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4/141)

  ◇ ◇ ◇

같은 무렵…….

편대장 근처를 한 여자가 걷고 있었다.

흰색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치고 뒤에 가방과 여행 가방을 끌고 있었다.

대충 보아도, 미인── 그런 여성이었다.

강한 눈빛에 청렴함을 풍기는 입매.

그리고 그 부드러운 걷는 모습 등은 소녀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뀌는, 그러한 연령의 공기를 강하게 느끼게 했고 엇갈린 사람이 무심코 돌아보기 되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호즈키 이오리였다.

「음 그러니까, 이 근처였지, 인가.」

혼자서 주위를 확인한다.

이오리는 천천히 벚꽃이 피는 강가에서 주택이 있는 언덕 쪽으로 꺾였다.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손에는 주머니 크기의 지도책이 쥐어져 있었다.

언덕 위에는 주택이 몇 개나 겹치듯 늘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높은 첨탑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어라──」

「꺄앗.」

두 언덕의 합류 지점에서 두 사람은 부딪쳤다.

이오리는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상대 여자와 부딪쳤는데 상대는 아무래도 부딪치기 직전에 깨달은 것 같아서,

「어이쿠.」

끌어안다시피 해서 이오리를 받아냈다.

「괜찮으십니까?」

거대하다고 해도 좋은 사이즈의 가슴이 이오리를 떠받쳤다.

이오리는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며 비켜섰다.

「죄, 죄송합니다.」

여자는 뒷끝없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괜찮아, 이쪽은 괜찮으니까. 그래도 차는 조심혀.」

「정말로 죄송해요.」

사과하면서 이오리는 상대의 말에 이상한 사투리가 있음을 느꼈다.

외국인풍의 악센트.

눈을 치뜨고 이오리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보니 상대는 일본인이 아니었다.

젊은 백인 여성.

미국인지 유럽인지 어쨌건 서양 토박이로 보였다.

여행자풍의 모습을 하고, 키가 크고 긴 금발── 어느 정도 칙칙한 색의 그것을 뒤에서 묶어 등에 걸어내리고 있었다.

이오리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수줍은 듯이 어깨에 걸친 데이팩을 흔들었다.

「일단, 이래도 일본계 사람이여, 이런 “외국인”의 차림이긴 허지만.」

「아, 죄송합니다. 빤히 쳐다보거나 해서요.」

「괜찮아, 보여지는 것엔 익숙해져 있으니께.」

「여행, 인가요?」

「이야아, 반대. 어제 막 귀국한 참이여.」

「아, 그렇습니까. 그럼 돌아가는 길이었군요.」

더 이상, 만류할 수도 없었다.

인사를 하고 이오리는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그녀 자신, 목표로 하는 바가 있다.

생각해야 할 문제도 있었다.

배낭 여행에 따위, 특별히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우선은 그래, 교섭이지. 교섭. 어쨌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걷기 시작하며 앞으로의 일을 시뮬레이트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교육받은 후에 받은 “특별”한 물건.

그 물건의 관리자를 이오리는 만나려고 하고 있었다.

라고――.

「어라?」

몇 걸음 걷고 나서 이오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왠지 예의 백인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오리는 또 몇 걸음 걸었다.

아직 따라온다.

이윽고 교회가 보였고 거기서부터 더욱 비스듬한 곳에 목조의 아파트가 보였다.

여성은 이오리의 뒤를 떠나지 않았다.

「저기, 무슨 용무입니까?」

미심쩍게 생각하면서 이오리는 물었다.

보니 상대방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나도 이 아파트에 사는디.」

「에──? 설마, 여기의 주인?」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 아파트 마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여성이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빗자루를 놓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머, 테리쨩! 어서와! 무슨 일이야, 지금 마이가 공항에 맞이하러 갔던 바로 직후──였, 어머, 당신──?」

관리인인 듯한 여성이 이오리와 테리, 두 사람을 비교하듯 바라보았다.

이오리는 긴장해서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뜻밖의 전개가 있었지만 드디어 이때가 왔다.

어쨌든 우선 교섭──.

이오리는 머리를 숙였고, 그것을 꺼냈다.

「아, 저기――잇.」

이오리의 의도를 짐작했는지 관리인인 여성은 조금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금발의 여성은 이오리를 신기한 듯이 바라 봤다.

바람이 살짝 불어왔다.

수많은 하얀 꽃잎이, 아파트 주위로 흘러내리듯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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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장에 어서오세요! 오마케! 1화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오마케!

