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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4)

소라넷 소설방의 라스카라스님 소설 펌입니다

 매우 더운 여름날이다. 온도는 극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나는 한 아파트 단지 중 앞으로 살게 될 건물 앞에 서있다.

지금 내 앞에 몇 명의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물건들을 기계로 옮기고 있다.

이삿짐 옮기는 것도 중노동이지만 지금 날씨마저 이 모양이라서 모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나무그늘 아래에 있지만, 나조차도 몸이 더워 졌다.

나는 얼마 전에 서울에 있던 본사에서 직장을 옮겨 지방 지점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것을 이유로 당연하게 집을 옮겨야 했고,

그것에 관해서 나는 아내와 집문서, 

버릴 물건과 가지고 갈 물건을 골라내는 등을 요 몇 일간 몇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사날 직전까지 계속된 정리를 우리는 끝내놨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홀가분하게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차 키 좀 줘, 내가 차 안에다가 옮겨놨는지, 지금 올리는 짐에 있는지 찾아볼 물건이 있어.”

아내는 그렇게 나에게 차 키를 받아가서 총총 걸음으로 차를 향해 걸어 가고 있다.

나의 아내 지혜. 나와 동갑인 30살이다. 우리는 대학동창으로서 처음 만났고,

어쩌면 그저 대학동창이라는 아주 미세한 인연으로만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며 잊혀 져갈 존재로 그 만남을 끝낼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신입생환영회 때부터 신학기가 지난 이후까지 소심한 나에게 그녀는 친절히 대해줬고,

나와 잘 지냈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에게 호감을 품게 되었다. 

물론, 그 마음을 내비칠 때까지 나의 내성적 성격이 긴 장애물이 되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졸업을 듯 했으나, 나는 4학년 1학기 종강파티 때 용기 내어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을 하였다.

아내가 받아줄지 너무 걱정하였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나의 진심어린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달콤한 연인관계를 지속하면서 서로 직장을 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는 별다른 분란 없이 장기간 연애를 지속하던 중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이는 29살. 그 뒤 얼마간 서로 맞벌이 부부로서 계속 지내왔지만, 

나는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된 계기로 아내가 집에서 집안일과 나중에 생길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힘을 써줄 것을 요청했었고,

아내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직급도 높아졌고, 

한명의 수입만으로도 우리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는 아무래도 한명이 딱 붙어서 키워야 괜찮을 거라는 나의 생각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생활을 끝내고 답답할 것 같을 아내를 생각하자니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고 아이도 가진다면 육아와 집안일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음… 목걸이를 이삿짐 안에 놨던가, 아니면 이 상자박스에 놨던가… 한번 봐야겠어.”

아내는 우리가 작은 물건들만 정리한 박스를 가져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상자 박스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너무 더운 여름. 더운 날씨가 반영하듯이 나의 옷차림은 말할 것도 없이 반바지에 티하나 달랑 걸친 상태고 아내도 단발머리에 짧은 핫팬츠와 몸에 붙는 티셔츠의 수수한 차림으로 있었다. 단순한 옷차림이지만 아내는 사실 처녀 때부터 아름다운 몸매로 대학교 과 내에서도 유명했었다. 아내는 아담한 체형이면서도 몸매가 은근히 좋았는데, 지금 보면서도 아내의 짧은 옷차림은 충분히 다른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으로 아내가 지금도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유부남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이런 차림의 아내를 바로 앞에서 잠시 보고 있자니 바지 안에 있는 내 물건도 불쑥뿔쑥 고개를 들려고 했다. 이렇게 계속 있다간 이상한 꼴만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위층에 올라가서 정리가 얼마나 되었는지 구경이나 할 생각을 가졌다.

“지금 이삿짐 아저씨들 거의 다 물건도 올렸고 위에서 정리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 잠깐 보고 올께”

나는 아내에게 이 말을 남겨두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에 집을 알아보는 기간 중에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앞으로 살게 될 우리집. 지금 있어야 할 물건이 다 있을 때는 어떻게 보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13층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문이 열리자 마자 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우리의 새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들어가보니 이삿짐 직원들이 물건을 위치에 맞추고 옮겨두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 사이로 이리저리 방마다 둘러보며 구경해 보니까 텅 비었던 이전에 모습보다는 집이 꽤 그럴듯하게 보였다. 

