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3/141)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에필로그 -終-

에필로그 계속되는 나날

3월에 들어 갑자기 좋아진 날씨의 영향인 것 같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꽃봉오리가 많았던 벚꽃도 요즘들어 활짝 피기 시작했다.

편대장 근처에 있는 강가의 벚꽃길도 이번주 들어 피었고 바야흐로 그 풍경은 훌륭한 꽃의 터널로 되어갔다.

길가에서는 가끔 길을 걷는 부모 자식 동반이 벚꽃을 올려다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쳇, 뭐가 “안된단다, 토라쨩.”이야. 뭐─가 “우리는 고모와 조카인거야.”냐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て─やんでぇ) 분위기 타서는 부대끼기나 하곤.  일일히 시치미 뚝 떼고나 있고 말야. 아─ 진짜─, 이래서 아줌마 세대란 싫어.」

갓길에 세워진 실버 메탈릭 세단에서 투덜투덜 여자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타무라 마이다.

빼어난 미모에 모델이라고 부를만한 스타일.

잘라서 가다듬은 짧은 고운 머리카락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슈트의 여자는 사치였다.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 주인을 선글라스 너머로 보고 있었다.

등을 펴고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는 모습은 어딘가의 옛 무사를 방불케 한다.

마이의 귀에는 이어폰.

디지털 케이블이 목덜미를 타고 상의 주머니까지 뻗어 있었다.

아무래도, 휴대 플레이어로 음악이라도 듣고 있는 것 같다.

초조했던 안색으로 가끔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토라노스케가 다친 지 반년이 지났다.

그때부터 토라노스케는 얼마 걸리지 않아 퇴원할 수 있었다.

병후의 경과도 양호해서 몸에 관한 문제는 없었다.

단지 금년은 추운 겨울이었던 탓도 있어 토라노스케는 잠시 괴로운 경험을 했다.

추위가 다친 등을 쑤셔대는 탓이었다.

통증이 사라진 것은 매화가 조금씩 피기 시작했을 무렵으로 의사에 의하면 아마 아픙로도 겨울이 되면 이러한 통증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어진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토라노스케라는 청년의 미점이었고 또 남들이 보기엔 어딘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도대체 아까부터 뭘 듣고 계시는 겁니까?」

운전석에서 사치가 말했다.

마이는 이어폰을 빼자 사치 쪽으로 눈을 돌려 시시하다는 듯이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윤기나는 쇼트 보브가 손가락 사이로 살며시 흔들렸다.

「토라의 기록이야. 방의 녹음. 반년 전의 입원했을 때 말이야.」

「녹음, 입니까?」

「그래. 토라가 ICU에서 개인실로 옮겨졌을 때 말야. 뭐 마키 아줌마한테 들켜서 몰수당했지만 바로 요전에 나치가 찾아줬어. 데이터를 조금 회수할 수 있었지.」

「그건 도청이라는거에요, 아가씨. 정말이지 당신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나치랑 같은 말 좀 하지마. 그래도 궁금하잖아. 우리 없을 때 토라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뭘하고 있었습니까?」

「응, 그렇게 이상한 일은 없었네. 혼자일 때는 대체로 책을 읽거나 잠을 잤던 것 같아.」

「그건 그렇겠죠. 부상으로 입원하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도련님은 늘 피곤하셨구요.」

「여자가 문제야. 이년이나 저년이나 할 것 없이 토라를 잡아먹으니 말야.」

「뭐어, 그렇습니다만.」

「이 때도 그래. 우선 쿠레하 아줌마잖아, 타치바나조의 미사코 아줌마, 거기다가、그 카자미야 분가──국교성의 여대신까지. 나이 지긋하신 아줌마들이, 왜 빠짐없이 놀러오고 있는거야. 그 년들 다 유부녀잖아. 뭐인거냐고, 우리 패거리들의 도덕성은 말이야.」

「분가의 분들도 찬스라고 여긴거겠죠. 여름엔 이런저런 일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요.」

「마키 아줌마도야. 알고 있어? 그 사람은 말이야, 그 날부터 몇번이나 토라하고 하고 있는거야.」

「그 일은 포기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그를 앞에 두고 아무 것도 안 할 리가 없으니까요. 투덜대는게 손해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디지털 플레이어를 빼고 마이는 그것을 대시보드에 집어 넣었다.

사치가 창문을 열었다.

바람에 실린 꽃잎이 차내로 들어왔다.

