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4/141)

1. ピル : 필(pill). 경구피임약을 이르는 말.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3장 5화 (약간의 NTR 주의!)

3장 5화 여교사 코지마 사와의 경우 그 5

「아니……」

신야가 있던 갤러리를 대표하듯이 말했다.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작게 긁적이며,

「뭐랄까, 깜짝 놀랐다고 해야하나.」

「놀랐다고요?」

「하하, 의심하고 있진 않았지만. 선생님의 보증이, 섹스에 걸려들어서, 저 여자를 따라갈 사람은 없다고. 그러니까 타이가씨가 잘하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렇다곤 해도――」

「그렇다고 해도?」

「조금, 대단한데, 하고」

신야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토라노스케는 의아한 듯 신야와 그리고 주위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자들은 한결같이 홍조를 띄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음마라는 것이, 현실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하아?」

토라노스케는 당황했다.

조상이 선녀로 알려진 타무라 가문이긴 하지만, 과연 음마가 있었다곤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토라노스케는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곤란했다. 애매한 얼굴로 말이 계속되기를 기다렸다.

「아니 그게. 하하……. 그 여자, 완전 흐트러지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해야하나. 고지식해 보이는 여자였는데. 타이가씨도, 그런 특별한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는 느낌도 아니었고. 솔직히, 나나 케이타도, 처음엔 이렇게까진 못해.」

「에? 그렇게 대단했어요? 보,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했어?』라고 너. 아니아니아니……평소에 어떤 섹스를 하는거야. 평소에.」

「하지만, 당신도 격렬했었어요. 충분히.」

「그렇지도 않아. 타이가씨와 비교했을 때, 같은 섹스라도 열이 들어가는 방식이 달라. 아주 그렇진 않지만, 저런, 나에게는.」

무리다, 라고 신야가 말했다. 갑자기 한 여자가 토라노스케에게 몸을 기대왔다.

여자는 토라노스케에게 저항할 겨를도 주지 않고 토라노스케를 끌어안고 입을 키스로 막았다. 혀와 혀를 휘감고, 타액을 빨고, 위턱을 혀로 덧댔다. 토라노스케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아앙, 치사해. 요우카씨. 나도……!」

여자들에게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씩 토라노스케로 몰려왔다.

토라노스케는 여자들에게 떠밀려 쓰러지는 형태로 침대에 가라앉았다. 여자들은 설탕에 떼지어 모이는 개미처럼 토라노스케를 빼앗는 섹스를 시작했다. 토라노스케의 입을, 페니스를, 항문을, 젖꼭지를, 발가락을. 거의 전신, 구석구석 빨아 갔다.

토라노스케는 상황도 모른 채 여자들에게 농락당했다.

광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번갈아 얼굴에 올라오는 여자의 보지를 핥게 하고, 그리는 다른 질 안쪽 깊은 곳에 페니스를 삼켜버렸다. 토라노스케는 절륜과 조루라는 양쪽의 특징을 가지고 여자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렸다.

여자들은 모두, 자궁에 정액을 요구했다.

토라노스케가 사정하자, 그녀들은 저마다 기쁘게 포효하며 미친듯이 날뛰었다.

「뭐, 이렇게 된거야.」

신야가 누구랄 것 없이 말했다. 토라노스케의 탐닉하는 모습을 보면서 케이타의 옆에 앉았다.

케이타 역시 「호오」하고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그야 윤간당해버리겠네.」

「아아, 좀 더 내숭을 떨게 했어야 했는데. 참나, 선생님도 죄인이라고, 이런 소박하고, 좋아보이는 사람을 말이야.」

「응……. 이거 절대로, 앞으로도 불리겠지. 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엄청나게 불만이 나올 것 같아.」

「글쎄, 사적으로라도 만나고 싶다는 손님들, 꽤 많이 나올 것 같다.」

「안됐네에…」

「안됐다아…」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눈에는 어딘가 동정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잠시 쉬기 위해 각각 술과 담배, 혹은 TV로 향했다.

