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4)

09년 9월 12일 토요일 오후 10시 30분

“사장님 침대 매너가 아주 끝내준다고 애들이 호들갑을 떨던데요~? 어쩜 그렇게 젊으신 분이 침대매너가 좋으셔?”

이 실장이 능청스럽게 묻는다. 승기는 얼마 전 그녀들과의 광기 넘치는 섹스를 생각 하며 무표정하게 이 실장을 바라본다. 

“제가 좋은게 아니라 걔들이 리드를 잘 하더군요... 경험이 참 많아 보이던데...”

승기가 묻자 이 실장은 비밀 이라는듯 아무도 없는 승기의 사무실에서 눈을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피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걔들 원래 레즈에요.. 바이라고 해야 하나? 둘이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고.. 애들이 워낙에 밝혀서... 뭐.. 돈받고 하는 씹이래도.. 걔들은 참 맛깔나게 즐기더라구요~ 맘에 드셨죠?”

“무튼.. 전 약속 지켰습니다. 저희 쪽도 타격이 있을 만큼 굵직한 애들로 잘라 냈으니..이제 이 실장 귀찮게 하는 일은 많이 사그러 들겁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 정돈데.. 나머지 지지부진한 일들은 알아서 하셔야겠죠...”

실제로 승기는 재빨리 손을 써 자리를 잡아 피알을 안해도 알아서 돌아갈 만큼 굵직한 상무 하나와 그 라인으로 크고 있는 중견들 몇을 잘라 냈다. 자신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김진만 이사의 오른손 격인 상무이기도 했거니와, 그의 중견 구좌들이 이 실장 소속 아가씨들에게 직접적인 스카우팅을 했다는 이유이기도 했다. 승기의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 였다. 

물론 반발도 적잖이 심했다. 구좌들이 처음 가게와 계약할 때 내는 보증금 부분도 있었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고 빠르게 처리를 했다. 물론 윤상무의 도움이 없이는 위험했을 수 도 있었지만, 어머니와 오랜 인연이 있던 윤상무는 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를 해줬다. 이 일로 그냥 허울뿐인 부모 잘 만난 젊은 놈에서 조금은 무시 못할 존재로 자리 매김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한걸 가지고... 후회 안하실꺼에요. 제가 강사장님 편을 든다는게.. 제가 이거 일이년 하고 갈아 탈 생각 이었으면 이렇게 까지 하지도 않았어요..”

“.........”

그녀가 꼰 다리를 바꿔 다른 다리를 꼬아 올린다. 승기의 눈에 그녀의 아직 탄력있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이내 사라진다. 짐짓 섹시한 느낌이다. 수술을 했는지 아직까지 탄력이 흘러 넘쳐 보이는 탑 안쪽의 그녀의 가슴에 가볍게 손을 대고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색기가 흘러 넘친다. 승기는 눈을 돌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로 향한다. 

“오늘 제가 배정된 룸 하나 빼놨어요. 제가 대리고 있는 애들 중에 에이스가 하나 있는데.. 오늘 시간 되시면 좀 천천히 보시고 가세요~ 제 애들 하나 같이 괜찮아서... 한명 한명 얼굴 좀 익히시고 좀 귀여워 해주세요~ 애들이 어려서... 좋은 말씀 좀 해주시구요.”

“아.. 오늘은 그냥 손님 받으세요.. 약속이 좀 있어서요.”

“후회 하실 텐데요~ 전에 애들이 좀 관능적이라고 하면.. 얘는 완전 신세경이에요.. 청순 글래머 아시죠? 자기 관리도 철저해서... 2차도 안나가는 앤데.. 사장님이면 아마 지도 생각이 있으면 2차도 나갈 거구요.. 실수 안하게 제가 교육도 좀 시켜놨는데... 정 급하시면 바로 구장으로 올려 보내 드려요?”

“자꾸 애들 손대기 시작하면 좋지 않아요.. 다음 기회에 하죠.. 오늘은 제가 꼭 가봐야 하구요...”

“그럼 이따 새벽에 연락 드릴까요?”

“아.. 봐서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빼놓지 말고 그냥 손님 받으라 그래요. 제가 이 실장 맘에 드는 부분은 매출입니다. 대리고 있는 애들이 아니라.”

“정 그러시다면 그럴 께요~ 그럼.. 연락 주세요."

이 실장이 일어나 나간다. 다시한번 그녀의 큼직한 엉덩이에 눈길이 간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쉬고 싶다. 

“워.. 너 어려보인다...? 몇짤? 애기 몇짤?”

남자는 다짜고짜 승혜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묻는다. 그 작은 방에 있던 몇 명 남자와 야한 차림의 여자들의 시선이 승혜에게 쏟아진다. 

“스... 스무살요...”

“오오~~~~~~ 야 스무살이래.. 아~ 저런애가 내 옆에 와야 하는데!”

“어~ 머야 오빤... 내가 옆에 있는데 그러는거야? 너무한거 아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승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하자 그의 팔에 감겨 있던 반쯤은 취해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눈이 풀려 반쯤 간긴 여자가 애교 섞인 말로 반박한다. 

“제가요.. 친구들이랑 잠깐 놀러 와서요.. 죄송합니다.”

승혜가 어두운 담배 연기 가득한 방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일어나려 하자 승혜의 옆에 있던 남자가 우왁스럽게 그녀의 팔을 붙잡아 당긴다. 

“아.. 왔으면 술은 한잔 하고 가야지...? 한잔 해..”

“아.. 저 술 못 마셔요.. 죄송해요.. 다음에..”

