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2)

第 5 話

아르마티 대성당 근처에는 작은 고아원이 있다.

그 마당 안에서, 지금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들에게 섞여 초원 위에 서로 뒹굴며 노는 소녀가 있었다.

순정 가련한 소녀였다. 복숭아색 머리카락, 투명한 눈, 호리호리하여 늘씬한 몸매. 이런 곳에서 흙 투성이가 되지 않았다면,

어딘가의 공주님이라고 생각될 아름다운 아가씨다.

그녀는 복숭아색의 머리카락을 좌우로 매고 법의가 흐트러지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칼싸움 놀이를  하고 있었다.

"거기-! 프림누나를 공격해-!"

"모두 돌겨억-."

"잠깐 기다려. 기다려봐, 캬아-!"

그녀는 초원 위에 밀쳐져 넘어졌다. 그것을 보고 아이들이 일제히 그녀 위로 달려든다.

"꺄아- 아파 아파! 항복 항복-! 꺄- 간지러워!"

그녀와 아이들의 근심 걱정 없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흰 말이 아르마티 대성당으로부터 달려왔다.

신관은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소녀에게 최고의 예를 갖췄다. 

소녀는 그러한 추앙받음 에 익숙해 있는지, 침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관이 소녀에게 무언가를 전하자, 소녀의 얼굴은 처음으로 동요의 기색을 띤다.

"미안해 모두들, 나, 조금 용무가 생겨버렸어."

"에-. 프림 누나, 벌써 돌아가 버리는 거야?"

"괜찮아. 곧 돌아와요."

소녀는 말에 걸쳐 타고, 남자와 함께 달려갔다.

"프림로즈님-! 빨리 돌아와-!"

프림로즈라고 불린 소녀는, 말 위에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확실해? 그게."

말 위에서 프림로즈는 신관에게 추궁한다.

"네...... 렌의 수도가 모방자의 손에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프림로즈가 옷자락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서두르며 성당 내의 복도를 달려간다.

마주치는 신 관이나 여신관들은 모두 멈춰 서서 예를 갖추었다.

불려 간 방에 뛰어 들어가니, 벌써 선객이 있었다.

은빛의 머리카락을 쇼트보브로 가지런히 자른 소녀였다. 프림로즈보다 키가 작고, 입고 있는 법의 도 아이 사이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신관들과는 다르게, 프림로즈를 봐도 송구해하기는  커녕 무려 갑자기 악담을 했다.

"늦어, 바보씨."

그녀는 기세 강한 듯한 날카로운 눈으로, 머리의 반 정도는 더 큰 프림로즈의 얼굴을 버릇없이 올 려다보았다.

"또 천한 꼬마들에게 갔던 거지. 완전히 이런 진흙투성이가 되다니......"

"미안 미안."

"네가 관록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니 우리까지 가볍게 취급당해."

치근덕거리며 말하면서도, 은발의 소녀는 바지런히 프림의 법의에 붙은 진흙을 털어내 준다.

"로테, 그런데 언니는?"

"스테라=마리는 저 방에 있어. 지금 포피레아 공주에게 걸린 암시를 풀고 있지. 곧 끝날 거야."

과연, 곧바로 도어가 열리고 안에서 그녀들의 동료가 나타났다.

나타난 것은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성이었다. 침착하게 서 있으니, 어딘가 신성한 공기를 감 씨고 있다.

"언니, 내가 늦었죠."

"프림, 왔군요."

"저, 어땠어, 스테라=마리?"

금발의 여성--스테라=마리가 끄덕였다.

"암시를 제거하는 것은 완료했어요. 별로 기쁘지는 않은 사태가 일어난 것 같아요."

스테라=마리가 재촉하자, 방 안에서 한명의 소녀가 흠칫거리며 나왔다. 벌꿀색 머리카락을 세로롤 로 한 소녀다.

법의가 아닌, 더러워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포피레아, 침착해지면, 여기에 있는 제 동료들에게도 조금 전의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무녀님의......동료들......?"

스테라=마리의 곁에 있는 2명을 보고, 포피레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그......이......이 분들이, 설마......"

