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9/141)

 [오리지널] 변태장에 어서오세요 2장 40화

막간, 타무라의 여자

타무라 가는 먼 옛날부터 정치, 학문, 장사……라는 다양한 방면에 유능한 인재를 계속해서 배출해내는 가계였다.

그들의 세상에 대한 영향력은 한마디로 말해서 크다.

물론, 규모만을 말하자면 타무라 가보다 큰 조직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기업체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 생각했을 경우, 이 타무라 가의 특이함이라는 것은 출중했다.

단 한 개에 지나지 않는 혈족이 가지는, 그 분야를 한정하지 않는 영향력은, 거의 비정상적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들--아니, 그녀들에게는, 근저를 이루는 이념이나 사상이 없다. 이윤의 추구도 채산성도, 일반적으로 보통 기업에서 볼 수 있는 경제적 지침도 전혀 없었다. 그 목적도, 활동이 이바지하는 곳도 무엇하나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들의 관계는 단단하고, 어떠한 외부의 간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익의 분별이 전혀 없는 그녀들의 진심은 완전히 불분명했다. 자연스레, 주위에선 그녀들에게 외경심을 가졌다.

당연했다. 그녀들은 천인. 답례를 요구하지 않고, 그런데도 형편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오는 존재 따위,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평범한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의 대부분인 범인(凡夫)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것은 감당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경계했다.

어떤 사람은 의심하며 두려워했고, 어떤 사람은 존경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그녀들의 적으로 돌아섰다. 일족의 남자들에게 잘 보여, 내정을 다스리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일족에 따라서는, 말살을 시도한 권력자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그러한 의심도 시대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 갔다.

……저 일족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주위가 그렇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타무라 가와 적대하여 얻는 메리트는 전무한 것과 같다.

반목하거나 공격을 한다면, 일단은 틀림없이 후회하는 처지가 된다. 이것은 과거에 적지 않은 수의 바보들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타무라 가를 적으로 돌려서 걷게 되는 길은 두 가지. 가열찬 반격을 먹고 모든 것을 빼앗기던지. 혹은 하늘에 버림받은 것과 다름없는 쇠락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녀들과 잘 교제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적은 여자들이다. 간섭조차 하지 않는다면, 손해를 입을 일도 없다. 오히려 잘 조화를 이룬 능력이, 주변을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천인들은 누군가가 사는 곳을 빼앗거나, 위협해서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경의와 예를 가지고 대하는 사람에게는 부와 번영을 가져왔다.

말하자면,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과 같은 것이었다.

한 그루의, 거대한 고목을 닮아 있었다.

가미요(神代)*1 시대부터 존재해, 그로부터 변하지 않는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적막하고 고요하게 머물러 있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가지와 잎으로 둘러싸서, 모아온 별빛과 대지의 고동을 사용해, 풍작이라고 하는 이름의 새로운 열매를 맺는 것이다. 나무 아래 인간들을 비바람으로부터 대가없이 지켜주고, 때가 오면 달콤한 과실을 내린다.

이러한 삶의 방법--시스템이야말로 연면하게 계속되는 타무라 본연의 자세였다.

사람은 그녀들을 사랑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들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그 보석과 같은 여자를 원한 사람도 있었다. 천인의 계보라 여겨지는 여자를 아내로 삼는다. 이것은 일부 권력자나 부유층에게, 강렬한 유혹을 가져왔다. 사실, 타무라의 가호를 받게 되면, 부도 명성도 바라는 대로 얻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젊은 채 그대로, 지고의 쾌락을 남자들에게 주었다.

라고 전해지며, 독자적인 가치 기준을 가지고 근친혼을 반복해 온 일족이었다. 신용하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에 더해 모계 지상주의인 타무라 가에 있어서는, 남자 또는 외부의 인간이 비밀의 중추에 손이 닿는 일 또한 불가능했다. 비밀을 폭로하려고 획책하거나, 힘으로 여자를 빼앗으려는 사람은 예외없이 하늘의 노여움을 샀다.

아무도,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성스러움을 좋아하고, 선함을 사랑하는 그녀들이, 사실은 스스로의 욕망에 애태우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비밀이고 뭐고 없는, 단순하고 흔히 있는 성적 기호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며, 가치관이며, 그리고 매혹으로 가득 찬 모험의 나날에 지나지 않았다.

◇ ◇ ◇

타무라 저택의 아침은 빠르다.

특히 여름은 새벽에 가깝다는 것도 있어, 고용인들은 하늘이 밝기 시작하는, 대략 4시 전후에는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산은 시원하다. 서늘한 공기가 안개가 되어 봉우리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낮에는 30도가 넘는 기온도, 이 때는 15도를 조금 밑돈다. 이럴 때 고용인들은 하루 일을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에 여념이 없다. 그런 식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인물이 아니라면 타무라 저택에 고용되지도 않는다.