「어머니한테 저도 심한 꼴을 당했습니다.」

「혼났어?」

「예에, 도련님의 부상 건으로.」

「으……혹시 바이올런스 적인 느낌으로?」

「그건 정말, 매우. 저도 나치도 누더기 걸레처럼 되었습니다. 뼈가 6개 정도 나갔었죠.」

「우와. 그, 그건 언제적 얘긴데?」

「도련님이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입니다. 마침 아가씨가 연구실 일로 러시아로──」

「아아, 바이칼 호수에 있을 때구나.」

얼굴을 찡그리는 마이.

사치는 문에 턱 지팡이를 짚으며 한층 더 계속했다.

「둘이 맡아서, 그것이었으니까요. 그 여자를 죽이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아아, 네에네에. 죽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세요.」

맥이 풀린 듯 마이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마이에게 있어서도 쿠루스라는 집은 이해 밖에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사치가 띄엄띄엄 말했다.

「벽에 묻혔습니다.」

「하? 벽?」

「그렇습니다, 벽에.」

「묻혔다는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어머니는 저와 나치를 기절할 때까지 때려눕혔습니다. 그 후, 우리들은 부상의 치료도 되지 않은 채 ──눈을 떴을 때는 벽 안에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벽에 “끼워진 형태”로 설치되어 있던 것 입니다만.」

「아아, 왠지 상상이 가.」

「저흰 둘 다 알몸이었습니다. 그리고 콘크리트의 벽으로부터 그대로 허리와 엉덩이를 밀어내는 형태로……. 어머니는 “엉덩이 락(Lock)”라고 불렀습니다. 벽의 저편 ──저희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장소에, 보이지 않는 남성이 있어서 ──사실 도련님이었습니다만 ──어머니는 도련님께 장난을 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즉, 그 ──“벽보지(利きマ○コ)”라든지 어떻게든.」

「우와, 그게 뭐야, 재밌을 것 같아. 한번 해보고 싶어.」

「당하고 있는 사람은 큰일입니다. 고정돼 있는 탓에 여기저기 아프고.」

「콘크리트에 묻혀서 괜찮았어?」

「피부에 닿는 부분은 쿠션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스쳐도 괜찮았는데…… 그러나 여기저기 다친데다가 치료도 안했으니까요.」

「그, 그건 고문이잖아.」

「그런 사람인겁니다. 그 사람은. 친딸이라도 용서가 없어요. 게다가 벽에는 저와 나치 외에 정작 어머니까지 있었고.」

「하?」 마이는 입을 딱 벌렸다. 「마키 아줌마도?」

예에, 라고. 사치는 손짓을 섞어가며 더욱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즉, 이런겁니다. 우선 두 개의 방이 있고 그 사이 칸막이에 저희 모녀가 세 명 나란히 묻혀 있었습니다. 저희 모녀 세 명은 나란히 벽 건너편에 있는 도련님께 엉덩이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저희들의 엉덩이와 성기, 허벅지 등이 보일 뿐 얼굴은 누군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저희들도 뒤의 방에 누가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 상태에서 어머니는 도련님께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처음엔 무서웠습니다. 도대체 누구에게 겁탈당하고 있는건지 몰랐으니까요. ……나치는 진심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뭐, 뭐어 당연하잖아. 당신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머리가 이상한겁니다. 그렇다곤 해도 상대가 도련님인건 금방 알아챘습니다. 어머니는 기쁜 듯이 요가하고 있고, 실제로 저도 쑤셔박혀보니, 멋대로 몸이 받아들여 버렸습니다. 곧바로 오싹오싹해져서. 아아, 이는 도련님이 틀림 없으시다, 도련님의 그것이라고.」

「그걸 알았어?」

「알고말고요. 하긴 다른 남자로 실험해본 것은 아니므로 장담은 못하겠지만.」

「시도하고 싶지도 않아.」

「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머니가 도련님말고는 몸을 허락할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너희들은 안 보이는 거잖아. 그, 즉 삽입하고 있는 상대가. 마키 아줌마만 토라가 상대하고 있는거고, 너희들 자매에겐 다른 남자. ──예를 들어 마키 아줌마가 결정한 맞선 상대라든지 그러한 남자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을 거잖아.」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확인은 했습니다.」

「흐음? 아줌마는 뭐래?」

「그냥 장난이라고.」

「그거 “벽보○”?」

「네. 도련님이 저희랑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모녀 플레이를요.」

「그거 뿐?」

의미불명이잖아, 라고 마이는 말했다.