"처음 뵙겠습니다, 포피레아 공주님."

이건 프림로즈.

"네가 공주? 뭐 바보 같은 얼굴이네."

이건 은발의 소녀.

"소개할게요, 포피레아. 이쪽은 별의 무녀 프림로즈, 이쪽은 달의 무녀 리제로테."

포피레아는 처음엔 긴장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려 법왕에 다음가는 종교계의 톱이 3명이  모여 있다.

아무리 일국의 공주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기죽지 않고 말할 담력 따위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쥐어짜 이야기했다. 고향 렌을, 어머니 플로라를 지키기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무녀들에게 위기를 알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무녀님, 제발 제 고향 렌을 구해주세요......"

"이것으로 확실해졌군."

포피레아의 이야기가 끝나자, 리제로테가 확신으로 가득 찬 어조로 말한다.

"모방자라고 하는 무리에 대해, 전부터 뻔하다고 생각했다. 법왕이 우물쭈물 거리지만 않았으면 곧 장 토벌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네 증언으로 이미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저도 같은 의견이에요. 언니는요?"

"어이 스테라=마리. 너도 법왕처럼 눈치 보면서 고민 중이라 말하지는 않겠지."

"아니요 로테, 이번에는 당신 말에 찬성합니다. 당장 어떻게든 해야겠군요."

3명의 모녀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자 포피레아는 얼굴을 활짝 핀다.

"진작 그랬어야지! 좋아 가자고!"

리제로테가 작은 주먹을 하늘을 향해 뻗어 올린다.

"안돼."

리제로테의 기개를, 냉엄한 소리가 저지한다.

여기는 아르마티 대성당의 중심, 법왕의 방.

흰 베일 저 너머에, 이 세계의 최고 권력자인 법왕이 있다.

법왕은 무녀 이외의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신체를 한번도 사람들의 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체성을 가지지 않는다.

신과 동등한 존재다.

그리고 무녀는, 신탁을 받는 자, 법왕(=신)의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파이프의 역할로써 유일하게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간이다.

그 법왕이, 무녀들의 제안을 단칼에 각하했다.

"모방자가 아직 사악하다고 정해지지는 않았다. 토벌대 등은 너무 시급하다."

"녀석들은 분명 틀림없이 악마다. 스테라=마리조차 이번엔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100명의 악마를 잡아 해하는 것보다, 1명의 무해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더 죄스러운 일이다."

법왕의 말에, 리제로테는 노골적으로 진절머리가 난 얼굴을 했다.

"그러나 법왕예하, 그럼 어떻게 되면 이 무리가 음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지? 대륙의 반이 빼앗 기고 나서?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3개나 4개정도는 사라지고 나서인가?"

법왕은,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단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침묵하고 바라보고만 있으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프림로즈."

"아, 네."

프림로즈가 베일의 저 편을 향해 절한다.

"당신이 가서 정찰해 오십시오."

"! 네! 잘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려. 이 반푼이가, 혼자서?"

리제로테가 또다시 물고 늘어진다.

"나나 스테라=마리도 함께 가야 한다. 프림 혼자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럴 수는 없다. 별의 무녀 3명 중 2명이나 여기를 떠나는 것은."

"예하, 저도 로테와 같은 의견입니다."

"!"

스테라=마리였다.

"그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색이 느껴집니다. 거기엔 최대의 전력으로, 아니면 최소한 2명 이 가야 합니다."

"그런!"

언제나 숙연하던 스테라=마리조차 리제로테와 함께 법왕에게 의견을 말하며, 그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프림로즈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 허둥지둥 할 뿐이었다.

"저는 포피레아 공주의 기억을 통해서 직접 렌 국을 보았습니다. 무서운 악마의 기색을 느꼈습니다 . 예를 들어, 타로마......"

"그만하세요!"

흰 베일의 안쪽으로부터 굉장히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린다.

"그 꺼림칙한 이름을, 신성한 이 방에서 입에 댈 생각인가?"

법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오늘의 당신들은 어떻게 된 건가. 나가세요! 법왕의 명령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프림 녀석의 어깨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나......"