승혜가 겁이난 듯한 목소리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보내더니 다시 왁자지껄 떠들며 눈을 돌린다. 방을 나온 승혜는 또다시 웨이터의 손에 잡혀 다른 방에 끌려 간다. 

“아.... 저 부킹 안할꺼에요... 이 팔찌 안보여요? 이거 차고 있으면 부킹 안해도 된다던데.. 놔주세요.. 아파요~ 좀... ”

승혜가 울먹이며 말을 이어도 웨이터는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녀를 근처의 한 방으로 끌고 가 한 남자 옆에 앉힌다. 사람이 두명 뿐이다. 다행히 취한 기색도 없고 생긴것도 얌전해 보이고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왜이렇게 겁먹어 보여요? 저희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끌려 다니라 힘드시죠?”

남자가 부드럽게 묻자 승혜의 긴장이 조금 풀린다.

“아.. 그런건 아닌데요... 다짜고짜 계속 끌고 다녀서.... 제가 나이트 클럽 별로 다녀 본적이 없어서...”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술병을 들고 흔든다. 

“한잔... 할래요? 양주 너무 독한가...? 맥주도 있고.. 딸기 우유도 있는데...”

승혜는 조금 망설이다... 맥주로 눈을 돌린다.

“그럼.. 맥주 한잔만 할께요..”

그는 맥주병을 들어 승혜 앞에 놓인 잔에 맥주를 따른다.

“근데.. 몇 살이에요? 되게 어려 보이는데...”

“저.. 스무살 됐어요.. 올해...”

“아.. 올해 졸업? 이야.. 진짜 어리네... 지금 중간고사 끝났죠? 학교 어디 다녀요..?”

“꼭.. 말씀 드려야 되요? 저 좋은데 안다니는데...”

“아.. 아니에요.. 말씀하기 싫으면 안하셔도 되요~”

그는 다른 방의 남자와는 다르게 승혜에게 팔을 두르거나 손을 잡지도 않고 그저 얌전히 승혜에게 술을 따르고 승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혜는 좋은 매너를 갖은 이 두 남자에게 호감 이라기 보다 편안함이 느껴져 조금씩 그 긴장이 풀린다. 

“저희는 뭐하는 사람들 처럼 보여요? 나이는 그쪽 보다는 다섯 살 많은데...”

“음.. 학생...? 이세요?”

“예.... 사실 저희가 의대를 다니는데..... 오늘 중간 고사 끝나서.. 정말 한 일년 만에 와보네요..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분위기도 적응 안되고.. 시끄럽고.. 말 도 잘 못하겠고... 이렇게 오래 앉아 계신분 처음이에요... 앉아 마자 엉덩이에 스프링이 달렸는지 튀어 올라 없어지네요?”

승혜가 입을 가리고 웃자 그가 다시 승혜의 빈잔을 채운다..

“전 맥주는 왠지 배불러서 못 먹겠더라구요.. 화장실 계속 가게 되고.. 그쪽도 팁을 하나 드리면.. 맥주 많이 마시면 계속 잡혀 갈껄요? 화장실 가려고 가는 사이에... 그냥.. 양주를 조금씩 끊어서 마셔요.. 그게 훨 덜 취하고.. 편해요.”

“아.. 전 너무 독해서....”

“그럼 맥주랑 섞어 마시면 훨 부드러운데..”

그가 장난 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승혜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그의 팔을 손으로 슬쩍 친다. 그의 얇은 티 속으로 잘 단련된 그의 팔이 느껴진다. 

“농담이고.. 그럼 차라리 콜라를 타서 먹어요... 원래는 잭다이엘이라는 술을 섞어 먹으면 더 괜찮은데.. 지금은 시바스리갈이라 좀 들하겠지만.. 훨 부드러울 꺼에요.. 화장실 갈 이유도 없고...”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주와 콜라를 섞어 승혜에게 내민다. 승혜가 입에 한모금 가져가 본다. 훨씬 부드럽다. 사실 아까도 친구들의 보호를 받으며 뭉쳐 있다 조금 마신 맥주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 오다 끌려 온거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전화를 하려고 해도.. 전화기도 테이블에 있어 어찌 할 방법이 없어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의대.. 다니기 힘드시지 않으세요? 공부 할 것도 많고...”

“뭐.. 인턴이라 정신없죠 머..... 사람 취급도 못 받고.. 크크크크...”

“아.. 그래요? 그래도 의산데..”

“의사는 무슨... 아직은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막 노동꾼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껄요?”

“전공은 머에요?" 

"아... 피부과요... 그나 저나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남들이 부러워 하겠어요...”

승혜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감싼다.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얼굴이 붉으레 하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요즘 공부 하느라 피부 신경 쓸 시간도 없는데...”

“아니에요..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데.. 무슨..”

그가 승혜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이쪽저쪽으로 돌려 본다. 둘다 그 상황이 조금 우스워 웃는다. 

“진짜로.. 얼굴도 작고.. 피부도 완전 깨끗하고... 작은 잡티 하나 없는데요 멀....”

그가 얼굴에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 자연스럽게 승혜의 손을 잡는다. 승혜도 거부 하지 않는다. 편한 마음 때문일까? 말도 잘 통하고 매너도 좋고..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 갈꺼에요? 제가 바래다 줄께요.. 시간도 늦었는데...”

“아.. 조금 있다가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서요... 괜찮아요.. ”

“아..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그럼.. 갈때까진 여기 있다가 가요.. 이런 저런애들 끌려오고 나가고.. 하는거.. 더 스트레스 거든요.. 친구가 오자고 해서 오긴 왔는데.. 저는 이쪽에 전혀...”

