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9)

[안녕하세요 현준씨.]

유리는 생긋 웃으며 청년..아니, 현준에게 인사했다.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 현준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인지 지현에게 눈짓으로 가볍게 인사하곤 태현을 바라보며 유리에게 말했다.

[이 신사분은 유리씨 애인...?]

[...???]

나이보다 10년은 젊어보이는 태현이기에 현준은 그렇게 물었던 것이고, 태현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 아닙니다. 애인이라뇨. 저는 유리 아빠되는 사람입니다.]

태현은 그러며 손을 내밀었고 현준은 놀랐다는 얼굴로 태현의 손을 마주잡아 악수하며 말했다.

[와~. 정말 젊으시네요. 하핫. 반갑습니다. 윤현준이라고 합니다.]

[참. 아까 저희딸을 구해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태현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현준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고 현준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는진 몰라도 태현은 그저 빙그레 웃음만 지었다. 

[예~! 드디어 오늘밤의 대미!! 미인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곧바로 신청을 받습니다! 여자분이라면 누구든지 괜찮습니다~! 여기 이 포르쉐 카레라 GT의 주인이 되고 싶으시다면 지금 당장 올라오십시오~!]

그때, 일행들에게 파티장에서부터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대화가 끊겼던 일행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티장의 커다란 무대위에서는 승객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아까부터 계속해서 버라이어티 쇼라든지 경품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마지막 경품 게임인지 아까부터 무대위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최고급 스포츠카가 경품으로 내걸렸다. 당연히 오늘밤 최고의 경품을 차지하기 위해 여기 저기서 신청자들이 마구 몰려 나왔고, 파티장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우와~. 저걸 주는거야?]

[저런거 얼마정도 해요?]

현준의 놀랍다는 음성에 유리가 궁금한 얼굴로 현준에게 물었다. 현준은 커다란 두 눈망울 가득히 호기심을 담고 있는 유리를 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8억 4천만원정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준의 말에 유리가 놀란 얼굴로 스포츠카를 바라보았다. 이제 대략 마흔명이 넘는 여성들이 무대위로 올라가 있었고 유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술을 깨물며 스포츠카와 아빠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런 유리를 본 태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는 빙긋 웃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아빠는 저런차.....어?]

그런데 그때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무대위의 커다란 대형 TV에 유리의 얼굴이 화면 가득히 잡힌것이다. 그리고 태현들쪽을 보며 사회자가 말했다.

[아~. 오늘 제가 점찍어둔 여자분인데요~. 끝까지 안 나오시네요~. 거기 포커 게임장 노란색 반바지에 하얀 민소매티 입으신 여성분~! 정말 안 나오실 겁니까~?] 

사회자의 말에 파티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유리를 바라보았고 유리는 한순간에 홀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선 집중을 받자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태현도 이럴땐 어떻하면 좋을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유리가 마음을 굳혔는지 생긋 미소짓는 얼굴로 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내가 꼭 저 차 타서 아빠 줄게. 조금만 기다려~.]

유리는 그러더니 아빠에게 깜찍하게 손을 흔들며 무대위로 달려갔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미인대회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회는 시작부터 타이틀과는 너무나도 달리 <미인>대회라기 보다는 마치 철녀뽑기 대회쯤으로 보일만큼 험하게 진행되었다. 일단 커다란 원형 메트리스 위에 여자 넷을 올려놓고 사람키의 반만한 글러브를 씌운채 다른 사람을 메트리스에서 밀어내기라던지, 평균대 위에 두 사람을 세우고 길다란 솜망치를 쥐어준채 상대편 떨어뜨리기는 기본이었고. 미리 준비해둔 커다란 풀에 물을 채우고 거기 커다란 스티로폼을 띄운채 여자 둘을 올려놓고 서로 밀어 물에 빠트리기도 있었다. 아무튼 태현이 깜짝 깜짝 놀랄만큼 경기는 격렬하게 진행되었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다며 박수 치기 바빴다. 하지만 유리를 저런곳에 보내 놓은 태현은 유리가 상대편 여자에게 얻어 맞을때마다 걱정이 되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단지 마음속으로 유리가 얼른 탈락하길 바랄뿐. 그리고...

[네~! 드디어! 드디어 마지막 두분이 남았습니다!]

