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30)

<<< 복제인간 >>>

제 1 장 뇌 스캔 프로그램

   올해로 마흔 아홉 살인 나는 유전자공학을 전공하였다.

그 덕분에 지금은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야문 과학 연구소』의 「생명 공학 연구부」 생체 배양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또한 나의 절친한 친구인 흑슈도 나와 같은 연구소의 「인공 지능 연구부」에서 책임자로 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의 진행에 도움을 주고자 잠시 흑슈에 대해서 언급을 해야 하겠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흑슈의 부친은 카이스트의 교수였는데 컴퓨터 공학의 전문가로서 국내외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학자였고, 평소에는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침식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한다는 괴짜로 소문이 나 있었다.

또 학회 등으로 출장하는 일도 많았고 좀처럼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없었는데, 이따금 집에 돌아와서도 자료나 문헌을 책상 위에 높다랗게 쌓아 놓고는 서재에 파묻혀서 연구 논문 원고의 집필에 몰두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연구에 몰두하며 바쁜 가운데에도 늘 어린 흑슈를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지 기초과학과 과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탐구심을 심어주었다.

흑슈가 한 번 작정하면 모든 것을 제쳐놓고 잠수하여 연구에 몰두하는 습관은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의 부친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흑슈와 나는 어릴 적부터 - 3살 때 놀이 방을 같이...? - 친구였고 그 때 맺은 우리들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늘 서로를 아끼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독자 여러분이 흑슈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면, 1998년 12월 12일 18:09 분에 코란의 야설 게시판에 「일본야설이라......?」라는 표제로 "남매(男妹) : 능욕 모녀(陵辱母女)"라는 부제를 달아 1998년 12월 22일 19:16 분까지 열흘 동안, 그 방대한 양을 31회에 걸쳐서 연재한, 원제『형매』를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 코란 야설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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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2, 1998 (18:09) from Anonymous Host  

Written by 흑수유               Hits : 1371    Lines : 150  

<<< 일본야설이라......? >>>  

위에서 보시다 시피 내가 1,372번째로 보았는데, 그 이후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야설을 사랑하시는 분들 외에 개나 걸(야설을 사랑하지 않는 넘)들도 덩달아 조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수 만명이 일 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회선의 폭주로 인하여 트래픽인지 뭔지가 걸려서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폐쇄되었을 겁니다. 

(음......... 아닌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누가 청보위에 고발했다는 설도......)

아무튼,

코란 월드(Koran World)의 주소가 어떻게 되냐구요?

글쎄요.....!

아마 알아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 후론 코란이 아주 없어진 모양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냐구요?

아, 뭘 어떻게 해요, 야문 자료실에 혹시 있나 찾아보시고 없으면 흑슈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세요!

아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IMF인가 뭔가 때, 하라는 일은 안하고 중국에 있는 무슨 사이트를 해킹 하다가 걸려서 구조 조정 할 당시 일 순위로 연구소에서 짤리고, 지금은 야문이라는 곳의 낙방 방장으로 취직이 됐다고 합니다.

거기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구요?

원 성질도 급하셔라.....!

알려 드리지요.

216.46.82.66/START.ASP입니다.   ^^;

쩝! 그런데 낙방 방장으로 취직하고서도 제 버릇 뭐 못 준다고, 불문곡직하고 아무나(?) 잡아다가 무슨 강제노역을 시킨다거나, 지 맘대로(?) 아무나 골라서 일년 먹을 패스를 뿌린다거나 하는 등, 여전히 엉뚱한 짓을 해서 가끔씩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하는데...... 

(이건 진짭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신 독자들께서는 직접 야문의 낙방 게시판을 처음부터 정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그 바람에 야문 쥔장이 하두 놀라서 심장이 더 튼튼해 졌다던가....? 

에구... 그런데 야문의 재정이 별로 신통치 않다던데.... 월급은 제대로 받는지.....!

돌아와라 슈야! 

모든 걸 용서하마!

아니? 웬 헛소리가?!

흑슈님 죄송합니다!!!

^^; 였습니다.

어찌되었든 내가 열심히 생체 배양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있는 동안 인공 지능 연구부에 근무하고 있는 나의 절친한 친구인 흑슈는 수 천 개의 컴퓨터 부품과 퍼지 이론을 공식화한 종이쪼가리들에 묻혀 지내고 있었다.

흑슈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오로지 정과 망치 만을 가지고 철옹성이라고 불리우는 모 멤버쉽 사이트의 방화벽을 순식간에 뚫는 등 다소 엉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 아,참! 이참에 또 하나 밝혀둘게 있는데 슈는 아주 지독한 독수리라는 전설도 있음 -  아주 촉망받는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간의 뇌 속에 담겨져 있는 모든 기억들을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다고 오래 전부터 나에게 말해왔다.

나는 처음 그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신뢰하지 않고 그냥 농담으로 알아들었었다.

