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121/141)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3장 12화

무직, 쿠도 토라노스케의 경우 그 6

거리에 도착하고, 누나가 처음에 한 말은 분명 「목욕탕에 가자.」 였다――.

이미, 밤도 꽤 깊었다고 생각했다.

비가 잦아들었고, 구름 사이로, 별들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인구 18만의 지방도시는, 이미 그 절반까지 잠이 들어 있었고, 차량도, 거리를 걷는 사람의 모습도, 역전과 그 뒤 주점가도,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단둘이. 나와 누나는, 조용한 밤거리를 걸어갔다.

누나는 몸이 식은 동생을 걱정하며, 어떻게든 몸을 녹이려고 했던 모양이다. 자신도 젖어 있었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다.

……목욕탕 주인은, 어린 두 사람을 수상쩍은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는 입구에서 2인분의 요금을 지불하고 나서 비누와 타월을 하나씩 사고 여탕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밤이 으슥한 여탕은 사람이 없어서. 나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겨지고, 손에 끌려 욕실로 들어갔다.

욕탕에는 김이 자욱했다.

누나는, 우선 나에게 물을 끼얹고, 자신에게도 그런 뒤로 나를 욕조에 넣었다.

물은 뜨거웠다.

나는 싫었다. 누나는 그런 나를 끌어안고 거의 억지로 물 속에 가라앉혔다. 탕은 천연 온천으로, 그 지방에 많은, 다갈색의 함철천(含?泉)이었다. 가케나가시(かけ流し)였지만, 그다지 청소는 되어 있지 않은 듯, 욕조를 걸을 때마다, 욕조의 축축한 물때가 느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누나는, 내 몸을 여기저기 만졌다.

나는 소리를 높이며, 꺄아꺄아 웃었다. 누나는 그런 나의 반응이 즐거운 듯, 목덜미를 핥거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거나, 조그마한 페니스를 가지고 놀거나 했다.

그리고 충분히 따뜻해진 뒤, 욕조를 빠져나온 것이다.

누나는 거품을 낸 비누로 내 몸을 구석구석 씻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히 페니스는 포피 안쪽까지 꼼꼼하게 씻겼다.

그 사이, 나는 눈에 비누가 들어가지 않도록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수를 세었다.

어린 페니스가, 누나의 손에 반응하고 있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고모나 소꿉친구들과 자주 들어간 목욕탕. 그때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목욕탕을 나온 뒤, 세탁실로 향했다.

누나는 배낭에, 갈아입을 옷을 조금 챙겨 왔기에, 젖은 옷 그대로 춥진 않았다.

옷을 말린 후에는 식사를 하러 갔다.

누나는 나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물음에 먹고 싶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물론 그건 거짓말이었다.

문단속을 하기 전, 저녁식사 직전에 집을 빠져나간 것이다.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얼버무렸다, 라고 생각했다.

위는 꼬르륵 소리가 났었는데.

누나는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가 모자란 아이였지만, 한편으로 타인의 감정에는 꽤 민감했다. 

목욕탕에서 수건을 하나 밖에 사지 않았던 것.

젖은 타올을 짜내 목욕 후의 몸을 닦은 것.

누나의 상냥한 표정이 엄마가 가끔 하는 표정과 많이 닮았다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해내어, 나는 그녀가 곤란해 하고 있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곳에 와서야 비로소 우리의 모험이 뭔가 사정이 있고, 상당히 어려움 속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외로워졌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어머니 곁에 있고 싶었다.

……돌아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이유 역시 누나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누나도 불안했던 것이다.

집을 떠난 것, 어른들의 손에서 도망치는 것, 그리고 앞으로 둘이서 살아가게 되는 것.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행선지 안에서 필사적으로 불안을 죽이고,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 나와 둘이서 살려고 하고 있었다. 불안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래도 그녀는 플랜이 있다, 라고 말했다.

도쿄까지 가서 아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아는 사람의 연줄로 서양행── 즉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고.

