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흐...흐흐흐흐..
나오느니 웃음뿐...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런 짓 까지 하고 있는데... 4년이나 따라다녔는데.. 사겨주지도 않더니... 양성철한테???
그 따위 호빠나 들락거리는 생 양아치 같은 인간한테?
하... 갑자기 너무도 궁금하다.
“하나만 묻자 지영이 언제부터 알았는데?”
양성철에게 문자를 보낸다.
‘띠딩 ’ 바로 답장이 온다
“ 오늘.
클럽에서 봤다. 아는 여자동생 친구 생일파티 자리에서 ”
오늘....? 오늘 만나서 오늘 먹혔다? 양 성철한테... ?하...하하하!!
인생, 참....
개 좆 같은 게 인생이란 거구나....
모든 기력이 다 빠진 태민.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어이 없는 웃음소리만 입가에 맴돌뿐.
어느샌가...
그 웃음소리는 울음으로 바뀌고 한번 흐른 눈물은 도무지 멈추질 않고
태민의 침대를 적신다..............
# 4시간전, 지영이 친구 순영이의 생일 파티장.
주인공인 순영이와 지영이 그리고 친구인 수지. 여자 세 명과 수지가 아는 오빠들이라며
부른 완구와 진철. 남자 두 명. 이렇게 다섯이 대학가의 한 클럽에서 룸을 잡고 생일파티를
하고 있다. 막 생일 케익에 초를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참이다.
지영이는 여느 생일 파티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축하해주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기고선 적당한 때에 돌아가려는 맘을 먹고 있다.
- 진철 오빠 왜 두명이서 왔어? 성철오빠는 안 온데?
- 그 자식은 안올지도 몰라. 기분 내키면 온다나?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자기가
거길 왜가냐고...
- 아이, 오라고해! 나도 있다고 이런날 킹카가 있어야 분위기가 살지~
- 야! 나랑 완구는 그럼 찐따냐? 우리정도면 괜찮잖아? 안그래요 순영씨?
-후훗... 그럼요 두분다 잘 생기셨어요. 말편하게 하세요, 오빠
-그래 오빠, 징그럽게 순영씨가 뭐야 나이도 4살이나 더 많으면서 성철 오빠나 빨랑
전화 해봐~
지영이는 대부분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다. 주로 이야기를 하는건
친구인 수지와 진철이란 오빠다. 순영이와 완구라는 오빠도 조용한 편이고 자신은...
사실 별로 이 자리가 재미가 없다. 순영이와는 친한 사이지만, 수지와는 성격이 잘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물론 셋이서 같이 대학생활을 하지만 짙은 화장을 좋아하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자주 입고 다니면서, 남자관계도 복잡한 수지가 그닥 탐탁치는
않다. 그냥 수지도 순영이와 친하고, 뒤끝있는 성격은 아닌 수지와 어느정도의 선에서
친구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뿐이다. 또한 아는 오빠라고 이 자리에 동석하고 있는
진철이나 완구도 지영이가 별로 관심을 가질만한 스타일은 아니다.
완구는 말수도 별로 없고 얼굴은 그냥 평범한 정도이고 착하게 보이긴 하지만
매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진철은 얼굴은 어느정도 준수하게 생겼지만 수다스럽고,
까부는 성격이다. 아까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것을 느꼈지만 모른 체하고
조용히 있다. 수지와 진철이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성철이란 사람도 아직 보진
않았지만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축하 노랠 했으니, 케익을 자르고 나면
조금만 더있다가 적당한 핑계를 대고 돌아갈 생각이다.
- 알았어. 전화할게 .
여보세요? 성철이냐? 야 너 수지가 부르라고 안달이다 어디야?
알았어. 응.
- 뭐래? 온데?
- 안그래도 다 왔단다. 좋냐?
- 히히히 아싸~ 그 오빠 오랜만에 얼굴좀 보겠네.
-얼씨구 너 혹시 성철이랑 사겼었냐?
-뭐래~ 그냥 반갑다는 거지.
-아 , 왔네 앉아라 여기.
수지와 진철이의 수다가 끊이지 않을때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룸안으로 들어온다.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영이의 시선도 그 곳으로 향한다.
‘잘생겼다...’
블랙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키는 한 185정도 될까?
