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1/141)

전문학교생, 미즈키 준의 경우 그 4

 지정의 역을 내린 토라노스케는 소란에 싸인 거리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햇빛은 지금 확실히 저물려하고 있다. 황혼에 가라앉아가는 거리와 무언가에 쫓기듯이 바삐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토라노스케는 바로 조금 전 전차 안에서 만난 사건?그리운 옛 친구와의 해후에 대해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일찍이 동급생이었던 그 청년은, 드롭아웃 한 친구의 얼굴을 잊지는 않았다. 그는 토라노스케의 근황을 듣고, 다음에 자신의 생활을 말했다. 그리고 또 토라노스케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두 명의 이름도 꺼냈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그들의 과거의 이야기로 떨어져갔다.

   ◇ ◇ ◇

「네가 고등학교를 그만둔 다음에」

  라고, 청년?이나기 카즈히코는 말했다.

 「호즈키 선배가 물어봤어. 네 연락처를 모르냐고. 그래도 너 아무한테도 연락처를 말하지 않고 사라졌잖아」

……거의 도망치듯이 고등학교를 그만둔 후, 토라노스케는 고향을 떠나 대학병원이 있는 린현의 거리로 이사했다. 그때는 어머니의 생명이 그다지 남지 않았다고 알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어째서 카즈히코에게?」

  토라노스케는 물었다. 토라노스케가 아는 한, 카즈히코에게 호즈키 이오리와의 만남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토라노스케의 의문에,

 「그 후, 두 명을 캐물었던 것이 나니까」

  카즈히코는 조금 거북한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너희들 사이에 있던 일을 알았어. 그 때 기세로 손이 나가버렸지만. 이후, 가끔 연락을 하게 됐어」

 「손을 댔어? 때린 거야?」

 「아아」

  카즈히코는 숙이며 어깨를 움츠렸다.

 「호즈키 선배는 한 대만. 오오토모 라고 했던가. 그 새끼는 제대로 서있지 못할 때까지」

 「선배도 때린 거냐」

 「아아, 두 명 다 마음껏 때렸지. 덕분에 나는 손가락뼈가 한 개 부러지고, 2주간의 정학을 먹었다고」

 「바보 같은 흉내를 하네」

  토라노스케는 이 외곬수에 친구를 소중히 하는 남자의, 손해 보는 삶의 방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는 정신이 나갔었어」

 「잘도 퇴학이 되지 않았네」

 「호즈키 선배의 아버지가 조언해 준 것 같아」

 「아저씨가--」

  토라노스케의 뇌리에, 옛날 자주 여러 이야기를 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생각났다. 호즈키 이오리의 부친은 소년 시절부터 토라노스케를 귀여워하며 돌봐주고 있던, 말하자면 토라노스케에게 있어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후, 선배에게 불려갔지. 얼굴의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뭐야 이 자식은, 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지. 그런데 만나보니, 네 연락처를 가르쳐달라는 이야기였어. 모른다고 내가 대답하자, 그럼 혹시 연락이 오면 가르쳐달라는 둥 말하더라고. 왠지 모르게이지만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가끔 연락을 서로 하게 됐어」

 「사귀고 있는 거야?」

 「호즈키 선배와? 그만둬. 난 애인이 있어. 선배도 그런 생각은 요만큼도 없을 거야. 그 사람은 아직 너를 잊을 수 없는 것 같아」

 「설마」

  토라노스케는 자신의 입가에 빈정거림의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오오토모 유야와 몸을 섞고 있었다. 토라노스케가 알지 못한 곳에서 몇 번이나. 토라노스케의 눈에, 그 날의, 그 밤의 광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겨울도 끝나가던 그 날.

  감기에 걸렸다고 말한 이오리를 문병하러 가, 토라노스케는 호즈키 가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았다.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았다. 토라노스케는 이오리를 찾았다. 눈 내리는 거리 속을 여기저기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찾은 후, 우연히 찾아낸 그녀의 모습에는, 뭔가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어서.

  토라노스케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을 주저해버렸다. 저것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주저해서는 안 되었다. 토라노스케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불러 세웠어야 했다. 캐물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토라노스케는 그것을 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어떤 종류의 예감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심장은 아플 정도로 뛰고 있고, 등줄기에는 뜨거운 땀이 흐르고 있었다. 목은 말라오고, 호흡도 잘할 수 없었다.

  그리고--……토라노스케는 봐 버렸다.

  토라노스케가 몰랐던 이오리의 모습. 봐선 안 되었던 이오리의 모습.