사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벌을 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벌이라 말해놓곤 놀았을 뿐인지. 아마 그 둘 중 하나였을겁니다.」

「흐음, 아줌마, 모녀 덮밥 플레이를 좋아하려나.」

「글쎄, 어떨까요.」

「하지만 재밌는 아이디어지. 토라가 너희들을 눈치는 챘어?」

「저와 어머니까지는 바로. 다만 나치에 대해선 몰랐던 것 같습니다만.」

「나치는 기뻐했을거 아냐.」

「성가셨습니다, 며칠 동안은、헤죽헤죽하곤. 처음에는 울고 있었던 주제에.」

「나도 한번 해볼까?」

「“엉덩이락”을 말입니까? 귀찮습니다, 저건. 뒷감당이나 거기에 꽤 체력을 쓰죠.」

「일부러 벽에 묻히지 않아도 되잖아. 토라의 눈을 가리고 나머진 시중을 들면 돼. 여성진을 일렬로 세워놓고 말이야. 차례대로 끼워넣는거야.」

「그래서 어떻게 됩니까?」

「그래, 룰을 정해서 게임 형식이 좋을까나?」

「어떤?」

「토라가 상대를 판별하지 못했을 때만 벌칙을 준다던가. 아, 하지만 그거라면 전원 맞춰버리면 재미없으려나? 한 사람당 시간을 제한해서 가버리게 하는 것을 겨룬다든가 하는 게 좋을까? 토라가 눈을 가리고 있다면 조건은 똑같고.」

「하지만 그건 순서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것 제비든 뭐든 마음대로 결정하면 되는거야. 이긴 사람부터 포지션을 선택하면 되잖아. 사정 횟수를 세 번으로 정해. 토라가 세 번 사정하면 게임 종료. 즉 승자는 세 명. 자신 있으면 첫 타자도 좋고. 중반의 적당한 순번에 두는 것도 좋고, 거긴 전략 나름이지.」

「미치셨군요.」

「재밌을 것 같지?」

「저로서는 보통 때처럼 도련님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습니다만.」

「안돼요, 그런 건. 시시한걸. 가뜩이나 토라는 보통이 좋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어울려줘. 가끔은 괜찮잖아.」

「글쎄요오.」

사치는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이는 조바심이 난 듯 말했다.

「그럼 호화로운 경품을 걸게. 그럼 참가할거지.」

「경품? 뭡니까?」

눈빛을 날카롭게 하며 사치가 물었다.

마이는 히죽 웃으며 이것이 본제라는 듯이,

「토라 독점권 한 달. 어때?」

「하겠습니다.」

즉답하는 사치.

결정됐네, 마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 주인에 사치는 드물게 이런이런이라는 식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것이 통과되는건지요? 도련님을 한 달이나 독차지하는거, 사모님과 여섯 분가에게도 상담하지 않으면.」

「괜찮다구. 엄마도, 이런 이벤트같은거 엄청 좋아하구. 분가쪽은 그래…… 참가 자유라는 것으로 하면 되잖아? 분가, 본가, 관계없이. 이번 기회에 누구든지 좋아, 유부녀, 독신, 미성년자 뭐든지 오케이. 참가 요금은 1인당 5만엔. 모인 돈은 토라 개인 계좌에 용돈으로 입금. ──어때, 이거면 공평하지?」

「정말이지, 아가씨도 점점 사모님을 닮아가네요. 확실히 그런 조건이라면 아마 통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그렇게 참가자를 늘리셔도 좋습니까? 지면 괴로울겁니다, 한 달은.」

「하앙. 내가 질 리가 없잖아. 절대 독점할거야. 그래서 올해야말로 해외로 허니문을 갈거라구. 그래, 남유럽이라도 다녀올까.」

「과연 승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입니까. 좋습니다. 졌을 때의 아가씨 얼굴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군요.」

「그러니까 지지 않는다니까. 너나 걱정하세요.」

「자── 저로서는 아가씨보다도 사모님이나 시마츠님 근처가, 요주의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그건 접어두고. 그럼 장소를 정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어떻게 합니까? 역시 카미모리의 저택에서?」

「장소라면 준군의 집에서 하지 않을래? 그 목욕탕 전세로」

……라고.

그러한 음란한 계획을 두 사람은 제멋대로 짜기 시작했다.

그 동안 거기에 여자가 한 명, 역 쪽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나이는 20대 후반.

약간이지만 아랫배 부근이 볼록 튀어나왔다.

여자는 세단 바로 뒤까지 오더니 차양이 달린 모자를 벗고 나서 손을 들었다.

