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30)

---복수의 화신------

----1장----

"어디 불편하신데는 없으신지요?"

스튜어디스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남자의 것이었다. 게다기 영어였다.

"예, 아직은 불편을 못 느끼겠군요. 나중에 필요하면 부를께요."

그녀는 일부러 한국말을 했다. 영어도 태국어도 할 수 있는 그녀였다.

"한국어를 잘 하시는군요."

"저도 뿌리는 한국인이에요. 더구나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있구요."

"뿌리가 한국인이라면,,,?"

"제 할머니가 한국인이었거든요. 일제시대 때 조선 땅에 나온 일본 관리와 멋진 결혼을 하셨대요.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그 결혼식이 너무나 멋졌다고 자랑하셨조. 그런데 식구들이 이래저래 죽고 나자, 나 혼자서 타일란드까지 흘러들었지 뭡니까."

"아, 그러셨군요. 그럼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내력을 그렇게 정리해 놓고 있었다. 방콕에 사는 동안에도 그렇게 말해 왔었다. 때로는 그녀 자신도 착각할 정도로 그러싸하게 말하곤 했다. 

그녀는 남자가 돌아가고 나자 머리를 의자에 붙이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감옥에 갇히고, 어머니는 양평에 내려가 있고, 오빠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밤이었다.

그녀는 잠옷으로 갈아입을 생각도 없이 거실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놀라서 깨어난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손전등 불빛이 강렬하게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야?"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목에 걸려 찢어졌다.

"흐흐흐"

남자였다. 그가 코웃음을 쳤다. 작위적인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웃음 소리같기도 했다.

"잘 봐둬!"

명령조의 말과 함께 손전등의 불빛이 거꾸로 돌려졌다. 몇 개의 실낱 같은 털이 돋은 가슴과 찌그러진 배꼽, 무성한 음모, 그리고 아, 우뚝 서 있는 남성, 생전 처음보는 남성이었는데, 왜 그토록 기형적으로 커 보였던 것일까.

그녀가 질겁을 해서 뒤로 물러앉었지만, 소파 등받이가 도로 그 앞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얼굴도 꼼짝 못하게 붙들었다. 눈을 감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좋아! 네 껍데길 벗겨 주지, 이젠 내가 볼 차례니까."

손전등이 불빛이 다시 그녀에게로 방향을 바꿨다. 찢겨지듯 스커트가 벗겨졌다. 손바닥만한 팬티 한 장만으로 가려진 아랫도리, 그녀는 본능적으로 넓적다리를 오므렸다.

다음으로 티셔츠가 벗겨졌다. 솔기가 터지는지 찌익 소리가 나면서 그녀의 하연 피부가 불빛에 반사되었다. 어찌 그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는지 몰랐다. 손전등 불빛이 가슴으로 옮겨졌다. 팔을 오므릴 수도 없었다. 망사 브래지어 속의 젓가슴으로 파르르 경련이 지나갔다.

유치원 시절부터 무용을 해온 그녀였다. 무대에 서면 찬사와 박수를 한몸에 받던 그녀의 몸이 이제는 손전등 불빛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울고 싶었다. 엄마! 그러나 목소리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다가왔다. 브래지어를 뜯어냈다. 아, 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젓가슴을 하나씩 움겨쥐었다. 목을 조여오는 것처럼 숨이 컥컥 막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왼쪽 가슴부터 먹어 들어갔다. 

'아,아 .. 차라리 정신이라도 잃어버렸으면.....'

그녀는 빌었다. 그가 오른쪽 젓가슴을 먹어 들어오는데도 그녀는 정신이 멀쩡했다.

그는 그녀를 소파에 쓰러뜨렸다. 그녀한테는 기운이 조금도 남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뜨거운 숨길과 함께 그녀의 배를 훑고 내려가 넓적다리까지 훑고 있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끝내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올리더니 팬티마저 그녀의 몸에서 떼어냈다.

문득 아까 보았던 그의 기형적으로 큰 남성이, 눈 앞을 스쳤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둔덕을 쓰다듬더니 손을 다리 사이로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아아 안 돼, 싫어, "

그의 색색거리는 숨길이 턱없이 크게 그녀의 귓속에서 공명하고 있었다. 

오빠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까 술이 취해서 들어오는 걸 보았는데.

그의 숨길이 목덜미에 와 닿더니  두 다리 사이로 발을 들이밀었다. 그녀가 발목을 서로 걸고 버티어 보았지만 지렛대가 된 그의 다리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안 돼, 안 돼!"

"그래, 그래!  그렇게라도 저항을 해야지! 그래야 더 입맛이 당기지! 흐흐흥!"

그가 가볍게 그녀의 가슴을 밀어 버렸다. 그녀는 허리가 부러진 것처럼 맥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녀의 몸에 기운이 솟은 것은 넓적다리 사이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악, 야 이 새끼야. 안 돼. 아아앙"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가 바위처럼 그녀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뒤틀어 보았다.

"이 년이, 너 좀 맞을래?"

짝! 그녀는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았다. 왼쪽 뺨이 얼얼했다. 입안이 찝찔해진다고 느꼈을 때, 오른쪽 뺨에도 벼락이 떨어졌다. 그 틈에 사정없이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악! 오빠! 앙, 엄마, 아빠!"

"남의 집을 무단 점유했으면, 비용을 지불해야지. 안 그래?"

개자식! 그는 김정우였다. 그녀한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그였다. 

