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9)

 그리고... 

 사랑이란게, 여자란 동물이 , 씁쓸하다... 

 ‘진심은 통한다’ 라더니...

 너무 좋아해서, 아까워서 손조차 잡는것도 어려웠다. 자신에게는...

 그러한 지영이 양성철에게 하루만에...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지영이

 뭐, 대단한 이유라도 있을 줄 알았다. 심지어는 어떤 병이라도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미안해서 자기를 받아주지 못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그런생각도 했었다. 

 ‘결국 택한게 양성철이란 말이지...’ 

 끝없이 이어지는 상념...

 어차피 지영이를 포기하고 대신 지영의 엄마인 성희를 유혹해서 무너뜨리는걸로 복수를 

 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지영이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리고 하필이면 그 상대가 양아치 같은 양성철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치밀어 오르는

 정체모를 감정이 태민을 아프게 한다.

 게다가 처음 만나서 그날 바로 양성철과 잠을 자다니... 

 ‘욱씬’

 심장과 오른쪽 가슴사이가 욱죄어오듯 저릿저릿하다.

 실내수영장인데 천정에서 비가 조금씩...조금씩.. 내린다. 

 누운 채로 태민의 오른손이 이마에 올려지고 어깨가 조금씩 들썩여진다.

 그리고 그때,

 막 수영장 실내로 들어서던 성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태민을 발견하곤 머뭇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성희의 마음 또한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어젯밤 태민이의 기습적인 키스.

 단칼에 거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결국에는 태민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자신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태민이의 혀를 빨았었다. 

 그리고 밖에서 젊은 남자와 키스를 하며 흥분을 느끼기 까지 하고 들어온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고 뜨겁게 안아주던 남편, 창현에게 느꼈던 죄책감. 

 이런저런 감정 때문에 심란한 성희 또한 평소보다 한시간정도 일찍 수영장에 와서

 수영이나 하며 마음을 추스르려던 참이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서는데 태민이가 바닥에서 누워 있는게 아닌가.

 방금까지 수영을 했는지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숨을 내쉬며 바닥에 누워있는 태민이를

 보며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오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태민과 단 둘이 있을때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태민에게 다가선다.

 - 일찍왔네.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에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고, 감정을 추스르던 태민은 다름아닌 성희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복잡하다. 오늘은 그다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안그래도 이제 그만 사람들이

 오기전에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계속해서 복수란 이유로 저 여자를 유혹할지, 모든걸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야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네. 일찍 오셨네요. 

 - 교습받기 전에 수영 좀 하고 싶어서.

 -저도 그래요.

 일상적인 말을 주고 받지만 무언가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성희는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기, 유민아 잠깐 이야기좀 할까?

 -그럴까요.

 태민은 어제 성철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전에 무언가 

 가벼운 농담이라도 건넸겠지만 지금은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마음이 정해지지 않는다.

 우선은 지영이 엄마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휴게실로 향하는 두사람.

 - 유민아, 나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아?

 사과라니... 안그래도 복잡한 기분에 미칠것 같은데 

 지영엄마의 첫말이 사과란다. 

 울컥 하는 태민.

 - 제가 누님한테 사과해야 하나요? 저한테 화난거 있나요? 왜 나한테 화났어요?

 - 몰라서 묻는거야? 내가 왜 화가 난건지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 네. 잘모르겠어요. 혹시 어젯밤 내가 누님한테 키스한걸 사과하란 건가요?

 제가 누님한테 입맞춘게 누님한테 그렇게 화나는 일인가요?

 성희는 언성을 높이며 반문하는 태민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사실 자신의 감정 또한 태민에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기에 사과를 말하는 자신의 입장이 당당하지 못함을 알지만, 

 자신은 유부녀이기에,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일이 생겨선 안된다. 

 그래서 조용한 말투로 선을 그으려 했는데 예상외로 태민의 반응이 거칠다.

 태민은 사과를 요구하는 지영이 엄마의 얼굴에서 지영이가 겹쳐서 보인다.

 어제 분명 자신이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긴했지만 결국에는 자연스러운 키스로 이어졌었다.

 이제와서 사과라니... 

 4년간이나 지영이를 쫒아다니면서 순정을 바쳤지만, 귀찮게좀 굴지말라며 매몰차게 돌아서던 지영의 모습. 

