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9)

 그러면서 계속 부럽다, 내가 운전해줄수도 있는데, 나한테 부탁하지~ 이러면서 계속 수다를 이어가는 명준엄마가 처음엔 말도 안돼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성희지만 말을 듣고 보니 

 괜히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에이 그래도 한참 어린앤데 뭐’ 

 금요일 당일

 태민이완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보통 친정 내려갈 때 처럼 편한 복장으로 화장을 하려 화장대 앞에 앉은 성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화장을 하던 성희의 머릿속에

 명준엄마의 말이 스친다. 

 - "지영엄마가 뚱뚱하고 못생겼어도 태워달라고 했을까? "

 "그게 데이트지 뭐~"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은 말이 왜 지금 생각이 나는지. 문득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아줌마같은 

 복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들려 오는 남편의 목소리.

 - 당신 꼭 일요일날 까지 있다와야돼? 주일날(일요일) 교회는 와야지. 내가 목사인데.

 - 제가 언제는 꼬박 꼬박 예배 참석했나요? 당신이 하도 그럴때 마다 가끔식 참석한거죠.

 신앙적으론 얘기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리고 부부가 같이 교회가고 그럼 좋자나? 장인 장모님께 내가

 못하지도 않는데 꼭 일요일까지 있다와야 하냐는 거 뿐이지.

 -당신 정말 이럴꺼에요? 그럼 당신은 꼭 목사님까지 하셔야겠어요? 교수일도 힘들지 않아요? 

 그렇게 계속 원하지도 않는데 절꼭 교회에 데리고 가셔야겠어요?

 -됐어 그만하지. 아버님 어머님 뵈러가는데 당신 기분상한채로 가면 내가 미안하자나. 그래

 내가 잘못했어. 푹쉬다오고 같이 못가서 미안하고.

 -됐어요. 아침부터 화내서 제가 미안해요. 저 다녀올동안 지영이좀 잘 챙겨주시고요.

 좋은 남편인데 자신을 너무 억지로 교회에 인도하려는 부분만 맘에 들지 않는다. 교수일과

 목사일을 두가지다 훌륭하게 수행하는 남편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가끔은 너무올바른 남편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목사직분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부쩍 줄어든 잠자리도 성희의 남모르는 불만이기도 하다. 

 남편과 지영이가 나가고 나서 다시 화장대에 앉은 성희. 무슨 맘일까?

 문득 자기가 입고 있던 간편한 바지와 면티를 벗어버리고 하늘하늘한 땡땡이 무늬의, 평소에 좀 짧다 싶어서 

 사놓고도 잘입지 않던 쉬폰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포인트로 갈색 벨트로 마무리 한다.

 옷을 바꿔입고 나니 화장도 옷에 맞춰서 고치고 싶어진다. 평소보다 조금 젊어보이는 화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약간 망설이다 향수까지 살짝 뿌리는 성희. 남편과 말다툼을 해서일지, 명준엄마의 말이 생각나서일지, 자신이 왜이렇게 예쁘게 차려입는건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집을 나서는 성희.

 한편 성희를 기다리는 태민. 이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지영이 엄마의 연락처까지

 알게되고. 수영 교습을 핑계로 은근 슬쩍 성희를 터치할때마다 움찔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지만 조금씩 붉어지던 지영엄마의 두볼을 떠올리며 조금씩 일이 되어가는게 흐뭇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왜 지영이 에겐 자신의 맘이 통하지 않았을까? 4년이나 공들였는데 , 정말 좋아했는데 ...

 여러 생각들로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다. 오늘 어디까지 진도를 나갈수 있을까?

 뭐 ,맘만먹으면 강제로라도 깃발까지 꽂을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목적은 완전히 지영엄마의 마음까지 뺏어서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것이기에 천천히, 밥에 뜸이 완전히 들때까지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어차피 지영이에겐 4년이나 열심이었던 자신이 아니던가? 인내력하나는 거의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태민이다. 

 그러던중 흰색 포르쉐가 미끄러 지듯 진입해 들어온다. 

 -오셨어요? 아....!!

 ‘이렇게 예뻤었나?’ 미니 스커트 정도는 아니지만

 유부녀가 입기엔 상당히 짧은 하늘 거리는 얇은 원피스 차림의 지영이 엄마. 원피스 밑으로 

 쭉뻗은 새하얀 다리가 눈에 들어오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태민.

 -어~ 어서타 .

 자신을 보고 놀라는 듯한 태민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들다가 문득 태민의 시선이 향하는곳을 느끼고 아차! 싶은 성희다. 남편과 아침부터 다투기도 하고해서 답답한 마음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긴했는데 운전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다리가 너무 노출이 된다. 팬티만 겨우 가려지는 길이가 되버려 당혹스럽다. 

 백이라도 올려놓고 싶은데 운전하면서 백을 올려놓는것도 부자연 스러워 갑자기 경직됨을 느끼는 성희지만 긴장한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민을 태우고 말을 건다.

 -오늘 날씨 좋다 그렇지?