작품 소개 : 낡은 소봉(素封)가의 집을 이은 쿠도 토라노스케(久遠虎ノ介)는 어느 산중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일도 안하고 그냥 책읽고 산책하고 음침한 곳에 핀 꽃처럼 하루하루 조용히 지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서는 매일 밤 방문하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오는 손님은 모두 여자──. 낡은 가문의 당주가 된 청년의, 그 후의 이야기.

『변태장에 어서오세요.』의 번외편입니다.

TAG : 하렘, 유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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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의 미인들

그 근방에는 온통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빨강 흰색 분홍 동백꽃이 떨어져 마치 융단처럼 깔렸다.

아름다운 꽃길.

주위는 경사가 있어 주변 일대가 낮은 산임을 알려준다.

카미노모리(神ノ森).

일찍이 이 산은 그렇게 불리며 사람들의 경외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선녀의 거처로도 여겨져 지역 주민등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부모에게 강하게 말을 들었다고 여겨진다.

역사적으로도 매우 유서깊은 산으로 수많은 전설과 일화가 아직도 토지 자료관 등에 남아 있다.

과거의 기록에는 이 땅을 다스리는 다이묘 스스로가, 나무의 벌목을 금지하는 법령을 내리거나 혹은 신사를 건립했다고 하는, 산에 대한 신앙을 연상시키는 그런 기술(記述도 있다.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집안의 사유지가 되어 있는 그만큼의 작은 산이었다.

관광객도 등산하는 사람도 없었다.

동백나무의 홍백만이 온통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백꽃 뿐이었다.

그런 일면의 꽃 속을 혼자, 기모노의 청년이 걷고 있었다.

녹차색의 홑옷에 몸을 감싸고, 허리에는 남색의 띠를 매고 있었다.

서 있는 모습은 온화하여 나무들을 보는 눈은 부드러웠다.

청년의 이름은 쿠도 토라노스케(久遠虎ノ介)라고 한다.

타무라(田村)가라고 하는 낡은 소봉(素封)가의 후계자로 금년에 22세가 된다.

후계……라고는 해도, 당주가 된 것은 바로 최근의 일이었다.

그때까지는 극히 일반적인, 우울한 일반인으로서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린 시절 어떤 사연 때문에 집을 떠났기 때문이다.

생가로 다시 불려온 것은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주위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토라노스케는 가문을 잇게 되었다.

이래, 그는 타무라의 당주로서 일년의 반을 이 산에서 살고 있다.

바스락 꽃의 경사면을 밟는다.

또 하나, 오토메 츠바키(乙女椿 : 동백꽃의 일종)가 땅으로 떨어졌다.

동백꽃은 모양을 남긴 채 아름답게 떨어진다.

토라노스케는 이제 막 떨어진 그 꽃을 주웠다.

「이건 좋은데.」

토라노스케는 말했다.

손 안의 처녀는, 혹은 토라노스케에게 주워질 때를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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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쯤 산책한 후, 토라노스케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가 사는 집은 일본식 대저택으로 뒷산에서 걸으면 바로 앞에 있다.

뜰에 들어서자 툇마루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던 하녀가 토라노스케를 발견하고 화를 냈다.

「도련님! 또 뒷산에 계셨군요.」

「아, 타키씨.」

「타키씨, 가 아닙니다. 몇 번을 말해야 아시겠습니까. 저택 밖에 나가시면 경호를 데리고 나가시라고 말씀했잖습니까.」

「미, 미안. 그치만 바로 근처고.」

「안됩니다. 제가 꾸중을 듣는다니까요. 저 미즈하라(三津原)씨에 설교, 도련님은 모르시죠? 」

「아하하……. 미, 미안해. 다음부터 제대로 사치씨나 나치씨를 부를테니까.」

말하곤 허둥지둥 도망쳤다.

당주라고 해도 토라노스케에겐 잘난 체를 할 곳은 없었다.

어쨌든 그는 평소에도 저자세였다.

그만큼 집안 모두의 사랑을 받고 또 아이처럼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일족의 당주라도 그는 가마처럼 받들려 모셔졌고 일족의 일에 대해서 뭔가 참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한 일을 할 만한 능력이 부족했고 또 그 자신도 그걸 자각하고 있었다.

