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20/141)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3장 11화

무직, 쿠도 토라노스케의 경우 그 5

「자, 우선 뭐부터 말할까?」

전철에 올라타자 청년은 말을 꺼내고 내 옆에 앉았다.

홑옷 자락부터 정강이를 드러내고 다리를 꼰다.

나는 어두운 창밖을 보고 있었다.

결로가 생긴 유리에 허무한 얼굴이 반사돼 비치고 있었다. 「별로…」

「별로?」

「아무래도 좋아.」

「자포자기하네, 상당히.」

「돈은 돌아가면 갚을거야. 집엔 말야, 가족이 있어.」

곁눈질로, 청년을 바라본다.

옆에서 보니 청년의 목덜미에 남은 검붉은 흉터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집, 인가.」

「이름을 가르쳐줘.」

「또 그거야? 너도 끈질긴 놈이구나. 말했잖아, 이름 따윈 없다고. 나는 단순한 “방향성”에 지나지 않아. 편의상, 영혼이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말하자면 극론, 데이터에 지나지 않아.」

「데이터?」

「인격은 가지고 있지만 말이지. 그게 진짜인지 확인할 수는 없어, 스스로도. 나는 나 자신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듯이 해마(海馬)에서 꺼내진 가짜 기억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냥 꿈일지도 모르고.」

「믿지 않아, 그런 허튼 소리는.」

「허튼 소리든 뭐든 난 여기에 있다, 너의 곁에 있어. 그러니까 편한대로 부르면 된다. 천사든 귀신이든, 타일러 더든(タイラ??ダ?デ)이든, 뭐든 말이지.」

「부르기 힘들어, 이름이 있어야지.」

「그럼 류노스케(龍之介)다.」

「류노스케?」

「그렇게 불러. 내 이름이다. 내가 살아있을 때의.」

이렇게 말하자 홈에서 출발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렸다.

이어서 안내 방송이 시작됐다.

나는 청년의 말을 생각했다.

「곧 2번선에서 카미키타(上北)선, 보통열차, 신무라다이(新群台)행이 출발합니다. 문이 닫힙니다. 주의하세요.」

차체가 흔들리고 덜컥덜컥하며 전차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고가 아래의 야경이 옆으로 옆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들어본 이름이야, 어디서.」

「보통 있는 이름이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라고.」

류노스케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그것을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이용해 빨아들였다.

「차내는 금연이야.」

「상관없다(かまやしねえさ). 아무도 불평하지 않아.」

맛있는 듯이 연기를 빨아들이며, 류노스케는 좌석 등에 몸을 기댔다.

입가에 푸른 연기가 나부꼈다.

나는 차 안을 둘러보았다.

승객은 적었다.

혼잡할 시간은 지났을 터다.

하지만 손님 중 몇몇은 분명히 이쪽을 신경쓰고 있었다.

겁에 질린 듯한, 혹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있다가, 내가 쳐다보니 겸연쩍은 듯이 눈을 돌렸다.

「이쪽을 보고 있어.」

「너 파자마니까, 눈에 띄는 거다.」

「눈에 띄는건 당신이 아닌가, 기모노에 담배피고 있잖아.」

「기분 나빠보이는 거겠지,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뭐?」

「알코올은 적당히 해 둬. 이건 충고다. 피암시성을 항진시키니까. 그리고 약이다. 이것도 안 좋아. 너무 의지하게 되니까. 알겠지?」

「뭐야, 갑자기.」

「충고다. 친절함이라는 놈이지. 네가 먹고 있는 약은, 뭐라고 했더라? 선택, 선택――」

「세로토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

「아아, 맞다. 그거다. 그런 종류의――항정신약. 과음하지 마라.」

「어떻게 알고 있어, 내가 약을 먹고 있다는거.」

「뭐든지 알고 있어. 네 일이라면.」

「…………」

「네가 남을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그런 것도 말이야.」

나는 목구멍에서 비웃음이 나왔다.