 -네 그렇네요 태워 주셔서 감사해요 출발~~

 ㅎㅎ 속으로 웃음짓는 태민. 한눈에도 다리가 너무 드러나서 불안해 하는 성희가 보인다.

 시트에 앉는 것까진 생각을 못했나보다. 아니면 평소에 혼자가다 보니 다른사람과 같이 간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던지. 운전을 대신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좀더 즐기기로 한다.

 성희는 자칫잘못하면 팬티까지 보일것 같아 자꾸 불안하지만 다행히 태민이가 더는 자기쪽을 쳐다보지 않는것 같아 애써 침착 하며 운전을 한다.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흰색 포르쉐가 속도를 올리자. 태민과 성희 둘다 기분이 좋다.

 복잡한 서울을 빠져나와 좋은 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최고다.

 사실 성희가 한달에 한번씩은 꼭 친정을 방문하는 것도 그것도 꼭 혼자서. 물론 부모님을 보고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달리는 기분이 좋아서다. 그래서 가끔씩 카메라에 찍혀 벌금을 내기도 하지만 그정도의 제약은 무시하고 속도를 올리는 성희.

 태민은 살짝 열어둔 창문사이로 흘러들어온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생각보다 속도를 내며

 행복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성희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유부녀가 아니라면, 지영의 엄마가 아니라면 진짜로 반할지도 모르겠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여자가 사십대 중반이라고 누가 믿을까? 

 한참 얼굴을 보던 태민의 시선이 머리카락에서 귀에 달린 귀걸이로 , 귀걸이에서 머리카락이 살짝살짝 가려주는 새하얀 목선으로 원피스 위로 시원하게 드러난 쇄골로

 쇄골이 만나는 부분에서 원피스가 다 가리지 못하는 가슴굴곡으로 ,봉긋한 가슴에서 

 수영으로 다져진 ,유부녀라곤 믿을 수 없는 얇은 허리로 허리에서 거의 팬티까지 드러난 허벅지로 급격히 얇아지는 종아리로, 종아리에서 엑셀레이터를 신나게 밟고 있는 하이힐 사이로 살짝 드러난 발가락까지 향한다. 

 ‘얘, 얘가 지금 어딜 보는거야’

 태민이가 정신없이 성희를 쳐다보는 사이 간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에 흠뻑 취해 운전에 심취하던 성희는

 문득 따끔거리는 육감에 옆자리 태민을 곁눈질로 살짝 보니 정확히는 몰라도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것같다. 어딜 보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짧은 자신의 원피스가 다시 생각이 난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성희.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보지마! 라고 말할수도 없고. 뭐라 해야할지 모르는 성희 .

 ‘괜히 원피스는 입어서... 그냥 바지 입을껄..’

 자신을 탓하며 애써 모른척 하는 성희 그렇다고 한손을 내려 치마를 잡아당기기도 애매하다. 

 마치 자식뻘인 태민이를 의식하는것 같아서. 그때,

 -누님 차 갓길에 세워요.

 -왜그래? 

 -세워요 그냥.

 갑작스런 태민이의 말에 급격히 불안해지는 성희. 방금까지 자기를 훝어보던 태민이가 떠오르며 

 문득 태민이가 아직 젊은 남자라는 것, 혹시 원피스밖으로 팬티까지 드러난건 아닌지,

 아직 젊은 태민이가 욕정을 참지 못하고 자기를 어쩌려는건 아닌지,별별 생각이 들지만

 아직 시간도 오전 11시 정도이고 고속도로에서 어쩌랴하는 생각도 들고 혹시 소변이 마려워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쨌든 갓길에 차를 세우는 성희.

 차가 정지하자 차문을 열고 내리는 태민. 

 곧바로 자기쪽으로 태민이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이 더욱 증폭되는 성희 

 -유민아. 왜, 왜그래? 무슨 일이야?

 떨리는 마음을 감출수 없는 성희. 

 -내려요 제가 운전할께요. 

 -아니야 내가 할게 괜찮아.

 -하하 .누님 불편하시자나요 옆에 타세요.

 -뭐가 불편..? 아..

 무슨 상황인지 알고 조수석으로 옮겨 타는 성희. 자리에 앉자 태민이 얼굴이 쓱 다가온다.

 움찔 하는 성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메어 주는 태민. 그리고선 성희의 백으로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를 가려준다. 허벅지를 가려주며 성희의 맨살에 살짝 닿은 태민의 손이 뜨겁지만 부드럽다는 생각이 드는 성희. 태민의 배려가 고맙다.

 -누님 사실은 제가 힘들어서요 

 -응? 뭐가? 

 -그런게 있어요~ 제 눈이 사팔뜨기가 될것 같더라구요 어디사는 누가 너무 예뻐서~ㅎㅎ

 -응큼하긴! 운전이나 똑바로해~

 -예이~

 태민은 사실 좀더 눈요기 삼아도 좋았지만 그것보단 매너를 한번 보여주는게 낫겠다

 싶었고. 진짜로 더 이상 가다가는 저질러 버리고 싶은 마음도 생겨서 운전을 자처했다.