당시 이 집을 구매할 때, 지방이라 좀 더 가격이 다운된 것도 이유가 있고, 부동산 아저씨의 강력한 추천. 그리고 나중에 3식구가 되었을 때를 고려해서 나는 좀더 욕심을 내고 큰 평수로 계약했다. 그것에 대한 나의 선택이 맞았는지, 지금은 왠지 더 마음에 들게 보인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정신차리고 직원들을 보니 물품들을 모두 옮겨두고 방바닥 청소를 대충 하고 있었다. 이 직원들을 돌려보내고 아내와 올라와서 다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집에서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대충 정리가 끝날 시각을 계산하면서, 그리고 허기가 졌으니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도 더우니 근처에 냉면이나 먹어야 할 것 같다. 마침 이 근처에 유명한 냉면거리가 있으니 가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약간 들뜬 기분으로 아파트 현관으로 밖을 향해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현관에 앞에 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아내는 아직도 물건을 찾고 있는지, 상자를 뒤적뒤적 거리고 있었다. 문뜩 생각해보니 몇일 동안의 정리 중 막판에 나는 귀찮은 마음에 작은 장신구류들은 이 상자 안에다 쏟아 부었다. 그때 나의 귀차니즘에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는데, 지금 저 고생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그 일 가지고 아내는 분명히 나에게 뭐라고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찾고 있는 아내를 부르려는 찰라! 나는 아내와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한 남자가 아내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혜야. 뭘 그렇게 찾아? 거의 다 끝난 듯해. 올라가서 한번 보자.”

내가 외치며 지혜에게 걸어가자 고심한 표정의 아내는 나의 앞선 걱정과는 다르게 나를 방긋 웃으며 올려다 보았고, 아내를 바라보고 있던 그 이상한 남자도 깜짝 놀라면서 나를 봤다. 아마 자신이 하고 있던 짓을 나에게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찔끔 거렸다.

아내에게 다가가면서 시선은 그 남자를 보았다. 가까이서 바라볼 필요도 없이 딱 봐도 머리는 이미 거의 다 벗겨져 있었고, 음울하게 달라붙어 있는 옆의 머리털들이 처량하게 붙어 있는, 그리고 배불뚝이 아저씨의 모습을 한 사내이다. 나는 이런 사내가 아내의 뒷모습을 훔쳐봤다는 것에서 약간의 화가 났다. 아내에게 다가가며 시선은 그 사람에게 약간 찌푸린 얼굴을 보였는데 아내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뒤를 돌아봤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아내는 뒤에 있던 그 남자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건냈다.

“이번에 xxx동 13층으로 이사오게 됐어요. 잘 부탁드려요.”

 “예. 안녕하세요.. 전 이 아파트 동대표를 맞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잘 부탁드리기는요… 잘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아내의 갑작스런 인사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 남자는 바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물론 내가 봤던 아까의 그 변태적인 인상 그대로 가진 그대로 이번에도 끈적한 눈빛으로 아내의 전신을 쑥 훑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나에게는 잠깐 시선을 옮겨 힐끔 고개를 숙인 뒤 황급하게 자리를 떠나갔다. 

뭔가 그 남자를 향해 한마디 하려는 순간에 아내는 말을 걸어 왔다.

“위에는 어때. 다 끝났어? 아무래도 귀걸이는 위에 올라간 박스에 있는 것 같아.”

 “뒤에서 누가 널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물건만 찾고 있어? 하여간…”

 “뭘 귀걸이 찾느라 그런걸 어떻게 신경써. 끝났어? 않끝났어? 여긴 너무 더워서 못있겠다.”

 “대충 끝난 것 같아. 그 상자 나한테 줘. 일단 귀걸이는 올라가서 같이 찾아보자. 그리고 이 사람들 보내고, 우리끼리 대충 정리하고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구.”

