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형님.]
두 사내가 동시에 대답을 한다. 태현은 여전히 쭈그려앉은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그래서 자네들의 목숨까지도 바쳐가면서 지켜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나?]
[......]
길수와 우철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난 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길수와 우철이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들을 바라보는 태현을 굳어진 얼굴로 바라봤다. 태현의 말은 계속 되었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 세계로 다시 간다는건. 곧 그 사람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라는거...너희들도 잘알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 세계에서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지킨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불현듯 아내가 떠오른 것일까. 태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미안하다.]
태현이 씁쓸한 투로 말했다. 길수는 고개를 힘없이 아래로 푸욱 꺽었고, 우철은 그런 친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태현에게 말했다.
[..이해합니다 형님. 괜히 안 좋은 기억 떠올리시게 해드린것 같아서...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미안할꺼 뭐있나. 너희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내가 미안하지.]
우철은 힘빠진 몸짓으로 무릎을 털며 일어섰다. 태현은 동생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워 축 늘어뜨리고 있는 그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말했다.
[태백산 잠룡사에 금강이라는 자를 찾아가봐라. 내 이름을 대면 아마 도움을 얻을 수 있을거다.]
[금강...이요?]
[그래. 이북에서 월남한 친군데 봉술의 달인이지.]
[예...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태현은 자신이 소개해준 금강이라는 자에게 별로 기대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의 두 동생을 보며 빙긋 웃음지었다. 지금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마 직접 보게 된다면 얼굴이 달라지겠지. 아무튼 자신은 그를 알려준 것뿐이고, 나머지는 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태현은 두 동생에게 손짓을해서 자신에게 귀를 가까이하게 했다.
[내일이나 모레중으로 나에 관한일로 너희들에게 누군가가 물으러 온다면, 그가 배신자다.]
[...예?]
놀란 얼굴의 두 사람을 보며 태현이 빙긋 웃음지으며 말했다.
[명심해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럴 수 없는 입장인 사람일수록 배신하기 쉽다는걸.]
[예. 형님.]
두 아우는 태현의 오랜만의 가르침에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태현은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우철과 길수는 단지 형님을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처지에 안타까워하며 태현에게 다시한번 옛 보스에의 예를 갖춘다음에 떠났다.
[삼합회와..야쿠자라...]
힘없는 발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두 동생들의 초라한 등을 바라보며 태현이 한숨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빠. 근데 아까 그 아저씨들이랑 무슨얘기 한거야?]
[응? 응...그냥 이런저런 얘기. 회사돌아가는 얘기라던지...]
[피이~. 거짓말-.]
유리는 그러며 탄탄한 아빠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아까 유리가 떼를 쓴 때문에 지금 태현은 상체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태현은 가만히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고 유리는 아빠의 그런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행복한 미소를 입가에 가득 띄운채 아빠에게 찰싹 붙어 있었다. 그녀의 한쪽 다리는 아빠의 배위에 올려져 있었고, 머리는 아빠의 어깨위에, 그리고 그녀의 손은 아빠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다. 유리가 아빠의 각진 가슴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눌러보며 말했다.
[아빠. 근데 아빠는 왜그렇게 싸움을 잘해?]
태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아빠 젊었을때 권투선수였거든.]
[우와. 정말?]
태현의 말에 유리가 그동안 몰랐었던 사실에(물론 사실일리 없다.) 놀랐는지 고개를 들어 아빠를 내려다보며 되물었다. 태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빠 얼마나 셌었다고.]
[으웅...멋있었겠다...나도 그 모습 봤었으면...]
유리는 복서인 아빠를 상상하는지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망상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도리질하며 정신을 차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태현에게 말했다.
[아빠. 행여나 지금 또 권투선수같은거 할 생각 하지마--. 멋있기야 하겠지만...그래두 난 아빠가 맞는건 보기 싫어.]
유리의 너무나도 진지한 음성에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이렇게 순진한 딸이 너무 좋다.
[알았어. 아빠 앞으론 권투선수같은거 절대로 안 할께.]
[헤헤~~.]