 그럴때 마다 혹시라도 인연의 끈이 완전히 끊어질라,

 매번 자신이 먼저 , 부담스럽게 굴지 않을테니 밀어내지말라고, 기다리겠다고 ,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늘 사과만하며 지영의 뒤를 쫒아다니던 자신의 병신같은 모습.

 지영과 지영이 엄마의 얼굴이 겹치며 감정이 폭발한다.

 - 저한테 지금까지 했던 말과 행동들 그냥 다 장난이었나요? 

 손잡고, 밥먹고, 드라이브하면서 했던 모든 이야기들, 행동들 누님은 아무 감정 없었나요?

 그래서 , 내가 어제 누님한테 키스한거 사과하란 건가요? 남자가 여자 좋아한게 

 잘못인가요? 만약 사과를 한다면 그쪽이 해야죠. 나는 그쪽이 좋은데, 

 그쪽은 내가 싫으니까, 싫어서 미안하다고 장난쳐서 미안하다고 

 그쪽이 사과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 유민아 , 그건...

 - 사과해요 나한테!!!!

 성희의 말을 가로막으며 울부짖듯 말을 마친 태민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지금 한말들이 지영에게 한건지 지영이 엄마에게 한 것인지 자신도 모르겠다. 

 한편 성희는 가슴에 애초 마음먹은 것과는 다른 감정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절규하듯 말을 마치고 입술을 꽉 다문채로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고 있는 태민이가

 부릅뜬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태민에게 어제 키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조용히 타이르듯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선을 분명히 그으려 했었다. 자신은 유부녀고 이제 그런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눈물이 맺힌채로 절규하는 태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언제부턴가 잊어 버렸던 오래되고 낯선 감정이 되살아난다. 

 한참을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던 태민이 먼저 돌아서 수영장 밖을 나가고, 말없이 그 뒷모습을 보며 서있던 성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애잔한 마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 시각 눈을 뜬 지영은 태민과 성희와는 다른 부분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찡그렸다. 

 어제 호텔에서 23살의 나이에 첫 경험을 한 지영은 처녀막을 찢고 생살을 가르며

 들어오는 성철의 물건에서 엄청난 고통을 경험했고, 결국 그러한 고통이 커다란 쾌감으로

 바뀔때 까지 두어시간 동안 성철에게 시달렸다. 네 번, 다섯 번에 걸쳐 성철의 몸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액체를 몸 안 에서 느끼며 몸을 떨었던 기억이 떠오르자 다시금 얼굴이 붉어진다. 어젯밤 성철과 헤어지고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도착해서 자신의 방까지 고작 몇 걸음 떼는것도 너무 쓰라리고 아파서 힘들었었다. 다행히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인지라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걸음걸이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까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아직도 아랫배에서 그 부분까지 너무 아파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걷는다고 해도 행여 부자연스럽게 보일것 같아, 일찍 집을 나서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지영.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트레이닝복 차림의 엄마가 들어온다.

 아침마다 수영을 다니시는데 벌써갔다오신 모양이다. 

 약간 움찔 했지만 자연스레 말을 건넨다.

 - 엄마 운동 벌써 갔다온거야?

 - 으응. 일찍 일어났네? 엄마 옷 갈아입고 아침 준비할게 조금만 기다려.

 - 아냐, 나 오늘 학교 일찍 가야돼. 리포트 자료 좀 찾을게 있어서. 아침은 친구랑 

 학교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어

 - 그래? 방학이 언제지?

 - 다음주에 기말고사 끝나.

 - 학교에서 아침 꼭 챙겨먹고 , 엄마도 회사 갈 준비 해야겠다. 

 참, 어제 너무 늦게 들어온 것 같더라, 일찍일찍 다녀.

 -알겠어~ 

 성희가 안방으로 들어가고, 지영은 휴~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 엄마에게 이상한 점을 

 들키거나 하진 않은것 같다. 어제 늦은것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고...

 아빠까지 깨시기 전에 서둘러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겠다고 생각한 지영은 

 종종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안방으로 들어온 성희는 성희대로 아침에 수영장으로 향할 때 보다 더 복잡한 심경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딸아이에게 혹시라도 어색한 자신의 태도가 이상하게 보일까,

 아침을 학교에서 먹겠다는 말에도 그러무나 하고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섰다. 