집안과 일족의 일, 그룹의 일은 모두 혈통의 여자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그런 토라노스케가 당주로 있을 수 있었냐면, 이것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어…….」

토라노스케가 봤을 때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도련님.」

토라노스케가 툇마루에서 발을 닦고 있자, 거기에 한 명의 여성── 쿠루스 나치(?栖那智)가 말을 걸어 왔다.

여자지만 남자 차림을 하고 있다.

즉 남장이지만 이것이 몹시 그녀에게 어울렸다.

검정 슈트에 검정 넥타이.

윤기나는 머리카락.

쭉 뻗은 콧날에 시원스런 눈매.

가극의 남자역── 왠지 모르게,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

「아, 나치씨.」

토라노스케, 이 나치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에 그렇게 소개된 것이 이유였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반년 이상이나 같은 지붕에서 살고 있고,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라고 주위에서 웅성이는 소리도 자주 있었다.

조금 머리가 모자라다, 그런 평판도 있었다.

……이 착각은 나치는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에 쿠루스가 ──타무라의 분가다.──, 그녀에게 남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

예로부터 타무라 본가를 지키는 것이 분가의 하나인 쿠루스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직무의 성질상, 남자의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기도 해서 쿠루스는 대대로 남녀의 구별을 애매하게 하고 일해왔던 것이다.

태어난 딸도 남자로 양육된다.

검술이나 격투기, 무기 다루는 법 등 과격하게 훈련되는 것이다.

신기한 일로…….

역할이라고는 해도, 이런 일을 오랫동안 거듭하고 있으니 태어날 아이도 어딘지 모르게 중성적인 얼굴, 성격이 된다.

그러자 원래부터 아름다운 모습만 나오는 타무라의 피가 또 좋은 쪽으로 작용해 와서, 여자도 보기엔 따라서는 눈이 확 떠질 미남으로 보이거나, 혹은 남자라도 남자의 마음을 자극하는 고혹적인 미녀로도 보인다. ……라는 상태로, 나치의 쌍둥이 여동생인 사치나 어머니의 마키에 등도 비슷한 성질을 갖추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그 성격 그대로 솔직하게 나치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몇 안 되는 친구이며, 동시에 조금 지나친 헌신성이 있다. ──그렇게 보고 있었다.

나치 쪽은 반대로 여자로서 토라노스케를 사모하고 있어서, 이것을 숨기려고는 하지 않았다.

가끔 장난삼아 몸을 끌어당겨 적수의 모습으로 다가오거나 토라노스케에게 접근하고 있다.

토라노스케는 그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다.

나치는 그런 주인이 귀엽고, 더욱 과격하게, 왜곡된 충성심으로 대했다…….

이번 겨울, 그녀는 마침내 여동생을 사칭하여 토라노스케에게 요바이를 걸고 말았다.

「도련님, 또 산에 가셨군요.」

나치가 물었다.

토라노스케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계절이 제일 이쁘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동백꽃 한 송이를 나치에게 보여주었다.

나치는 그것을 「네.」라고, 조금 미소지어 보인 후에,

「혼자 외출하면 위험합니다. 밖에 나갈 때는 저나 사치(佐智)를 데리고 가주십시오.」

「나치씨까지, 그런 과장된.」

「과장이 아닙니다. 지난 일은 벌써 잊으셨습니까?」

「저건――」

토라노스케는 말문이 막혔다.

나치의 말.

그것은 반년전에 일어난 치정의 갈등 끝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 때, 토라노스케는 등을 칼에 찔리는 큰 부상을 입었다.

「또, 그러한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신변을 챙기셔야 합니다.」

「괜찮아요. 저도 말이죠, 최근엔 호신술을 배우고 있고──」

「도련님.」

나치의 눈빛이 엄격해졌다.

그녀는 토라노스케 옆에 앉으며 어머니가 자식을 타이르는 듯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설픈 기술은 상처의 근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마키에(蒔?)가 당신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그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만일의 순간, 마음가짐을 위해서입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습격당해도 절대로 맞서거나 해선 안됩니다. 우선 자신이 몸을 먼저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연습과 단련은 어디까지나 건강을 위한 일인 줄 아셔야 합니다.」

토라노스케는 놀랐다.

이러한 강한 태도는, 평상시의 나치에게선 별로 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토라노스케에게 달콤하고 상냥한 그녀인 것이다.

하지만 토라노스케의 일이면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토라노스케는 그 배려에 감사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치는 토라노스케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물로 짠 수건을 사용하여 부드럽게 토라노스케의 다리를 닦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습 쪽은 어떻습니까? 어머님은.」

「마키에씨? 어떻냐니요?」

「무리는 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나치의 질문에, 토라노스케는 맞장구를 치며 잠시 생각하고 나선 대답했다.