결국 유리는 결승전 진출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일단 두 미녀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자는 먼저 유리와 함께 결승전에 오른 여자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그녀는 175는 넘어보이는 키에 굉장히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스크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녀의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역시 직업은 모델이라 했고, 나이는 25에 신체 사이즈는 이러쿵 저러쿵... 아무튼 그 모델의 소개가 끝난뒤 사회자는 마이크를 유리에게로 가져갔다.

[네~! 이번엔 이쪽 여자분의 자기소개를 들어보겠습니다. 하하! 제가 미리 점찍어 뒀었다고 했죠~? 역시 결승까지 올라오셨군요. 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리는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받아들어 먼저 공손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는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정유리라고 해요.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이~. 좀 더 자기소개를 확실히 해주셔야죠~. 먼저. 쓰리 싸이즈는 어떻게 되십니까~?]

유리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자 그녀에게서 마이크를 받아든 사회자는 싱겁다는 얼굴로 다시 마이크를 유리에게 가져가며 그렇게 물었고, 유리는 짓궂은 사회자의 질문에 생긋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그런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회자님 정도면 한눈에 알아보실 것 같은데요~?]

유리의 재치있는 답변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사회자는 한방 먹었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하~. 제가 그렇게나 바람둥이로 보였나요~? 하핫.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서론은 이만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자! 마지막 결승의 승부를 가리는 경기는~!]

사회자의 말에 모델과 유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회자를 바라보았다. 설마 여기서 복싱을 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지...

[당연히~. 우리 미녀분들에게 빠져선 안 되는 노래와 춤! 대결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런뒤 사회자는 동전 앞면 뒷면으로 선후를 결정하게 했고 모델이 먼저 하는걸로 결정이 났다. 두 여자는 사회자에게서 각각 이어셋을 나눠 받은뒤, 유리는 일단 무대 밑으로 내려가 대기했고, 모델은 무대 중앙에 섰다. 

[무슨 곡을 부르시겠습니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겠습니다.]

[네~! 참! 춤도 같이 추셔야 되는거 아시죠~? 하핫! 괜히 이어셋을 나눠드린게 아닙니다~.]

모델은 사회자의 말에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사회자는 거창한 목소리로 결승전의 시작을 알렸다.

[드디어 그녀들의 마지막 대결이 시작됩니다~! 부르시며 추실곡은 팝의 요정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 Let's start~!!]

사회자는 그러곤 무대위에서 얼른 내려왔고 곧바로 사람들의 박수속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빰..빰...yeah yeah.....빰..빰......

강한 비트가 울리는 가운데 무대의 조명이 어둡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비트에 맞춰 플래쉬가 번쩍이며 모델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모델은 그때마다 포즈를 바꾸었고, 그것은 마치 유람선측과 모델이 미리 연습이라도 한듯이 박자가 척척 맞았다.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I think I did it again-. I made you believe we're more than just friends...]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노래. 그녀는 강렬한 비트의 노래에 어울리게 파워있고 한편으론 섹시한 춤솜씨를 보여주었고, 노래도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했다. 자연히 구경하던 사람들은 금세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어 마치 팬이라도 된듯이 환호하며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었고, 얼마후 모델의 노래가 끝났을땐 모두가 기립박수로 모델의 인사에 환호했다. 그리고 곧바로 유리의 차례가 이어졌다.

[흠...좋지 않아. 저 정도를 보고나면 그 다음엔 왠만큼 잘해가지고는 사람들이 호응을 하지 않을텐데...]

태현은 옆에서 들려오는 현준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걱정으로 가득찬 눈길로 무대위에 올라가 있는 유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현은 이렇게 긴장해 있는데도 오히려 정작 유리 본인은 그다지 긴장이 되지 않는지 무대위에 선 그녀의 얼굴에는 예쁜 미소만이 띄워져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유리씨! 무슨 곡을 부르시겠습니까~.] 

모델이 앞서 저런 섹시하고 파워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유리의 선택은 이제 한가지로 좁혀졌다. 모델과는 정반대로 순수하고 여성스러운 노래를 부르는 수밖에. 그리고 그것이 그나마 모델과 경쟁해서 비교우위를 노려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사회자의 물음에 이어진 유리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겠어요.]

유리의 대답에 파티장 안은 순간 술렁였고 사회자도 상당히 당황한듯한 얼굴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그렇다는 말은...정면승부를 선언하는 겁니까?]

