같은 충격에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허우적거렸다.

“하 앗! 주, 준우 씨........!”

준우는 천천히 보지 속을 가득채운 페니스를 빼냈다가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수진은 눈을 감고 보지 속을 드나드는 페니스를 감지했다. 순결을 잃었을 때보다 옅은 통증이었다. 그녀가 느끼는 통증은 묘한 쾌감을 동반하였다. 굵은 페니스가 보지 속에 박힐 때마다 그녀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그는 뼈 속으로 스며드는 옥죄임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점점 빨라지는 그의 숨소리와 반사적인 그녀의 호흡이 승용차 안에 가득해졌다.

“허 읍, 헉, 으 흡.......”

“음, 으, 하, 으, 흠,........”

점점 굵어지며 용솟음치는 페니스로 보지 속을 헤집는 준우는 수진의 젖꼭지를 집요하게 빨아 당기며 혀끝으로 굴렸다. 정신마저 몽롱해지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는 둔부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힘줄이 돋아난 페니스를 빼낼 때마다 보지 속에 숨겨졌던 진홍빛의 연약한 피부가 딸려 나왔다. 그리고 우유 빛깔의 샘물이 밀려 나오며 허벅지를 적셨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입에서는 힘겨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하, 으 으, 하 으, 읍, 아 음,........”

“하 으, 헙, 하 읍, 학, 하 아.........”

수진은 몸속의 예민한 감각들이 모두 살아나 일그러지는 감각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히는 준우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굵게 발기하는 페니스를 회전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빠르게 보지 속으로 넣었다가 천천히 빼내면서 그녀의 표정을 음미를 하고 있었다.

“하 아, 준우 씨. 으 읍, 하 으........”

준우는 춘천의 밤보다 흥분한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에 더욱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페니스는 그녀의 몸 속 구석구석을 그리고 자궁까지 점령하고 싶은 욕구로 줄기차게 보지 속을 헤집고 드나들었다. 그녀의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로 하나의 육체로 엉킨 그들은 율동을 하듯이 규칙적으로 진퇴를 거듭했다. 오디오의 슬픈 멜로디 속에 그들의 숨소리가 흐느끼듯이 어우러졌다.

“하 읍, 아 으, 핫, 으 으, 하 으..........”

조금씩 흔들리는 승용차 안은 습한 열기로 휩싸였다. 수진은 준우의 엉덩이가 들어 올려질 떼마다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열의 실타래를 붙들고 엑스터시의 등성을 오르고 있었다. 성적인 희열을 모르던 그녀로서는 그 실타래의 끝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가 잡고 있는 실타래는 춘천에서 잡고 늘어졌던 환상이었다.

“읍, 합, 읍, 하 으, 읍..........”

수진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거친 호흡을 삼키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실타래의 끝이 보이는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허우적거리고 올라가면 갈수록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엑스터시의 희열이었다. 몸속에 숨겨진 예민한 감각의 세포들이 심장 속의 피와 함께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조금만, 하 아, 난 몰라, 으 읍, 하 윽, 으 읍,........”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수진을 음미하던 준우도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그는 그녀의 둔부 밑에 손을 집어넣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체중이 실린 무게로 그녀의 보지 속 깊숙이 페니스를 넣었다. 그 순간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녀는 내장까지 불기둥이 밀고 들어오는 충격을 느꼈다.

“하 윽! 너, 너무해. 하 앙........”

“헛!”

준우는 갑자기 보지의 근육이 수축하며 페니스의 귀두까지 삼키는 감촉에 정신마저 혼미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내려다보았다. 평상시 단아한 미모와 도도했던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선정적인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잘근거리며 씹었다. 그녀는 묘한 통증의 엑스터시를 느껴 자지러 질 것만 같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상체를 들어 올린 그녀는 머리를 의자 너머로 젖혔다. 아! 절정의 황홀함!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잡고 바들바들 떨었다.

“하 윽~! 어, 어떡해! 으 읍, 사, 사랑해.........”

수진은 치를 떨며 준우의 어깨를 깨물었다. 허리를 들어 올린 그녀는 들이마신 숨을 멈추고 둔부를 꿈틀거렸다. 준우는 페니스가 뜨거운 열탕 속에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드디어 처음으로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었다. 환상적인 그녀의 표정을 내려다보는 준우는 터질 것 같은 페니스를 꿈틀거리는 보지 깊숙한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탁, 탁, 타 닥. 탁 탁, 탁........”

허벅지와 하복부가 부딪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호흡은 급상승하였다. 깊은 희열의 늪 속에 빠진 수진은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뚫고 들어 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숨소리를 뱉어냈다. 몸 속의 세포들이 보두 빠져나가는 착각 속에 그는 그녀를 가슴 속으로 끌어안으며 경직되었다. 그녀는 뜨거운 용액이 자궁 속까지 뿜어져 들어오는 또 다른 엑스터시에 파르르 떨었다.

