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생체 복제 장치의 완성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또 흘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45년이 지났고 나도 나이를 먹어 금년에 90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덧 몸과 마음은 노쇠해져서 이제 죽음이라는 단어도 나에게 낯선 거부감 대신에 아주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 많은 나날들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생체복제장치의 개발에 매달려 왔으나 계속하여 실패만 거듭해 왔다.
결국 나는 생체복제장치를 완성치 못하고 이대로 죽고 마는 것일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21세기의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흑슈도 뇌 스캔 프로그램만 개발해 놓고는 결국 컴퓨터와 완전하게 접합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 한 채, 3년 전 어느 봄날에 자기의 뇌를 스캔한 광자기디스크 한 장을 나에게 맡겨놓곤 씁쓸한 미소를 남긴 채 훌쩍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오늘 시도하는 이 실험이 내 생애에 있어서 마지막 생체복제실험 일 것 같았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며 거동하기조차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실험을 하기로 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던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찾아 쓰고 저 만큼 떨어져있는 생체복제장치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다소 쓰리고 아파 왔다.
생체복제기는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길이 삼 미터 폭 이 미터 크기의 받침대 위에 투명한 강화 유리를 재료로 하여 타원형의 원통 모양 수조처럼 되어 있는데, 수조의 중심부에는 복제할 체세포를 올려놓는 초전도체로 된 접시가 떠 있었다.
접시 위에 복제할 체세포를 올려놓고 수조에 배양액으로 채운 다음, 전원 스위치를 넣으면 슈퍼컴퓨터가 체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정보를 분석하여,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원소를 공급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복제가 되는 장치였다.
1998년 6월에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가 만들어진 이래 1999년 2월과 4월에 S대 수의학과 황 아무개 교수가 체세포 복제 기술을 이용한 「젖소 '영롱이'」와 「한우 '진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세기 마지막 해에 만들어진 복제 동물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제는 아니었다.
어미 젖소의 자궁세포에서 떼어낸 체세포의 핵을, 다른 우량한 소의 난자를 채취하여 핵을 제거 한 뒤, 그 난자에 떼어낸 체세포의 핵을 집어넣고 전기 충격을 가하여 두 세포를 수정처럼 융합시킨 후에, 대리모 역할을 하는 소의 자궁에 이식하여 태어나게 한 것이므로 진정한 복제가 아니었다.
아무튼 그 후에 여러 과학자들이 진정한 복제 인간을 만들어 보려고 수 없이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는 잠시 지난날을 회상해 보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배양액을 만드는 일 이었다.
포도당에 알부민, 나트륨, 칼륨 등의 염화물을 혼합하여 마치 자궁 속의 양수처럼 세포가 적절히 자라는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게 해 주는 일 이었다.
다음으로는 체세포가 분열하며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장치였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장치들을 적절히 제어하고 유지하는 데이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이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다가 마음을 진정 시키고 늘 해왔던 것처럼 포유류인 쥐의 체세포를 생체복제장치에 넣고 전원 스위치를 넣었다.
쥐의 DNA는 사람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쥐가 복제된다면 사람도 복제가 될 수 있기에 나는 직접 사람의 복제를 하지 않고 쥐를 실험 대상으로 하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쥐의 형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표피가 생성될 시간이었다.
표피만 생성되면 성공인데 이 부분에서 늘 막히고 말았다.
껍질이 없는 복제된 쥐가 눈을 말똥거리며 나를 쳐다보다가 얼마나 많이 죽어 갔는지 몰랐다.
어떤 때는 '그렇게 많은 쥐들을 못살게 했으니 혹시 내가 죽으면 쥐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망상을 해 보기도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자 어느새 표피가 생기는가 싶더니 털이 돋아나고, 순식간에 완벽한 쥐의 모양이 복제되었다.
배양액이 배출되고 전기충격이 가해지자 쥐의 심장이 박동 되며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복제된 쥐가 눈을 뜨고 깜빡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수조를 열고 복제된 쥐를 꺼내어 형광판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틀림없이 완벽하게 복제된 쥐였다.
쥐가 복제되면 사람도 복제가 된다!
내 마음은 흥분과 감격으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성공! 대 성공이었다!!!