태현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유리가 배시시 웃으며 다시 아빠의 어깨에 머리를 올려놓으며 아빠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태현은 이렇게 딸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는것이 너무 즐거웠다. 어쩌면, 이런 즐거움을 보고 행복이라고 하는걸지도 모르겠다. 태현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채 그렇게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유리는 아무말 없이 아빠의 몸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그리고...얼마나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흘렀을까. 유리의 토라진듯한 음성이 태현에게 들려왔다.
[치이...왜 아무말도 안 해?]
유리의 말에 태현은 약간 당황했다. 자신에겐 지금의 이 조용함이 너무 편안하고 기분좋은 시간이었는데 유리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하긴 유리 또래의 나이에서는 침묵은 곧 무관심이라는 등식이 성립할는지도 모른다.
[유리야. 그게 아니라...]
[아빠는 나 사랑 안 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겨우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고 사랑하지 않는거냐니... 태현은 어이 없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리는 단지 자신이 아무말 하지 않은것을 가지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었다.
[왜 아빠는 나 안 만져? 사랑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누군가를 만지고 싶어지는거 아니야...?]
[하..하하... 아빠도 유리 만져주고 있었잖아.]
[언제?]
[..머리..쓰다듬어주고 있었잖아.]
태현의 어색함이 가득 묻어나는 말에 유리가 그런 아빠를 흘겨보며 말했다.
[피이...그게 무슨 만져준거야. 아빠는 내 가슴이라든지 엉덩이 같은데 안 만지고 싶어? 내가 그렇게 별루야?]
[아,아니. 유리가 별로라니 무슨소리야. 우리 유리가 얼마나 멋진데...]
[치! 거짓말. 그럼 왜 나 안 만져?]
잔뜩 삐진 얼굴로 말하는 유리를 보며 태현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아빠와 딸사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됐다. 유리에게 그녀의 연인이 되어주겠다고 했으니... 태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이 난처한 상황을 빠져나가야 할지 머리가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망설이고 있어.]
...응? 가만히 자신을 노려보는 유리의 눈빛. 태현은 뜻모를 그녀의 말에 의아한 심정으로 유리를 바라봤다.
[만지기 싫은 거지?]
......?
[나 같은 여자는, 만지기 싫은 거지?]
[뭐...? 아,아니. 아냐. 그런게 아니라...]
[그럼 뭐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지? 태현은 막상 말은 해놨지만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를 몰랐다.
[됐어. 만지기 싫으면 만지지마. 얼마전에 봤던 채지현같은 여자나 실컷 만지라구.]
[하아?]
이해불가능한 목소리가 태현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갑자기 채지현이라니. 무슨말이야? 태현이 황당해 하고 있는 사이. 유리는 저쪽으로 홱 돌아누워 버렸다. 태현은 속으로 한숨을 한번 푸욱 내쉬고는 돌아 누운 유리를 뒤에서 살며시 끌어 안았다. 그러자 유리가 삐진듯이 아빠를 밀쳐내려했다.
[됐어. 억지로 만져주지 않아도 돼.]
하지만 태현은 억지로 유리를 끌어안고는 그녀의 어깨에 뽀뽀를 쪽 해주었다.
[유리야. 아빠도 우리 유리 만지고 싶어.]
[...정말?]
[응. 정말~.]
...그것이 그녀를 여자로서가 아니라 딸로서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긴 해도. 보통 예쁜 아기를 보면 안아주고 싶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것처럼, 태현은 유리에게 그랬다. 하지만 이런 아빠의 마음은 모르는 유리는 헤헤거리며 다시 아빠쪽으로 돌아누웠고 태현은 그런 유리를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유리는 잔뜩 기대어린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고, 태현은 곧 천천히 손을 가져가 유리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브레지어를 하고 있지 않은건지 그녀가 입고 있는 민소매 티 안으로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의 느낌이 그대로 손안 가득히 느껴져 왔다. 유리는 그렇게 아빠가 자신의 가슴을 만져주자 야릇하게 밀려오는 느낌에 얼굴을 붉히며 똑바로 누웠다. 태현은 계속해서 유리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서서히 입술을 가져가 유리의 가늘게 떨리고 있는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유리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고, 태현은 자신의 혀를 가만히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유리의 촉촉한 혀가 반갑게 자신의 혀를 맞이한다. 두 사람의 혀는 그렇게 휘감키며 부드럽고 감미롭게 서로의 분홍빛 살결을 어루만졌고, 곧 유리는 그 황홀한 느낌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태현은 유리에게 계속해서 부드러운 키스를 해주며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자의 가슴을 만져보는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8년만인가? 하긴 얼마전에 잠결에 몇번 유리의 가슴을 만진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신이 의식하면서 만지는건 아내가 죽은 후 처음이다.
