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39)

불의 나라 40

“그..그건..”

화형의 소원은 진숙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예상에서 한참을 벗어난 요구에 어떻게 대답을 할 정신이 없었다.

“왜 안 되는 거야?”

“안 된 다기 보다는...”

이미 자신의 모든 곳을 샅샅이 알고 있는 화형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다 여길지 모르지만 이건 경우가 좀 다른 문제다.

한창 성감의 열기가 올라 이뤄지는 성교는 안 되고 못할 행위가 없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에서 이뤄지는 일인 것이다.

자신의 보지에 화형의 손가락도 불끈 거리는 좆도 셀 수 없이 드나들었다. 그 뿐이랴 화형의 혀는 자신의 보지뿐만 아니라 항문까지도 헤아릴 수 없이 누비고 다녔다. 그 와중에 보지에서 흐르는 음수는 또 얼마나 마셨겠는가.

그러나 지금 화형이 하는 요구는 진숙의 상태가 극히 이성적인 상태에서 행위를 하라는 말이다.

아들의 앞에서 정신을 똑똑히 차리고 옷을 벗고 다리를 벌리라는 얘기다. 쉽지 않은 요구다. 게다가 자위를 하고 흐르는 음수를 마시겠단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겠단다. 여자로서 지닌 모든 신비와 부끄러움을 포기하지 않고는 행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 보는 앞에서 해야 하는 거야?”

진숙의 말에 화형의 안색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실 엄마가 허락을 하리라는 기대를 하긴 했어도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할 줄은 몰랐다.

“아니, 나만..나만 볼 거야..다른 누구도 함께하지 않아 오직 엄마와 나만의 비밀스런 의식이야.”

“그..그럼 언제 하고 싶어?”

“그야 물론 바로 지금이지.”

화형의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없던 조급증이 생겨 입이 바싹 말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늦었고 또, 집에서 다들 기다리는 데..”

진숙의 목소리가 부끄러움에 기어들었다. 아무리 단 둘만이 일을 치른다곤 하지만 원초적 부끄러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그렇지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럼 엄마가 빨리 시간을 잡아 보여줘.”

“그..그럴 게.”

“약속했다? 쪽.”

다짐을 받은 화형이 진숙의 볼에 입을 맞춰줬다. 아예 도장을 찍은 것이다. 화형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만큼 진숙의 마음도 설레긴 마찬가지다.

이미 약속을 한 만큼 부끄러운 감전보다는 아들 화형과의 은밀한 행위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거기다 이참에 성아 동생에 대한 욕심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쿵

“다녀왔습니다.”

문을 들어서는 화형의 목소리는 진숙을 불러 낼 때 보다 한결 밝아져 있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기대로 활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맞아주는 여인들을 보며 미소가 활짝 피어올랐다. 특히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성아를 보며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딩동댕

“차렷, 경례”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화형은 힐끔 뒤를 돌아봤다. 벌써 일주일째 쌍둥이들은 그림자도 비치질 않고 있었다.

평소와 같으면 화형을 보지 않으면 금단 증상이라도 알듯 안달을 하는 쌍둥이들이었다.

화형도 그녀들의 결정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칠판에 적혀지는 선생의 판서는 자신을 구속하는 소장의 판결문을 연상케 하고, 스쳐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비누 냄새는 쌍둥이들이 곁에 다가오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화형아 학원가냐?”

“응.”

상철이 다가와 같이 걸으며 물었다. 요즘 상철도 코를 한자나 빠뜨리고 다니고 있었다. 얼마 전 소개팅에 나가 마음에 쏙 드는 상대를 만났다나 어쨌다나 자랑이 한창이었다.

“요즘 그 여자랑 잘 안되냐?”

“후..말도 마라 아주 죽겠다.”

상철과 화형의 어깨가 하나 같이 축 늘어져 있다. 몇 걸음 걷다 서로의 얼굴을 보곤 한숨을 쉬는 행동이 반복 됐다.

“휴..넌 또 왜 그러냐?”

“말해도 몰라, 그러는 넌.”

상철의 물음에 대답이 궁해진 화형은 상철의 고민을 물었다. 비교적 성격이 단순한 상철은 이런 화제의 변화에 쉽사리 넘어가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한살 어린 게 문제라면 문제야.”