인류 최초의 새로운 발명품인 생체복제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주르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갑자기 흥분을 한 탓인지 심장의 박동이 심상치가 않았다.
내 나이 벌써 90이 아닌가?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눈이 침침해졌다.
심근강화제를 먹고 나자 다소 진정이 되었다.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돌려 몸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시간이 모자랐다.
살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 * *
결국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인체의 복제 여부를 테스트 해 볼 시간이 없었다.
심사 숙고 한 결과 마침내 나와 어머니의 복제를 동시에 해 보기로 했다.
이제 내 생애를 통틀어 마지막 도박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서둘러 냉각 질소로 채워진 초저온 냉동실의 문을 열었다.
플래티늄으로 만든 보관용기들을 살펴나갔다.
은백색 조그마한 원통에는 흑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체세포가 저장되어 있었다.
안쪽을 찾아보자 생각만 하여도 왈칵 그리움이 복바쳐 오르는 어머니의 체세포가 보관된 용기가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꺼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은백색 보관용기의 뚜껑을 열고 마이크로 피펫을 이용하여 어머니의 체세포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려놓고 DNA의 이상유무를 검사하기 위하여 전자 현미경을 통하여 정밀분석을 했다.
검사결과는 아주 양호했다.
오랫동안 보관했어도 염색체나 유전자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안심을 하고 곧장 입을 벌리고 입천장의 살점을 조금 떼어냈다.
조금 전과 똑같이 떼어낸 체세포를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려놓고 이상유무를 검사하기 위하여 전자 현미경을 통하여 정밀분석을 했다.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생체복제장치의 배양 수조를 열고 어머니의 체세포와 나의 체세포를 초전도 배양접시 위에 따로 따로 고정시킨 후에 컴퓨터 앞으로 갔다.
30인치의 대형 TFT 액정 모니터에 생체복제프로그램이 로딩되어 있었다.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듯 오렌지 빛 메시지 옆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다.
『생체복제 프로그램을 수행하시겠습니까?』
Yes를 써넣고 엔터를 쳤다.
『허가된 ID를 입력하십시오.』
- Passwolrd2 -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
- ************** -
『인증 되었습니다. 순서에 따라 데이터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종을 분류하십시오.』
- 영장류 -
.
.
.
. 생 략
.
.
.
.
.
『최종 상태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기서 잠시 망설였다.
복제되었을 때 너무 어리면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고 또 너무 시간을 길게 잡아도 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생후 16살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동안 이 실험실이 안전과 보안을 유지한다면.........
-146,880 : 00. 00. / 자동 배양 점검 -
『최종 완성까지 146,880시간이 걸립니다. 자동 배양 점검 중!』
모니터에 점검 결과가 빠르게 출력되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배양액 : ok
예비전원 : ok
.
.
. 생 략
.
.
.
보안상태 : ok
스캔데이터 입력 장치 : ok』
『점검 결과 이상 없음! 데이터 입력 완료! 수정하시겠습니까?』
- No -
『배양을 시작하겠습니까? 수정사항이 없으면 Yes를 선택하십시오!』
나는 다시 한 번 프로그램을 살펴 본 후에 Yes를 선택하고 키를 눌렀다.
『D -146,880:00.00』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투명한 유리관을 따라 배양액이 채워졌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원소들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밀폐된 수조 속에서 격렬한 생체 결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각 각의 유리용기에 들어있는 원소들이 필요한 분량이 투명한 호스를 따라 빨려 들어갔다.
서서히 초전도 배양접시 위에 놓여진 체 세포가 분열과 증식하기 시작했다.
『D -140,160:04.027』이 되자 약 3Kg 정도 되는 한 쌍의 갓난아이 비슷한 형체가 생성되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유리 캡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
모든 것이 침침하게 보이고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실험실의 모든 문을 폐쇄하고 특급 보안 장치 가동 버튼을 눌렀다.
작은 굉음이 일어나며 모든 문들이 닫혀지고 폐쇄되었고, 실험실 건물밖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방호 캐리어가 바깥 세상의 이목을 차단하며, 모든 시스템이 자동경계상태로 돌입했다.
