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9월 23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저번에 화장실에서... 그때 얼핏 보는 것 같더라고.”
“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게 뭐 내 잘못이야? 그리고 본걸 어떻게 하라고...”
“.............”
승기는 담배에 화풀이를 하듯 깊이 빨았다 거칠게 내뱉는다. 승기의 두툼한 입술에서 하얀 연기가 훅 빠져나온다. 가슴이 찡하게 어려온다.
“뭐... 어쩔 수 없지 머... 지금까지 별말 없는거 보니까.. 그냥 지나갈 지도 모르겠고..”
승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승희를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본다. 승희는 그런 승기의 눈빛을 피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바라본다.
“뭐.. 지가 어쩔 건데.. 별 수 없자나 사실..”
승기가 다시 담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인다.
“내가.. 뭐라고 말 좀 해볼까?”
“됐어.. 내가 해야지 머...”
“머라고 하게...”
“뭐.. 사실대로 얘기를 할 순 없잖아. 둘러댈 수 있을때까진 둘러 대야지”
“............”
승희는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승혜를 끔찍이 위하는 오빠를 잘 알기에.. 승혜를 위해서라면 둘만의 시간이..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더욱 의식적으로 자신을 피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오빠...”
승기가 고개를 돌려 승희를 바라본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할까....?”
승희가 불안해 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왜.. 그러고 싶어?”
승기가 무표정하게 물어보자 승희는 가만히 고개를 힘껏 흔든다. 승기는 그런 승희의 머리를 쓰다듬고 담배를 입으로 가져간다. 지금 그만두기엔 승희에게 미안한부분이 없지 않다. 승희는 승희 나름대로 가족이란 올가미로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승희 스타일로 자신에게 의지 하는 거라는걸 승기는 알고 있었다.
“오빠.. 요즘 혜정이랑.. 만난다며...”
“어....”
“상처 줄건 아니지? 걔.. 그렇게 보여도.. 상처도 많고.. 오빠가 생각하는 것만큼 요즘 애들 아무것도 순수하지 못해... 걔가 오빠한테 관심 갖는 거.. 대충은 어떤 부분인지 알 거 아냐..”
“그런거 아니야.. 신경 쓰지마.. 상처 줄일도.. 그런걸로 상처 받을 일도 없어..”
“오빠가 상처 주는것도 있겠지만.. 상처 받을 일.... 생길 지도 몰라... 걔.. 나름 유명해.. 후배들 사이에서... 지 관리.. 철저히 하는 부분도 있고... 승혜하고 똑같이 생각 하지마.”
“안다니깐...”
승기는 혜정이 승혜와 같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혜정이 자신의 돈만을 보고 자신에게 없는 감정을 만들어낼 만큼 약았다고 생각 되지 않았다. 동기야 자신의 재력 일지 몰라도 현재는 충분히 자신에게 순수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재력이든, 자신의 그 어떤 점이든.. 혜정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게 만들 거라고 다짐한다.
“암튼 알아서해.. 오빠가 혜정이랑 사귀든, 헤어지든... 나는 상관 안하지만.. 우리 사이에 방해만 안되면 좋겠어... 구태여 혜정이가 우리 사이에 대해서 알 필요도 없을꺼고... 근데.. 승혜가 아는 건 좀 걱정이네... 혜정이랑 승혜.. 둘이 많이 친해..”
“그러게..... 어떻게든 될꺼야...”
긴 한숨을 내뱉는다. 관계의 연속성과 개개인의 인간관계가 꼬여 승기의 몸을 얽맨다. 그 누구도 포기 할 수 없다. 승희, 승혜, 혜정.. 누구도 포기 하고 싶지 않다. 습관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면 혜정을 찾는다. 승기는 핸드폰을 열어 혜정에게 전화를 건다.....
09년 9월 24일 목요일 오전 10시 10분
수업종이 쳤지만 승혜는 담당강사에게 말을 하고 화장실에 앉아 있다. 심한 복통과 요통에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지긋 지긋한 생리통.. 전보다 더더욱 심해진 이유가 요즘 밤마다 한참을 공들여 하는 자위에 의해서가 아닐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오빠를 대상으로 한 자위는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 이미 자위를 통해 몇 번의 오르가슴을 경험하고 자신의 어디가 민감한지 점차 파악이 되고 있었다. 매일같이.. 하루에 두세번까지 할정도로 심취해 있는 승혜는 터져 버린 생리의 불편함과 고통도 괴로웠지만, 오늘은 자위를 할 수 없다는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그때 밖으로 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체육시간 짱나 죽겠네... 머야 진짜... 왠 농구? 남재애들도 아니구 말이야..”
“그래도 시키면 해야지.. 멀 어쩌겠어...”
혜정의 목소리..옆 반은 체육인가 보다. 승혜가 혜정을 부르려다 잠시 멈추고 그냥 귀를 귀울인다. 옆에 있던 미정이 조금 껄끄럽다. 담배도 피고.. 남자들과 관계가 복잡하다고 소문이 나있는 아이라 혜정을 부르기가 조금 망설여 진다.
“근데.. 너.. 요즘 남자 생겼다며.. 그 가방.. 요즘 니가 들구 다니는거... 그 새끼가 사준거야?”
“어.. 근데 그 새끼가 머니? 그 새끼가.. 기집애가 입은 험해서...”
담배의 역한 냄새가 화장실을 점차 잠식한다.
“어때? 나이 존~나 많다며.. 노땅이니까.. 돈은 많아?”
“그렇게 안 많아.. 26인데 머.. ”
“아~ 쒸발 존나 많구만 멀~ 역시 사람은 이쁘고 봐야해.. 난 언제 그런 호구 하나 걸리냐..?”
승혜는 기분이 많이 상해가고 있었다. 혜정이 직접 승기를 폄하 하는건 아니지만, 미정 같은 싸구려와 오빠의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했어? 했어? 너 했지? 그 나이 때 애들 안하면 그딴거 안갖다 바칠텐데? 했지?”
“아냐~ 아직.. 그런거... 그냥.. 지금은 잘 만나고 있어.. 아직 확실한것도 없고.. 그냥.. 지금은 좋아 하는것 뿐인데 머... 오빠도 그렇고..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승혜도 그렇고...”
“아.. 승혜 오빠였어? 음.. 걔네 좀 산다더라? 머하는 집이야?”
“몰라.. 엄마 돌아가셨는데.. 식당하신데..”
“식당? 머야~ 식당 구려.. 밥 냄새 나고... 돈 많은거 맞어? 난 또 무슨 재벌 2세라고?”
“그런 쪼그만 식당 같은거 아냐... 식당이 한두개도 아니고.. 술집도 몇 개 한다던데 멀...”
“아.. 그래? 차는 머타?”
“차....? 음.. 내가 차를 잘 몰라서.. 둘다 벤츠긴 한 대.. 정확히 이름을 잘 모르겠어.. 큰 까만차 한 대랑.. 스포츠카 같은거 한 대랑...”
“어얼~ 제대론데~!!!!! 아~ 쉬밤.. 난 왜 그런거 하나 안걸리지? 나도 승혜랑 친하게 지낼껄... 아~ 쉬밤쉬밤!!!”