[흐응...쪼옥...아.....쪼오옥...흐으응...]
유리의 입술에서 마침내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이왕 이렇게 된거, 유리가 여자로서 좀 더 만족을 얻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나 자신을 원했는데 자신은 이제동안 기껏 해준거라곤 키스 밖에 없었으니, 태현은 왠지 유리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쪼옥...쪼오옥...츄우우...쪼...옥...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의 농밀한 키스는 계속 되고 있었고, 태현은 이제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아빠와의 키스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던 유리는 부드럽게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던 아빠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자 순간 긴장했다. 하지만 아빠의 손은 밑으로 내려가다가 옆으로 빠져 자신의 허리를 어루만졌다. 작은 실망감이 들었지만 유리는 자신의 혀를 간지럽혀 오는 아빠의 혀에 다시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흐으응...쪼오옥...하아아....]
유리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그 신음소리만으로도 지금 그녀가 얼마나 흥분 해 있는지 알 수 있을것만 같은 태현. 그의 손이 서서히 흘러내려가 유리의 앙증맞은 팬티속으로 들어간다.
[하악...흐응...]
자신의 부끄러운 곳까지 침범해 들어오는 아빠의 손길에 유리가 허리를 휘며 동조해왔다. 이런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걸까, 아니면 황홀경에 빠져서 미처 자신의 손이 지금 어디에 들어갔는지 모르는걸까. 어쨋든 태현은 예상대로 촉촉히 젖어있는 그곳을 부드럽게 감싸쥐어 보았다. 그러자 왈칵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유리의 음액.
[흐윽...아빠....]
유리는 너무나도 커다란 그 쾌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단지 애타는 음성으로 아빠를 부를 뿐이었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의 그런 애타는 음성에 아무런 응답도 해주지 않으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유리의 음핵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하악...아....흐응...아..빠...]
유리는 아빠의 머리를 꽉 감싸 안은채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그 치떨리는 쾌감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태현은 유리에게 머리를 그렇게 힘껏 감싸안긴 자세 그대로 정성껏 유리의 클리토리스를 애무해 주었다. 한없이 감미롭고..동시에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쾌락을 전해주는 아빠의 그 손길에 유리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두눈을 꼬옥 감은채 몸을 가늘게 떨뿐.
[하악...아아앙.....]
얼마지나지 않아. 유리가 허리를 휘며 온몸에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바닥을 가득 적시는 유리의 음액을 느끼며 태현은 천천히 그녀의 팬티 속에서 자신의 손을 꺼내었다. 아직 채워지지 못한 갈증 때문일까. 유리는 그런 아빠를 애탄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빠...제발...]
유리의 눈길 속에서 태현은 지금 그녀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만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태현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 아빠가 해줄 수 있는것은 여기까지가 전부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유리는 그 속에서 너무나도 단호한 아빠의 거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커다란 두 눈망울에 애달픈 눈물을 가득 머금은 유리가 잠시 원망어린 눈길로 아빠를 그렇게 바라보다가 천천히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태현은 유리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선 단지 이렇게 아무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지금은 단지 아직도 온기가 가득한 유리의 음액이 묻은 손바닥을 보며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그건 그렇고. 태현 아우에게는 말 했는가?]
[...예.]
[그래. 뭐라던가?]
어두운 음영이 드리운 밀폐된 사무실. 길수는 앞에 앉아있는 사내를 아무말 없이 차가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자신의 물음에 길수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 사내는 불편한듯이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말했다.
[흐,흠. 뭐...기분 나쁜일이라도 있었는가 길수?]
[...예. 어제 태현 형님이 습격을 받으셨거든요.]