 성희는 태민의 배려가 고맙고 허벅지 노출도 가려지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편하게 나누며 갈수 있게 됐다. 군대시절 이야기나 태민이 가족얘기 

 성희의 학창시절 이야기나 애널리스트로서의 생활 이야기등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나누며 휴게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기로 한 두사람. 점심을 먹고나서 

 휴게소를 따라 흐르는 강가를 걸으며 소화시키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유민이 여자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자친구완 잘지내?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한 태민이 하지만 금새 태연스럽게 넘어간다.

 -아 누님 처음 만난날요~ 그날 결국 바람맞고 그뒤로 헤어졌어요.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나.. 

 -그래? 미안하네 괜히 물어봐서,,, 근데 유민이 정도면 괜찮은데 그애는 왜그럴까?

 -그래요? 고마워요 누님. 근데 저 성격 드럽자나요 기억 안나요? 처음 만난날

 -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 그땐 완전 깡패인줄만 알았는데...

 - 지금은요? 좀 괜찮은가요? ㅎㅎ

 - 지금은... 뭐 겨우 사람같긴 하네. 호호 

 새삼스레 그날을 떠올리며 역시 사람은 계속 봐야 알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희.

 완전 깡패같던 녀석이 알고보면 꽤나 괜찮은 녀석 아닌가? 얼굴도 볼수록 남자답게 잘생겼고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걷는 성희. 반면 태민은 계속해서 짱구를 굴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뭔가 조금씩 진전이 되는듯 하지만 지금 당장 어찌할수 있는 상황은 아닌것 같다.

 일단 한걸음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태민.

 -누님 여기 산책할 때 까지만 제 여자친구 처럼 행동하지 않을래요?

 -응? 갑자기 무슨소리야? 앗...

 그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덥썩 지영이 엄마의 손을 잡는 태민이. 움찔 한 성희는 손을 빼내는데 다시 잡아버리는 태민이. 

 -누님이 괜히 여자친구 얘길 꺼내니까 그렇죠! 책임지세요 한 10분만 더 걸어요 이상태로.

 -이러지마 ~ 남들이 보는데.. 이상하 자나 다늙은 아줌마랑 학생이랑 손이나 잡고

 -누가 보면 영락없는 커플이라고 생각할껄요. 사실 수영장에서 다른 아주머니들은 그냥 기분좋으라고 누님 이라고 하지만 누님은 그냥 누나 라고 해도 될정도에요. 오늘 옷차림도 예뻐요.

 허락도 없이 손을 잡는 태민에 화를 내야 하나 생각도 얼핏 들지만 여자친구 얘기에 약간 슬퍼진듯한 태민의 표정도 보이고 남들관 달리 자신은 누나처럼 느껴진다는 태민의 말이 싫지가 않다. 그래도 손을 잡는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빼내려 하는데 태민이 다시 힘주어 손을 잡는다. 자신의 손을 힘주어 잡고 말없이 걷는 태민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두근, 거림을 느낀 성희. 그래도 속마음은 숨긴다.

 - 그래 그냥 엄마손 잡았다고 생각해. 10분만이다!~

 - 하하~ 그렇게 생각해요 난 애인손 이라고 생각할테니 ~

 헤맑게 웃는 태민이의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남편이 자신의 손을 잡으며 

 다정히 대해준게 언제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성희 . 반쯤은 장난이겠지만 어쨌든

 여자로 대해주는 존재가 아직있다는 것 그리고 그상대가 훤칠한 젊은 남자란 생각에 

 기분이 묘해지는 성희다.

 약속했던 10분을 훨씬 넘겨 30여분을 산책을 하며 손을 꼭 잡고 걸어도 성희가 그만 가자라든지 분위기 깨는 말을 하지 않는걸 보며 태민은 조금씩 다음 단계로 가도 될것같단 생각이 든다. 분위기를 몰아 기습키스까지 가도 크게 문제는 안 생길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한번더 승부수를 띄워 보기로 하는 태민이. 

 성희가 일요일날 돌아갈꺼란건 알고 있는 태민.

 -누님 저는 외할머니 생신 축하드리고 토요일날 저녁에 올라가요. 부모님은 일요일에 돌아오시고 누님은 언제 서울로 가세요?

 -나도 일요일날 돌아가려고.

 - 그래요? 아쉽네요 만약 토요일날 서울가시면 또 같이 올라가고 싶었는데. 

 같이 내려 오면서 즐거웠는데.

 -그래..아쉽네 보통 친정 갈때마다 금요일날 가서 일요일날 올라가거든.

 -특별한 일이 있는건 아니죠? 꼭 일요일날 와야하는..

 -그렇긴 하지 ... 

 -그럼 요번에만 토요일날 저녁에 같이 올라가지 않을래요? 나 혼자 올라오려면 버스타고

 심심한데. 제가 즐겁게 해드릴께요 

 -그래도 되긴 한데. 남편한테도 일요일날 돌아온다고 했고.. 친정엄마 아빠도 그렇게 알고

 계셔서...