서양 행선지에선 살 집도, 학교도 모두 마련돼 있으니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은 거기서 어른이 되어, 공부하고 나서 일본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그래, 심야의 라면집에서 말한 누나는 나에게만 저녁식사를 시켰다.

나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이었을 터인 버터콘 라멘이 그때만큼은 아무 맛도 느끼질 못했다.

무력한 자신이 슬펐다.

궁지에 몰린 듯한 누나의 얼굴도.

식사 후, 우리들은 둘이서 터미널 빌딩으로 향했다.

1F의 버스 터미널로 가서, 그곳에서 몸을 붙이고 잠든 것이다.

텅 빈, 넓은 대합소의 벤치에서.

나는 누나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누나도,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이 한 도피행의 전부였다.

  ◆ ◆ ◆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누군가에게 불린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얕은 잠으로부터 의식을 되찾았다. 눈치챘더니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깜깜한 무인의 방에서,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은 모습으로 있다. 몸에는 얇은 담요가 덮여져 있었다.

「일어났나.」

그런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바라보니 창가에, 평상복 차림의 남자가 한 명, 달빛에 젖어 서있었다. 상냥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당신인가.」 나는 이마를 누르며 말했다.

「잠이 들었던 것 같군. 열도 좀 빠진 것 같아.」

「얼마나 잔거야?」

「두시간 정도. 눈도 그쳤다.」

「이 담요는 당신이?」

물어본다.

남자── 류노스케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꿈이라도 꿨어?」

「왜」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아.」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미간을 눌렀다. 잠자리에서 흐트러진 사고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을 하고 있자니, 흥미로운 듯 류노스케가 물었다.

「무슨 꿈이었지?」

「그냥, 뭐 별일 없었어.」

「좋지 않은가, 들려달라고.」

「어째서」

「흥미가 있다.」

류노스케는 끈질겼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누나의 꿈이었어. 어렸을 때, 누나와 함께 가출했다.」

「가출?」

「누나랑 도망갈 생각이었어, 멀리.」

「성공했나」

「곧 끌려갔지.」

간결하게 대답했다. 과거에 대한 마음은 특별히 들지 않았다.

「실패했어, 우리들은.」

「과연, 그랬군.」

고개를 끄덕이자, 류노스케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켰다. 그런 그를 나는 계속 바라보았다.

「뭐야.」

「응?」

「당신, 유령인거야?」

이상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류노스케는 이상한 듯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큭」하고 목을 울렸다. 입 가장자리에서 연기가 나선을 그리고 있다.

「뭐야, 그거언.」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잖아.」

「다른 정의도 따른다. 본래, 만물은 전체성 속의 한 조각에 불과하거든. 존비귀천, 모든 것을 머금은――」

「보통의 이야기야. 전체성이 아닌, 보통의 인간이야. 나는 장주도 아니고, 꽃 사이를 나는 나비도 아니야.」

「호접의 꿈인가.」 류노스케는 미소를 띄웠다. 뺨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그런 인식이라도 상관없을 텐데.」

「수호령?」

「나로서는 그쪽을 밀고 싶은 참이다.」

「어째서」

「어감이 좋잖아.」

「환각의 가능성은?」

「그것도 있지.」

나는 목소리로만 웃었다.

이제,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다. 손에 남은 마지막 밧줄. 그게 뚝 하고 끊어진 기분이 들었다. 「눈치채지 못했구만.」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쇼크다. 의외로.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깨닫는 건.」

의아한 듯, 류노스케가 이쪽을 보았다.

나는 벽에 머리 뒤쪽을 부딪치며 계속 웃어댔다.

메마른 목소리가 뱃속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 전까지의 기억도 점점 되살아났다. 사람이 없는 아파트. 거처를 모르는 가족. 손으로 만져 보면, 차가운 플로어링은 약간이지만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아, 하고 생각한다.

내겐 가족이 있었을까?