새하얀 피부에 잘생긴 얼굴. 흔히 말하는 꽃미남 스타일이다. 평소에 꽃미남 스타일을
좋아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는 너무나 잘생겼다.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는 집에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지영은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성철은 성철대로 내심 놀랐다.
수지라는 기집애는 전에 한번 원나잇으로 즐긴적이 있었다. 그리고 사귀자는걸 쿨하게
거절하고 그 뒤로 연락한번 안했었고 나머지 친구2명이 더 있다는데 끼리끼리 논다고
뻔할뻔자라 별로 갈 맘이 들지도 않았었다. 근데 수지라는 기집애가 진철이는 또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아까부터 끈덕지게 자신을 찾는다길래
수지친구라는 두명이 혹시 퀸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아니라면 수지라도 또 먹어볼
생각으로 왔다. 뭐 간만에 진철이랑 완구도 볼겸해서.
그런데 마침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애 한명이 눈에 띈다. 빨간색 스커트에 하얀색 바탕 도트패턴셔츠를 입고있는,
새하얀 피부에 눈이 커서 청순한 첫인상에, 옷차림을 보면 등아래로 보이는 빨간색 스커트
뒷면에 밑으로 15센치 정도의 지퍼처리가 되어있다. 거기다 스커트 밑으로 스타킹을 신지
않아 눈부시게 새하얀 길게 뻗은 다리. 키도 168정도는 되어보이고.
묘하게 섹시한면도 보이는 여자애다.
다만 땡땡이 무늬의 하얀색 셔츠의 굴곡으로 미루어 보아 글래머한 스타일은
아닌듯해 보인다. 벗겨봐야 알겠지만 B, 잘해야 C 정도 될 듯.
그게 더 매력있어 보인다 얼굴과 매칭이 되는 크기다.
자연스럽게 그 옆으로 가서 자리에 앉는다.
-오빠 왜 거기 앉어~ 이쪽으로 와. 진철 오빠 저리좀 비켜봐.
-됐어 그냥 여기 앉을게. 안으로 들어가기 귀찮다. 그리고 마주보는게 좋잖아.
이야기 하기도 편하고.
술자리가 진행되고, 적당히 돌아가려던 지영은 성철의 출현에 집에 갈 생각은
잊고 어느새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성철이까지 해서 남자셋 여자셋이 되었지만
대화의 주도는 여전히 진철과 수지가 맡아서 하고 있었고 완구와 순영이는 서로 조금씩 호감을 느낀듯 가끔 귓속말로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다.
성철도 가끔 수지가 말을 걸면 받아 줄뿐 많은 말 없이 가끔 술을 마시거나
진철에게 말을 걸거나 할 뿐이었다.
성철이가 자신의 옆에 자연스럽게 앉기에, 자신에게 말을 걸어 줄거라 생각한 지영이는
성철쪽에서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아, 여전히 오고가는 대화들을 듣는 쪽을 유지하고
있었다.
- 어 핸드폰 새로 나온거 쓰네? 그거 좋아?
대뜸 반말로 지영에게 물어보는 성철. 초면에 자신에게 처음 거는 말이
반말인데도 첫인상에 호감을 느껴서인지 지영이의 마음에 반감은 생기지 않았다.
-아, 그냥 핸드폰 쓰던게 오래된거라 바꾼거에요.
-말도 할줄 아네? 아까부터 도도한척 하고 입 다물고 있길래 목소리나 들어보려고
말 걸은거야
가만히 듣고 있기엔 말투가 기분이 나쁘다.
-내가 언제 도도한척 했어요? 그리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에요?
- 나 원래 미인한테는 반말해.
‘그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하네’
지영의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성철의 말투.
- 우~우~ 오빠 지영이 한테 관심 있나봐? 작업멘트 쩌네?
- 목소리 들어보려고 말시켜 본거 뿐이야. 수지 너 안본사이 좀 이뻐졌다?
시비걸듯 자기에게 말을 걸다가 .금새 자기에 대한 신경을 끊고
수지의 얼굴 칭찬이나 하는 그 남자. 지영은 은근히 성철에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 빨간 바지 입었네?
-네?
-내가 빨간색 좋아해서
바지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자신의 스커트를 바라보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민망한 기분을 느낀다. 뭐이런 뻔뻔한 남자가...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거 바지 아닌데요
-아 스커트 였나? 사실 옷보다 다리만 보여서.
다리 잘빠졌네 ~ 모델이야?