그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엑스를 그리자 승혜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에이~ 여기 맨날 사시는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보여요? 사실.. 시간도 없어요.. 여기 올... 하루하루 지옥같다니깐요...”

그의 푸념 섞인 의국 생활이 입에서 흥미롭게 한참을 쏟아진다. 간간히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에 몰두 하자 어느새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승혜가 시계를 본다. 12시가 넘어 간다. 친구들이 걱정 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때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승혜의 허리를 감싼다. 오른족 허리로 간지러운 그의 손길이 전달된다. 승혜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바라 본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을 한다.

“아.. 싫어요? 전 그쪽 정말 맘에 드는데... 저 그렇게 아무 여자한테 찝쩍거리는 사람 아니에요.. 사실.. 그냥 이대로 보내기 좀 그러기도 해서... 싫다면 안 할께요...근데... 사실 저 그쪽이 참 많이 마음에 드네요..”

말하곤 다르게 그의 손이 다시한번 승혜의 허리를 감싸 배쪽으로 넘어 온다... 가슴 바로 아래 부분에 그의 엄지 손가락이 닿아 찌릿한 느낌이 든다. 덜컥 겁이 나지만 그렇게 싫은 소리를 하기가 분위기상 좀 그렇다. 힘이 들어는 가 있지만 아까 다른 방의 남자들 처럼 억지스럽거나 우왁 스럽진 않다. 

“아.. 싫은게 아니라.. 제가.. 좀.. ”

승혜가 말을 흐리며 그의 손을 다시 조금 내리자 그의 손은 여전히 허리를 감싸 이번엔 허벅지 쪽에 가만히 올려 둔다. 이것 까지 머라 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불편하게 눈치를 보다 승혜가 일어 나며 말한다...

“즐거웠어요.. 이제.. 친구들이 걱정......”

다리에 힘을 줘 일어나려 하자 머리에 현기증이 핑 돌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녀는 다시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린다. 

“에이.. 가지 마요.. 가는 길에 또 웨이터 한테 끌려 갈껄요? 웨이터가 누구였어요? 차라리 친구를 이쪽으로 오라고 하죠..?”

“아...스카이였어요... 그래 주시겠어요?”

승혜가 자신이 취했다는걸 숨기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을 잊지만 누가 봐도 그녀는 이미 다리가 풀리고 눈도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그가 전화기를 열어 어딘가 전화를 건다.

“어 난데.. 너 아까 대리고 온 애 친구좀 대리고 와라.. 기억나지? 핸폰도 테이블에 있데..”

그가 전화를 끊고 승혜를 바라본다. 

“이제 금방 올꺼에요. 한잔 더해요.. ”

그가 잔을 든다. 승혜도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조금 입에 털어 넣는다. 맛이 느껴 지지 않아 몰랐지만 그녀의 술은 조금씩 독해져 있었다. 승혜는 이미 앉아 있어도 머리가 조금씩 어지러워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잠시후 웨이터가 한 여자를 대리고 들어 와 건너편에 아까부터 아무말 없이 부킹을 하고 있던 여자 옆에 앉힌다. 승혜의 친구가 아니다. 

“어.. 제 친구 아닌데...”

“아.. 제가 손님 테이블에 갔었는데 다들 부킹 중이신가 봐요.. 제가 얼굴 다 기억 하니까.. 잠시만 기다리시면 모시고 오겠습니다. ”

웨이터가 밝게 웃으며 빠른 말투로 말을 한다. 승혜가 어쩔 줄 모르고 우물거리자 재빠르게 밖으로 나가 버리는 웨이터를 바라보며 남자가 말을 잊는다. 

“금방 오겠죠.. 친구들도 다 부킹 갔나 보네....?”

“저.. 핸드폰이라도..... 좀 가져 오면 안될까요?”

그러자 남자가 다시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건다...

“어.. 핸드폰은? 그거라도 가져와... 빨리..”

전화를 끊은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승혜에게 내민다.

“혹시 전화번호 외우는거 있어요? 제 폰으로 우선 불러요 그럼..”

아쉽게도 외우는 번호가 하나도 없다...

“아.. 아니에요.. 그냥 기다리면 오겠죠 머...”

그가 다시 잔을 들어 승혜에게 내민다. 승혜도 무의식적으로 또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입에 술을 조금 머뭄고 목뒤로 넘긴다. 이제 어지러움이 점차 강해져 몸을 가누기도 힘이 들고 의식이 자꾸 멀어 진다. 방금 들어온 여자와 남자가 서로 키스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서로를 쓰다듬으며 깊게 키스를 한다. 친구들 집에 놀러 거서 친구 커플들이 게임을 통해 키스를 하는 건 본적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운데서 서로를 애무 하며 키스하는 모습에 승혜는 더더욱 놀랐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다. 

“아.. 저 저질 같은 새끼... 너무 하네요.. 그죠?”

그가 승혜의 귀에 속삭인다. 간지럽고 점점 의식이 멀어진다. 귀에 속삭이던 그의 입술이 승혜의 귓불을 가만히 입에 문다. 승혜는 그를 밀쳐 내려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려 힘을 줘 밀어 보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의 입술이 귀에서 뺨을 지나 승혜의 입술을 덥쳐 온다. 부드러운 감촉에 승혜는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다 셔츠 안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지지만 그의 부드러운 키스에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간다... 의식이 아무리 붙잡으려 노력을 해도 점점 멀어져만 간다. 그의 손이 승혜의 브라를 밀어 올리고 자신의 맨가슴을 매만지며 다른 손으로 승혜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당기자 승혜의 상체는 힘없이 그에게 쓰러진다.......자신의 유두로 찌릿찌릿한 감전되는 느낌도 점차 멀어지며 승혜는 정신을 잃는다...........