이제 16년이란 긴 세월동안 이 실험실은 그 누구도 찾지 못하고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어머니의 뇌를 스캔 한 광자기디스크를 트레이에 올려놓고 나서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했다.
자동화 작업 개시 시간을 60초에 맞추어 놓고 뇌 스캔 장치의 의자에 앉았다.
머리 위에서 희미한 모터가 도는 소리가 나며 머리에 스캐너가 씌워졌다.
모니터의 화면에 최종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적색 숫자가 점멸하며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다.
【 9, 8, 7, .......... 2, 1, 0 】
작업개시라는 문자를 보며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 * *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실험실 안은 슈퍼컴퓨터가 한 점의 오차도 없이 모든 일들을 자동으로 지시하고 있었다.
『D -8,760:04.00』이 되자 완전히 성숙한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완벽한 한 쌍의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이었다.
『D -00:00.00 복제 완료!』
녹색 자막이 번쩍이며 수조 속의 액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조 속의 배양액이 완전히 배출되고 완벽한 남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캡슐 속에는 아주 예쁘고 청순한 소녀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알몸으로 누워 있었고 그 옆으로 소년이 누워 있었다.
소녀의 소롯이 솟아오른 작은 유방이 아름다운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눈을 살짝 감고 잠들어 있는 한 쌍의 소년과 소녀의 모습은 보기에 매우 아름다웠다.
『복제 완료!』
『복제 대상 점검 시작!』
『1. 유전자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2. 외 형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3. 뇌기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4. 안 구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5. 심 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
.
. 생 략
.
.
.
24,596,096. : 생식기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점검 결과 이상 없음. 복제 성공!!!』
모니터에 복제의 성공을 알리는 녹색 글이 힘차게 점멸했다.
『연동 프로그램 자동 수행 시작!』
지금까지 조용한 침묵 속에 빠져있던 여러 가지 기계들이 갑자기 작은 소음을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스캔 데이터 자동 기록 시작!』
메시지와 함께 배양기의 수조 뚜껑이 열리고, 수조 속에 들어있는 소녀의 머리와 소년의 머리에 자기공명기록장치를 씌워졌다.
저음의 기계소리만 들리는 실내에는 슈퍼컴퓨터가 여러 가지 메시지를 모니터에 쏟아 내며 저 혼자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윽고 광자기디스크에 기록되어 있던 정보들이 슈퍼컴퓨터의 디코더를 통하여 변환되고 그 변환된 신호가 자기공명기록장치의 카피라이터에 의하여 소년과 소녀의 대뇌 피질 1,000억 개의 세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 *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나는 그 불빛을 따라 잡으려고 있는 힘을 다 해서 뛰고 또 뛰었다.
어느 순간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질이 손에 잡혀왔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내 곁에는 어머니를 닮은 소녀가 눈을 꼭 감은 채 가볍게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
성숙한 소녀의 육체에서 쏟아지는 달콤한 향기와, 처녀의 탄력이 있는 두 유방의 감촉이 내 손에 전해져 왔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다.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두 유방 언저리에 볼을 가져다 대어보았다.
힘찬 심장의 박동과 함께 달콤한 체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어린 아기가 어머니에게 하는 것처럼 아주 조그마한 젖꼭지를 가볍게 주무르다 살며시 입으로 머금어 보았다.
포근한 향수가 전신을 감싸 돌았다.
나는 젖꼭지를 빨며 서서히 손을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부드럽게 쿠션이 있는 것 같은 하복부의 여기저기를 만지면서 자연스럽게 풍만하고 기름진 골짜기 쪽을 더듬어 내려갔다.
가장 예민한 부분에 나의 손가락이 닿자 소녀는 감고 있던 눈을 반짝 뜨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안돼! 이 예쁜 녀석! 젖이나 먹지 어딜 만지니?"
소녀는 아직 모든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엄마가 장난꾸러기 아들을 다루듯 손을 들어 내 등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 몸을 둥글게 하면서 간지럽다는 듯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 하더니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소녀는 파랗게 질리며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앗! 너... 넌.... 누구....?"
"아.... 나, 난...... 바... 박사요... 이 곳의....."
나 또한 소녀의 비명에 놀라, 일시에 어떤 말로 무엇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버벅대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