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5/141)

여사장, 히무로 레이코의 경우 그 4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라노스케의 염려는 기우였다.

  실제로는, 레이코는 토라노스케에게 자신의 일을 돕게 하자 등은 생각하지 않았고, 또 그 요구도 심플했다. 그녀가 토라노스케에게 바란 것. 그것은 토라노스케가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그것뿐이었다.

――너에게 회사 일을 하라고 해도 무리겠지.

  이렇게 말해 레이코는 토라노스케를 냉정하게 보았던 것이다.

  토라노스케는 속으로 편하지 않았다. 그럼 부르지마, 라고 말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토라노스케가 레이코에게 구속된 시간은 아침의 출근 시부터 밤 귀가할 때까지. 거의 하루 종일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식사에 동석 하는 것도 토라노스케의 의무인 것 같다. 아츠코와 료코에게 부탁받지 않았다면 절대로 거절했을 이야기이다.

――레이코를 부탁해. 저건 저것대로, 사실 사랑스러운 여자야.

  이런 료코의 말도, 토라노스케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했다. 오히려 보다 답답한 느낌을 그에게 주었다. 료코의 친구에 대한 동정심을 알게 되서, 토라노스케는 어째서 자신한테 그 역할이 돌아온 건가, 라는 것에 골머리를 썩었다. 평소의 자기 불신으로, 뜻하지 않게 생긴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우울은 레이코의 질책에 의해 결정적이 되었다.

――그 모습으로 회사에 올 셈?

  아침, 평상복인 채 나타난 토라노스케를 보고, 레이코는 험한 표정을 띄웠다.

――별로 당신에게 일을 하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옷차림 정도는 확실히 해 줘. 놀이라고 착각되면 곤란해.

  라고, 질림과 모멸이 가득 찬 목소리로 토라노스케에게 슈트로 갈아입도록 명한 것이다.

  슈트 같은 건 토라노스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조차, 대여한 옷으로 마친 토라노스케이다. 그것을 정직하게 고하자, 레이코는 더욱 더 불쾌한 얼굴이 되었다.

――이러니까 니트는.

  미간을 찡그리며 토하듯 말하는 레이코에게 악의는 없었을 것이다.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매우 당연한 의견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을 비웃을 생각도 없었다. 단지 청년의 마음에 가시가 찔린 것뿐이었다. 토라노스케는 작은 반감과 그것보다 큰 수치를 느껴, 초연히 목을 숙였다.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해 그는 레이코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을 조용히 들었다.

――뭐, 사전에 말해 두지 않았던 내게도 책임은 있을, 까. 좋아, 오세요.

  한숨을 쉬면서 말해, 레이코는 토라노스케를 데려가려고 했다. 토라노스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디에 가는지를 물었다. 이번 이야기는 틀림없이 없어진 것이라고 그는 믿어 버리고 있었다.

――당신의 슈트야. 회사에 가기 전에 사러 갑시다.

  조금은 시간 있으니까. 라고 레이코는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그런 돈은 없다. 그렇게 토라노스케가 대답하자,

――그런 거, 내가 내.

  결정하듯이 해 레이코는 토라노스케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해 아침, 토라노스케는 레이코에게 끌려가는 형태로 아파트를 뒤로 했던 것이었다.

   ◇ ◇ ◇

「응, 꽤 어울리잖아」

  슈트 모습의 토라노스케로 향해 봐, 레이코는 만족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

 「이렇게 제대로 입으니까, 그런 대로 좋아, 당신」

  토라노스케의 목에 손을 뻗어, 넥타이를 고치면서 말한다.

  토라노스케의 눈에 레이코가 비친다. 토라노스케는 처음으로 가까이서 레이코를 보았다. 치켜 올라간 의지가 강해보이는 눈. 꽃처럼 핀 긴 속눈썹. 각박한 분위기를 담은 입술. 짧은 머리카락은 털끝이 조금 휘어있다.

  레이코는 넥타이의 구김을 펴, 토라노스케의 뺨에 손을 대, 확인하듯이 조금 몸을 뒤로 젖혀졌다.

 「응, 좋은 남자」

  토라노스케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는 자신의 용모를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레이코의 말도 단순한 겉치레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거기다 마음 깊은 곳에 여성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고급 가게에서, 토라노스케를 위해 수십만의 돈을 쓰는 레이코. 그런 그녀에 대해, 토라노스케는 의심을 안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여자는 남자를 시험한다고 알고도 있었다.

  토라노스케의 옷이나 구두를 합해, 모든 대금을 카드로 지불하여, 레이코는 가게를 뒤로 했다. 토라노스케도 거기에 따라갔다.

 「나머지는 다음에 취하러 옵시다. 위기완성이지만, 오늘은 그걸로 참아」

  레이코는 몸소, 차의 뒷좌석에 짐을 두고. 대신에 수제작한 로파를 꺼내, 펌프스와 바꿔 신는다. 그렇게 해서 운전석으로 갔다.

 「자, 뭐하고 있어. 빨리 타. 많이 늦었으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토라노스케를 재촉한다.

 「돈은 반드시, 다음에 돌려드릴 테니까요」

  토라노스케는 말했다. 목이 희미하게 떨렸다. 뇌리에는, 우선 미야노의 가게에서의 아르바이트가 떠올랐다. 아츠코나 아케미에게는 가능한 한 의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지나갔다. 그는 어떻게든 해 돈의 마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코는 조수석에 앉은 토라노스케를 바라봐, 이상한 듯 웃었다.

 「? 돈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잖아. 너에게 갚으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 뜻이」

 「흐으응……」

  토라노스케의 고집을 봐, 레이코의 눈초리는 바로 그때 날카롭게 바뀌었다.