 다행이랄까 아직 남편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평온한 얼굴로 아직 잠들어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혼란한 마음은 더욱 가중된다. 어젯밤처럼 태민이와 무언가 육체적으로

 남편에게 죄스러운 짓을 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고 태민과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던 가슴이 도리어 설레임으로 두근거리고 있다. 오히려 어제밤보다

 더 남편 얼굴을 볼 낯이 없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좋아하는게 사과해야 될 일이냐며,

 ‘사과해요 , 나한테!!!’ 절규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태민의 모습이 떠오른다.

 ‘화끈.’

 얼마만에 남자에게 듣는 고백인지. 그것도 그토록 강렬하게 ...

 문제는 그렇게나 진심어린 고백을 해온 상대가 남편이 아닌 젊디젊은, 지영이 또래의

 남자라는데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애써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저으며 샤워실로 들어서는 성희.

 잠시후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창현의 눈이 떠진다. 

 -윙..윙..

 지금막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아내가 화장대 앞에 앉아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다.

 수건으로 앞섶만을 가린채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젖은 머리칼 밑으로 뻗은 가냘픈 목선. 머리를 말리려 올려진 어깨를 타고 흐르는 가슴굴곡은 수건에 반쯤 가려져 있어 , 더욱 도발적이다. 

 걸쳐진 수건을 따라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잘록한 허리. 뒤이어 앉아 있어 살짝 눌려진 채로 도톰하게 빛나는

 새하얀 엉덩이. 그리고 두 개의 엉덩이가 걸쳐진 의자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음영의틈새. 

 ‘불끈’

 일어나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아내의 모습에 욕정을 느끼는 창현. 이상하게 어제부터

 아내에게서 섹시함이 느껴진다. 물론 원래부터 아름다운 아내였지만 

 어제, 그리고 오늘 아내의 뒤태나 옆라인에서 느껴지는 ‘섹시함’ 이 생소하기도하고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니 조금 겸연쩍기도 하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은계속해서 아내의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 

 수건으로 다 가려지지 못한채, 의자아래로 화장대를 향해 쭉뻗어있는 아내의 다리를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그러한 시선을 느낀듯 아내가 말을 걸어온다.

 - 여보, 일어나셨어요?

 - 응? 으응. 벌써 운동하고 온거야? 몇시나 됐어?

 - 일곱시 조금 넘었어요. 씼으세요. 아침 금방 준비할께요.

 - 그러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창현은 하지만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지 않고 아내의 뒷모습에

 시선을 준다. 일어나면서부터 '불끈' 일어난 자신의 물건은 아직 잠옷을 불룩하게 만들고 있다.

 조용히 아내 뒤로 걸어가 앞섶을 가린 수건사이로 한 손을 집어 넣어 아내의 가슴을

 주무른다.

 ‘뭉클’

 손으로 가득 느껴지는 몽질한 질감. 샤워후 물기가 완전히 마르지 않아 살짝 차갑게 젖어있는 아내의 가슴이

 기분좋게 감겨지는 느낌이 좋다.

 -허윽..! 여보 왜이래요. 지영이 깨어 있어요.

 심란한 마음에 서둘러 출근하기위해 머리를 말리던 성희는 남편이 욕실로 들어가지 않고 

 가슴을 더듬어 오자 지영이를 핑계로 남편의 손길을 거두어 보는데 남편이 더욱 힘을 주어

 버틴다. 

 - 잠깐만 있어봐.

 흐음...

 창현은 아내의 거부하는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건속의 아내의 가슴을 주무른다.

 한손으로 주무르다 어느새 아내 뒤에 바싹 붙어서 양손으로 한쪽식 가슴을 움켜잡고

 유두를 빙그르 조물거린다. 그러면서 잠옷을 불룩하게 만들고 있는 자신의 물건으로

 새하얗게 노출된 아내의 등을 문지른다. 

 - 흐응...

 계속해서 남편에 의해 가슴이 주물려지고 어느새 수건으로 가리지 못한 등에선 남편의

 딱딱하게 발기된 물건이 잠옷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자, 성희는 복잡한 심경에도 어쩔수

 없는 한줄기 신음을 흘린다.

 성희의 신음에 더욱 고무된 창현의 거칠어진 애무에 어느덧 성희의 앞섶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성희의 굴곡을 타고 밑으로 흘러내린다. 수건이 흐르면서 성희의 뒤에 서있는 창현의 눈에 거웃거웃한 아내의 수풀이 드러나자 창현의 한쪽손이 성희의 배를 타고 내려가 배꼽밑을 지체없이 더듬기 시작한다. 