법왕의 방에서 돌아오는 긴 회랑을 걸으며, 리제로테가 한숨을 쉰다.

"프림, 조심해요. 모방자가 사용하는 암시의 술법은 특히."

(네 언니, 알고 있어요.)

"자신의 오감을 믿어서는 안돼요. 오직, 빛의 신의 가호만을 믿어요."

스테라=마리는 정중하게 성호를 긋는다.

"맡겨 주세요. 저도, 한 사람의 무녀니까요."

"예. 그렇기 믿고 있어요."

별의 무녀의 한사람으로서, 태양의 무녀 스테라=마리는 프림로즈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프림로즈는 스테라=마리를 언니라고 부르며 사모하고 있다. 

이 세상의 정점에서 군림하기에 어울리 는 아름다움. 보기 드문 지성과 덕. 동작의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까지 범부와 차이가 나는, 마치  산 예술품 같았다. 그녀 같은 무녀가 되고 싶은 것이 프림로즈의 꿈이었다.

"뭐-가 한 사람 몫이야!"

갑자기, 어느새 등 뒤로 돌아온 리제로테가 프림로즈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깍지를 끼고 목 덜미를 강하게 죈다.

"!"

"계집애 주제에 거만하게 말하고 있어!"

"꺄아- 아파 아파! 항복 항복-!"

어쩐지 낮에도 이렇게 당했던 것 같다고 프림로즈는 생각했다.

별의 무녀의 한사람인, 달의 무녀 리제로테는 프림로즈에게 걸핏하면 방해되는 존재였다.

은빛의 머리카락, 보석과 같이 동글동글한 눈, 아이 특유의 포근한 뺨과 새치름하게 바싹 죄인 눈 과 코가 자리 잡아, 

리제로테는 잠자코만 있으면 인형 같은 미소녀다. 

그러나 입을 열면 그 모습에 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오만함과 방약무인에 누구나가 당황할 것이다. 

처음, 프림로즈는  왜 이 사람이 무녀인지 이상해하며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후에 그 인식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프림로즈는 그녀에게 목을 죄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 죽을 거 같아-."

꽉꽉 목을 조여 게거품을 토했다.

"헉-, 헉-. 죽을 거라 생각했어요. 심하잖아."

프림로즈는 손수건으로 입술에 묻은 침거품을 닦았다. 눈물 젖은 눈으로 항의한다.

별의 무녀들에게 있어, 별의 무녀 프림로즈는 3명 중 가장 어린 무녀다.

아무리 사람들로부터 숭배 받는 별의 무녀들이라고 해도, 프림로즈는 아직 어린 소녀. 

선배 무녀들 에 비해 나이에 걸맞은 약점이 드러났다.

"이것 봐. 적이 이렇게 공격해 오면 너 같은 것은 끝이라고. 이런데도 한 사람 몫이라고?"

"우우......이런 쬐끄만 적은 없는걸!"

프림로즈는 자기보다 머리 반개는 작은 리제로테의 머리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뭐야 키가 커졌다고 거만하게 말하는 거야! 바로 어제까지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성전 안을 우왕 좌왕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 콧물을 흘리지는 않았어!"

프림로즈는 얼굴을 붉히며 리제로테에게 반항했다. 스테라=마리는 그것을 보고 싱긋싱긋 웃고 있다 .

프림로즈가 부담 갖지 않고 나이에 맞는 소녀로 있을 수 있을 때는,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 을 때와 이렇게 3명과 함께 있을 때뿐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프림로즈를 아이 취급해주는 것이  선배들의 배려라고 말할 수 있었다. 프림로즈도 그것을 눈치 채, 

걱정 없이 어리고 미숙한 소녀로 서 선배들에게 응석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적도 생각나기 시작했다. 오줌 싼 팬티를 갈아입혀 준적도 있었어. 분명."

"!"

"분명, 프림은 곰 무늬가 그려진 팬티를 입고 있었던가."

"아우우! 그런 얘기 말하지 마, 로테 바보바보오!"

이것도, 염려해주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밤.

