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춤을
" 팡! ... 팡!... "
조선잔디가 곱게 깔린 정원에서 지혜, 준호, 유라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배드민턴소리가 청량한 새벽공기를 가르고 있다. 한쪽엔 준호가 서 있고 반
대편에 지혜와 유라가 나란히 서서 교대로 준호의 공을 받아치는 광경은 아
침마다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세 아이의 발랄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며 강표는 문득 지난밤, 잠깐 스쳐간
자신의 비인륜적인 탐욕스런 육체가 못내 부끄러워짐을 느낀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펴 드는데, 연예란에 커다랗게 상반신이 크로즈엎된 긴
머리의 인기여가수의 사진이 보이자 다시 그 위로 간밤의 애교스런 지혜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왔다.
어제따라 일찍 퇴근한 지혜와 모처럼 저녁을 같이 했는데.. 지혜는 후덥지
근한 날씨 때문인지 샤워후 바로 식탁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브라도
하지 않은채 예사로 실크로 된 여름잠옷차림으로 식탁에 앉았던 것이다.
베이지색 바탕에 연두빛 점박이가 새겨진 슬리핑실크는 다행히 약간 헐거워
서 상체를 꼿꼿이 세우지만 않으면 표가 나지않아, 바로 옆좌석의 새엄마
연주는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어도 문제는 맞은 편의 강표였다. 지혜가 수
저를 놀리며 가끔 고개를 들 때마다 가슴의 오똑한 꼭지가 봉긋하게 비춰나
와 시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쩔쩔매곤 했다.
전 같으면 그런 지혜를 자연스럽게 나무랄 수 있었을텐데.. 지혜의 비밀일
기를 보고난 뒤부터는 이상하게 오히려 자신이 쩔쩔매는 것이다. 어쩌면 얼
마전 있었던 제수씨. 송혜리와의 돌발상황에 대한 자책도 한 몫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평소보다 다소 빠르게 수저를 놓고 난 강표는 옥상에 올라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고즈넉한 주위 풍경을 내려다보며 상당한 시간동안, 최근들어 이
상스럽게 변해가는 자신의 성적관심에 대하여 진지한 사색을 해봤지만, 역
시 문제는 자신의 마음... 냉철한 제어밖엔 별로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
다.
가장으로서의 가족에 대한 좀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다짐하며, 내려오는
데... 이층 지혜의 방을 지나치다 머릿속을 번뜩 스치는 생각이 떠올라 노
크를 했다.
" 똑..똑.. "
" 엄마야? 들어 와 "
" 지혜야.. 나다.. 아빠다.. "
뭔가 후다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 엄머? 아빠가 왠일이셔? 들어오세요.. "
방긋이 웃으며 서있는 지혜의 옷차림은 아까 저녁먹을 때 그대로인데.. 그
렇게 보아 그런지 얼굴이 약간 발그래 한 것 같다.
" 뭐하고 있었니? "
" 아니에요! 그냥... 컴퓨터 인터넷 산책 좀 하고 있었어요.. 근데.. 왜요?
절 부르시지 않구 요.. 참! 우선 좀 앉으세요 "
오늘따라 평소의 그녀 답지 않게 유난히도 따따따 재잘거린다.
" 됐다.. 한 마디만 하고 나가마.. "
" 뭔데요? "
" 너.. 전에부터.. 차 사달랬지? 지금도 사고 싶니?"
" 어머! 아빠! 차.. 사주실려구요? "
갑자기 지혜의 얼굴이 환해진다. 작년 가을에 면허를 따고 난 뒤부터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차 타령을 했지만, 그 때마다 보수적인 강표는 처녀애가 자
가용을 몰고 다니면 남들이 손가락질 한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고집을 부려
왔었던 것이다.
" 그래.. 이번만 아빠가 한번 져주마.. 그 대신 차는 아빠가 결정한다. [아
티스]면 되겠지? "
" 아빠아! "
침대에 걸쳐 앉아 있던 지혜가 뛰듯이 일어나 방가운데 서 있던 강표의 목
에 두 팔을 두르며 매달려 왔다.
"어허! 다 큰 녀석이... "
갑자기 안겨오는 지혜 때문에 중심을 잃을 뻔 했던 강표는 엉겁결에 두 팔
로 마주 안았는데 가슴이 뭉클한다. 얇은 실크잠옷 한자락만 걸친 지혜의
젖가슴이 눌러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중심을 잡으려고 아래쪽으로 안은 한
손에는 그녀의 탄력있는 엉덩이살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 왔다.
그러고보니 지혜를 보듬어 본지가 언제였던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중
학교 들고 난 이후에는 처음인 것 같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 버렸다. 아빠
로서, 가장으로서 사랑을 베푼다는게 역효과만 불러 왔다.
