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과 유리가 타고갈 유람선은 요번 여름 자선행사로 특별히 한 이벤트 회사가 미국에서 빌려온 초호화 유람선이라 했다. 특히 유리가 예정 잡아놓은 2주후에 출발하는 홍콩행은 그 자선행사의 스타트를 끊는것이라 의미가 컸고, 자선행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중시하는 정재계 거물들도 많이 탈 예정에 있었다. 한편 여름동안 단 두번만 출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약은 이미 거의 완료되어 있었고, 태현은 예약을 하는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 그것도 이미 2,3등석은 몇주전에 이미 예약 완료되어 있었고 몇자리 남지 않은 1등석 티켓을 간신히 끊었다.
어느새 목욕 사건이 있은지도 일주일이 흘러버렸고, 유리는 아빠 품속에서 행복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아빠랑 같이 자겠다고 떼를 쓰는 도중에 아빠한테 꾸중도 들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옆에 아빠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건 그 어떠한 즐거움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유리는 조심 조심 아빠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요번 일주일 동안은 유리에게 있어서 그 어떠한 때보다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매일 매일 아빠와 키스 할 수 있고, 하루종일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행복함을 일주일 더 즐긴 뒤에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유리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아빠..."
"......"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시간이다. 유리는 조용히 다시 한번 아빠를 불렀다.
"아빠..."
"......"
아빠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른 숨만 내쉬고 있었고 유리는 그래도 혹시나 하며 아빠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변함없이 잠들어 있는 아빠. 유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끼며 아빠에게 조용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태현씨..."
"......"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없다. 유리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다시한번 아빠를 불렀다.
"태현씨..."
"......"
역시 곤히 잠에 빠져있는 아빠는 아무런 기척도 없고. 유리는 가슴이 터질듯이 두근거려옴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아빠를 그 호칭으로 부를 수 있을것 같았다. 이제껏 단 한명의 여자만이 아빠를 그렇게 불렀던, 그리고 유리가 목적으로 하는 그 위치에 있었던 그녀만이 아빠에게 사용 할 수 있었던 단어...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숨도 고르고 아무런 기척도 없다.
자고있다.
그리고...듣지 못할 것이다.
유리는 세차게 뜀박질하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났다.
"...여..."
"요녀석-."
"......!!"
유리는 번쩍 눈을 뜨는 아빠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안 자고 있었어?!"
태현은 피식 웃으며 유리의 볼을 잡고 장난스레 흔들었다.
"니가 부르는 소리에 깻어."
"자고있더니! 사실은 깨어 있었던 거야?"
"뭐~. 잠든척 하고 있었던거지. 그리고~. 아빠한테 태현씨가 뭐냐? 태현씨가."
"뭐야! 몰라! 아빠 미워!!"
유리는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는 방을 뛰쳐나가버렸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그 말을 꺼내었다면 어쩔뻔 했을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유리는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킨것 같아 너무나 속상했다. 굳이 자신의 마음을 아빠에게 보인다면 들키는것 같은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아빠와 얼굴을 마주하고 고백하고 싶었다.
유리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워 버렸다. 아직까지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방금전에 아빠가 갑자기 눈을 떴을땐 심장이 내려 앉는줄만 알았었다. 유리는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덮어버리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유리야~~. 아직 삐졌어?"
아침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 태현은 식사를 할때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던 유리를 바라보며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유리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런 아빠를 노려보았고 태현은 움찔하며 급히 말했다.
"미안해~~. 앞으론 그런 장난 안 칠께~. 응?"
유리는 아빠의 사과에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없더니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 화풀께. 대신 조건이 있어."
"응? 뭔데. 말만해~."
"...여행갈때까지 매일 아빠랑 같이 잘래."
"으,응?"
태현은 유리의 말에 움찔 놀랐고 유리는 그런 태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싫어?"
"아...아니야. 그러자. 하하. 아빠도 우리딸이랑 같이 자는게 얼마나 좋은데~?"
"정말?"
"그러엄~. 물론이지."
태현의 말에 그제야 유리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헤헤~~."
태현은 유리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혹시 또 저번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그날 밤. 태현은 유리에게 이끌려 그녀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베개를 하나 낀채로.
"유리야... 정말 여기서 자야되? 그냥 아빠방에서 자자. 응?"