  청초하며 빛으로 가득 차있던 호즈키 이오리. 미목수려, 성적 우수, 스포츠 만능. 남자의 이상을 구현화한 것 같은 소녀. 가까운 시일 내에 행해지는 졸업식에서 답사 역을 맡을 예정의 전 학생회장. 토라노스케의 한 살 위의 소꿉친구로, 평범한 토라노스케가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었던 그녀. 장래를 서로 맹세한 사람.

  그 뒤에 있던 암컷의 얼굴을 토라노스케는 보았다.

  쇼핑봉투를 손에 들고, 다녀왔어, 라고 말해 남자의 방에 들어간 호즈키 이오리.

  주저하면서도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던 호즈키 이오리.

  쾌락에 눈이 비뚤어지며 남자에게 찔리고 있던 호즈키 이오리.

  토라노스케에게 바친다고 했던 정조에, 남자의 정욕을 성심껏 쏟아져, 법열에 지체를 떨고 있던 호즈키 이오리.

  그리고. 창 너머에 서있던 토라노스케에게, 환희와 절망이 섞인 눈을 향한 호즈키 이오리--.

  구토를 참으며 그 자리를 도망간 토라노스케는, 거리를 방황하며 걸어서. 결국에는 가슴 깊이, 소중히 하고 있던 서랍 안에서?잃어버렸던 게 분명한 누나에게로의 정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만나선 안 돼.

  타무라의 할아버지에게 거듭 받았던 훈계를 어겨서라도. 토라노스케는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상냥했던 고모를 보고 싶었다. 토라노스케는 녹색의 공중전화로 손을 뻗었다. 두 눈동자는 젖어 있고, 머리카락에는 함박눈이 내려 쌓이고 있었다. 몸은 차가워져 있어, 손가락 끝은 추위로 떨렸다.

――네, 타무라 입니다.

  수년 만에 들은 마이의 소리는 딱딱해서--.

  너무나도 그리움에, 토라노스케는 쉰 목소리로 오열했다.

  그것이 4년 전의 사건. 토라노스케가 타무라 모녀와 재회하는 원인이 된 이야기였다.

  토라노스케는 말없이 있었다.

  소생하는 플래시백에 심장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머릿속은 흔들흔들하고 폭발하여, 현기증을 닮은 흔들림을 느끼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마이나 아츠코, 료코에 아케미라는 여자들을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괜찮아, 라고 자신에게 말해 들려주어 보았다. 몇 번의 깊은 호흡을 반복하자, 많이 기분도 진정되었다. 전철이 한층 크게 흔들려, 차내 아나운스가 목적의 역이 가까워졌음을 고했다.

 「그 후, 선배는 곧바로 오오토모와 절교한 것 같더군」

  카즈히코가 말했다. 토라노스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유야 녀석도 불쌍하게. 저 녀석은 선배를 진심으로 좋아했어. 좋아하고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울면서 사과하면서 내게 말했어. 그게 너에게 반죽임 당하고, 결국 선배와도 헤어져 버리면, 완전 손해야. 나는 몸을 뺀 의미가 없었어--」

  카즈히코는 작게 킁하며.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상처 입혀도 될 리가 없어. 호즈키 선배도 저 녀석도, 확실하게 말을 했어야 한다고」

  그렇게 완고한 눈으로, 토라노스케를 보았다.

 「그런가? 난 그런 것도 상당히 있지 않을까 하고, 지금은 생각해」

  타인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갖고 싶은 것을 얻는다. 빼앗든지, 다치게 하든지, 스스로가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삶의 방법이 있어도 된다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하고 있다.

 「잘도 말하네. 너, 자신은 그런 삶의 방법 선택하지 않잖아」

  토라노스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픈 침묵이 두 명의 사이를 지나갔다.

 「다음은 신쿠즈하라--. 신쿠즈하라--. 아아, 출구는 우측입니다. 쿄 횡선, 시로타 급선에 환승은……」

  아나운스를 들어, 토라노스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 어이」

  카즈히코가 불러 세운다.

 「뭐야?」

 「모처럼 만났잖아. 휴대폰 번호와 주소, 교환하자고」

 「……알았어」

  말해. 토라노스케는 휴대폰을 꺼냈다. 카즈히코와 번호를 교환한다.

 「저기」

 「응」

 「선배가 물어보면, 알려줘도 괜찮아?」

  토라노스케는 헤매었다. 반사적으로 「하지 마」라고 할 뻔 해, 그리고 한 번 호흡을 두고 생각했다. 전철이 멈추어, 문이 열렸다.

 「마음대로 해」

  그렇게 토라노스케는 말했다.

