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6)

병준과 기수 어머니 5

1977년 4월

기수는 군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와 같이 훈련소 면회를 마치고 나온 병준은 웬지 

마음이 가볍지 못했다. 기수 어머니는 역시 그렇게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새카맣게 그을르고 군살이 빠진 그

의 모습이 그의 어머니에게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면회 후 포항 시내로 나온 그들은 이미 서울로 가는 고속 버스는 끊긴 것을 알았다. 서울로 올라가려면 대구

까지 나와 밤 열차를 타야 했으나 그나마 차표를 구할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았다. 병준은 기수 어머니의   

뜻에 따를 작정이었으나 그녀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서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속 버스 정류장 앞에서 저녁을 먹고 나자 날이 이미 어두웠다. 낯선 대구까지 가서 있을 지도 모르는 차표

를 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기수 어머니는 포항에서 자고 아침에 고속 버스를 타는 것이 어떻냐고 병

준에게 물었다. 병준도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둘은 가까운 여관에 들렀다. 

훈련소에서 보았던 면회객이 거기에 몇 명 보였다. 그들도 병준과 같은 처지가 된 것 같았다. 방을 따로 잡는 

것도 그렇다고 한방을 잡는 것도 어색했다. 여관 주인이 당연히 한방를 주었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을 보고 괜찮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병준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따로 빈방에 혼자 눕고 싶지는 않았다. 

방에는 큰 침대 하나와 작은 옷장뿐이었다. 

기수 어머니가 침대에서 자고 병준이는 바닥에서 자야했다. 기수 어머니가 욕실에서 나왔다. 머리에 수건을 감

고 있었다. 

"씻어요, 병준이도."

병준은 욕실에 들어가서야 옷을 벗었다. 바닥에 떨어져 젖지 않게 조심해 옷을 걸고 물을 틀었다. 더운 물이 

생각 외로 잘 나왔다. 병준은 속옷까지 벗었다. 샤워까지 할 작정이었다.

머리까지 감은 병준이 망설이다 다시 옷을 모두 걸쳐 입었다. 잘 때 벗더라도 지금부터 옷을 벗고 나갈 수는 

없었다. 병준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기수 어머니는 이미 침대 안 쪽에 누워있었다. 욕실에서 나온 병준을 쳐다

보지도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그새 잠들었을 리 없지만 잠이 든 척하는 것이 기수 어머니도 편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준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고 또 닦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불도 요도 없이 혼자 맨 바닥에 눕기도 무엇하지만 또 그렇다고 친구 어머니가 누운 침대에 기어 들 수도 

없었다. 병준은 결국 옷 입은 채 맨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바닥의 찬 냉기에 잠바를 끌어 덮었다.

"바닥에서 뭐해요?" 

기수 어머니가 그제서야 눈치챈 듯 몸을 한 쪽으로 바싹 부치며 병준에게 침대에 올라와 눕도록 권했다. 

몇번 괜찮다며 사양하던 병준이 마지못한 듯 침대 끝에 걸쳐 누웠다.

"이쪽으로 더 와요. 떨어지겠다." 

병준은 약간 더 침대 안쪽으로 누웠다. 자리를 비껴 주던 기수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아니 옷을 그렇게 다 입고 자?"

"예," 

"괜찮아, 편히 잘려면 벗어야지 세타까지 끼여 입고 그게 뭐야.. 벗고 자요."

병준은 옷을 벗었다. 기수 어머니의 시선을 뒤돌아서서도 느낄 수 있었다. 런닝과 팬티만 남기고는 옷을 다 벗

었다. 기수 어머니 쪽을 쳐다 볼 수 없어 뒤로 돌아서 이불을 들치고 자리에 누웠다. 따뜻한 감촉이 좋았다.

"수줍어 하긴...." 

기수 어머니가 웃었다. 병준으로서는 수줍어 하지 않울 수 없었다. 기수 어머니와 한 침대에 든다는 것만으로

도 병준의 가슴이 뛰었다. 병준은 이불을 끌어 가슴까지 덮었다. 

기수 어머니의 몸에 살이 닿지 않게 가능항 몸을 좁혔다. 기수 어머니는 엎드려 벼게를 끌어 앉듯이 누웠다.

병준은 눈을 감았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기수 어머니도 계속 몸을 뒤척였다.

"자니?" 

결국 기수 어머니가 병준에게 말을 걸었다. 병준은 눈을 뜨지도 않고 말했다. 

"아뇨."

"졸려?"

"아뇨."

"나도 잠이 않오네."

"우리 얘기나 할까?"

"예."

"눈 좀 떠요. 얘기하면서 눈감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얼굴을 흔들었다. 병준은 웃었다.

"졸려서 그래?"

"아닙니다." 