"너,너..... 나쁜 놈, 아아... "

"이 집은 이제 우리거야. 왜 나가래도 안 나가고 버티고 있지?"

김정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베어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허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욕을 마구 퍼붓고 싶었지만 아랫도리의 통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아아, 앙앙.....악 아파..."

"헉헉헉...."

그는 그녀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기 바빴다. 허리는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손은 그녀의 가슴을 무지막지하게 주무르고 있었다.

"헉헉, 내가 청혼을 받아주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했지?"

"아아, 엄마,앙...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이 놈아."

"이젠 결혼 생각은 없어졌어. 오직 너의 몸만 차지 하면돼."

그는 허리를 급하게 움직였다.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는 그녀의 몸에 정액을 뿌리며 유방을 움켜쥐었다.

그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아픔과 충격으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불빛이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 불빛 때문에 정신을 차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왜소한 알몸뚱이를 소파 끝에 걸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흐흐흥."

그녀는 벌떡 일어나 울면서 방으로 도망쳤다. 그는 그녀가 도망치는 대로 버려 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그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방문을 열어젖혔을 때 담배연기와 함께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어둠 속에서 그녀의 팔을 붙들었던 남자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급하게 돌아섰다. 갈 곳은 2층의 오빠 방뿐이었다. 다른 방들은 모두 자물쇠가 잠겨져 있었고, 또 빨간 차압 딱지들이 붙어 있었다. 그녀의 방과 오빠 방도 그런 꼴이었는데 뜯어내 버렸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무렵만 해도, 고향인 양평에 가 있었다. 식구들이 발붙이고 살만한 곳이 있는지 찾으로 간 것이다.

계단을 서넛쯤 뛰어올랐을 때, 그녀는 그만 뒤로 나동그라질 뻔 했다. 계단 난간에 오빠가 묶여 있었다. 입은 테이프로 봉해져 있는 채였다. 

그때서야 김정우가 달려와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잘 봐 두라구! 네가 자초한 거니까. 동생을 나한테 줄 수 없다고 네놈이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다면서?"

그가 오빠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김정우는 그녀를 바닥에 자빠뜨렸다. 순간 그녀는 새우처럼 몸을 말았다. 그가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렸다.

"기뻐해! 기뻐하라구! 그래야 네 오빠가 고통을 덜 받아! 네가 나한테 시집만 왔다면 너희들의 인생이 달라졌을 거 아냐? 또 내 인생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더니 나무젓가락을 찢듯 쫙 벌렸다. 그리고 풀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까는 어두워서 잘못 봤을 거야. 이제는 밝은 데서 찬찬히 잘 봐 두라구. 너희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을 하란 말이야! 알겠어?"

그의 그것이 다시 그녀의 다리사이로 들어왔다. 그녀의 오빠는 차마 볼 수 없었던지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묶여있어서 두 귀까지는 막지 못했다.

"아아악, 하 오빠. 오....빠....악"

"잘 봐. 너의 동생을 보라구."

그는 신이 난는지 더욱 세게 내리 찍었다. 마치 그녀의 몸을 박살이라도 내려는 듯이.

그녀는 이번에는 더 빨리 정신을 놓아 버렸다. 하지만 그는 멈출 생각도 없이 마지막까지 허리를 움직였다. 

얼마후 몸을 한 번 크게 떨더니 그녀의 몸위에서 일어섰다.

"그년, 기절했는데도 조이는 맛은 일품이군."

그는 다른 친구들을 불러 한 번씩 맛을 보게 하고선

"우리 이 년의 털을 모조리 깍아놓자."

그러면서 면도기로 그녀의 음모를 깨끗하게 깍아놓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그녀가 정신을 찾았을 때는 그들은 집에 없었다. 오빠만이 난간에 묶인 채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오빠가 움찔하더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일순 퍼렇게 빛을 내쏘던 두 눈이 스르르 감겨졌다. 그리고 거칠게 진저리를 쳤다.

그녀는 묶여 있는 오빠부터 풀어 주었다. 비로소 다리 사이에서 불길처럼 살아난 통증이 온몸을 태워 버릴 듯 치솟았다.

그때서야 그녀는 두 손으로 앞을 가렸다. 허전하기도 했다. 아랫도리를 몽땅 잘리운 기분이었다.

아, 이럴 수가... 둔덕의 음모가 깨끗하게 면도되어 있었다.

오빠가 미친 짐승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2층으로 달려 올라간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계단에 앉아 있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음... 죽음을 생각했다.

그녀는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2층에서는 그때껏 조용했다. 아무 소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혼자서 분을 삭이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오빠는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만 것이다. 

옆집 여자가 파출소에 연락을 해서 방범대원 둘이 달려와서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옷들을 주워서 급하게 몸에 꿰었다.

문을 열어주자 방범대원들이 후다닥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깜짝 놀라 뒤따라 올라갔다.

오빠는 창틀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를 앞질러 죽음을 차지한 것이다. 그녀를 죽음의 유혹 속에서 밀어내고 자신이 뛰어든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맥없이 흔들거리는 오빠의 다리를 바라보며 옆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곧 서울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두 눈을 다시 가만히 내렸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반드시 아버지의 회사를 되찾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을 유린한 김정우를 처단하는 것이다.

10년전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성형수술을 하고 이름도 나한나에서 나세희로 바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후 태국에서 한 2년을 근무하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그녀는 내릴 준비를 하였다. 

그녀가 출구에서 나오자 한 남자가 마중나와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남자, 최상준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오고 있었다. 둘은 공항 뒤쪽의 주차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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