“야.. 이제 그만 가자~ 자리 오래 비우면 의심 받아...”
“어? 그래.. 가자!”
잠시 후 화장실 문이 열고 닫치는 소리가 들린다. 승혜는 변기에 앉아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사랑하는 오빠를.. 왠지 혜정이 농락하는 듯이 느껴져... 그것도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인 혜정이 그런다는게 왠지 서럽고 억울한 감정에 눈물이 자꾸 왈칵 왈칵 쏟아지려 한다. 생리통의 고통도 잠시 잊을 만큼...사실.. 혜정은 그렇게 험한 말이라던지.. 농락이라고 까지 생각하게 할 만한 말은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정의 싸구려틱한 말들에 동화되어 혜정을 더더욱 힘들고 아프게 했다.
승혜는 혜정의 본심을 알고 싶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혜정과는 달랐기에.. 미정에게 맞춰 주느라 그랬을 꺼라고 믿고 싶었다. 자신에게는 오빠라서 자랑할 수 없겠지만.. 사실 돈 많은 남자친구.. 그 누구가 자랑하고 싶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혜정의 가정 형편도.. 혜정을 더더욱 돈 있는 남자를 선택하게 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고 매일 밤 그 생각을 하며 자위를 하게 하는 오빠이기에.. 더더욱 승혜의 마음은 무거워 졌다. 이미 오빠도 혜정에게 마음이 가는 듯이 보이고.. 혜정이라면.. 혜정을 위해서라면 오빠를 포기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언니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그것만 보고 오빠를 좋아해 주는 척 연기를 하는거라면.. 승혜는 혜정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오빠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속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로 돌아온 승혜는 수업에 도저히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칠판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음악사에 대해 쏟아 내고 있는 강사의 얼굴과 칠판을 번갈아 보며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혜정의 본심을 알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었다.
점심시간.. 혜정은 어김없이 승혜를 찾아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리통을 걱정한다. 평소엔 너무나 당연하고 고마웠지만 오늘은 왠지 연기가 아닐까 싶어 귀찮아 진다.
“아잉~ 우리 .. 많이 아파? 약이라도 좀 먹어... 양호실 가서.. 내가 약좀 가져다 줄까?”
“아... 니.. 괜찮아.. ”
“괜찮기는... 약 먹는거 안좋기는 한데... 너무 심하게 아플때는 먹어...응? 그리구.. 밥 먹자.. 너 급식 아직 안 먹었지.. 가자 지금.. 밥 먹어야지~”
“아~ 싫어.... 못가.. 안먹어.. 죽을꺼 같아...”
승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착한 혜정이.. 혹시 연기라면.. 혹시 그저 연기를 하는거라면... 그 사실도 마음이 아팠지만.. 자신의 친구를 확실하게 믿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감정이 들어 마음이 더더욱 아팠다. 눈물이 뚝뚝 떨어져 업드려 있는 승혜의 손을 혜정이 걱정스럽게 꼭 잡아 온다. 혜정의 따뜻함이 승혜의 손으로 전달된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승혜의 손을 잡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만을 보내준다. 미안해진다. 승혜도 혜정의 손을 맞잡는다. 알지 못하는 서러움이 몰려들어 흐느끼기 시작하자 혜정은 당황스러워 하지 않고 승혜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어 준다. 달래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손을 잡고 머리만 쓰다듬는다. 혜정에겐 당할 수 없다.........하지만.. 오빠는...
미정이 빠져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미정.. 착하고 여린데.. 거기다 이쁘기까지 하지만..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려는 듯, 거칠게 행동하고.. 남자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그들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거면서도, 마치 자신은 쿨하고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듯이 행동하는 미정을 혜정은 싫어하지 않았다. 승혜같은 친구들은 미정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짓지만.. 실제로 미정 앞에서는 혜정은 조금 더 솔직할 수 있었고 편안함을 느꼈다. 체육선생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실기관으로 올라온 혜정과 미정은 2층 미술과 화장실로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남들 모르게 피는 담배.. 그것도 학교에서만 조심스럽게 피우는 담배의 비릿함이 혜정의 폐로 빨려 들어가며 조금은 현기증이 나서 미간을 찌뿌리며 빨갛게 타오르는 불똥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같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친구가 승기에 대한 얘기를 한다. 내심 자랑하고 싶었던 가방.. 옷가지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미정만은 알아주고.. 자신을 우쭐하게 만든다. 그런 미정을 혜정은 싫어 할 수 없었다. 또다시 미정의 쌘척이 이어진다. 남자에게 그 누구보다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면서도 섹스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다. 안쓰러움이 묻어나오며 말을 접는다. 오빠가 생각이 난다.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를 떠올린다. 기분이 좋아 진다. 차에 대해 물어 온다. 압구정 거리를 가든.. 어디를 가든.. 우쭐하게 만들어 주는 고급 승용차.. 실제로 승기오빠가 더욱 끌렸던 점은 자상함 보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게 웃는 그 미소보다.. 차와.. 생각 없이.. 고민 없이 돈을 쓸 수 있던 재력.. 그 부분이었다. 큰 돈을 들여 어마어마한 선물을 사주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던 오빠.. 지금은 그런 오빠가 혜정의 마음을 가득이 차지하고 있다. 승혜도.. 자신과 오빠가 이어지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그런 승혜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너무나 귀엽고.. 너무나 착한 승혜.. 행복하다. 미정이 승혜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걸 아쉬워한다. 마음이 조금 좋지 않다. 승혜는 이런 미정을 이해하지도 못 할거니와, 맑고 깨끗한 승혜에게 미정이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다. 다시 남들이 모르는 혜정이 아닌.. 남들이 알고 있는 혜정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미정을 독촉해 운동장으로 나간다. 그녀의 짧은 일탈은 이렇게 끝이 난다. 혜정은 다시 맑은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 사이에 들어간다.....
혜정은 말없이 한참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다 교실로 걱정스런 말투로 위로하고 돌아갔다. 자신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오빠와의 문제는 다르다. 혜정이 만약 오빠를 진심이 아닌 가식으로 대한 거라면.. 오빠를 아프게 하는건.. 용서 할 수 없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냥 오빠에게 다 말해 버릴까도 생각해 보지만..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혜정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오빠.. 잘생기진 않았지만 너무나 다정스럽고 매력적이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언제나 자신을 아껴주는 오빠를.. 혹시나 혜정이 가지고 노는 거라면.. 오빠의 돈만을 좋아 하는 거라면.. 그건 허락 할 수 없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이런 얘기들을 혜정에게 하면..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혜정은 자신을 혐오하고 혜정이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던.. 자신과 오빠를 떠나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오빠도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유일한 가족.. 언니는 어려서부터 너무나 차갑고 자신을 전혀 가족적으로 대해 주지 않는다. 오빠뿐이다. 혜정을 잃는건 감수 한다 하더라도.. 오빠를 잃는 것이 두렵다. 한편으로는.. 오빠가 혜정에게 상처를 받는다면.. 그 상처를 이용해 자신을 받아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승혜는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 생각을 지운다. 그러기엔.. 자기 혜정도 오빠도 너무나 불쌍하다. 머리가 아파온다. 담탱이에게 생리통이라고 애교를 부리며 조퇴를 조른다. 화운데이션을 입술에 살짝 찍어 발라 입술의 주름과 색을 더욱 아프게 위장 한게 먹혀든다. 오빠에게 울먹이며 전화를 건다. 오빠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얼씨구! ! 왜? 수업 안들어? 뭐 안가지고 갔어?”