다리보고 있었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 아,,아니 학생인데요.
조금은 당황해서 말끝을 흐리는데 얼굴이 조금 빨개진 지영. 그런데 성철은
또 다시 말은 툭 던져 놓고 어느새 수지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또 잠시후.
-근데 너는 계속 존대말 하네. 수지처럼 그냥 말놔.
-반말은 친한사이끼리 하는거죠.
-그래? 그럼 이러면 좀 친한 사인가?
갑자기 지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성철. 그리고는 자기쪽으로 약간 끌어당긴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지영은 당황스럽다. 한번 도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남자를
만난적이 없다.
-왜 이러세요?
지영이가 말하며 어깨에 올린 손을 치우려 하자, 어깨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얼굴을 지영이 쪽으로 붙이더니 귓속말을 한다.
- 너, 맘에 들어서.
아까 처음 봤을때 서로 눈 마주쳤다고 느꼈는데, 아니라고 할꺼야?
솔직하지 못한 성격인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성철의 말에 지영은 묘한 기분이 든다.
이 남자가 처음 등장할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들킨 기분이 들어
부끄럽고 숨을 내뱉듯이 귀에 속삭이는 남자의 말에 이상한 설레임이
몸을 감싸 얼굴이 조금 달아오른다. 어느새 손 치우라는 말은 잊어버리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두 사람.
성철도 지영이가 거부의 반응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일부러 신경을 건드리는 말은 하지 않고 패션이나 , 혈액형
같은 가벼운 주제들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 잠깐 , 그러고보니 너 이름이 지영이라고 했지? 그리고 수지랑
같은 학교니까 ~~여대?
-어 그런데?
어느새 지영도 성철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다. 지영은 뜬금없이 자기 이름을
되묻더니 학교이름을 물어보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성철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지영은 이런 느낌을 받아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성철만큼 잘생긴 사람은 몇몇 봤었지만
학교에서 선배나 동기, 후배 , 또는 이런저런 모임에서 만난 남자들 중에
첫인상만으로 이상하게 설레임을 느꼈던 적도 없었고, 또 처음부터 자신에게 반말을
한다든지, 도도한척 하지 말라든지, 다리가 잘빠졌다든지 이렇게 막말을 하거나
또는 얼마 되지도 않아서 허락도 없이 어깨를 안거나, 갑자기 귓속말을 하거나 하는
남자도 본적이 없다. 거기다 성철은 대화하는 도중에 자기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담배를 피곤 했는데 그렇게 매너 없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다른 남자들은 모두가 매너있어 보이려 애썼고, 착하게 보이려 애썼다.
말투도 상냥했고, 공주병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대부분 자신에게 예쁘다고 칭찬하거나
성격도 좋다고 하는등 칭찬만 거의 들었었다.
그런데 그러한 남자들과 있을때는 기분은 좋았지만 매력이 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23살인 지영은 여태까지 단 한번 남자를 사귀었었고, 4달 정도 사귀는 기간동안
그 남자는 매너있고, 상냥했다. 100일날 조심스레 자신에게 키스를 했고 헤어질때
까지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같이 있으면 좋은 느낌이고 그 남자를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는 가슴도 아프고 , 이별 앓이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새 잊혀졌다. 그리고 사귀었던 그 남자를 포함해서 그다지 기억에
남거나, 인상깊었던 남자는 없었다.
있다면 단 한명. 사랑하진 않았지만 자신을
4년간 일편단심 좋아해준 남자 태민. 요즈음 들어서야 자신을 단념한듯 연락이
끊겼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좋아해준 남자를 쉽게 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태민은 미안하게도 좋아지지가 않았다. 키도 큰편이고, 얼굴도 호감형이고
자상한 남자지만 끌리지가 않았다. 그냥 좋은 오빠라고만 생각됐다. 한결같이
좋아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동정으로 사귈 수도 없었다.
나중엔 미안한 만큼 더 일부러 차갑게 대했다. 좋은 오빠로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은 잊어 버리고 좋은 사랑을 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더 함부로 대하고, 바람도 맞히고, 심지어는 욕설도 하고 따귀도 때렸는데도
그 남자는 떠나지 않았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단념한 듯했다.
여자란 그런 걸까? 묘하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디선가 태민오빠도 잘 지내길 바랄뿐 서운한 마음은 없어졌다.