[아,아니. 뭐라구? 그래, 태현 아우는 무사한가?]
길수의 말에 사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고, 길수는 그런 사내를 가증스럽다는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태현 형님이 무사한지 무사하지 않은지는 형님이 더 잘 아실꺼 아닙니까.]
[응? 그..그게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사내의 말에 길수는 사내를 노려보며 박수를 한번 짝 쳤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그의 부하들이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 끌려들어온 남자는 웃옷이 벗겨진채 허리부근이 붕대에 감겨 있었다. 그리고 심한 구타를 당했는지 온몸이 피멍으로 가득했다.
[이녀석이 누군지 잘 아실겁니다.]
길수의 말에 사내는 끌려 들어온 남자를 보았고, 그의 눈은 순간 놀라움으로 흠짓 떨렸다. 길수는 사내의 눈이 떨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어제 서울시내 건달들을 샅샅이 뒤져서 태현 형님이 습격을 받은 시간에 알리바이가 없는 녀석들을 찾아냈습니다. 그놈들이 어제 우철이와 제가 오는걸 보고 도망쳤었는데, 그때 제가 다행히도 이녀석 얼굴을 기억해 뒀었죠.]
[흐,흠! 자네 무슨 소리 하는건가! 나는 이 사내에게 태현 아우를 치라는 말같은걸 한적따윈 없네!]
사내의 완강한 말에 길수는 천천히 담배를 피워물며 말했다.
[저는 형님보고 이 사내에게 태현 형님을 치라는 명령을 했냐고 물은적은 없습니다.]
[뭐? 그,그건...!]
쉬쉿! 파박!!
[히익!]
사내는 채 길수가 품에서 단검 둘을 꺼내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기겁을 하며 얼어붙은 것은 이미 단검 두개가 그가 앉아 있는 자리 바로 뒤에 있는 벽(나무)에 박힌 뒤였다.
[저는 항상 칼을 두개만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그 두개의 칼이 내 손안에 있지 않을땐 무척 불안하죠. 그래서 저는 만약 제가 칼을 가지고 있지 않을때 제 앞에서 거짓말을 한 새끼들은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만약 그런 새끼들을 그때 살려두면 분명 절 죽일테니까요.]
길수의 냉랭한 음성에 사내는 곧 얼굴을 감싸쥐며 자포자기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네...정말 미안하네...]
[저에게 미안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왜 형님께서 그딴짓을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길수의 말에 사내는 괴로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야마구치에서...만약 협력해준다면 나에게 부산을 준다고 약속했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요즘 너무 어려운 상황 아닌가. 그래서 그만...]
[그래서. 15년도 넘게 알고 지내온. 그리고 의형제까지 맺은 동생을 팔아넘기려 했던겁니까?]
길수의 말은 마치 씹어 뱉어져 나오는듯 했다. 사내는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길수의 그런 눈빛을 보곤 바닥에 털퍼덕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네...내가 잠시 미쳤던것 같네...정말..정말 미안하네...크흑...]
어쩌면 길수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사내는 길수에게 사죄하며 바닥에 머리를 박고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수는 사내의 그런 모습에서 조금의 동정도 느끼지 않았다. 다만 그는 흐느껴우는 사내를 이를 꽉 깨문채 노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화창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월요일 아침. 오늘은 한주의 시작이자 태현과 유리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흐윽...하악...아...앙...]
어젯밤 내일 여행 떠날 준비로 부산했던 덕에 오늘은 늦게까지 잠들어 있어야할 두 사람은 그러나 아침 일찍부터 깨어 있었다.
[하아...아빠...아앙...사랑..해...]
유리가 태현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 깊이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하지만 태현은 아무런 대꾸없이 단지 부드럽게 손만을 움직여 주고 있었다. 촉촉히 젖어있는 유리의 분홍빛 살결 위에서...
[하아...아빠두...흐윽...아..빠두...어서..사랑한다고...하앙...말해줘...]
아무런 대꾸없는 아빠가 답답했던 것일까. 유리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는 아빠의 손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쾌감보다는 아빠의 사랑확인이 먼저였기 때문에.
[..사랑해.]
