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29)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태현의 몸이 흠짓 떨렸다.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듯 벽에 어깨를 기댄 채 멍하니 서있었던 태현. 그는 갑작스럽게 들려나온 총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미친 듯이 객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문열어!!! 문열어 이 자식아!!! 문열어!!!!"

쾅! 쾅! 쾅! 쾅! 쾅!

찰칵. 

더욱 고함을 지르며 문을 두드리려던 태현의 앞으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은 그 즉시로 문을 당겨 열며 고함질렀다.

"이 개새끼 죽여버..!!??"

그러나 그의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그의 예상과는 완벽한 반대의 상황이었다. 

"유,유리..야...?"

태현은 얼굴이며 몸이며 온통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유리를 보며 덜덜덜 떨리는 손길을 그녀에게 뻗어갔다. 하지만 유리는 그런 아빠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아빠를 쏘아보았다.

"아빠가 원하는 대로 해줬어. 이제 된 거지? 만족한 거지?"

그 남자는 침대를 피로 가득 물들인 채 죽어있었다. 현을 시선에서 지우며 태현이 물기어린 시선으로 유리를 바라보며 힘겹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어떻..게..."

"......내가 미끼가 됐어. 아빠 계획대로."

입술을 씹어 무는 유리. 태현의 가슴이 저며들었다. 

"흐윽..!!"

태현은 눈물을 흘리며 유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으흐흐흑...미안해 유리야...미안해...미안해......"

입술을 꼬옥 깨문 유리. 아빠의 따스한 품에 안기자 아빠에게 나있던 화가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대신에 그 빈자리에는 참아왔던 설움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제...흐으..윽...이제에...나한테에...흐윽, ...이런 거...시키지마아......"

딸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시리게 한다. 

"으흐흐흑...으흐..으윽......"

복받쳐 오르는 눈물에 흐느끼며, 태현은 하염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잠시 동안 그렇게 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던 태현은 점점 다가오는 시간의 촉박함을 느끼며 유리와 포옹을 풀었다. 

"......유리야. 이제 우리......유리..야?"

그런데 유리의 가녀린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하던 태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늘게 어깨를 떨기 시작하는 유리를 보며 당황했다. 태현은 유리가 왜 그러는지 몰라 급히 그녀의 얼굴을 자신에게로 감싸 들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유리의 어여쁜 얼굴은 공포감으로 휩싸여있었다.

"유,유리야?"

"아..빠......"

힘겹게 움직인 유리의 눈동자가 아빠를 향했다.

"나......사람을...죽인 거야..."

맑은 눈망울이 파르르 떨린다. 시려오는 가슴의 통증에 태현이 애타는 목소리로 유리에게 말했다.

"아빠 때문이야...아빠 때문이야 유리야...그러니까.."

"버..버리지마...." 

아빠의 목소리를 끊으며 유리가 두려움으로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유리야..."

유리는 또다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울먹이며 태현에게 애원했다.

"미..미워하지마...나 미워하지마 아빠...나..난...나는..."

점점 더 흐트려지는 유리의 음성을 참지 못하며 태현이 유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절대로...무슨일이 있어도...아빠는 유리를 버리지 않아...유리를 사랑할 거야......"

"흐으..으윽...아빠아......"

두 부녀는 서로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온힘을 다해 서로를 끌어안았다. 

{예. 이제 거의 다왔습니다. 모셔가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태현의 귓가에 어렴풋이 중국말이 들려왔다. 태현은 급히 유리를 안은 채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빠...?"

"쉬......누군가 오고 있어."

태현은 유리가 문 앞에 떨어뜨려놓은 권총을 주워들어 슬라이드를 살짝 제껴서 총알이 아직 남아있나 확인했다. 

'......한 발.'

금색 총알 바로 아래로 탄피를 밀어주는 탄창의 장치가 보인다. 태현은 유리를 뒤로 숨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유리야...눈감아..."

바지의 벨트를 잡고 있는 딸의 손길에 더욱 힘이 실렸다. 태현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15보.'

{아...문이 열려있습......피,피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당황한 복면인의 음성. 급해지는 발자국 소리. 태현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타앙-!!