“무슨 문제?” “흐유..너무 내가 어려 보인다는 거지.”

상철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화형이다.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여자치고 나이 어린 여자가 있었던가?

‘엄마, 할머니, 송여사 그리고 누나들.. 참 쌍둥이가 있었지..’

생각이 쌍둥이들에게 미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가닥이 전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게 뭐 어떻다고?”

“그러게 말이야,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얼굴 한 가득 근심이 쌓인 상철을 보며 화형은 자신의 여인들을 되 집어 생각해 본다. 자신이 도대체 뭐라고 사회의 금기라 일컫는 근친상간을 무릎 쓰고 자신을 따르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에휴.. 모르겠다. 대체 왜들 그러는지.’

화형의 얼굴도 상철과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점점 더 송여사의 안부가 궁금해 졌다. 일상적 통화야 하곤 있지만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도통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형의 한숨이 점점 깊어져 가는 이유다.

“그래,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양보를 못한다는 말이지?”

“네, 할머니..”

“절대로요.”

할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고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는 쌍둥이들이다. 곁에 앉은 송여사의 볼이 헬쓱하게 여위여 있었다.

그동안 쌍둥이의 마음을 돌려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들의 마음은 요지부동 결코 양보를 할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런 쌍둥이를 보며 송여진은 자신이 포기를 하려했다. 그래서 화형과 이별을 하려 몇 번이나 용기를 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화형의 목소리를 전화를 통해 듣는 순간 가슴이 미어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미 화형은 자신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에미는 이 일을 도대체 어쩔 테냐?”

“흑 흑..”

어찌할 말이 있을 수가 있으랴, 기구한 자신의 처지에 그저 눈물만 흘릴 따름이다.

“후..일이 이지경이 되다니..너희들의 마음이 정히 그렇다면 하는 수 없는 일이지..그 화형이란 아이 린이와 진이 모두 포기가 안 된단 말이지..”

“네, 할머니..”

“예..”

“에미도 마찬가지고..”

송여진은 그저 바닥만 문지르고 있기만 했다. 너무 염치가 없는 일이란 걸 모르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너희들 애비는 그저 허수아비에 다름 아닌 건 모두들 아는 사실일 테고 아무리 너희들이 내 눈에 들어와도 아프지 않은 손녀들이라 해도 내겐 에미가 우선일 수밖에 없구나.”

무언가 단단히 다짐을 한 듯 할머니 송 회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차피 에미는 지금 박 서방과 이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그 화형이란 아이와의 관계도 음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그러니 너희들 모두 그 화형이란 아이와 한번 맺어 보거라, 그렇게 가다보면 정이란 무뎌지는 것이고 어떻게든 정이가 되겠지..”

“할머니?”

“어머니? 어떻게..”

세 모녀의 얼굴은 할머니 송 회장의 폭탄선언에 경악한 표정이 역력했다. 설마 이런 결론을 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모두 자신이 물러나는 상항에 강력히 저항하려는 마음만 굳게 다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후후..왜 의외더냐? 이 할미는 어려서 사고무친에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남자를 도구로 밖에 생각지 않은 사람이란 말이다. 여자의 정조나 사회의 금기 따위는 내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일이란 말이지..하물며 금쪽같은 내 딸과 손녀들이 원하는데 그깟 근친상간이란 윤리 따위는 개나 물어 가라고해.”

여장부의 표상을 대라면 틀림없을 모습이 바로 송 회장의 모습이다. 포기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일의 구분이 지어지면 그 후는 고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번 멋지게 사겨봐라 후회하지 않도록 만약 끝까지 너희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다면 내 그 아이와 반드시 짝을 지어주마.”

“할머니..”

“으앙..”

쌍둥이가 송 회장의 품에 안겨들자 송 여사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야 걱정할게 뭐가 있겠는가, 오로지 어머니 송 회장의 마음이 중요했던 송여진이다. 일전에 화형을 데려와 인사를 시킨 일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한숨을 내 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엄마, 고마워요..”

얼마만에 ‘엄마’라는 호칭으로 송 회장을 불러보는 지 까마득한 일이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어머니를 보는 송여진이나 그런 딸을 보는 송 회장이나 서로의 휘어진 눈매가 서로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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