밤은 길다.

두 사람은 경험을 통해 아직도 여자들의 성욕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교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 몇 안되는 남성진은 적당히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해방되지 않았다.

침대, 욕실, 거실 등 여자들이 끌고 다니면서, 사정 요구를 해왔다. 토라노스케는 아예 자포자기해선 여자들에게 정을 쏟았다.

  ◇ ◇ ◇

밤이 깊어지자 모습이 보이지 않던 사와가 어디선가 돌아왔다.

사와는 방에 올때, 토라노스케와 나나에의 파티에 익숙한 것을 발견하고 매우 만족한 듯이 말했다.

───교감 선생님, 이참에 정말 임신하면 어떨까요?

라는 말에, 토라노스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임신 따위, 바라고 있지 않은 토라노스케다. 나나에나 여성진의 무피임이나 낙천적인 태도도, 무엇인가 그 나름의── 즉 배란기의 확인이나, 애프터 필과 같은, 그러한 생각이 있어서라고, 설마 진심으로 임신을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러한 수단이 만전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고, 혹은 사고로 수태되어 버리는 일도,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그렇네.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그런 토라노스케의 예상과 반대로 나나에는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긍정적이었다. 진심으로 토라노스케와의 무피임 섹스를 즐겼던 것이다.

얼굴을 붉히는 나나에에게, 토라노스케는 내심 당황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토라노스케는 여러 여자들에게 질내사정을 해버렸다. 임신을 해도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간 큰 여자들을 향해 남자의 형편으로 피임이나 낙태를 요구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사와가 커넥트 룸 쪽에서 또 하나 다른 여자를 데려오자 토라노스케의 걱정은 결국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오오쿠시 유리코.

손발을 묶인 채 토라노스케 앞에 끌려나온 그녀가 이번의 메인 게스트였기 때문이다.

토라노스케는 그녀를 모른다. 하지만, 미약을 먹고, 발정해버린 중년 여성을 안는 것도, 토라노스케에게 부여받은 일 중 하나였다.

올해, 마흔이 되는 오오쿠시 유리코는 아츠코가 경영하는 학원으로, P○A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와와 나나에는 그녀의 능욕을 꾸미고 있었다.

그 계획의 요체가 되는 것이 토라노스케의 존재였던 것 같다.

토라노스케는 안았다.

처음에, 유리코는 저항했다.

벌거벗은 여자가, 토라노스케를 보자마자 악을 쓰며 도망가려고 했다. 강하게, 나나에를 매도했다.

──당신까지 미쳤어?

이렇게 유리코가 나나에를 꾸짖는다.

하지만 미약으로, 발정을 종용받던 그녀에게 그 이상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나나에와 사와에 의해, 반쯤 강제적으로, 결합되어 버렸더니, 그녀는 깔끔하게 타락했다. 토라노스케의 위에 그 야무지지 못한 몸을 벌벌 떨었다. 여자로서의 외로움, 오랜 섹스리스를 고백하며, 자신 스스로 토라노스케의 정성과 달콤한 속삭임을 원했다.

토라노스케가 질내사정을 하자, 유리코 역시 나나에처럼 짐승 같은 절정에 달했다.

그 뒤론 말도 못할 지경이다.

사와, 나나에, 유리코. 게다가 다른 여자들도 섞인 본격적인 난교 스와핑이 시작되었다.

토라노스케와 남자들은, 번갈아 잡아 상대를 교환하면서 여자들을 안아갔다.

비열에서 항문까지, 때로는 앞뒤를 동시에 범하거나 여자를 세 명씩 배열해 각각 선호하는 유형을 골라 후배위로 범하기도 했다. 카메라로 접근하는 모습이나 여자의 피스사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광란은,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 ◇ ◇

난교가 끝났을 무렵에는 토라노스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침실의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온 몸에는 피곤함이 쌓여 뒤척이는 것조차 귀찮았다.