있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진짜인가?

모두, 미친 남자가 꾼 하룻밤의 꿈이 아니었던가?

꿈을 꾸고 있을 때, 사람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나비가 된 장주처럼 그것이 아무리 기묘하더라도.

「후, 후」

「토라노스케?」

류노스케가 말했다.

「울고 있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무릎과 담요를 껴안고 거기에 얼굴을 갖다 댔다.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끝이 찡했다.

「힘내라, 조금만 더. 곧 끝날테니까.」

「끝난다? 도대체 뭐가 끝난다는거야?」

눈을 비비고 얼굴을 들었다.

류노스케는 담배 끝을 물고 다시 연기를 들이마셨다. 어둠 속에 있는 불이 「지…」하며 붉게 빛났다.

「사람이 껴안아 숨기는 것―― 보편적 무의식은, 몇 개의 스케일로 나뉘고 있다. 개인, 가족, 민족, 국가, 각각의 단계에서 각각의 스케일에. 그것들이 서로 겹쳐지고 영향을 주면서, 현실에 나타나는 개인의 체험이나 운명에 색을 더해간다. 사고나 질병같은 개별적인 차원부터,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사회 규모까지, 사람의 재수――행복, 불행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거야. 지난 세계와 내세, 현세를 왔다갔다 하면서 말이야. 그건 마치 무대에 서는 배우와 같다. 배우인 동시에 각본가다. 이들은 자신의 영혼에 걸맞는 무대와 각본을 선택해 세상에 태어난다. 현실은 그것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 스스로를 표현하고, 나아가게 하기 위한.」

「무슨 소리야?」

「이 세상의, 구조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건가?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말이지.」

「어느 정도?」

「실제의 인과는 단순하지 않아. 상념, 철학, 행위, 발어. 반발과 수용――.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은 그때 그때의 국면에서, 각본을 고쳐 써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대본을 바꾼 적이 없으니, 규칙은 없다. 퍼즐 조각은 정해져 있지만, 그 수는 무수하고, 조합도 별의 수만큼 있다. 사람의 짧은 일생으로는, 그야말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그런거 빌어먹을 쓰레기다!」

거친 어조로 외치며 나는 류노스케를 노려보았다.

「선택지가 있다고? 무한하게 존재하는 조각이라고? 인간은 스스로, 뭐든지 좋아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건가?」

볼이 땡기는 것이 느껴진다.

류노스케는 이쪽으로 얼굴을 돌려 물고 있던 담배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들었다. 입 밖에 낸 담배에서 재가 뚝 떨어졌다.

「영혼의 시점에서 보자면, 그렇다.」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라면 어머니는 왜 죽었어? 어째서? 현실에서 선택지가 있다면, 왜 나는, 이렇게 발버둥을 쳐야 하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이었다. 위축되고, 비뚤어졌다.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비뚤어진 충동이었다.

「좋은 일이란 없었어, 뭐 하나. 무엇 하나!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고, 어디에 있어도, 어디를 걷고 있든 혼자였어. 나는 비치지 않았다고. 언제나 누구의 시야에도.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아. 말해주지도 않아. 아아, 알고 있다고. 그게 당연해. 그런건, 일부러 주장만한건 아니지.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뭘 요구한 적도 없지. 어리광부리기는, 그것이 인생이야, 사회야. 그러니까 말이야. 그걸 알고 있었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거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나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았겠냐고……!」

과거를 생각해냈다.

아르바이트로 지새운 나날을. 욕설을 들으며 계속했던 몇개의 일을. 동세대의 젊은이, 청춘의 땀을 흘리는 학생들을. 나는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것은 그 날의 황혼. 석양이 좁아진 붉은 운동장이었다. 줄지어 달리는 소년들.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제복의 경관이 두 사람, 말을 걸어온다. 이쪽이 대답하기 전에, 한 사람이 내 소형 배낭(デイパック)을 빼앗고, 한 명은 무선으로 어딘가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 가방 안에는, 별로 대단한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가득, 투함용(投函用)의 부동산 광고지가 차 있을 뿐이다. 곧 가방은 돌려받을 것이다. 입이 벌려진, 조사를 끝낸 채의 가방을 내민 채, 경관들은 떠난다. 이 근처는 고급 주택가다, 수상한 사람에 대한 신고도 많으니 너무 서성거리지 말라고. 떠나려다 말고 말해준다.

