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준과 기수 어머니 4
: 1975년 9월
동생 학준이는 이 날도 집에 들어 오지 않았다. 벌써 닷새 째이다. 할머니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병준은
학준이 들어 오지 않는 것이 도리어 편했다. 어디서 큰 일이나 저지르지 않았으면 바랄 뿐이었다. 학교 가는
병준에게 오늘은 학준이 어디 있는 지 알아보라고 할머니가 당부하셨다. 학준이 어디 있는지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기는 했다. 학준이는 학교를 그만 둔 후, 선배라는 사람이 하는 술집에서 웨이터 겸 기도도 겸해서
일하며 그곳에서 먹고 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곳으로 그를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병준의 말을 들을 애가 아니었다.
마지막 강의가 오후 네시에 끝났다.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서관에 갔다. 시험 철이 아니어서 빈
자리는 많이 있었다. 공부하러 거기 간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는 잡지책을 찾아 이것저것 읽었다. 시간
보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학생 식당까지 내려와 혜숙에게 전화했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 싶을 때는 만나기 어려운 것이 그 애의 특징이었다.
결국 병준은 도서관에서 나왔다. 준이가 일하는 술집은 명동의 속칭 딸라 골목에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부터 찢어지는 듯한 음악이 그 곳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그날도 홀 안은 복잡하였다. 좁은 홀에는 사복 입은 미군 병사들이 서너 테이블을 차지하고 몸을 흔들고
있었고, 항상 보아도 무얼하는 애들인지 모르겠는 여자 애들 몇이 넋 나간 얼굴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형들이 모두 나갔다며 준이는 혼자 판을 틀며, 칵테일까지 만들고 있었다.
후배 태일이는 쟁반을 들고 홀에서 테이블을 돌고 있었다. 카운터를 지킬 사람이 없어 비어 있었다. 준이
병준에게 그곳을 부탁한다는 몸짓을 보내왔다.
병준은 가방을 카운터 밑에 쳐 넣고 카운터의 빈 의자에 앉았다.
병준은 이곳이 하드록 음악으로 유명한 곳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 자신은 시끄러운 이곳 음악을 좋아
하지 않았다. 단지 이곳 분위기가 병준에게 신기하고, 정인이 형을 비롯해 술집 식구 모두가 그를 항상
반갑게 맞이해 주므로 아무 때나 놀러 와도 마음의 부담이 없어 자주 이곳에 들렀다.. 그곳 주인은 정인이
형이었으나 준이를 비롯해 모두가 한 형제처럼 지내고 있어 보통 보는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의 관계와는 많이
달랐다.
병준이 재수할 때 학원에서 만난 준이는 삼수생이었다. 그는 또 다시 입시에 실패하고는 그룹사운드한답시고
친구 몇과 음악 학원 다니다가 정인이 형을 알았다고 한다. 정인이 형은 당시 한참 인기있던 그룹사운드의
싱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이곳 음악이 그들 말대로 좋아서인지, 이곳엔 항상 손님이 많았다.
병준이 보기엔 모두 얼빠진 사람들 같아 보였으나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다른 곳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긴 평소 칵테일을 만들던 대머리 용호 형이나 판을 트는 태수 형이나 모두 음악을 하는 사람이긴
했다.
병준은 입구의 카운터에 앉아 홀 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 전체에 그려진 풀륫 부는 여자의 머리가
다크 라이트의 조명을 받아 푸른 형광색을 뿜고 있었다. 창가 쪽에 앉은 세 명의 여자 애들은 풋내기였다.
이 시끄러운 곳에 와서 서로 고함치듯 말하는 애들은 보통의 경우 여기 자주 오는 애들이 아니었다. 얘기하려
만났다면 이런 곳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시 그들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셋은 서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앞에 나섰다.
병준이 손가락으로 금액을 말해 주었으나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에 흔히 그렇게 했다. 제일 앞에 나선 키 큰 애는 병준을 이해하지 못했다.
병준은 팔천원이요하고 소리질렀으나 역시 알아듣지 못했다.
병준은 두 말할 필요 없이 계산서를 써서 보여 주었다. 지갑에서 깨끗한 돈을 꺼내 주었다. 병준은 거스름
돈을 주면서 그녀가 미대 학생임을 알았다. 뱃지를 달고 있었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던 준이가 외국인들
처럼 어깨를 움쓱하고 싸인을 보내왔다. 병준은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그냥 준이를 보고 웃어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곧바로 되돌아 왔다. 정인이 형이 그녀의 뒤를 떠밀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의 여자 애들도 따라 들어 왔고 태수형 용호 형도 모두 같이 들어왔다. 준이가 나와 카운터의
병준이 옆에 와 앉았다. 전에도 태수 형이나 용호 형이 들어오면 준이가 카운터를 지켰었다.