떠날 준비를 끝낸 프림로즈는 약속대로 고아원에 다시 방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이들은 벌써 공용 침대 안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보모가 죄 송해 하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좋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대신에 이렇게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모 , 내일 아침에 전해 줄 수 있습니까? 나는 용무가 있어 당분간 만날 수 없지만, 착하게 있으라고."

"알겠습니다. 이 아이들은 행복하군요. 별의 무녀님에게 귀여움을 받으니 평생의 자랑이 되겠지 요."

프림로즈는 웃는다.

"나도, 어릴 적에 부모와 사별했었기 때문에......이 아이들에게 친밀감이 듭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는 얼굴을 보면, 프림로즈는 용기가 솟는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살아 돌 아와야지.

밤.

리제로테는 성당의 한 방을 나누어 주었던 포피레아 공주가 있는 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 사실을 내가 가 주고 싶었는데 -- 믿음직스럽지 못한 별의 무녀에게 맡겨져서,

 그 법왕은 정-말로 기가 막힌 석두라서."

"아뇨. 무녀님께서 출진하신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겠지요. 단지......"

포피레아의 아름다운 얼굴은 흐려진 채였다.

"무녀님......조심해 주세요. 녀석들은, 사람을 포로로 하는 사술을 사용합니다."

"알고 있다. 아마 악마겠지."

악마가 사용하는 불가사의한 사술. 아무리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적에게도 충성을 맹세하게 하여,  

정의의 전사조차 악의 종이 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런 수준 낮은 방법의 먹이가 되는 것은 마음에 사심을 기르고 있는 녀석뿐이다.

 우리 무녀들에 게는 걱정 없어. --에, 미숙자인 프림은 어떨지 모르겠네. 저 녀석은 먹을 것을 탐내 놓고,

 곧바로  살쪄서 화내는데. 당해버릴지도 모르겠네. 아아 큰일이다!"

포피레아는 작게 웃었다. 대성당에 와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리제로테는 그것을 힐끗 보고 약 간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한다. 

그녀가 포피레아를 격려하기 위해 익살맞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포피레아도 알고 있었다.

"달의 무녀님은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그래?"

"예. 매우, 저와 같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데 무녀님답다, 라고--."

"잠깐 기다려봐."

"?"

"너, 나를 몇 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포피레아가 당혹해 한다.

리제로테는 포피레아와 비슷한 정도의 키다. 몸매로 보면 더 어린아이다울 정도다. 

비유하자면, 어 렸을 적에 안고 자던 인형이 그녀만한 풍채였다.

"......나는 프림이나 스테라=마리보다 연상이야."

"에엣! 그럼, 나이가 얼마정도나 되시나요?"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녀석이 있나."

"......"

리제로테는 토라진 것처럼, 기분 나쁜 듯이 나가버렸다.

포피레아를 격려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밤.

스테라=마리는 법왕의 방에 불려 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테라=마리.)

흰 베일 앞에 법왕이 앉아 있다. 그 실루엣은 낮보다 약하게 보였다.

(너도, 리제로테와 같은 의견인가? 의심스러운 싹은 무력을 이용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법왕은, 불안을 마음에 담아 입에 담는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이번에는 무서운 어둠의 기색을 느낍니다."

(이유는?)

"포피레아님의 기억을 들여다보았을 때, 강력한 어둠의 기색을 느꼈습니다."

(......어둠?)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을 만큼 강력한 어둠의 힘을."

(네가 말한다면, 사실이겠지......)

이것은 법왕과 다른 무녀들밖에 모르는 것이지만, 스테라=마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 러니까, 2명이서 대화할 때는 상대방은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쪽이 말이라 는 필터를 통하는 것보다도 완전한 형태로 생각이 전해진다.

(나는 무섭다. 네가 그만큼 걱정하는 위협과 그것을 방임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나 자신의 판단이  무섭다......)

"예하......"

(하지만 나는 생각을 고치지 않는다......)

"그래.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베일 안의 실루엣이, 떨리면서도 결연한 소리를 냈다.