정원사나 가정부, 요리사도 전원이 모두,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설령 젊은 사람이라도 집사인 미즈하라나, 쿠루스의 장로가,

(과연(これは)……)

이라고, 내다본 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품은 보증수표라고 해도 좋았다. 일에는 성실하게 임하고, 참고 견딜줄도 안다. 입은 굳게 닫혀있고, 주인에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 만큼의 급료를 그들은 받고 있다. 직장 환경도 나쁜 것은 아니다. 외진 산속이지만, 업무상의 스트레스도 적다. 호겐은 까다로운 인간이지만, 아랫사람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할 정도로 속 좁은 사람은 아니었고, 타무라의 인간들은 한결같이 상냥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제일 잔소리가 심한 것은 집사인 미즈하라가 되어 버리는 것으로, 고용인들은 오히려 주인보다 이 집사를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즈하라 쪽에서도, 그런 역할을 굳이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별 말을 하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고용인들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언제나 그의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타무라 저택의 고용인들은, 대부분 주인에게 진심을 다해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도쿄로부터 온 새로운 당주에게도 틀림없이 향해지고 있었다.

마당에 나온 쿠루스 나치를 맞이한 것은, 우선 두견새의 지저귐이었다.

그리고 찌르레기, 개개비새, 강이 있는 쪽에서는 뻐꾸기와 종달새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호-호, 호호-」산비둘기의 특징 있는 리듬도 있었다.

나치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 햇살에 빛나는 정원수를 바라보며 걸었다.

손질된 나무들은 푸른 잎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나치는 앞뜰의 가장 넓은 곳까지 와서는, 동백나무 앞에 서서 가벼운 유연 체조를 실시했다. 느긋하게, 그러나 정성스럽게 전신을 뻗어간다. 20분 정도를 들여 몸풀기를 끝냈을 무렵, 나치의 온몸에는 축축하게 땀이 배이고,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두 번, 나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타올을 손에 들고, 정원 구석에 있는 우물로 향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그것을 나무로 된 손잡이가 달린 통으로 옮긴다. 그렇게 준비하고는 얼굴을 씻었다.

토라노스케가 일어나 나온 것은 이 때였다.

그는 덧문을 당겨 열고 툇마루에 서자,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나치를 응시했다. 눈 아래에는 살짝 기미가 끼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치씨」

흐트러진 잠옷을 추스리며, 토라노스케는 어색한 듯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여위어, 환자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나치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나치씨도요. 언제나 이 정도인가요」

「예, 대체로 지금 정도입니다. 아침 일이 있으니까요」

「힘들겠네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요점은 습관이죠」

나치는 입에 머리끈을 물고, 뒤쪽으로 긴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토라노스케는 툇마루에 걸터앉으며, 멍한 눈으로 운동복(ジャ?ジ?) 차림의 나치를 쫓았다.

「지금부터 조깅인가요?」

「네. 한바퀴 돌고 올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달리나요」

「거리 말인가요? 그렇지, 5km 정도일까요. 시간이 있을 때는 좀 더 달립니다만, 일과로 하고 있는 것은, 우선 그 정도입니다」

「5km인가, 대단하네」

부럽네요. 토라노스케가 말했다.

「나도 달릴 수 있으려나」

「같이 달리시겠습니까?」

「아뇨……」

목을 좌우로 흔든다. 토라노스케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쓰러질 거에요, 지금, 달리거나 하면」

「수면 부족입니까? 아무래도, 피로한 모습입니다만」

「그렇다기 보다는, 잠을 자지 않았어요」

「……또 아가씨가?」

「누나하고, 그리고--」

슬쩍 고개를 숙이고, 토라노스케는 나치의 얼굴로 시선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나치는,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차렸다. 「아아, 그 아이」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죄송합니다, 여동생이 귀찮은 짓을」

「그렇지는 않아요」

토라노스케는 힘없이 웃었다.

「오히려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이쪽이라」

「도련님이요? 어째서」

「아니, 나치씨의 여동생을, 뭐랄까」

「안으셨나요?」

「예, 뭐」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그 아이는 좋아서 도련님에게 안기고 있습니다」

「화내지 않나요?」

「어째서죠?」

「나는, 그녀를 애인처럼 삼고 있는데」

「…………」

「여자를 몇 사람이나 안고, 그리고 모두를 좋아한다, 라고 말하는 남자입니다」

「……뭐, 확실히, 염치 없는 이야기로군요」

나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토라노스케의 뺨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자조일까, 아픔을 참고 있는 것일까, 나치에게는 판별이 되지 않았다.