문 앞으로 나타난 복면인의 동작이 정지되었다. 이마 한 가운데 바람구멍이 난 채 그는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후우......"

태현의 입술에서 막혔던 한숨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아호!! 응답해라!! 아호!!}>

태현은 쓰러져있는 복면인에게서 기관단총을 뺏어 들고는 떨어져있는 무전기를 주워들어 발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그는 죽었다."

<......사신인가. 내 동료는?>

"죽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널 죽이러 가겠다."

태현의 눈동자에 진득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큭큭큭...안 됐지만, 복도의 창문을 보라고.>

태현은 뒤에 서서 아직도 눈을 꼬옥 감고 있는 유리의 어깨를 감싸며 복도로 걸어가 창문을 통해 갑판쪽을 보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배는 멈춰있었고, 배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어선 한척이 와있었다. 이미 아까 보았던 40여명의 사람들은 모두 그 배로 옮겨 타있었다. 태현은 갑판 위에 서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테러범 두목에게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드시 오늘의 죄값을 치루게 해줄 테니까."

<큭큭큭...크하하핫!!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다. 사신.>

태현은 테러범 두목이 무전기를 바다로 던져버리곤 다시 광소를 터트리며 갑판 난간의 사다리로 걸어가는 것을 보며 무전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놓았다. 유리의 팔이 뒤에서 천천히 가슴을 끌어안아온다. 

"눈...떠도 돼...?"

유리의 팔을 풀며 천천히 돌아선 태현. 그는 유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응...떠도 돼......" 

왼쪽 다리에서 느껴져오는 지독한 통증을 참아내며 태현은 유리와 함께 파티장으로 도착했다. 시간은 이제 17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태현은 다시 한 번 유리의 모습을 바라봤다. 피를 대충 닦고 옷을 입었지만 여기까지 아빠를 부축해 온다고 어느새 이마에 방울땀이 맺혀있었다. 

쾅! 쾅! 쾅! 문열어어......!! 쾅! 쾅! 쾅! 쾅!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파티장 안에서의 소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귀청을 시끄럽게 울려왔다. 태현은 홀의 측면, 카지노의 정면으로 통하게 되는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철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찰칵!

그러자 안에서 '열렸다!'는 사람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터져나왔다. 태현은 한 번 쉼호흡을 하곤 유리를 뒤에 세운 채 문을 열며 큰목소리로 외쳤다.

끼이..익...

"모두 주목해주십시오!!"

문을 연 사람이 혹시나 테러범들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이 테러범들에게 끌려가 꼼짝없이 죽은줄로만 알았던 태현인 것을 보곤 환호성을 내질렀다. 태현은 귓가로 어지럽게 들려오는 '그 사람이다'라든지 '사신이다!'같은 말들을 뚫고 유리의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빨리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천천히 앞길을 터주었고 여전히 웅성거림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태현은 카지노 룰렛게임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

"모두 주목해주십시오!!"

이제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진듯 유리는 얼굴에 그 어떤 걱정이나 불안 같은 것도 떠올리지 않으며 단지 아빠를 한결같이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태현은 서서히 조용해지는 파티장 안으로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배에는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며 현재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입니다!"

태현은 폭탄이라는 자신의 말에 각오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는걸로 보아 역시 그 테러범 두목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떠난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문을 열려고 소동을 일으킨 것이고. 

"제가 약 한 시간 전에 직접 한국특전대와 통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특전대는 앞으로도 두 시간은 지난 후에 이곳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미 테러범들은 구명보트를 모두 없애버린 채 40여명의 인질을 태우고 도주하였습니다! 배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들 경우 2000여명의 인원이 다 구조되리라는 것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힘을 합쳐 폭탄을 제거해야 합니다! 2000명이나 되는 사람이 힘을 하나로 합치면 반드시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끊으며 다시 태현이 소리를 높여 말했다.

"먼저, 이곳에 경찰쪽에서 폭탄처리반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으시다거나 폭탄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신분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태현의 말에 파티장 안으로 적막감이 흘렀다. 사람들은 누가 앞으로 나설지 서로의 눈치만 보았고, 태현은 설마 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다시 한 번 말하려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태현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 나온 한 풍채 좋은 노신사를 바라보았고, 그 노신사는 빙그레 웃으며 유리에게 인사했다.