“아니.. 오빠.. 나 아파....”
오빠 목소리가 들리자 이유도 모르게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요즘 왜 이렇게 눈물이 늘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이 쏟아진다. 사춘기가 너무나 늦게 찾아 온듯하다. 실제로 승혜는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다. 이제사 늦은 사춘기가 온 건지.. 하루하루 무거운 현실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어? 왜? 어디가? 기다려 오빠가 갈게. 병원 가자 병원.”
수화기 너머로 우당탕탕 오빠가 서두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아프다는 한마디에 오빠는 앞뒤 가리지도 않고 뛰어 오는 모양이다. 고맙다.. 눈물이 더욱 쏟아 져.. 이제 윽윽 거리며 말이 이어 지지 않는다.
“괜찮아. .오빠 빨리 갈게. 10분만 기다려.. 전화 끊지 말고! 기다려봐..”
오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화기 멀리로 아줌마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빠는 대답도 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차로 뛴다. 숨소리가 헉헉거리며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조금 미안해진다. .
“윽.. 오....빠.. 흑... 그게.. 아니라.. 흑.. 나.. 생리통이.. 흑..흑..”
“그래그래.. 괜찮아.. 오빠 지금 차 탔어. 가고 있어...”
승혜는 이유 없는 서러움과 오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전화를 끊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금세 오빠가 전화를 다시 건다.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지나던 강사들과 선생님이 걱정의 말들을 던지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승혜를 지나쳐 지나간다. 10분쯤 지났을까.. 승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승혜는 벌떡 일어나 오빠에게 달려가 안긴다. 오빠는 어깨를 토닥이며 차로 승혜를 이끈다.
병원에 가자는 오빠를 끝끝내 설득시켜 자신의 방에 누웠다. 승기는 한참을 머리맡에 앉아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다 조용히 일어나 나간다. 머리가 복잡하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지 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감정의 소용돌이가 자신을 휘저으며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아주머니가 일을 마치시고 오빠에게 인사를 하는게 들린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자위가 하고 싶다. 승혜는 승기가 혜정을 찾듯,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을 땐 자위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빠와 언니가 관계를 맺는.. 서로의 혀를 서로의 성기에 깊숙이 찔러 넣으며 쾌감에 일그러지는 표정들이 생각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리중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언제쯤 오빠가 자신을 받아 줄까.. 언제쯤 오빠의 혀가 자신을 구석구석 ?으며 새롭게 알아낸 자신의 성감대를 자극해 줄지 간절히 원하며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하복위에 입은 가디건이 침구와 쓸려 몸을 휘감는 불편함에 승혜는 가디건을 벗고 다시 침대에 파고든다.
승기에게 혜정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괜찮아요? 아까.. 많이 아픈지.. 교실에서도 계속 누워있구.... 제가.. 갈께요.. 오늘 심자 빠져도 될 것 같아요.. 승혜 가방도 있고.. ”
“그럴래? 그래 그럼.. 지금은 자는 것 같아... 너무 걱정 하지 말고.. 수업 끝나고 전화해.. 대릴러 갈게.. 집 앞인데 머...”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그냥 걸어가면 되요... 얼마나 걸린다고.. 택시를 타던지 할께요.. 그냥 옆에 있어줘요 오빠...”
“그래 그럼... 이따 보자...”
승기는 전화를 끊고 승혜의 방문을 한번 쳐다본다. 승기가 조용히 다가가 인기척을 살핀다. 슬며시 문을 연다. 혹시나 아직도 아파하면 들쳐 업고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승기는 조금 열린 문틈으로 혹시나 아파서 뒤치락 거리는 건지.. 자면서 부스럭 거리는 건지 살핀다. 승혜의 이불 아래로 큼직한 붉은색 스위밍 타올이 깔려있다. 생리 때문이리라.. 아프면서도 그런걸 깔아둔 승혜가 귀엽다. 승혜는 두 눈을 앙다문 채 뭔가에 집중하는 표정이다. 그 표정이 너무나 심각해 보여 마음이 안 좋다. 승기는 남자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 아픔을 상상하면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승혜를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배가 아픈지 상체 언저리를 이불속에서 천천히 쓸고 있는 듯하다. 승기가 다가가 자신이 배를 쓸어 주려 하다 몸이 얼어붙는다. 배를 쓸고 있는 줄 알았던 그녀의 팔에 이불이 말려 떨어지자 누워있음에도 하늘을 향하고 있는 풍만하게 봉긋한 그녀의 젖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단추 풀린 그녀의 교복을 헤집고 나온 승혜의 가슴과 매끈하게 빠진 배에 걸쳐 있는 교복 치마 속으로 그녀의 다른 한손이 꼼지락 거리며 운동 하고 있었다. 승혜는 턱을 위로 밀었다 당겼다 하며 그 손놀림을 계속 음미 한다. 가슴 위로 목까지 밀려 올라간 그녀의 속옷 아래로 승혜의 손에 가득이 잡힌 가슴위로 빼꼼이 내밀고 있는 귀여운 유두를 그녀는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다, 큰 가슴이 자꾸 손아귀를 벗어나는지 겨드랑이 밑부터 몇 번이고 쓸어 올려 다시 움켜잡길 반복한다. 그럼과 동시에 그녀의 다른 한손은 여전히 이불 속에서 꼬물거린다. 승혜는 갑갑한지 발로 이불을 차 내리자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들어난다. 목아래 위치한 브라와 셋트로 보이는 속옷 안으로 그녀의 허벅지와 침대에서 조금 들린 엉덩이가 힘이 풀렸다 조였다 하면서 근육이 움직이는게 승기의 눈으로 들어온다.
승기는 목소리를 내어 승혜를 말리지도, 몸을 돌려 자기방으로 자리를 옮기지도 못한 채 꼼짝도 못하고 승혜를 관찰 한다. 승혜의 입에서 조금씩 신음이 세어 나와 승기의 귀까지 다가온다. 자위를 하는 여자를 몰래 관찰하는 묘한 설레임과 흥분감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함과 동시에 그 여자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친동생이라는 점에서 오는.. 그 동생이 얼마 전 당한 사고와 거기서 받은 충격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점이 그를 더욱 흥분시킴과 동시에 슬프게 하고 그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승희의 몸은 침대 위 깔린 큼직한 수건 위에서 완벽하게 드러나 승기를 자극한다. 승혜의 몸이 이리 저리 뒤틀리고 엉덩이의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풀리며 움찔거린다. 승혜의 손이 점차 빨라진다.
