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39)

불의 노래17

“같이가 화형아, 헉헉‘

“야, 좀 천천히가 아고, 숨차라”

쌍둥이들이 화형을 부르며 헐레벌떡 뛰어 온다. 만 사흘이 지나서야 보는 화형이 마냥 반가운 쌍둥이 혜진 혜린 자매다.

린과 진은 화형이 없는 주말을 거의 멍하니 아무일도 못한채 보냈다. 휴대폰도 꺼 놓은 화형에게 연락도 할수 없었다. 화형의 부재가 어느덧 그녀들을 말없는 인형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서로의 속마음을 이미 노출하고 서로의 속내를 파악한 린과 진이다. 심령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쌍둥이 자매는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화형의 공유를 어느정도 서로 이해하게 됐다.

“화형아 우리 할말이 있는데 시간좀 내라, 응?”

“알았어, 이크 얘들아 수업에 늦겠다. 이따가 점심시간이나 끝나고 학원에서 보자 뛰어.”

“그래 애들 눈도 있고 하니까 학원에서 보자.”

화형이 먼저 교실을 향해 뛰자 약속을 한 쌍둥이들도 교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딩동댕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아이들이 매점을 향해 우르르 뛰어나간다. 그모습이 콩 한줌이 돌에 부딪혀 튀어 나가는듯하다.

“화형아, 주말에 뭐했냐? 전화도 안돼더라?”

“그냥 집에 있었어. 왜? 뭔일 있냐?”

“그래 너~ 좀... 문제가 생긴거 같다.”

단짝이랄수는 없지만 그래도 화형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철이 다가와 나직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얘기한다.

늘 유쾌한 표정으로 생활하는 상철이 긴장한 투로 화형을 걱정하며 얘기를 하니 화형도 절로 긴장이 된다.

“뭔데, 나 한테 무슨일이 생기다니 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자세히 얘기해봐.”

“저 우리 학교 일진 짱있잖아. 그 삼학년에 왜~”

“알아 박찬만, 그 부잣집 아들이라는 무슨 회사의 회장아들이라는 그런데?”

“그 짱이 너 벼르고 있다더라, 단단히 손보겠다고 그랬데.”

“날? 짱이? 왜 난 그 박찬만 그형 얼굴도 모르는데 왜 그런데?”

날벼락 같은 상철의 말에 화형은 목이 잠기는 듯하다. 학교에서 일진짱은 사회에서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자다.

일단 폭력이란 권력을 보유했다. 웬만한 폭력조직은 우습게 알정도로 추종세력을 보유했다. 집안의 넘치는 재력을 잘 활용한다는 박찬만이라 주위에 실력자들을 회유해 수족처럼 부린다는 소문이다.

그리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알려져 학교교사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 전교에서 톱을 다투는 성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돈을 학교에 기부하고 또 육성회장이라는 명함을 쓰고 있으니 그야말로 재학생들에겐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박찬만이다.

그런 박찬만이 자신을 손보겠단다. 어찌 떨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저기 그....쌍둥이 있잖아, 강혜진, 강혜린 걔네랑 네가 너무 어울려 다닌다는 소문이 얘들 사이에 퍼졌거든 근데 짱이 강혜진을 찜했단다. 근데 네가 걔네랑 어울리니까 그런다더라.”

“......하아......이런..”

딱히 아무런 대처 방안이 떠오르질 않는 화형이다. 쌍둥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사실이고 박찬만이 쌍둥이를 찍었다는 소문도 예전에 들은 것도 같다.

그렇다고 쌍둥이를 찾아가 이일을 의논 하고픈 생각도 없다. 어쩐지 모양새가 빠지는 것같아 그러긴 싫었다.

“뭐 어떻게 되겠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

“야, 요즘 일진들 장난 아니라고 그러더라, 이러고 있다간 정말 큰일 난다 너 겁안나냐?”

“뭐 내가 통뼈라도 되냐? 겁나지 근데 뭔 방법이 있냐, 닥쳐보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너도 괜히 나랑 어울리다 코 꿰지말고 좀 떨어져 지내라.”

“쥐가 고양이 생각하냐? 알았다. 하옇튼 몸조심해라. 나 간다.”

상철이 충고아닌 충고를 하고 돌아간다. 상철의 뒷모습을 보며 화영은 때아닌 날벼락에 망연 자실하고 있었다. 도대체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않았다. 이 일이 사실이라면 큰일도 이런 큰일이 없다.

일진의 그것도 짱인 박찬만의 표적이 되고서는 무사히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남은 수업 내내 화형은 걱정에 쌓여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띠리리리

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가기위해 교실을 나서는 화형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구화형?”

“누구세요?”

180센티에 가까운 장신의 거구가 교실문을 막아서며 화형을 가로막았다.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은 우락부락 했고 거친 손등은 정권을 단련했는지 주먹에 굳은 살이 박혀있다.