[네. 어차피 1등은 한명이니까요.]

당당한 유리의 목소리에, 술렁이고 있던 파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금세 흥미진진한 얼굴이 되어 유리를 바라보았다. 사회자도 재미있어졌다는 얼굴로 유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정면승부를 선언한 정유리양의 Oops I Did It Again!! 빠져~듭니다~!]

사회자의 어느 개그맨을 흉내낸 익살스런 소개가 끝나고, 사회자가 무대밑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무대조명이 꺼지며 방금전과 똑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빰..빰...yeah yeah.....빰..빰......

모델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워진 무대에서는 강렬한 비트가 울려 나올때마다 플래쉬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유리는 모델이 단순히 그때마다 포즈만 바꾼것과는 달리 플래쉬가 터질때에도 몸의 동작을 바꾸었고, 여러번의 플래쉬가 합쳐졌을때 그것은 마치 유리가 순간적으로 팔이나 다리의 위치를 이동시킨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빰!!

[I think I did it again...]

그리고, 전주의 마지막 비트가 울린후. 유리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예정을 앞당긴다. 미키와 X조는 15분후에 지하실부터 기관실과 선장실까지를 점거한다. 그리고 선내 객실 방송을 통해 선장 명의로 모든 승객을 파티장 홀로 모이라고 방송한다.}

{예. 두목.}

{다케시와 Y조는 23분후부터 각 객실을 훑어서 그때까지 룸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파티장으로 끌고온다.}

{예. 두목.}

{아호와 Z조는 17분후에 나와 함께 파티장으로 간다.}

{존명.}

호화스러운 방 안. 세명의 사나이들에게 명령을 내린 남자는 자신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현재 시간 23시 11분.}

나머지 세 사나이들은 남자의 말에 따라 자신들의 시계를 23시 11분에 맞췄다. 남자는 그러곤 그들에게 각각 조그만 사진 수십장이 한데 모아져 프린트 된 종이들을 나눠주며 말했다.

{거기있는 자들은 모두 백만장자들이다. 얼굴을 잘 기억해 둬서 실수로 죽이지 않도록 주의해라.}

{이자들 외엔 어떻게 할까요.}

{굳이 총알 낭비를 할 필요는 없지만. 반항한다면 죽여도 좋다.} 

{예.}

동시에 대답을 하는 세 사나이.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청년이 들어왔다. 모두는 깜짝 놀라며 문쪽을 향해 총을 겨눴고. 들어온 청년은 짐짓 놀란 얼굴을 하며 모두를 진정시켰다.

{워워~. 너무 그렇게들 긴장하고 있지 말라고.}

{이봐. 현. 어딜 갔다 온거야?}

남자의 물음에 현이라고 불린 청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네가 오늘밤은 실컷 놀라면서? 근데, 갑자기 왜 호출한거야?}

{예정이 앞당겨졌다. Y조 한녀석이 실수로 경비에게 발각됐거든. 일단 그 경비는 처리했다곤 하지만 경비 교대 시간이 앞으로 30분밖에 남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됐다.} 

{칫. 한창 재미있었는데 김샜군.}

입을 삐죽이는 현을 보며 남자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재미있는건 이제부터라고.}

{뭐. 그럴지도.}

현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한대 피워물었다. 그런데 그때, 부하 한명이 급한 발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와 남자에게 말했다.

{두목. 이 배에 정태현이 탔습니다.}

{정태현? 사신(死神) 정태현 말인가?}

{예.}

중국에나 일본에서는 정태현이라는 이름보다는 사신이라는 그의 별칭이 더 유명했다. 남자는 이상하단 얼굴로 부하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신은 8년전에 죽은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 태현파 녀석들이 사신의 행적을 극비에 붙여서 그가 죽었다고 사실이 와전되어 퍼트려 진것이지, 사실 그가 살아있다는 소문은 이미 벌써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그래? 나야 그쪽 세계랑은 상관 없는 사람이니 그런 소문을 들을 수가 있나. 하지만 어쨋든간에 아무리 그 유명한 정태현이라 해도 결국 주먹쟁이잖아. 주먹이 어찌 총알보다 더 빠를 수가 있겠나. 걱정말고 그녀석 보이면 그냥 쏴 죽여 버려.}

{잠깐.}

그때 현이 두 사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현은 부하를 보며 말했다.

