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노래9
“아하~앙 화형아 이러지마~아 응”
혜빈은 저항없이 말로만 화형의 손길을 거부하다. 이제 화형이 전하는 뜨거운
성감은 불이 되어 자신의 온몸을 휘젓는다. 스스로도 왜 화형에게 집착했는지
뚜렸이 몰랐는데 몸이 먼저 그 이유를 알아냈다.
“혜빈아 미안해 내가 너한테 이러면 안돼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정말 미안해.”
“아아, 몰라 너 미워 나한테 이러면 안돼잖아 그만 응 화형아 그만”
혜빈이 말로만 앙탈을 부리며 화형의 몸에 기댔다. 몸에 힘이 빠지니 화형에게 체
중이 실렸다. 화형이 혜빈의 귀에 뜨거운 바람을 살며시 불어 넣는다. 유방을 움
켜쥔 소가락을 놀려 유두를 희롱한다. 조리고 누르고, 튕기며 마음껏 요리하니
혜빈이 몸을 이리저리 틀어댄다.
“혜빈아 나좀 봐”
“쪼옥, 쭙”
화형의 말에 고개를 돌린 혜빈에게 화형은 깊은 키쓰를 한다. 화형의 혀가 혜빈의
입술을 가르고 치아를 벌린다. 혜빈의 혀가 살짝 마중 나온다. 두 혀가 엉키며
서로의 입속을 헤멘다.
“쭈웁, 하아 화형아 너무해 나 이젠 몰라”
“혜빈아 괜찮아, 사실 나 너 좋아해 그렇지만 나하고 너는 어울리지 안챃아, 그
냥 우리 친구로 지내자.“
화형이 혜빈을 무릎에 앉힌채 혜빈을 설득한다. 그래도 손은 혜빈의 유방을
주무르고 있다. 혜빈의 유방은 누나 수형보다 더 컸다. 게다가 탄력도 훨씬 탱
탱했다. 마치 세게쯤 합쳐진 테니스공을 주무르는 했다. 쉽게 놓아 줄수 있는
유방이 아니다.
“안돼, 난 너 포기 못해 아니 안해”
“글세 너네 집에서도 나같은 조건은 쳐다도 안볼거야 나랑 사귀는거 알면 너나
나나 둘다. 큰일 난다고.“
“그런거 몰라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래 그리고 내가 지금 너랑 결혼이라도 하자
고 그러니 그냥 우리 사귀어 보잔 말이야“
그때 복도에서 아이들의 발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혜빈이 후닥 일어나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며 들으라는듯 큰 소리로 화형에게 외친다.
“야, 구화형 그렇게만 해봐라 아주 재미없을 줄 알아 내말 명심해”
혜빈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사라지자 화형은 의자에 철푸덕 주저 앉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혜빈과 역이게 됐다. 참으로 고약스럽다 생각이 된다. 집에
자신을 남편으로 여기고 있는 두여자가 있는 처지에 이무슨 운며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도 싫지않아, 아니 너무 좋아 피하고 싶지 않아.”
화형이 살그머니 미소짓고 있자, 영철이 다가와 엄청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구화형 뭐냐, 쟤 혜빈이 잖아 무슨일인데 우리반 까지 쳐들어 온거로면 엄청
열받은 거지. 응“
“아 몰라 임마 너는 괜히..”
딱히 할말이 없어 말꼬리를 흐리는 화형이다. 아직 손 끝에 혜빈의 유방과 유두
만졌던 감촉이 남아 있다. 호리호리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대단한 유방이었다.
“아이, 나 미쳤나봐 어떻게 내가 그럴수 있지.”
혜빈은 화형이 자신의 유방을 마치 떡주무르듯 하며 그렇게 진하게 딮키쓰를 하
는데도 고스란히 받아주며 아니 어쩌면 자신이 더욱 적극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옇
든 그렇게 속살을 헤집는데 동조한 자신 스스로가 이해가 안됐다.
“그래도 좋긴 좋았어, 다음엔 어떻하지.”
‘어쩌긴 좋았잖아, 아마 다음엔 더 좋을꺼야’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며 7반으로 줄
달음 치는 혜빈이다. 점심생각은 이미 물건너 갔다.
-딩동댕
강의를 마치는 차임벨이 울리고 집으로들 가기위해 모두들 우르르 몰려 나간다.