 -그래요? 그럼 할수 없죠. 그럼 만약에 마음이 바뀌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토요일 저녁에

 같이 올라가고 싶어지면.

 -그래 그럴게..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옥천에 도착한 성희와 태민.

 - 보은 까지 데려다 줄게. 그냥 타 어차피 빨리 가야하는것도 아니고

 - 아네요 사촌형이 곧 데리로 오기로 했어요. 

 -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안데려다 주기도 미안한데.

 - 에이 누님 저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가요? 그럼 토요일날 같이 가면 되죠~

 - 으이그~ 말을 못하겠네. 그럼 나먼저 갈게 외할머님께 잘하고 와

 - 네 누님 조심히 운전해서 가세요~

 그러면서 싱그럽게 웃는 태민. 친정으로 향하면서도 룸미러로 자꾸 태민을 보게 되는 알수없는 자신의 마음.

 토요일 저녁에 같이 올라가자는 태민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실 그래도 된다. 토요일 저녁에 올라가서 다음날 교회에 같이 가려고 하루 일찍왔다고 하면 남편이야 좋아할것이다. 친정 엄마 아빠도 토요일날 올라간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을것이다. 다만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인데 같이 올라가고 싶다는 태민이의 제안에 이렇게 흔들리는 자신이 이상할 뿐이다.

 자식뻘인 아이 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아까전 자신의 손을 힘주어잡았을때 잠깐이지만 가슴이 뛰었던 자신이 주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친정 집에 다다르는 그순간까지 토요일에 같이 가야하나 아니면 원래대로 일요일에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 성희다.

 한편 태민은 성희가 토요일에 같이 올라가자는 연락이 온다면 한단계 더 나아갈 자신이 있다. 오늘 내려오는 길은 오전시간 이었다. 그래서 손잡는것 까지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자식뻘이라도 남자인데 같은 차에 타고 내려오려니 조금이나마 경계심이 들었을 거다. 

 그래서 애써 눈요기를 참으며 가방으로 하얀 다리를 가려주고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기껏 손잡고 산책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원래 일요일에 올라가려던 지영이 엄마가 자신의 제안에 만약 토요일에 같이 올라가길

 결정한다면 그날은 좀더 대담해 져도 될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또한 오늘 몇 번이지만 

 지영이 엄마 얼굴이 붉어지는걸 느끼지 않았는가? 

 -흐흐흐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되는걸?

-어이구 ~ 태민아 웬일이냐? 

 -잘지내셨어요? 할머니. 그냥 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녀석 실없기는... 혼자 온게야?

 -네... 혼탁한 서울 공기도 지겹고 해서요. 좀쉬다 가려고

 -그래,그래 잘왔다 점심은 먹었고?

 -네 오다가 먹었어요

 -그래 할미가 저녁때 맛난거 해줄테니 쉬고 있거라.

 -예 할머니.

 이왕 옥천 까지 내려온김에 진짜 보은까지 온 태민이. 지영의 엄마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토요일 저녁쯤까지 기다려야 할텐데, 피시방이나 찜질방에 가있는것 보단 보은에서 쉬고있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보은엔 외할머니 말고도 두 살터울인 동수형도 살고 있다. 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이종사촌인 동수형은 1년전부터 고시공부를 한다고 여기서 살고있다. 공부를 하기엔 더없는 환경이긴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도시문명의 혜택이 전혀없는 이곳에서 합격할때까지 살려는 동수형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태민이.

 -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근데 갑자기 여긴 왜왔냐?

 -아까 뭐들었어. 할머니 보러 왔다니까.

 -미친놈 갑자기 할머니보고 싶다고 혼자 보은까지 왔다고? 너 무슨일 있냐?

 -그냥... 서울생활 지겹기도 하고... 진짜야 그냥 바람쐬러 왔어. 형..나도 여기서 고시나 볼까?

 -헐... 이놈이거 무슨 문제 있구만? 이모랑 이모부는 잘계시지?

 -응. 형 이따가 저녁먹고 술이나 한잔 하자~

 할머니가 차려주신 구수한 시골밥상을 오랜만에 느끼곤 태민과 동수는 강둑에 앉아서

 김치와 경치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있다.

 -형 고시 붙으면 머할꺼야?

 -아 이놈 오늘 진짜 제정신 아니네. 사시 붙은놈이 머하겠냐? 검사하다 변호사하는거지.

 (요즈음엔 로스쿨이지만 고시생 컨셉 이해해 주세요.ㅋ)

 -후후.. 그렇지 사시붙음 검사해야지. 암... 검사해야지

 -야 너 벌써 취했냐? 아니지, 혼자 보은까지 내려온걸보면 너 이미 취해서 내려온거냐?

 -크크큭 맞는 말이네 항상 취해있었지. 미쳐있었지...

 -미쳐있어? 뭐에? 아까 고시 어쩌구 하더니 진짜 너도 뭐 준비하는거냐?

 -여자...

 -여자?