 -하윽...으응....

 어느새 성희도 손에 들려져 있던 드라이기를 방바닥에 내려 놓고 창현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다. 이윽고 창현의 손가락 하나가 성희의 몸안으로 들어온다. 

 -질꺽...질꺽...

 젖어있다. 

 한손으론 젖어있는 아내의 몸속으로 두 번째 손가락을 집어 넣어 부드럽게 돌리고 나머지 손으론 가슴을 애무하다 등을 지나 척추를 타고 , 두 개의 엉덩이가 의자에 걸쳐져서 생기는 음영의 틈새로 손을 집어 넣는다. 

 -허윽...!! 여보..!!

 눈을 감고 남편의 애무에 몸을 맡기던 성희는 아침부터 자신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손길에도 조금 놀랐지만 남편의 또 다른 손이 항문 근처에 다다르자 깜짝 놀라 몸을꿈틀 거린다. 교수이면서 또한 목사여서 인지, 남편은 후배위 자세도 여간해선 취하지 않고 정상위의 체위만으로 성행위를 하는 데다가 지금처럼 항문 언저리에 손길이 닿는 적은 거의 없었다. 어제도 평소완 다르게 입을 이용해서 그곳을 애무하더니, 오늘도 낯설은 남편의 손길이다. 

 창현 또한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어제부터 아내에게서 섹시함이 느껴지고, 오늘은 눈을뜨자 마자 들어온 아내의 굴곡진 옆라인에 자극을 받아서 일까. 아내의 항문에까지 자신의 손이 미치는걸 자제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젖어있는 아내를 느끼고 항문에 손가락이 닿자 꿈틀거리며 퍼득거리는 아내의 몸이 느껴지자 이런적이 없었는데,,, 아침부터 아내를 안고 싶어진다.

 치미는 욕정에 막 아내를 번쩍 들어올리려던 찰나,

 - 똑.똑.똑 

 틀림없이 딸아이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현은 화들짝 놀라 발가벗겨진 아내의 나신을

 급한데로 뒤에서 와락 껴안는다. 

 - 다녀오겠습니다~ 

 다행히 지영이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방문 밖에서 인사를 한다. 그래~ 

 얼른 대답해주니 총총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 저도 준비해야 겠어요. 당신도 얼른 씻으세요.

 딸아이의 발소리가 멀어지면서 철렁 ~ 했던 가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옴을 느끼는데

 아내가 몸을 빼내며 다시 드라이기를 집어 든다.

 - 쩝... 

 아내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 진행하고픈 의사가 없음을 느낀 창현은 아쉬움을 뒤로한채

 아내에게서 떨어져 욕실로 향한다.

 에휴... 

 ‘지영이 녀석 요번 달 용돈은 반으로 줄인다...!’

- 그래 , 집을 나가고 싶다고?

 - 네, 아버지, 어머니. 학교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기전에

 자립해서 혼자 힘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른 아침에 수영장에서 성희와의 일이 있고나서 태민은 학교도 제끼고 이곳 저곳을 걸어다녔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성희인지, 지영인지, 양성철인지 ... 누구에게인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라 무작정 걸었다. 

 걸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일차적으로 집에서 나와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무언가가 떠오른것이 아니지만 막연하게 그러고 싶었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어느정도 모아놓은 돈으로 학교근처의 조그만 자취방은 구할 수 있다. 

 - 왜 고생을 자처하니? 학교다니기 힘들면 차라리 차를 한 대 사자, 그리고...

 - 당신, 잠깐만.

 부인의 말을 제지하고 태민을 바라보는 부친. 무언가 최근 자식놈에게서 생긴 변화를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얼마전 늦은 새벽 큰소리를 지르던 것 뿐 아니라, 

 근래 몇주간 어딘가 나사하나 빠진것 처럼 초점없는 눈빛. 부쩍 적어진 말수. 태민이 엄마에게서 오랜기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는 말은 들었었지만, 최근들어 보이는 자식놈의 눈빛과 행동거지는 그것뿐이 아니라는 ,

 같은 남자로서의 직감 같은 것이 있었다. 

