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6)

병준과 기수 어머니 2

1970년 12월말

학원에서 돌아온 병준을 할머니가 불러 세웠다. 기수가 있는 곳을 아느냐고 물으셨다. 병준은 그를 최근에 만

날 수 가 없었다. 그를 찾으러 그의 집에 갔다가 목격한 사실이 그가 기수를 만나려는 생각을 방해했었기 때

문이다. 

기수가 집을 나간 것 같다는 할머니 말씀에 기수의 가출은 그가 보았던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 기수가 있는 곳을 알면 솔직히 그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친구를 위하는 일이라고 할머니

가 병준에게 충고했다. 병준도 그렇게 하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기수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랐다. 

짐작가는 곳도 없냐며 할머니가 미심쩍어 하셨다. 기수의 어머니가 병준을 만나고 싶어하니 찾아가 보도록 하

셨다. 몇명의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기수의 소재를 물었으나 아는 애는 없었다. 

저녁을 먹고 병준이 기수의 집에 갔다. 바로 이층에 오르려다. 다방에 먼저 들렀다. 다방에는 몇 사람만이 난

로 옆에 앉아 TV 권투 중계를 보고 있었다. 빈 주먹까지 휘두르며 소리지르는 그들이 병준으로서는 괜히 못

마땅해 보였다. 기수의 어머니는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망설이던 기수는 계단을 통해 이층에 올라 갔다. 그가 

숨어서 기수 어머니의 모습을 엿보았던 계단 밑을 흘긋 보고 이층에 올라갔다. 잠시 문앞에서 주춤거리다 벨

을 눌렀다. 안에서 바로 기수 어머니의 대답 소리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기수가 돌아 온 것으로 생각할 지 모른다는 생각과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문이 열리

기 전에 병준이 말했다.

"저 병준이입니다."

잠시 안에서 멈칫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곧 문이 열렸다. 걱정스런 얼굴의 기수 어머니가 나타났

다. 순간 병준은 창 틈으로 들여다 볼 때의 기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숙이고 그 생각을 씻어 버리려 

애썼다.

"응 병준이로구나. 들어와." 

그녀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기수 어머니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병준에게 흔들거리는 기수 어머니의 엉덩이가 

크게 보였다. 유난히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그것이 다방에서 입는 옷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걷어 올

리면 그때 본 흰 엉덩이가 다시 나타날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와 식탁에 서로 마주 앉았다. 그녀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방금 마시다

만 듯한 양주가 이미 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땅콩 몇개가 접시 밖에 떨어져 식탁 위를 굴러 다니고 피우다만 

담배가 재떨이에서 연기를 내고 있었다, 

"미안해요. 이런 꼴을 보여서." 

전에도 기수어머니는 병준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사용했다. 

"속상한 일이 하도 많아서." 

변명하듯 혼자 타고 있는 담배를 재떨이에 부벼껐다. 가는 손가락 끝에 보라색 매니큐어가 빛났다. 손가락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올렸다.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 목소리가 이상하죠? 조금 취했나 봐." 

기수 어머니는 잔에 남아 있는 술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병준으로서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우리 기수 어디 있어요?" 

기수의 어머니가 병준의 두 눈을 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병준이 거짓말을 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의 얼굴이 가까워져 다시 입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전 몰랐어요. 기수가 집을 나갔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병준은 자신의 잘못인 듯 눈을 아래에 깔고 대답했다.

"둘이서 제일 친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기수가 아무 말 안했어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저도 기수가 어데있는지 친구들에게도 알아 봤는데 아는 애들이 없었어요."

"그래도... 무슨 낌새도 없었어?" 

그것은 사실 병준이 묻고 싶었던 것이다.

"전 요즘 기수를 만난지 오래 됐습니다. 오후에 학원에 갔다오면 늦어서 기수 만난 적이 없었어요. 전에 저에

게 전화하셨을 때 여기 왔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한번 만나야지하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못 만났어요." 

그날 집에 왔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병준은 그녀의 눈치를 보았으나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표정의 변화

가 없었다.

"기수가 사귀는 여자가 있어요?"