나는 아내가 가지고 있던 상자를 들었고, 그렇게 아내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잠시 나는 잊었지만, 역시나 아내는 잊지 않고 내가 장신구를 부었던 것을 엘리베이터에서 추궁했다. 13층에 올라가는 동안 아내의 따가운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긴 잔소리가 엘리베이터 열린 후에도 계속 되었는데 그래도 아내는 일단 집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내의 관심이 집으로 옮겨갔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아내가 새로운 집을 좋아하는 것에 더욱 기뻐졌다. 따지고 보면 처음 마련한 집에서 2년이 된 상태인 신혼 초에 이사를 한 것인데, 아내 입장에서는 약간 짜증날 법도 하지만, 아내가 긍정적으로 나의 사정을 이해해주어서 나는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그렇게 이삿짐 센터 직원들을 다 떠나 보내고, 우리 둘은 일단 외관과 당장 사용해야 되는 욕실과 안방 그리고 부엌을 청소하였다. 이 일을 마치고 내가 원했던 냉면을 먹으러 우리는 거리로 나와서 냉면거리으로 향했다. 지역명물답게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마침 배가 무척 고픈터라 사리도 한 개 더 추가시켜서 물냉면 한 그릇을 싹 비우고 우리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내와 나는 이날 나머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저녘까지 모두 완수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더운 날씨와 이사라는 두 가지 일에 나름 지쳐서 기진맥진 했지만, 우리 둘의 달콤한 섹스는 빠트리지 않고 했다. 그렇게 일을 끝마치고 천진난만하게 잠을 자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사 이후, 나는 전임자에게 받았던 인수인계 사항을 검토한 뒤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서울에 있었던 부서에서 해왔단 작업이기도 했고, 일단, 인수받고 있는 중이라 작업분량도 얼마 없어서 한동안은 여유롭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원들과도 다행히도 빠르게 어울릴 수 있는 점도 나에게는 다행한 일이 였다. 이렇게 내가 직장의 일에 적응하고 있는 동안 아내의 주변환경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첫째로 아내는 저녁식사 중에 빠르게도 앞집, 아랫집 여기저기 살갑게 굴어서 패밀리를 만들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대부분 나이는 지혜보다 많았지만,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하며 그 여자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줬다. 아내가 즐겁게 그 아줌마들과 낮에 쇼핑하거나 서로 수다 떨었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에게는 여간 지루한 일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내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즐거운 점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둘째는 아내가 어느날 아파트 통장을 하겠다고 나에게 이야기해왔다. 통장? 뭐 그런것도 있나? 아내에게 들어보니 이 xxx동하고 몇 동을 합쳐서 관리를 담당한다고 한다. 하는 일은 전단물 전달해주고 유인물도 주고, 보수로 돈도 조금 준다는데, 이 xxx동에는 관심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지원을 하면 딱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직장생활하던 사람이 집안에만 있으려 하니까 어지간히 답답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아내가 안스럽기도 했고, 아내 입장에서 보면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좋고, 아내도 뭔가는 할 일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나는 전적으로 찬성해주었다. 

그렇게 몇일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퇴근하고 집으로 올라가던 중에 무심코 바라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게시물에 지혜의 이름과 통장으로 되었다는 문서가 붙여져 있었다. 나는 당시 그 자리에서는 설마 될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귀찮은 아파트 일에 자청하고 나섰으니 바로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아내에게 나름 축하의 인사를 건내며 아내를 꼭 껴안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아내는 내가 옷 벗는 것을 도와주며 내가 없는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뭐. 일단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아내는 재잘재잘 잘도 이야기했다. 통장 일을 하러 갔는데, 자신이 알고 있던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이 지역 내에서의 공무원들이 시킨 일도 하고, 몇 가지 귀찮은 일이 있다고 푸념하였다. 나는 그러니까 이 동에 나서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이 일은 돈을 줘도 그만큼 귀찮다는 것이 이유라고 아내에게 말해주며 우리는 식사를 하였다. 