 원래 고집은 있는 녀석이었다. 재수를 결정하고서 집에서가 아닌 지방에 있는 기숙학원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을때도 그래서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결국 녀석은 소위 sky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합격했었다. 자신을 닮은 구석이 있는 자식 녀석을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마음으로 믿고 있었다. 

 요 근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드릴 말씀이 있다며 안방에 들어와선 무릎을 꿇고 

 아빠,엄마도 아닌 아버지 어머니 라며 자못 비장하게 말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 

 부인의 반응을 보아하니 걱정스러운 모양이지만

 차라리 하고 싶다는 대로 해주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생각은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냐?

 -... 네, 아버지.

 그리곤 잠시간의 정적.

 말없이 태민을 바라보던 태민의 아버지와, 둘사이 오고가는 대화에 안절부절 하는 어머니.

 -그래... 생각대로 해보거라. 단... 언제든지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아라. 힘들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와라. 부모앞에서 자존심이나 그런것 생각하지 말아라. 남자는 너와 같은 생각을 한번쯤은 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 아버지가 전세금은 마련해 주마. 너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월세나 사글세 얻을 생각하지 말고 그 돈은 꼭 필요한것 마련하는데 쓰고, 또 너 자신을 위해 써라.

 - 아버지...

 - 여러말 말고 그렇게 하도록 해라.

 그 뒤로도 태민이와 태민의 모친이 무슨 말을 주고 받았지만 결국 그렇게 결정이 되고 

 태민은 집에서 나와 학교근처에서 집을 얻어 살게 되었다. 

 집을 옮기면서 태민은 수영장을 그만 두었고, 

 며칠 후 태민이 보이지 않자 걱정스런 맘에 문자를 보낸 성희에게 대충의 이유로 

 집에서 나와 혼자 살게 되었노라고, 시간되면 놀러오라는 말과 함께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

 태민이 수영장에 발길을 끊은지 2주일이 흘렀다. 이제 완연한 겨울이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되었다고, 언제 한번 놀라오라는 문자가 있고나서

 태민에게서도, 성희 자신도 서로 한번도 연락이 없었다. 

 서로 이렇게 되는게 순리겠지만... 

 ‘사과해요 나한테!!!’ 태민의 눈빛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퇴근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성희의 머릿속에 문득 과거에 대학시절 사귀었던 남자와

 이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승주... 성희가 23살일때 20살이던 연하 남자였다.

 -헤어지자고?

 -응...

 나는 미안하고 민망한 얼굴로 대답했다. 

 - 남자 생겼지?

 알고 있었구나... 스무 살 이라고 얕보면 안된다. 역시 세상에는 얕볼 만한 사람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다 우습고 한심해 보여도, 알고 보면 다들 만만치 않은 존재들이다.

 - 알고 있었어?

 -대충은. 옷을 너무 많이 사고, 살도 너무 많이 빼고 그러니까.

 나는 미안하고 민망한데다, 면목까지 없어져 버렸었다.

 -그 새낀, 몇 살인데?

 새끼라고 하는 걸 보니 마음이 괴롭구나, 느껴졌다.

 -스물 일곱...

 -그래서 결혼해?

 -아니 결혼은 무슨...

 -그럼 왜 헤어지는 거야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 아 , 기분 되게 꿀꿀하다

 승주가 기지개를 켜듯 두 손을 올려 머리를 긁었다.

 - 그럼 이제 못 만나는 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적이 흐르고,

 - 잘 살아요, 누나

 -응...너도

 나는 같이 일어서지 않았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기 때문이다.

 잘 살라는 말에,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김성희’ 라고 하지 않고 ‘누나’

 라고 하는 말투에, 진심이 느껴졌다. 

 겸연쩍어하며 뒤돌아 가는 승주의 뒷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제 부모가 이 광경을 봤으면

 얼마나 기가 찼을까. 금쪽같이 귀한 아들이 나이 많은 여자에게 차이고 어색한 걸음 걸이로

 까페를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니.

 그때, 결심했다. 정말론 내가 나를 경멸할 만한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말자고.

 마지막이니 긴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승주의 기를 조금 더 살려주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집이 서울이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방대에 다니는 것을 자책하는 아이, 지방 유학비를 대주시는 부모님께 미안해하는 아이, 취직을 근심하는 아이, 잘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매우 알뜰한 아이.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승주에 관한 기억이 순서 없이 떠올랐다. 