다만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은 태민이 같은 좋은 남자가 좋아지지 않았나...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오늘 성철이라는 이 남자를 만나고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동안 여자는 나쁜남자에게 끌린다는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번도 자신에게 나쁜남자가 다가온적이 없어서 더 몰랐다.
양성철이라는 남자... 말로만 듣던 나쁜 남자 같다. 위험하니 이쯤에서
마음이 더 나가기 전에 그만둬야 겠다는 마음과 , 동시에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묘한 끌림이 마음에 공존함을 느낀다.
한편 성철은
‘어라?’ 하는 생각이 든다.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여대에 이름은 지영이라니
혹시... 하는 생각이 든다. 태민이 놈이 4년인가 쫒아다녔다는 혹시 그앤가?
왠지 맞을거 같다는 감이 온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 여자 , 존나게 꼴린다.
후배놈이 4년간 쫒아다닌 여자라... 확인하고 싶다.
-너 23살이랬지... 근데 왜 3학년이야? 휴학?
-아니 1년 재수했어.
맞는거 같다. 태민이놈이 그여잘 처음 만난게 재수학원이라고 했었다. 크크큭
지방에 있는 기숙학원이라고 했으니, 그것만 맞으면 90%이상 맞는거다.
같은이름에, 같은나이, 마침 재수를 하고, 또 같은 학원일 확률은 있을 수 없는거다.
-재수? 그럼 뭐 서울 유명한 곳에서 다녔겠네? 어디?
-아니, 나 조용히 공부만 하려고 지방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공부했어.
근데 그건 왜?
-그냥 , 재수했다길래 물어본거야.
그때 , 둘사이를 아까부터 못마땅하게 보던 수지가 말을 건다.
-아주 호구 조사를 하는구나? 왜? 더물어보지 지영이 아버지는 ~대학교수고
엄마는 증권사 다니고~ 남동생은 군대갔어. 집은 ~ 동이고 .
오빠 지영이 찍었나봐?
- 야 진정해라. 신상 알려줘서 고맙다. 잘 써먹을게.
아닌게 아니라 성철은 자신이 계속 캐묻는 것도 뭐했는데 수지가 대신 껴들어 줘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태민이놈 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면 확실해 지겠지.
그때 성철의 태연한 반응에 어이없어하던 수지가 화장실 간다며 나간다.
성철도 잠시 후에 따라 나선다.
지영은 성철과의 대화중간에 수지가 껴들어서 자신에 대해 말한것도 짜증이 났지만
수지가 나간다고 따라나선 성철도 섭섭하다. 또 둘이서 나가서 뭐하는지 신경도
쓰인다. 자신도 따라나가고 싶지만 그러면 분위기가 이상해 질것 같아서 그냥
자리를 지킨다.
수지를 쫒아간 성철은 수지를 돌려 세워 놓고 말한다.
-야 까고 말할게. 나 오늘 지영이 작업한다.
-아 짜증나. 오빠 진짜 이럴꺼야? 나한테 이렇게 까지 해야되?
-너 한테 뭐? 너랑나랑 한번 잔거 밖에 더 있냐? 지랄하지 말고 너도 협조해라.
- 어이가 없네. 내가 왜? 이렇게 된거 나랑 오빠랑 잤다는 것도 말하고
아예 소금 뿌려버리면 모를까 협조를 하라고?
이런 반응쯤은 예상했지만 수많은 여자를 만나본 성철은 이미 수지와 지영사이의
무언가를 캐치하고 있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라는 격언은 불변이다.
- 훗. 야 너 나를 뭘로 보냐. 너희둘 순영인가 하는 애랑은 다 친해도 너희둘
사이는 별로지? 너 평소에 이런 생각 안해봤어?
지영이년 니가 뭐가 잘났다고? 뭔가 자기만 고고한척 하는 꼴이 좀 우습다,
뭐 이런생각. 얼굴로 따지면 오히려 이쁜쪽은 너 잖아. 글래머한 몸매도 그렇고.
- 그거야 뭐... 오빠 그런거 잘아네? 솔직히 맞어. 지금도 쟤 내숭떨면서
오빠한테 꼬리 치는거 아냐? 나도 봤거든 쟤 오빠 보자마자 뻑간거. 그런데
아닌척 관심없는 척하더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오빠옆에 찰싹 붙어서는...
- 야 수지야, 지영이 재 아마 아다라시 일꺼다.