“조용히 따라와라.”

“..........”

싸늘한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서 걸어가는 거구의 뒷모습에 몸이 굳어버린 화형이다. 상철의 경고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아 잠자코 일진이라 생각되는 거구를 따라간다.

“네가 구화형이냐?”

“.........”

-퍼벅

-털썩

“어쭈 네가 지금 내말을 씹냐? 새끼가 어른이 물으면 재깍 대답을 해야지 엉?”

“크으, 으으”

느닺없는 주먹질에 정신이 나가버린 화형이다. 감히 대적할 엄두도 나질 않는 고통이 밀려든다. 여태 친구와 흔한 주먹다짐 한번 안한 화형이 이런 폭력에 노출된적은 없었다.

-퍽 파박 퍽 퍽

“크악 으아악”

한동안 망도 없이 화형을 구타하는 일진들이다. 뒷전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을 하는 세명중 하나가 박찬만일 테고 나며지 두명이 일진중의 일진이라 불리는 삼인방일게다.

에닐곱명이 돌아가며 화형을 십여분간 구타를 한후 뒤에 있던 박찬만이 나섰다.

“그만, 너 지금 여기 왜 있는지 아냐?”

“...........”

물론 상철에게 들어 박찬만이 왜 이러는지 알고있는 화형이다. 아마도 화형을 때리기 전에 이렇게 물었다면 겁먹은 화형은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걸 들어 줬을거다. 그러나 이미 맞으래로 얻어맞은 화형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묘한 반발심에 온통 머릿속을 점령 당했다.

“임마 이거 완전 정신이 나갔나? 너 여기 왜 있게된줄 아냐고?”

“..........좆까.. 박찬만 너 좆까, 이 씹새끼야..”

화형은 자신이 토해 놓은 적나라한 욕설에 스스로 놀랐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얌전한 숨둥이로 소문난 화형이다.

꿈에도 이런 욕설은 입에 담아본 적도 없다. 그런데 학교 일진 그것도 짱인 박찬만에게 잔뜩 얻어맞고서 욕설을 입에 담았다. 완전히 악에 바친 화형의 울분이 터진 것이다.

“...............! 뭐 이런 개새끼가..”

-퍽 퍼벅 퍽 퍽 퍽

“윽 악 으아악”

박찬만이 때리는 대로 비명을 토해내는 화형이다. 반항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반항한다고 박찬만을 때려볼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저 때리는 대로 거기에 맞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히려 비명을 지르다 보니 그게더 박찬만에 대한 반항으로 이어지는것 같아 오히려 쾌감이 생긴다고 느껴진다.

-찰싹 찰싹

“꼬맹이 좀 정신이 드냐? 너 지금 누구에게 개기는지 알고는 있냐? 이 쪼다 새꺄?”

“.....#^&*()..”

박찬만이 화형의 따귀를 때리며 화형을 얼르자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화형이 낸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에 찬만이 귀를 화형의 입에 가까이 댄다.

“........으아악,악”

입 가까이 찬만의 귀가 다가오자 화형은 벼락같이 귀를 물고 늘어 졌다. 계획한 일도 아닌 본능이 시킨일이다.

“악 놔 놔 안놔? 이 개새끼 죽었어.”

퍽 퍽 퍽

“아악 으악 그만 놔 으아악”

찬만은 갑자기 귀를 물어 뜯는 화형의 공격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화형의 입을 벌리려 화형의 몸을 때렸다.

화형은 찬만이 계속 자신을 구타하자 이를 앙다물며 견뎌낸다. 그런데 그 때문에 귀를 더욱 강하게 물게되 찬만의 귀에서 흐른 피가 화형의 입가로 흘러내리는 괴기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이거 잘못되는거 아냐? 저 꼬마놈 보통 독종이 아닌거 같은데, 어쩌지”

“그러게 저놈 맞으면서도 찬만이 귀를 안놓는데 아니 오히려 더 세게 물어뜯고 있어, 진짜 일나겠는데?”

화형의 반전에 경악한 일진들이 어쩔줄 모르고 허둥댄다. 학교 근처의 주택가 외진 골목안이라 지나는 사람이 뜸한 곳이지만 아주 다니지 않는 길은 아니다. 어느때 사람이 지나갈지 모를 일이다.

사람의 시선이 닿기만 하면 희안한 광경에 금방 소문이 퍼질테고 그럼 수습이 쉽지 않을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야 그만 용서해줄 테니 그만 찬만이 귀를 놔줘라.”

“.......”

“아 그새끼 이젠 그만 놓으라니까?”