조용한 태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유리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아빠의 손을 풀어주며 그의 머리를 다시 꼬옥 감싸안았다. 태현의 손이 다시금 유리의 분홍빛 속살을 헤집기 시작하고, 그녀의 홍조띈 음핵은 다시 아빠의 손가락에 희롱당하기 시작했다.
[흐응...하악...하아...아빠...아..빠...나...하악...나아...]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유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빠를 계속 부르더니, 곧 허리를 휘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태현은 아무말 없이 유리의 가슴에 안긴채 그녀의 속살을 더욱 진하게 애무해주었고 그 덕분에 유리는 자신이 자위를 할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절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몸에 힘이 빠져버린채 태현의 머리를 놓아준 유리. 그러나 그녀는 방금전 그런 절정을 느끼고 난 사람다운 만족스런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빠의 손길은 자신을 만족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아빠에 대한 갈증만을 불러일으킨 때문이다.
[...아빠...]
유리가 애탄 음성으로 태현을 바라본다. 그리고 태현은 유리의 그런 눈빛 속에서 지금 그녀가 어떠한 심정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리가 원하고 있는 그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이미 자신 스스로에게 맹세한 이후다. 태현은 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 유리는 당연히 아빠의 고개가 가로저어질 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것을 알았기에 아빠에게서 거절받는 것에 더욱 실망감이 들었다.
[...미안.]
아빠가 사과했다. 자신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으면서. 철없는 딸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밤에 몰래 아내의 사진을 들고 눈물 흘렸으면서. 그랬으면서 오히려 사과를 한다. 유리는 이렇게 바보같은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것도 아니면서...사랑에 못이겨.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라는 것에 못이겨 그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다니. 차라리 회초리를 들고 자신의 마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따끔하게 훈계를 하는편이 자신도 속이 편할텐데. 하지만 유리는 알고 있었다. 이런 아빠이기에 자신이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조금만 더 만져줘...]
유리의 애탄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그러면 유리만 더 힘들어질 뿐이야...]
[...그럼...]
유리가 아빠에게 몸을 꼬옥 가져다 붙이며 아빠위에 올라탓다. 유리의 뽀얀 앙가슴이 태현의 가슴에 밀착된다. 그리고...유리는 아빠의 목에 머리를 묻으며 속삭였다.
[...만져줘...힘들어지지 않을때까지...내가 더이상 아빠를 갈망하게 되지 않을때까지...만져줘...]
[유리야...]
태현의 안타까운 음성이 유리의 귓가에 울린다.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태현을 내려다봤다. 이미 그녀의 눈빛은 태현을 아빠로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사랑하고 너무나도 아끼는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 그녀의 눈빛엔 그런 사랑이 넘쳐 흘렀던 것이다.
[나 만지기 싫어...?]
[...유리야. 그런게 아니라...]
[더럽지?]
[...응?]
[내 거기...더럽지? 이상한 물도 막 나오구...]
[아니야 유리야. 절대 더럽지 않아. 그리고 그..물은 유리가 여자라는 증거인걸...]
태현의 얼굴은 행여나 자신이 유리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으로 가득했다. 유리는 그런 아빠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런 아빠이니 자신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거라고...
[아빠...사랑해...]
애정이 흘러 넘치는 목소리.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신도 말해주었다.
[아빠도 사랑해 유리야...]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땐 기쁘다. 자신의 존재에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누군가가 아빠라면...
[...아빠.]
...유리는 너무나 슬퍼졌다. 아빠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 속에 자신이 너무나 원하는 그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을테니까.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둘이서만...]
태현은 살며시 자신의 입술에 키스를 해오는 딸에게 아무말 없이 그녀의 머리만 쓰다듬어주었다.
[아빠~. 빨리와~~.]