"싫어. 아빠도 오늘은 내방에서 잔다는데 동의 했잖아."
태현은 유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섰다. 태현은 왠지 향긋한 향기가 코를 휘감는 듯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유리의 방은 그녀의 취향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딸의 방에도 와본지 오랜만이다. 태현은 유리에게 이끌려 그녀의 침대에 앉았다.
"유리야. 근데... 침대가 좀 좁지않아? 둘이서 자기에..."
"괜찮아~. 꼭 붙어자면 되는거지."
...그리고 바로 그걸 내가 노린거고. 유리는 뒷말은 삼키며 생긋 미소지었다. 태현은 생글거리는 유리를 보며 아무리 자기딸이라지만 새삼 그녀가 무척이나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샴푸 모델로 나가도 될법하게 결좋은 긴생머리는 하지만 유리에게 있어선 그녀의 매력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머리를 쓸어넘겨보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조그만 얼굴이 나타난다. 그저 예쁘다는 표현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움... 겨우 열여덟살짜리에게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쓰긴 좀 그랬지만, 그래도 유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절벽위에 피어난 어떤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을 바라볼때처럼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게된다. 태현은 나중에 유리를 시집보낼때 속이 정말 쓰릴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빠~. 무슨생각해?"
"...으,응?"
그때 유리의 목소리가 태현을 깨웠고 태현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방금 넋을 잃은채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유리는 태현의 목을 감싸며 그에게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뭘 그렇게 멍하게 있어?"
태현은 자신의 모든 생각을 읽어낼듯이 자신의 두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리에게 애써 태연하게 웃음지으며 말했다.
"아. 하하.. 하하하. 그게말야. 나중에 너 시집보낼때 정말 속이 쓰릴것 같다고 생각했어."
"정말~?"
태현의 말에 유리는 활짝 웃었다. 아빠가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갈때 질투를 느낄것 같다고 말하니(사실 태현은 그런 의미로 말한것이 아니지만.) 너무 기뻤다. 사실 방금전이나, 아니면 가끔 아빠가 멍하게 있을땐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리는 마음같아선 아빠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 담배는 몇개나 폈는지, 오늘은 누구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몇번을 웃었는지. 아빠에 관한거라면 무엇이든지 알고 싶었다.
그런게 유리의 심정이었지만, 여하튼 방금전엔 아빠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유리는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걸 어쩔 수 없었다.
"헤헤~~. 그럼 나 결혼하지말까~~?"
유리는 생글거리며 그렇게 말했고 태현은 유리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헛. 이녀석아. 결혼은 해야지~. 결혼해서 신랑이랑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피이~. 그래두 아빠가 질투하는데 그래서야 내맘이 편하겠어~?"
"하핫. 아빠가 왜 질투를 해-?"
유리는 아빠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었다.
"...뭐? 하지만. 방금전엔 질투난다고 했잖아."
"에이~. 내가 언제-? 그냥 너 시집갈때 속이 쓰릴것 같다고 그런거지~. 너도 생각해봐. 애써서 그렇게나 예쁘게 키워놓은 딸을 다른 녀석이 훔쳐가버릴때 아빠의 심정이 어떻겠어~?"
유리의 눈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화가 났다는 소리다.
"...그래서. 질투는 안 나?"
"응...?"
태현도 유리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것을 보았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태현은 자신이 방금전에 한 말을 떠올려 보았지만 유리가 화낼만한 말을 자신은 한적이 없었다.
"대답해."
"으,응?"
"질투 안 날것 같아?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데도...?"
태현은 유리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질투같은거야 날리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딸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덩달아 행복해 질것만 같은데. 만약에 아빠된 입장으로 그 상황에서 질투를 느낀다면 주책도 그런 주책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리는 마치 자신에게서 질투가 날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싶어 하는 눈치였다.
태현은 망설였다. 질투가 날것 같다는 대답을 한다면 정말 주책스러운 아빠가 될것 같았고, 그렇다고 그렇게 대답하지 않자니 이번엔 유리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태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질투...날것 같아."
"...정말?"
"으...응. 정말. 이렇게나 예쁜 딸이 아빠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데 당연히 질투가 나야 정상이겠지--."