-퍽 퍽

-으악 악 야 하지마 이새끼 건드리지마 내 귀 진짜 짤라진다구. 아악‘

일진이 화형이 말을 듣지 않자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에 더욱 귀를 물어 뜯는 것으로 화답을 하는 화형이다. 이젠 오기가 발동해서 절대로 놓지 않는 화형이다.

그 상태로 꽤 시간이 흐르자 화형이 방심했다고 여긴 찬만이 귀를 빼내려 몸을 갑자기 일으켰다. 그러나 화형이 이로 더욱 강하게 물고 늘어지자 막심한 통증과 함께 더욱 귀가 뜯겼다.

찬만은 탈출을 포기하고 화형을 구스른다. 애초에 속시원하게 화형을 두드려 패고 강혜진에게서 떼어내려 벌인 일이다.

화형의 반격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이젠 화형을 구스르고 애원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야 구화형 귀좀 놔라 지금 놓으면 내가 모든걸 용서하마”

‘용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네가 날 용서하냐, 난 더 이상 물러설수 없어 넌 이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거야’

화형은 더 이상 귀를 물고 있을 힘이 다하면 아예 찬만의 귀를 뜯어내리라 다짐했다. 중간에 타협이란 없다. 순진하게 놔줘 봐야 무자비한 구타만이 돌아올 뿐이다.

-삐익 삐익

“학생 그만 놔줘 이젠 걱정 안해도 돼 나 경찰이야 그만 귀를 놔줘 응 학생”

“...............”

화형이 찬만의 귀를 물어 버린지 세시간도 넘게 흐른뒤 경찰이 달려왔다. 골목 끝집의 할머니가 화형과 찬만의 일을 보고도 모른척 하다 세시간이 넘어서야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가족이 귀가를 해야하기에 계속 모른척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이 학생을 집단 구타를한 이유가 네 여자 친구를 가로챘기 때문이라고?”

“.................”

“학생 이 말이 맞아?”

“아뇨 저사람들 조직폭력배에요, 그리고 저 사람이 말하는 여학생 지금 이리로 오고 있으니 한번 물어 보세요 저 사람얘기 모두 거짓말이에요.”

“야 너 죽을래? 이게 어디서”

“조용히 못해? 너 일진인거 다알아 요즘 일진은 조직폭력배와 같이 취급하는거 알아 몰라, 엉?”

경찰의 고함에 찔끔한 일진들은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이 아니다. 찬만과 여러번의 사고를 저질렀고 그때마다 찬만의 집에서 모든걸 무마했기 때문이다.

-끼익

파출소의 문이 열리고 진과 린 쌍둥이 자매가 들어섰다. 이윽고 여명의 어른들이 두서없이 파출소로 들어섰다.

찬만의 부모와 변호사 그리고 쌍둥이 자매와 그녀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과 그 외의 몇사람들이다.

“이상이 저학생의 진술입니다. 맞습니까?

“맞긴 뭐가 맞아요 아무렴 내가 저런 쓰레기와 같이 어울란다는게 말이되요?”

경찰의 설명에 혜진이 펄쩍 뛰고 나섰다. 어디로 보나 찬만에 꿀릴게 없는 혜진이 이런 일에 나선건 모두 화형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화형의 전화를 받고 마침 집에 계시던 부모님 모두를 모시고 파출소로 달려온 것이다.

당연히 두사람을 모시는 보좌진을 대동하고 파출소로 들어섰다. 일단 현역 국회의원이 동네 파출소로 들어서니 파출소의 경찰관들 뿐아니라 경찰서의 서장까지 나섰다.

아무리 기업의 회장이라도 격이 다른 상류의 인사들이 개입을 하자 큰소리를 낼수 없었다.

“오히려 여기 화형이 우리의 제일 친한 친구라구요, 순 조폭 흉내나 내는 쓰레게들이..”

“그만, 진이 말이 너무 거칠구나 어른들이 계신데..”

“네..”

혜진의 아버지가 나서자 혜진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다.

“박회장님 자식농사 잘못 지으셨습니다. 이런 일을 벌이시다니 음...”

“육성회장님 왜 아드님 입에서 우리 아이의 이름이 거론되죠? 불쾌하군요?”

“죄송합나다. 의원님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다 제 불찰입니다. 이번 한번만 선처해 주시면 다시는..”

“우리 어른들께서도 이일로 걱정이 많으세요. 워낙 귀염을 많이 받는 아이들인데 이런..”

“헉, 어르신들께서요.. 이 모든건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 할테니 어르신들의 노여움을 좀 가라 앉혀....”

다급하게 울상을 지으며 혜진의 엄마에게 매달리는 박회장이다. 사업가인 박회장은 혜진의 외가에서 나서면 자신의 기업이 공중분해 될수도 있음을 알기에 혼이 다 나갈지경이다.

괜히 돈이 남아돌아 아들의 학교에 감투를 쓰고 큰돈을 기부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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