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7/141)

고모와 누나, 타무라 모녀의 경우 전편 그 8

 1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 토라노스케는 자신의 생가에 돌아왔다.

  같은 토지에 살면서도 가까이 갈 수 없었던 집이다. 편지나 전화조차 할 수 없었던 집이다. 기슭의 거리에 살아, 멀리 보이는 봉우리에 그 생활을 상상해 보는 정도로 밖에 접할 수 없었던 장소이다.

  나무들의 냄새마저도 그는 그립게 느꼈다. 그 지방에는 비교적 드문, 잘 자란 참죽나무가 일면 숲이 되어 있는 산에, 어릴 적과 같은 나무의 산들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의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을 들었다.

  오래된 대문도, 지붕도, 정취가 있는 섬돌석도, 양지 좋은 툇마루도, 모두, 기억의 아련함 속에 있었다. 앞마당의 구석에 있는 작은 한 그루의 참죽나무는, 어린 토라노스케가 졸라 어머니와 함께 심은 나무였다.

  아아, 자신은 돌아온 것이다.

  토라노스케는 생각해 보았다. 동시에 희미한 불안도 생겼다.

  아무리 힘들어도 타무라 가에 의지해선 안 돼.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말해졌다.

  타무라 가에 대해선 잊어라. 조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훈계를 어기면서까지 토라노스케는 고모를 의지했다. 어기고도 후회의 기분은 조금도 없었다. 토라노스케는 따뜻한, 집이라는 것에의 동경을 갖고 아츠코들을 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츠코 님, 마이 님. ……그리고 토라노스케 님. 오랜만입니다」

  차에서 내린 토라노스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런 마중의 말이었다.

  미즈하라 라고 자칭한 그 떪은 느낌의 중년 가재(家宰)는. 냉정한 얼굴에 희미한 온화함을 띄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미즈하라의 옆에는 몇 명의 고용인이 대기하고 있어, 토라노스케는 그 중에, 신사복을 입은, 사치와 꼭 닮은 여성--사치보다는 약간 남성적인--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것이 사치의 쌍둥이의 오빠일 것이다 라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했다. 그 여성--아니, 사치의 오빠는, 토라노스케의 시선을 눈치 채자 상쾌하게 미소 지어 목례했다. 남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가련한 행동에, 토라노스케는 얼굴을 붉혔다.

  어느 정도 있는 것인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큰 저택에 들어가자, 토라노스케들은 우선 30 다다미정도의 응접실로 안내됐다.

  짐 등은 모두, 고용인들이 옮겨갔다. 중년의 여자도 있으면 늙은 남자도 있었다. 젊은 소녀도 있었다. 기모노에 프릴 에이프런이라는 제복을 입고, 예의 있게 일하는 그녀들을 토라노스케는 놀란 눈으로 보았다. 사치나, 그 오빠인 나치도 그녀들과 함께 움직였다. 토라노스케도 도우려고 했지만, 그것은 들어주지 않았다.

  타무라 가에서는 현재 일곱 명이 일하고 있다. 라고 미즈하라는 말했다.

  가재 인 미즈하라에 메이드가 두 명, 요리사가 한 명, 하인 겸 정원사가 한 명, 그리고 쿠루스 남매의 두 명이었다. 쿠루스 가는 분가이기도 해 본래는 그 입장도 높지만, 두 명은 대대의 역할을 이어 고용인으로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머물고 있는 분들을 포함하면, 좀 더 거주자는 많아집니다」

 「머묾, 이요?」

  토라노스케는 물어 보았다. 미즈하라는 수긍해.

 「네. 도련님이 귀환하신다는 것으로, 분가의 분들이 몇 명인가. 배안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일주일 정도 전부터 당가에 체재하고 계십니다」

 「배안~? 잘도 그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거네. 대체 어디의 어떤 놈이야」

  나온 보리차를 마시며, 마이가 물어 보았다.