{죽이지 말고 생포해서 데려와라. 과연 소문만큼 그렇게나 대단한 녀석인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으니까.}

부하는 남자를 쳐다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부하는 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이게 정태현입니다. 혹시 얼굴을 모르실까봐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호오...}

부하는 현에게 태현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건넸고 그 사진을 현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거 아는 얼굴이잖아.}

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I'm not!! that!! innocent~.]

유리의 화려한 마지막 모션과 함께 노래가 끝났다. 파티장은 곧바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로 가득찼고,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모두다 기립해서 환호하기 바빴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앵콜을 요청하는 소리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사회자가 올라와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예~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대망의 1등 심사만 남았는데요~! 당연히 그 심사의 몫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더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되는 여성분에게 더 큰 환호를 해주십시오~!]

사회자는 무대밑에 있던 모델을 불러올려 유리와 나란히 서게했다. 

[자! 먼저~! 우리 슈퍼모델이 더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박수~!]

사회자의 소리에 파티장 안의 절반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터트렸다. 유리는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델쪽 손을 들어주자 내심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질땐 지더라도 아빠가 저렇게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기 때문이다. 

[네~! 그럼! 두번째로~. 우리 정유리양이 더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박수~!]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잦아들길 기다린 사회자가 이어서 외쳤고, 그러자 놀랍게도 모델때보다 훨씬 더 커다란 박수와 환호소리가 홀을 가득 메웠다. 모델 손을 들어주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 사회자가 모델을 호명했을때 박수를 친 사람들까지 더욱 큰 박수와 환호를 유리에게 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사회자가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잦아들길 기다려 바람을 잡았다.

[이옙~! 알겠습니다~! 자! 그럼~! 우리 퀸 엘리자베스호 첫날밤 메인 이벤트의 주인공은~!!]

배경음악으로 밴드가 드럼을 두구두구두구두구.......울리는 가운데. 한껏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마침내 사회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유!리!씨입니다~!! 축하합니다~~!!]

사회자의 발표에 유리는 뛸듯이 기뻐하며 모델과 사회자와 포옹하고는 선주라는 중년의 풍채좋은 외국인에게서 스포츠카의 디지털 키를 받았다. 그리고 수상이후 으례 따라오는 이런 저런 기념 촬영(물론 유리가 아빠를 불러와 아빠와 같이 찍었다.)과 소감등등이 이어지고, 유리의 앵콜송이 한번 있은 다음, 유리와 태현은 그제야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유리 너 그런데 그런건 언제 다 익혔어?]

[응? 헤헤~. 사실 정면승부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늘 부른거 사실은 저번에 학교에서 수학여행 갔을때 장기자랑 시간에 친구들이랑 불렀던 노래였어. 춤도 그때 연습한거고.]

유리의 말에 태현은 그제야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유리의 노래와 춤 실력은 자신이 봐도 깜짝 놀랄정도로 뛰어났다. 아까 모델과의 대결로 비교해 보아도, 모델은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리는 보는이로 하여금 노래가 그녀에게 맞춰서 흘러나온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으니까. 그때 유리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투로 태현에게 말했다.

[근데 윤현준씨랑 지현 언니는 어디로 간걸까?]

[글쎄. 어느순간부터 보이지 않던데...?]

태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었다. 유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뭐~. 알아서들 잘 있겠지~.]

아빠를 뒤따라 룸으로 들어온 유리는 곧바로 문을 닫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헤헤~. 그것보다~. 아빠 기분 좋아~?]

[응? 하하. 당연하지~. 우리 딸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스포츠카를 타게 됐는데~.]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유리는 아빠가 이렇게 쓰다듬어주자 아까 고생한 것이 모두 보상받는 것만 같아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아닌게 아니라 사실 태현은 지금 매우 기뻤다. 스포츠카가 생겼다는것 때문이 아니라 유리가 그렇게나 애써서 자신에게 뭔가를 선물해 주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흐뭇했던 것이다. 태현은 유리의 입술에 입을 맞춘채 천천히 그녀를 침대로 이끌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선장님께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객실에 계신분들은 즉시 5층 파티장으로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객실에 계신분들은 즉시 5층 파티장으로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침대에 앉아 서로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고 있던 두 부녀에게 방송이 들려왔다. 태현은 유리에게서 입술을 떼어내며 무슨일인지 궁금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아빠와의 키스에 빠져있던 유리는 애탄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계속 키스해줘...]