“야, 구화형 너 잠깐 기다려.”
“어 혜빈아! 아 아니구나 무슨일이야 강혜린?”
학원 입구에 혜빈과 똑같은 그러나 분위기는 전혀다른 아이가 화형을 불러 세웠다.
“넌 정말 희안하다. 우리 부모님도 쉽게 구분을 못하는데 너는 어떠게 매번 알아
맞추냐.“
“희안하긴 내가 볼때 너희 둘은 완전히 달라 못알아 보는 너희 부모님이 이상
한거지, 근데 뭐야 나 한테 볼일있어?“
“그러니까 지금 내가 여깄는거 아냐? 나랑 얘기좀해.”
“내일 학교에서 하면 안될까? 나 얼른 집에가야 하는데 배고프단 말야 지금”
혜빈과 똑같은 얼굴을한 혜린과 마주하기 거북한 화형은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낮에 혜빈과의 스킨쉽이 아직도 생생한데 같은 얼굴 다른사람과의 대화도 부담
스럽기는 한가지다.
“내가 저녁살게 가자.”
“어어 아글세 이거놓고 응 야 강혜린”
아무래도 쌍둥이인지라 같은 구석도 있는가보다. 이렇게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는 의지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걸 보면. 그러나 화형도 마초적 성향이 조금은
있는 남자다. 여자의 손에 맥없이 글려갈수는 없다.
“아씨, 이거놔 어! 아.”
-뭉클
화형이 팔을 휘감으며 뿌리친다는게 그만 손이 혜린의 앞섭을 파고들었다.
“어, 이게 아닌데 미안해”
“꺅, 너 야 구화형 손 빼 이 나쁜놈아.”
-짝
혜린이 화형의 뺨을 올려 붙였다.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주위의 다른 아이들도
웅성대며 주위로 몰려든다.
“야 애들 온다, 일단 자리는 피하자”
“같이가 거가서 임마.”
화형이 먼저 성큼성큼 걷자 혜린이 종종거리며 따른다. 이제 주객이 서로 바뀌었다.
“일단 사과부터 할게, 미안하다. 절대 고의는 아냐.”
“그래뭐 나도 그닥 잘한건 없으니 없던 일로 하자, 나도 뭐 고의는 워낙 순간적
이라 그랬어.“
“그래뭐 사고니까 나 여자에게 뺨 맞은거 처음이다.”
“나도 남자애 뺨을 때려본적은 없어 네가 처음아다. 내게 뺘맞은 첫남자.”
“뭐어, 하하 나참.”
서로 돌발사태를 훈훈하게 마무리지은 둘이다. 혜린은 화형에 대한 호감이 상승
한다. 혜빈이 어떤 남자애를 쫒아 다닌다기에 설마하며 뒷조사를 했었다. 편모술
하에 성적도 외모도 그저그런 별볼일 없는 애라는 보고를 재단 비서실을 똥해
알아 냈다. 부모님의 귀에 들어 가기전에 떼어 내려 혜빈 몰래 화형을 만나려
학원으로 찾아온 거였다.
“뭐 주문하자 먹을래 내가 살게.”
화형이 저녁을 산다며 들어온 패밀리 스테이크 하우스다. 마침 아침에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했다.
“아냐 내가 산다고 했잖아, 내가 살게.”
“어떻게 남자가 여자한테 얻어 먹냐, 난 그런놈 아냐.”
자신이 계산 하겠다며 팔을 잡는 혜린을 떼어내려다 공교롭게 혜린의 가슴에
또, 손이 닿은 화형이다.
“...............”
“........................”
서로 굳어진 표정엔 어떤 감정도 표현되지 않았다. 계산을 돕던 종업원도 일순
입이 굳었는지 그 들을 주시했다.
“저, 화형아 손.......”
“아! 그래, 미안..”
“주문해야지..”
화형이 혜린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어색한 침묵을 깼다. 오늘 하루의 일진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화형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본의 아니게 쌍둥이 자매의 유방을 주
무르게 된것이 이젠 결코 우연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신과는 상관없이
그녀들이 슷로 찾아 온것 아닌가.
“저, 나는 갈릭 스테이크로 할게.”
“같은 걸로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어색한 침묵이 시간과 공간을 시종 지배했다. 그렇게 화형을 혜
빈에게서 떼어내려는 생각과 의도는 완전히 혜린의 머리에서 지워졌다.