 「남자의 프라이드에 상처를 줬나」

  토라노스케는 대답하지 않았다. 긍지 같은 건 없다, 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것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인연이 없다. 그렇게 생각해도 보았다. 실제, 토라노스케는 자신에게 자신을 가진 적이 없었다. 과거를 보면 실수와 씁쓸한 후회뿐이다. 생각해 내면, 부끄러움에 울부짖으며 얼굴을 가리고 싶어지는 것 같은 기억도 있다. 혹은 인품만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은근히 몰래 생각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고 눈치 채는데, 그다지 시간은 필요 없었다. 현실이라는 것에 접해 무력하다는 것을, 무엇인가 순수하고 고귀한 것처럼 보고 있던 자신이 있다. 슬픔과 아픔을 아이덴티티로 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여자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도 있었다. 그런 그로테스크를 자신에게서 찾아냈을 때, 그는 전율했다. 타인의 불행을 따질 만큼 가치 있는 자신은 거기에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두운 쾌감은 집요하게 그를 늘 따라다녔다. 호즈키 이오리에게 버려진 자신을, 자기연민의 감상미로 바라보는 쿠도 토라노스케를 찾아내고. 그는 인간에게 자유성 같은 건 없다고 결심했던 것이었다.

――이 세상에 살려고 해서 살아있는 육체같은 건 없다.

  이런 말을 토라노스케는 자신에게 말해보았다.

  호즈키 이오리의 아버지--고로가 어린 토라노스케에게 해준 이 말은, 인간의 불손을 나무라는 말이었다. 자신 혼자서 살아있는 것 같은 생각은 하지마라, 너는 자신의 심장조차 조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자신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라고. 그“실감”은 아픔을 수반해, 성장한 토라노스케를 재기 불능케 했다. 육체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기분조차 그는 제대로 조종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기분도, 누군가를 밉다고 생각하는 기분도, 누군가를 깔보는 기분도, 자신을 미워하는 기분도, 계산식과 같이 나뉘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알았다.

……확고한 이상적인 자신 따위 거짓에 지나지 않고. 세계에 생각대로 되는 것은 없다고 알았다.

  부정과 긍정과 도회와 참회를 반복해, 결국, 자기의 값은 모래알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라노스케는 판단했다. 자신은 세계에 다수 있는 자갈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기를 내던지는 기특한 자세는 결코 아니다. 마음 속 깊이. 약함을 무기로 해, 타인을 깔보고 있기 때문이야말로, 그렇게 판단하는 것뿐의--진실, 모순된 태도였다.

 「경기가 나쁜 얼굴 해 버리고는」

  레이코가 말했다.

  토라노스케는 조용히 웃어 보였다. 가라앉은 기분이 되는 만큼, 그는 자기를 해부해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때, 그의 머리는 기묘하게 선명하고 명확해진다. 언젠가 과거에 주고받은 대화등도 생각난다.

――자랑과 허영심은 다른 거야.

  이렇게 말한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기억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토라노스케는 천천히 레이코를 향해 대답했다.

 「자주 말해집니다. 그릇 작다든가 불경기라든지, 그리고 짜증난다는 등. 자신은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상냥하게 웃어 토라노스케는 안전벨트를 잡았다.

 「――――!」

  그것의 뭐가 놀라움이었는가. 약간 흠칫한 모습으로, 레이코는 찡그렸다.

 「무슨 일 있어요?」

 「그만둬, 그런 얼굴--」

  

  험한 표정인 채 눈을 돌려, 레이코는 작게 말했다.

 「얼굴?」

  어딘가 이상했던 걸까, 라고 토라노스케는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평소의 평범한 청년이다. 특별히 이상한 곳은 없었다.

 「응, 어디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턱을 어루만지면서, 토라노스케는 말했다. 레이코는 말이 없는 채 엔진을 걸어 차를 발진시켰다.

  토라노스케는 걱정스러운 기분이 되어왔다. 얼굴이나 말에는 배려하고 있었으므로, 전에 준 때와 같은 실패는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침착해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외로 그녀를 화나게 한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아니, 오늘은 아침부터 혼났을 뿐이었나)

  쓴웃음하면서, 기분을 살펴보려는 듯 해, 토라노스케는 레이코의 얼굴을 보았다. 레이코는 조금 새파래진 얼굴로, 앞을 보고 있다. 조심히 토라노스케는 물었다.

 「혹시, 화났어요?」

  레이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옷이라면, 그……죄송해요. 하하, 사실은 기쁜데요. 단지 싼 것이 아니니까, 말해지는 대로 받으면, 고모에게 혼날지도 몰라서. 그래서 고모에게 물어보고 나서로 하고 싶다, 라고. ……아, 봐요 우리 집은 고모가 최고 권력자잖아요. 저는 식객같은 것으로 거역할 수 없어요」

  레이코는 대답하지 않는다. 토라노스케는 한숨을 쉬고, 그리고 머리를 긁었다. 역시 이 여성은 서투르다, 라고 생각했다.

  두 명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쩔 수 없이 토라노스케도 입을 다물었다. 원래, 평소부터 조용한 토라노스케이다. 한 번 침묵해버리면 침묵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토라노스케는 창밖을 보았다. 거리는 변함없이 떠들썩하고, 도시의 하늘은 배기가스로 더러워져 있다. 차량은 점점 그 속도를 빨라진다. 약간 지나.

 「별로 화내는 게--」

  아니야. 라고 운전석으로부터 그런--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소리를 들어. 토라노스케는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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