"이봐. 이쁜 아가씨. 참 멋진 아빠를 뒀군 그래."

노신사의 인사에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유리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아,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까 카지노에 놀러왔을 때 유리에게 칩을 빌려줬던 할아버지였다. 노신사는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유리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주고는 돌아서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한 대학병원의 은퇴 교수요. 나는 지금 우리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워준 이 청년의 다리를 치료해주기 위해 나왔소이다. 생각해보시오. 나는 이 청년의 말이 매우 지당하다고 생각하오. 2000이 넘는 사람이 모두 한 마음으로 제각각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오. 모두 이 청년의 말에, 목숨을 걸고 싸워준 이 영웅의 말에 협조해주시길...이 늙은이는 간절히 부탁드리오."

노신사가 천천히 허리를 굽혀 사람들에게 간청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점점 더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고, 불과 몇 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어떤 30대 남자가 앞으로 뛰어나왔다.

"경찰특공대 폭탄처리반 김윤식 경위입니다! 저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김윤식이라 자신을 소개한 순한 인상의 사내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고, 그 뒤로 네 명의 폭탄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나왔다. 

"아까 그 테러리스트 대장이 말하기를 모두 스물여섯개의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그랬습니다."

태현은 윤식의 말에 곧바로 의견을 물었다.

"폭탄 처리는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보통 폭탄은 한적한 곳으로 옮겨서 폭파시키거나 물로 쏘아서 기폭장치를 날려버립니다."

윤식의 말에 잠깐 생각을 정리한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지금부터 40세 미만의 남성은 지하1층부터 그 아래층 전부를, 40세 이상의 남성과 전연령의 여성은 갑판을 포함한 1층부터 야외 수영장까지를 샅샅히 뒤져 설치되어있는 시한폭탄들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승무원분들께서는 각 층에 대기하고 계시다가 폭탄이 발견될 경우 상호간의 무전 연락을 통하여 여기 다섯 분들 중 대기하고 계시는 분을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십시오! 모두 서둘러주시기 바랍니다!"

간단 명료하게 임무를 지정해주는 태현의 말에 사람들이 파티장에서 우루루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직 폭탄처리반 출신이라 자신을 소개한 50대 남자가 태현에게 질문했다. 태현은 룰렛 테이블에서 내려오며 홀의 무대 옆에 아직도 흠집하나 없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 포르쉐를 가리켰다.

"저기에 실어 배 밖으로 날려버릴 생각입니다. 야외 수영장 옆으로 150m 이상의,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폭탄을 손으로 던질 경우 위험도가 너무 크고 던질 수 있는 거리도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저기에 실어 날려버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에서 그대로 아래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것은 폭탄의 성질에 따라 물에 닿는 순간 폭탄이 폭발할 수도 있기에 시도해보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설치를 해제한 폭탄을 승무원이나 신중을 기할 수 있어보이는 사람을 통해서 야외 수영장으로 보내주십시오."

태현의 말에 다섯 명의 남자는 감명 받은 눈길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존경..스럽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평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자동자를 상품으로 받았는데, 그것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날려버리겠다니. 하지만 그것은 둘째 치고라도 스스로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카리스마가 너무 압도적이다. 윤식의 말에 태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존경받을만한 사람은 못됩니다. 그보다, 모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승객들 2000명의 목숨은 여러분들에게 달렸습니다."

태현의 당부에 다섯 명의 폭탄처리반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4층 416호에서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때 한 승무원이 뛰어오며 급히 말했고, 

"제가 가겠습니다!"

윤식이 급히 이쪽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승무원을 뒤쫓아가며 외쳤다.

"4층과 3층은 제가 맡겠습니다!"

윤식이 첫번째로 떠나갔고, 금세 또다른 승무원이 뛰어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2층과 6층에서 폭탄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2층은 제가 가겠습니다! 1층과 갑판도 제가 맡을 테니.."