병준이 알기에 기수가 여자를 사귀진 않았다. 기수는 자기 혼자 좋아하는 여자가 있기야 했지만, 따로 만나는 

여자는 없었다.

"병준이는 어때?"

"저도 없어요." 

병준은 순간 혜숙이보다도 미애가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미애의 집을 따라갔던 날 이후에 그녀를 다시 본 적

조차 없었다. 혜숙이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미애에 대해 물었을 때 혜숙이 보인 반응도 조금 이상했다. 왜그러

냐며 무언가 병준의 표정에 비친 미애의 모습을 찾으려는 듯했다. 그것은 혜숙에게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일

이 둘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병준이 혼자서 과민하게 느꼈던 것 일 수 도 있었다. 병준은 그저 미애라는 애가 

좀 별난 애같아 궁금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혜숙은 무언가 미심쩍어 하는 것같으면서도 더 이상 병준에게    

캐묻지는 않았다. 

기수 어머니는 병의 술을 잔에 가득 부었다. 반 잔을 마시고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깊이 들어 마셨다가 한숨

처럼 내쉬는 숨에 흰 연기가 따라나와 천장을 향해 긴 꼬리를 남겼다. 손가락에 담배를 낀 채 손으로 머리를 

받혀 식탁에 기대 앉아있는 기수의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무언가 골돌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긴 속눈썹

이로구나 생각했다. 

눈가의 작은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병준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녀

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병준이는 어머니가 안 계시지?" 

그녀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병준은 이상했다. 

"저를 위해 얼마나 애 썼는데.... 그것도 몰라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병준은 자리가 불편했다. 병준이 어머니는 병준과 동생을 버리고 떠났는 데 자신은 기수를 

데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병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서 그녀를 두고 그집

에서 나올 수도 없었다. 

일어선 병준을 기수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병준은 시선을 돌렸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난 병준은 바로 다시 앉을 수도 없어 화장실에 갔다. 별로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보고는, 그곳에 곱게 쌓여 있던 수건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내 집같이 놀러오던 곳

이라 물건이 어디 있는지 병준도 잘 알고 있었다.

"고마워." 

눈물을 닦으며 그녀가 말했다.

"내가 주책이지?" 

그녀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병준은 기수 어머니가 가엽다는 생각이 이번에는 진짜로 들었다.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제가 찾아 보겠습니다." 

병준은 어떻게든 그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그애와는 친구잖아?" 

그녀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도 아무 눈치 못채셨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난 늦게 올라오잖아...." 

변명하듯 말하고는 잔에 남은 것을 다시 들어 마셨다. 다시 새 잔을 따랐다. 그녀가 지나치게 취할 것 같았으

나 병준이 말릴 수 도 없는 일이었다. 기수 어머니는 기수가 어제부터 집에 들어 오지 않았으나 연락없이 친

구 집에서 자는가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에도 가끔 그런 적도 있었고. 그런데 전에는 꼭 연락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까지 연락이 없어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방에 들어가 보니 옷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그제서야 그가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갖고 나간 건 없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옷만 갖고 나갔나 봐. 이렇게 추운 날 돈도 없이 ...."

"나쁜 얘들이랑 어울리는 것 아닐까?" 

그녀가 다시 병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사실 병준과 기수가 사는 동네는 별로 분위기가 좋은 곳

은 아니었다. 집 뒤에 시장을 끼고 있어 불량배가 많았다. 소위 매미집이 많아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나 기수

가 그들과 어울려 가출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는 유난히 도덕심이 강한 애였다. 교통신호도 혼자 철저히 지키는, 어쩌면 좀 유별난 애가 불량배와 어울려 

가출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아무리 최근 얼마간 만나지 못했어도 그가 불량배와 어울려 가출할 

정도였으면 병준이 모를 리가 없었다. 

병준이 알기에 그가 사귀던 친구 중에서 그렇게 불량한 애는 없었다. 또 동생 학준이가 이미 그 바닥에서는 

유명해진 처지여서 기수가 그들과 어울렸다면 병준도 알수 있었을 것 같았다. 병준이 기수의 방에 들어가 보

겠다고 했다. 기수 어머니가 따라 일어 나려다가 휘청거리며 다시 주저앉았다.