태현은 무슨일로 선장실에서 저런 방송이 나오나 의아했지만, 유리의 애탄 표정을 보고는 그냥 선장이 여행 첫날밤을 축하하며 샴페인이라도 터트리려나보다 생각하며 유리를 침대에 똑바로 눕히곤 다시 유리에게 키스해주기 시작했다. 유리는 곧바로 아빠의 목을 끌어안으며 아빠의 입 안으로 혀를 내밀어 갔고, 태현은 유리에게 감미로운 키스를 해주며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흐응...쪼..옥..하아...아..빠...사랑해...너무 너무...]

[나도 사랑해...]

유리의 입가에서 옅은 비음과 함께 사랑의 밀어가 흘러나오고..태현은 자신도 유리에게 사랑한다 속삭여주며 이제 천천히 손을 옮겨 유리의 바지와 팬티를 벗겨 내렸다. 유리가 부끄러운듯이 다리를 모았지만 태현은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유리 다리의 긴장을 풀어주곤 서서히 손을 유리의 은밀하고 촉촉한 분홍빛 속살로 가져갔다. 

[흐윽...흐으응...아..빠...하악...하아...]

유리가 몸을 비틀며 밀려오는 쾌감에 반응했다. 태현은 유리의 앵두빛 입술을 빨아주며 부드럽고 감미로운 손길로 유리를 흥분으로 이끌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유리는 금세 한차례의 절정을 느껴버렸다. 태현은 유리에게 따스한 키스를 해주며 그녀에게 팬티와 바지를 도로 입혀주려 했다. 하지만 유리는 그런 아빠의 손길을 부여잡으며 그 손을 또다시 자신의 음부로 이끌었다. 

[넣어줘...]

[으,응...??]

난데없이 넣어달라는 유리의 말에 태현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한결같이 애타는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손가락...넣어줘...아빠를 내 몸속에서 느끼고 싶어...]

[유..유리야...]

유리의 요구에 태현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유리의 그곳 안으로 손가락을 넣은건 아까 오전때, 그것도 실수로 그랬던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리는 자신이 스스로 직접 손가락을 넣어주길 요구하고 있는것이다. 

[...더러워...?]

[응?]

[내 거기가...더러우니까 그렇게 망설이는거야...?]

태현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가만히만 있자 유리가 그렇게 말했다. 태현은 유리의 말에 이대로만 있다간 유리가 자신이 정말로 더러워서 그녀의 소중한곳 안에 손가락을 넣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될까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더럽지 않아. 그리고 유리도 자기 소중한곳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거 아니야.]

[...더럽지 않으면...]

아빠의 말에 유리가 잠시동안 가만히 아빠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더럽지 않으면 어째서 내 거길 그렇게 싫어하는거야...?]

[시..싫어하다니...?]

태현이 놀란 얼굴로 유리에게 되물었고 유리는 슬픈 눈동자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겨우 이럴때만 만져줄 뿐이잖아. 그것도 내가 느껴버리고 나면 아빠는 곧바로 더러운 물건 취급하듯이 손을 떼버려...거기다 아빠는..내 그곳이 얼마나 싫기에 쳐다보기도 싫어하는거야...? ...단지 손가락 하나일 뿐인데...아빠를 내 몸속에서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아빠는 겨우 손가락 하나 넣기를 주저하잖아...]

유리의 말에 태현은 가슴이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사실 자신이 그랬던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유가 유리의 소중한곳을 더럽다고 생각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었다. 자신은 단지... 아빠인 자신이 유리의 음부를 눈으로 직접보고 계속 만진다던가 그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는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항상 깨끗이 씻어...]

[......?]

유리에게 뭐라 말할까, 어떻게 오해를 풀어줄까 고심하고 있는 태현에게 그때 유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의 눈동자가 유리에게로 향하고, 그의 눈에는 커다란 눈망울에 슬픔과 원망,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안타까움을 가득 담은 유리의 얼굴이 비춰 들어왔다.

[...혹시라도 아빠가 불쾌하게 여길까봐서...항상 깨끗이 씻어...이상한 냄새라도 날까봐...비누로 깨끗이 씻어...]