심한 어지러움과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에 승혜는 눈을 뜬다. 낯설은 천장이 눈에 들어 온다. 정신이 번쩍 드는듯한 기분에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몸이 너무나 무겁다. 눈에 힘을 주고 주변을 둘러 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모텔 방에 벌거벗은 채로 침대위에 널부러져 있다. 승혜의 음부로 강한 쓰라림이 밀려온다. 하얀 무언가가 자신의 음모와 허벅지에 말라 묻어 있고 그녀의 옷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찾아 보지만 가방조차 보이지 않는다.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생각해보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겁도 난다. 서둘러 일어서 옷가지를 주섬주섬 주어 입고는 모텔 방을 나선다. 몇 신지도 어딘지도 모르는 곳의 복도에선 빈 방을 정리하는 중국 여자들의 중국말이 흘러나온다. 그들은 승혜에게 힐긋 눈길을 주더니 자신들의 하던 일을 묵묵히 계속한다. 모텔을 빠져나온 승혜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울음이 터져 나오지만 욱욱 거리며 울음을 참는다. 룸미러로 기사의 눈길이 한번 자신을 훑더니 이내 앞으로 옮겨진다. 여전히 승혜의 그곳은 쓰라림으로 고통스럽다. 

집문을 열자 승기가 뛰어나와 다짜고짜 승혜의 뺨을 후려친다. 승기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한잠도 못잔 모습... 승혜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온다. 승기가 당황해 안겨오던 승혜의 팔을 잡아 모습을 살핀다... 승혜는 승기의 팔을 뿌리치고 엉엉 울며 안긴다. 승기의 따스함이 몸에 전달된다. 오빠의 다그치는 목소리가 허공을 맴돌더니 이내 사라지고 승기의 부축에 소파로 몸을 옮긴다. 아주머니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승혜를 살피더니 물을 한잔 가져다 주신다. 강한 갈증에 물을 들이키지만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도 오지 않는다.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고 겁이 나 몸이 부들부들 떨릴 뿐이다. 

언니가 자신을 부축해서 방으로 대려가 똑畢? 아무말이 없이 그냥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이불을 덥어준다. 자고 싶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다 뒤집어 지는 듯 하다... 승혜는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09년 9월 13일 일요일 오후 2시

승기가 승혜에게 약속을 미루는 전화 통화를 하고 한숨을 길게 내쉰다. 동생의 신변의 이상에 그는 크게 분노를 한다기 보다 안쓰러움에 말 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진단서를 때러 가자는 승희의 말에 눈물만 죽자고 흘리며 아무 말도 못하는 승혜를 보면서 마치 사지가 절단 된듯한 고통이 느껴져 왔다. 승혜의 아픔이 전이되듯 자신을 암습한다. 혹시나 해서 임신여부며 검진을 받아 봐야 한다고 적절히 구슬려 승혜를 병원으로 대려가려 하자 승희가 자신이 가겠다며, 오빠는 일이나 보라고 안심시킨다. 승혜도 오빠한테는 부끄러운 부분이 있을 거라며 안타까운 눈빛과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증오감을 표출한다. 

“그래.. 그럼.. 너가 갔다와.. 그게 편하겠다...”

“.........”

승희가 아무말 없이 승혜의 옷을 입히더니 둘은 말없이 집을 나가 병원으로 향했다...승기는 손에 잡고 있던 머그컵을 벽으로 힘껏 던진다.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떨어진다. 승기의 손이 분노에 가늘게 떨린다. 전화기를 열어 윤상무에게 전화를 건다.

“상무님 저 강사장입니다. ”

“예 사장님.. 왠일이세요 이 시간에.”

“부탁드릴일이 좀 있어서요.. 혹시 청담동 매직이라는 클럽에 연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매직이요.. 근데 왜 그러시죠? 목소리가 안좋으세요.. 뭔일입니까.. 말씀해 보세요.”

“제가 좀 보고 싶은 웨이터가 하나 있어서요.. 오늘 중으로 좀 알았으면 합니다. 웨이터 이름이 스카이라고 들었어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스카이라고 하셨죠?”

“네.. 그럼 전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없이 승기가 집어 던진 머그잔을 치우고 계시다 승기가 전화를 끊자 말을 잊는다. 

“승혜도 잘 한거 하나도 없어. 일 너무 크게 벌이지 마. 내가 니네집 일 일이년 보는것도 아니고... 어머니 살아 계셨으면 일 크게 안 벌리셨어. 조용히 마무리 해.. 조용히.. 그게 승혜한테도 좋아. 애들이 너가 머해서 지들 옷바라지 하는지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걔들을 잡아다가 죽인다 한들 변하는거 아무것도 없어... ”

“예.... 알아서 잘 할께요..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한두시간 뒤, 승희가 전화를 해 크게 다친 곳이나 강간 흔적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승혜가 아직 어려서 질 입구도 좁고, 물도 없어서 그랬는지 삽입 흔적은 있어도 질 안쪽은 크게 다치거나 한게 없다고 힘없이 말한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승혜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어떻게 말 할 수 없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전화를 끊고 의자에 주저 앉는다. 안도의 한숨이 흐르고 식은땀이 조금씩 흐른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윤상무..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컨택이 됐어요. 지금 애들이 대릴러 갔습니다.”