승혜는 이불속을 파들어가다 문득 가슴을 움켜잡는다. 원래 남들보다 크고 예쁘다고 생각 하고 있었지만 생리 때문인지 그 크기가 더욱 부풀어 있고 더 단단해 져 있다. 승희는 천천히 자신의 교복 단추를 푸른다. 하나씩 풀러 나감과 동시에 심장이 조여 오며 긴장감이 맴돈다. 브라의 후크를 손을 돌려 푸르고 속옷을 위로 밀어 젖히자 답답하게 조여 있던 승혜의 가슴으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 느낌만으로 승혜의 유두는 단단해져 온다. 오른손을 들어 가슴을 쓰다듬는다. 승혜는 주물럭 거리는 것 보다 부드럽게 맛사지 하듯 문지를때 더 흥분감이 고조 된다는걸 얼마전에 깨달았다. 자신의 유두를 중지와 약지를 이용해 닿을 듯 말 듯 자극하자 찌릿 거리는 느낌이 허리쪽으로 지나간다. 마치 혀로 ?듯이 유두를 아래서 위로 터치한다. 탄력있는 핑크빛 작은 유두의 색이 진해지는 느낌이 들며 더욱 단단해져 가슴위로 솟구친다. 양손으로 두 가슴을 움켜잡고 문지르다 한손을 뻗어 조금씩 스커트를 걷어올린다. 스커트의 끝자락이 승혜의 하복부 까지 말려 올라가자 승혜는 자신의 손을 팬티 속으로 가만히 넣어본다. 첫날이라 그런지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행이다. 끈적임에 자신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에 눌러 붙었다가 떨어지는 느낌이 아찔하다. 그때 방문이 조금 열린다. 몸이 얼어붙고 식은 땀이 흐른다. 승혜는 다행이 이불을 덥고 있어서 아직은 자신이 하는 부끄러운 행위를 들키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집중됐던 신경이 그 안도감에 맞추어 조금씩 돌아오자 승혜의 손에 잡혀 유두로 또다시 짜릿함이 전달된다.
방문쪽으로 집중을 하자 하얀 드레스 셔츠 차림의 오빠가 자기를 살피고 있는게 보인다. 이불로 가려져 있다지만 그 안에서 자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유두가 더욱 찌릿거리며 민감해져온다. 다른 손아래 숨죽이고 있던 승혜의 그곳도 더욱 움찔거리며 민감해지고 끈적이며 굳어 있던 생리혈을 녹이는 애 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승히는 오빠를 의식하며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고 젖꼭지를 자극한다. 작은 움직임에도 지난밤 한참을 공을 들여 맛봤던 절정의 기운에 가까운 느낌이 클리토리스도 아닌 유두와 질 입구에서 느껴진다. 승혜는 흥분감에 젖어 얼굴에 땀이 맺히고 몸이 더워진다. 과감하게 팔꿈치를 이용해 조금씩 이불을 걷는다.
이불이 조금씩 밑으로 쓸려 내려가며 승기의 반대편에 위치한 자신의 음부를 쓰다듬던 팔과 상체부터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느낌과 상황에 승혜는 더욱 흥분하며 신음한다.
“으흐으으으음.........흥......”
오빠가 분명히 들었으리라. 자신의 신음과..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 완전히 걷어져 내린 이불 아래로 자신의 가슴이 교복섬을 헤치고 밖으로 나온다. 무척 크지만 단단하리만큼 탄력이 있는 가슴은 바로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향해 그 모양이 마치 수술한 그 것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젖꼭지는 천정을 바라보며 승혜의 오른 손에 만져지며 흔들린다. 오빠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이 부끄러운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생각이 미칠정도로 흥분 스럽다. 승혜는 머릿속으로 언니의 그곳을 무릎을 꿇고 탐하고 있던 오빠를 떠올리며 마치 언니 대신 자신이 빨리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마치 자신의 두 손가락이 오빠의 혀라고 상상하며 자신의 이미 축축하게 애액을 내 뿜고 있는 클리토리스와 질 입구를 문지른다. 짜릿하게 다가오던 쾌감의 크기가 점점 커져 온몸을 휘감고 승혜의 표정은 그 쾌감에 점차 일그러져 간다. 그녀는 집중하지 못하고 온몸을 휘도는 쾌감에 취한듯.. 또는 감질맛이 나선지 이불을 걷어 차 밑으로 떨어 뜨린다. 그러자 온 몸을 휘돌던 찌릿 거리는 감각들이 조금씩 그녀의 단전으로 모여 신경 세포가 그녀의 클리토리스와 음부쪽으로 집중되는게 느껴진다. 승혜는 가슴을 애무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클리토리스와 질입구를 문지르던 손에.. 그 밑에 놓인 자신의 생식기로 집중한다. 손이 점차..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중지의 첫 번째 마디까지만 들락거리던 손가락에 애액이 묻어 같은 힘으로 문지르던 손가락을 점차 깊게 빨아들인다. 승혜는 중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는 천천히 질 벽을 따라 원을 그리며 몸에 힘을 줬다가 그 힘을 한번에 빼며 다시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다. 팔꿈치 밑쪽으로 근육이 힘들어 하며 손끝까지 저리는 감각이 들지만 그 감각을 전혀 의식 하지 못할 정도의 쾌감이 그녀의 생식기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풀렸다 하며 손가락을 조이자 괄약근을 조일 수록 더욱 민감해지는 걸 감지한다. 허리가 들리고 엉덩이가 침대를 떠나 공중으로 뜬다. 허벅지와 그녀의 잘빠진 종아리와 얇은 발목.. 앞꿈치 까지 힘이 들어간다. 점차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머릿속을 차지 하고 있던 오빠 마져도 잠시 사라지며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 든다.
“하윽~ 끅~흐윽~~~~~흐윽~~~~~”
바짝 긴장되어 힘이 들어간 온몸이 부르르르르르 떨리는 느낌이 든다. 상상도 못하는 아찔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가슴이 답답해져 오며 뭔가가 가슴에서 목을 통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과... 몸이 떨릴때마다 전기처럼 온몸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간질이듯, 후벼파듯 여운이 지나간다. 긴 여운을 느낄때 어디선가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현실세계로 급하게 넘어오자 오빠가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게 느껴진다. 그녀가 손을 자신의 깊은 곳에서 빼자 투명한 애액과 생리혈이 범벅이 되어 번질거리며 묻어 있다. 승혜는 재빨리 일어나 붉은 수건으로 자신의 밑을 받친 채 화장실로 이동한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욕실의 문을 잠그고 나서야 숨을 고르며 거울을 본다. 손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어 마치 금방 사람을 죽이고 온 살인자처럼 보인다. 수도를 틀고 손을 가져간다. 빨간 피들이 물에 섞여 흐려지며 하얀 세면대를 한바퀴 돌아 하수구로 빨려 들어간다. 손과 손톱이 붙어 있는 틈새까지 피가 스며들어 손톱이 붉어져 있다. 헐떡이던 승혜의 어깨가 점차 움직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샤워기의 물을 튼다. 따듯한 물이 자신의 몸을 감싼다. 그 순간마저도 승혜는 이 물길이 오빠의 혀와 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혜정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문 밖으로 들린다..........
09년 9월 24일 목요일 저녁 8시
“승혜는 좀 어때...?”
“자요 이제... 피곤한가봐요..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뚱하니 있다가..”
“그래? 피곤하겠지.. ”
“뭔일 있는건 아니죠..? 제가 모르는...”
“아냐.. 그런거.... 괜찮아 질꺼야..”
“.............”