그러나 내가 생체 공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사람의 뇌 세포는 단백질로 되어있고, 세포간에 신호전달을, 화학반응으로 일어난 전기를 이용하여 뉴런을 통하여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됨으로써, 어쩌면 녀석의 말대로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스캔하여 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왜 흑슈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가 하면 나나 흑슈나 서로 연구한 것이 홀로 서기를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어느 날 나는 커다란 딜레마에 부딪쳤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내가 복제인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처음 태어난 갓난아이처럼 백지 상태로 만들어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을 시키거나 지식을 넣어주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할 수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그럼 여러 가지로 큰 문제가 파생될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사물을 분간하려면 최소한 몇 년이 걸리는데 커다란 복제인간이 갓난아이와 같다면 만들어 봐야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곁에, 당신 만한 크기의, 당신을 꼭 빼 닮은, 당신의 복제품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마치 천치 바보처럼 눈만 멀뚱 멀뚱 뜨고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이러한 딜레마에 빠져있을 때 흑슈 또한 자기가 개발한 두뇌 스캔 프로그램도 그 프로그램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의 뇌 속에 들어있는 모든 정보를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담아 놓는다고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사람의 기억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속에 들어 있다고 해서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움직일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흑슈는 잘 하면 컴퓨터가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작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서 나와 장시간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뇌를 스캔하는 프로그램도 아직 개발이 안됐는데 언제 그걸 응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겉으로는 코웃음을 쳤지만, 그러나 나와 흑슈는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해야만 한다는 것을 절감했고 그가 인간의 뇌를 스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 위하여 틈나는 대로 찾아가 내 생각과 아이디어를 알려주곤 하였다.

어쨌든 흑슈는 뇌를 스캔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았다.

         *   *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흑슈로부터 그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다소 들뜬 마음으로 황급히 흑슈에게로 달려갔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뇌 스캔 프로그램이라는 적색 자막이 요요롭게 떠 있었다.

흑슈는 스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 나를 살살 약 올렸다.

그가 만든 뇌 스캔 프로그램은 과연 아주 완벽에 가까웠다.

뇌의 정보를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다음, 다시 그 저장된 정보를 의식과 무의식의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가 있었고, 또 그것을 영상으로 엔코딩하여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의식의 삭제와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흑슈의 뇌를 스캔한 것과 나의 뇌를 스캔 한 것을 하나로 합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소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 문제점은 나중에 흑슈에게 듣기로 하고 넘어 가겠다. 

나는 얼른 나의 뇌를 스캔하여 보관하고 싶었다.

왜냐구요?

아, 갑자기 교통사고라도 나서 죽어 버리면 내가 연구하고 있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거기에다 입력시키면 다시 살아나는 것과 꼭 같을 것 아닙니까?

그도 안되면 아무나 잡아다가 입력을 시키면....?

내 뇌를 스캔하여 달라고 하자 갑자기 흑슈는 난처한 빛을 띄우며 더듬거렸다.

알고 보니 스캔을 하면 뇌 세포가 망가지기 때문에 죽기 직전에나 해야된다는 거였다.

"에구.... 그럼 그렇지.....!"

그러나 나는 벌써 여러 달 동안 병석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때 흑슈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의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시고 언제 돌아 가실지도 모르니 미리 어머니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스캔 해 놓았다가 나중에 네가 생체 복제를 성공하면 어머니를 복제하여 거기에다 스캔한 정보를 입력하면 되지 않겠냐는 거였다.

나는 처음으로 심각한 갈등에 빠져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심을 했다.

스캔하기로........

               *              *               *

흑슈가 뇌 스캔 프로그램과 스캔에 필요한 주변장치들을 가지고 와서 내 실험실에 있는 슈퍼컴퓨터에 인스톨을 했다.

흑슈는 혹시 무슨 버그가 있지 않나 해서 여러 번의 모의 실험을 해 보았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흑슈가 돌아간 후 이제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는 어머니를 마취하여 스캐너가 설치된 의자에 눕힌 채 스캔하기 위하여 스캔 장치를 가동시켰다.

마그네틱 공명장치와 연결된 스캐너의 센서들이 하나씩 자동으로 어머니의 대뇌 피질에 접속을 하기 시작했다.

접속이 완료되자 센서가 마그네틱 공명 촬영을 하며 대뇌 속에 있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에서 발생되는 모든 신호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스캔된 뇌 속에 들어있는 모든 내용이 엔코딩되어 슈퍼컴퓨터의 데이터 뱅크에 저장되기 시작했다.

스캔이 완료되자 데이터 뱅크에 저장되어 있는 어머니의 기억들을 검색하였다.

데이터는 두 가지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의식이 있는 상태, 즉 금방 기억 해 낼 수 있는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무의식의 상태, 즉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무의식의 부분은 용량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손을 대어 수정을 하다가는 몇 백년이 지나도 수정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 부분은 그냥 놓아두기로 했다.

의식화 할 수 있는 부분을 검색하여 수정하기로 했다.

화학작용에 의해 생성된 전기신호로 저장되어 있는 의식화 할 수 있는 기억 부분을 영상 이미지로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어머니의 기억을 영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화면에 나타난 첫 부분은 놀랍게도 세 살 때의 기억이었다.

여름 날 마당에서 조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와 놀다가 화단에 예쁘게 피어있는 제라늄을 들여다보는 장면이었다.

빠른 속도로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머니에게 안 좋은 부분이 나타나면 삭제를 했다.

마지막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병들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들은 모두 삭제하였다.

나에 대한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다른 부분도 삭제를 했다.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를 한 후에 광자기디스크에 기록했다.

그리고 나서의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은 여기에 세세히 기록을 하지 않고 건너뛰겠습니다.

어쨌든 나는 어머니의 뇌를 스캔하여 광자기디스크에 담아 놓았고 어머니의 체세포를 일부 떼어내서 플래티늄으로 만들어진 보관 용기에 넣어 액체질소로 채워진 초저온 냉동 보관실에 잘 보관해 두었다.

이제 내가 복제인간을 만들면 새로이 생성되어 백지처럼 깨끗한 상태의 새로운 뇌 속에 최종적으로 수정 완료된 어머니의 데이터를 주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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