“혜린아,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다며?”
“아니 그냥 혜빈이랑 잘되가고 있나 궁금해서....”
“나 혜빈이랑 별 사이 아냐, 그냥 혜빈이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같은 별 별볼일 없는 애 한테는 금방 시들해 질거야 걱정마.“
“너 별 볼일 없는 애 아냐!”
순간 혜린은 소리를 빽 질렀다. 자신도 의식치 못한 행동이다. 이순간 화형에
대한 혜린의 마음은 180도 돌아섰다. 자신도 모르게 화형에 대한 호감이 샘솟
는 거다.
“내 생각에 화형이 너 꽤 괜찮은 애같아, 그러니까 혜빈이랑 잘 사귀어봐”
순간 혜린은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속마음은 결코 화형이 혜빈과 만나길
원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 화형이 사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속마음이 엉뚱한 말로 튀어 나왔다.
“내가 무슨 혜빈이와 아냐~아.”
화형의 사양에 혜린의 가슴속은 화형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점점 싹트고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르게 두시간이 흘러 갔다.
“잘가 학교에서 보자”
“그래 오늘 잘먹었어 다음에는 내가 좋은데서 살게, 잘가”
헤어지는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의 생각으로 따로 똑같았다. 혜린은 화형에 대한 애
뜻함과 혜빈에 대한 질투심이 생겨 자라나기 시작했고, 화형은 쌍둥이들의 유방에
대한 고찰과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고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누나~”
화형이 혜린과 예정에 없던 저녁을 먹고 오느라 10시가 넘어 늦게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엔 인기척이 없었다.
“성아야~ 안방에 들어서니 불은 꺼져있고 왠지 집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엄마와 누나가 집을 비운지 오래된거 같았다. 거실로 나오니 탁자에 반으로 접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화형아, 할머니한테서 연락이 와서 급히 나간다. 네 휴대폰으로 연락이 안돼서 이렇게 메모를 남기니 보는데로 엄마에게 연락을 주렴...
메모를 읽으며 화형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며 펼쳐졌다. 그중 가장 강하게 가슴을 채우는 감정은 분노였다. ‘할머니’ 화형과 수형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어간 사람 엄마에게서 남편을 뺐어간 사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할머니에게 돌아섰을때 남겨진 세사람은 얼마나 서로를 붙들고 울었던가, 그렇게 상처를 어루만지며 서로를 보듬은 관계가 지금의 상황으로 발전한게 아닌가.
“엄마, 무슨일이데 그쪽에 갔어, 성아랑 누나도 거기 있어?”
화형이 갈라진 목소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심하게 메마른 음색을 띠며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응, 화형아 다 여기있어 너도 지금 이리 와야겠다.”
“나는 내키치 않는데 내맘 알잖아 엄마 난 그 쪽 사람들 보고 싶지 않아 엄마.”
화형은 웬만해서는 자신이 할머니나 아버지를 만나기 싫어 한다는 것을 엄마가 잘알고 있기에 안가도 될거라 생각했으나 엄마의 얘기는 달랐다.
“아니 와야해 네 마음아는데 그래도 꼭 와야해, 지금 여기 세원병원이야 빨리 와...아빠가 위독 해.”
“..............”
위독하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왜 위독할까...뭘까?
“이유가 뭔데 갑자기 왜?”
“급성 백혈병이래 의사가 오늘을 장담할수 없을 정도로 예후가 나쁘데 의식이 언제 흐려질지 모른데 아빠와 예기할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않될거래 그래서, 화형아 어쨌든 아빠잖아 어서와 응”
“알았어 지금가 엄마는 괜찮은 거야? 아직 몸조리 더 해야 하는데”
“나 이젠 괜찮아 고마워 아들......... 사랑해 화형아.”
“.....나도 사랑해 엄마, 미안해 성아 엄마 마음 졸이지마 편히 있어.”
“할머니는? 여기 계셔....”
“알았어 지금가.”
병원에 도착한 화형은 아버지의 병실앞 보도의자에 성아를 안고 앉아있는 수형을 봤다.
“누나 왜 여기있어? 엄마는?”
“안에 있어 성아가 거기 있는거 좀그래서 나온거야.”
“그래 그랬구나, 누나 괜찮지, 염려마 o가 있잖아.”