“그럼 30분 안에 제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 너무 막 다루진 마시구요. 걔한테 직접적인 불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막 다루다뇨. 건달도 아니고... ”

승기가 서둘러 캣츠로 향한다. 운전을 하는 내내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수도 없이 죄 없는 핸들만 내리 친다. 벨이 울린다. 혜정이다.

“어....”

“오빠.. 저에요.. 집에 뭔일 있어요? 사실.. 아까 오빠가 약속 미루고.. 뭔일있나 싶어 승혜 한테 전화해 봤는데.. 전화기도 꺼져 있고...”

“아.. 그런건 아니고.. 어제 승혜가 외박을 해서.. 좀 혼냈어.. 정아.. 너 혹히 어제 혜정이가 누구랑 있었는지 아니? 친구들이랑 있었던 것 같은데.. 화나서 묻는건 아니고.. 뭐좀 물어 볼게 있어서...”

“어제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제가 한번 알아 볼까요?”

“아.. 아니다.. 그냥 모른척 해줘... 승혜한테는... 좀 창피해 할꺼야... 오빠가 전화 다시 할게.. 약속 미뤄서 미안하다. 집안 일도 집안일이지만... 식당에 작은 사고가 나서... 손님이 다쳤나봐.. 거기 가보는 중이다 지금..”

“어머.. 아.. 알았어요 오빠.. 일 잘 보시고 전화주세요~ 기다릴께요..”

“어.. 그래... 수고~”

승기는 대충 둘러 대고 전화기를 조수석 시트에 툭 던져 놓는다. 조금은 마음이 안정 되는 느낌이다. 멀리 캐츠가 보인다. 일요일 오후라 한가한 거리에 차가 몇 대 보인다. 아마 도착해 있는 모양이다. 승기는 차를 세우고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 간다. 

“저 왔습니다 윤상무님..”

“아.. 오셨어요..? 대기 시켜 놨습니다. 올려 보내겠습니다. 제가 옆에 있을까요?”

“아.. 아뇨... 제가 알아서 처리 하겠습니다. 그냥 올려 주세요..”

잠시후 삐쩍 마른 30대 초반의 남자가 쭈볏거리며 들어 온다. 

“........”

“스카이...라고 들었는데.. 우선 좀 앉지..”

“.......”

웨이터는 말없이 집무실 소파에 앉아 젊은 승기의 눈치를 본다. 손님인줄 알았던 이른 전화에 정중한 목소리.. 건장한 사내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이 혹시 실수 한건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어제 대리고 잤던 죽순이 골벵이도 전혀 모르는 낌새라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자 그 젊은 남자가 핸드폰을 던져 어린 여자의 사진을 한 장 보여 준다. 

“이 여자.. 어제 니 손님으로 왔던 애야.. 기억 못한단 소리는 하지 말자... 우리..”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친구 둘과 함께 왔던... 뭐가 잘못 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 기억이 날 것 같네요... 근데...”

그가 승기의 눈치를 보며 말을 한다.

“내 동생인데.. 어제 다구리를 당한것 같아.. 내가 다구리 한 그 새끼를 좀 봐야겠는데... 일 좀 쉽게 풀리게 도와주지... 사례는 꼭 할꺼고...”

“아.. 그게.... 어제 토요일이고 손님도 많아서...”

순간 승기의 손이 그 남자의 뺨을 후려 갈겼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통증에 잠시 정신이 어질 해지며 겁이 덜컥 난다. 

“내가... 다구리.. 한 그.. 새끼를 좀 봐야겠는데...... 좀 도와.. 주지....”

승기는 차마 강간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없었던 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자신이 뭘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차라리 그 웨이터가 당당하거나 했으면 손을 대거나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겁먹고 있는 모습에 승기는 왠지 모르게 더 화가 나며 잔인해지기 시작한다. 승기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구석에 있는 골프채를 하나 꺼내 든다. 

“걔가... 지금 고2거든... 세상 물정 전혀 모르고.. 내가 알기론... 나이트..? 클럽? 그런데 몇 번 가보지도 못한 애야.. 니가 걔 손목을 잡고 이리 저리 창녀처럼 끌고 다니면서 이 새끼 저 새끼한테 끌어다 앉혔을 꺼야... 모르긴 몰라도.. 부킹 하기 싫다고 했을 거고... 너는 못 들은척 왠 내숭~ 이지랄 하면서 끌고가 어떤 새낀지 몰라도... 걔를 건드린 애 옆에 던져 놓고.. 넌 그 대가로 돈 몇푼을 받았겠지...”

승기는 지갑에 있는 5만원권 뭉치를 꺼내 남자 얼굴에 던졌다. 이미 코피를 흘리던 그 남자는 돈뭉치에도 놀라 잔뜩 몸을 움츠린다. 웅크리고 있는 그를 향해 승기는 아이언을 몇 차례 후려친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문 밖에 있는 윤상무의 직원들이 뛰어 들어와 상황을 파악하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승기의 눈치를 살핀다. 

“내가.... 시간을 좀 줄게.. 너도 생각 할 시간이 좀 필요 하지..? 오래는 못줘.. 내가 오늘 이거 저거 할게 많거든... 그니까.. 한 10분.. 그래... 10분 동안 잘 생각 해보고.. 어제 아까 그 여자애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에... 그 새끼들... 전화번호만 내놔...”