참가들은 저마다 제멋대로 잠을 자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토라노스케를 품에 안으며, 어떤 이들은 토라노스케에 기대듯이 잠을 청했다. 신야도, 케이타도 비슷한 모습으로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윽고 하늘이 밝아오자 눈을 뜬 사람들이 우두커니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을 빠져나간다. 떠나자마자, 참가자의 상당수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키스를 주었고, 토라노스케도 몇몇으로부터 키스를 받았다. 그중에는 1분 가깝게, 딥키스로 혀를 맛보고 간 여자도 있었다. 자신의 연락처를 두고 간 여자도 있었다.

신야와 케이타는, 토라노스케와 차를 마시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나나에는 서운한 듯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토라노스케에 몇 번이고 키스를 해주고 나서, 유리코와 함께 돌아갔다.

마지막에는 사와와 토라노스케, 그리고 정적만이 남았다.

「슬슬, 돌아갈까요?」

창 너머의 아침 해를 보며, 토라노스케는 말해 보았다.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여자의 체액으로 끈적끈적했다.

사와는 아직 졸린 듯이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몸에 밴 성취와 향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한 발 앞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오늘은 피곤해.)

하품하며 어깨를 풀었다.

돌아가면, 어찌됐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이나 자자.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며 토라노스케는 비품이 있는 선반에서 수건을 끄집어냈다. 너덜너덜해진 페니스를 흔들거리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욕실은 욕조와 욕조 외의 샤워부스를 갖춘 타입이었는데, 토라노스케는 그곳에서 대강 샤워만 하여 몸을 씻었다.

머리를 감고 이를 닦았다.

목욕탕에 나올 무렵에는 의식도 상당히 맑아져 있었다.

「사와씨, 목욕탕, 비었어요?」

말하면서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에 사와는 없었다.

「사와씨?」

토라노스케의 귀에, 소리가 들린 것은 이때였다.

토라노스케는 뒤돌아보며 소리가 난 거실 쪽을 쳐다보았다. 침실 맞은 편에 있는 거실. 거기에 누군가 인기척이 있었다.

「사와씨?」

젖은 머리를 닦으면서 토라노스케는 거실로 나갔다.

누군가가 거실의 창가에 가까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체격에서 곧바로 사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참가자 누군가가 물건을 놓고 온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토라노스케의 눈에도 앉아 있는 상대의 얼굴이 보였다.

움찔하고 토라노스케는 전진하는 걸음을 멈췄다.

「어째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토라노스케는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소파에는 두 명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

중년에 조금 배가 나왔고 떨떠름한 느낌의 남자와 언뜻 보기에도 뛰어난 미인이라는 것을 알아챌 젊은 여자였다.

호즈키 이오리──.

토라노스케의 누나로, 전 애인이 거기에 있었다.

두 사람은 전라였다.

  ◇ ◇ ◇

「어째선, 데……엣」

토라노스케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세게 깨물은 탓에 입술에 피가 배어나왔다. 깨물은 부위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온몸의 떨림을 멈추려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있을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헤어졌을 여자였다.

여기에 왜? 토라노스케는 혼란스러웠다. 혼란한 머리로 필사적으로 답을 찾았다.

나는 또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걸까? 약 먹는 것을 잊었나? 아니 어제 먹었겠지. 언제나와 같이, 쿠즈가하라 병원에서 받았었다. SSRI 근데 최근엔 컨디션이 좋았었어. 그래서 항정신병약은 줄이고 있었다.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고가 정리되지 않았다. 아아, 왜.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는─!?

……남자는 이오리를 애무하고 있었다. 이오리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연분홍 젖꼭지에 입을 맞추고, 꽃잎과도 같은 질구에 손가락을 꽂아 넣는다.

이오리는 상기된 얼굴로 매달리듯, 토라노스케를 바라보고 있다.

「토라, 군.」

이오리가 말했다.

바로 이오리의 목소리였다.

헉, 하고 토라노스케는 숨을 삼켰다.