“그래 우리 한텐 너뿐이야.... 들어가봐.”
병실안으로 들어서자 고개를 숙이고 앉은 할머니, 그옆에 서있는 엄마 그리고 산소 호흡기를 코에 매달고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는 초췌한 얼굴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재회를 하리라곤 피차에 생각지 못한 일이었으리라. 그 누구도.
“화형아빠 재만씨 화형이 왔어요.”
엄마의 말에 아버지와 할머니의 시선이 화형에게로 모인다. 미안함이 그려지는 할머니의 표정, 허무함이릴까 억울함이랄까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의 아버지.....
“왜, 중환자실이 아니라 일반병실이야 위중한 상태라며...”
“.....일반 병실 아니다 여기 호스피스 병실이야, 오랜 만이다 화형아, 아들.......”
-호스피스...............죽음을 준비하는 곳 병을 치료하는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유지케 도움응 주는 최후의 정거장..
“호스피스....”
개미만한 목소리로 호스피스를 되뇌어 본다.
“와줘 고맙다. 화형아 이런 모습이라 미안하구나.”
“고통이 심한가요, 엄마? 할머니?”
"진통제를 금방 맞았다. 괜찮아 다만 정신이 좀 몽롱해. 성아봤다 예쁘더구나 널 많이 닮았어.“
화형의 외면에 쓴미소를 띄우는 아버지다. 화형이 자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잘아는 재만이기에 서운한 마음은 없다. 또한 진숙과의 관계도 자신의 상황에 그림자와 같이 빗대어 지니 그것 또한 너무 잘아는 재만이다.
“숙영이 재만이 뭐 마실거라도.”
“네, 재만이 뭐 마실래? 아니 저녁은 먹었니?”
“먹었어요 괜찮아요, 그냥 계세요.”
“아냐 그래도 뭐 마실거라도 내가 금방......”
“아냐, 나가지마 숙영이 내가 할말이 있어 이리좀 와봐. 저기 성아엄마 그리고 화형아 내가 정말 염치없는 부탁을 하려고해, 알겠지만 이렇게 정신이 맑을수 있는 날이 아마 이제는 내게 없을꺼야 그러니 좀 들어줘.”
“............하세요, 아버지.”
화형은 이 말이 아버의 유언이라는걸 안다. 아마도 가슴속에 꼭꼭 묻어둔 오래묵은 이야기이리라, 한번은 들어도 보고 싶은 이야기이리라.
“내 나이 열다섯에 처음으로 세상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깨닫게 됐다. 항상 볼 수 있어 마음은 늘뛰고 있었지만 머리는 좀 늦게 알게된 그런 여인이었지, 날 보는 눈길 날 부르는 목소리 날 만지는 손길 익숫하지만 매일매일 가슴 설레게 하는 그런 여인이었지.”
화형의 눈은 엄마 진숙에게로 아버지의 눈은 할머니 숙영에게로 향했다.
“그런게 열다섯에 그녀와 사랑을 시작했다. 하아... 그렇게 삼년을 불꽃 같이 사랑했다. 그러나 그 여인이 갑자기 나를 밀어 내더구나, 나는 절망했다. 내 영혼을 가져가고 내 육신을 도로 가져간 그여인이 나를 버리더구나, 난 분노했다. 또 절망했다. 그래서 복수하기로 했다. 그 복수가 네 엄마 그러니까 ..흐음 ..성아 엄마다.”
한숨 돌리듯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는 할머니를 애처러이 한번 바라본다.
“그래서 내 나이 열여덟에 네 엄마와 결혼을 했다. 저 간의 사정은 우리 모두가 아는 그래로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나는 몇 년의 결혼 생활을 했다. 성아 엄마는 예쁜 여자다, 수형이와 화형이 너를 얻고서 행복 하지 않았다. 내겐 성아 엄마에게 줄 마음이 없었다. 이미 내 마음은 먼저의 여인게 다 줘 버렸기 때문이었지, 그렇게 결혼과 방황을 함께 한거다. 나는 정말 바겁 했다. 그러던중 나는 나는 내 사랑히는 여인이 나를 떠난 이유를 알게 됐다. 그건... 그녀가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말에 화형은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엄마 진숙의 몸이 움찔했다. 자신은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려 하는데 엄마의 반응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아 h였다.
“알고 있었어?”