"정인이 형 동생이야!"
준이가 병준의 귀에 소리질렀다. 병준의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새끼 손가락을 빼 남이
보지 못하게 병준을 향해 흔들었다. 병준은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을 다시 보았다. 정인이 형까지 넷이 머리를
맞대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정인이 형이 무언가 소리치듯 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정인이 형이 병준과 준이에게 돌아와 둘을
보고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했다. 안에서는 도저히 얘기하고 들을 수가 없었다. 계단에 서서 정인이 형이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여자 셋에 정인이 형 혼자 가기는 쑥스러운 것 같았다. 여섯은 등심
집에 갔다. 미팅하듯 남녀 셋씩 마주 앉았다. 정인이 형이 병준과 준을 소개했다. 소개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소개하라고 시켰다. 준이가 먼저 자신을 박준이라고 말했다.
"병준입니다. 박병준"
무뚜뚝하게 병준이 말했다. 그들도 자신의 이름을 각자 소개했다. 키 큰애가 정인이 형을 좋아하는 애였다.
생긴 것도 제일 나아 보였다.병준은 그들에게 전공 학과까지 묻고 싶었지만 준의 눈치가 보여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학생이 아닌 것을 이런 곳에서 나타내는 것을 준이가 좋아하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이 밤 낚시 갔다가 뱀이 무서워 떨어뜨린 라면 스프를 찾지 못하고 라면 국수만 끓여 먹었다는
얘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사실 별 우스운 얘기도 아닌데 그가 얘기하면 모두 배꼽을 잡았다. 그것도 참
신기한 재주라고 병준은 생각했다. 병준은 술을 혼자 따라 마셨다.
"술을 좋아 하시나 보네요?"
병준의 앞에 앉은 애가 병준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다.
'이 애의 이름이 정애였던가?'
병준은 기억하려 애썼다.
"에. 조금...."
"저도 한잔 주세요."
그녀가 자신의 술잔을 내밀었다. 병준이 두손으로 얌전히 술을 따라주었다. 하던 얘기를 멈추고 모두들 둘을
쳐다 보았다. 병준이 쑥스러워 잔을 들고 말했다.
"다 같이 마시죠'"
"자 그러면 전국적으로 마십시다. 브라쟈."
브라쟈는 브라보와 지화자의 준말이라고 준이 익살을 부렸다. 그녀의 집은 연희동이었다.
저녁을 먹고 병준은 가방을 찾아 바로 집으로 가려 했다. 방향이 같은 정애가 따라 나섰다.
롯데 백화점 앞에서 둘은 차를 타야했다. 버스 정류장은 백화점 신축 공사로 복잡하였다.
정류장 표시판에 기대서서 병준은 차를 기다리는 정애의 옆 모습을 바라 보았다. 학생답게 생머리를 짧게
짜른 정애는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미술대학이나 음악대학을 다닌답시고 헤퍼 보이는 다른 애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병준은 받았다.
'그런데 너무 말랐어.' 병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차가 잘 안 오네요."
병준을 돌아 보며 정애가 말했다.
"서양학과이신가요?"
병준이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가 웃으며 되물었다. 병준은 입을 삐죽여 정애가 들고 있는 큰 스케치북을 가르켰다.
"이거요?"
정애가 스케치북을 들어 보였다.
"유화 물감이 묻어 있네요."
병준이 말했다. 정애는 물감이 묻은 곳을 찾아보며 말했다.
"관찰력이 예리하시네요."
병준은 그 말이 별로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병준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았다는 표시를 그녀가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택시 탈까요?"
정애가 병준의 뜻을 물어 왔다. 택시 탄다는 것도 별로 마땅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병준은 손을 들고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 했다. 택시 잡기도 쉽지 않았다.
"늦으면 집에서 혼나요."
정애가 병준의 못마땅한 표정을 읽었는지 변명했다. 둘은 결국 독립문 쪽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합승을 할 수
있었다. 먼저 탄 승객이 내리자 정애가 되돌아보며 병준에게 말했다.
"거기서 오래 일하면 귀가 이상해지겠어요."
"오래 일하지 않아요."
병준이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병준의 퉁명스런 대답에 정애는 불쾌한 듯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알아요."
병준은 약간 당황했다. 그녀에게 그렇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자신도 왜 그녀에게 골을 내고 있는 지 몰랐다.
"뭘 알아요?"
"오래 일 안하는 지 알아요. 학생이잖아요?'