병준이 눈을 뜨자 기수 어머니의 얼굴이 바로 병준의 얼굴 앞에 와 있었다.

"잠도 안 자면서 왜 자는 척하고 그래?"

기수 어머니는 한 쪽 팔로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병준쪽을 향해 누웠다. 그녀의 다른 한 손이 자연스레 병준

의 가슴에 얹져졌다. 병준은 뛰는 심장 박동이 그녀에게 전해질 것 같았다. 

그녀의 흰 어깨엔 속옷 끈이 걸려 있었다.

"기수 말이야, 그래도 건강해 보이지?"

검게 탄 기수는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병준과 자기 어머니를 맞는 쾌활했다. 훈련소에서 배운 데로 거수경례

를 하면서 큰 소리로 구호까지 외쳤다. 그러나 병준은 그의 행동이 왠지 과장되어 보이기는 했다. 그렇게 보이

는 것이 병준 자신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정확히 지적할 수 없는 기수의 숨겨진 문제가 본능적으로 전해져

서인지는 자신도 구별할 수 없었다. 

기수 어머니의 손가락 끝이 병준의 콧등을 타고 입술로 내려 왔다.

"병준이는 갈수록 엄마하고 닮아가네."

병준은 거의 화들짝 놀랐다. 병준에게 병준 어머니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의식적으로 그런 이야기

를 피하는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어머니를 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저희 어머니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너희 어머니는 나한테 참 잘해 주셨어,"

기수 어머니가 기수를 데리고 서울에 왔을 때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라고 없었다. 

처음으로 사귄 사람이 병준의 어머니였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병준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혼자 몸이 되어 자

신의 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또 베풀어 준 것도 많다고 했다. 특

히 기수 어머니는 젖이 없어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외제 분유를 거의 병준이 어머니에게서 얻어다가 기수

를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병준의 집은 당시의 기준으로는 대단히 풍족했다고 한다. 그것은 병준이도 기억할 수 있었다. 

"저희 어머니는 왜 돌아가셨어요?" 

병준은 대수롭지 않은 질문처럼 기수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의문은 병준이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

었으나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오늘 뜻밖에도 기수 어머니가 그의 어머니를 옛부터 알았다고 하여 병준으로서는 다른 식구에게서는 듣지 못

했고 물을 수도 없던 것을 묻게 되었다. 기수의 어머니도 망설이는 것 같았다. 

"아직 모르고 있었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보구나."

병준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의 의문을 풀고 싶었다.

"대강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그래도 확실히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이젠 저도 성인이 됐으니

까 어떤 일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을 할머니에게 여쭤 볼 수는 없었

습니다." 

병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심정을 한꺼번에 내쏟았다.

"나도 그런 일이 왜 생겼는지는 잘 몰라. 너무 뜻밖이었어." 

그 일이 있기 며칠 전부터 병준이 어머니는 밖에 나오질 않아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전에도 가끔 그런 일

이 있어 기수 어머니는 별 신경 쓰지 않다가 갑자기 그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자살 

했다고 소문이 있었으나 그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그 정도의 얘기는 병준이 자라오면서 

주변을 통해서 대강 알던 얘기였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괜히 쓸데 없는 소릴를 해서 병준이를 심란하게 했나봐." 

기수 어머니는 후회가 되는 듯 병준의 눈치를 살폈다.

"병준이 생각엔 기수가 나와 닮은 것 같애?" 

그녀가 이번에는 엉뚱한 것을 갑자기 물어왔다. 그녀와 기수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녀는 체격이 비교적 작고 

얌전한 얼굴이었으나 기수는 큰 체격에 눈썹이 짙고 많아 둘이 모자로 보기에는 너무 달랐다.

"병준이는 내가 몇살인 줄 알아? 내가 몇 살인 것 같아? " 

그녀가 손가락으로 웃음을 지으려는 병준의 입술을 둥글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습지? 별걸 다 묻고?"

병준의 생각에도 기수 어머니는 너무 젊었다.

"내가 열 여섯에 기수를 낳았어. 믿어져?"

병준은 또 다시 놀랐다. 기수 어머니는 기수를 낳지 않았다. 기수가 다섯 살 때 그녀는 기수 아버지와 결혼했

다. 그녀는 물론 초혼이었다. 그러나 결혼 일년 반이 지나지 않아 기수 아버지가 순직했다. 그녀는 본인의 아

이도 아닌 애를 데리고 생면부지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키운 아이가 기수였다.

"기수는 알고 있나요?" 

병준도 처음 듣는 얘기여서 기수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애가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오늘 그애를 보고서 이상하게도 그 애가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상하지? 여지껏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젖어 들었다. 병준은 몇 년 전 횡성에서 만났을 때 기수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어머

니를 자유롭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병준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비밀을 기수는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번도 그런 내색도 없이. '징그러운 놈' 병준은 그가 더욱 좋아졌다.