유리의 표정이 환해졌다. 태현은 자신을 향해 기분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웃음짓는 유리를 보며 일단 자신이 정답을 맞췄다는데 안도했다. 만약 질투가 나지 않을거란 말을 했으면 지금쯤 유리에게 엄청나게 싸늘한 눈빛을 받고 있었을지도.
"헤헤~~. 우리 주책쟁이 아빠~~."
태현은 유리가 생글거리며 자신의 볼을 잡고 장난스레 흔들자 마주 웃음지어주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신은 주책쟁이가 되어버렸다.
태현은 뭔가 촉촉하고 부드러운것이 입술위를 왔다갔다하는 느낌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옆을 더듬어보니 자다가 떨어질까봐 벽쪽에 눕게했던 유리가 어디갔는지 없었다. 입술에서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뭔가가 왔다갔다거리고, 태현은 그 느낌이 왠지 오래전에 많이 느껴봤던 어떤 느낌과 비슷해서 그게 뭘까하고 가만히 입술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집중했다. 분명 익숙한 느낌이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특히 잠에서 깨어날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고보니 아내가 살아생전엔 항상 키스로 자신을 깨워줬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핥아주며...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럴때라면 항상 자신은 아내를 꼬옥 끌어안아주며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잠깐. 그리고보니 이건...'
"......!!"
태현은 기겁할듯이 놀랐다.
이건 혀로 핥아질때의 느낌 아닌가...?! 태현은 가슴이 미칠듯이 방망이질 치는걸 느끼며 가늘게 실눈을 떴다. 가는 수면등 불빛 사이로 유리의 감겨진 눈이 보인다. 수면등의 불빛 때문일까...? 유리의 얼굴이 무척이나 붉어보였다. 태현은 가슴이 너무나 쿵쾅거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조차 없었다. 너무나 놀랐다. 유리가 지금 도대체 무슨짓을...
"하아...하아..."
그때 유리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가쁜숨을 몰아쉬며 태현을 바라보았다. 태현은 심장이 마치 귀에 달리기라도 한듯이 너무나 크게 들려오는 고동소리에 혹시나 유리도 그 소리를 들을까 조바심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거 싫어..."
그때 유리가 나직한 음성으로 태현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태현은 이대로 자신이 눈을 뜨면 유리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을까봐 어쩔 수 없이 가는 실눈만을 뜬채 유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게 싫다니...? 무슨 소릴까...? 태현은 귀를 기울였고, 유리의 속삭임은 계속 되었다.
"...아빠 몰래 이러는거...이제는 지쳐버렸어. ...지겨워. 바로 눈앞에 아빠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데...언제까지 이렇게 몰래 몰래 해야되는거야...?"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태현은 이제 머리에 심장이 달린게 아닌가 생각했다. 커다란 고동소리는 머리가 아프도록 울려온다.
"...미칠것같아..."
태현은 유리가 무슨말을 할지 겁이 덜컥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게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가지고 싶어."
...뭘? 태현은 제발 유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자신의 상식을 뛰어 넘는것이 아니길 빌었다. 유리의 속삭임은 계속 이어졌다.
"...아빠가...가지고 싶어서...미쳐버릴것 같아..."
"......!!"
태현은 순간 뭔가로 한대 얻어맞은듯이 머리가 멍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지금...
유리가 무슨 말을 한거지...? 태현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태현에게 유리는 마치 확실히 알아들으라는듯이 한번 더 말했다.
"아빠를 가지고 싶어...아빠를 내 남자로 만들고 싶어...그래서...나만 바라보게...나만 사랑하게...나만 보고 웃게...그렇게 만들고 싶어..."
태현은 서서히 덮쳐오는 유리의 입술을 느끼며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지금은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아빠에게 깊디 깊은 키스를 하고 천천히 입술을 뗀 유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반드시 널 가지고 말겠어..."
수면등 불빛 사이로 보이는 유리의 눈동자는 아빠를 향한 소름끼치는 갈망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다음날 아침. 태현은 유리가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빠~~. 얼른 일어나~~. 벌써 해가 중천에 떳어요~.]
애교가 잔뜩 어려있는 목소리였다. 태현은 하지만 도저히 눈을 뜰 자신이 없었다. 어젯밤에는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유리가 한참 더 키스를 하고...자신의 몸을 어루만진것 까지는 기억나는데...어떻게 하다가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얼른 안일어나~?! 밥 다 식는단 말야~~.]