폭탄 처리의 의견을 물은 50대 남자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승무원을 따라 급히 달려가려다가, 태현에게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그는 승무원을 따라 급히 달려갔고 동시에 또 한 명의 폭탄처리반이 역시 달려가며 외쳤다.

"5층 6층은 제가 맡겠습니다!"

곧이어서 금세 모든 폭탄처리반이 각각의 위치를 정하며 모두 떠나갔다.

"이봐. 젊은이."

그때 노신사가 태현을 불렀다. 노신사를 바라본 태현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 예. 방금 전엔 말씀 감사했습니다."

노신사는 빙그레 웃으며 의자를 하나 끌어와 앞에 놔두며 말했다.

"여기 앉게. 박혀있는 총알은 빨리 빼내는 것이 좋아."

"괜찮습니다. 일단은..."

태현은 좋게 웃으며 거절하려 했지만 노신사의 뒤쪽에 서있는 유리가 도끼눈을 하며 자신을 노려보자 움찔하며 노신사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부탁..드립니다."

노신사는 빙긋이 웃으며 품에서 조그만 천뭉치를 꺼내었다.

"아무리 대단한 아빠라도 딸에게는 꼼짝없이 붙잡혀 사는구먼. 허허허..."

태현은 얼굴을 붉혔고 유리는 노신사의 말이 기분 좋은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 지었다. 또 다른 하나의 의자에 천뭉치를 펴놓은 노신사는 펼쳐진 그곳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간단한 수술용 도구들 중에서 조그만 집게와 메스를 꺼내었다. 그리곤 태현의 왼쪽 종아리에 묶여있던 런닝셔츠를 풀곤 바지를 끌어올리고 간이 수술을 시작했다. 

"이쁜 아가씨, 이름이 뭐지?"

"정유리예요."

"음. 이름도 얼굴같이 이쁘구먼."

메스가 태현의 왼쪽 종아리에 천천히 칼집을 내기 시작했다. 태현은 수술이 길어질까 걱정되는지 초조한 얼굴이었고 노신사는 느긋한 얼굴이었다. 유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노신사는 그런 유리를 힐끗 보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유리양. 바(bar)에 가서 알코올 농도가 제일 센 것중에서 색깔이 유리양 마음에 드는 와인 한 병을 가지고와." 

"예? ......예."

살을 헤집어 벌린 사이로 집게가 들어가는 것을 얼굴을 일그리며 바라보던 유리는 노신사의 말에 마지못해 대답하며 바(bar)로 뛰어갔다.

"색깔은 왜......"

태현의 물음에 노신사는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허허허, 기왕이면 예쁜 색깔로 소독하면 좋지 않겠나."

아무튼 느긋한 손길과는 달리 노신사의 수술은 상상외로 빨라서 유리가 파란색의 이름이 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왔을 때는 벌써 태현의 상처부위가 다 기워진 후였다. 노신사는 유리가 가져온 와인을 보곤 이건 명품이라느니 어쩌니 하며 유리의 눈썰미를 칭찬하더니 태현의 상처부위에 와인을 한 번 쪼르륵 붓는 것으로 소독을 마쳤다.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유리가 입을 막은 채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였고, 노신사는 느긋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태현이 공손한 모습으로 노신사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감사해요. 할아버지."

유리도 아빠 옆에 서서 허리를 꾸벅하며 인사했다. 노신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껄껄껄. 이 늙은이도 쓸모가 있다는 게 오히려 기쁜 일이지. 가서 일봐."

태현은 다시 한 번 노신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곤 유리를 데리고 홀의 무대로 걸어갔다.

"저기..."

그런데 그때 한 처녀가 걸어오더니 하얀색 티를 하나 내밀었다.

"저기...쇼핑점에서 일하는 사람인데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처녀에게 태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실 계속 벗고 있는 것도 좀 그랬는데...하하하."

태현은 처녀가 건낸 티셔츠를 입었고, 처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저만치 뛰어가버렸다.

"치이......"

처녀의 뒷모습을 잠깐 흘겨본 유리가 삐진 얼굴을 했다. 태현은 유리의 머리결을 쓸어주며 물었다.

"왜 그래?"

"......아무것두 아니야."