그렇게 식사도 마치고, 아내와의 잠자리도 끝내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삿날 봤던 그 이상한 남자가 떠올랐다. 아내의 몸을 탐욕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 인간. 분명히 그때 아내에게 인사할 때 아파트 동대표라고 했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내가 통장을 하면 그 사람과 마주친다는 소리 아닌가? 문뜩 그 사실을 들자 기분이 나빠졌다. 아내가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친하게 된다는 것이 좋지 않았다. 그 이상한 놈이 아내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그때는 깜박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이미 통장이 되었고, 내가 전적으로 찬성한 사항에 대해서 지금 와서 딴지를 걸자니 그것 모양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거기에 여러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뭐 부딛혀 봤자 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 안심은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아내를 바라보니 참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얼굴을 보며 심란해 졌다. 일단, 아내에게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를 해서 그 이상한 남자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소라넷 소설방의 라스카라스님 소설 펌입니다

 요 며칠간은 직장일 때문에 굉장히 바쁜 날의 지속이었다. 또한 아내에게도 신경써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아내는 대충 집안일도 잘해 내고 있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다 보니, 집안일에 대해서는 아내를 도와주기 매우 힘들어서 미안했지만, 주변사람들과도 잘 적응하는 것처럼 내 앞에서 이야기하며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아... 그리고 통장인지 그 일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부터 집에 들어와서 부엌 탁자를 보면 우리 동네 소식지가 한가득 쌓여있었고, 쓰레기 봉투도 많이 쌓여있었다. 아내는 이것들을 주말에 다 배포해야 한다고 했다. 역시나,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를 부려먹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예상한대로 나는 주말에 동원되어서 단지에 소식지와 쓰레기 봉투를 전달하러 투입되어야 했다.

“이 일 하는 사람 중에 내가 가장 나이가 어려. 그래도 사람들이 다 착해서 다행이야.. 옆동 xxx호 통장 아줌마는 여기 근처에 노래방을 운영한데, 나중에 놀러 오래. 우리 주말에 한번 가보자.”

주말동안 나를 부려먹고, 고맙단 의미로 수박을 대령해준 아내는 TV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대략, 통장 일을 하다 알게 된 노래방 아줌마를 또 알게 된 것 같았다.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년의 아줌마들이니 아내가 가장 어린 건 당연할 것이다. 아내가 말하는 노래방 아줌마는 지혜가 마음에 들었는지 많이 도와준다고 한다.

며칠 뒤, 일이 끝나서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아내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은 풀어놓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 아줌마네 노래방에 있다왔어. 오랫동안 수다를 떠느라 시간가는 주도 모르고 말이야.”

요즘에 듣고 보니 이제는 그 아줌마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가서 살다시피 하는 것 같다. 주말에 그 아줌마에 대해 처음 들은 것 같은데, 요 근래에는 자주 거기에 머물다가 수다나 떨다 온다고 한다. 사실 지방에 내려왔으니 아내는 서울에 있던 친구들과는 만나기가 영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말상대의 부족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전화통화도 늘상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여기 와서도 나름 소소한 재미를 얻는 아내를 보며 기특한 마음도 든다.

“노래방은 아줌마 혼자 운영하나? 직원 한명은 둬야할 것 같은데? 근데 이쪽 동네는 그렇게 장사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맞아. 손님들은 별로 없어. 여긴 도우미도 않 써서 그렇다고 하더라. 아저씨들은 들어왔다가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나간데. 아, 그리고 주인은 아줌마 말고도 한명 더 있어. 그때 우리 이사한 첫날 봤던 사람.”

 “아. 그 사람...”

문뜩, 일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깜박한 인물이 떠올랐다. 이삿날 아내를 음흉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 인간 말이다. 근데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을 이렇게 들을 줄은 몰랐다.

“근데 그 사람은 동대표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또 거기 있지?”