승기가 들고 있던 골프채를 소파위에 던져두고는 방을 나선다. 윤상무의 직원 중 하나가 그 남자에게 다가가 타이르듯 말하며 몸 상태를 살핀다. 다행이 머리통을 내리 친건 아니다. 남자는 공포에 떨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눈을 굴린다. 

복도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던 승기에게 윤상무가 다가온다. 

“사장님.. 이러는 모습 보이는거.. 밑에 것들한테 좋지 못합니다. 뭔일인지 모르지만 그냥 저한테 맡겨 주시는게..”

승기가 말을 자른다. 

“아뇨.. 제가 합니다. 제 가족 건드리는거.. 이제 안 봅니다. 아니 못봐요...”

“...........”

윤상무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승기를 바라본다. 눈치를 살피던 부하 직원들에게 턱으로 뭔가를 지시 하자 승기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 간다. 잠시후.. 한 다부져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말을 한다. 

“뭔가.. 말씀 드릴게 있다고 합니다. 들어가 보시죠.”

승기는 연거푸 피우던 담배를 빨간 카펫이 깔려 있는 복도에 던져 발로 비벼 끄고 집무실로 향한다. 남자는 이미 좀 진정한 상태였지만 아직 손은 부들 부들 떨리며 말을 잊는다. 

“그 남자 손님들은 제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연결을 좀 해봤는..데요...”

승기의 눈치를 살핀다. 승기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본다. 이상하게 차분하다.

“누구 손님인지 알아 냈구요... 어제 한 남자랑 같이 나갔다고.. 하는데요...”

“같이 나가...? 업혀 나간건 아니고...?”

“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연락처를 좀 주지...”

“네.. 지금 수색 중.. 인데..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연락이 올겁니다.”

승기가 고개를 들어 옆에 서있던 윤상무의 부하 직원에게 말을 한다.

“연락처 나오면.. 수배좀 부탁 드려요. 제 사무실이 아닌 다른곳에서 좀 봤으면 합니다.”

그 남자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알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웨이터를 한번더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 웨이터가 재빨리 고개를 숙인다.

초조하게 시간이 흐른다. 승희에게 전화가 오지만 받지 않는다. 몇 통의 부재중 전화후 문자가 하나 도착 한다. 

오빠.. 너무 무리하

지마.. 별일 아니네

.. 머..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

그게 승혜한테도 좋

아... 알잖아..

차마 답장을 할 수 가없다.. 이제와 없었던 일로 돌리기엔 이미 일이 진도가 너무 나갔다. 이제와 어영부영 넘어갔다가는 윤상무도 얼굴이 서지 않는다. 윤상무도 이일 때문에 그쪽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도 했을 것이고 지금쯤 뒤처리를 위해 분주히 전화를 돌리며 일을 무마 시키고 있을 것 이다.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 빛도 지어 가며 최선을 다해 무마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하고 말을 잊는다. 그의 뒤로 몇몇 남자들이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전번 따서 연락 했습니다. 겁먹지 않게 여종업원 하나 시켜서 전화를 걸게 하려구요. 어제 나이트에서 본 여자라고 연락 하고 약속 잡겠습니다. 시간이 좀 일러서요.. 오늘 저녁까진 모시고 오겠습니다.”

“네.. 부탁 좀 드려요.. 가능 하면 저녁까진 안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넷..”

남자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긴 한숨이 흐른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청소하는 아주머니 둘이 승기의 집무실로 들어간다. 다시 담배를 꺼내 문다. 문득 승혜가 걱정이 된다. 윤상무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아직까지 시간이 좀 있다.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다시 자.. 그냥 둬.. 오빠...”

“얼굴만 보자...”

“.....”

승희가 말리려다 말을 잊지 않는다. 승기가 방에 들어가 승혜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울컥 올라 온다. 참으려고 눈을 깜빡이며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송기의 손으로 자고 있는 승혜의 몸이 미세하고 떨리고 있음이 느껴진다.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때 승혜가 슬며시 눈을 뜬다. 

“괜찮아...? ”

승기가 부드럽게 묻자 승혜가 승기의 손을 잡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에 눈물이 고이는게 보인다. 속이 다 찢어지는 느낌이다. 

“미.. 미안해... 오빠...”

눈물이 고였다 한방울이 빠르게 툭 떨어지며 말을 한다. 승기가 어렵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일 없었다며.. 다행이지 머.. 지금은 그냥 자자.. 내일 아침이면.. 다 잊을 수 있을거야.. 괜찮아...”

승혜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는다. 감긴 눈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승기는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나와 서재 의자에 몸을 묻는다. 한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두통을 참아 보려 애를 쓴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려 안간힘을 쓴다. 그때 승희가 옆에 다가와 승기의 머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는다. 승희는 승기의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는걸 감지하고 승기의 얼굴을 바짝 끌어안는다. 승기는 승희의 가슴이 얼굴에 느껴지자 승희의 가는 허리를 끌어 안는다. 둘은 그렇게 꼭 안고 한참을 아무말도..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있는다. 

“이쪽 안입니다. 두명이에요... ”

승기가 한 상가의 분양 사무실에 들어가자 몇 명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소파에 앉아 있는 두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쪽 구석에는 오늘 남자들을 불러 내준 아가씬지 이쁘장하게 생긴 아가씨 하나가 구석에 눈치를 보며 앉아 있다.. 승기가 그 아가씨를 잠시 응시 하자 옆에 있던 윤상무의 직원 하나가 아가씨를 밖으로 대리고 나간다. 승기가 끌려온 두 남자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두 남자는 승기의 표정을 살피며 겁먹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승기는 한참을 그저 아무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어제.. 재밌었어? 좋지? 나이트 가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집애들 막 대려다 주고.. 좋지?”