태현은 피식 웃으며 유리의 손을 잡은 채 무대 옆의 스포츠카로 걸어갔다. 호주머니에서 키를 꺼낸 태현이 시동을 걸었고, 부아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포르쉐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금 아깝다. 그치?"

유리가 옆자리에 타며 그렇게 말했다. 태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유리가 옆으로 앉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유리는 아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약간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왜..에?"

가슴이 아려온다. 태현은 천천히 차를 몰아가며 물기어린 목소리로 유리에게 말했다.

"......미안..해. 유리한테..빨리 가지 못한 거......"

"......"

아빠의 말에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태현의 애타는 음성이 이어진다.

"하지만...아빠는......아빠는 말이야......"

"알아."

유리의 시선이 느껴진다. 태현은 눈망울 가득히 이슬을 머금고 있는 딸의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앞만 바라보았다. 유리의 고운 음성이 옆으로 들려왔다. 

"......그러니까......미안해 하지마."

유리는 다시 고개를 포옥 수그렸고 태현은 그래서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한편 두 사람의 차가 지나가는 옆으로는 놀라운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설치가 해제된 폭탄을 사람들이 일렬로 길게 서서 조심스럽게 야외 수영장으로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은 그 모습들을 감명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기에 실어서 한 번에 날려버린데.'

'아깝잖아. 저거 쟤가 미인대회에서 우승해서 탄 상품 아니야?'

'진짜 대단하다.'

주위에서 수근수근 들려오는 소리들을 흘려넘기며 태현이 모는 포르쉐는 야외 수영장으로 연결되는, 차 한 대가 넉넉하게 다닐 수 있는 폭을 가진 붉은 카펫길을 지나 조금 뒤 마침내 야외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선생님!"

태현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청년들이 달려왔다. 태현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예. 부르셨습니까."

태현의 앞으로 달려온 그들은 단결된 동작으로 허리를 꾸벅하더니 가운데 서있던 짧은 스포츠 머리의 남자가 대표로 말했다.

"저희들 세 명은 모두 라이프 가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입니다. 그런데 저어...저기에 실어서 폭탄을 없애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예. 하하. 벌써 소문이 퍼진 모양이더군요."

스포츠 머리 청년은 태현의 대답에 걱정어린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께서 직접 몰고 가셔서 차에서 뛰어내리실 계획이십니까."

"예.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리시는 건 콘크리트 위로 뛰어내리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의 말에 태현은 이미 각오한 일인듯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 방법.."

"코..콘크..리트요?"

그런데 어느샌가 뒤로 다가온 유리가 떨리는 음성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빠의 옷깃을 꼬옥 부여잡으며 유리가 청년에게 물었다.

"그러니까...이 높이에서 콘크리트 땅 위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세요?"

너무나도 진지한 음성으로 묻는 유리의 질문에 오히려 청년이 당황한듯 그는 손을 저으며 급히 말했다.

"마..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당연히 여긴 바다인데 콘크리트 땅 위로 떨어지는 것과 똑같다..라고는 말할 수 없겠죠. 아무래도 물에 침투되면서 충격이 반감될 테니까요."

유리는 충격이 반감된다는 청년의 말에도 걱정이 되어 어쩔 줄 모르겠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스포츠 머리 청년은 유리의 모습을 얼굴을 붉힌 채 잠깐 넋놓고 바라보다가 곧 급히 정신을 차리며 태현에게 자신들이 온 목적을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선생님께서 바다로 들어가셨을 때 저희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선생님을 구해내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세 명의 라이프 가드는 동시에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간청했다. 태현은 젊은이들의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은 얼굴로 급히 그들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려야 할 일인걸요."

태현의 말에 라이프 가드들은 됐다는 듯이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 그들에게로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치가 해제된 폭탄 네 개가 도착했습니다!"

태현은 하얀 천으로 둘둘 말린 폭탄을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옮기는 승무원들 네 명을 보며 말했다.

"여기 조수석에 놔두십시오!"

시간을 확인한 태현. 이제 겨우 7분 남았다. 그때 스포츠 머리 청년이 태현에게 말해왔다.

"선생님. 뛰어내리실 때는 반드시 몸을 일자로 세우고 발부터 떨어지세요. 절대로 복부가 물표면에 부딪히면 안 됩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먼저 가있겠습니다."