-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얼굴 좀 청순하게 생겼다고? 쟤 남친도 있었어.
100일도 넘게 사겼었고. 당연히 했을걸 섹스도? 오빠도 내숭에 넘어간거야?
- 푸훗.. 내숭에 넘어가기는.
오빠는 여자랑 한 시간만 있어보면 알아. 말했었지? 나 호빠 에서도 일했던거.
상대방 여자의 말투, 눈빛, 스킨쉽했을때 반응, 버릇, 그런거만 봐도 알 수있지.
물론 100% 장담은 못하지만.
그것보다, 나 오늘 지영이쟤 작업할테니까 협조해라. 너도 쟤 순진한척
고상떠는거 별로잖아?
- 내가 뭘 어떻게 협조하는데?
- 그냥 아까같이 초치지말고, 내가 앞으로 무슨 말을 하면 그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돼. 알겠냐?
-알았어. 대신 담에 나랑 한번 만나 ~
-그래 먼저 들어가라.
-흐흐흐 좆같은년. 지 친구 따먹게 협조하라는데 좋단다. 암튼 여자들이란...
성철은 오늘 꼭 지영이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쁘고 매력적이지만
사실 그렇게 까지 관심은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쿨하게 자러가거나,
아니면 다음을 기약해도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태민이놈이 무려 4년간을 쫒아다니고도
사귀지도 못한 여자라니까 정복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거린다.
아까도 어깨를 감싸는 순간보다, 그 여자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점점 태민이의
‘그여자’ 라는게 확실해 질때 자지가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게다가 이런저런
검증결과 십중팔구 아다 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더 꼴린다.
수지년이 방해가 돼서 이제 처리 해뒀으니 장애물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영이가 점점 자신에게 넘어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이쁘긴 하다만, 연예인도 아니고 저 정도애한테 4년...?
아니, 연예인이라도 성철 자신은 4년은 안따라다닐것 같다. 포기하고 말지.
훗, 태민이놈 병신새끼... 덕분에 꼴리긴 하다만 크크큭...
화장실에서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가다듬고 룸으로 들어간다.
지영이 옆으로 가서 다시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며 앉는다.
이번엔 손을 조금더 밑으로 내려서 겨드랑이 바로 밑 , 가슴이 살짝
스치는 부분을 감싼다. 지영은 약간 움찔 하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다만 수지랑 나갔다와서 이렇다,저렇다 말이 없는 성철에게 조용히 묻는다.
-수지랑 무슨 얘기했어?
-별로. 그냥 한번만 더 지영이 곤란하게 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어.
성철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번에도 귓속말로 말한다.
죽여버린다는 위험한 단어를 달콤하게 속삭이듯 말하는 성철의 말에
지영은 조금 놀랐지만 자신을 위해 수지에게 따끔하게 말했다는 것에
왠지 기분이 좋다.
이때 성철은 지철이를 슬쩍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 심심한데 왕게임이나 하면서 분위기좀 띄울까?
- 그럴까?
지철은 씨익 웃으며 담배 몇가치를 모아 왕게임할 준비를 하고 순영과 완구도
별다른 반대 없이 동조한다. 수지도 성철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영이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몇 번 술자리에서 왕게임을 하자는 분위기를
겪어봤고 그때가 되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왕게임을 하다보면 벌칙으로 키스나 그 이상의 스킨쉽도 쉽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고 ,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들과 그렇게 쉽게 키스를 하고
그러는게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망설여 진다.
옆에 있는 성철과 키스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오빠들과도 벌칙으로...
평소라면 집에 돌아간다고 말해야 할텐데
지금은 그러기가 싫다. 고민하고 있는데 또다시 귓가에 성철이 속삭인다.
-야, 걱정마 다른놈이랑 키스하게 두지는 않을 테니까.
‘ 그럼 오빠하고는?’
차마 그말은 목에 삼키고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왕게임이 시작되고 처음엔 여러 가지 가벼운 벌칙들을 서로 시킨다.
원샷하기, 담배 두가치 물고 피기, 코믹댄스 추기, 스테이지로 나가서 3분안에
여자 꼬셔오기 ...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만큼 술도 마셔서 6명 모두
조금씩 더 취하고, 조금씩 더 야릇한 흥분감에 싸인다.
-1번, 3번 서로 얼음 주고 받으면서 녹을때 까지 혀로 옮기기~ 자 누가 1번,3번이야?