“응 대강은.”
“그랬기에 네 엄마가 순순히 나와 헤어져 준거다. 정말 마음이 고운 여자다. 네 엄마는 그리곤 우리가 주는 경제적 도움도 마다하고 너희를 보살핀거야.”
“어머님이 음으로 도와 주신거 다 알아요 모른척 그도움 다받았구요, 제 자존심 제 아이들 다 보살펴 주신거 고맙게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따났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간거지, 거기엔 이미 내 큰 딸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지금까지 흘렀고 네게 성아가 태어났다. 나는 너희들에게 대한 미안함의 한귀퉁이를 내려 놓게 된거지.”
깊게 숨을 들이 쉬며 생각을 정리하는 재만이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화형에게 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으나 그래도 화형밖에는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화형아 조만간 나는 이세상에 없다. 그래서 너무 두렵다. 내가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여자 그 사람이 홀로 남겨지는 것이 그리고 억울하다. 그녀와 더 이상 사랑을 나눌수 없다는 것이, 화형아 네가 거둬줘라 너만이 나를 대신할수 있어 너만이 그녀를 나대신 사랑해 줄수 있어 그래야 내가 저 먼곳에서도 편안할수 있다.”
“..............................”
“................................................”
“.............................................................”
화형과 엄마 그리고 할머니 그 들 모두는 말이 없었다. 두눈에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마음에 한편 가슴 저리고 또 한편으로는 뗄수 없는 가족의 사슬에 기막혀 하고 있다.
“성아 엄마, 나 좀 도와줘 염치 없지만 제발 그렇게 해줘 내가 저 세상에서 꼭 보답할게 제발 제발 부탁해, 저 사람 숙영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잘알잖아 화형을 제발 설득해줘 부탁이야.”
눈가를 흐르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마지막을 앞둔 불꽃이 밝아지듯 스스로를 태우듯 재만은 화형과 진숙을 향해 애원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진숙이 재만을 거든다.
“성아 아빠, 그렇게 해요 우리는 이대로 멈출수 없잖아요, 어쩌면 당신의 운명인지도 몰라요, 이건 엄마로도 당신의 여자로서도 모두 한마음이에요.”
“하지만...”
엄마의 옆에 서있는 할머니와 눈이 맞춰진 화형은 일순 말을 멈췄다. 엄마 진숙과 수형의 사이에 다른 여자를 세우고 싶지 않은 화형이었으나. 생기를 잃은 할머니의 모습에 짠한 마음이 가슴을 베는듯 했다.
“진심이야, 엄마?”
“네 진심이에요.”
엄마 진숙이 진심을 담은 마음을 화형에게 보낸다.
“할머니도 받아 들일수 있겠어요?”
되도록 간결하게 두사람의 의중을 화형이 확인한다.
“............네.”
할머니가 수더분한 작은 목소리로 화형에 존대를 한다. 이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진심인거다. 화형은 아버지와 눈을 지긋이 맞춘다. 참으로 원망을 많아도 했던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가 마지막에는 자신에게 모든걸 기대고, 의지하며 맡기려 절절히 애원한다. 이제 아버지를 원망할수 없게 된 화형이다. 자신이 아버지 구재만의 분신임을 인정할 때다.
“아버지, 아버지가 아버지의 사랑을 지키세요 그게 맞아요..... 그러나 혹시 그러지 못할......그런 일이 혹시 생기면 아버지 말대로 할게요.”
“고맙다, 화형아 정말 고마워 흐흑 흑, 끝내 재만이 오열을 한다. 가슴의 돌을 내려 놓은 후련함에 또 눈은 웃는다.”
침묵이 흐른지 얼마나 됐을까. 당직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재만의 상태를 확인 하고 간다. 진통제의 효과로 재만이 잠들고 그들은 복도 한켠의 휴게실에 모여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엄마가 입을 뗀다.
“수형에게는 내가 말할거구, 어머님 그이딸 그러닉까 성아 아빠 고모는 지금 어디 있어요?”
“집에 있어 그이가 어찌 될지 몰라 학교는 며칠 쉬게 했어.”
“할머니 고모 아니 누나가 맞는 거에요 빨리 병원으로 오게 해요 심상치 안아요.”
“그럴게 지금 연락 할게.”
그렇게 며칠을 혼수상태로 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고 재만은 세상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