앞만 바라 보며 정애가 차갑게 대답했다. 병준은 할 말이 없었다. 아현동 고개에 닿을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굴레방 다리 버스 정류장 앞 건널목에서 병준이 내렸다.
"그냥 내리세요."
정애는 내리는 병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비를 내려던 병준은 "또 봐요." 인사를 하고 내렸다.
택시가 다시 떠날 때 까지 정애는 창 밖의 병준을 쳐다보지 않았다.
차가 떠나 가버리자 병준은 갑자기 취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그는 건물 벽에 기대서서 불량스럽게 침을
뱉어댔다. 병준은 또 봐요라고 말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는 괜히 더 허우적거리며 횡단 보도를 건넜다. 설치 다방의 간판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방 문을 닫고
있는 사람을 보고 병준은 긴장했다. 기수의 어머니가 분명했다.
무의식적으로 병준은 우치과 간판을 찾았다. 이 시간에 치과 간판이 켜져 있을 리가 없었다.
기수 어머니 역시 어두운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긴장한 듯 했다. 그러나 병준이 인사하기 전에 그녀가 병준을
알아 보았다.
"왜 이리 늦게 다녀요?"
병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 말했다.
"마침 잘 만났네.... 병준이 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바쁜 일 있어요?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이 시간에 술 시고 들어오는 학생이 바쁠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기수 어머니는 다시 다 방 문을 열고 들어
가려다말고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얘기해요. 괜찮죠?"
"예. 괜찮습니다."
병준은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층으로 오르는 어두운 계단을 따라 가며 병준은
가출했던 기수 생각을 했다. 병준의 추측대로 기수는 자기 엄마와 우원장과의 관계를 알았다. 그러나 자기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충격으로 그가 가출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고
자기 집 마당에 있는 큰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며 병준에게 고백했다. 그는 무섭도록 강한 애였다. 작년 여름
방학에 병준은 그의 고향이고 그의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강원도 횡성에서 그를 만났다. 고3 때 헤어지고
처음이었다.
그는 가출하여 할머니 집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다음해에 농업 고등학교에 편입하여 졸업했다. 그는 그곳에서
목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제와서 그의 어머니가 병준을 만나려는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기수가 가출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는 지 병준은 궁금했다.
집안에 들어서며 병준은 기수의 방을 들여다 보았다. 조금 열린 방문으로 아직 그대로 놓여 있는 기수의
책상을 보았다. 책상위의 책은 없는 것 같았다.
집안은 별로 달라 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썰렁해 보이는 것은 선입감 때문일 수도 있었다.
"술 마셨죠?"
기수 어머니가 병준에게 식탁 의자를 내주며 기수 어머니가 물었다.
"더 줄까? 술 많은데?"
사양하는 병준에게 그래 술 많이 마시면 해로워라고 말했다. 자신도 이젠 거의 안 마신다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옛날 생각이 나서일까?'
병준은 속으로 웃었다. 그녀는 의자를 끌어다 병준의 옆에 앉으며 찬 음료수를 따랐다.
"학교 생활 재미있죠?"
"재미 없습니다. 솔직히 지겨워요."
병준은 정말로 학교 다니기 싫었다. 남들은 사년이면 끝날 것을 육년이나 다녀야 하는 것도 병준으로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왜? 좋은 학교에 다니면 여학생도 줄줄 따를 텐데."
병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생긴게 신통찮아서요...."
병준이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기수 어머니도 그 말에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 동안 하나도 늙지 않았다.
여전히 고운 피부와 예쁜 웃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 기수에게도 좋은 애 좀 소개해 줘요."
병준에게 짐짓 심각하게 부탁해 왔다. 병준은 순간 흠찟 놀랐다. 옆에앉은 기수의 어머니가 그 말을 하며
손을 병준의 허벅지에 올려놓아서였다.
병준의 허벅지 근육도 놀라 굳어졌다.
"저도 없는데요, 뭘."
병준은 허벅지에 놓인 그녀의 손에 신경이 쓰여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손이 병준의 허벅지에
올려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허벅지를 쓰다듬기도 하면서 말했다.
"촌 바닥에 묻혀, 장가나 갈 수 있을 지 몰라."
"요즘 애들은 기수처럼 키 큰 애를 좋아해요."
병준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그래도 그놈 허우대만 크지, 맹탕인걸."
무엇이 맹탕이란 것이 병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수 어머니의 손이 다시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주책없는 병준의 남성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손이 병준같이 이미 성장한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여자는 정말 모르나' 병준은 궁금했다.
그것보다 우선은 부끄러운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도 병준은 자신을 타일렀다. 그러나 그것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할 때 남의 다리에 손을 얹는 것이 이 여자의 버릇인가 병준은 생각해 보았다.
"기수가 군대 가겠대."