"이단 사냥의 역사는 피의 역사였다. 선대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화형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 기며, 책형을 당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무고한 백성이고, 사교의 신자라는 자들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그들은 교회의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살해당했던 것이다. 

 신 의 이름에 의해 행해진 이단 토벌의 정의는 그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재위 중에는 그런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록 기회주의자라고 비난받아도, 

 사교를 놓치는 결과가 되어 도, 쓸데없는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하지는 않아......!"

스테라=마리는 방법이 없는 듯 눈썹을 내리깐다.

"나는 기원한다......모방자가, 사악한 자들이 아니기를......"

그 소리는, 세계의 정점에 선 법왕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혼자서 무서워하는 아이의 목소 리 같았다.

(가까이, 스테라=마리.)

베일의 저 편에서 흰 손이 나타나 스테라=마리를 불렀다.

(내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어줘......)

조용한 밤이었다. 바람 한점 없는 밤이었다.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과 같이.

그리고,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 프림로즈는 10명 정도의 신전 기사들을 데리고 성당을 출발했다.

프림로즈는 무녀 의복을 몸에 걸치고 있다.

무녀의 옷은 수녀의 옷과 닮았지만, 구조는 동양의 기모노를 닮아 있다.

가슴팍에서 교차하는 옷섶과, 크게 퍼진 소매, 그리고, 허리 전체를 가리는 커다란 띠가 특징이다. 

이 띠에는 자감색의 바탕에 지극히 정밀하고 우아한 무늬가 수놓아져 있어 순백의 의복에 강한 악 센트를 더하고 있다. 

이 띠를 등에 맨 모양은, 어떤 장미라도 부끄러워할 만큼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무녀에게만 허용되는 이 의복은, 신성함의 상징,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그 의복으로 몸을 감싼 프림로즈는, 보통 때의 어린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 신성한 무녀 그 자체였 다.

갑자기 그녀들의 배후에서 소리가 들렸다. 들어본 적 있는 소리에, 프림로즈가 되돌아보았다.

"프림누나-!"

아이들이었다.

"프림누나아아아아-! 힘내-!"

"프림니임-! 빨리 돌아와아-."

프림로즈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아침 일찍, 이런 곳까지 전송하러 와 주었다.

프림로즈는 힘껏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럼 모두들! 다녀올게-!"

흰 무녀 의복의 소매와 그녀의 복숭아색 머리카락이 아침 해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 날 저녁, 렌 국의 수도.

플로라의 성의 침실에 있는 자르의 아래, 박쥐를 닮은 작은 몬스터가 날아 왔다.

"말씀드립니다, 교조님."

자르는 플로라를 등 뒤에서 박으며 들었다.

"아르마티 대성당이, 이 렌 국의 수도를 향해 무녀를 파견한 모양입니다."

"......!"

감탄부호가 얼굴에 떠오른 것은 플로라 쪽이다. 막상 자르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교조님......설마......포피레아가?"

"그렇겠지. 녀석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해도, 렌의 공주의 얼굴을 알고 있는 놈이 있어 이상 사태를  헤아렸는가,

 그렇지 않으면, 무녀에게 암시가 풀렸는가."

"죄, 죄송합니다......저의 어리석은 딸이......교조님게 폐를......히, 아훗!"

자르는 간단하게 페니스를 플로라에게서 뽑아낸다. 더 이상 그녀에게 한조각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

"크크. 그런가. 마침내, 무녀가 움직이는가."

아무 미련도 없이 침대에 일어나, 흥분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방을 걷는다.

"들었나 자르. 마침내 사랑하는 무녀님을 만날 수 있는 것 같구나."

(......)

자르의 마음도 또 기대로 뛰고 있었다.

무녀가 이 악마를 쓰러뜨려 주는 것을 기대했다.

그의 몸에 깃들인 어둠은, 아직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악한 신 타로마티가 되기에는 아직 피 가 충분하지 않는 것 같다.

무녀들에게 싸움의 승산이 있는 상대일 것이다.

자신의 몸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다. 더 이상 어둠이 힘을 기르기 전에, 이 세상으로부터 지워지면  좋겠다.

그것이, 자르의 마음이 생각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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