꺼칠꺼칠한 노이즈가, 또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만둬, 아는체하는건」

「아는 체가 아냐. 이건 이미 알고 있는거지. 지금,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그렇다.」

「고독한 인간이라고?」

「그래.」

「구제불능인 녀석인가, 나는.」

「그런 인간은 비교적 많아. 옛날부터. 그래서 계속 휘둘리고 있는거다. 사람은 어느 시대에도, 뭔가 문제를 안고 있는거다.」

「마치 신님 같은 말을 하는군.」

「신이란건 없다.」

「없어?」

「네가 생각하는 듯한 신은 말이야. 신은 방향성이니까.」

말을 마친, 류노스케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나는 난간에 등을 기대었다.

「그런가.」

「뭔데.」

「왜 그런 충고를?」

「살인자는 되고 싶지 않잖아?」

「살인자?」

「가능성이 있으니까. 네가 미칠 경우, 알코올과 약이, 분기점에서의 확률에 미미하나마 영향을 미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실패한 놈이군.」

「타인을 상처입히는건가, 내가.」

「아까 전에서도 가능성은 있었어. 살인이 아니라, 싸움이지만.」

「무슨 소리야?」

「가능성이다. 너는 두통이 있어 주위를 살피지 않았어. 그래서 비틀거릴 때 부딪쳤다. 개찰구에서 나온, 남녀의, 한 쌍의 커플을 말이야. 너는 부딪친 뒤에 넘어졌다. 넘어지는 순간에 물이 튀었지. 남자는 민폐라는 듯 싶더니, 쓰러진 너를 보며 말했다, “지적장애냐?” 라고.」

거기서 일단 끊고, 류노스케는 다시 한 번 담배를 피웠다.

「실제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없었다. 병원에서 빠져나온,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가 좋지 않았지.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는 웃었다. 피식하고 말이야. 넌 발끈했지. 발끈해서 두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어. 상대 남자는, 너보다 체력이 뛰어났고, 넌 심하게 얻어맞았지만 그 때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방의 눈을 찔러 버린거다.」

「…………」

「망가지는 운명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어느 것에 의존할 대상을 잃었을 때가 많다. 너는 대상을 분산시켰지만 그 시도도 효과가 적었어.」

잠시, 난 말을 잃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류노스케도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승에 있었을 때는 몰랐다.」

담배에 열중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전철이 조금 심하게 흔들렸다.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지, 내가.」

「아아.」

「왜 그렇다고 생각해?」

「사람을 믿지 않아서 그래.」

「내가?」

「그래. 넌 인간을 믿지 않아. 자신조차도 말이지. 타산에 의한 연애를 싫어하면서, 실은, 자신을 사랑하는 누군가도, 또 그러한 타산으로 꿈틀거리고 있다고 믿는거다. 즉 사랑 그 자체를 믿지 않는거야. 그건 결정적인 모순이다. 사랑에 매달리려는 소년이, 사랑을 원하는 어린아이가, 스스로가, 그것을 버리려고 몸부림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잘 들어라, 꼬마야. 사람 마음의 근원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있으면 불안도 생기지만, 그 불안을 포괄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라고 말하며, 류노스케는 어깨를 으쓱하고 목의 상처를 만졌다.

나는 멍하니 안에 붙은 광고를 바라보았다.

광고에는 면식이 있던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로큰롤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소녀.

온몸이 검은색 투성이의 의상을 입고, 얼굴에 기묘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CD가 나왔는가.」라고 중얼거리자, 류노스케가 이쪽을 보았다.

「뭐어, 팔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구나.」

「기쁜거 같네.」

「아는 사이야.」

나는 수긍하며 말했다.

「그래서, 잘됐다. 행복해 보여서.」

그녀도 료코씨도, 다음의 행복을 발견했다.

거기는, 거기만큼은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통증이 있었다.

외로움이 있었다.

후회와 미련, 어느정도의 원망스러운 마음도.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들이 행복하다면 균형이 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억울함과 그녀들의 행복이 교환이라면, 그건 분명 이로운 거래가 될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아케미씨와 레이코씨.

그래, 그녀들만 건강해 준다면…….

「알고 있는거 맞냐?」

담배 끝을, 류노스케는 이쪽으로 돌렸다.

「그녀들이 그렇게 말했나? 너를 잃고, 행복하다고?」

담배를 쥔 손가락을 가늘게 흔들었다. 시시하다는 듯이.