"예. 참, 폭발할 때의 여파로 파도가 밀려들 수 있으니까 배 옆으로 빠져있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 머리 청년은 걱정 받아야할 사람이 오히려 걱정을 해주자 마음에 감동이 밀려오는지 입술을 힘겹게 다물어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라이프 가드들은 준비해왔던 잠수복을 챙겨서 급히 뛰어갔고, 태현은 다급한 눈빛으로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6분 35초. 마음이 점점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조수석에 차곡 차곡 놓여있는 폭탄들을 보았다. 모두 네 개. 스물여섯개중에 이제 겨우 네 개다. 

"아빠......"

유리가 애타는 목소리로 태현을 불렀다. 하지만 태현은 마음이 급해서 유리에게 위로를 해줄 여유가 없는지 단지 유리의 머리만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하나의 폭탄을 조심스럽게 조수석에 놓는 승무원을 향해 말했다.

"수고하십니다! 저기 끝의 난간을 제거할 수는 없겠습니까?"

"예! 지금 곧바로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승무원은 곧바로 어디론가로 달려갔고, 태현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조수석으로 걸어갔다. 유리는 아빠의 뒤만 따라다녔고, 조수석으로 온 태현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을 살짝 풀어 폭탄의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6분 17초. 다행히도 생각하고 있던 시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태현의 눈에 그 순간, 폭탄들의 점멸되는 빨간불이 일정하지 않는 모습이 들어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태현은 다른 폭탄의 천을 다시 조심스럽게 풀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

흠짓 커지는 태현의 눈.

'......3분 11초.'

파르르 떨리는 태현의 눈동자가 또다른 폭탄을 향하고, 그 폭탄의 천을 열어젖힌 태현의 눈에는 6분 3초라는 시간이 떠올랐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태현. 

'최소한...두 종류의 폭탄이 있다.'

태현은 유리의 어깨를 꼬옥 잡으며 다급한 음성으로 말했다.

"유리야. 여기 꼼짝말고...아니, 같이 가자. 빨리와!"

꼼짝말고..라는 아빠의 말에 두 눈망울을 점점 더 크게 뜨던 유리는 아빠가 같이 가자고 말하자 한숨을 내쉬며 급히 아빠가 이끄는 손에 딸려 달려갔다. 두 사람이 야외 수영장 입구에 막 도달했을 때 방금 전 승무원이 장비를 든 인부 세 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어,어디가십니까?"

당황한 승무원의 물음에 태현은 또다른 물음으로 대답했다.

"폭탄에 두 종류가 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예,예?!"

깜짝 놀라는 승무원. 태현은 인부들에게 재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곧바로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난간을 잘라주십시오. 2분30초 이내에 완료해야 합니다!"

"예? 2분 30초요?!"

깜짝 놀라는 인부들에게 태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3분 이후에 폭탄이 터집니다! 빨리 가십시오!!"

태현의 말에 인부들은 당황한 얼굴로 어쨌든 죽을힘을 다해 야외 수영장 끝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태현은 곧바로 승무원에게 말했다.

"지금 즉시 각 층의 승무원들에게 연락해서 시한폭탄의 시간을 확인하라고 하십시오."

<치직, 여긴 1층이다! 큰일났어! 남은 시간이 3분인 시한폭탄이 발견되었다!>

그때 승무원의 무전기로 다급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승무원은 급히 무전기의 발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여긴 야외 수영장이다! 지금 당장 각 층의 승무원들은 운반되고 있는 시한폭탄의 시간을 확인하여 보고하라!!"

승무원의 말에 몇 초 뒤 연이어진 무전들이 연속해서 들어왔다.

<여긴 지하 2층! 여기도 남은 시간이 3분도 안 되는 폭탄이 발견되었다!>

<여긴 FCF(first class floor)! 남은 시간 6분인 폭탄 운반 중! 아직 3분짜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5층이다! 폭발까지 2분49초 남은 폭탄 세 개를 운반 중!>

태현은 이를 사려물었다. 폭탄은 두 종류인 것으로 예상된다. 태현은 세 명의 승무원이 차에 폭탄을 싣는 것을 보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결단을 내려야한다. 