 내 배낭까지 짊어지고 내 손을 끌며 산에 오르던 승주,

 전화에대고 노래를 불러주고, 감기 옮아도 괜찮다며 아픈 나를 안고 자던 승주.

 그렇게 뒤돌아 나가선 어디로 향해 갔을까.........

 ‘ 팟’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울듯이 한참을 바라보다 뒤돌아 나가던 태민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 옛날, 자신을 경멸할 만한 짓을 두 번 다시 하지 말자고 결심했었지만 돌아보면 

 여러번 자신을 경멸할 수 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이제 마흔다섯. 곧 있으면 마흔 여섯. 어느새 지금의 겨울처럼 사십대 후반... 쉰...도 멀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후훗...

 자조섞인 헛웃음을 흘리며 태민이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이 경멸스러운 일인지, 

 이대로 연락을 끊어 버리는 것이 경멸스러운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포르쉐를 보고 있자니, 태민과 처음 만나게된 

 자동차 사고가 떠오른다. ‘그땐 그냥 깡패인줄로만 알았는데...’

 연락을 해보고 싶다. 

 잘지내냐고, 

 아니면 그렇게 말없이 수영장을 그만둬서 다른 사람이 걱정한다고 , 핑계삼아 라도...

 그렇게 몇분을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린다...

 - .... 하아...하아....여보세요?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바라보니 태민이 번호로 전화가 걸려있다. 어느새 전화를 

 걸었나 보다. 그런데 태민의 숨소리가 거칠다.

 - 여보세요? 목소리가 왜그러니?

 - 하아... 누구... ... 누님? ... 하아... 암것도 아네요 조금 열이 있나봐요.

 -열...? 많이 아프니? 언제부터... 왜? 

 아프다는 태민이의 말에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는지... 두서없이 말을 내뱉는 성희.

 - 그냥. 좀... 아까 약 먹었어요... 미안해요 누님. 다음에 통화해요...

 -뚜. 뚜. 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민아? (태민의 가명. 흐음.. 죄송하지만, 그냥 소설적 개연성을 무시하고 앞으로 그냥 태민으로 통칭 할께요. 심지어 유민이를 오타로 생각하고 쪽지를 주신 분도 계시고^^;; )

 태민과의 전화가 끊어지고, 성희의 가슴은 새차게 두근거린다. 걱정으로.

 그러게 왜 집에선 나와가지곤... 누구 돌봐줄 사람도 없을텐데 아프면... 

 그렇다고 태민이의 집으로 가 볼 수도 없다. 

 퇴근후엔 특별한 일 없으면 항상 집으로 곧장 퇴근 했었고, 무엇보다 2주정도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태민의 집으로 가는 것도 이상하다. 

 아프면 병원엘 가지 왜 약을...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성희는 이윽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곤 급하게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 ‘띠딩’

 창현은 문자 수신음에 핸드폰을 확인한다. 

 ‘아빠 , 저 오늘 좀 늦을 것 같아요. 저녁 먹고 늦게 들어가요. 엄마한테도 전해 주세요~’

 지영이의 문자다. 가능한 일찍들어오라는 답장을 보내기가 무섭게 또 다시 ‘띠딩’ 문자가 도착한다.

 ‘ 여보, 저 회사에서 회의가 늦어지네요. 죄송한데 저녁좀 찾아 드세요.’

 이런 , 아내까지... 

 창현은 별다른 생각은 안한다. 아내가 회의가 있으면 있는 것이다. 퇴근하면 어김없이 

 집으로 오는 아내였고 일년에 몇 번정도 늦을때는 어쩔 수 없는 회식이거나 

 오늘처럼 긴급회의가 있을때 뿐이었다. 

 오랜만에 김치찌개나 끓여야 겠군... 저녁걱정은 말고 천천히 오라는 답문을 보내곤

 혼자서 김치찌개 끓일 준비를 하는 창현.

 -많이 아파?

 -으응...이젠 괜찮아요. 약 먹어서 인지 너무 졸리네요.

 다시 눈을 감는 태민. 성희는 그냥 말없이 바라본다. 

 입술이 부르튼 태민의 얼굴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결국 태민이의 집으로 오고야 말았다. 도착하기 까지, 도착해서도 벨을 누르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지금 태민의 집안에 들어와 있다. 

