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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131/141)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에필로그 4화

에필로그 아츠코

그 묘지에 아츠코가 방문한 것은 가을의, 아직 그다지 날도 밝지 않은 오전 중의 일이였다.

성묘하러 간 곳은 주차장에서 3분 정도 걸어간 곳에 있는 자그마한 무덤.

그것은 무덤의 가장자리, 비교적 남의 눈에 들지 않는 쓸쓸한 장소에 세워져 있었고,

아츠코는 거기에 꽃을 놓고 우선 손을 맞췄다.

그리고 무덤의 청소── 주변을 빗자루로 쓸어, 준비해온 물통으로 묘비를 깨끗이 닦아 갔다.

그렇게 전부 정리한 후에 물을 별도의 물통으로 퍼내 묘비 앞으로 옮겨 놓았다.

……묘에는 타무라 가라고 적혀 있었다.

아츠코는 향을 피워 묘전에 재차 기도의 손을 맞췄다.

「어머……?」

그 때 아츠코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뒤돌아보자 뜻밖의 낯익은 얼굴이 걸어왔다.

아츠코는 놀람에 가까운 목소리로 상대를 맞이했다.

「미야노씨.」

남자는 미야노였다.

쿠즈하라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남자이며 동시에 편대장의 거주자이기도 했다.

그는 아츠코를 인지하자 가볍게 인사하듯 손을 들었다.

「관리인씨. 이건 기우군요.」

침착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상복의 아츠코에 비해 이쪽은 흰 반소매 셔츠에 슬랙스 차림이었다.

키가 크고 근육질인 몸매에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턱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은 열 사람이 봐도 열 사람 모두 잘생겼다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언행, 차분한 목소리, 지성적인 눈빛 등에는 성별을 불문하고 어딘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곳이 있었다.

사실 그의 여성 편력은 화려했다.

아츠코가 아는 한, 이 독신남에게서 여자 냄새가 끊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양성애자이기도 했다.

즉 남자도 여자도 「할 수 있다구……」 그렇게 말할테지만, 그 한편 여성에 대해 드라이한 면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한 여자와 오래 붙어 있는 적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미야노씨. 여기서 뵙는 건 흔치 않네요. 언제 이쪽에?」

아츠코는 물어봤다.

미야노는 꽃병에 지참한 백합을 장식하며 말했다.

「어제입니다. 이쪽의 와이너리에 볼일이 있어서요. 뭐, 내친 김에.」

「그렇군요, 쿄코씨에게?」

「생전에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성묘 정도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미야노의 얼굴에는 씁쓸한 자조의 빛이 있었다.

구석에 있는 한쪽 무릎 길이 정도의 콘크리트 칸막이에 걸터앉아 라이터로 담배불을 켰다.

희미한 보랏빛 연기가 고요한 가을 하늘로 녹아내렸다.

「관리인씨는 이쪽에 뭔가 용무라도?」

「예에, 여러가지로요. 이쪽도 관습이 많은 집이니까요. 당주의 부상 하나라도 사방으로 귀띔해 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태산입니다.」

「그렇군요.」

「토라쨩이 입원해 있는 동안 가능한 한 정리해두곤 싶지만.」

「토라노스케군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덕분에요, 수술 후 경과가 순조로워요. 다음주에는 퇴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아, 그것 참 다행이군요.」

「당신 덕분이에요.」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대답하며 미야노는 맛있는 듯이 연기를 피웠다.

아츠코는 고개를 흔들며 계속했다.