태현은 유리가 계속해서 흔드는데 어쩔 수 없이 눈을 떠버렸다.
[헤헤~. 안녕히 주무셨어요~~.]
유리는 아빠의 몸위에 올라타 생글거리며 인사했다. 태현은 어젯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같은 유리의 모습에 왠지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이 모습이 언제나 자신이 보아왔던 유리의 모습이긴 해도...왠지 지금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아빠...?]
그때 아빠의 표정이 어두운걸 본 유리가 걱정어린 얼굴로 태현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았다.
[어디 아퍼...? 열은 없는데...]
[으...응? 아,아냐. 아빠 안 아퍼.]
태현은 계속 이렇게 있다간 유리가 혹시나 어젯밤에 자신이 깨어 있었단걸 눈치챌까봐 얼른 말했다.
[근데 표정이 왜그래...?]
[응? 아...그게. 아,하하. 하하하. 잘 자고 있는데 유리가 깨워서~~. 하핫. 심술이 좀 났었어.]
태현은 애써 웃음지었고 유리는 태현의 볼을 잡곤 장난스레 흔들며 말했다.
[에~~. 그런거 였어? 하여튼 내가 아빠를 키워요~~. 어이구~. 언제 철드나 몰라~.]
[뭐~~? 요녀석~~.]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헝클어 뜨렸고 유리는 생글거리며 아빠의 입술에 입맞춤을 쪽 해주곤 일어났다.
[벌써 밥차려 놨어~~. 얼른 내려와~~?]
[응~~.]
유리는 깜찍하게 손을 흔들며 방에서 나갔고 태현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침 식사를 같이하고 오전에 장을보러 마트에 같이 갔다 왔다가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하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올때까지. 태현은 언제나와 똑같이 활발하고, 너무나도 예쁜 웃음을 짓는 딸을 바라보며 서서히 어젯밤의 충격을 잊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항상 보아왔던 유리의 모습과 어젯밤 유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판이하게 달라서 일까. 태현은 어쩌면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생생한 꿈..
태현은 자신에게 팔짱을 꼭 낀채 옆에서 재잘거리는 유리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제 악몽을 꿨던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빠와 딸 사이의 사랑은 아빠와 딸이라는 한계선을 넘어서는 안되는것이기에.
유리와 함께 집으로 들어온 태현은 오늘따라 피곤했던(사실 유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것도 보통 힘든일이 아니었다.) 하루를 떠올리며 유리에게 목욕하겠다고 말했다. 유리는 생긋 웃으며 그러라고 했고 태현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가득 받아놓고 벗은 몸으로 욕조에 몸을 담그니 그렇게나 편안할 수가 없었다. 태현은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에 찜질이나 하려고 수건을 찾았다. 하지만 언제 다 썼는지 수건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태현은 팬티만 걸친채 수건을 가지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방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태현은 안에서 인기척이 나는걸 느꼈다. 유리인가...? 태현은 깜짝 놀래켜줄 생각으로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 문을 발칵 열어젖히려 했다. 그런데 태현이 문고리를 잡은 순간. 문틈사이로 침대에 올라앉아 자신이 오늘 입었던 반팔 셔츠의 냄새를 맡고 있는 유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태현은 흠짓 놀라며 문고리에서 손을 떼곤 숨죽여 유리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다. 유리는 잠시동안 그렇게 아빠의 셔츠 냄새를 맡더니 곧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리곤 뭘 망설이는지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태현은 유리가 어쩌려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았고, 유리는 잠시동안 그렇게 뭔가를 망설이더니 곧 천천히 팬티를 벗었다. 태현은 흠짓 놀랐고, 유리는 치마를 들추곤 아빠의 셔츠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보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태현의 두 눈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아...아....아...흐응...]
곧 유리의 입가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태현은 가슴이 미칠듯이 박동질 치는것을 느꼈다. 도대체...도대체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일까...! 태현은 자신의 두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 태현의 귀로 유리의 분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아...흐응...아빠...아...하아...사랑해...]
쿠웅-!