"무전기를......"

태현은 승무원에게서 무전기를 받아들어 발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정태현입니다. 각 층의 승무원들께서는 폭탄 운반을 중지하시고 현재까지 확보된 폭탄의 수량을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태현은 차로 도로 돌아갔다.

"아..아빠! 어쩔려구 그래?"

유리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태현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긴 지하3층입니다! 지하4층 기관실의 것을 포함한 모든 폭탄을 윗층으로 운반 완료!>

<지하 2층입니다! 현재 확보 수량 두 개!>

<1층입니다! 갑판에는 폭탄이 설치되어있지 않았으며 현재 확보 수량 세 개!>

<지하 1층! 모든 폭탄 윗층으로 운반 완료!>

<여긴 3층! 운반 중인 폭탄 다섯 개!>

<여긴 2층! 모든 폭탄 윗층으로 운반 완료했습니다!>

<5층입니다! 한 개가 추가되어 확보 수량 모두 네 개입니다!>

<여긴 4층! 확보 수량 모두 세 개입니다!>

<여긴 6층! 폭탄 네 개 운반 중!>

태현은 급히 차의 시동을 걸며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4 더하기.."

"모두 스물여섯개야. 여기 있는 것까지 합쳐서."

유리의 대답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태현. 그는 애틋한 애정이 담긴 눈길로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리야. 저기 옆으로 비켜서서 기다려. 아빠 금세 돌아올 테니까."

"어..어디 가려구? 나두 데려가!"

급히 자신도 차에 올라타려고하는 유리를 보며 태현이 힘겹게 꺼낸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유리는 아빠의 음성에 움찔 놀라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태현은 이슬을 머금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에게 입술을 꽉 다물며 자꾸만 가슴이 아려오려는 것을 참은 채 말했다.

"위험하니까 저리로 비켜서있어. 아빠 금세 올 테니까. 알겠지?"

점점 물기가 묻어나는 태현의 음성. 유리는 힘겹게 고개를 주억이며 옆으로 걸어가서 슬픈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태현은 애써 유리의 모습을 눈동자에서 지워내며 그대로 핸들을 꺽으며 악셀과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이익....! 부앙, 부아아아앙~!

시끄러운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포르쉐가 제자리에서 방향을 반대로 돌리고,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갔다. 태현은 악셀을 밟으며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정태현입니다! 지금 즉시 운반을 중단하고 각층의 통로에 폭탄들을 모아주십시오! 제가 지금 수거하러 가겠습니다!>

한편 유리는 순식간에 사라진 아빠 모습의 잔영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물로 젖은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여 아까 낮에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려 잡았던 자리를 눈에 담았다. 그때만 해도 아빠와 즐겁게 수영을 할 생각으로 즐겁기만 했었는데. 유리는 무릎을 모아 끌어안으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분 30초도 안 된다. 유리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만 졌다. 

"......죽어야..된다면......"

고개를 포옥 수그리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는 유리.

"흐윽..."

애달픈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같이...죽고 싶어...흐으..윽...혼자만...살아남기 싫어......" 

한편 같은 시간. 태현의 포르쉐는 아래층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끼이이이이익!!

커브길을 돌기위해 태현이 브레이크를 잡자 붉은 카펫이 타이어에 밀려일어났다.

부앙, 빠아아아앙~!

커브를 돌자 다시 급발진을 하는 태현. 잠시 후 그는 지하1층 창고에 도착했다. 

"빨리 실으십시오!"

미리 얘기 되었던 대로 지하2층 것을 지하1층으로 옮겨놓고 대기하고 있던 승무원들은 조심스럽게 폭탄을 조수석에 실었다. 태현은 곧바로 방향을 돌려 정방향으로 차머리를 바꾸곤 즉시 윗층을 향해 출발했다.

부앙, 부아아아앙~!

사람들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걱정이라든지 불안, 기대. 온갖 사람들이 온갖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희망이라는 존재가 숨어있었다. 그 얼굴에 책임감을 느낀다. 태현은 온정신을 집중해 죽음의 폭탄들을 운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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