 “아줌마 말로는 동업하는 거래, 서로 교대로 말이야. 그 아저씨하고도 같이 수다 떨다왔어. 보기보단 말씀도 잘 하시는 것 같고. 그 노래방 건물도 아저씨 소유라던데,”

그래도 생긴 것과는 다르게 돈은 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생긴 것은 어디... 아니다 별로 그런 사람 험담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내가 말하는 것 보니, 그렇게 이상한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아내 말로는 가끔씩 동사무소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마주 쳐서 인사나 가끔 했는데, 그 노래방에서 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좋게 얘기하는 것을 보니 사근사근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 토요일 날 통장들끼리 모여서 저녁 먹기로 했어. 어느 정도 늦을지는 모르겠는데, 최대한 일찍 들어올께.”

아내가 침대에 누으면서 말을 했다. 토요일 저녁에 나만 내버려 두고? 울컥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그런데서 어울리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회사 업무가 늘어나면서 아내를 신경 쓸 수가 없었는데, 대충 아내도 그런 자리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지방으로 발령받았을 때와는 달리, 요 근래에는 며칠간 회사에 출근하면 쏟아지는 업무량이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했다. 당연히 야근으로 이어지는 이 행렬이 싫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본사에 있을 때의 김과장 밑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기 있는 이과장... 이놈은 매우 심각하게 일을 소나기처럼 쏟아낸다. 빨리 본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이 사람을 이렇게 악독하게 만든 것이리라. 그렇게 숨 쉴틈 없이 시간이 지나고 겨우 퇴근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토요일에도 일을 처리해야했다. 

토요일의 잔업이 끝나고 늦은 밤이 되었다. 지친 몸을 추스려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였다. 문뜩, 아내가 오늘 회식이 있다는 말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지금쯤이면 들어왔으려나? 토요일을 이렇게 날려먹는 것이 나 스스로도 매우 지치기도 하고, 외식하고 돌아온 아내가 늦은 시간에 나랑 놀아 줄 리는 만무하니,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슈퍼에서 맥주를 한 캔 사서 집에서 먹을 생각을 했다.

일단,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슈퍼에서 캔맥주와 꿀땅콩, 육포를 집어 들고 다시 우리 아파트 동으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단지 내는 가로등만 켜져 있었고, 인적은 드물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인도를 따라 올라가다 귀퉁이를 돌자, 익숙한 실루엣이 두 개 나왔다. 한 사람이 술 취한 여자를 부축해서 걸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하나는 나의 아내였다. 통장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일 것이다. 그럼 옆에 실루엣은 그 노래방 아줌마인가?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아줌마는 아니고, 중년의 아저씨. 그리고 약간은 비만인 사람이 아내 옆에서 걷고 있다. 그것도 아내의 허리라고는 애매하지만 등 뒤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 나머지 실루엣의 주인공은 이삿날 봤던 그 동대표라고 말했던 배불뚝이었다. 통장들 모임이라고 했으니, 동대표도 참석을 한 것 같다. 근데 이 사람이 왜 아내와 단둘이 있는가?

멀리서 보아하니 아내는 술에 취해서 비틀비틀 걷고 있었다. 아내는 원래부터 술에 약했다. 대학 때도 지혜는 술이 약해서, 음흉한 복학생 선배들의 표적이 되곤 했다. 늘 지혜를 타겟으로 술자리 게임을 할 때마다 저격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옆에 앉아 있던 나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지혜에 대한 고마움, 조금은 좋아하는 감정도 포함해서, 그리고 사나이라는 객기로 늘 흑기사를 청해서, 지혜가 게임에 지는 족족 연거푸 술을 퍼마셔야 했다. 그만큼 나는 화장실 변기에서 토하길 반복했었다. 물론, 복학생 놈들의 짜증스런 눈초리도 늘 함께였다.

지혜가 그렇게 술에 취한 상태로, 그 이상한 놈의 부축을 받으면서 올라가고 있었기에 당연히 나는 걸음을 따라잡아서 아내를 향해 가야했지만, 어쩐 일인지 뭔가 마음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도 나 스스로에게 향하는 곳도 같은 것 같으니 그렇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나는 일정 간격을 두고 그들을 천천히 따라갔다.