누군가가 자신 가슴위로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던진 것 같았다. 태현은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끼며 그자리에서 주저 앉을뻔 했지만 그러다가 유리에게 들키면 정말로 큰일이었다. 유리가 그녀의 저런 모습을 자신에게 들키면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기에. 태현은 어찌할바를 모르며 유리가 자신을 부르며 자위를 하고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유리는 아빠의 셔츠를 소중하게 가슴에 끌어안곤 그 냄새를 맡으며 열심히 가랑이 사이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태현은 처음보는 여자의 자위모습에 순간적으로 야릇한 기분이 드는걸 느끼며 깜짝 놀랐다. 자신이 지금 제정신인걸까...? 딸이 자위를 하는 모습을 보며 흥분을 느끼는 아빠라니...말도 안 된다.
[흐윽...아빠...사랑해...하앙...너무...너무...하앙...사랑해...]
이제 유리는 거의 절정에 다와가는지 애탄 손짓으로 보지위를 매우 빨리 문지르고 있었고 태현은 더이상 보고 있다간 자신이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들것 같아서 조용히 욕실로 돌아왔다. 태현은 힘없이 욕조에 들어갔다. 물은 그세 식어버렸는지 약간 미지근했다.
[후우...]
태현의 한숨소리가 욕실안을 가득히 울렸다.
태현은 방금 목욕을 하고나와 뽀얀 얼굴의 유리가 생글거리며 자신 옆자리로 이불을 들추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아까 본것이 헛것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도대체가 이런 천사같은 모습의 딸을 보고있자니 아까 전이나 어제 일이나, 믿을 수가 없었다.
[아빠아~~.]
태현은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가 유리가 달려들어 답싹 안기자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신기했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을 때라도 이렇게 웃음짓는 유리의 얼굴을 보고만 있으면 기분이 즐거워지니 말이다. 역시 자신은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일까.
[왜에--.]
태현은 빙그레 웃음지으며 유리에게 대답했고 유리는 애교어린 얼굴로 아빠 다리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우리 키스해.]
[으,응?]
키스하자는 딸의 말에 태현은 문득 아까 유리가 자위하던 모습이 머릿속으로 스쳐서 움찔 놀랐고 유리는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싫어?]
[응? 아,아냐. 싫긴...]
태현은 그러며 천천히 유리의 머리를 끌어당겼고 유리는 배시시 웃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곤 아빠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끈적하게 부대껴오는 딸의 입술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말하자면...거북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태현은 이런 자신의 기분을 유리 앞에서 드러내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주며 유리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한편 유리는 완전히 아빠와의 키스에 빠져있었다. 역시 이렇게 직접 아빠와 키스를 하는것이 혼자서 자위를 하는 것 따위보다 훨씬 기분 좋았다. 자위를 하고나면 항상 쓸쓸하고 왠지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지만 이렇게 아빠와 키스를 하고나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듯이 행복했으니까...
태현은 유리가 입술을 움직이는대로 자신도 그에 맞춰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태현은 자신과 유리가 키스하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스에 빠져있는 유리는 입술을 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태현은 눈을 살며시 떴고, 내려감긴 유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유리는 자신과의 키스에 도취되어 있는듯 했다. 평소라면 이런 딸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태현은 왠지 이 이상하다간 유리가 이성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유리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그러자 유리는 흠짓 놀라며 아빠에게 입술을 다시 붙여왔다. 태현은 그런 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다시 입술을 떼어냈고 그러자 유리는 애처로운 눈길로 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조금만...조금만 더하면 안 돼...?]
태현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많이 했잖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알았지?]
[싫어...]
하지만 유리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어느새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태현은 그런 딸을 보며 왠지 가슴이 아려오는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면...아빠를 몰래 사랑하면서 너무나 힘들어 했을 딸이 너무 애처롭게 느껴졌다. 태현은 안타까운 손길로 유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타이르는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유리야...]
[더 할래.]
[유리야...?]
태현은 유리의 눈꼬리가 살며시 올라간것을 보았다.
[더 하고싶어. 조금만 더...]
[하지만 유리야...]