 맑은 공기 탓일까 태민이는 웬지 자기 심경을 다 털어 내고 싶어진다. 또 동수형은

 어차피 여기 시골에서 고시준비 하는 입장이니 뭐 어디 발설해봐야 발설할곳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도 입도 가벼워 진다.

 - 지영이라고 4년간 쫒아다닌 여자가 있어.

 -4년? 짝사랑으로만?

 - 그렇게 이쁘냐?

 -예쁘긴 하지... 근데 잘 모르겠다 꼭 이뻐서만 인지. 에이, 형 한잔해~

 -크어~ 좋다~ 야 이자식아 그래도 그게 행복한거다. 넌 사랑을 쫒고 있지만 난 

 여기 시골구석에서 책이나 파고 있으니까.

 -크크큭 형도 뭐 형이 좋아서 하는거면서. 검사 좋잖아~ 안그래 김검사?

 -흐흐흐 좋지. 야 태민아, 기대해라 대한민국에 내가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이거야.

 -크크 형 나 어쩌면 형한테 수사 받겠다.

 -수사? 왜 ?요즘 나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판례라도 떴냐? 짝사랑하면 수갑 채우는?

 -내가 노선 변경을 좀 했거든.

 -뭔 소리냐 이해 좀 시켜봐

 -나 요즘 걔 엄마 작업해. 지영이 말고 지영이 엄마.

 -.....? 뭔소리냐 ? 그러니까 4년간 쫒아다닌 기집애 의 엄마?

 -응 지영이 엄마. 유부녀. 아줌마. 남편있는 여자. 형 이거 범죄맞지?

 -뭐 쫒아다닌다고 범죄는 아니고. 야 근데 너 어쩌다... 진짜 미쳤냐?

 - 몰라. 첨엔 4년이나 쫒아다녔는데도 개무시하는 기집애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이었지.

 니가 안돼면 니엄마라도 꼬셔주마 뭐 이런 마음?

 -?? 야 어떻게 그게 그렇게 전개가 되냐? 보통은 니가 안돼면 너보다 더 멋진여자를 꼬셔주마! 뭐 이쪽으로 가야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아까 내가 말했자나 쭉 미쳐있었다고 서울에서.

 -하아... 야 한잔 따라봐. 이자식 심각하네.

 동수 형에게 막걸리를 따르는 태민의 손에 진동이 인다. 어느새 알수 없는 눈물이 

 고이는 태민이.

 -야 우냐? 미친놈... 야 지금이라도 관둬라. 너 그러다 진짜 큰일난다. 

 -울긴 ... 내가 원래 땀이 많어.

 -헐... 야 ,9월 밤 강둑에서 무슨 땀이냐... 야 진심으로 걱정된다 그만둬라.

 -형... 나여기서 못 멈춰. 갈때까지 가보려고...

 -아 자식 말 안듣네. 야 그리고 니가 쫒아다닌다고 그 지영이라는 기집애 엄마는 

 넘어온다냐? 차라리 지영이 한테 계속 매달리는 게 낫지. 

 -크크큭.. 형 그게 또 아니야. 뭔 장난인지 모르겠는데. 지영이는 날 벌레보듯 하는데

 걔 엄마는 또 아니야. 일이 술술 풀려가고 있어. 

 - 야 임마 그게 일이 잘풀려 가는거냐!! 너 임마 만약에 진짜 그 아줌마랑 뭔일 하면

 간통이야 자식아.

 - 그러게... 에라 김검사 나 잡아가!~~ 잡아가쇼~

 - 이거 완전히 ... 에휴... 그놈의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망가지냐. 멀쩡한 자식이.

 - 지영이란 애 그렇게 좋아했었냐?

 -응 ...

 -그럼 더욱더 그만 둬라. 너 나중에 니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그 아줌마를 꼬시든 못 꼬시든... 

 -알아 형. 근데 늙은 도룡뇽은 쓸데없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대. 그래서 인생이 재미없었대. 뭐.. 이런짓 저런짓 다해보는거지 인생이란게.

 -미친놈. 아무리 젊을때 죽는거 빼고 다해보라고 하지만 사랑하던 여자 엄마를 작업하는건 아니지. 정신차려라. 이제 그만... 너도 임마 답답하니까 여기까지 온거 아니냐.

 -.........

 진심어린 동수의 말에 흔들리는 태민이.

 요즈음 집에서 잠들 때마다 찾아오는 공허함.

 복수를 결심하고 지영의 집근처를 서성거리다 돌아올 때 찾아오던 쓸쓸함. 다 관두고 싶다...

 그런반면, 자신을 벌레보듯 쳐다보던 그 시선이, 기습키스를 했을때 비웃음을 흘리던 그 입꼬리, 냉정하게 뒤돌아서던 뒷모습. 만감이 교차하는 태민이.

 -띠딩

 그때 침묵을 깨는 문자 수신음

 “유민아, 외할머님은 잘 뵈었니? 토요일 저녁에 데리러 갈게. 같이 올라가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냐? 갑자기 문자보고 왜 갑자기 미친짓이야?