   ◇ ◇ ◇

 목적의 라이브 하우스에는 8시 넘어서 도착했다.

  조금 늦었다, 라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했다. 토라노스케에게는 처음의 거리이며 길을 모른다. 역에서도 어느 출구로부터 나오는지를 잠깐 헤매었다. 결구, 자신은 뼈의 골수까지 촌놈이다라고 그는 생각했다.

  지하로 계단을 내려가자, 문의 저쪽에서 노래가 들렸다. 그 맑은 목소리로부터, 곧바로 준의 것이라고 알았다. 입구 곁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둔 접수가 있다. 거기에 있던 여성에게, 토라노스케라는 이름과 관에 온 밴드 명을 고하고 그리고 드링크 비를 지불했다. 티켓과 광고를 받아 입장한다. 문을 열자, 귀를 멀게 할 듯한 큰 소리가 토라노스케의 몸을 쳤다. 무심코 토라노스케는 숨을 삼켰다. 예상 이상의 에너지에 눌러져 그의 다리는 멈추었다. 손님은 백 명 정도 들어갈까. 횡장의 스테이지 위에서, 준이 눈부신 빛에 둘러싸여 샤우트를 하고 있었다.

  격렬한 밴드는 아니다. 그렇게 말한 준의 말을 다시 생각해, 토라노스케는 쓴웃음 지었다. 토라노스케에게는 더 이상 없이 격렬한 음악으로 생각되었다.

 『달려라! 달려라!』

  준이 외쳤다.

  그야말로 락 같은 곡이다, 라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했다. 하드 하고, 업 템포로, 그러면서도 선율적인. 토라노스케는 드럼이나 베이스의 무거운 리듬, 코러스의 불타는 듯한 절규에, 심장이 괴로워지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는 준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 것만으로도 압도 되고 의식이 범해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밤의 고속을 자전거로 역주해라 몸은 빛에 삼켜지고 흘러넘치는 피는 바퀴 자국이 된다』

  준은 T셔츠에 핫팬츠, 검은색의 오버 니삭스 모습으로, 귀에는 피어스, 목 언저리에는 은색의 네크리스가 보였다. 준의 의상은 필요이상으로 성적 매력을 강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본디부터 가지는 성차를 넘은 아름다움과 젊은 청춘의 조수가 하나가 되어, 독특한 색채의 관능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비유한다면 난의 꽃을 닮았다. 세련된 여성미와 이형의 조형미의 합일--이런 인상을 토라노스케는 느꼈다.

 『우리는 언제나 여기에 있는 이 세계의 뒤편에 있다』

 『그 저쪽 편을 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우리속 언제나 녀석들에게 치 깨지고 있다』

  준은 신체를 비틀어 구부리듯이 해, 밴드의 멤버를 보거나 하면서, 혹은 관객을 바라보면서, 혹은 기타리스트나 베이시스트에게 몸을 맡기듯이 하면서, 혹은 하늘을 보면서, 오로지 노래하고 있었다. 만났을 무렵의 찡그린 얼굴의 그녀로부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그 그녀로부터 나오는 것은 이리의 포효와 같은, 그러면서도 조금도 마르지 않은 소리다. 빛이 튀어 퍼질 것 같은 소리다. 그 소리에 토라노스케는 준의 훌륭한 재능을 보았다. 락은 잘 몰랐지만, 그녀는 반드시 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라노스케는 생각했다. 혹은 그것이 음악이 아니고, 그녀의 본래 목표로 하고 있는 성우의 길이었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미래가 있었다.

 『그러니까 자 어떻게든 해보자 진실의 방향성을 찾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 후려갈겨 금을 넣어 하늘에 계시는 그 분에게 반드시 울상을 뒤집어쓰게 해보자』

  관객의 흥분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눌러 대는 나이프와 기타, 해명과 같은 베이스, 맥동을 닮은 드럼의 소리, 그리고 빛의 알과 같은 준의 가성--그것들이 일체가 되어 회장에 열광을 가져오고 있었다.

  토라노스케는 약간 힘이 빠져, 플로어 후방에 있는 거울이 달린 기둥에 기댔다. ……열기에 맞고 있었다.

 『Woo―― He is dead and gone, lady, He is dead and gone――』

 『외쳐라! 외쳐라!』

  관객이 가사에 맞추어 외친다.

  준은 맨 앞줄의 벽 근처에서, 다리를 내밀어, 손님에게 말을 걸듯이 했다. 토라노스케는 조용히 미소 지어 그것을 보았다. 부러움, 외로움, 사랑스러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연하의 여동생이 있는 오빠의 기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라고 문득 생각해보거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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