...더이상 하다간 너만 더 힘들어질 뿐이야... 태현은 뒷말을 삼키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한편 유리는 아빠를 바라보며 점점 자신이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알고있다. 여기서 더이상 아빠와 키스를 하다간 자신이 무슨짓을 저질러 버릴지 모른다고. 자칫 키스가 가져다주는 황홀감에 못이겨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만약 아빠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되어 버린다면 그나마 이렇게 키스를 나누던것도 못하게 되어버릴지 몰랐다. 딸인 자신이 아빠인 그를 사랑한다는걸 아빠가 알면 아마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할테니까. 하지만 유리는 살짝 벌어진채 따뜻한 숨결을 내쉬고 있는 아빠의 입술을 바라보며 너무나 참기가 힘듦을 느꼈다. 아주 조금만 더...조금만 더 키스를 하면 안 될까...? 조금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빠...제발...조금만 더...]
태현은 눈시울을 붉힌채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리를 바라보며 그만 눈물이 왈칵 흐르려는것을 느꼈다. 지금 유리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지... 그리고 이제까지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하지만...유리가 원하는대로 해줄수는 없었다. 자신은 그녀의 아빠이기 때문에...
태현은 키스대신 유리를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유리야... 아빠는...아빠는 무슨일이 있어도 우리 유릴 사랑하는거 알지...?]
[...응.]
[그래...아빠는...유리의 아빠이구...유리는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니까...]
아빠의 말에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것을 느꼈다. 가슴이 너무 아팟다...너무 아파서...미어질것만 같았다...지금 아빠의 말이 왠지 아빠와 자신의 관계를...그리고 그 관계가 가진 한계를 말해주는것 같아서...
[아빠...]
[응...]
[사랑해...]
[...나두 사랑해 유리야...]
부녀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야! 서현우~! 살아있었냐~.]
현우는 활짝 웃음지으며 다가오는 영민을 보며 반가운 얼굴로 친구를 맞아들였다.
[니가 여기 어쩐일이냐?]
[어쩐일이긴 어쩐일이야. 니가 하두 생존신고를 안해서 몸소 찾아오신거지. 그래. 알바짓은 할만하냐?]
현우는 테이블을 M던걸 끝마치곤 손님들이 버려두고간 햄버거 포장을 휴지통에 버렸다.
[할만하긴. 그냥 용돈 조금 벌자고 하는짓인데. 재미없어도 참고 하는거지.]
[오~. 서현우 성질 많이 죽었는데~?]
영민은 현우의 줄무늬 알바유니폼 가슴에 달려있는 M자 마크를 장난스레 쿡쿡 찌르며 말했고 장난기가 돈 현우는 영민에게 헤드락을 걸어버렸다.
[이 자식~! 어디 감히 본좌의 몸에 손을데~?]
[아~아야~. 항복~! 항복~! 지금 안 놔주면 공주님 생신잔치에 안데려가 준다?!]
[엉? 공주님 생신잔치?]
현우는 목메인 영민의 목소리에 솔깃해져서 재빨리 헤드락을 풀어주었다. 영민은 장난이라도 아팟었는지 목언저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하여튼 힘만 무식하게 세요 그냥..]
푸념섞인 영민의 말에 현우가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마수를 뻗쳐왔고 깜짝놀란 영민은 급히 정보를 내뱉어버렸다.
[자,잠깐~! 임마 그거 진짜 아프단 말야~! 요번주 토요일에 정유리 생일이야~.]
[뭐? 진짜?]
[그래~. 넌 어째 관심있는 애 생일도 모르냐?]
[윽. 알아낼 방법이 있어야지.]
[어이구...아무튼. 유리가 친구는 많아도 생일에는 진짜로 친한친구 몇명만 초대해서 놀거든. 아마 대여섯명 정도만 초대될꺼야. 물론 난 윤지 덕에 거기 포함되지. 후후...]
영민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현우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현우는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영민을 쏘아봐 주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뭘 원하나?]
[피자 두판. 빅맥 세트 한달간 일주일에 세번씩. 맥주 마실때마다 치킨 쏘기.]
[...죽일놈.]
[어허~~. 공주님 생신잔치 티켓이 걸려 있는데도?]
[쳇. 빅맥은 빼자.]
[일주일에 두번.]
[제길...다팔고 남은거 쳐먹여 줄테다.]
영민은 야속하단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에게 낄낄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어쨋건 deal~.]
[제길. 이것도 친구라고.]
탁--.