「힘들지만 좋은 선생님이에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다행이요?」

「걱정을 했었습니다. 너무 심하게는 하지 않을까 해서요. 저 사람은 가르치는 법이 서투르니까요. 그러나, 그것도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도련님이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힘들다.”라고 느끼신다면 그것은 적당하다고 해도 되겠지요.」

「혹시 평소에는 더 엄중한건가요?」

「예에, 그건 이미──. 저도 사치도 어머님에게는 대단히 혼납니다. 몇 번이나 집에서 도망쳤는지. 적어도 “좋은 스승”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우헤에.」

「그러나 역시 손대중은 제대로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엄하다.”라고 느껴지는 정도까지는요. 단련의 심지가 제대로 있다. 그렇다면 좋은 스승이겠지요. 해외에서 일하면서 가르치는 법을 배웠나 봅니다.」

이렇게 나치가 말하고 있자──.

「무슨 말을 하고 있냐, 이 바보딸.」

옆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되돌아 보니, 안방으로부터, 검은 슈트차림의 여자. ──나치의 모친, 쿠루스 마키에(?栖蒔?)의 걸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장신에 척안.

조금 성깔이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 내리고, 이마에는 검은 넓은 폭의 안대를 감고 있다.

나이는 겉보기엔 서른 살.

하지만 그 외견 연령이, 타무라 가문의 여자에 한해서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토라노스케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마흔이 넘은 것이 틀림없다.

화장기없는 외모야말로 딸과 같은 미인이었지만 그 가진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나치를 도검. ──말없는 미술품이라고 한다면, 이쪽은 살아있는 짐승.

비유하자면 야생의 늑대와 닮아 있었다.

「선생님.」

「어머님.」

토라노스케와 나치,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마키에는 「요」 하며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토라노스케 곁으로 와서 앉았다.

능숙한 모습으로, 토라노스케를 품에 끌어당겼다. 

「와아.」

토라노스케는 껴안겨 그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파묻게 되었다.

옷 위에서도 알 수 있는 압도적인 볼륨이다.

토라노스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잠깐, 잠깐만요. 선생님.」

토라노스케의 발을 씻고 있던 나치가 힐끗, 차가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뭐하고 계십니까, 어머님. 지금 도련님은 발을 씻고 계십니다. 떨어져 주세요.」

「후――. 토라노스케쨩. 별로, 이것이 말하는 것을 곧이듣지 마라.」

나치가 발하는 노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키에는 방긋 웃었다.

「약하고 재능도 없다. 내 딸인지 솔직히 의심스러울 정도니까.」

「누구가 약한건가요, 누구가──」

「너희에게 정해져 있다. 내 교육 방식이 서투르다고 했겠다, 바보같은 녀석. 그래서 네가 안목이 없다는 거야.」

「농담이시겠죠. 당신의 어디가 잘 가르칩니까. 도대체 모자의 애정도 없는 그 터무니없는 수행의 나날을 우리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나치가 물어뜯는다.

마키에는 흥, 하고 코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너네들에게 딱 맞는 수행을 시켰을 뿐이다.」

「어울리는, 입니까?」

「그래. 너희들을 남못지 않게 키웠다. 무의 재능도 없는 너희들을 명색이 천재인 나와 웬만큼 견줄 수 있을 정도까지 끌어올렸다. 그건 너가, 역시 내 가르침이 좋았기 때문이겠지만.」

「무슨 억지를──」

「궤변이 아니야. 나는 상대를 보고 가르침을 정한다. 어디까지 그 자의 힘이 뻗을 수 있을까. 백가지 재능에는 백가지의 방식이 있다. 열가지 재능에는 열을 가르친다. 너희들에겐 무의 재능은 없었다. 하지만 대신 끈질기다고 하는 다른 장점이 있다. ……너희들, 토라노스케를 섬기고 싶었지? 이 아이의 칼이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을거야. 그래서 나는 부모로서 그 소원을 들어준거다. 오랜 세월에 걸쳐, 도검을 허리로 단련한거다.」

전적으로 감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마키에는 토라노스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낼름, 붉은 혀가 살아 있는 것처럼 기었다.

그 모습을 응시하면서, 나치는 「도검……」이라고, 놀란 모습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히우.」

토라노스케의 입에서, 여자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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