아내는 흔들흔들 거리면서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고, 그 남자는 그런 아내를 부축하는 모양새였다. 아내의 키는 162정도 되었는데,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오히려 약간 작을 정도로 그 남자는 체격은 오늘 다시 보니 왜소했다. 

그 남자의 작은 키에 대하여 측은한 감점을 살짝 느끼는 순간, 아내가 크게 비틀거리자, 남자의 손이 흔들리는 아내를 잡아주는 것처럼 아내의 등에서 아내의 허리로 손이 내려갔다. 그 손은 이윽고 허리 휘감았다가 살짝 아내의 위쪽 엉덩이까지 더듬고 있었다. 한 손으로 구렁이처럼 아내를 부축하는 척하면서 아내를 만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비틀 비틀거리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내는 청바지에 티 한 장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런 차림의 아내의 뒷모습은 예전부터 느꼈지만 굉장했다. 아내의 잘빠진 엉덩이, 골반라인부터 착 달라붙은 청바지는 아내의 뒤태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몸에 붙는 티셔츠도 함께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아내를 왠 이상한 놈이 만지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런 일이 벌어나는 것을 멍하게 바라보며 걷다보니, 벌써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이내 아내는 살짝 정신을 차렸는지, 그 남자를 살짝 밀쳐내고 고개를 숙이면서 고맙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 1층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이상하게도 입맛(?)을 다시면서 그렇게 입구로 들어가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다가 걸음을 돌렸다.

이 장면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도로 옆 모퉁이에서 잠시 바라본 나는 그 배불뚝이가 사라지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잽싸게 아내를 따라잡아서 부축하였다.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괜찮아?”

 “헤헤. 오늘은 기분이 조금 좋아서 많이 마셨어. 오늘은 많이 늦었네.”

 “어. 요즘 바쁘잖아. 일단 들어가자.”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집안에 도착했다. 열쇠로 집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아내는 훌훌 옷을 벗어버리더니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내를 힐끔 바라만 보다가 다시 소파에 앉아 캔맥주를 따고 티비를 시청했다.

잠시 후, 샤워 호스의 물줄기 소리가 잦아들더니 아내는 욕실에서 전라인 상태에서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나왔다. 아내의 뽀얀 피부가 오늘 따라 유독 눈부신 것 같다. 아내는 욕실 문 앞에서 몸을 닦고, 수건을 옆의 빨래 통에 넣은 뒤 안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내가 나체인 상태로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탱탱한 엉덩이와 볼록한 가슴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결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흥분되었다. 아내의 나체는 언제보아도 대단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욕구를 풀고 싶었다.

근데, 그 순간 아까의 광경이 떠오르게 되었다. 멍청하게도 이상한 놈이 아내를 만지고 있는데, 멍하게 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경멸감, 그리고 아내의 몸을 은근슬쩍 만지던 그 놈을 생각하자 뭔가 흥분되는 미묘한 기분도 함께 피어올랐다. 부엌의 냉장고에서 먹을 것이 뭐 없나하며 보는 척하면서 안방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자, 아까 그 놈이 아내의 나체를 만지는 것 같은 환상이 겹쳐졌다.

“그 아까 보니까 그 동대표라는 사람하고 같이 올라오던데.”

 “응. 그 아저씨가 바래다 준다고 했어. 너무 취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고맙지 뭐.”

아내는 몸에 로션을 바르면서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마침 우리 아파트 동의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아내와 그 남자, 그리고 몇 명 일행이 더 있었는데, 가장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자신과 그 남자 두 명이라고 했다. 술에 취해서 그랬는지, 그 남자가 아내를 더듬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별 기억이 나지 않는가 보다.