[......]

[근데...근데 아빠는 냄새를 맡아보기는 커녕 보는 것조차도 싫어 하잖아...!]

[유리야...]

[난 안 그래.]

아빠의 안타까운 부름을 무시하며 유리가 몸을 일으켰다. 아빠와 마주보고 앉은 유리는 눈물이 글썽이는 눈길로 아빠를 노려보며 말했다.

[난 아빠의 모든 것을 사랑해.] 

[......?!]

[난 아빠처럼 상대방에게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오해를 해도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한것 같았다. 태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리에게 자신도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해주려 했다. 그런데 그때, 유리가 갑자기 태현에게 달려들어 아빠 바지의 자크를 내리려 했다. 깜짝 놀란 태현은 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유리의 손을 떼어냈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게. 난 아빠의 거길 입으로 빨아줄 수도 있어.]

[......!!]

유리의 말에 태현이 기겁을 하듯이 놀란건 물론이다. 태현은 유리의 어깨를 감싸쥐며 타이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야. 그런건...]

[안 돼?]

[응? 어..저..그러니까. 당연히 안 되는데-. 왜 안 되느냐 하면...]

[더러워? 이젠 내 입술도 더러워?]

유리는 화난 음색으로 아빠의 말을 끊으며 말했고, 태현은 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리의 물음에 대답했다.

[유리야. 더럽다는게 아니야. 아빠에게 있어서 유리의 모든 것은 깨끗하고 사랑스러워. 하지만 유리야. 아빠는...]

[..가지고 싶어.]

[...응??]

난데없는 유리의 말에 태현은 갑자기 뭘 가지고 싶다는 소리인지 의아한 얼굴로 유리를 바라보았고, 유리는 입술을 꼬옥 깨물며 말했다.

[아빠의...아이를 가지고 싶어.]

[......!!]

유리의 말에 태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아빠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아빤 나 더 사랑해 줄꺼지...?]

[유리야..너...]

[나 아빠 아이 예쁘고 멋지게 키울 자신있어.]

문득 아빠와 행복하게 둘의 아이를 키우는 장면이 떠오른 것일까. 유리의 입가에 예쁜 미소가 떠올랐다. 평소라면 유리의 그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예쁜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떠올렸을 태현이겠지만, 지금 태현은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정유리 너.]

[...??]

아빠의 화난 표정에 유리가 의아한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태현이 옆에있던 이불을 들어 유리의 하반신을 가려버리며 말했다.

[너 지금 아빠한테 무슨 소리 한거야.]

[...응? 아빠..아이 가지고 싶다구.. 하지만 우린 연인사이잖아...]

아빠의 화난 음성에 유리가 약간 겁먹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태현은 연인사이니까 둘 사이에 아이를 가져도 상관없지 않냐는 뉘앙스의 유리 말에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와 내가 연인사이가 되기로 한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그건 어차피 일시적인 것일 뿐이야. 유리 네가 대학에 가고, 독립하게 되면 우린 원래의 부녀지간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뭐..라구...?]

태현의 말에 유리는 충격을 먹은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태현은 굳은 인상으로 자신의 말이 진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고 유리는 떨리는 눈동자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원..한거 아니었어...? 우리 사이...영원한거 아니었어...?]

유리의 물음에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영원한거 아니야. 너와 내가 딸과 아빠 사이라는건 영원하겠지만. 연인 사이라는건 절대로 영원한거 아냐.]

[...거짓말...]

유리가 커다란 눈망울 가득히 눈물을 글썽이며, 아니라는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가에 억지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 아빠도 알잖아...내가 아빠 없으면 살 수 없다는거...아빠 품안이 아니면 이제 잠도 못자게 되어버렸다는거...알잖아...아빠가 내곁에 없으면 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거...]

태현은 유리의 말에 가슴이 미어질것 같았지만 굳은 얼굴 표정을 풀지 않으며 말했다, 말해줘야 했다. 결코 이 관계가 영원할 수 없음을. 영원하게 되어서는 안 됨을.

[나와 넌 남자와 여자로는 이루어질 수 없어. 운명이니까. 네가 내 아내의 뱃속에서 잠들어 있을때부터 이미 정해져버린 운명이니까.]

[...왜......왜 이름불러주지 않는거야.]

[......?]