“주, 준우 씨..........!”

“수, 수진.........헉!”

준우는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을 하면서 심장의 피도 함께 빠져 나가는 쾌감에 젖었다. 부둥켜안고 하나가 된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진정시키는데 이름 모를 들새 한마리가 승용차 지붕에 내려앉아 날갯짓을 했다. 침묵이 흐르고 상체를 일으킨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준우는 손을 뻗쳐 의자 위에 걸친 타월을 집어 들었다. 수진은 격렬한 정사를 끝내고 나니 부끄러워 그와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외면하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흘러내린 진액을 타월로 닦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페니스를 적시고 있는 진액도 타월로 닦았다. 음모가 들어난 그녀의 하복부는 손으로 빚은 조각 같았다. 그는 그녀의 하복부를 타월로 덮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슬며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한쪽 다리에 걸친 팬티와 바지를 추슬러 입은 준우는 조수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친 호흡을 흘리던 그녀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향하고 누워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장 인호의 딸이 아니면 진심으로 사랑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랑할 수 없는 인연이기에 마지막 감정의 증표를 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고개를 외면하고 있는 수진의 눈에는 차장 밖의 밤하늘이 보였다. 그녀는 너무나 감격적인 육체적인 사랑에 온 몸이 나른했다. 육체적인 사랑! 그것은 그녀가 예측하지 못한 황홀함이었다. 여성의 성적인 쾌감은 혈관 내에서 생기는 본능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연인이라도 육체가 멀어지면 정신적 사랑도 멀어진다고 했는지 모른다.

수진은 새삼스럽게 하반신이 허전함을 느꼈다. 숨을 들이마시고 벌떡 일어난 그녀는 돌아앉아서 얼른 벗겨진 팬티를 집어 들었다. 팬티를 양다리에 끼고 추켜 올린 후 스커트를 급히 걸친 그녀는 그때서야 준우의 시선을 의식했다. 더욱이나 처음으로 오르가즘에 도달했던 그녀는 부끄러웠다. 그녀는 토라진 표정으로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미워 죽겠어. 나를 어떻게 한 거야!”

“후후,,,,,,,,! 사랑했어.”

“피 잇!”

수진은 준우를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이고 시선을 외면했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당겨 끌어안았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녀가 촉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는 그녀의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키스를 하는 그녀는 영원히 그의 가슴에 안겨 있고 싶었다. 동시에 결혼에 대해 그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가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밀어내며 물었다.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면서요?”

“응!”

“언제.......!?”

“글쎄........!. 우선 수진 씨,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되잖아.”

“언제 받을 건데요?”

“허락 받기가 좀 그런데......”

“왜요!?”

“쉽게 허락 할 것 같지 않아서.”

“뭐 그래요!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수진 씨는 음악 공부하고 있고, 조금 여유를 갖고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준우는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아직 그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만약 서두르다가 장 인호의 의심을 사거나 주변 환경에 의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수진은 자신의 심정을 몰라주는 그가 답답했다. 그녀는 그의 턱밑까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토라진 표정을 했다.

“싫어요! 내년이면 졸업할 텐데, 졸업하기 전에 아버지 허락을 받고 싶어, 그래야 마음이 편해.”

“별안간 결혼 얘기를 하면 놀랄 것 같아서 말 할 수가 없어.”

“그럼 내가 말할래요.”

“염려스러워.”

“염려 할 것 없어요. 언제 아버지가 딸들에게 관심이 있었나. 내일 바빠요?”

“왜.......!?”

“내일 아버지한테 같이 가요.”

“..........!?”

준우의 계획은 수진이 직접 장 인호에게 결혼 승낙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망설여졌다. 그녀는 망설이는 준우가 답답했다. 먼저 결혼하자고 약속하며 순결을 가져간 그가 얄밉고 안타까웠다. 그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자신에게 돌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

“아 잉! 빨리 대답해!”

“.........알았어.”

준우는 마지못한 척 대답을 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수진이 눈빛을 반짝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준우는 승용차의 핸드브레이크를 천천히 풀었다. 다음 계획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소로를 벗어난 승용차는 체육관으로 향하는 대로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음날, 준우가 장 인호와 퇴근했을 때 수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그를 보고 그녀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가 결혼 얘기를 꺼내면 장 인호와 진숙이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이 되었다. 갈증을 느낀 그는 주방의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셨다.

안방으로 들어갔던 방 인호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그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집어 들고 텔레비전을 켜는데 진숙이 안방에서 나왔다. 주방에서 나오는 준우를 힐끔 바라 본 그녀는 남편 옆에 가서 앉았다.

진숙은 항상 남편이 준우와 함께 퇴근하는 것이 언짢았다. 물론 그가 남편의 승용차를 운전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진숙은 준우와 같이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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