유리가 저만치서 이쪽을 보며 깜찍하게 손을 흔든다. 태현은 빙그레 웃음지었다. 짐은 아까 미리 짐칸으로 보내어 놓았고 그래서 지금은 발걸음이 즐거운데다 가볍기까지 하다. 게다가 눈도 즐겁고. 태현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방글거리는 유리가 그렇게나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물론 유리의 그런 예쁜 모습이 태현이게만 보이는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적어도 한번쯤은 유리를 힐끗 거린 것이다. 아까운 볼거리는 꼭 눈에 담아두고 싶은 심정이랄까. 보기드문 미인인 유리는 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한눈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탑승 장소로 가는 길은 바닥이 나무로 된 길고 넓은 길이었다. 길 옆이나 길 중간 중간엔 태현과 유리 같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배웅나온 사람들로 붐볐고, 태현은 사람들 사이를 헤쳐가며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는 벌써 저만치 탑승 장소 앞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유리가 입모양으로 빨리오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태현의 눈에 들어왔다. 태현은 빙긋 웃음지으며 자신도 입모양으로 알았다고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태현의 발걸음은 여전히 느긋하기만 하다.
{물건은 무사하겠지?}
{걱정 말라구. 내가 다 손을 써놨으니까.}
검은 정장의 서른 중반 안팎으로 보이는 장년(壯年)인과 20대 중반의 잘생긴 청년하나가 뒤에 검은 썬글라스와 중절모로 얼굴을 숨긴 세명의 사내를 거느리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아무 걱정말고 오늘밤엔 마음껏 즐겨. 행동개시는 내일 새벽이니까.}
장년인은 청년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아빠~. 왜 그렇게 발걸음이 느린거야~~.]
[하하~. 미안 미안~.]
그때 그들의 눈에 한 다정한 부녀가 들어왔다. 딸은 아빠가 다가오자마자 핀찬을 줬고 아빠는 장난스럽게 딸의 머리를 헝클어 뜨리며 탑승장 입구로 걸어갔다.
[히잉~. 너무해~.]
[하하. 뭐 어때. 네 머리는 몇번만 쓸어주면 다 정리 되잖아~.]
장년인은 재빨리 아빠뒤를 따라가 그에게 팔짱을 끼는 딸을 보며 청년에게 말했다.
{후훗. 맘에 드냐?}
{음..제법 괜찮은 계집이군.}
장년인은 피식 웃으며 청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말했다.
{내일 새벽엔 네여자야.}
청년은 점점 멀어지는 딸을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았고, 장년인은 그런 청년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뿌우우--------------.
우렁찬 고동소리와 함께 배가 출발했다. 270m로 63빌딩보다 긴 길이. 19층짜리 건물과 맞먹는 높이. 1100여개의 객실과 923석 규모의 극장에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16개의 식당. 그리고 수영장과 각종 위락시설을 갖춘 초호화 유람선이 마침내 3박 4일의 일정을 가지고 닻을 올린 것이다. 오색 찬란한 꽃가루들이 휘날리고 수천개의 풍선들이 하늘높이 올라가는 속에서 배 안이나 탑승장 안이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는사이든 그렇지 않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즐거운 항해를 기원해주었다.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그렇게 Queen Elizabeth호는 출항했다.
[우와~. 방 좋다~.]
유리가 침대에 폴짝 뛰어오르며 말했다. 이미 짐은 방안에 와있었고, 태현은 여행 가방 두개를 구석에 놔두며 빙긋 웃었다.
[방 참 깨끗하네.]
[응~. 헤헤. 아빠~. 우리 빨리 옷 갈아입고 야외 수영장에 놀러가자~.]
[하하. 그래 그래.]
태현은 들떠있는 유리를 보며 웃음지었다. 아무튼 태현은 유리가 욕실에서(방은 원룸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동안 자신도 재빨리 트렁크 사각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짠~~.]
잠시후. 유리가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린후에 관객들에게 제스쳐를 취하는 것처럼 두팔을 양옆으로 활짝 벌리며 폴짝 뛰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태현은 그만 마시고 있던 물을 뱉을 뻔했다.
[유,유리야?]
[헤헤~. 이쁘지~?]
유리는 그 자리에서 빙그르르 한바퀴 돌며 잔뜩 기대어린 얼굴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쁘긴 이뻤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이쁘다는 표현만으론 지금 유리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일반 수영복도 부끄러워서 사각 트렁크 수영복을 입은 아빠와는 반대로 유리는 화끈한 비키니 차림이었던 것이다. 유리의 새하얀 살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하얀색 비키니였는데, 그걸 입혀놓으니 유리의 늘씬한 몸매가 아무런 여과도 없이 그대로 드러나 아빠인 태현조차도 시선처리에 곤란을 느낄 정도였다.