나는 혼자서 길에 떨어진 광고지를 주워 담는다, 느릿느릿. 느릿느릿.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말했다.

류노스케는 이쪽을 응시한 채 측은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맑디 맑은 눈동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빛이 있었다.

「숙명이다.」

「…………」

「숙명이다, 토라노스케. 그게 바로 너의.」

그런 입에는, 담배의 불이 짧아, 입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류노스케는 창문을 열고, 그 담배를 밖에 버렸다. 살짝, 바람이 실내에 흘러들어왔다.

「선(善)적인 희생을 숙명으로 품고 있는, 그런 인간이 있다는 거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영혼의 차원에서, 그것을 선택한 인간들이. 여러가지 모양이 있다. 전쟁터에서 의사가 되는 자, 가난한 나라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자, 무기를 잡고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잃는 자도 있다. 혹은 세계의 업――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있는 단죄를 맡아,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죽는 사람도.」

밖을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저택의 하얀 십자가가, 달의 산뜻한 맑은 빛에 비추어져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발전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대한 계기,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말하면서 류노스케는 창가를 떠나, 이쪽으로 걸어왔다.

「연초, 피울건가?」

「에?」

「연초라고, 피울건가? 너도.」

말없이,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가, 뭐, 그 편이 현명해. 담배 따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몸에 안좋아서 그래. 테리에게도 그렇게 말해라. 친해지면.」

「테리? 누구야?」

「테리 앤더슨 말이야.」

류노스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쪽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예를 들어, 어떤 일족은 선천적으로 남자가 태어나기 어려웠다. 피가 짙어질수록, 그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오래된 가문에서, 꺼려야 할 인습과, 근친혼을 선호하는 비정상적인 성질이 생겼다. 그 가문에서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여자가 많이 나와,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귀신, 또는 선녀라고 부르며 추앙했다.」

「천녀――」

「사람 이외의 피가 섞여 있다.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작 여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생각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안 태어나는 것, 운좋게 태어나도, 허약해서, 곧 죽어버린다.」

나는 잠자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류노스케는 한쪽 눈을 감고, 수염이 뜬 턱을 문지르면서 계속했다.

「그녀들은 생각했다.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의학, 약학에 정통한 것들을 모아 약을 만들었다. 갖가지 약이었다. 약 아홉배, 여자들은 꽤 벌었다. 하지만 남자의 단명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하튼 감당할 수 없었겠지. 약으로 병을 고쳐도, 다음에는 다른 이유로 죽어버리거든. 술을 마시러 가면 싸움의 중재를 하다가, 지회의 양아치들에게 맞아 죽었다, 유곽에 가면 외곬으로 반해버린 창녀에게 찔려 죽었다. 집에만 틀어박히면, 속앓이를 하다가 목을 맨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류노스케는 양 어깨를 으쓱였다.

「어찌됐건 균형은 잡혀 있었다. 남자들은 그런 역할이었으니까. 원래, 상위의 존재를 받아들인 일족이다. 여자들에게 고인 상념은 매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색이 나타났다, 사라질 때 그 부조를 떠맡는 역할이 형식상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몇 대인가에 돌연히 태어났다. 집안의 여운을 짊어지고 죽기 위해서. 아픔을 느끼지 않는 여자에게 아픔을 가르치고, 일족의 운명을 정화시키기 위해서.」

류노스케는 미소를 띄우며 내 머리를 손을 뻗어왔다.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어느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 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툇마루에서 노는 그 아이를 봤을 때, 그래서 그를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어디까지 갈지라도, 나만은 그 아이를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엉망진창, 류노스케는 나의 머리를 휘저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가 하는 대로 맡겼다.