[왜 나보고..너라고 부르는거야. 왜 유리라고 불러주지 않는거야...?]

[......]

유리가 떨리는 음성으로 이상하다는듯이 그렇게 아빠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빠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보며 기어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윽...왜..왜 일부러..끅..흐윽...너라고 불러...? 항상..흐윽...항상...유리라고만 불러 줬잖아..]

[......]

[...말해줘...]

유리는 거친 손길로 눈물을 훔쳐내며 말했다. 속에서는 계속해서 울렁거리며 서러운 눈물이 흘러나오려고 했지만 유리는 그걸 꾹 눌러참았다.

[...내가 뭐가 모자란건지...엄마에 비해서 뭐가 모자란건지 말해줘...어떻게 하면...]

[......]

유리는 애써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아빠의 옷소매를 꼭 부여잡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아빠의 아내가 될 수 있는지 말해줘...]

애탄 목소리. 태현은 유리의 그 애탄 음성을 들으며 결국 시선을 돌려 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확고한 음성으로 말했다.

[...넌 결코..내 아내가 될 수 없어.]

[......!!!]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찬 유리의 눈동자. 아빠의 결정타에 유리는 충격에 휩싸인채 단지 몸만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유리를 보며 태현은 과연 자신이 그렇게까지나 얘기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유리에게 이렇게 한번은 확실하게 말해 두어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결국 유리를 위한 길이니까. 

이제 문제는 유리가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것이었다. 분명히 많은 상처를 받겠지만 태현은 그래도 좋은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는 자신이 유리의 연인이 되어 줄 수 있다고(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것이니까.) 말해주며 유리를 달래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지면 되...]

그런데 태현이 막 유리를 감싸 안아주며 달래주려 할때, 유리가 초점없는 눈으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흠짓 놀란 태현. 그는 유리가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패닉 상태에 빠진것이라 생각하곤 가슴이 미어질듯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분명히 자신이 그렇게 말한것은 유리를 위해서 그런것이지만...그 말에 유리가 이렇게나 상처를 받을것이라는걸 일찍 짐작하지 못한게 너무나 후회되었다.

[...가지면 되...]

[...유리야.]

다시 한번 유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고 태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유리의 얼굴을 감쌌다. 하지만 초점없는 유리의 눈동자는 아빠를 바라보지 못한채 붉어진 눈시울로 한방울 두방울 이슬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래...가지면 될꺼야...아빠의 아이를 가지면...아빠에게서 버림받지 않을꺼야..그래...그럴꺼야...]

유리는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시키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분명해...버림받지 않을 수 있어...그래...아빠의 아이를 가지면 되...맞아...]

태현은 자신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채 고개를 주억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유리를 보며 가슴이 천갈레 만갈레로 ?어지는것 같았다. 유리가 이렇게나 충격을 받을줄은 몰랐다. 단지 화를 내며 반드시 아빠를 가지겠다는둥, 그런 소리를 할줄로만 생각했지 유리가 이렇게나 충격에 빠져버릴줄은 몰랐던 것이다. 

[...걱정마...괜찮아...아빠에게 버림받지 않을 수 있어...걱정마...계속 사랑 받을거야...]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는 유리를 보며 태현은 왈칵 눈물이 치밀어 오르는것을 느끼며 유리를 가슴깊이 끌어안았다. 외면 상으로는 언제나 활기차고 밝은 유리이지만 내면은 그 누구보다도 여린 딸이라는것을 자신이 잠시 잊었었다. 태현은 자신의 품안에서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리에게 흐느끼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미안해...미안해 유리야...그렇게 말한거...유리가 상처받을꺼 뻔히 알면서도...그렇게 말한거 너무 미안해...]

유리는 아빠의 속삭임을 알아들었을까...?

...띵동...띵동....

그때, 찾아올 이 아무도 없는(윤현준과 채지현은 태현과 유리가 묵는 방 호수를 몰랐다. 더군다나 룸 서비스를 시킨것도 아니다.) 그들의 방에 누군가가 벨을 울렸다. 태현은 아직까지도 초점이 흐린 유리를 보며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일단 기다리고 있는 사람(누군진 몰랐지만)을 돌려보내고 와야 겠다고 생각하며 문으로 향했다.

...띵동...띵동...

다시 한번 울리는 벨소리.

[예..누구세요...]

태현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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