혜정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승혜의 방문을 쳐다본다. 2층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던 승기가 승혜에게 손을 뻗는다. 혜정은 그 손을 잡고 승기의 어깨로 포개져 안기며 앉는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 상큼한 샴푸향... 승기는 혜정을 안으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는다. 혜정의 가슴이 브라를 거쳐 승기의 옆구리 쪽으로 느껴진다. 혜정은 승기의 가슴을 베고 승기의 드레스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린다. 승기의 눈에 혜정의 등에서 엉덩이로.. 엉덩이에서 교복 스커트를 지나 왠만한 남자 손목만한 발목으로 떨어지는 숨 막히는 라인이 들어온다. 적당히 짧은 스커트가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고 안겨있는 자연스런 S라인에 맞춰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다. 스타킹조차 신고 있지 않은 혜정의 허벅지의 피부는 너무나 깨끗하고 말끔해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승기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한다. 말캉한 혜정의 뺨은 적당히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승기의 입술을 자극한다. 눈을 살며시 아래로 내려 뜨며 미소짓는 혜정의 옆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승기는 미칠듯이 행복함을 느낀다.
승기의 입술이 혜정의 뺨에 한참을 머물다 조금씩 귀쪽으로 이동을 한다. 혜정은 간지러운듯이 얼굴을 빼려고 하지만 승기에게 잡혀 있는 팔 때문에 그리 멀리 가지 못한다. 승기의 입술은 많이 간지러워하는 귀를 건너 띠고 목선을 타고 내려온다. 솜털이 아직까지 보송하게 남아 있는 그녀의 뒷목을 머리카락을 헤치며 파고들자 혜정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입을 살짝 벌렸다 아랫입술을 다물며 입술로 목을 ?자 혜정의 반팔 교복 셔츠 아래로 나와 있는 얇지만 적당히 탄력 있는 두께의 팔에서.. 작은 돌기들조차 없이 매끈한 그녀의 팔이 긴장하며 소름이 돋아 오른다. 승기가 그녀의 반대쪽 팔을 손끝으로 쓰다듬는다. 손끝으로도 소름이 느껴진다. 그녀는 등 쪽으로 전류가 흐르는듯 몸을 곧게 피며 승기의 입술이 자신의 목 주변 주변에 닿을 수 있도록 목을 길게 뺀다.
혜정의 뒷목에서 선을 타고 넘어와 그녀의 작은 목젖을 지나 다시 뺨으로 올라와 그녀의 작은 얼굴에 아직은 젖살이 붙어있는 부드러운 뺨을 간질인다. 길게 뽑았던 그녀의 목은 다시 움츠러들며 고개를 한쪽으로 꺾인다. 꺾여있는 고개를 입술로 훑고 지나가며 혜정의 입술을 찾는다. 그녀의 입술이 부드럽게 열리며 승기의 키스를 받아들인다. 두 남녀의 입술이 포개지며 동물적이지 않은 느릿한 키스가 오래도록 지속된다. 그녀의 혀는 부끄러운 듯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승기의 혀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였다. 승기가 잡고 있는 그녀의 매끈한 팔에는 여전히 소름이 돋아있다. 승기는 키스를 하며 혜정에게 몸을 천천히 돌리며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들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돌아가며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자세를 수정한다. 승기는 혜정을 천천히 소파에 누이며 자신의 몸을 위로 올린다. 아무런 방항 없이 승기의 팔에 의지해 소파로 몸을 누인 혜정의 두 긴 다리는 여전히 소파의 아래쪽에 남아 있다. 승기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올려 혜정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스럽게 쓰다듬었을 때처럼 여전히 풍만하고 봉긋한 가슴은 부드럽게 승기의 손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타이트하게 딱맞는 교복 아래로 그녀의 가슴과 속옷의 느낌이 고스란이 느껴지며 키스에 환장한 두 남녀 처럼 그들의 입술은 전혀 떨어 지지 않고 수분 동안이나 지속된다. 구석구석 그녀의 입 안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혜정의 혀와 맞붙어 있던 승기의 혀가 천천히 빠져나오며 눈을 써 혜정의 얼굴을 바라본다.
촉촉이 젖은 그녀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앙증맞은 하얀 이가 드려다 보이고 그녀의 뽀얀 뺨과 오똑한 콧날에는 피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자는 듯이 감고 있는 두 눈에 붙어 있는 길다란 속눈썹은 바르르 떨리며 짙은 속눈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승기는 그녀의 두 뺨과 두 눈에 번갈아 가며 키스 한다. 혜정의 코에서 나오는 숨은 아찔할 정도로 따듯하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월한 여자가.. 나에 키스를 받아 주고.. 나에게 의지하며 내게 몸을 맡긴다는 사실이.. 한 번의 사정보다 몇 만배는 더 큰 쾌감을 준다. 승기는 혜정의 얼굴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살핀다. 그러자 혜정의 눈이 떠지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미소.. 심장이 멈춰 버릴 듯하다. 승기는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뽀송하고 매끄러운 그녀의 피부에 승기의 손가락들이 힘없이 그녀의 가슴위로 미끌어진다. 그녀의 온몸이 마치 심장인 듯 두근거린다. 혜정은 승기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며 가만히 승기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맑고 깨끗하고 선명한 그녀의 눈동자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투명하기 까지한 흰자가 승기를 바라본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바짝 붙이고 있는 승기의 얼굴을 간질인다.
순간 승혜의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둘은 급하게 일어나 앉으며 옷 매무새를 다듬는다. 승혜가 창백하고 핼쑥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목이 말랐는지 소파에 적당히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혜정과 승기를 힐긋 보고는 부엌으로 내려간다. 혜정이 안쓰러운 듯 따라 내려간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파...? 약은...?”
혜정이 냉장고 문을 열고 오렌지 쥬스를 마시는 승혜에의 옆에 서서 묻는다. 승혜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승혜를 혜정이 아무런 말없이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본다.
“이제 그냥 괜찮아... 그만 가... 늦었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어.. 그래.. 가봐야지...”
혜정은 대답하며 2층쪽을 쳐다본다. 승혜는 그런 혜정이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오빠를 보러 온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오빠한테.. 대려다 달라고 해... 늦었다... 나 그냥 좀 더 잘게...”
“어.. 그래.. 자...”
혜정이 승혜의 오렌지 쥬스를 냉장고에 넣으려고 받으려고 하자.. 승혜는 그 손을 피해 자신이 냉장고 안에 집어 넣는다. 혜정은 그 손이 부끄러운지 멈칫거리다 이내 손을 떨군다.
“오빠.....”
승혜가 한층더 힘없는 목소리로 승기를 부른다.
“어~! 왜!”
2층에서 승기가 대답하며 뛰어내려온다. 승기가 부엌의 아일랜드 스타일의 조리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승혜를 바라본다.
“오빠.. 혜정이 좀 대려다 줘.. 그리고 좀 빨리.. 와줄래...? 나 너무 힘들어서.... 집에 아무도 없는게 싫어...”
승기는 승혜가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져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걱정스런 얼굴로 승혜를 바라본다. 승혜는 고개를 떨구며 2층으로 올라간다.