" 아빠! "
" 음.. "
" 아빠한테 안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후훗! "
지혜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 아빠! 내가 감사뽀뽀를 해 드려도 돼죠? "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지혜가 강표의 볼에다 입술을 부벼왔다. 그런데...
이런 주책이...
갑자기 아래에서 강표의 그것이 불끈 고개를 치켜드는게 아닌가..
당황한 강표가 얼른 지혜를 밀어 내며 ' 그럼..아빠 내려가마..' 하며 돌아
서는데.. 그 순간, 얼핏 지혜의 뺨이 발갛게 물든 것이 보였다. 지혜도 그
감촉을 느낀 것이다.
강표가 어색하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가고나서 혼자 남은 지혜는
묘하게 헝클어진 감정을 추스러느라 잠시 침대가에 걸터앉았다.
안그래도 요즈음들어 왠지 옆구리가 썰렁한 것이 사무실에서도 집중이 안돼
고, 집에 와서도 뭔가 할 일이 있는데 잊은 것 같은 허전함을 잊으려고, 방
금 아빠가 들어오기전까지 인터넷 음란 싸이트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참이었
다.
남녀가 직접 성교하는 장면을 클로즈엎시킨 야사도 보고, 야설도 읽어 보는
데... 오늘은어쩌다 근친상간을 다룬 야설을 접하게 되자, 불현듯 자신과
아빠, 동생 준호가 연상이 되면서 혼자 얼굴을 붉히던 참에 공교롭게도 아
빠의 방문을 받았던 것이다.
지혜는 김실장과 그 짜릿한 경험을 한 뒤로 몇 번이나 '다시한번'의 충동을
느꼈지만, 같은 회사내의 상사라는 입지 때문에 두 번이상 습관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애써 참아 왔었다. 다행히 김실장도 약속
대로 이쪽에서 연락하지 않는 한, 먼저 연락해 오지는 않았다.
그 대신 요즈음들어 전에 없던 습관하나가 생겼다. 침대에 들면 자기도 모
르게 손이 사타구니로 향해 자위를 하곤 하는 것이다. 행위의 마지막 부분
에 가서는 꼭 김실장의 그 뜨겁고 뭉툭한 것이 자신의 비너스속을 꽉 채워
오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엉덩이에 힘을 주고는 했다.
한달전 쯤인가.. 하도 마음도 몸도 썰렁해서 평소 끈끈한 눈길을 보내던
29살, 미혼인 자재부 차대리의 데이트 프로포즈를 받아 들인 일이 있었다.
저녁식사후 극장을 들러서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도 하고, 호젓한 벤치위에
서 키스한 것까지는 그런대로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딱딱한 나무의자위에
눕혀놓고 성급하게 스커트를 들치더니 다짜고짜 밀어넣어와서는 채 1분도
안되어 얼굴을 찡그리면서 얼른 몸을 빼는 것이었다. 아마도 사정기운을 느
끼고는 창피함을 느낀 모양같았다. 그리고는 한다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오늘은 우리 너무 깊이 가지말고 여기까지만으로 만족하기로 하죠..' 차라
리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했는가 봐요. 미안해요..' 하는 게 훨씬 사내답지
않았을까....
그 이튿날 후로 세 번이나 연락이 왔지만, 냉정하게 끊어버렸었다.
일주일 뒤, 지혜에게는 귀엽게 생긴 노랑 아티스 한 대가 생겼다.
집앞까지 운송되어 온 아티스옆에서 키를 받아 쥔 지혜는 흑갈색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초등학생처럼 깡총깡총 뛰었다.
" 지혜.. 너 바로 운전할 수 있니? "
" 엄마안.. 면허도 따고 시내주행연습도 한달 했단 말야.. "
" 그래도.. 위험 안할까... 당신이 당분간 좀 봐 줘야 할거예요... "
" 그럼.. 아빠! 지금 시운전해봐요.. 제 옆에 타세요.. "
강표를 옆에 태운채 약 한시간을 강변도로를 돌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혜
는 어찌나 핸들을 꽉 움켜쥐었던지 어깨가 다 결릴 정도였다.
" 아빠! 안되겠어요.. 조금 더 연습해야 되겠어요.. "
" 괜찮아.. 임마.. 운전이란게 처음에 몇 번 가벼운 접촉사고는 경험하는게
나아.. 마음 푹 놓고 뒤차가 빵빵거리든 말든 니 위주로 운전해.. 누구나
처음엔 다 겪는 일이야.. "
" 고마워요. 아빠.. 그래도... 얼마간이라도 아빠랑 같이 다녀야겠어요..