기수는 홀어머니에 독자이므로 병준이 알기에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왜요?"
병준도 궁금하여 물었다.
"몰라. 그냥 가겠대. 방위하기 싫대."
기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을만한 일이었다.
"병준이가 좀 타일러 줄래?"
기수 어머니가 부탁했다.
"예, 전화해 볼께요. 그런데 그놈 고집이 세서...."
"그래도 병준이 말은 잘 들을꺼야. 제발 부탁해."
그녀는 병준의 허벅지를 잊지말라는 뜻에서인지 마구 흔들었다. 발기한 병준의 남성이 가끔 그 손에 채였으나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목이 타오른 병준은 남은 음료수를 들이켰다.
"더 갖다 줄게"
기수 어머니는 병준의 허벅지를 꽉 쥐었다가 놓으며 일어섰다. 병준의 남성이 그 충격으로 옷 속에서
끄덕였다. 냉장고에 간 사이에 병준은 자신의 성기를 꾹 눌렀다. 얌전하라고 타이른 것이었다. 기수 어머니는
맥주를 따가지고 왔다.
"찬 게 없네. 이것 한잔 마셔. 시원할꺼야."
병준에게 따라 주고 자신의 컵에도 남은 것을 부었다. 맥주는 시원하였다. 기수의
어머니는 다시 병준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이번엔 더 높은 곳에 손이 올라왔다. 병준의 발기한 남성이 손
끝에 닿을 정도였다. 병준은 마른 침을 다시 삼켰다.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다.
둘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병준으로서는 무슨 말이라도 하여 어색함을 탈피하고 싶었으나, 기수의 어머니는
도리어 이런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민해진 병준이의 허벅지 감각신경은
기수 어머니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었다.
기수 어머니의 손은 조금씩 움직이며 병수의 남성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기수, 영장이 나왔나요.?"
"아닐 꺼야. 지원한대."
"병준이도 군대 가지?"
"예, 전 졸업하고 갈겁니다."
"얼마 남았지?"
"이년 반 남았습니다."
병준은 언제 졸업하게 되나 늘 계산하고 있었다. 순간 병준은 기수의 어머니가 자신의 불룩한 바지를 바라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척 곤란한 순간이었다.
"건강하네요."
기수 어머니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란 듯이 웃으며 말했다. 병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그의 솔직한 대답에 기수 어머니는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참 예쁜 얼굴이었다.
"병준이는 나쁜데 안가지?"
걱정된다는 듯이 그녀가 물어왔다. 그러나 허벅지 위의 손을 치우지 않았다.
병준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동네에도 많잖아, 아가씨있는 술집들....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줄어 들은 것 같애."
실제로 근방에는 큰길을 따라 싸구려 술집이 무척 많았으나 그 수가 요즈음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학생이 뭐 돈이 있나요. 그런 델 가게."
병준이 말했다.
"그럼 돈 있으면 갈꺼야?"
기수 어머니가 짐짓 놀란 듯이 물었다.
"아뇨. 전 그런 데 안갑니다. 아주 싫어합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병준은 그런 곳에 혐오감이 있었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아 그들의 생활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러한지 그런 곳에 가서 술을 마시거나 여자를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수 어머니는 안심된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병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또 병준의 남성이 건들여졌다. 옷속에 묻혔어도 그것은 그녀의
손이 스칠 때마다 자극을 받아 끄덕거렸다.
병준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실수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병준이 일어섰다.
"가야겠습니다."
"왜 좀더 얘기하다 가지?"
기수 어머니가 말렸다. 그것이 속마음인지 단순히 인사말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할머니가 기다리실 꺼예요."
기수 어머니는 현관에 따라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병준은 엉거주춤 서서 신을 신었다.
바로 서면 불룩한 바지가 너무 들어 날 것 같아서 였다.
그런 병준을 기수 어머니가 용서하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가 손바닥으로 불룩한 병준의 남성을
쥐었다 놓았다.
"병준이도 이제 다 컸네?"
병준에게 놀리듯 말했다.
병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잘가 또 놀러와'라고 말하는 기수 어머니의 눈빛이 병준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것 같았던 것은 병준의 생각이
그러했기 때문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병준은 할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동생이란 놈은 집에 안 들어오고 형이란 놈은 술만 마시고 다닌다고.....
할머니의 한숨 소리를 듣기 괴로웠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혜숙에게 전화 걸었다. 전화 받은 사람이 혜숙이 아니어서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병준은 방에 누워 기수 어머니를 그곳에서 끌어안았으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중학 일학년 때
철없이 만져본 그녀의 가슴이 주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혼자 끙끙대며 수음을 한 후에도 병준은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