 「우선은 카노 가의 쿠레하 님이」

 「아아, 그 아줌마네. ……그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나. 우리가 있었을 때부터, 가끔 왔었으니까」

 「그리고 아니 가에서 오보로 님, 타치바나 가에서 유라 님, 하야세 가에서 아키히코 님과 사쿠라코 님, 그리고 카제노미야 가에서 히로토 님이 와 계십니다」

 「뭐야 그게. 육가 다 모였잖아. 게다가 당주는 아줌마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차기 당주뿐이라니. ……아아, 아아. 어째서 이 집안의 무리는 이렇게 알기 쉬운 걸까. 하이에나들이. 토라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을 잘 보이려는 꿍꿍이가 훤히 보이네」

  으득으득 얼음을 씹으면서, 마이는 토해 버리듯이 말했다. 난폭하게 놓여진 컵의 표면을, 물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아츠코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케미와 준도 말없이 방석에 앉아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토라노스케는 생각해 보았다. 타무라 가에는 분가가 있다. 이전부터 듣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자신과 관계된다는 것에 대하여, 뭔가 확실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만큼, 그는 정보를 갖지는 않았다. 아츠코들과 있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 그의 마음에는, 그런 바램이 은밀하게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만--」

  미즈하라는 안경의 안쪽, 한 층 생각이 깊은 눈을 하고 나서,

 「주인님은 토라노스케 님의 결혼상대를 정할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라고, 억양 없는 어조로 답했다.

 『후앗!?』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인간에게서, 놀라움이 일어났다.

 「어, 어떻게 된 일이야, 그건?」

  마이는 얼굴빛이 달라져. 준은 말없이 눈을 날카롭게 했다. 아케미는 진정하지 못하는 표정인 채, 토라노스케는 벙찐 채 미즈하라를 바라보았다.

……단 한 명. 아츠코 만이 침착한 모습으로 뜨거운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글쎄요. 주인님의 생각을 저 따위가 말하는 것은 분수를 넘치기에……. 하지만 이야기로서는, 요점은 맞선 같은 것이겠지요. 누군가, 토라노스케 님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없나, 라고. 그렇게 주인님이 각 집안의 당주에게 넌지시 말씀하시자, 그렇다면……. 각 집안의 각각 영양(息女) 분들을 추천된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번 토라노스케 님의 귀환은, 각 분가, 차세대 분들과의 맞선의 장소로도 된다고--」

 「장난치지 마」

  마이가 큰 소리를 질렀다.

 「뭘 제멋대로. 토, 토라가 결혼? 그런,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될 리가 없잖아. 드디어 노망났네, 그 할아범--」

  화를 참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일어섰다.

  만--.

 「아무도 노망나지 않았네」

  그런 무거운 소리가, 마이의 등에 걸렸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의 시선이, 소리의 앞으로 향해졌다. ……마이의 배후. 옆에 미모의 청년을 동반한, 그야말로 엄해 보이는 얼굴의 노인이, 복도로부터 모습을 나타냈다.

   ◇ ◇ ◇

「히우라 님과 미즈키 님에게는 청정기가 있는 방을 준비했습니다. 책상도 있으니 집필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을 해주세요. 전화로 내선의 0 번을 눌러 주시면, 언제라도 저나 다른 고용인이 받을 것이기에」

 「미안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폐를 끼쳐서」

  라고 아케미가 예를 말하는 것에, 미모의 청년--쿠루스 나치는,

 「아니오. 사모님이나 아가씨의 친구시라면,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분들입니다. 사양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렇게 고하자, 정중한 행동으로 일례 해 나갔다.

 「후아~.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굉장하네, 마이 네」

  아케미는 감심반 질림반이라는 모습으로 마이에게 말했다.

……정오 조금 전.