두 남자는 손을 마주잡았다. 계약 성립. 비록 잠시후에 영민이 벌겋게 달아오른 손을 부여잡곤 중국집 메뉴판을 읊으며 계약 조건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것은 현우의 압도적인 무력앞에 간단히 제압되었다.
[아빠~. 우리 오늘 좀 일찍 마치니까 나중에 삼겹살 구워먹자~. 어때?]
유리는 저녁 프라임 시간에 난 짧막한 휴식시간때 아빠의 목에 매달리며 말했다. 태현은 깡총 뛰어올라 자신의 목을 끌어안는 사랑스런 딸을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안아주며 말했다.
[조금있다 여기서 밥 안먹고?]
[응-. 오늘은 삼겹살이 먹고 싶어~.]
[그래두...그러면 저녁시간이 너무 늦어지는데-. 너 그렇게 저녁 늦게 먹으면 살찐다?]
[에이~. 한번인데 모~. 괜찮어~~.]
태현은 오랜만에 유리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자.]
[정말~? 야하~! 고기 먹는다~.]
[하하. 유리야~. 무거워~. 이제 좀 놔~.]
[어휴~. 이제 우리 아빠도 너무 허약해 지셨어~~.]
[뭐어~? 요녀석~.]
[꺄하하~! 하지마~~.]
태현과 유리는 그렇게 장난을 치다 레스토랑일을 마무리하곤 마트에 들러 돼지 삼겹살과 쌈싸먹을 채소 몇가지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씻고난뒤 두사람은 정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마당에 가깝지만)에 가스버너와 사가지고 온 고기, 채소를 가지고 나왔다. 거실에 불을 환하게 밝혀 놓았기 때문에 정원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아니, 어느정도 무드도 있는 그런 밝기였다. 그것이 비록 삼겹살보단 스테이크를 썰기 더 적당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쨋든 태현과 유리는 가스버너를 정원에있는 테이블에 올려놓는등 금세 삼겹살 구워먹기 준비를 끝냈다.
[자~. 어디 구워볼까~.]
태현은 간만에 가지는 야외에서의 식사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에 입가에 웃음을 달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유리는 그런 아빠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태현은 은연중에 유리의 그런 시선을 느꼈지만 모른채하며 고기를 굽는데만 신경을 기울였다. 곧 삼겹살은 금세 노릇노릇하게 굽혔고 태현은 일단 둘이서 요기를 할정도 만큼만 구운뒤 의자에 앉았다.
[자~. 일단 이것부터 먹어.]
[응~. 헤헤~~. 맛있겠당~.]
유리는 생글거리며 고기쌈을 싸서 아빠에게 내밀었다.
[자~. 아빠 아~~.]
[아~~.]
[옳치~.]
태현은 유리가 내미는 쌈을 넙죽 받아먹었고 유리는 그런 아빠가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태현은 자신도 유리에게 쌈을 싸서 주었고 유리 역시 그걸 답싹 받아먹었다. 꼭꼭 씹어 꿀꺽 삼킨 유리가 생글거리며 다시 아빠에게 쌈을 싸주었고, 그런식으로 두사람은 서로에게 쌈을 싸주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잠시후, 다시한번 고기가 굽히고. 이번에도 유리에게 주려고 쌈을 싼 태현은 왠지 장난기가 돌았다.
[자. 유리야 아~.]
[아~~.]
아빠가 내미는 쌈을 받아먹으려 유리가 귀엽게 입을 벌렸고 태현은 싱글거리며 거의 유리의 입까지 쌈을 가져갔다가 재빨리 방향을 돌려 쌈을 자신의 입속에 쏙 집어 넣어버렸다.
[어! 뭐야~그런게 어디있어~.]
[하하. 속았지~.]
쌈을 왁왁 씹어 꿀꺽 삼킨 태현이 고소하다는 얼굴로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약이오른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씨이~. 뱉어내-.]
[하핫. 이미 삼켜버린걸 어떻게 뱉어내~?]
[싫어~싫어~. 나 그거 먹고싶었단 말이야-. 얼른 뱉어내~.]
태현은 유리의 억지에 약간 당황스러워졌고 유리는 잔뜩 삐진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태현은 볼을 부풀리며 자신을 흘겨보는 유리의 모습에, 이런 사소한것에도 삐지는 딸이 왠지 어리게만 보이고 너무 귀여워서 빙긋 웃으며 유리의 볼을 장난스레 잡으며 말했다.