「기다렸지─. 아이구, 미안해, 늦게 와서. 병원이 붐벼서 말야.」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눈치챈 마이가 당황한 듯 외쳤다.

「잠깐, 안된다구요. 뛰면.」

「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가 아니라구요. 배에 아이가 있으니까. 넘어지면 어떡할건데요.」

「마이쨩은 정말 엄하네에.」

「아케미씨가 대충대충이얏.」

한숨을 쉬며 마이는 차에서 내렸다.

뒤쪽으로 돌아서 뒷문을 열어줬다.

그 뒷좌석으로 아케미가 몸을 미끄러뜨렸다. 「고마워.」 아케미가 말했다.

「검진은 잘 받으셨습니까?」

운전석에서 사치가 미러 너머로 물어봤다.

「응, 순조로워. 모자 모두 건강 그 자체래.」

「그렇습니까, 그거 다행입니다.」

「으응, 고마워, 사치씨도.」

「네?」

「사치씨도 빨리 받았으면 좋겠네.」

「저는, 그.」

사치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조수석에 탄 마이가 도와주듯 말했다.

「괜찮아, 사치. 사양하지 않아도 돼.」

「아가씨?」

「저렇게 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언젠가는 할 수 있어. 필은 마시지 않았지? 만약 마시고 있다면 당장 끊어. 걱정하지 않아도 나도 엄마도 나무랄 생각은 없으니까.」

  ◇ ◇ ◇

차는 순환선 8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나아갔다.

밖은 따뜻하고 아직 3월인데도 완전히 봄날씨가 가득했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길은 막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짜증날 정도는 아니었다.

길은 막혔지만 그렇다 해서 그다지 안달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아케미씨, 상대편 여자를 만난거야?」

마이가 조수석에서 뒤돌아보았다.

질문받은 아케미는 생각에 잠긴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연히 교도소 앞에서 말야. 그녀도 면회였나봐. 딱히 뭐라고 얘기한 건 아니지만 미안해 하더라.」

「흐음……」

「뭐,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을테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상대방이 범죄자가 되어도 계속 기다려 주다니, 의외로 성실하네, 그 여자 친구.」

감탄했다, 라는 식으로 마이가 말했다.

아케미가 소리없이 웃었다.

「그러네. 쇼타── 그 녀석에겐 과분할 정도로. 나 따위보다, 그 쪽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바보란 말야.」

「남편──아니, 지금은 전 남편인가. 그 사람은요?」

「응. 히나타와는 만나지 않겠대. 그러니까 이제 이걸로 완전히 끝.」

「정말로요?」

마이의 시선이 살피는 듯한 빛을 보였다.

과연 마이가 의심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케미의 전 남편은 토라노스케를 원망해 결국 죽이려던 남자였다.

자신의 불의를 덮어둔 채 아케미에게만 집착한 남자였다.

그가 아직 토라노스케에게 살의를 품고 있다면…….

편대장의 여인들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그건 아니야.」

그러나 아케미는 이를 깔끔하게 부인했다.

「어떻게 말했는데요?」

「왜냐면 그 녀석 완전히 얼이 빠져 버려선. 시들었다고나 할까. 마치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지.」

「다른 사람? 그렇게나요?」

「으응. 이번 건에서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 특히, 토라군에게 들은 말이 가슴에 와닿은 것 같았어.」

「토라?」

마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케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찔렸을 때 말이지. 히나타의 일은 생각 못했냐고. 토라가 그랬대.」

「…………」

「그게 가슴에 박혔다고 그랬대. 자신을 죽이려던 남자에게 들은 그 사실이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아케미는 말을 끊었다.

마이는 몸을 앞으로 되돌리며 입 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가. 되받아쳤구나, 그 아이.」

그 후 아무도 말하지 않게 되었다.

세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 있다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떨쳐내듯 아케미가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근데――」

「그래서 테리는 언제쯤 하네다에 도착하는거야?」

「아, 응, 전화론 점심 때쯤이라고 하던데.」

마이는 약간 흐린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신경쓰이는 것이라도 있어?」

「신경쓰인다고 할까, 그 사람. 어쨌든 적당하니까.」

마이의 대답은 별 분명치 않았다.

그래도 아케미는 수긍한 듯 고래를 끄덕였다.

「아아, 그렇구나. 전에는 하루 늦게 공항에 있었지.」

아무래도 세 명은 아침에 공항으로 사람을 맞이하러 가는 도중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상대가 무엇인가 묘한 인물인 것 같았다.

「제대로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마이는 말했다.

꽃잎이 다시 창문으로 차내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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