“어.. 갈게.. 쉬어~”
혜정은 뒤도 안돌아 보며 올라가는 승혜의 뒷 모습에 대고 인사를 한다. 승기가 그 모습이에 왠지 미안함이 느껴지지만 모른척 하며 혜정의 가방 쪽을 쳐다본다. 자신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 사줬던 가방과 첼로의 활을 담아둔 케이스 가방.. 아기자기한 이쁜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승기가 혜정의 소지품을 들어서 건내자 혜정은 말없이 받아 든다.
승기의 차가 도시화 고속도로의 잘 닦여진 길 위로 미끌어진다. 두 사람은 아까부터 왠지 말이 없다. 승기의 머릿속에는 승혜의 쌀쌀맞음이.. 그리고 승혜의 걱정이 가득차 있다. 혜정의 옆 얼굴을 흘긋 쳐다본다. 혜정은 말없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정면을 응시한다. 스테레오로 재즈가 흐른다.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고 있지만.. 차안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 기분 나쁘게 가득 차있다. 승기가 항상 혜정을 내려주는 포인트에 다다르자 혜정은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승기를 바라본다.
“오빠... 갈꺼에요?”
“어...? 어... 승혜를 혼자 두기가 좀.. 그래서.. 왜? 차 한잔 하고 갈래?”
“아..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그럼....”
그제사 혜정이 승기의 차문 손잡이를 잡는다. 승기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혜정의 팔목을 잡는다. 혜정은 그저 가만히 창문쪽을 바라보며 멈춰 선다.
“기분이 왜그래... 너까지 어디 아픈건 아니지?”
승기는 왜 기분이 안좋은지.. 알 것 도 같지만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얘기 하지 않는다.
“아프긴요.. 그냥.. 승혜 걱정이 돼서요... 빨리 가보세요.. 승혜 겁이 많아서.. 큰 집에 혼자 있는거 좀 불편할 거에요... 제가 그냥 버스 타고 왔어야 하는데.. 오빠랑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저 나쁘죠...”
승기는 그냥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고개 숙인 혜정의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겨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나쁘긴.. 혜정이 만큼 착한 애가 없어... 오빠가 왠지 미안하네...”
“아니에요.. 저 갈께요 오빠...”
“우리.. 차 한잔만 하고 가자. 근처에 탐탐이나 스타 벅스 있지?”
승기는 바로 차를 출발 한다. 근처를 돌다 작은 카페에 멈춰선다. 혜정도 아무말없이 따라 내린다. 아메리카노 2잔을 시키고 흡연실로 들어간다. 교복을 입고 있는 혜정과 외제차를 모는 여자보다 한참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엔 충분하지만, 혜정의 예쁜 얼굴과 몸매는 더더욱 그 작은 공간의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으쓱하게 만들던 그 시선들이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오빠... 빨리 안가봐도 되겠어요? 승혜가....”
“머.. 괜찮아.... 어쩔꺼야 지가.... 자고 있을껄? 가보면...”
“그래도.. 아플때 혼자 있는거 정말 섭섭하단 말이에요...”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혜정아.. 여기 담배 냄새가 심하네...? 금연실 쪽으로 갈까?”
뽀얀 담배연기가 가득 차 있는 흡연실에 앉은 게 미안한지 승기가 커피 쟁반을 들고 일어나려 하자 혜정은 승기의 손을 잡으며 만류한다.
“괜찮아요 오빠.. 그냥 오빠 담배 피세요...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데요 멀...”
승기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담배를 입에 문다. 연기가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조금더 맑아져서 입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승기는 손가락 사이에 껴져 있는 담배를 바라보며 말을 잊는다.
“오빠가.. 원래 담배를 오른 손으로 폈어... 운전 할때만 빼고.. 근데.. 널 만난 이후로 왼손으로 피거든....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널 만지고.. 손잡고 하니까... 요즘은 의식적으로 왼손으로만 담배를 펴....”
“..............”
혜정이 왠지 찡해지는게 느껴져 말을 잊지 않는다. 오빠는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다정하다. 승혜가 걱정도 될텐데... 승혜 생각이 나자.. 자동으로 아까 승혜가 말없이 계단을 올라가던 뒷모습이 떠오른다. 여지것 단 한번도 자신을 그런식으로 남겨 두고 올라간 적 없다. 아무리 힘들고 아프더라도.. 승혜는 자신보다 더욱 혜정을 아꼈었다.. 혹시.. 오빠와 사귀게 된게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오빠의 손이 부드럽게 내 손을 쓰다듬는다. 이 남자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여지것 자신에게 대쉬해오던 남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과의 스킨쉽 보다 혜정 자신을 더 챙기고 아껴주는 느낌이 든다. 어른스럽고 성숙하다. 전에 자신을 따라다니던 현악 강사... 나이는 승기보다 훨 많았지만 하는 짓은 오빠가 훨씬더 어른스럽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을 강하게 표시하는 거며.. 나중에 듣게 되었지만 외제차치고는 싼 편에 속한다던 2인승 스포츠카.. 큰 키와 섬세하게 생긴 외모.. 10살도 넘게 차이나는 나이에서 오는 안정감... 다른 친구들에게도 재밌고 따듯하게 대해주던 그였지만 혜정에게는 더더욱 자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느정도의 흑심과 호감에서 온거겠지만,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난 직후, 극도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그의 언행과 배려는 혜정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처음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불러낸 강사는 너무나 순수하게 아이들을 감싸고 학생이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 혼낸다기 보다 이해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쿨하게 다가왔다.
몇일간 계속 되던 문자와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전화통화만이 어머니의 빈자리를 매꾸고.. 가난이라는 비참함에서 자신을 구제해줬다. 어느날 밤 늦게 술에 취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내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계속해서 되네이던 선생님을 따라 누추한 동네 모텔에서 받쳤었던 첫 경험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이 남자를... 다른 친구들의 선망이던 이 남자를 이제 완벽하게 내 것이 된다는 기쁨에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 뒤에 술이 깬 남자가 당황해 하며 내뱉은 말은 아까의 사랑 고백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용서 해 달라는.. 없던 일로 해 달라는 변명이었고, 둘의 관계가 선생과 학생사이임을 계속해서 주지시키며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는 남자에게 마음따위 주지 않을거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을 밤새 흘리며 다짐 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설까.. 아빠는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어린 동생들은 급식비가 없어 밥을 굶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걸 동생의 담임선생에게 전화를 통해 전해 들었을때.. 혜정은 다시한번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게 울며 매달려 정신 차리라고, 내가 술집이라도 나가야 겠냐며 매달리면서.. 절대로 이 가난에서 빠져나가리라 다짐 했었다. 몇 일 뒤부터 노골적으로.. 변명을 하며 선을 그을때완 다르게 자신에게 구애를 하던 그를 친구들은 영문도 모르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고, 교장과 이사장 앞에서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 선생님을 혜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첫 경험의 끔찍한 고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그의 행동이 그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이사장에게 그가 보냈던 문자며, 전화로 했던 구애를 마치 일방적이었다는 듯이.. 전달했다. 물론 자신과의 성관계를 그 자신이 밝히지 못할 거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학교에서 잘렸고, 이사장이 건낸 흰 봉투 속의 수표들을 건내 받았을땐 동생의 급식비를 지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이 가득 차 기쁘기 까지 했다. 자신 때문에 자기들이 좋아했던, 친하게 지냈던 강사 하나가 짤렸 다며 기분 나뿐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승혜나 몇몇 친하던 친구들과 자신에게 호감을 보내던 남자 친구들은 자신을 따스하게 보살펴 줬다. 몇일 후 자신의 처녀성이 단돈 몇 백에 팔려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또다시 그녀의 숨통을 조르며 괴롭게 했었지만, 그런 비참한 감정따윈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모든게 조금씩 잊혀져 가기 시작할 때.. 혜정의 오빠가 눈앞에 다가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경험자라며 자신을 챙겨주고 강사와의 문제가 터졌을 때도 완전히 내 편에 서서 경멸의 눈초리를 그 강사와 강사를 좋아하던 다른 학생들에게 보내며, 자기를 욕하는 소리를 들으면 싸움도 못하는게 눈물을 그렁이며 소리 지르고 덤비던 승혜의 오빠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너무나 자상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따듯하게 자신의 겉모습이 아닌 자기의 모든 걸.. 좋아해 주며 다가선다. 그의 경재력은 자신을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충분했으며, 그의 자상함은 자신이 안고 있는 모든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주기 충분했다. 오빠의 눈빛에선 누가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애착과 성숙한 사랑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누군가와 남들 눈을 피해했던 데이트에서 보였던 그 남자의 주변을 살피던 시선과 행동에선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당당함이 오빠에게서 베어 나왔다. 그의 말투는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자상했다. 이 남자를 노칠 수 없다. 이 남자만이 자신을 이 구덩이에서 구해 줄 수 있다.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 근데..... 뭔지 모르게 불안하다.