"들어가 봐요. 나도 한번 찾아 보긴 했는데.."

기수의 방은 항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병준은 기수의 그러한 점을 좋아했다. 

자신도 방을 깨끗이 쓰고 싶으나 동생 때문에 그것이 안된다고 변명하곤 했으나 실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정

리정돈 하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기수의 방은 여전히 잘 정돈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

도 아무 것도 없었다. 가출하면 편지라도 쓰고 나가는 것이 보통일텐데. 병준은 책상 맨 아래 설합을 열어 보

았다. 평소 잠겨 있던 설합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기수가 이곳에 일기를 감춰 놓는다는 것을 병

준은 알고 있었다. 

병준의 생각으로는 일기를 보면 기수가 왜 집을 나갔는지 어데 있는 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일기를 찾았

는데 일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기수가 불량배와 어울려 집을 나간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

다. 불량배와 집을 나가면서 일기장을 갖고 나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병준은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던 경찰 정복을 입은 기수 아버지의 사진도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수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수 아버지 사진이었다, 

병준은 기수의 가출이 며칠 전 병준이 목격한 사실과 연관성이 있을 것만 같았다.

"뭐 특별한 것 있니?" 

기수의 어머니가 부엌에서 물어왔다. 병준은 기수방의 문을 조용히 닫고 그녀 옆에 앉았다.

"특별한 것은 없네요. 불량배와 어울리진 않았을 꺼에요." 

병준은 자신의 추측까지 기수 어머니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곧 연락이 올거예요."

기수 어머니는 옆에 앉은 병준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기수가 여자를 사귀지는 않았니? 솔직히 얘기해도 돼." 

"아뇨, 그런 적 없었어요." 

병준이 자신있게 말했다. 병준이 알기에 정말 없었다.

"정말이지?" 

기수 어머니는 병준의 허벅지를 누르며 다짐하듯 물어 왔다.

"병준이는 어때?' 

병준은 또다시 미애가 머리에 떠올랐으나 없다고 대답했다. 

혜숙이는 미애와 병준이 있었던 일을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럴리는 없지, 병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의 대답을 듣기 위해 다시 병준을 바로 쳐다보았다. 

병준은 허벅지에 놓인 아니 허벅지를 누르는 기수 어머니의 손길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그 순간 그의 남성이 꿈틀 거리는 것이었다. 병준은 기수 어머니의 눈이 풀어져 있는 것을 알았다. 기수 어머

니는 취해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내가 마실 것 좀 줄게."

병준이 사양했으나 기수 어머니는 의자를 잡고 힘들게 일어나 싱크대에 갔다. 병준이 부축하려 하였으나 그를 

사양하였다. 병준은 커지려는 자신의 남성을 원망하며, 기수 어머니에게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눈치채이지 않

게 재빨리 바지를 추슬렀다. 

기수 어머니는 보기에도 불안할 정도로 휘청였다.

"나 괜찮아. 커피 마시니?" 

주전자에 물을 받아 레인지에 얹으려던 기수 어머니는 휘청거리다 결국 쓰러지듯 부엌 바닥에 주저 앉았다. 

병준이 놀라 부축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녀는 온몸에 찬물을 뒤집어 썼다. 

"괜찮으세요?" 

병준이 기수 어머니의 양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일으켜 세우려 하였으나 그녀는 그만 바닥에 펄썩 들어 누웠

다.

"기수야" 

기수 어머니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병준은 몹시 당황했다. 자신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오려 했다. 병준은 기수 어머니의 머리를 받쳐 일어나 안도

록 했다. 그녀는 한동안 주저 앉은 채 병준에 반 쯤 안겨 울었다.

"일어 나세요. 제가 부축해 드릴께요. 방에 가서 쉬세요." 