아내가 침대위에 쓰러지듯이 풀썩 눕는 것을 보고 거실로 돌아가서 캔맥주를 마저 비웠다. 아까의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남편으로서는 당연히 기분은 더러웠지만, 한편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배불뚝이도 취한 상태였고 지혜를 부축해준다는 생각으로 선의에서 행한 행동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라넷 소설방의 라스카라스님 소설 펌입니다

 역시 건물이 허름하니 화장실도 폐가 수준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뒤편으로 가니 허름한 문이 하나 나와 있었다. 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미줄도 많이 쳐있고 좌변기 하나가 덩그러니 바닥에 있었다. 조심스럽게 볼일을 마치고 2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노래방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금 전까지 카운터 옆 소파에 있던 지혜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동대표란 인간도 자취가 없었다.

“지혜야?”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카운터를 지나갔다. 그러자 5번방에서 푸다닥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최씨가 튀어나왔다.

“아. 아내 분께서 도와준다고 하셔서요. 않 그러셔도 되는디... 헤헤...”

아내는 얼굴이 발그레한 상태로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비틀비틀한 채로 잠시 후에 나왔다. 근데, 시선은 이 배불뚝이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가자. 저희 먼저 갈게요.”

아내는 잠깐 그 사람을 톡 쏘아 붙이면서 노려보더니, 휘청휘청 거리면서도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뭔가 의아했지만 배불뚝이한테 먼저 가겠다고 말하고 지혜를 따라 내려갔다. 길을 가면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동대표는 2층 입구에서 우리를 빤히 서서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런 거야, 무슨 일 있었어?”

 “아냐, 그냥 좀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네.”

아내는 집에 가는 도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그런걸까? 정말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서 아내는 바로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아내와 침대에 누워서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고, 뜨거웠다.

“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엄청 불그스름해.”

 “그러게... 모르겠어. 그냥 기분이 이상하네.”

내가 잠에 거의 들 무렵, 아내는 밖에 거실로 잠깐 나간 것 같았다. 잠결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중간 중간 계속 거실로 나간 것 같은데, 속이 않 좋아서 잠이 않 오나 보다.

평일이 시작되고, 산더미 같은 일에 치여 사는 삶이 시작되었다. 요 근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말을 해보면, 요즘에는 그 노래방에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거기 가서 수다라도 떨지.”

 “아냐, 괜찮아.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기로 했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지 이 사람아!”

아내는 탁자 위에 있던 잡지로 내 머리를 콕 찍었다. 최근에는 아내는 책을 읽거나 낮에 운동을 한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2층에는 헬스장이 있는데, 거기서 주부를 상대로 요가를 가르친다고 하였다. 뭐, 운동을 하면 건강해져서 좋고, 남편도 좋고 일석이조라고 했다가 아내에게 더 맞았다.

이번 주말에는 다행이도 잔업이 없어서, 쉴 수가 있었다. 아내는 요즘 부쩍 살이 찐 나를 구박하면서 저녁을 먹고 아파트 단지 뒤쪽에 공원에서 조깅이나 하자고 제안했다. 귀찮지만, 아내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아내와 조깅하는 것 같았다. 공원은 내리막 오르막길도 있어서, 운동하기에는 딱 좋았다. 단지, 요즘 책상에 앉아만 있고, 술자리를 좀 자주 다니다 보니, 체력이 영 예전만 못했다. 아내는 매일 운동을 해서 그런지, 잘만 다녔지만... 이거 남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는다.

“새댁, 요즘에는 왜 않와. 최씨랑만 있기도 심심해 죽것는데.”

한 참 몇 바퀴 돌다보니, 마침 조깅하던 노래방 아주머니를 여기서 만났다. 노래방은 주말에 피크타임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어서 여기서 계셔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그때 방문했을 때의 노래방의 상태를 보고 아줌마가 여기 있는 것이 이해되었다.

“예.. 요즘은 집안일하고 이것저것 하는 일 때문에요....”

아내는 애둘러서 변명하였다. 요가나 책만 읽는 거면 시간이 조금 남아도는 것이 맞을 텐데 말이다.

“아참! 그건 그렇고, 통장들끼리 모여서 다음 주에 월아산으로 산행가기로 했어. 새댁도 갈꺼지?”

 “네? 그게....”

아내는 대답을 끌었다. 별로 고민할 것은 아닌 것이라 생각되는데,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거들었다.