혜정은 벽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일어난다. 승혜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빠를 집으로 보내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며 승기에게 문자를 남긴다.
오빠.... 저.. 진짜
이제 오빠 사랑해
요.. 왜이렇게 마
음이 찡해지죠?사
랑해요..진심이에요.
만일 이게 다 꿈
이라면.. 죽을때
까지 깨지 않았으
면 좋겠어요..
운전을 하고 있을 텐데 금방 답문이 온다.
나도 그래.. 너가 아
니면 이제 안될 것
같다. 내가 다 책임
질게. 마음 무거워
하지마.. 내가다해결
해줄게..사랑해.
혜정은 코끝이 시큰해지는걸 느끼며 다시 문자를 남긴다.
고마워요..사랑해
요.. 오빠.. 운전
하면서 문자 보내
지말고 집에 가서
전화 주세요. 저처
럼 모자르고 부족
한애..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말을 안듣고 또 답장을 하는 승기가 걱정스럽지만 설레이며 확인을 한다.
무슨소리야..바보
!! 너 나한테 차고
넘쳐서 너무 아까
울 정도야.. 너랑
함께 있으면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일
정돈데.. 사랑해..
그런생각절대 하
지마.. 알겠지!?
혜정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서 사랑한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왠지 운전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꾹 참는다. 혜정의 발걸음이 도곡동의 휘황찬란한 가로등 길을 지나 어둑한 아파트 단지를 지난다.
승기는 생각보다 집에 늦게 들어와 승혜의 방문을 살핀다. 승기가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방이 비어 있다. 깜짝 놀라 핸드폰을 열며 서재로 들어오는데 승혜가 자신의 서재 책상에 앉아 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올라 있다. 승혜가 원망스런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바라본다.
“왜이렇게 늦었어... 아프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잖아!”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미안함이 스며든다.
“어.. 길이 막혀서.. 내려주고 오는데 좀 걸렸어.. 울었어? 눈이 왜그래....?”
“오빤.. 혜정이 때문에 내가 아프던 말던 상관이 없는거야? 빨리 오라고 그랬잖아.. 아프다구!!!”
승혜의 목소리가 메어온다. 승기는 가만히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승혜가 신경질 적으로 승기의 손을 피한다.
“건드리지마.. 오빠 어짜피.. 나 건드리고 싶지 않자나. 나 만지기 싫자나!”
“아니야 그런거.... 왜그래 너... 승혜야.. 좀 자자... 너 너무 힘들어서 그래..”
승혜는 드디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햐얀 얼굴에 두눈은 퉁퉁부어 붉어져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아무리 두 눈이 부어 있고 붉어 져 있어도 사랑스럽다. 승기는 승혜의 얼굴을 자신의 배쪽으로 끌어다 붙인다. 셔츠가 금세 젖어 눅눅해진다. 승혜는 너무나도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오..빠.. 흑... 혜정이.. 흑..흑... 오빠.. 돈 때문에 만나는거야.... 아까.. 화장실에서.. 흑...”
“그런거 아니야.... 그런 소리 하지마.... 승혜야.. 나중에 얘기하자..”
오늘 처음으로 혜정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었다... 아무리 동생이지만 오늘 혜정의 험담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돈이 혜정이 자신을 사랑하게된 동기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승기도 모르지 않았다. 또.. 혜정은 승혜의 둘도 없는 친구이지 않은가.... 승혜의 입에서 친구를 험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흑... 아까.. 아까 내가 들었단 말이야!!!”
“..............”
“오빠 나이 많지만 돈 많으니까.. 돈 많으니까 나도 그렇고 오빠도 만나는 거라고 혜정이 말했단 말이야....”
“누구한테.. 너한테?”
“아니..... 미정이한테..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담배 피러 들어와서 하는 얘기 들었단 말이야...”
승혜는 조금 과장해서 말을 했다.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찔리지만 계속해서 입을 통해 거짓말들이 흐른다. 솔직히 말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지 않는가... 승기는 두눈을 슬며시 감는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아닐것이다. 거짓말일 것이다. 그럴리 없다.
“진짜야.. 거짓말 하는거 아니라구!!!! 이 바보 멍청아!!!!!”
“그래.. 그래.. 알았어.. 울지마... 오빠가 혜정이 만나지 말까?”
“...............”
오빠의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자.. 잠시 망설여 진다. 조금은 둘한테 미안한 감정이 든다. 말을 잊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한다. 흥분해서 잠시 멈췄던 울음이 계속 쏟아져 나와 말을 잊지 못한다. 승기는 그런 승혜를 다시 배 쪽으로 바짝 끌어안는다. 승혜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이걸 혜정에게 말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승혜의 울음이 그치길 기다릴 뿐이다. 머리를 쓸어 주며 눈물이 멈추길 기다린다. 승혜의 격하게 움직이던 어깨가 점차 사그러든다. 승기는 승혜의 얼굴을 위로 올리며 입을 맞춘다. 승혜는 가만히 받아 들인다. 그녀의 눈물에 젖은 입술이 짭짜름하게 승기의 혀를 통해 느껴진다. 승기의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자 승혜의 혀는 승기의 혀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몸을 부딪쳐 온다. 짧은 키스를 마치고 승기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자.. 이제.. 오늘은 그만 자자.. 너도 힘들었겠다.. 놀랐겠네... 불쌍한것....”
승기는 승혜를 일으켜 방으로 대리고간다. 승혜를 침대에 누이고 일어나 나온다. 왜.. 키스를 했을까... 승혜의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려고....? 아니다.. 그저 안쓰럽고.. 왠지 승혜가 지금 자신과의 키스를 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키스를 했다. 승혜는 지금 외로운 것 같다. 자신이 혜정을 맞이해 자신을 멀리 할꺼라는 어리숙한 생각이 승혜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불쌍한 승혜... 승기는 서재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선지 머리가 어질하다.