"병준이는 기수한테 그런 소리 들어 본 적이 있었어?"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병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괜히 쓸데 없는 소릴 자꾸 하지?" 

기수 어머니는 훈련소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기수의 얼굴을 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대견

하기도 하고 , 무언지 서운하기도 하고 또 살아 온 자신의 옛 생각도 나고... 그녀는 울고 있었다. 병준은 그녀

의 머리를 안았다. 그녀는 한참을 흐느꼈다. 기수 어머니의 어깨가 다 들어나 있었다. 

병준은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맨살의 느낌이 좋았다. 아직 

마흔이 넘지 않은 몸이다. 

"미안해, 병준아. 옷이 젖었네." 

기수 어머니가 자신의 행동이 쑥스러운지 웃는 얼굴로 병준의 옷을 가르켰다. 

"옷이 다 젖었네. 춥겠다." 

병준의 런닝에 기수 어머니의 눈물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 맡에 있는 수건으로 괜찮다는 병준의 몸을 닦았다.

"나는 병준이를 만날 때 마다 주책을 떠는 것 같애." 

그 말에 병준도 웃었다. 그녀의 알몸을 훔쳐보았던 때가 기억 났다. 그녀는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병준의 가슴에 얹은 손을 치우지 않았다. 도리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병준의 젖꼭지를 가지고 장난쳤다. 

병준의 작은 젖꼭지가 단단해지며 거기서부터 짜릿한 전류가 전신으로 번져 갔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그런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저 손버릇이 좋지 못한 아이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손장난을 하는 듯했다. 더구나 그녀의 알몸과 비슷

한 어깨를 병준이 안고 있으니 병준이 이상한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병준도 자신을 억제하려 하였으나 그의 손도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절대 성적인 자극을 주려한 것이 아니었다. 점차 손이 그녀의 목덜미 까지 쓰다듬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듯 손가락만 가끔 움직일 뿐 병준에게서 몸을 떼지 않았다. 

병준의 남성이 꿈뜰댔다. 

이게 무슨 주책 없는 짓이냐고 자신을 나무랐으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는 이제 병준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튕기기까지 했다. 병준으로서 참기 힘든 자극이었

다. 병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어머. 아퍼?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는 정말 의식없이 한 행동인 듯했다.

"아니 간지러워서요." 

병준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가슴을 긁었다. 기수 어머니가 풋풋 소리내어 웃었다. 

"정말 내가 주책이다. 그지?" 

그녀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병준을 자극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이불의 일부가 병준에 의해 불쑥 올라가 있었다. 

병준은 한 쪽 다리를 들어 그것을 감출까 생각도 했으나 기왕 들킨 것을 이제와 감추려 하는 것도 우스운 짓

일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었다. 전에 기수 어머니의 손에 잡힌 적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있었다.

"병준이가 화가 났나봐." 

불룩한 곳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병준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녀는 병준의 남성을 손으로 툭툭치며 사과했다. 

"미안해. 아줌마가 주책부려서..." 

그러나 그 자극에 병준의 가슴이 더 크게 출렁였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이제 진짜 잡시다. 병준씨."

병준은 여전히 바로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 보았다. 몸은 피곤하나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병준은 살며시 

일나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화장실 변기를 깔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주 피지는 않는 담배였다. 어머

니를 자유롭게 해 드리고 싶어서 가출했다는 기수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예쁘다거나 

젊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자기 엄마가 생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

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병준에게 그런 소리를 하거나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비밀도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가 자기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에는 병준이 보기에도 사랑이 가득했다. 물론 그것은 그의 어머니도 마

찬가지였지만.... 

홀로 사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결국 가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그것을 알고 있다. 병준

의 가슴에 무언가 울컥 치미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기와 동생을 버리고 스스로 세상까지 버린 엄마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것이 그리움인지 미움인지는 그도 구별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뿐이었다. 병준은 피

우던 담배를 변기 안에 던졌다. 그리고 물을 틀었다. 거센 물살이 담배 꽁초를 휘감싸며 변기를 빠져나가고 다

시 깨끗한 물이 변기에 차 올랐다. 병준은 찬물로 입을 행궜다. 그리고 앞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

다. 거울 속에는 다름아닌 병준이가 눈이 빨개져서 서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닫았다. 

"병준이도 잠이 안 와?" 

기수 어머니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병준은 자신이 팬티만 입고 그녀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준은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로 앞을 가렸다. 그런 병준을 기수의 어머니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리 술 마실까?" 

병준은 왜 그 생각을 미리 못했을까 아쉬울 정도로 기수 어머니의 제안이 반가왔다. 다시 정류장 근처에 와 

꼼장어와 소주를 놓고 마주 앉은 병준은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기수 어머니가 먼저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 우리 기수를 위해서, 한잔."