 문자를 보더니 미친듯이 웃어제끼는 태민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동수.

 -형, 신이란 존재를 믿어?

 -뭐? 뜬금없이 뭔소리냐?

 -부처님이든 하나님이든 알라님이든 조물주든 뭐든 믿냐고

 -모르냐? 형 기독교자나. 갑자기왜?

 -크크큭... 형 난 아무것도 안믿거든? 근데 뭐가 됐든간에 그런게 있다면 그 존재가

 심심한가봐. 좀더 지켜보고 싶은 모양인데? 

 -너 완전히 취한거냐? 도저히 못알아듣겠다. 사랑타령하다 신 타령하다... 

 -그런게 있어 형. 암튼 오늘 한 얘기는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뭐 때가 되면

 나도 멈추게 되겠지...

 -야 되도록 빨리 그만두고 다시 새출발해라 나이도 어린놈이.

 -형이나 빨리 검사님 되쇼~ 형 검사되서 나 잡아가기 전에는 그만둘테니.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태민과 동수. 각기 다른 색깔의

 무게만큼 짊어진 등이 처연하다.

 한편 성희는 문자를 보내놓고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도대체 무슨맘으로...’

 친정에 내려와서 계속 같은 고민을 하던 성희. 그저 보은에서 서울까지 버스 갈아타며 올라갈 태민이가 불쌍해서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결국 같이 올라가기를 선택한 자신의 마음을 알수없다. 깡패같이 등장해서 같이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까지의 기억들이 스쳐간다. 덜컥 같이가잔 문자를 보낸 자신의 경솔함을 책망해 보기도 하지만 , 한번 보낸 문자를

 취소할 방법도 없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 어느새 토요일 저녁이 되버린다.

 -할머니 저올라갈께요, 동수형 갈게. 

 -그래 조심히 올라가거라. - 정신 차리고 공부열심히 해라.

 -네 할머니 건강하세요. 또 봐, 형. 공부는 형이 더 열심히 하고~ 흐흐

 -아버지 어머니 올라가 볼께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

 -네 건강하세요.

 얼마 뒤 성희의 차를 같이 타고 있는 태민과 성희.

 -친청 부모님 만나고 오니 좋으세요?

 -응? 으응. 넌 외할머니 생신은 잘 챙겨드렸니? 근데 왜 유민이만 토요일날 올라가?

 부모님도 내려오셨다면서.

 - 네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요

 ‘당신 떠보려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는 태민이다. 어찌됐든 일요일날 올라간다던 성희가

 지금 자신의 옆에 있지 않은가.

 - 그렇구나.

 가벼운 질문들을 몇가지 던지고 나니 어색함을 느끼는 성희. 차라리 태민이가 이런저런

 말이라도 붙여주면 좋으련만 사람 어색하게 입을 꾹 다물고 먼산만 바라보곤 있다.

 시간은 저녁 6시쯤 지나서 이미 어둑어둑 해졌다. 그냥 일요일날 올라올껄 괜히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는 생각이 들며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기 위해 악셀을 밟은 다리에힘이 들어간다. 

 한편 사실 태민이는 어색함 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게 잡고 있는것 처럼 침묵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떻게 나가야 하나를 계속 고민중이다. 원래 일요일 날 올라가려던 사람이 자신의 제안에 토요일로 바꿨다. 여기 까진 좋은데 여기서 막상 뭘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 감이 쉽게 오지 않는다. 

 - 마지막 휴게소네. 저녁이나 먹고가자.

 ‘으응? 벌써?’ 지영의 엄마의 말에 깜짝 놀라는 태민. 정신없이 대책을 강구해보는 사이

 벌써 시간이 꽤흐른듯 하다.

 - 그래요. 

 어쩌면 아무런 소득없이 이대로 이번 여행이 종료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 마저든다.

 밥먹는 사이 이리저리 고민해보던 태민은 한가지 게임이 떠오른다. 잘만 이용하면 뭔가 될듯도 싶다.. 

 - 누님 서울도 다 와가는데 저랑 간단한 게임 하나 하실래요?

 - 게임? 운전하면서 무슨 게임을 해?

 - 하하. 괜찮아요 누님 요 이쁜 입술만 있으면 할수 있는 게임이에요.

 그러면서 살짝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태민에 움찔 하지만 태연한척 말을 이어가는 성희.

 -어떻게 하는 건데?

 - 누님도 아시는 게임이에요. 원래 보통 술마시고 하지만 우린 그냥 맨정신에 하죠뭐

 진실게임 이라고.

 -진실게임?

 -네 뭐 누님도 많이 해보셨겠지만 서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서 상대방이 대답하지 못할 경우. 대답하지 못한 질문의 개수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소원들어 주기 어때요?

 -그냥 다 대답하면 되지 않나?

 -흐흐흐 예로 들면 이런거 물어볼껀데요~ 누님 지금 입은 팬티 색깔은? 

 -어머!...

