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47)

6장 대학이라는 신천지

1. 승훈의 대학생활

승훈은 이른 아침 학교로 가기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 4월말이었다.

승훈은 대학생활이라는게 할 일 없이 바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강의, 그리고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여유로운 생활 하지만 이런저런 술자리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여유로움 속에 정신없는 두 달을 보냈다.

“아...... 동아리나 가입 할걸...”

승훈은 오늘 수업이 1교시와 7~8교시뿐인 것을 생각하며 학기초에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기에도 뻘쭘했고 딱히 하고 싶은 동아리도 있지 않았다.

“테니스부에나 들어가 볼까??”

친구인 철진은 테니스부에 들어있었다.

컴퓨터교육과에 들어간 녀석은 과보다는 오히려 동아리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승훈에게도 같이 하자고 권유도 했었지만 승훈은 왠지 자신과 테니스는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냥 버티고 있었다.

지하철이 몇 개의 역을 지나자 그나마 여유가 있던 객차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승훈의 눈에 객차 구석에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있던 승훈의 눈과 입구 바로 옆에 서 있던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길 가다 혹은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 누구나 약간은 멀쓱한 기분이 들 것이다. 거기다 그 상대가 이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승훈은 왠지 모를 멀쓱함에 시선을 돌리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문가 기둥을 잡고 있는 그녀의 하얀 손과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긴 생머리 화사한 상의와 잘 어울리는 청바지와 그녀의 몸을 살짝 가리고 있는 가방과 가방을 들고 있는 뒤에 중년남자.....

‘응!! 뭐지...’

승훈은 투시력을 발휘하며 그녀와 중년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기와는 다른 매혹적인 그녀의 몸매와 보고 싶지 않은 배불뚝이 중년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하체를 밀어 붙이고 있는 중년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쯧..... 뭐야 저거...’

승훈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을 헤치며 다가서며 승훈은 염력을 이용해서 중년남의 뒤통수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중년남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갔고 동작을 멈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훈은 가만히 그 중년남을 쳐다보았고 곧 시선이 마주쳤다.

바로 옆까지 다가간 승훈은 중년남을 노려보았다.

“아저씨 지금 뭐...”

“쿵!!!”

승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훈과 중년남 사이로 가방하나가 끼어들더니 중년남의 발위로 떨어졌다.

“악!!!”

중년남은 발을 감싸쥐고 주저앉았고 모자를 눌러쓴 한 사람이 부축하듯 같이 앉았다.

“아저씨! 그만하고 사라지시죠 더 망신당하기 전에...”

모자 쓴 사람은 부축하는 척 하며 이런 말을 했고 중년남은 발을 절뚝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승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모자 쓴 사람은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추행을 당하던 여자 옆에 나란히 서게 된 승훈은 모자 쓴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의외로 여자였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여자를 슬쩍 가르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처리하는게 낫잖아...”

들릴 듯 말 듯한 그 말에 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그렇게 서 있던 세 명은 같은 역에 내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추행을 당했던 여자는 박나영, 재치있지만 터프한 행동으로 치한을 퇴치한 여자는 이정선 둘 다 승훈과 같은 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들은 학교로 걸어가며 모두 같은 1교시 강의를 듣는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영과 정선, 승훈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고마워...”

나영이 정선과 승훈에게 말을 건넸다.

“그만 해라.... 한 번만 더하면 20번 채운다.”

정선의 말에 나영이 수줍게 미소 지었고 승훈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참 정선아. 그 가방은 뭐냐? 소리가 장난 아니던데...?”

“아! 이거”

정선은 발치에 놓아둔 가방을 발로 톡톡쳐 보였다.“

“볼링백이야. 속에 15파운드짜리 볼이 들어있지. 그 변태자식 많이 아팠을 걸...”

“정말.... 야 정말 무거운데.. 그 자식 발뼈 괜찮을려나... 하하하하”

승훈은 볼링공이 들어 있는 볼링백을 들어보며 웃었다.

나영도 소리 없이 따라 웃었다.

“너희들 볼링 좋아하냐?”

승훈과 나영은 정선을 따라 학교 앞에 있는 볼링장으로 갔다.

