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30)

제 3 장  새로운 탄생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날이 밝는지 돔 형식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천장 가운데 나 있는 투명한 유리창에서 희뿌연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에 뒤 엉켰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여 보았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먼 훗날 복제인간을 만드는데 성공을 한 것 같았고, 흑슈 역시 뇌 스캔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마주 앉아 바라보고 있는 16살의 소녀는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육체는 16살이 난 소녀의 몸이었고, 정신연령은 27살이었다.

어머니는 지금 나를 낳고 7개월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의 육체는 16살 어린 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지금 50살이 틀림없었다.

나는 어제가 나의 50번째 생일로 흑슈와 만나 술을 마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어떤 문제가 있었을 것 같았다.

대충 내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고 어찌되었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어떤 문제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골치 아픈 것들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장시간에 걸쳐서 어머니에게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들을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나의 설명을 들으며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간신히 정리하여 차차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네가 내 아들이란 말이지?"

"네, 그래요. 어머니...."

"아! .............! 내가 너를 낳은 지가 이제 겨우 칠 개월밖에........"

어머니는 자기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칠 개월 전에 아이를 낳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자신의 몸은 꿈 많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있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는 모양이었다.

            *         *         *

우선 한 손으로 수조의 가장자리를 집고 훌쩍 뛰어 넘었다.

생각보다 날렵하게 몸이 움직였다.

그도 그럴 것이 50살의 중늘그니가(성님.... 죄송하구만유.... 음양신공에서두 잠깐 나오더니만... 여기서두 또 나오시네유.... 출장 잘 다녀오시구유... 헤헤헤~~~ 오실 때 흑슈꺼만 사오시지 말구 내꺼도....!!! ) 16살의 소년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어머니, 이리 내려오세요."

"으응!"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왼 손으로 수조의 가장자리를 붙잡은 다음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 수조의 바깥쪽으로 내 밀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어머니를 안전하게 붙잡아 주려다 그만 얼굴을 뻘겋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직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몸에 걸친 것이 없었으니까......!

내가 내민 손에 어머니의 손이 닿았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는 순간 나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내려왔다.

그러나 아차 하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고 나와 어머니는 서로 껴안은 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최초로 맛보는 부드럽고 따뜻한 알몸의 아찔한 감각이 전신을 자극해 왔다.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뿌듯하게 힘이 들어가며 자지가 저절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딱딱하게 부풀어오른 나의 자지는 어머니의 아랫배 부근을 힘차게 찔러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다소 겸연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흘낏 아랫도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얼굴을 붉혔다.

성난 내 자지는 무엇이든 뚫을 듯이 힘차게 꿈틀대고 있었다.

슬그머니 아래를 가리며 일어나자 어머니는 모르는 척 다른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옷과 신발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마치 우주선의 실내처럼 생긴 이 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세밀히 살펴보았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잘 정돈된 실내에는 생전 처음 보는 여러 가지 첨단 장치들이 있었는데, 전원이 들어와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중앙에 놓인 생체복제장치 옆으로 오른쪽에는 거대한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치과 병원의 의자처럼 생긴 장치에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해골이 한 구 앉아 있었다.

그 해골은 금테의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아마 미래의 나, 아니 과거의 나 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죽어서 해골이 되어버린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아주 미묘했다.

그러나 이때 나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육체가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는 해골로 변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질 않는 우를 범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 여러 가지의 일들이.....

아무튼 그 옆으로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처럼 생긴 컴퓨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책상 뒤쪽으로 커다란 콘솔박스가 있었고 그 콘솔에는 알 수 없는 기계가 장치되어 있었다.

반대편에 출입문처럼 생긴 곳이 보일 뿐 그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어머니와 나는 출입문처럼 생긴 곳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열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동력은 전부 차단되고 현상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이 공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달콤한 향내가 옆에서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보니 어머니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다소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잘 되질 않니?"

"으음... 네, 아, 아뇨....!"

나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이 소녀가 나의 어머니라니.....!

왈칵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에 생각이 미쳤다.

황급히 책상으로 다가가서 노트북을 집어들고 뒷면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노트북의 모델명과 사양 및 제조일자가 알루미늄 판에 음각 되어 있었다.

『야문파워노트북

모 델 명 : 야문-2000-01-07

프로세서 : 야설파워 2000

비 디 오 : 고해상도 야문 픽춰

정격전압 : DC 19V

정격전류 : 2.4 A

제조일자 : 2043. 1. 7.

제조번호 : 20000107

소비자상담실 : 2000-2000-2000』

내가 생각나는 마지막 나의 기억이 50세인 2002년 3월 1일인데 이 노트북의 제조일자는 2043년이니 앞으로 41년이 지난 후에 만들어 진 것이란 말인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불안스럽게 다가왔다.