 얼굴이 확 달아오른 성희. 사실 자신도 대학시절 이런 것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태민이 대뜸 자신의 팬티 색깔을 물어보거나 할줄은 예상도 못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긴장하게 되는 성희.

 -헤헤헤 지금은 그냥 예를 든것 뿐이니까 카운트 에 넣지 않을께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질문을 주고 받다가 대답못한게 많은 사람이 소원들어 주기에요

 -소원? 

 -소원은 아무거나 말하기로 하고. 대신에 상대방이 들어주기 싫으면 안들어 줘도 되기로 해요.

 -그럼 그게 무슨 소원이야?

 -에이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이 머리를 써야죠. 들어줄만한걸로. 뭐 제가 이겼다고 치고

 소원으로 포르쉐 져주세요! 이러면 안들어 주시겠지만 만원만 주세요! 뭐 이런건 들어주실수 있잖아요. 괜찮죠?

 사실 자신이 만약 지게되면 소원을 들어주는게 부담스러웠는데 태민이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부담스럽게 굴지는 않을것 같아서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성희.

 -그래~ 지금부터 할까?

 -네. 질문은 서울 톨게이트 진입할 때 까지 하기로 해요. 소원은 위너가 원할 때 들어주기.

 -좋아. 먼저 질문해?

 -오 자신 있으신가 봐요? 질문들어갑니다~ 첫 경험은 언제 누구와 였나요?

 내심 이정도는 나올줄 알았다고 예상한 성희.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 성희는 거침없이 대답하기로 한다.

 -고3 수험생활 끝나고 겨울. 그때 사귄 남자친구.

 -와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하시네요? 

 ‘이것봐라. 이정도는 별거아니다 이건가’

 - 그 남친이 지금의 남편인가요?

 - 흥~ 질문은 한번에 한 개씩 아닌가? 내 차례야!

 호락호락 하지 않은 성희

 -유민이 마지막 경험은 언제야?

 첫경험을 물어봤으니 마지막을 묻는다는 건가? 귀엽네~

 -6개월 전쯤 클럽에서 만난여자랑 원나잇~

 -어머, 은근히 바람둥이네? 유민이. 그때면 아직 여자친구랑 헤어지기 전 아닌가?

 사실대로 말하고 나서 아차 싶은 태민. 사실 지영일 4년간 쫒아다니느라 여자친구란 존재가 없었고 가끔식 원나잇으로 욕정을 풀수 있었던 태민이다.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안됀컨셉이란걸 깜빡했다.

 -뭐 젊은 남자가 다그런거죠. 술마시고 춤추다보면 분위기상 그럴때가 있어요 ~

 성희는 태민의 대답을 들으며 하긴 요새 젊은 애들이뭐....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반면 결혼이란 족쇄 때문에 자신은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어머 주책맞게 내가 무슨 생각을’ 

 -누님 생각보다 쎄게 나가시니..어디.. 남편과의 잠자리는 만족하시나요?

 헉... !대답을 해야하나...망설이는 성희. 사실 남편과의 잠자리는 괜찮은 편이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 다른남자를 모르지만 결혼전에 사귀었던 남자들과 비교를 해보아도 남편은 물건도 제법 굵고 정력도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남편이 교수와 목사를 둘다 하면서부터 피곤해서인지 신앙심때문인지 잠자리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게 

 문제다. 다른 아줌마들말을 들어보면 의욕은 넘치는데 5분도 안돼서 일찍 내려와 버리는게 문제라던데.

 반대로 남편은 자신을 만족은 시켜주면서도 여간해서 해주질 않는게 문제였다. 자신의 몸은 나이가 들수록

 더 원하는데, 남편은 세달에 한번정도 어쩌다가 자신을 안아주니 그야말로 안타까운게 남편과의 잠자리다. 

 그런데 그걸 물어오니 부끄러운건 둘째치고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만,,만족하는 편이야

 -만족하는 편이요? 그건 뭔가요? 

 -두번 물어보기 없자나.

 -에이 대답을 딱부러지게 해야 하죠. 아니면 대답 안한걸로 해서 소원카운트 하나 올라갑니다~

 -그런게 어딨어? 좋아. 만족해. 만족하는데 횟수가 적어서 불만!

 흐흐흐 보기보다 지영이 엄마 승부욕이 강한편인거 같다. 지기 싫다는 이유로 저런말을 잘도 하는 성희를 보며 오히려 순진하다는 생각이 드는 태민. 이대로 가다간 소원을 챙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놓은 바가 있다.

 - 좋아 나도 더 쎈거로 물어볼꺼야! 그러면 유민이는 자위행위를 며칠에 한번씩 해?

 강한 질문을 고민하다, 자기도 지지 않고 좀 쎄게 나가야 겠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인데 ,말하고나니 좀 부끄럽다. 태민의 표정을 보니 얼른 대답을 못하고 좀 놀란 표정이다. 

 -하하하. 일주일에 한번정도 해요. 근데 요즈음 몸매 죽이는 누님한명 때문에 하루에한 번씩 하나? 