둘 다 오후까지는 강의가 없었다.

승훈은 볼링을 처음 쳐 보는 것이었다.

나영은 부모님이 볼링을 좋아하셔서 자기 장비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선과 나영의 도움을 받으며 볼을 고르고 처음 플로어에선 승훈은 스텝이 꼬이는 바람에 앞으로 넘어지며 공을 놓쳤고 공은 거터로 들어가 버렸다.

“하하하하하.... 호호호호....”

“웃지마...... 너희는 첨부터 잘 했냐...”

정선의 볼링 실력은 상당했다.

크고 시원한 모션에 힘있게 뻗어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크게 휘어들어가며 힘있게 핀을 때렸다.

반면 나영은 부드러운 스윙동작과 완만하게 휘어들어가는 볼을 구사하며 정확한 볼링을 구사했다.

첫게임이 끝나고 승훈은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정선 196점 나영 157점 승훈 87점.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좋다고 자부했던 승훈은 자신도 모르게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쩝 쉽지 않네.... 염력을 이용해 볼까? 에이! 운동인데...’

“승훈아 볼링은 힘만으로 하는게 아니야. 스텝과 스윙동작이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가야 해. 일단 처음이니까 스텝과 스윙동작에만 신경써서 해봐. 그리고 나영이 정말 잘 친다. 하우스볼로 이정도면 마이볼로 치면 더 고득점이 나오겠다야...”

“뭘... 오늘 왠지 잘 되는거야...”

나영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정선에게 점수가 뒤진 것이 신경 쓰이는지 점수판을 자꾸 보고 있었다.

그 후로 몇 게임을 더 쳤다.

승훈은 점차 스텝과 스윙을 잡아가며 스트라이크도 잡고 스페어도 종종 처리했고, 나영도 하우스 볼이지만 꾸준히 점수를 내고 있었다.

“나영아, 승훈아 우리 점심 내기 할래?”

“점심내기? 나야 괜찮지만 승훈이가.....”

“점수 잡아 주지 뭐. 나영이는 마이볼이 아니니까 10점받고 승훈이는 40점 정도 잡아주면 되겠지.”

“뭐... 40점....”

승훈은 여자들이 점수를 잡아 준다는 말에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볼링을 몇게임 치고 룰을 알게 되면서 승훈은 퍼펙트도 칠 자신이 있었다. 물론 염력을 이용해서지만...

“그래 하자... 나영이도 괜찮지?”

승훈의 말에 나영이도 찬성을 했다.

‘오기로라도 이기고 만다. 염력 없이...’

“아 잘 먹었다.”

“잘 먹었어....”

정선과 나영은 삼겹살 집을 나서며 승훈에게 말을 건넸다.

“..... 쩝 무슨 대낮부터 삼겹살이냐.....”

승훈은 얇아진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으며 투덜거렸다.

“사내자식이 뭘 그렇게 투덜대냐. 내가 커피 살게 가자.”

점심내기 볼링은 정선과 나영의 대결이었다.

정선은 힘있는 볼링으로 처음부터 치고 나갔고 나영은 실 수 없는 볼링으로 끝까지 승부를 접전으로 밀고 나갔다.

반면 승훈은 최선을 다했지만 큰 점수차로 꼴찌를 했다.

“뭐야... 커피 산다더니 겨우 자판기 커피냐.”

승훈은 투덜거리면서도 커피를 홀짝였고. 나영은 그런 승훈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승훈은 그런 나영을 보며 정선과의 대결에서 엄청난 끈기와 집중력을 보이던 그녀의 모습에 새삼 감탄을 했다.

“잔말 말고 이거나 써라.”

정선은 나영과 승훈에게 A4 용지 한 장씩을 내밀었다.

“이거 뭐야. 입회원서.”

“그래 둘다 특별히 활동하는 동아리 없다며 나랑 볼링이나 치자. 여기 좋은 사람들 많아.”

“나야 괜찮지만..... 승훈이는 어쩔거야...”

“볼링이라......뭐 괜찮겠지.”

결국 승훈과 나영은 볼링써클 “퍼펙트”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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