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들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믿은거 아니냐?」

「그것은, 아마도――」

「뭔데, 토라노스케.」

휘익 하고, 류노스케는 그 입을 풀었다.

「넌 좀 더 믿어주어야 한다는거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을 말이야.」

「믿고 있어.」

「아니, 안 믿고 있어.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너는 두려워 하고 있어. 아니, 믿고 있는 것도 있다.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말이지.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굳게 믿고 있어. 그것만큼은 확신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냐? 응? 뭐가 너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말하면서 류노스케는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발로 불을 껐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말해 봐, 토라노스케. 너는 이상세계를 만들었다. 있어야 할 자신과, 그에 어울리는 현실을. 무엇보다 이건 왜곡된 현실이다. 말나(マナ)식과 아라야(ア?ラヤ)식이 섞이는 이 영역에서는, 그런 걸 오래 유지하진 못해. 육체라는 쐐기가 없어지면, 머지않아 이쪽도 사라진다.」

「모르겠어.」

「나약함은 순수의 증명은 아니다. 현실이 사람의 도구라면, 너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사랑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돼. 죄책감이 아니라, 그것은, 너라면 알거다.」

「머리가 아파.」

「열 때문이다.」

「좀 더――」

「좀 더?」

「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어.」

류노스케는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눈을 치켜떴다. 「쿄코의 일인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낮은 어조로 계속했다.

「걘 후회는 없었다. 너의 어머니였음에.」

「하지만 고생했어.」

「…………」

「고생했다고, 굉장히, 나를 낳은 탓에. 난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어. 그래서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었어. 어머니가 가르쳐 준 선의 고리, 사회의,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내게는 무리였던 것이다.

사람을 미워하지도, 조종하지도, 다치게 하지 않고도.

누군가를 위해서라고 바랄 정도로, 나는 어딘가 힘없는 인간이 되어 갔다.

세상 물정을 알면 알수록, 자신이 사회에 불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돈이 필요했다.

친척 중 한 명은 말했다.

세상은 돈이 전부다.

경쟁을 이겨내고, 남에게 인정받아야만 한 사람의 남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무력하였으므로.

이상이란 현실 앞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에겐 힘이 있었다.

좌절하지 않는 의사의 힘과 분투하는 기력을.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

강한 욕망.

자신의 감정을 상처입힌 상대는 죽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정신성.

나는 그를 은근히 혐오했었다.

마음속으로 모멸했다.

「잘난 듯이, 아무도 구할 수 없으면서.」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머니를 구할 수도, 선의 순환이 될 수도,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던 남자가.

말하자면 그 친척이 옳았던 것이다.

겉치레로도 인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였지만, 나보단 훨씬 세상에 나가 있었다.

공리주의적이긴 하나 남의 도움이 되고 있었다.

누군가를 해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를 구하기도 했다.

잘못되어 있던 것은 내 쪽이었다.

  ◆ ◆ ◆

「형씨,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하고 있어?」

그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꾀죄죄한 차림의 남자가 있었다.

누더기를 걸친 초로의 노숙자.

햇볕에 타서 거무스름한 얼굴에 눈꼽이 끼어 있다.

입에서는 입냄새와, 독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

「혼잣말인가, 설마 그 나이에 멍청해진건 아니겠지?」

「에……?」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모노의 청년은 없었다.

주위 객석에서는 이곳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샐러리맨과 젊은이들이 있을 뿐이었다.

「괜찮냐, 얼굴이 새파래졌다고.」

「류, 류노스케는.」

일어서서 옆 자리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곳은 역시 아무도 없는 채로,

나는 관자놀이를 잡았다.

무엇인가 머리 속에서 차례차례 무너져 가는 것 같은, 발 밑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다.

「아무도 없다고, 너, 아까부터 혼자서 지껄이고 다녔잖아.」

노숙자가 말했다.

직후, 덜컹하는 소리가 나며 차체가 흔들리며 멈췄다.

무거운 저음을 울리며 차량의 양단문이 옆으로 열렸다.

「으, 으」

차내에서 홈으로 나갔다.

엉킨 다리로 넘어져 도망치듯이.

차가운 바깥바람이 피부로 스쳐갔다.

「어, 어이, 형씨?」

노숙자 남성이 말했다.