그리구.. 차 사주신 거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아빠아?... "
반바지차림으로 뽀얀 허벅지를 들어내 놓은채 응석부리듯이 콧소리를 내며
빤히 바라보는 지혜의 눈동자가 사람를 빨아들일 듯이 까맣게 빛나자 강표
의 가슴이 또 철렁 한다. 지혜가 이상하게 딸이 아닌 하나의 발랄하고 청초
한 여성으로 자꾸만 비쳐오는 것이다.
지혜의 그 '비밀일기'인가 하는 것을 본 뒤로....
거기다 제수씨인 송혜리와의 뜨거웠던 해프닝을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비정
상적인 성도착증이 자라나고 있었지만, 강표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채
점차 그 유혹에 한발씩 빠져들고 있었다.
" 그래.. 그래.. 찬 바람이 불 때 까진 아빠가 수월하니 좀 봐줄게... "
" 아이 좋아.. 역시 우리 아빠 최고야.. "
그 뒤로 지혜는 퇴근하면 쪼르르 돌아와서는 아빠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다
녔다.
" 아빠! 오늘은 제가 저녁을 대접할께요.. 우리 외식하고 가요.. 네? "
" 외식? 엄마가 삐칠텐데.. 우리만 먹고 가면.. "
" 아이! 엄만 준호랑 유라랑 돌아 오는거 기다려야 잖아요.. 내가 전화할께
요.. "
" 그래.. 알았다.. 그러자꾸나.. "
강표는 오랜만에 지혜랑 둘이서 강변도로옆 청호가든에서 갈비를 시켜먹는
데.. 다른 좌석의 몇몇 손님이 이쪽을 흘끔거린다. 상아같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흑갈색의 생머리... 사람을 빨아들이는 큰 눈동자를 지닌 지혜만의
독특한 매력이 눈길을 끄는데다 어울리지 않는 40대후반 파트너 강표와의
묘한 호기심일 것이다.
" 아빠! 저쪽 분들 왜 흘낏대는지 알아요? "
" 음?.. 그래? 왜 그러는데?"
" 아마 아빠랑 저랑 나이차가 많은 애인관계로 보는가 봐요... 호호호... "
" 에끼! 녀석도... 아무리 그럴려고... "
" 어때요? 오늘 저녁만은 우리 애인해요.. 뭐... 후훗... "
" 이녀석이 점점.. 임마.. 아빠 늙었다고 너무 놀림 못쓴다.. "
" 아녜요.. 아빠... 저 진담예요.. 언젠가 한번쯤은 아빠랑 데이트를 하고
싶었어요.. 얼마 있음 나도 시집가야잖아요? 오늘 하루만 아빠 애인하고 싶
어요.. 우리 맥주 한잔만 더 먹으러 가요.. 네에? 아빠.. "
지혜는 사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말이 나오면서 점점 진짜
그런 생각을 평소 해오던 것처럼 술술 이야기가 되어 나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하 단란주점.. 작은 병맥이 열 개째 테이블에 올
랐다.
" 너.. 술을 곧잘 먹는구나? 언제 그렇게 배웠니? "
" 아이참! 아빠는? 저 다 큰 어른이란 말예요.. 맥주가 뭐 술인가 뭐.. "
눈가가 발그래진 지혜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강표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동
안 자식들에게 너무 무관심했었나 싶은 자책도 든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
지혜도 역시 통통 튄다는 요즘 신세대 여성이란 점이 새삼 깨우쳐 왔다.
" 아빠! "
" ..응? "
" 혹시 부루스 출줄 아세요? "
" 부루스? "
" 사교댄스말예요.. 후훗.. "
지혜의 말 끝에 언뜻 그 비밀일기의 구절이 또 연상되어 왔다. 부루스를 같
이 추면서 남자의 변화를 느꼈다던 그 김실장이란 친구와의 경험이... 그러
고보니 언제부터인지 제목도 모르는 외국의 감미로운 부루스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우며 흐르고 있다. ( 명기라면 제목을 알텐데... ) 엉뚱한 생각을
한다.
" 아빠는 춤을 못 배웠다. 그런 건 잘 몰라... "
" 그래도 나가요.. 아빠랑 부루스를 추고 싶어요.. "
" 난 못 춘대두.. 그리고 딸이랑 누가 춤을 추냐.. "
" 아이.. 오늘은 제가 아빠 애인이라니까요.. 자.. 일어서 나가요.. 아빠..
아니..참.. 우리 애인 님이지.. 호호.. "
결국 지혜의 손에 끌려 나간 강표는 지혜를 안고 스텝을 밟아 나갔다. 사실
능숙하지는 못해도 술집30년 주유에 부루스워킹정도야 모르는 남자가 있겠
는가.. 그런데, 마주 안으면서부터 일부러 강표가 가슴에 한뼘 정도의 사이
를 띄우고 아랫배도 거리를 뒀는데.. 몇 발 안가 거꾸로 지혜가 바짝 매달
려 왔다. 늦여름이라 얇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지혜가 매달려 오자 바
로 뭉클한 젖가슴감촉이 느껴져 왔다.