「괜찮아, 넌 틀리지 않았어. 그냥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사랑에 떨고 있을 뿐이다.」

곱씹듯 납득시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웬일인지 몸이 떨렸다. 마음이.

쏟아지는 오열을 참으며 눈 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카미모리로 가라.」 청년은 말했다.

「카, 카미모리?」

「아츠코들은 카미모리에 있다. 아마 사치도.」

「저, 정말?」

「확인해둔건 아니지만.」

류노스케는 나로부터 멀어지며, 또 창가로 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벽에 등을 기대며,

「나에게도, 확실한 것은 모른다. 여기는 너만의 세계이니까. 다만, 네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일족 내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그게 여기서의 기본선이 되어 있다. 너를 당주에서 내리려는 움직임이야. 두 사람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카미모리시에 갔다.」

「거, 건강한거야, 두 사람은.」

「건강하지, 하지만.」

거기서 말이 끊겼다, 나는 다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뭐.」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그들은 잘 지내고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무사했던 것에 대한 안도인가, 아니면 나를 두고 간 데에 대한 낙담인가. 스스로도 판별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레이코씨들은 어떻게 됐어?」

「시마즈 료코는 동료 의사와 결혼했다. 미즈키 준은 록싱어로 데뷔한 후, 쭉 자신을 생각하고 있던 소꿉친구와 맺어졌다. 히무로 레이코는 미국으로 도피한 후, 전 부하였던 남자와 재회했고, 동거를 시작했다. 코지마 사와는 미야노 히로시와 함께 카미모리 시로 향했고, 그 다음은 행방불명이다. 히우라 아케미는――」

거기서, 문득 류노스케는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험악한 표정으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듯 창 너머를 노려봤다.

나도 일어서서 창밖을 보았다.

밖은 하얗고 고요한 경치가 있을 뿐이었다.

「왜 그러는거야.」

「이상해.」

「뭐, 뭐가?」

「마중이 오는 것은 날이 밝고나서일 것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에 개연성이 들어갈 여지는 없었다. 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온거지, 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냐, 이 여자.」

「무슨 말을 하는거야.」

당황하여, 나는 류노스케에게 시선을 옮겼다.

류노스케는 말없이, 방의 출구로 향했다.

황급히 그의 뒤를 쫒았다.

류노스케는 방을 나와 복도를 빠져나오더니, 그리고는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밖은 추웠다.

나는 가져온 담요를 몸에 두르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도로에는 희뿌연 눈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는 십자 모양을 한 교회가 있었다.

눈은 이미 내리고 있지 않았다.

「저기, 왜 그러는건데.」

류노스케의 등을 향해 물었다.

맨발의 발이 몹시 차갑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류노스케는 두 번 세 번 더, 주위를 살핀 후 이쪽을 살펴보았다.

「토라노스케.」

「응.」

「가르쳐둘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곧 말할 수 없게 될테니까.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동안 뿐이다. 죽음에 가까운 순간,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난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여 응했다.

「어딘가 가버리는 거야? 당신도?」

「걱정은 필요없어, 보이지 않게 될 뿐이다. 언제나, 난 네 곁에 있을거다.」

「그래도.」

「날이 밝아 오는구나. 길었던 밤도 눈을 감을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끝이다. 어서 선택하렴. 이 하얀 방부터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단다.」

상냥한 목소리였다.

말하는 방법이 조금 틀렸다. 친구에게 향하는 사소한 말투에서, 점차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그런 말투로.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빛이 있는 눈을.

이미 조금 전까지와 같은, 무언가에 대해 분노했던, 그런 기분은 사라지고 있었다.

「너는 나의 자랑이야.」

류노스케가 말했다.

불시에, 바람이 낮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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