병준은 뒤에 서서 다시 겨드랑이에 팔을 꼈다. 두손에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두 손이 앞가슴을 누르게 되었

으나 기수 어머니가 그것을 이상하다고 의식할 리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그녀를 받쳐 들었다. 힘을 잃은 그녀

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기수 어머니는 침대에 앞에서 다시 무너지듯 쓰러졌다. 침대에 얼굴만 얹고 상체를 침

대에 기대 앉은 꼴이었다. 편하게 침대에 올라가 쉬시라고 병준이 말했으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병준은 그녀를 뒤에서 다시 안았다. 몸을 침대 위에 간신히 얹어 놓았다. 침대에 벌렁 누운 기수 어머니의 

브라우스는 엎지른 물에 다 젖어 들어 브라지어 위의 젖가슴이 내 비치었다. 다리 한 쪽이 침대 밑에 떨어졌

다. 병준이 그녀의 종아리를 들어 침대에 얹었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종아리가 차가웠다. 짧은 치마가 걷어 

올려져 흰 허벅지가 보였다. 그뿐 아니라 두 다리가 만나는 곳을 가리고 있는 작은 흰색 천이 그대로 밝은 빛

에 희게 빛났다. 병준의 가슴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병준은 그 자리에 서서 어찌 할 줄 몰랐다. 시선은 기수 어머니의 들어난 곳에 집중되었다. 흰 천의 중심부엔 

음모의 검은 빛이 새어 나왔다. 작은 골짜기를 따라 얇은 천이 곡선을 그리며 따라 들어가 있어 그녀의 비부

가 그대로 노출된 듯 싶었다. 병준은 침을 삼켰다. 

기수 어머니는 몸을 비틀며 괴로워 했다.

"괜찮으세요? 물갖다 드릴까요?" 

기수 어머니는 대답 없이 손을 내어 병준의 목을 끌어 안았다.

"나 좀 부축해줄래?" 

기수의 어머니는 토하려는 것 같았다. 병준은 빈 그릇을 찾아 방안을 둘러보았다. 적절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

다. 병준은 그녀를 놓으며 빈 그릇을 가져오겠다고 하였으나 그녀는 굳이 화장실에 데려 달라고 하였다. 병준

은 그녀가 토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심하게 술냄새가 났으나 뒤에 서서 등을 두들겨 주었다. 찬물로 양치까지 

끝낸 그녀는 병준의 부축으로 방안에 와 다시 벌렁 누웠다. 

"망할 자식...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말도 없이 집을 나가... " 

기수 어머니는 취해 기수를 원망했다. 

병준은 어찌할 줄 몰라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기수 어머니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웃옷을 훌훌 벗었

다. 젖은 브라우스가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미 병준의 존재를 잊은 듯 했다. 병준은 난처함을 피해 

문밖으로 나와 어중간한 자세로 방안에 시선을 놓지 않고 있었다. 화장대의 거울을 통해 방안은 훤히 들여다 

보였다. 브라우스 속에 투명 슈미즈와 흰 브래지어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허리의 치마 호크를 힘들게 풀었다. 짧은 치마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녀는 침대에 털썩 주

저앉았다. 그리고 슈미즈의 양 어깨 끈을 내려 아래로 옷을 벗었다. 그녀는 벌렁 누우며 그것을 발로 차 던졌

다. 

병준은 이제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그의 호기심이 그의 발길을 막았다. 그는 소리나지 않게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와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 

기수 어머니는 괴로운지 몸을 뒤척였다. 역시 병준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것 같았다. 병준은 그녀의 벗

은 몸을 내려보았다. 전에 본대로 약간 통통한 편이었으나 아랫배가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검은 거웃 을 덮

은 부분은 약간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몇가닥의 음모가 작은 천 옆으로 삐져 나온 것이 보였다. 병

준은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남성이 팽창되어 있었다. 병준은 다시 한번 그녀의 벗

은 몸을 내려보았다. 브래지어와 팬티 모두 같은 상표를 달고 있었다. 

병준은 이불을 끌어 살며시 그녀를 덮어 주고 방을 나왔다.

신을 신고 병준은 손을 뻗어 마루의 불을 껐다. 소리내지 않고 이층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오던 병준은 

기수의 어머니가 병준이가 가는 것을 의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준이 현관문을 닫은 직후에 기수 어

머니 방의 불도 꺼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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