「죄책감이 있는 거군요, 도련님은」

「그건 어떨까요」

「죄책감이 아닌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픈 것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은 것뿐일지도 몰라요. 기특한 인간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인지도. 이젠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저, 지금의 상황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아요. 행복해서 기쁜 반면에, 이것으로 괜찮은 걸까, 라고도 생각해요. 게다가 나는 누나나 사치씨 뿐만이 아니에요. 숙모와도 잤어요」

「저도 타무라의 인간입니다, 도련님. 여자들의 성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뇨,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좋게도 나쁘게도, 그녀들의 성행은, 간단히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으로 보아, 저는 당신을 탓할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말한 대로, 이것은 여자들의 뜻입니다. 당신의 희망으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럴까요」

「조금 기분을 바꿔 보세요, 도련님. 세상에선 용서받지 못할 죄라도, 여기서라면 용서받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당신은 타무라에 필요한 인간입니다」

「불안해요」

「압니다, 그것도」

「응」

「헛되이 자신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토라노스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은 채로 덧문 가장자리에 몸을 기댔다. 옅은 햇빛이 얼굴을 적셨다.

「납득은 하고 있을 생각입니다. 이제와서 세상에 대한 체면을 신경쓰고 있을리도 없어요. ……단지, 언젠가는, 이런 시간도 끝나지 않을까. 그것이 무섭습니다. 모두에게 버림받는 것이 무서워요. 지금의 행복이 쭉 계속되면 좋겠다,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됩니다, 당신이 바란다면」

그렇게 말하고, 나치는 토라노스케의 곁에 걸터앉았다.

토라노스케는 창백해진 입술을 움직이며, 작게 웃었다.

「나치씨는 좋네요」

「네?」

「나치씨와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편해져요」

「나로 좋다면, 이야기 상대가 되어 드릴게요, 언제라도」

「친구?」

「당신이 바란다면」

「응……응……좋네요. 그거 좋네……이미 쭉 혼자였으니까. 친구라는 걸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토라노스케는 반쯤 잠꼬대처럼 말했다. 나치는 그에 작은 위화감을 느끼고 물었다.

「……친구,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하루종일, 저 어두운 감금실(ざしきろう)*2 안이었으니까요. 그런 거,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어요. ……아니, 옛날엔 있었을까. 있었을지도 몰라. ……아니, 있었어. 있었구나, 확실히. 그래 타케시 군, 그런 이름이었어요. 운동이 자신있는 아이로, 자주 함께 자두를 따다 먹었어요. 그렇지, 라이고로와 요시이츠 경계에 있는, 키가 큰 자두나무에서. 그 아이만은 내가 지내는 환경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아이여서--아아, 그 아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라이고로라니……도련님, 잘도 그런 것까지 아시네요」

「에?」

「이곳 마을에 있는 가게 이름입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게다가 감금실이라니 도대체?」

「? 무슨 말인가요?」

「가게 이름이나 감금실 같은 이야기를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에또, 누구였지. 응, 누군가로부터 들었다고는 생각하는데」

토라노스케는 어쩐지 침착하지 못한 눈으로, 성대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치의 등을, 뭔가 차가운 것이 타고 내려갔다. 그는 토라노스케의 말을 잇듯 말했다.

「많이 피로하신 것 같네요. 조금 자 두세요. ……어젯밤엔 약을 드셨습니까?」

「약……약은, 병원에서 받은 것을」

「타무라의 약은?」

「우리의?」

「식사를 할 때 건네받지 않으셨습니까?」

「으응, 먹지 않았어요 」

「그렇습니까. 그럼 드셔 주세요. 금방, 물과 함께 가져오겠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효과가 없을테니까」

「……지금 뭐라고」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몸에는 좋은 것 같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그런 말을--」

나치는, 표정이 험해져 가는 자신을 깨달았다.

토라노스케는 무거워 보이는 눈꺼풀을, 간신히 뜬 것처럼 나치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치가 거듭 물었다.

「누구입니까, 도련님. 당신에게, 당신에게 그런, 무책임한 말을 불어넣은 사람은. 고용인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설마 히로토나 아키히코라는 건 아니겠죠」

「……응? 응, 누구였을까. 잘 기억나질 않내……. 뭐, 어쨌든 그런 점을, 숙모도 쿠레하씨도, 지금까지의 천인 사람들은 모두, 착각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약은 몸에는 효과가 있어도, 잠재 의식(阿?耶ア?ラヤ識)*3의 더러움까지는 없애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것이라고. ……운명에서 벗어난(?起の外にある) 모계의 업이, 직계의 곳간을 빌리는 형태로 외관상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뿐인 남자들는 자연히, 단명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도, 도련님--」

「아아, 이제 곧 이곳 생활도 끝이네. 도쿄에 돌아가면, 또 아르바이트, 하지 않으면」

그 뒤로 토라노스케는 덧문에 기댄 자세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말을 잃은 나치는, 그대로 아침 햇살에 비추어진 토라노스케의 잠자는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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