몇 걸음 지나기 전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뭔가에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건가.)

그렇게 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건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바로 옆에 셔터가 닫힌 매점이 있었다.

시간표, 벤치, 그리고 사면에 작은 거울이 달린 기둥도 있었다.

거울은 인적이 드문 역 승강장과 귀로에 오르는 승객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밤의 어둠

흩날리는 눈송이.

그 가운데 자신의 모습도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남자는 흙빛 피부를 하고 있었다.

파자마 차림의 청년.

사팔뜨기의 눈초리로, 푸른 입술은 금방이라도 뭔가 토해낼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두 눈은 마치 좋지 않은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나는 몸을 굽혔다.

치밀어 오르는 메스꺼움에 위 속을 게워냈다.

입 속을 채우는 시큼한 맛.

가슴 언저리가 구토로 더러워졌다.

구역질을 한 뒤, 다시 걸었다.

계단을 올라 개찰구를 빠져나와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역 앞 로터리에서 큰 골목으로 나와 거기에서 시민체육관 옆을 지나 녹지공원 쪽으로.

방치된 자전거가 늘어선 자전거 주차장에서, 어둑어둑한 공원 옆의 언덕을 걸어가니, 출구 맞은편에 벚꽃 가로수가 드리워진 대로가 보였다.

인적이 드문 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했다.

나는 입김을 하얗게 하며, 혼자 그곳을 걸어갔다.

낡고 아치가 있는 양옥.

섬려한 선을 그리는 종루.

그 십자가를 향해 걸었다.

오르막길을 성급하게.

이윽고 성우르자 교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안쪽에 낯익은 아파트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집이다……」

편대장이 거기에 있었다.

낡은 목조 아파트.

안절부절 못하며 나는 아파트로 뛰어갔다.

도중에 슬리퍼가 벗겨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달렸다.

「누나, 고모……!」

부지에 들어갔다.

아파트로 뛰어든다.

유리문을 빠져나가 쌀쌀한 염화비닐 바닥을 박차고 입구에 가까운 관리실 문을 열었다.

「고모!」

대답은 없었다.

방안은 고요와 어둠, 냉랭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모, 없어요? 저에요, 토라노스케에요.」

젖은 발로,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문을 열고 거실, 침실, 주방, 욕실과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누낫, 고모옷!」

아무도 찾질 못했다.

방안은 텅 비어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지 조명 스위치도 일을 하질 않았다.

창문으로부터 바라보니 실내는 눈으로 확인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어느 방에도 두 사람은 없었다.

가구도 없고 침대도 없고 커튼도 없다.

마치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어째서……엇.」

관리실을 나와 다른 방을 찾았다.

1?2, 1?3, 1?5, 1?6…….

2층도, 저수 탱크가 있는 옥상에도 갔다.

아무도 없었다.

다정한 고모도.

동생을 생각해주는 누나도.

별난 여의사도, 가족에겐 다정하게 대하는 사장도, 보이시한 록싱어도, 아이를 가진 소설가도, 포커페이스의 집사도, 음란한 여교사도. 누구 하나도.

「어째서야……!」

잠시동안, 아파트 안을 무턱대고 서성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헛수고에 불과했다.

그 중에는 무엇 하나 그녀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은 없었다.

나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후 어쩔 수 없이 관리실로 돌아왔다.

관리실은 추웠다.

나는 혼자 거실 구석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었다.

지독한 한기와 오한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 웅크리고 있었더니, 이윽고 조용하게, 의식이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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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에 의한 확실한 주석.

타일러 더든 : 영화 「파이트 클럽」의 등장인물.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사나이. 이야기의 종반, { 주인공의 다른 인격이라고 알 수 있다. } 스포일러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항우울제의 일종. 불안을 누그러 뜨린다. 자살 지향, 타인에 대한 공격성 강화 등의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말나(マナ)식과 아라야(ア?ラヤ)식 (末那識と阿?耶識)

불교어. 말나식은 의식의 심층에 있다고 여겨지는 생각을 품는 기능을 말한다. 무의식적인 자아.

아라야식은 더욱 심층에 위치한 제법(이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의 근원이 되는 씨앗이 들어 있는 곳이란 의미에서, 「종자식」, 「장식」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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