 새로운 수건으로 갈아 이마에 얹어 주곤 창문에 기대 밖을 바라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 누님 , 거기 있어요?

 태민쪽으로 향하는 성희.

 - 하아... 간줄 알았어요.

 - 괜찮아?

 - 나 자는 동안 뭐했어요?

 - 그냥 창 밖에 보고 있었어

 -이거 고마워요.

 트리안.

 동글동글한 잎들이 귀엽고 오가다 물만 잘 주면 착하게 잘 자라는 식물.

 -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올 때, 자기를 기다리는 생명체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햇빛이 없어도 잘자라니 죽이지마.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힘을 내야 하는 일이다. 

 고독. 그런 고독감을 누님도 아는지 태민이 묻는다.

 - 열은 많이 내렸네.

 태민의 물음에 그냥 조용히 웃고는 손으로 태민의 이마를 짚으며 말하는 성희.

 확인하고 내리는 성희의 손을 잡는 태민. 성희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잡은 손을 그대로 당겨 손등에 입을 맞춘다. 

 성희는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태민이 이끄는데로 이끌려 간다.

 태민은 손등에 입을 맞추고 손을 마주잡은채 그대로 내려놓는다.

 그대로 두 사람이 정지한듯 별다른 움직임 없이, 얼마의 시간이 흐른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 커피색 계열의 스타킹으로 다리를 감싼 성희가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채 태민의 곁에 앉아 있고 태민은 흰색계열에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이불을 

 몸에 덮은채 어느샌가 반쯤 일어나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있다.

 방안의 불은 꺼져있고 옅은 스탠드 조명만을 켜둔채로 대비되는 옷차림의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마주잡은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직 완전히 열이 내리지 않았는지, 태민이의 약간 거칠은 숨소리와 

 성희의 나지막한 숨소리만 방안을 채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성희는 태민의 얼굴이 다가옴을 느낀다.

 태민이 손가락 하나로 성희의 턱을 들어올렸다. 

 성희는 왜인지, 꼼짝할 수가 없다.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키스로부터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 

 태민이 얼굴을 기울이며 입술을 대고 마치 귓속말을 하듯 말했다.

 - 고마워요. 그 골목길에서 다른사람 말고 나한테 사고내줘서.

 이어지는 키스.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고 태민이 손가락하나에서 손바닥 전체로

 성희의 턱을 감싸쥐는 행동만 변했을뿐 . 둘다 그대로의 상태로 숨소리만 조금씩

 거칠어 진다.

 -흐우...흐우..

 -흐..흐음....흐흡....후훕....후우..

 -하아...하아...하아..

 -하흠...하아... 허헉...!

 성희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거칠어진 순간. 태민이 어느새 손을 내려 성희의 윗 단추를

 하나 끌러낸다. 검은색 정장의 단추가 한 개, 두 개 풀어지면서 검은색 브래지어로 

 감싸져 있는 성희의 새하얀 가슴 굴곡이 드러난다.

 -하아...하아...

 어느새 성희의 입술에서 얼굴을 떼고 자신이 벗겨낸 틈으로 물끄러미 성희의 가슴을 바라보던 태민은 상의의 단추를 어느새 다 풀어내고 한손으론 성희의 맨살 허리를 감싸고 한손으론 나머지 쪽 어깨를 옷위로 감싸 안은채 얼굴을 내려 성희의 새하얀 목에 살짝 입을 맞추곤 브래지어로 채 감싸지지 못하고 드러난 가슴의 윗부분에 부드럽게 키스한다.

 -하아....하흥....하앗...

 -하아...하아...하아....

 열 때문인지, 성희의 브래지어 위로 드러난 가슴을 빠는 태민이의 숨결에서 뜨거움이 전해진다. 

 ‘움찔’ 떠는 성희의 몸에 입술과는 다른 감촉이 느껴진다.

 태민이 어깨를 감싸던 손으로 옷을 조금 더 벌리고는 브래지어를 그대로 올려버리고

 성희의 맨살 가슴을 문지른다. 

 -흐억... 후우....후우......

 가슴의 맨살에 느껴지는 뜨거운 젊은 사내의 손길에 성희의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자석에 끌리듯 그저 태민의 손길에 몸을 맡기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태민을

 끌어 안는다. 태민은 어느새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내리고 입술로 성희의 도드라진

 유두를 입에 물고 할짝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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