[치이! 뭐야. 안 이뻐? 윤지랑 가서 정말 고심끝에 산 수영복인데...]
아빠가 빨리 대답을 하지 않자 유리가 삐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고 태현은 그러자 재빨리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하하. 아냐 아냐~. 정말 이뻐~. 아빤 유리가 너무 이뻐서 완전히 넋을 잃어버릴 정도야~.]
[헤에~. 정말~?]
[응~.]
아빠의 말에 유리는 금세 활짝 웃었다. 그리고 유리의 그런 화사한 미소를 바라보며 태현은 유리가 저런 모습으로 바로 밖으로 나가면 괜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꺼같은 노파심에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흐,흠. 유리야. 저기...그래도 수영장까지는 반팔티라도 하나 걸치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뭐? 에이~. 아빠는~? 당연하잖아 그런건~.]
유리의 말에 태현은 괜시리 얼굴이 붉어졌다. 유리는 그런 아빠를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태현은 괜히 무안해져서 얼른 유리에게 반팔티를 가져다 주었고 자신도 반팔티를 입었다. 여하튼, 목걸이 형식으로 된 조그만 열쇠 두개를 나눠가진 두 부녀는 그렇게 맨 위층에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우와~. 넓다~.]
야외 수영장을 본 유리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유람선 맨 위층은 전체가 수영장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수영장은 모두 세개였다. 하나는 100m 성인 풀이었고 하나는 어린이용 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다이빙 풀이었다. 수영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태현은 유리를 이끌고 비어있는 자리로 갔다. 두개의 의자가 한쌍으로 놓여있는 자리였는데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의자 사이에 놓인 조그만 테이블 위로는 커다란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다.
[아빠~. 나 썬텐 오일좀 발라줘.]
[응. 근데 가져왔어?]
[당연하지~.]
유리는 의자 등받이의 각도를 조정해서 뒤로 눕히곤 그위에 엎드렸다.
[내가 가져온 가방에 있어.]
태현은 유리가 가져온 조그만 가방 안에서 썬텐 오일을 꺼내었다. 태현은 유리 옆으로 다가가 오일을 적당히 자신의 손바닥에 뿌리곤 잘 문질러서 유리의 몸위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한군데도 빠트리지 말고 다 발라줘야되~?]
[응. 걱정마.]
태현은 그렇게 잡티 하나없는 우윳빛 유리의 살결을 문질러 주면서 이렇게 새하얀 피부를 태운다는 게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응~...왠지 기분 좋다.]
그때 유리가 생긋 웃으며 태현을 뒤돌아봤다. 태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가?]
[아빠가 정성껏 만져주니까. 헤헤. 좀 야한말인가..?]
유리는 혀를 쏙 내밀며 귀엽게 웃었고 태현은 그런 유리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유리의 엉덩이를 톡 쳐주며 말했다.
[자. 이제 다 발랐어.]
[뭐? 벌써?]
[벌써는 뭐가 벌써야. 아빠가 무슨, 오일을 만들어서 발라주는것도 아니고.]
[하지만 앞쪽엔 안 발라줬잖아.]
유리의 말에 태현은 엉뚱한 소리 말라는 얼굴로 유리에게 말했다.
[야. 앞쪽은 너 혼자 바를 수 있잖아.]
태현의 말에 유리는 얄밉다는듯이 그런 아빠를 한번 꼴쳐봐 주고는 앞쪽엔 자신이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다.
[치이! 치이! 흥! 흥~!]
태현은 계속 콧방귀를 뀌며 오일을 바르는 유리를 보며 웃음짓지 않을 수 없었다. 미운짓만 골라해도 싫지 않을 딸인데 하물며 저렇게 이쁜짓만 골라서 하는데야...
태현은 자신이 가져온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유리야. 아빠 마실 것 좀 사올게.]
[치! 사오든지 말든지.]
유리는 여전히 삐진척을 했지만 태현은 저래도 금세 풀어지는 딸이기에 그저 빙그레 웃으며 음료수를 사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