“다녀와, 하루정도는 당신이 없어도 굶어 죽진 않아.”

 “아니, 토요일 낮쯤에 출발해서, 그쪽에 숙소잡고 있다가 다음날 아침에 등산하고 그날 돌아오려는데, 괜찮지요? 남편은?”

이틀에 걸쳐 가는 것 같았다. 주말 동안 혼자 지내야 될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아내가 사람들하고 등산도 한 번씩 다녀오면 좋은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한번 다녀와 지혜야. 다음에는 나랑 같이 등산이나 가고,”

 “응... 알았어.”

그렇게 노래방 아줌마와 작별을 한 뒤, 아내와 나는 몇 바퀴 더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줌마를 만난 뒤에도 조깅할 때 별말이 없더니,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는 약간 근심이 있는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

“왜 그런거야? 난 신경쓸거 없다니까.”

 “아냐, 그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일찍 자자.”

아내는 짧게 말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흘러서, 통장모임 등산 출발 날이 되었다. 나는 이번 주말에는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과장 망할 놈 때문에 또 회사에 불려나가야 했다.

“다녀올게, 점심때 출발하지? 잘 다녀오고, 도착하면 연락해줘.”

 “알았어, 나없다고 밥 굶지 말고 나가서 먹고라도 와”

출근길에 아내는 나를 배웅해주면서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기분 좋게 일을 하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집을 나서면서 마음 한 곳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상했다.

회사에 도착한 후에, 서류철을 정리하면서, 일을 해내가다가 문득 한시, 두시쯤에 아내가 출발을 한다고 한 것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해보았다.

“어, 나야. 출발했어?”

 “아니, 그 쪽에서 표를 잘못 샀다네, 나는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어.”

 “그래? 그럼 어떡하지. 혼자 가야되는 거야?”

 “아니, 그 동대표라는 사람이랑...”

그 놈의 동대표 놈은 언제나 끼어드는 구나. 뭔가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놈하고 아내하고 단둘이 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영 껄끄러웠다. 일은 아무리 빨라도 밤 8시나 돼서야 끝날 텐데, 내가 대려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람 것도 표를 못 산거야? 고속버스 타고 가는 거지? 그럼 타고 숙소에 도착해서 연락해줘.”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할게.”

아내랑 그렇게 통화를 끝냈다. 그래도 불안하게 남아있는 정체불명의 느낌은 나를 짜증나게 했다. 갑자기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업무는 다 끝내게 되었다. 밤 10시가 다 넘었다. 정신없이 하다 보니, 아내가 전화를 한다는 것도 깜박했다. 황급히 핸드폰을 살펴보니 통화내역은 전혀 없었다. 약간 불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통화를 해보았지만, 아내는 받지 않았다. 피곤해서 도착하자마자 먼저 골아 떨어져 버린 건지, 일행이랑 같이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거의 12시가 되도록, 전화통화를 할지 기다려봤지만, 끝내 아내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음날, 일요일이 되자마자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미안해, 어제는 그냥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었어.”

아내는 뭔가 힘이 없는 목소리다. 어제 술이라도 먹었는지, 내가 아침에 너무 일찍 전화한 것일까.

“아냐. 그건 괜찮아. 그냥 걱정이 되서 해본거야. 등산 잘 하고, 몸 조심 하라구.”

아내랑 몇 마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괜히 걱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요즘 들어서 회사일 때문에 너무 예민해 진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간단하게 아내가 미리 해놓고 간 밥솥의 밥을 퍼서 남은 김치찌개를 데워 먹었다.

“나 왔어.”

아내는 저녁 쯤 돼서 도착했다. 등산이 힘이 들었는지, 아직도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짐을 풀어 놓고, 안방으로 바로 들어갔다. 보통은 거실에 있는 더 큰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더니 오늘은 안방에서 샤워를 하였다.

아내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부엌에 들어가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내 옆에 앉았다.

“나 없는 동안 괜찮았어? 밥은 다 챙겨 먹었지?”

 “어. 김치찌개 데워 먹었어.”

아내는 한동안 그냥 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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