“..................”

그 둘은 아직 무슨 일인지 갈피도 못잡은 모양인지 그냥 승기를 바라 볼 뿐이다. 

“어제.. 내 동생이 니 둘중 한명인지.. 니네 둘 단지... 끌...려가서 이상한 짓을 당했어.....”

두 남자는 움찔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승기에게 귀를 기울인다. 

“니네가 머하는 새끼들인지 모르겠지만... 고삐리 꼬셔서 그러는건 아니지...어?”

승기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목소리 톤을 높이자 둘의 몸이 크게 움찔하며 눈을 내리 깐다. 승기가 핸드폰을 뒤져 승혜의 사진을 꺼내 내민다. 

“자.. 봐봐.. 얘거든...? 누구니? 니네 둘이 돌려 따먹었니? 어? 말해봐... 말해봐 이 씨발새끼야!!!!”

그 둘은 서둘러 사진을 보고... 한남자의 시선이 다른 한 남자에게 간다. 시선을 받은 그 남자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사진에서 눈을 때지 못한다. 승기가 다른 남자에게 말을 건다. 

“그래.. 넌 안 건드렸다 이거지? 그럼 어쩔래? 친구니까 옆에 앉아서 같이 좀 맞을래? 아님 그냥 지금 나갈래? ”

남자는 친구에게 미안한지 느릿하게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윤상무의 부하 직원이 따라나가 뒷수습을 한다. 강간이니 머니.. 법이 머니.. 니 주소며 전번이며 다 안다는등.. 겁을 줄 것이다. 승기가 남은 한 남자를 뚤어져라 쳐다본다. 귀싸대기를 후려 갈기고 갈갈이 찢어 죽이고 싶지만 직접 승기를 대리러 온 윤상무의 주의가 생각이 난다. 무슨일이 있어도 직접 손을 대지는 말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다. 자식을 때린 남자를 끌어내 뺨을 때리고 협박한 모 기업의 회장이 어떤 수모를 겪고 어떤 대가를 치뤘는지, 한번 그 쪽으로 소문이 나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차분하게 설명을 한 윤상무는 불안한지 승기의 옆에 바짝 붙어 승기가 손을 대려 하면 뜯어 말릴 기세다. 승기는 분을 삭이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자..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해보자. 니가 하는 말이 일리가 있으면 내가 그냥 없던 일로 해줄게.”

승기가 최선을 다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남자가 승기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 그게.. 이 여자분이 저희 방에 들어와서 좀 취하셨어요... 술..... 한두잔 하다.. 저희 방에 오시기 전부터 좀... 취해 계시..긴 했구요..부킹... 끌려 다니기 싫으시다고 저..희 방에 좀 있겠다...고 하셔서.. 그러..라고 했..구요..”

“그래서.. 쫄지말고 계속해... 쫄지 말고..”

“저도.. 솔직히.. 그 여..자분이 마음에.. 들어서요.. 진짜 좋아서.. 그 여..자분도.. 저한테 호감이.. 있으셨구요..”

승기의 눈이 질끈 감겼다. 지금 상황에 무슨 말을 해도 화가 안풀리겠지만.. 그 남자의 말은 승기의 화를 계속 더 부축이고 있었다. 

“진짜.. 디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그런.. 여자.. 분이라.. 제가.. 호..감을 표시하..니까 받아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나가기로 한..거에요.. 절대.. 진짜 절대 억지로 하거나 그런거 아니에요! 믿어 주세요.. 정말이에요.....”

남자가 울먹이며 언성을 높인다.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승기는 언성을 높이는 남자가 마치 뻔한거 왜 그러냐는 듯 하는 느낌을 받아 인상이 찌그러 진다. 

“정말입니다. 술도.. 그렇게 많이 마신거 아니셨어요.... 정신도 말짱했고.. 나가서도.. 그거.. 머냐.. 편의점도 가서 커피도 마셨구요.. 제 차에도 자기 발로 탔는데요!”

순간 승기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후려 쳤다. 윤상무가 바로 제지 하고 승기를 일으켜 새운다. 승기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야이 개새끼야!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 이 개새끼야! 18살 처먹은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도 없이 혼자 일어났어! 니 새끼가 어? 걔가 맘에 들었으면 가방도 안가지고 나오고... 모텔에 혼자 두고 나가? 어? 그게 니 새끼가 말하는 맘에 든거냐? 이 씨발 개새끼야!”

윤상무의 억센 손이 승기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가려다 그 얘기를 듣고 손에 힘을 푼다. 뺨을 잡고 겁에 벌벌 떠는 남자를 매서운 눈초리로 아무말 없이 바라 보다 승기를 처다 본다. 

“제가.. 처리 하게 해주십시오.. 사장님...”

승기가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윤상무가 말을 막는다. 

“다시는 못 걷게 만들던지 하겠습니다. 적당히 안한테니..제가 하게 해주세요...승혜.. 막내 저도 딸 같이 여기는 앱니다. 돌아가신 여사님이 얼마나 아끼셨는지도 잘 알구요... 말씀을 많이 들어서 제 딸 처럼 느껴지는 앱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은 회사도 생각을 하셔야죠.”

“............”