뇌리에서 예전에 봤던 광경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 눈이 내리는 밤의 남자에게 매달려 몸부림치는 누나가 역력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토라군.」

거듭 이오리가 토라노스케를 불렀다.

중년 남자는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이오리의 촉촉하게 젖은 크레바스를 두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휘젓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자네가 토라노스케군인가?」

남자가 지껄이고 있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미소를 머금고 힐끗 토라노스케를 본다. 남자의 태도에는 여유와 침착함이 있었다.

「이오리군을 버렸다면서?」

토라노스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

버렸다고?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새끼는.

토라노스케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내가 이오리 누나를 버릴 리가 없었다.

그녀와는 남매인 것이다. 핏줄은 없어도 어엿한 남매다. 그런 그녀를 내가 버릴 리가 없다. 아니, 잠깐. 버린건가? 내가 그녀를 버린건가? 그럴지도 몰라. 나는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아니, 아니야. 버리지는 않았다. 누가 버려도 자신만은 버릴 수 없다. 그렇게 약속한 것이다. 쭉 곁에 있으면, 반드시 돕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호즈키 이오리는 자신의 누나다. 자신만은 그녀의 가족이었다. 그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아아, 네놈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거냐──.

멈추지 않는 사고가 토라노스케의 뇌 속을 맴돌았다.

꿀꺽, 하고 토라노스케가 목을 큼큼거렸다. 목이 말라있었다.

남자는 손으로 이오리의 가랑이를 벌리더니 계속 말했다.

「아까운 짓이다, 이런 좋은 여자를.」

「――――」

「나는 이곳의 단골일세. 언제나 손님이지만, 오늘은 사와씨에게 불려 왔네. 그녀를, 이오리군을 품기 위해서 말이야.」

「어째서……」

「어째서? 후, 그걸 왜 물어보지? 아까까지 유부녀들을 기쁘게 했던 자네가?」

남자는 웃었다.

흠칫, 하고 토라노스케는 등을 떨었다.

「외로운 여자를 남자가 달랜다. 혹은 또 그와 반대로도――그런 장소겠지? 여기는. 이오리군도 예외는 아니다. 쓸쓸하고 살갗이 그리울 때도 있겠지. 좋아하는 동생이 나를 버린다면 말이야.」

말하면서 남자는 이오리의 입을 빨아들였다. 보여주겠다는 듯이 혀와 혀를 감아갔다.

……이오리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눈썹을 좁힌 채, 토라노스케를 보는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에게 키스를 즐기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그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기까지 했다.

남자의 물건은, 우람함에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떨렸다.

점점 더,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몇번이나, 얕은 호흡을 반복했다. 심장은 엄청나게, 미칠 듯이 뛰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선 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선택──)

선택해야 한다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여기서 단지 이오리가 안기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말해야 할 것인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

(그래, 알고 있었어.)

토라노스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고 해도, 흔들리는 세계가 정해지질 않았다.

(카즈히코──!)

토라노스케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나바 카즈히코. 그 녀석이라면 어떻게 할까.

신념대로 산다,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 따위 하지 않을 그였더라면, 도대체 어떻게 처신했을까.

혹은 미야노 히로시.

그 사람에 익숙한, 정말이지 어른스러운 남자라면 어떻게 할까.

아버지라면.

미친 피와 정신을 남긴, 그 어두운 눈의 남자라면──.

모르겠어.

토라노스케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르겠지만, 그러나 상황은, 확실히 선택을 재촉하고 있었다.

움직일 것인가, 그칠 것인가, 혹은 이 자리에서 도망칠 것인가. 시간은 없었고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토라노스케의 마음에, 여러가지가 지나갔다.

웃는 어머니의 옆모습이 있었다. 초연한 아버지의 등이 있었다.

마이나 아츠코, 연인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머니를 욕하는 친척들, 어릴 때 본 누나의 강한 눈빛도 떠올랐다.

……갑자기, 무언가가 토라노스케의 어깨에 닿았다.

토라노스케는 뒤돌아봤다.

사와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