다음엔 병준이를 위하고, 다음은 기수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는 기수 어머니가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이 소리 죽여 속삭였다. 

"기수의 애인을 위해서."

병준은 가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기수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횡성에 살면서 

원주의 아가씨를 사귀고 있는데 기수 어머니는 어쩐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올 때

도 같이 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기수에게 애인이 생기는 것을 질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도 했다. 무언지 께름직하다는 것이 

그녀의 표현이었다. 

묻기 어려운 질문이었으나 병준이 말을 꺼냈다. "왜 재혼을 안하세요?" 그 말엔 우리 아버진는 했는데라고 생

각될 수도 있은 면이 있었다.

"남자와는 다르지... " 

그녀는 무언가 한참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기수가 대학 들어가면 한다고 생각했었어... 지금은 기수가 결혼하면 할꺼야..." 

웃으며 덧 붙였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말이야."

병준은 우원장에 대해 묻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참았다. 지금 그녀에게 적절한 질문이 아닐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보다 술을 잘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그녀는 약간  휘청였고 병준이 재빨리 부축했다. 그녀

는 기여코 한잔 더 마시자고 가게에서 맥주를 몇병 샀다. 여관은 취한 손님 몇이 들어와 나갈 때 보다 어수선 

했다. 어느 방에선 악쓰며 노래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방에 들어 온 그녀는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녀도 더 마시겠다고 고집하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 

병준은 옷을 벗고 살며기 침대 끝에 다시 들어갔다. 

그녀와 등을 지고 누웠다.

"이쪽 보고 자. 왜 등을 지고 누워, 나는 그런 것 싫더라." 

그녀가 병준을 돌아 눕히며 그를 가까이 끌어 당겼다. 그녀도 병준을 바라 보고 누웠다. 

그녀는 병준의 가슴에 파고 들 듯 안겼다.

"안아줘."

병준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녀의 몸에 손을 감았다. 어깨의 부드러운 살결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여자 냄새가 났다. 

"우리 꼭 안고 자자." 

그녀가 자신의 발을 병준의 다리 사이에 넣었다. 병준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그녀의 다리가 낀 그런 자세가 

의외로 편안하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그녀가 가까이 밀착되어 오자 그녀의 몸이, 그녀의 가슴이 몸에 닿는 것을 느꼈다. 브래지어를 한 상태였지만 

그것은 부드럽게 느껴졌다. 또한 병준의 아랫도리가 그녀의 허벅지에 밀착되었다. 

병준은 다시 자신의 몸이 팽창하려는 것을 막으려 그녀가 눈치채지 않게 허리를 뒤로 살며시 빼냈다. 

그러나 그녀는 병준이 물러나는 만큼 또 다가왔다. 병준은 더 이상 감출 수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이미 병준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병준은 이제 자신의 그러한 신체의 상태가 부끄럽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상태에서 전신이 충혈

된듯한 그런 상태로 느껴졌다. 

그녀가 그에게 더 깊이 안겨왔다. 그를 안고 있던 그녀의 손이 병준의 등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으

로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병준에게 참으로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병준은 그녀의 몸에 닿는 것이 두려워 피해 있던 자신의 손을 올려 그녀의 가슴에 댔다. 그의 돌연한 행동에

도 그녀는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옷 위로나마 그녀의 가슴을 지긋이 눌러 보았다. 풍부한 느낌을 주는 젖가슴이었다. 병준은 그녀의 옷을 젖혔

다. 그리고 가슴을 찾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위의 작은 융기를 손가락으

로 쥐었다.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몸이 작게 출렁였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손이 그의 등을 떠나 점차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에 눌린 병준의 중심에 손을 댔다. 그의 중심은 팽창할대로 팽창된 상태였다. 

그녀는 팬티 위로 그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병준은 그곳으로부터 전신으로 번져가는 따뜻한 느낌을 즐겼다. 

"잘잤어요?" 

병준이 눈을 떴을 때는 그녀가 옷을 모두 갈아입고 화장까지 끝낸 상태였다. 병준은 서둘러 세수를 마쳤다. 남

겨 놓은 것이 없나를 둘러보고 나가려고 방문을 여는 병준을 그녀가 막아섰다. 아무 말 없이 그녀는 병준을 

안았다.. 병준도 그녀를 품안에 꼭 안았다. 다시 한번 그는 그녀로부터 여자 냄새를 맡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느낌이 병준은 참 좋았다. 고속 버스에는 아침 승객

이 별로 없었다. 둘은 다정히 서울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기수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고가 나고 거의 보름이 지나서였다. 소식을 들은 병준이 설치 다방으

로 달려 갔을 때는 이미 그녀는 다방을 정리하고 이사까지 하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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