왕이 된 진철이 벌칙을 얘기한다. 기어코 지영이 망설이던 때가 왔다.
3번이 지영이다. 1번은 누구일지, 불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지영
- 3번은 난데...
지영이 손을 든다
- 내가 1번인데, 이가 시려서 얼음 못 물겠다. 대신에
벌칙으로 술 두잔 마실게.
지영은 성철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말이 얼음을 옮기란 거지 키스를 하란 이야긴데
자신은 망설이며 손을 들었는데 그걸 보고도 성철이 말도 안돼는 이유를 들며
자신과의 키스대신 술마시는 것을 택했다.
‘나를 지켜주려고?’
그런데 성철이 그런 캐릭터 였던가? 지금까지의 성철이라면
능숙하게 자기를 리드하며 키스 벌칙을 수행할꺼라 생각했다. 1번이 다름아닌
성철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키스를 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차라리 술을 마시겠다니... 약간 안도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것보다 더
서운한 마음이 크다.
‘내가 매력이 없단 얘긴가?’
살짝 눈을 돌려 성철의 표정을 보니 아무런느낌 없이 술을 연거푸 두잔
마시고 있다.
그리고 그후에도 계속, 지영이 야한 벌칙에 걸리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없던 걸로 무마시켰다. 다른애들도 처음에는 야유를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지켜준다는 이유를 든다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도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성철과는 너무 다른 행동이라 지영은 기분이 별로 였다.
마치 자신을 여자로는 안본다는 듯한 태도.
‘너 맘에 든다’ 라고 말했던 주제에. 갑자기 왜... 괜히 서운하다.
그렇게 지영이와 성철만 빼고 나머지 4명은 이런저런 벌칙을 수행하는 가운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순영과완구 , 진철과 수지가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하며
커플같은 분위기가 조성됬다. 키스뿐아니라 점점 강도가 쎄지고 분위기가 진해지면서
가슴애무하기 라든지 무릎에 올라가서 섹스하는 행위를 몇분간 유지한다던지 하는
벌칙들도 자연스럽게 시키고 받고 진행되어 갔다.
6명중에 4명은 열락의 분위기로 달아올랐는데 성철과 지영 두명만 게임시작전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있는것이 지영은 너무 낯설었다. 수지와 진철이는 물론이고
절친한 순영이 마저도 완구와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심지어 완구의 손은 순영의
상의 안으로 들어가 있다. 무언가 자신만 다른공간에 있는것 같고 심지어
자신과 야한 벌칙을 절대 하지 않는 성철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내가 여자로서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성철을 보는데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커플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제는 지영의 어깨를 감싸던 손도 내리고 소파에 기대서
다리를 꼬고 천천히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담배를
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차마
“왜 오빠는 그런 벌칙은 나랑 안하는 거냐” 고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그때 성철이 담배를 끄고 지영에게 다가온다.
- 나가자.
-어?
-나가자고. 쟤들은 저러다 알아서 가겠지.
야 , 나 얘랑 먼저 간다. 잘들 놀고 연락해라. 아, 순영이? 생일 축하한다
- 네 오빠. 고마워요. 지영아 먼저가~ 오빠, 지영이 잘 바래다 주세요~
- 순영아 그럼 먼저갈게. 연락할게. 수지랑 완구, 진철오빠도 안녕
네명 모두 건성으로 성철과 지영에게 인사를 건넨다. 서로 더듬기에 바쁘다.
지영은 자신만 성철이라는 이 남자와 더 가까워 지지 않고 집으로 가는게
내심 서운하지만 그곳에 어색하게 더 있는것 보단 집에 가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밖으로 나오니 밤바람이 춥다.
- 오빠는 어느 쪽으로 가?
- 너 가는쪽.
- 응?
- 니가 뭔가 잘못 생각한거 같은데 집에 가자고 나온거 아니야.
-??
- 노래하는방으로 가자
-노래방? 나 노래 잘 못하는데
-노래? 푸하하.. 괜찮아 나는 노래 잘하니까.
그러면서 씨익 웃는 성철. 자연스럽게 지영의 어깨를 감싸안고
근처 지하의 노래방으로 들어간다.
성철은 술을 주문하고 지영이 먼저 들어간다.