"으음.....!"

전원이 없었지만 내장된 배터리가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 스위치를 넣자 파워인디케이터에 적색 불이 들어오며 부팅이 되기 시작했다.

부팅이 되기 시작하자 나는 언제 전원이 끊어질지 몰라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야문윈도우2040』이란 처음보는 윈도우의 로고가 떴다 사라지고 부팅이 완료됨과 동시에 나는 터치패드에 손가락을 대고 노트북 액정화면의 오른쪽 하단으로 커서를 움직여 배터리 모양의 전원 표시를 체크 해 보았다.

『DC 전원  충전율 94 %  약 2,256 시간 사용 가능』

노트북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내 눈이 잘못 되었나 싶어서 다시 체크를 해 보았지만 역시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배터리의 성능이 놀라웠다.

'우리 나라에서 월드컵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최신형 스마트 수소 배터리로도 고작 다섯 시간 정도밖에 사용을 할 수가 없었는데........'

초박형 메탄올 연료 전지를 개발한다고 하더니....

이 정도면 노트북 안에 담겨진 내용을 서두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검색 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새삼 모든 것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맨 엉덩이에 싸늘한 감각이 드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검색하기에 앞서 시간과 날짜를 체크해 보았다.

『 2061 5. 4. 토요일 06:37 』

"어머나! 지금이 2061년 봄이란 말이야?!"

내 곁에서 보고있던 어머니가 놀라 외쳤다.

나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터이라 그냥 폴더를 열어 내용을 검색했다.

이리저리 뒤적이자 마침내 미래, 아니 과거의 내가 복제되어 다시 환생할 나에게 써 놓은 메시지를 발견하였다.

내 왼쪽 어깨에 어머니의 오른쪽 유방이 닿는 짜릿한 감촉을 즐기며 그 메시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는 메시지의 내용을 스크롤 해가며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등뒤에서 나를 껴안고 감탄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나는 메시지에 담긴 내용보다 내 등 전체에 느껴지는 어머니의 유방과 알몸의 감촉이 더 자극적이었다.

그 메시지에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여러 가지 지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메시지의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이야기하겠다.

또 어지간한 일들은 독자 여러분들이 먼저 다 알고 계실 터이니까.....!

            *          *           *

맨 몸에 노트북을 들고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노트북에 적혀있는 대로 출입문의 왼쪽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니 네모난 작은 틈이 있었다.

그 틈을 옆으로 밀자 조그마한 구멍이 생기고 그 속에 비상용 버튼이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배터리에 저장된 예비 전원이 공급되며 출입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서자 정면에는 밖으로 나가는 최종 출입구가 은빛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터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양쪽 옆으로 각각 방이 하나씩 있었다.

오른쪽에는 메시지대로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는 다용도의 거실겸 주방겸 침실이었고, 그 한쪽 편에는 방수 커튼으로 만든 나지막한 가리개로 가려놓은 욕조와 변기가 있었다.

왼쪽에는 여러 가지 물품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였다.

어머니와 나는 먼저 옷과 신발을 찾아보았지만 아무 데도 옷과 신발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멍청한 미래의 나, 아니 과거의 나는 다른 모든 생필품들은 준비해 놓았는데 옷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야문과학연구소에서 은퇴를 한 후에 그 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털어서 이 건물을 짓고 혼자서 이 속에 들어와 살았고, 그나마 말년에 단 한 명의 친구였던 흑슈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으니 더 이상 찾아올 사람도 없고, 세상에서도 잊고 말았을 것이 뻔했다.

빨리 밖으로 나가서 변해버린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벌거벗은 상태로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머니와 나는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나는 어머니의 벗은 몸을 보거나 접촉할 때에 시도 때도 없이 자지가 불끈불끈 발기하여 몹시 부끄러웠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는 갓난아이로 생각이 되는지 나의 몸을 보거나 자기의 벗은 몸을 내게 보여주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배고프지 않니? 젖 줄까? 호호호호.......! 아기가 너무 크니까 좀 징그럽네!"

그러더니 일어나 싱크대가 있는 쪽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어머나!!! 이것 좀 봐! 마치 누가 조금 전에 넣어 놓은 것 같네!!!"

냉장고에는 동력이 공급되고 있었고 안에는 놀랍게도 랩으로 싸여진 배추며, 무, 고기, 생선 등이 마치 어제 넣어 놓은 것처럼 싱싱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 동안 식품 보존에 관한 연구가 놀랍도록 발달된 것 같았다.

싱크대 위의 수도꼭지를 열자 정수된 맑고 신선한 물이 흘러 나왔다.

어머니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동안 나는 침대 옆에 있는 조그마한 식탁 위에 앉았다.

알몸으로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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