  토라노스케와 마이, 거기에 아케미와 준의 네 명은, 각각 주어진 방의 배치를 모두가 확인하고 있었다. 어쨌든 수십 명은 여유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대저택이다. 안방은 동동과 서동에 떨어져 있어, 대부분은 일본식 건축이지만 일부에는 양실도 있다. 떨어진 곳에는 고용인들이 사는 방, 그리고 또 다른 곳에는 다실 등도 있었다. 구조도 복잡해, 토라노스케 등은 마이의 안내 없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불안했다.

 「바보 같지」

  마이는 지친 것 같은 소리로 답했다.

 「21세기가 되어도, 아직도 무가인가 귀족인가 하며 착각하고 있는 걸. 정말 부끄럽다니까」

 「헤에, 어리석다는 것은 없지만 말야∼. 작가 나부랭이로서는, 꽤 흥미롭기도 하고…………와, 토라 군, 봐봐. 창으로부터 보이는 거, 노천탕이야, 노천탕. 야아, 진짜 대단해. 거의 여관 수준이네」

 「다음에 같이 들어가자」라고, 마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권하는 아케미였다.

  토라노스케는 애매하게 웃고 나서,

 「여기가 아케미 씨고, 이 쪽의 방이 준 군이네요. 그래서, 누나는」

 「나는 맞은 편이네」

  말하면서 마이는 입에 리본을 물고. 조금 걸어, 방의 맹장지를 활짝 열었다. 잡은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정리한다.

  널찍한 안에, 작은 책상과 책장, 거기에 전기 스텐드가 놓여져 있었다. 청정기가 가동되고 있던 것 같아, 서늘한 공기가 방에서 복도로 점차 퍼져왔다.

 「내 옆이 사치고. 그 너머가 엄마」

 「내 방은?」

  토라노스케가 묻자, 마이는 「아아」라고 수긍해.

 「조금 떨어져 있지만. 봐, 저기. 그 모퉁이의 방」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작은 방에, 에어콘도 분명히 없는데. 왠지 엄마가 저기로 하라고 강제로 말이야」

 「고모가?」

 「응. 숙부가 사용하고 있었던 방이라고」

 「아버지가……」

  토라노스케는 그 떨어진 곳에 있는 다다미방의 맹장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를 불쾌하다고 생각한 걸까」

  중얼거린다.

  토라노스케의 뇌리에는 좀 전의 조부의 모습이 뚜렷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고령이지만 등줄기가 곧은, 일본식 옷 모습의 조부가 생각나고 있었다. 엄숙한, 보는 사람을 위압하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흰 수염과 주름과, 긴장된 입가가, 오랫동안의 인생에 있어서의 험함, 시비이해의 예리함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10년 만에 만나는 손자를 앞에 두고, 무엇 하나 말하지 않았던 조부에게, 토라노스케는 외로운 기분을 안았다.

  조부?타무라 호겐은, 마이에게 향해 말했다.

――토라노스케에게 결혼을 강제할 생각은 없다. 맞선은 분가의 사람들과의 대면의 일환이며, 여흥 같은 것으로,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그것을 할 것도 없다.

  이런 말을 한 후, 호겐은 아츠코와의 몇 개의 대화를 했다. 그리고 집의 주인으로서 아케미나 준에게 대접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토라노스케에게는 일절의 말도 없었다. 거의 무시하는 듯한 차가운 태도로, 호겐은 토라노스케를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 그것은 그가 응접실을 나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토라노스케는 은밀히 있던 기대가, 완전히 쳐부수어진 것을 알았다.

  보기 힘든 마이는 조부에게 깔봐 걸렸다.

  그러나 호겐은, 나갈 때 흘깃 한 번 본 것뿐으로. 결국은 그대로 저택의 안쪽에 들어간 것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일이 있으니까, 나도 꺼림칙한 건가」

  중얼, 토라노스케는 혼잣말을 했다. 준이 걱정스러운 눈을 향한다.

 「저런 거……신경 쓰지마」

  말해 마이는 토라노스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