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47)

4. 볼링동아리 퍼펙트2 

2차로 들어간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신 퍼펙트 일행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나오면서 들어갈 사람들은 들어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3차를 가기로 했다. 

술자리에서 나와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고 더 마실사람은 더마시기로 했을때 거리에서의 분주함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서로 간에 잘 들어가라는 인사와 아직 못다한 말을 하는 사람 아니면 맘에 드는 사람을 붙잡고 한말을 또 하는 사람 등등 

퍼펙트의 사람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이 뭘 먹고 마셨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자자 그만들 하고 들어갈 사람들은 들어가고 3차 가기로 한사람들은 교문앞 소주방으로 이동하자...” 

그 어수선한 상황을 동아리 회장을 맞고 있는 2학녕 진수형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3차를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3학년 여선배들은 진즉에 갔고 2학년선배들도 반수가 빠져나갔다. 

승훈은 그만 들어갈까 하는 맘이 있었지만 정선과 나영이 3차를 간다고 하자 뭔지모를 책임감(?) 혹은 어느새 3인방으로 인식되어버린 탓에 들어가지 못하고 3차에 참석했다. 

남은 인원들이 몰려간 소주방은 퍼펙트의 단골 회식자리였고 승훈도 그 사이에 몇 번 예의 3인방과 선배들과 두 번 정도 와본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에 제일 안쪽 코너를 이용해 단체손님이 앉을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조금은 풀린 목소리 꼬인 발음 혹은 멀쩡한 사람 안주만 축내는 사람등등 반정도로 줄기는 했지만 10명이나 모인 술자리는 중구난방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승훈은 평소 소주를 잘 못 마시는 탓에 그야말로 술잔을 앞에 두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맥주와 양주는 괜찮은데 유독 소주에 약한 승훈이었다. 

“왜 안마셔.. 아까 맥주는 많이 마시는 것 같던데...” 

그런 승훈에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2학년 여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아... 소주는 잘 못마셔서... 근데 선배님 이름이.... 아까 듣기는 했는데....죄송합니다.” 

승훈에게 말을 걸어온 선배는 승훈이 그동안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아까 볼링장에서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팀과 레인도 달랐고 게임에 신경쓰기도 바쁜 승훈은 잘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난 서지수야.” 

“아 지수 선배님...” 

승훈은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인사를 했다. 

“소주 잘 못마셔.. 그럼 맥주라도 마셔. 여기 맥주 하나만 갔다 주세요.” 

지수선배는 맥주를 시키고는 승훈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정선은 3학년과 2학년 남선배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고 나영은 새내기중 또 다른 3인방인 김인철, 김정수, 조달수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자연스레 혼자 남은 여선배와 술잔을 나누게 된 승훈은 얼큰히 오르는 취기와 자신을 배려해주는 지수에게 호감을 느끼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안경을 쓴 지수는 어디서나 볼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녀는 승훈에게 난희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주며 아껴주는 난희... 

승훈이 대학에 입학해서 정신없이 지내는 동안 어느새 그녀를 본지가 한달이 넘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 난희나 보러갈까....’ 

“퍽!!!” 

승훈이 지수와 대화를 나누며 난희를 떠올리는 사이 누군가 주먹에 맞는 소리가 들렸다. 

“이 개넘의 자식이 어디서 추근대는거야...” 

정선의 목소리가 술집안을 울렸다. 

왠 짧은 머리의 남자가 벌개진 얼굴로 정선의 앞에 서 있었고 정선은 그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는 소리치고 있었다. 

“뭐야... 이년이 미쳤나... 왠 주먹질이야...” 

덩치 좋은 그 남자는 정선에게 따귀를 날렸다. 

“짝!!!!” 

“악~~~” 

정선은 거의 날려가다시피 옆으로 쓰러졌고 순간 승훈은 테이블을 타고 넘어 정선과 그 남자 사이를 막아섰다. 

“어디 여자를 때려...” 

승훈은 녀석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며 염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녀석의 뒤통수를 잡아챘다. 

머리를 뒤로빼며 피하려던 녀석은 갑자기 멈칫하며 승훈의 주먹에 맞았다. 

“넌 뭐야...” 

그때 녀석의 일행인 듯 4명의 덩치들이 튀어나왔고. 

승훈의 동기 남성 3인방도 튀어나왔다. 

술집은 삽시간에 엉망이 되었다. 

승훈과 남3인방 그리고 녀석들의 주먹다짐 소리와 나영의 울음섞인 비명소리 그리고 말리려는 선배들의 소리가 술집을 가득 채웠다. 

승훈은 녀석들의 움직임을 염력을 동원해 방해했다. 

주먹을 뻗어오면 어깨를 염력으로 밀면서 느려진 주먹을 피했고, 몸으로 덮쳐오면 발끝을 잡아채서 쓰러뜨렸다. 

그냥이라면 어려웠을 일들을 염력을 동원하자 쉽게 할수 있었다. 

싸움은 금새 승훈과 3인방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바탕의 소란과 술집주인의 잔소리.... 

그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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