영리한 지혜는 처음부터 강표가 안아줬다면, 그렇게 대시할 기분까지는 아
니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빠가 엉성하게 잡아오자, 왠지 아빠가 자신을
딸이 아닌 여자로 보는 것 같은 육감이 들면서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
다. 김실장님과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아빠도 딸만 아니라면 자기와 같은 젊
은 여성에 대한 동경이 틀림없이 있을텐데... 싶은 생각이 들면서 확인해
보고 싶은 장난끼가 발동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강표로서는 고약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며칠전 지혜의 방에 들렀
을 때와 같이 다시 아랫도리가 불룩해져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속에서 때아
닌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 지혜가 눈치를 채면 어쩌지? 날 경멸할텐데.... 음... )
손을 뿌리치고 나가면 되련만 그것도 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린다. 그런 곤란
을 뜻밖에 지혜가 시원스레 풀어 주었다.
" 아빠! "
" ...응... "
" 아빠 지금 저 땜에 남자가 일어나셔서 당황해 하고 있죠? 후후.. "
" ....!!.... "
" 괜찮아요.. 저한테 여자를 느낀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 그
런 정도는 이해할 줄 아는 나이에요.. 오늘은 제가 애인이 되어드린다고 했
잖아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행 위만 안하면 되잖아요... 자연스럽게 대
해 줘요.. 그건 아빠가 건강하시다는 증거에요.. "
" ........ "
오늘 밤만은 상황이 거꾸로 되어버렸다. 딸애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당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강표도 솔직하고 홀가분하게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체면치레를 던져
버렸다. 왼팔은 지혜의 손을 잡고 오른팔로 지혜의 허리뒤로 돌려 바싹 당
겨 안았다. 그렇게 되니 자동적으로 불룩해진 아랫도리로 지혜의 사타구니
사이를 부비는 꼴이 되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 호홋! 그래요.. 아빠.. 얼마나 자연스러워요.. 엄마가 보면 질투하겠네..
이제야 아빠가 내애인같아.. 후후후.. "
맥주 몇 병에 취기도 올랐지만, 지혜도 사실 아빠의품에 한번만, 아무도 모
르게 딱 한번만 안겨보았으면 하는 야릇한 생각이 자위행위 같은 때 문득
들곤 했었다. 지혜가 여중1학년때 우연히 한밤중에 일어나 아빠와 새엄마와
의 격렬한 정사를 훔쳐본 뒤로, 아빠를 빼앗아 간 새엄마에 대한 반발심인
지... 혹은 단순한 호기심인지.. 아니.. 어쩌면 김실장이라는 중년의 사내
와의 그 뜨거운 경험이 원인이었는지도 몰랐고, 또 하나, 지혜만이 품고 있
는 보은의 감정이 작용했는지도 몰랐다.
" 지혜야! "
" 네.. 아빠.. "
" 너.. 남자를 알지? "
" 호홋.. 이제야 그런 걸 물어요? 그럼요.. '세이크'랑 몇 년이나 사귄 건
아빠도 알잖아요? 요즘은 고딩때 거의 이성을 안대요.. "
" 그럼... 이렇게 아빠가 안고 있으면 아빠도 남자로 느껴지니? "
" 응! 그것도 아주 짜릿하게.. 호홋.. 아빠.. 나 못됐죠? "
" .... !! .... 안돼겠다... 그만 나가자.. 시간도 많이 됐어.. "
" 벌써요? 아이 우리아빠 겁쟁이셔.. "
쫑알거리는 지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걸으면서도 지혜는 계속 한쪽
팔에 매달린 팔을 풀지 않는다.
" 아빠! "
" .. 음.. "
" 우리 약속해요.. "
" 뭘? "
" 오늘밤 분위기.. 절대 후회안하기.. '
" 그래.. 알았어.. "
" 그리구... 또 하나.. "
" 또.. 뭐? "
" 나.. 시집가기전에 오늘 밤처럼 한번만 더 안아주기.. "
" 안돼.. 그건.. "
" 아빠! 나 안 이뻐? 그럼 담부턴 아빠한테 응석도 안 부릴래.. "
" ........ "
" 아빠아.. OK? 으응? "
" 그래.. 알았다.. 알았어.. "
" 아이 좋아... 역시 우리 아빠 멋쟁이... "
이튿날 아침,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세 아이의 아침 운동도.. 식탁
에서의 지혜의 밝은 웃음도.. 딸아이를 가슴에 품으면서 여자를 느꼈던 양
심의 가책으로 뒤숭숭한 밤을 보냈던 강표는 무언가 혼자 저멀리 뒤쳐져 남
은 것 같은 고독감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