「그렇지 않답니다. 당신이 한 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편대장은 없었을거에요. 그녀들을 찾아주지 않았다면요.」

「찾아냈을 뿐입니다.」

「그래도, 말이죠. 이번 일도 그녀들이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진거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케미씨가 있었기 때문에, 료코씨가 있었기에. 레이코씨, 준군── 그녀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필히, 토라쨩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거에요.」

「…………」

「아직 이야기할 마음은 없는건가요? 토라쨩에게, 제대로.」

이 질문에 미야노는 희미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제가 백부라고? ……그건 이제 와서겠죠. 저는 집을 버린 사냅니다. 쿄코와 그 아이가 힘들 때, 빈둥빈둥 해외에서 노는데 정신이 팔린 남자였습니다. 노름에 여자. 쿠도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죠.」

「모두 방황할 때도 있는 법이에요, 토라쨩에게 제가 대신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줄까요.」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에겐 단순한 아는 사이, 그렇게 생각해주면 충분할 것 같군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편대장을 나가시려구요?」

「이제, 그는 괜찮습니다. 아직 어리고 미덥지 못한 점도 있지만, 그러나── 당신이 있습니다. 마이군도, 그리고 아파트의 분들도 있습니다. 걱정은 신허 정도군요.」

「신허?」

「황음(荒淫)입니다. 그것만은 걱정이군요. 그것에 대해선 당신들, 아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그, 그거야 뭐, 그게 말이죠. 우리 가문의 업같은 것이니까.」

호호호, 하고 얼버무린다.

미야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서자 아직 남은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쑤셔 넣었다.

그의 좁은 눈썹 주위가 찌릿하고 약간이지만 떨렸다.

「어찌됐든 이제 제가 나설 자리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그가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자기 두 발로 말이죠.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지만, 뭐 그도 사내아이입니다.」

  ◇ ◇ ◇

이틀 후…….

아츠코는 친정이 있는 카미모리에서 도쿄로 돌아왔다.

저녁 가까이 타무라가를 나와, 그리고 신칸센으로 약 3시간.

아파트로 돌아왔을 무렵엔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그녀는 오늘 처음인 식사를 마쳤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이는 친구의 ──대학에서의 친구(つきあい)인 것 같다.── 그 쪽의 용건으로 외출했다.

아츠코에게 있어서 오랫만이 되는 혼자의 시간이었다.

(뭐, 부수입이라는 걸로 되겠네.)

아츠코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오늘 밤 토라노스케를 시중들고 있는 여자는 없다.

이건 그의 상처가 이미 나았기 때문이겠지.

그것과 동시에 과도한 병문안은 지양하겠다고 여자들끼리 대화를 나눈 결과이기도 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아무래도 간호사로부터 불평이 나온 것 같았다.── 원내에서의 섹스를 삼가해 달라고 부탁받았던 것도 배경에 있었다.

아무리 그룹 산하라고 해도, 쿠즈가하라 병원은 의료 기관 ──어엿한 공공 시설이다.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순 없다.

그러므로 아츠코는 여자들의 토라노스케를 향한 병문안 ──실제로 병문안이라고 칭한 강간이지만.── 을 중지시키기로 했다.

토라노스케의 안전을 생각할 뿐이라면 쿠루스 마키에와 그 부하들을 병원에 두면 된다.

의료 관계자도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

물론 이 결정에 반발도 있었다.

특히 평소 당주와 만날 기회가 없는 일족들이 저항했다.

일족의 상위자조차도 드물게 아츠코에 대해 반대를 해왔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니, 과연 아츠코라도 모든 것을 억누르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후일, 큰 자리를 마련할게요……」

라고 하는, 그런 질질 끄는 형국으로 결말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라노스케가 몸으로 접대하는 그 시간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당주에게 심취하는 것 자체는 일족의 숙명이기도 했고 아츠코로서도 개입은 어려웠다.

어쨌던 간에, 지금 한동안은 토라노스케도 불쌍한 피해자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악한에게 습격당한 불쌍한 청년 당주.

그 당주에게 병문안도 하지 않고, 사랑도 주지 않는 등의 선택사항은 일족의 여성들(일부 기혼자도 포함된다.)에게 있어서, 도저히 납득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 ◇

병원은 조용했다.

면회 시간도 지났고 진찰도 끝난 시간이다.

지금쯤이면 토라노스케도 식사를 마치고 침대에서 쉬고 있을 무렵이다.

병원을 방문한 아츠코는 조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원내를 걸어갔다.

이윽고 부드러운 LED조명 아래, 목표로 하는 병실이 보였다.