지영은 이런 노래방은 처음이다. 고급스런 가죽의 커다란 쇼파에,
테이블은 흔히 알던 탬버린과 책을 올려놓으면 꽉차던 테이블이 아닌
식탁보다더 긴 테이블 붉은 빛이 감도는 조명. 게다가 맥주와 간단한 과자가
나올줄 알았는데 비싸보이는 양주와 간단한 과일에 얼음까지.
방금전까지 있었던 클럽의 룸보다도 더 고급스럽고 큰 방이었다.
-오빠 나 이렇게큰 노래방은 처음이야.
-훗, 왜 그쪽에 앉아있어 이쪽으로와.
노래방에 가면 의례 그러는것 처럼 마주앉아 있던 지영을 자신의 옆으로
부르는 성철. 지영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며 성철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성철은 자연스럽게 지영을 감싸 안는다. 이번엔 어깨가 아닌 지영이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고 조금 힘주어 자신의 쪽으로 찰싹 붙여앉게 만든다.
성철의 오른쪽몸에 지영의 왼쪽은 어깨에서부터 다리까지 자연스럽게 닿는다.
지영은 성철의 체온을 느끼며 약간 움찔한다.
-오빠...
성철은 대답없이 노래를 선곡하더니 왼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성철이 부르는 노래는 ne-yo의 so sick.
~~
"And I'm so sick of love songs
사랑의 노래들이 지겨워
So tired of tears
눈물도 지겨워
So done with wishing you were still here
니가 여전히 여기 있길 바라는 것도 이제 끝이야
Said I'm so sick of love songs so sad and slow
사랑 노래들이 슬프고 너무 느려서 지겨워
So why can't i turn off the radio
그런데 난 왜 이 라디오를 끌 수 없는거지“
~~
지영도 좋아하는 노래다. 성철은 자신의 말 그대로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말하는 목소리 보다 조금 더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성철
지영은 왠지 성철에게서 쓸쓸함을 느낀다.
‘ 안아주고 싶다’
자기도 모르게 피어나는 감정에 지영은 어느새 성철의 오른쪽에 안겨져 있는
왼쪽팔을 풀어 살며시 성철의 왼쪽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러한 지영이의 행동을 느낀 성철이 살짝 고개를 돌려 싱긋 웃는다.
이제 둘은 마치 연인처럼 서로의 허리를 감싸고 소파에 기대어 있다.
노래를 마친 성철이 술을 한잔 따라 마시고 담배를 꺼내 문다.
- 이 노래 알아?
-응 나도 좋아하는 노래야
- 가사는 어떻게 생각해?
- 글쎄... 정확한 해석은 못해도 이별이 아파서 사랑이 지겹다는 노래지만...
반어적으로 사랑이 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내가 똑같은 기분을 느꼈거든, 노래속의 저 주인공 같은 마음을
바로오늘, 너를 만나서.
그렇게 말하고 나선 피우던 담배를 끄고 성철은 왼쪽몸을 재빠르게 180도 돌려서
지영과 얼굴을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성철이 지영의 무릎위로 올라 앉아 서로
끌어안고 있는 형태가 된다. 성철의 코끝과 지영의 코끝은 서로 맞닿아있고,
눈과눈은 약 2센치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 바라보며 서로의 입술은 닿을듯 말듯
0.5센치도 채 안되는 거리를 두고 각자의 색색이는... 숨결을 상대방에게 내뱉고 있다.
지영은 너무 놀라 피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채 벌린입을 다물지도 않고 아무말도
못한채 숨만 내쉬고 있다. 온몸이 굳어 버린 것 같은 느낌.
오직 지영의 심장만은 이대로 가슴을 뚫고 튀어 나올것 처럼 뛰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군데 ...지영의 은밀한 중심부가 따뜻하게 젖어 오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돼’
그저 얼굴을 마주 하고 있을뿐 키스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곳이 젖다니...
“여자는 결국 섹스를 하게될 남자를 몸이 본능적으로 알게한다” 라는 말을
잡지 같은 곳에서 읽어본적은 있지만 살면서 만난 그 어떤 남자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또한 지영이 자신은 아직 섹스 경험도 없지않은가?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성철의 숨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를 1센치도 안되는 거리에서 느끼고 있는 이순간, 성철의 밑에 깔려 그의 등을 끌어 안고 거친 신음을 내뱉는 자신의 모습이 영상처럼 뇌리에 찰나의 순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