 짓궂은 표정으로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는 태민이.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로 오랜만에 대학교 때나 하던 진실게임 놀이가 은근히 옛 생각도 불러 일으키고 ‘몸매 죽이는’ 이라는 말이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 누님 제차례죠. 이번 질문엔 소원 카운트좀 얻어야 겠어요. 서울 다와가는데. 

 제가 만약 누님에게 키스를 한다면 어쩌실꺼에요?

 -.....

 당황스럽다. 지금까진 강도가 쎄다곤 해도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었던, 그리고 물어볼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키스를 한다면 이라니? 게다가 천연덕 스럽게도 태민은 그런 질문을 던져놓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뭐라 대답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따귀를..때리겠지. 소리도 지르고. 욕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거겠지 라는 대답을 하지만 만약 태민이 갑자기 키스를 해온다면?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된다. ‘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알겠어요. 질문하세요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씩 해요 톨게이트 저앞에 보이네요.

 흐흐 완전 당황한 지영이 엄마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보아하니 질문할 것도 생각못하고

 살짝 긴장한것 같은데 이게 다가 아니라구요~흐흐

 -어? 어...음... 

 이제 마땅히 질문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 성희. 그 보다 아까의 질문이 계속 신경쓰이기만 한다. 

 그래도 마지막 질문을 애써 생각해본다.

 -여자친구랑 다시 사귀고 싶어?

 생각 끝에 한 마지막 질문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다.

 또한 이 질문에 태민이 대답을 한다고 해도 자신도 태민이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만 하면

 소원 들어주기는 안해도 될 것같다는 계산을 하는 성희.

 한편 태민은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성희야 아무렇게나 한 질문이지만 여자친구랑 다시 사귀고 싶냐는 질문에 

 지영이가 떠오른다. 물론 지영과 사귀지도 못했지만 자신에게 여자친구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은 

 지영이 뿐이기에.조금 씁쓸한 기분. 훗... 지영아 내가 널 갖지는 못했지만 두고 봐라. 너희 엄마는 반드시.....

 - 아니요. 이젠 잊어버리려구요.

 일단 질문에대한 대답을 하는 태민

 -이제 제 질문만 남았네요. 이거 대답하시면 둘다 소원은 없는거구요.

 -그래... 말해봐?

 - 어제 헤어지고 오늘 다시 만나서 올라오기 까지 친정에 있는 동안 제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나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많이. 같이 올라가자는 제안 때문에 고민하고, 오랜만에 손잡고 걸었던 

 산책길을 비추던 햇살. 드러난 허벅지를 가려주곤 말없이 운전하던 옆얼굴.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기 보단 오랜만에 자신이 여자라는 마음이 들게 해줘서. 

 그렇다고해서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뭐라고 대답하지... 아니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려는 찰나.

 -알고 계시겠지만 거짓말 하면 삼대가 재수없어요!

 그러면서 알수 없는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민이의 시선을 어쩐지 바라볼 수가 없다.

 -................... 좋아 내가 졌어. 소원을 말해봐.

 -하하하. 소원은 제가 원할 때 말하기로 했죠? 

 뭘 말할까나 삼겹살 100인분을 사달라고 할까나? 하하하 기대하세요~

 차라리 그런거면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정도야 몇십만원어치라도 사줄수 있다. 그런데 어쩐지 부끄럽고 마음이 쓰인다. 게임이 끝난 뒤로 말없이 가는 태민이가 오히려 더신경쓰인다. 무슨 말을 하려해도 알수없는 표정으로 싱그레 웃고 있는 태민이, 나이는 자신보다 한참 어리지만 웬지 자기가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태민이가 좋아졌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아니다. 겨우 지영이 또래 아닌가. 그리고 나이를 떠나서 유부녀인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하는 마음을 갖는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다만 결혼한 뒤 아줌마가 된 이후로 남편이외에 알수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첫 번째 남자가 태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수 없다. 

 -저희 집근처에 다왔네요. 이 골목 돌아서 두블럭 정도 더가면 초등학교 있어요. 거기 잠깐 들려요.

 -어? 그래. 아니!.. 초등학교? 거긴 왜?

 10시쯤 되는 시간. 복잡한 심경으로 태민이를 내려주고 가려는데 갑자기 초등학교를 들리자는 태민이. 의아한 생각이 든다.

 - 초등학교에서 소원을 말하려구요 거기 주차할수 있어요.

 - 소원? 오늘 좀 늦었는데...

 - 에이. 잠깐 들려요. 가서 얘기할께요. 그리고 소원 거부할수도 있기로 했잖아요. 일단

 고고~

 -그래..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초등학교로 운전해가는 지영이 엄마를 보며 태민은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사실 아까 진실게임에서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작전 때의 지영이 엄마, 수영장을 같이 다니면서의 지영이 엄마, 또한 어제오늘 옥천-보은을 같이 갔다오는 지영이 엄마 에게서 자신을 향한 마음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는걸 느낄수 있다. 이번 작전의 전리품으로 꽤나 달콤한 열매를 얻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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