「토라쨩, 깨있니?」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슬라이드식 문은 간단하게 열려갔다.

동시에 안에서 당황한 듯한, 사람의 움직이는 기척이 있었다.

「토라쨩?」

그대로 아츠코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생각으로 특별히 뭔가 의심하는 마음도 없이.

토라노스케는 혼자 있었다.

침대에 드러누운 상태로.

하지만 조금 그의 모습은 이상했다.

바지와 속옷이 내려지고 거기서 늠름한 남자의 상징이 살짝 엿보였다.

그 고기의 첨단에선 대량의 쿠퍼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또한 그의 오른손도 역시 끈적끈적한 액체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의 앞에는 한 권의 그라비아 잡지가.

여자의 나체와 남녀의 음란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어머나……」

「고, 고모……?」

어떻게, 라고 신음하듯 토라노스케가 말했다.

아츠코는 즉시 상황을 이해했다.

토라노스케가 자위에 빠져 있던 것.

이불 속에서 잡지를 감추려고 했던 것.

바지를 끌어올리려다 하지만 당황하는 바람에 끌어올릴 수가 없던 것도 다 알아차렸다.

그 앞에서 아츠코는 말을 찾았다.

(어쩌지.)

여기서 눈치채지 못했다고 굴어야 할지, 아니 그렇지도 않다.

여기까지 확실히 보고 있는 것이다.

성난 페니스, 끈기가 강한 쿠퍼액, 풋내나는 성의 냄새.

어느 쪽도 전부 그의 자위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한 후, 아츠코는 결국, 본 그대로 대응하기로 했다.

토라노스케는 사타구니를 가리고 앉아선, 견딜 수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부끄러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아츠코는 상냥하게 말했다.

「저, 저기 있지. 토라쨩.」

「으……」

「미안해, 잘 확인하지 않고 들어가서. ……고모는, 설마 그런 일을 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 미안해, 내가 나빴어.」

「으, 으으으.」

사과하자, 토라노스케는 더욱 더 작게 신음했다.

아츠코는 침대의, 토라노스케의 옆에 앉았다.

「부끄러워하지 마렴. 너의 자○라면, 엣찌할 때 몇 번이나 보고 있지 않니. 토라쨩도, 우리들의――」

「으, 으와악~~~! 오, 오나니하고 있는 걸 보여버렸~~~엇!」

라고.

갑자기 토라노스케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감싸쥐고 「최악이야─」라고 무언가, 몸부림치면서 괴로워했다.

그러자 아츠코가 당황했다.

「자, 잠깐만. 뭐, 그렇게 낙심하지 않아도 되잖니.」

타일렀지만 토라노스케는 듣지 않았다.

수치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토라진 아이처럼 엎드렸다.

아츠코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순진한(ナイ?ブ)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라니, 하고 약간 놀란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아츠코가 그의 모든 것을 아는건 아니었다.

배짱이 두둑한 토라노스케같은 건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아니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수음같은거 봐도 부끄럽지도 않았고.

──여어, 고모.

라고 대답해 오는, ──예를 들면, 그러한 조카를 아츠코는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건 좋은데 말야.)

바람직했지만 토라노스케는 예상외로 데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여기는 아츠코로서도 뭐라 말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

「곤란하네.」

뺨에 손을 얹었다.

토라노스케는 주눅든 듯이 담요에 숨어서 꿈틀거리지도 않았다.

「하아」 아츠코는 한숨을 쉬더니 자신의 볼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러엄, 토라쨩. 내 혼자하는 엣찌라도 볼래?」

움찔하고.

토라노스케의 등에 반응이 있었다.

「이런 아줌마의 오나니같은 건, 봐도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볼래!」

벌떡 일어나 토라노스케는 말했다.

눈을 반짝이며 콧바랍도 꽤 거칠었다.

「으, 즉답이네. 」

약간 압도되면서 아츠코는 토라노스케를 보았다.

그의 다리 사이에는 남자의 끓어오르는 흥분이 당당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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