[으이구~. 알았어. 아빠가 다시 쌈 싸줄게~. 그러면 됐지~?]
[싫어! 난 방금전 그게 먹고싶단 말야~!]
하지만 유리는 막무가내였다. 태현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았고 유리는 냉큼 아빠의 입앞에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얼른 뱉어내.]
[하지만 이미 삼켜버린걸...]
유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아빠를 잠시 흘겨보더니 곧 자신이 쌈을 싸서는 아빠에게 내밀었다.
[자. 그럼 이걸 아빠가 씹어서 줘.]
[뭐,뭐?]
[아빠가 방금전껄 삼켜버렸으니까 별수없잖아. 그러니까 얼른 이거 씹어서 나한테 먹여줘. 그래야 공평하지.]
유리의 말에 태현은 당혹스런 얼굴로 대답했다.
[하,하지만 내입에 있던걸 어떻게 너한테 줘..?]
[치이! 왜 못줘?]
[더,더럽잖아...]
[아빠 입안에 있던건데 뭐가 더러워~? 자. 그러니깐 일단 아~~.]
태현은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유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단 그녀에게서 쌈을 받아먹었다. 유리는 잔뜩 기대어린 눈빛으로 아빠을 바라보았고 태현은 그냥 이대로 쌈을 입안에 넣고 있기도 좀 그래서 일단 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꿀꺽--.
[앗! 그,그러는게 어디있어!]
유리는 깜짝 놀라며 태현을 바라보았다. 태현은 씹고있던 쌈을 삼켜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에게 그런건 당연한 것이다. 어떻게 먹고있던걸 딸에게 줄 수 있겠는가? 태현은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일단 재빨리 다시 쌈을 하나 싸곤 그걸 유리에게 내밀었다.
[유,유리야. 그래도 어떻게 아빠가 먹던걸 유리한테 줘? 그러니까 그냥 이거 먹고 용서해주라. 응?]
[싫어.]
유리는 아빠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냥 내말대로 한번 먹여줄래? 아니면 나랑 3일동안 말 한마디도 안 할래?]
유리의 말에 태현은 기가 딱 막혔다. 이건 완전히 아빠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오늘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할때부터 유리가 이렇게 자신을 골탕먹일 생각을 했던것 같았다. 태현은 유리가 갑자기 괘씸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들고있던 쌈을 입에 넣곤 우악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유리는 아빠의 그런 행동에 드디어 아빠가 자신의 말대로 해주려나보다 생각하며 기대에 가득찬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이렇게 아빠와 고기를 구워 먹자고 했을때만 해도 그냥 아빠와 오랜만에 정원에서 둘이서 재미있게 저녁을 먹고 싶었던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빠와 재미있게 고기를 구워 먹다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과 같이 아빠에게 억지를 부리면 아빠가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입안에 있던 쌈을 먹여주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은 아빠와 딥키스를 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그렇게 유리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꿀꺽--.
[......!!]
유리는 고기쌈을 꼭꼭 씹어서 자신에게 먹여주는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그걸 꿀꺽 삼켜버리자 흠짓 놀라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혹시 실수로 삼킨걸까? 하지만 아빠의 얼굴은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지만 아빠의 표정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과의 키스(?)보다 3일동안 아무 대화도 하지 않는걸 선택한걸까...? 유리는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르는것을 느끼며 집안으로 뛰쳐 들어가 버렸다.
[아빠 미워!!]
태현은 울음섞인 유리의 외침을 들으며 급히 그녀를 뒤따라 가려 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후우......]
입에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불과 몇분전만해도 그렇게나 즐거웠던 정원이 이렇게나 거북하게 느껴질 줄이야. 태현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옴을 느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해 왔다. 태현의 입에선 다시 한숨이 터져나왔다. 한편 자기 방으로 돌아온 유리는 방문에 기대어 서서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안 따라온다 이거지...]
유리의 눈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어디 두고봐.]
이번엔 정말로 화가 났다. 겨우 입으로 한번 먹여주는거보다 자신과 3일간 말을 안 하는걸 선택한데다... 울면서 뛰어가는 자신을 붙잡아 주지도 않다니. 유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속에서 환히 웃고있는 아빠를 이를 사려물며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