승기가 떨고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코에서 피가 흐르며 겁에 질려 승기와 눈이 마주친다. 승기는 재빨리 몸을 날려 남자의 얼굴을 발로 가격한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며 웅크리고 말리는 윤상무와 부하직원들 사이로 승기의 발은 계속해서 남자의 머리르 짓이긴다. 여기저기서 피가 나기 시작 하고 외마디 비명소리와 울음 소리가 텅빈 상가 분양 사무실에 메아리치며 들린다. 승기가 몸이 들려 다른 방으로 끌려 가 의자에 앉았다. 그런 승기를 윤상무가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바라 본다. 

“제가.. 제가 처리 할께요.. 사장님... 제가 부탁 드리겠습니다. 회사도 생각 하셔야죠.. 앞으로 계속 이런 비슷한....”

승기가 날카롭게 윤상무를 바라 보자 윤상무가 말을 접는다.

“이런 저런 큰일이 생겼을때 직접 나서시는건 아닙니다. 그럼 제가 왜 있습니까? 이번엔 제 말을 그냥 들으세요.. 사장님!”

승기가 윤상무의 기세에 눌려 시선을 돌리고 거친 숨을 토해낸다. 승혜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쩌실 건데요..? ”

윤상무는 잠시 고민하다 말을 잊는다. 우선 신변 파악부터 해야 해요..머하는 놈이고 어디 살고 회사는 어디고, 가족은 몇이나 있는지.. 등등.. 그래야 나중에 말이 없습니다. 어짜피 강....“

윤상무가 강간이라는 단어를 재빠르게 접는다.

“승혜 일도 있고 하니까.. 저쪽에서도 고소 못 하고 들어옵니다. 근데 크게 다치면 병원 쪽에서 경찰에 연락을 해요. 제가 전후 좌우 다 살피고 알아서 하겠습니다. ”

“그래서 어쩌시겠단 겁니까...? 전 지금 당장 저새끼 죽이고 제가 감방에 가도 후회가 없겠어요!”

“..........”

“어쩌실건지 정확하게 말씀을 해보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장님.. 스럼 동생분을은 어쩌라구요!”

“.........”

“오늘은 그냥 보내고, 조만간 길에서 좀 손을 보겠습니다. 그게 말이 없어요. 오늘은 본 사람도 그렇고.. 아까 그 친구놈도 그렇고.. 그때 칼을 놓던 다구리를 놓던.. 오늘은 합의금으로 우선 안심을 시키고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한 2,3주 후에 제가 직접 지시해서 처리 하겠습니다 보고도 드리구요. 오늘은 그렇게 처리 하심이 좋...”

“지금 저새끼를 지 발로 걸어 나가게 하자구요?”

“사장님.. 동생분들을 생각 하세요. 여기서 더 건들면 경찰들 개입합니다 사장님.”

“..........”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상무는 대부업체에 연락을 해 남자에게 1억을 입금시켰다. 선이자를 2천만원 가량 땐 금액으로 입금하고 그 돈을 바로 인출해 다시 승기의 구좌로 입금했다. 추심을 대충 마무리 시키고 남자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오피스텔 전세 계약서와 차량을 담보로 잡는 등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겁에 질린 남자는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윤상무와 직원들이 시키는 데로 굽신거리며 사인을 하고 지장을 찍고 인감 증명을 직접 때와 첨부 시켰다. 승혜의 일을 입밖에 내지 않겠다는 각서와 합의금으로 1억원을 어떠한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낸다는 것을 대본까지 써서 녹취를 한 뒤 돌려 보냈다. 대부 업체 직원에게 약간의 수고비를 쥐어 주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이대로 끝이 나야 아무일 없다. 강사장이 혹시나 손을 대거나 하면 일이 복잡해 지는걸 알기에 일을 최대한 서둘렀고 실수가 없도록 몇 번이나 검토했다....남자는 고맙다는 말까지 하며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불어 닥칠지 모르는 듯한 모습에 윤상무의 직원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40%에 가까운 연이율과 치밀하게 계획된 녹취와 서류들은 그가 어떠한 법적 도움도 받을 수 없게 했고 잔인한 이자에 그는 허덕이게 될 것이다. 물론 친구의 증언을 통해 어느정도 협박에 대한 증명을 할 수 있겠지만 미성년자의 강간사실은 그를 또 다시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 거라는걸 알 고 있을 것이다. 

“오빠.... 오빠 나.. 진짜 미안해...”

“뭐가 그렇게 미안해 이년아.... 괜찮다니까... 그럴 수 도 있지 머.. ”

“아니.. 그냥.. 오빠한테 왜이렇게 미안하지...?”

“..........”

승기가 승혜를 부드럽게 안아준다. 승혜는 승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다. 부드러운 오빠의 손길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변태 국어 선생이 필기를 시켜놓고 쓰다듬을 때완 다르게 찌릿 거리는 소름이 돋았다. 하루 종일 잔 탓일까.. 잠이 도저히 오지 않는다. 학교에.. 갈 용기가 없다. 자신의 가방과 핸드폰을 친구들이 가져갔다고 집으로 연락이 왔고.. 친구들이 머냐고 무슨일 있었냐고 다그칠때 승혜는 아무말 못하고 그저 울음을 참으며 허허 거렸을 뿐이다. 학교에 가서 그 친구들의 동정어린 시선이 느껴 질 것 같고 이미 온갖 소문이 난무 할... 그런 정글에 승혜는 혼자 서있을 자신이 없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 하게 될 것 같아 두 눈이 꼬옥 감긴다. 승기는 그런 승혜의 마음을 아는지 그저 승혜를 꼬옥 안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이제 이런 오빠가 없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승기는 승혜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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