“혜정아.. 승혜가.. 좀 이상해.. 너 뭐 아는거 없어? 얘가 사춘기를 타는지.... 이상하게 헛소리까지 하네...”
“............. 뭐..라고 그래요...?”
혜정이 뭔가 아는게 있는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묻는다.
“아니.. 뭐라 딱히 하는건 아닌데.. 계속 울고.. 미치겠다 야... 아웅....”
“잘 모르겠는데.. 걔 생리할 때.. 좀 아파 하긴 했는데.. 이렇게 심한건 처음이거든요.... 너무 걱정은 하지마세요.. 오빠...”
“그래.... 넌 안자? 안 피곤해? 피곤하지....”
“아뇨.. 괜찮아요.. 뭘 한게 있다고...”
“혜정아....”
“네?”
“혜정이는 이 오빠가 왜 좋아...? 오빤... 몸도 안좋고... 키도 그냥 그렇고... 잘생기지도 못했는데... 왜 좋아....?”
“음.. 글쎄요.. 근데.. 왜요?”
의외로.. 혜정은 담담하게 말을 잊는다.
“음.. 글쎄.. 왜 좋지? 흐흣...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다 좋아요..”
“너가.. 귀신이 씬거구나.. ”
“그럼.. 오빤 제가 왜 좋아요?”
“음.. 이뻐서?”
“아~ 머에요~ 오빠.. 그게 다에요?”
“음.. 몸매도 좋으니까....”
“아~ 진짜!!!! 저 정말 삐질꺼에욧!! 삐졌어!!!”
“무슨 소리야... 혜정아.. 여자는 무조건 이뻐야해!!! 몰라? 남자는 강해야 하구!!!”
“아 그래두요~ 내 겉 모습만 좋다는게 어딨어요!!”
“물론.. 혜정이 착하고.. 배려 깊구.. 그런것도 좋지.. 근데... 그거 이전에 여자는 아름 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
“남자가 강하다는건.. 옛날에는 싸움이고... 그런거였겠지만... 지금은 돈이지..”
“.............”
“니네 나이때는 좋은 학교.. 학벌일거고.. 근데.. 조금 지나면... 그게 다 돈으로 연결되거든...”
“근데요....”
혜정의 목소리가 조금 화나있는 것처럼.. 당황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느껴진다.
“난 처음에 혜정이가 너무 착하고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너 좋았어... 다 좋은거자나.. 이제 부터는 니 작은 행동 작은 사정.. 모든걸 사랑할 거야... 그니까.. 너도.. 오빠 사랑할 때.. 뭣 때문에 사랑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오빠 전체를 사랑해야돼... 알겠지?”
“지금도 그래요....”
혜정의 목소리가 조금 안도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오빤 돈도 많자나! 크크크크크!!”
“아~ 왜또 그렇게 되요! 언제 제가 오빠 돈 보고 좋아 한다고 그런적 있어요? 왜그래요~진짜~”
“아.. 그런게 아니고... 돈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
승기는 혜정이 자신의 경제력을 보고 자신을 사랑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앞으로 자신의 모든걸 사랑하게 되면 그런것 따위 상관 없다고.. 계속해서 혜정을 설득 한다.
“돈 같은거 없어도 되요....”
“아니야.. 돈은 있으면 편하지 머... ”
“지금도 없는데요.. 멀...”
“그러니까 앞으로는 많아야지...”
“그럼 오빤 제가 오빠 돈 때문에 사랑하는거였으면 좋겠어요?”
“아.. 그런건 아니지... 그래도 상관 없다는거야... 앞으로 내 모든걸 사랑하게 된다면...”
“..............”
“나도 처음엔.. 니 몸매며.. 니 얼굴이 이뻐서 너한테 호감이 간거잖아.. 근데 지금은 니가 갖은 목소리며... 너가 말할 때 짓는 표정이며, 니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까지 사랑한 거거든...”
“오빠 좀 실망인데요!”
“뭐가!! 장난해? 앞보다 뒤가 더 중요해!”
“...........”
“왜 삐지고 난리임? 난 니 모든걸 사랑한다는데?”
“그럼 제가 팔이 하나 없어도 사랑할꺼에요?”
“어!”
“그럼 제가 뚱뚱해져도 사랑할꺼에요?”
“음... 다시 빼면 되지!”
“아~ 진짜!!! 그럼 제가 문둥병에 걸려도 사랑할거에요?”
“뚱뚱하고 문둥병? 음.. 그건 좀 곤란하다. 둘 중 하나면 몰라도.. 계속 좋은 친구 오빠로는 남아 줄게!!!!”
“아~!!! 진짜 오빠 미워!!!! 아까 사랑한다고 했던거 취소할래요!”
“크크크.. 왜~ 좀 너무 하잖냐.. 오빠처럼 돈많고 괜찮은 남자가 뚱뚱한 문둥병 환자랑 사는건.... 양심이 있어야지!”
“아~ 진짜 오빠 미워!!!!”
“난 사랑해....”
“됐어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진짜야.. 사랑해...”
“..........”
“사랑해.....”
“..........”
“사랑한다구.....”
“저두요...”
“너두 머..”
“사랑해요...”
“니 모든걸 다 사랑해...”
“저두요.. ”
“너두 머..”
“오빠 모든걸... 다... 아 진짜.. 창피하게...”
“너두 머....”
“오빠의 모든걸 다 사랑해요.... 됐어요?”
“응....”
“진짜 사랑해요...”
“우리 한테... 앞으로 힘든일도 생길지도 몰라...그래도.. 오빤 절대 너 포기 안해... 그러니까.. 너도 하지마...”
“무슨 힘든일요?”
“모르지 그건... 그러니까.. 너도 오빠 포기 하지마... 죽을때 까지..”
“네... 오빠나 잘하삼~”
“난 잘해.. 니가 문제지...”
“아.. 끝까지 진짜...”
“크크크큭....”
“저 잘래요 오빠...”
“그래...”
“오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어.. 너도 오빠꿈 꾸고..”
“악몽을 꾸라는거죠...”
“그게 왜 악몽이야..”
“악몽이죠!!!! 오빠가 덥치는 꿈 꿀지도 몰라...”
“그게 악몽이야? 난 제일 기분 좋은 꿈일 텐데.. 그게 너한텐 악몽이구나!”
“아~ 진짜.. 말은 잘해... 잘 께요~”
“말로 이길라믄 10년은 더 있어야해~ 그니까.. 그냥 네네~ 만 해!!!”
“알았어요! 주무세요~ 오빠...”
“그래....”
“그럼 내일 전화 걸께요...”
“혜정아...”
“네....”
“사랑해....”
“저두요...”
“너두 머...”
“사랑한다구요~아~ 저 진짜 자야한다구욧~”
“크크.. 그래.. 잘 자....”
혜정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했을까.... 승기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자신의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과거 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앞으로.. 자신의 모든걸 사랑하고 좋아해 준다면.. 자신을 좋아하게 된 동기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승기는 조금씩 깨닿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을 좋아 해준.. 많은 여자들과 혜정이 다르지 않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